-
-
마지막 선물 -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생일선물과 삶의 의미
제너비브 킹스턴 지음, 박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남겨진 편지를 통해 엄마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이야기"
이 책의 저자가 세 살 일 때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엄마는 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 암이 여기저기로 전이되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예감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엄마는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생일과 같은 중요한 순간 아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엄마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선물과 편지, 영상들을 남기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런 엄마의 깊은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책으로, 저자가 실제로 직접 겪은 엄마에 대한 회고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엄마를 잃은 딸의 긴 회고록이자 홀로 오롯이 견뎌내야 했던 내일로 가는 삶에 대해 담아낸 에세이다.
여기에는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남긴 선물과 편지, 영상 등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데, 이 기록들은 단순한 축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엄마는 자신이 이미 겪어본 삶의 불확실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부드럽게 풀어내며, 아이들이 방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애정 어린 충고와 조언을 건넨다. 더불어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북돋워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기억하는 엄마에 대한 기억과 추억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며, 엄마가 건네고자 했던 진짜 메시지와 의미를 풀어내려 노력한다.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선물, 아빠의 자살, 그리고 오랫동안 앓은 우울증과 불안함 등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던 이 이야기를 통해 '삶' 그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
등장인물 소개
=====
■저자 제너비브(그웨니)
-어릴 때는 오빠의 관심을 갈망
-오빠는 저자를 '그웨니'라고 불렀는데, 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카멜롯>에 나오는 귀네비어 여왕의 이름을 딴 것으로, 사람들은 실명보다 오빠가 지어준 이름으로 더 많이 부름
-엄마가 떠난 뒤 집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
-외가 쪽 식구들과 친분이 두텁고 자주 교류했음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던 터프츠 대학 입학을 앞두고 불안함과 우울증을 앓았던 그웨니는 결국 휴학계를 내게 됨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웨니는 고등학교 연극 선생님과 재회하게 되면서 연극을 다시 시작
-덕분에 겨울에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기공연예술학과에 지원하게 되고 이후 버클리 캠퍼스에 합격함
-집에서 통학하며 대학교 생활을 하지만, 수업을 제외하면 내내 잠으로 도피
-주디 선생님의 제안으로 정신과 의사인 콜린스 박사를 만남
-약을 먹고 셰어 하우스를 구하면서 안정을 찾음
■오빠 제이미
-열일곱 살, 대학 입학을 1년 미루고 립 나우라는 여행 프로그램에 등록하여 1년을 여행한 후 바로 대학 입학
-이후 집에 돌아오는 일은 드물었음
-스물두 살 대학교 4학년 때 오빠보다 한 살 많은 여자친구 샐리가 쌍둥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결혼하게 됨
■엄마 크리스티나 마이야드
-영국 국적
-훈육 전담이지만 다정다감하고 사랑이 많은 엄마였음
-살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암이 전이되면서 사망함
-자라날 아이들을 위해 열아홉 해 동안의 생일선물과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을 미리 준비해 둠
-결혼생활이 불행했으며 이로 인해 이혼함
■아빠 피터 킹스턴(피터 팬)
-영국 국적
-부부가 함께 운영하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회사 매각함
-회사까지 위기에 처하자 산탄총으로 자살을 시도하려 했으나 엄마가 막음
-엄마 사망 후 몇 명의 여성과 연애 후 셜리 아주머니와 재혼(셜리 아주머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학교 다녔던 데이비드의 엄마였음)
-이후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자살로 사망
-아빠는 손글씨로 그웨니에게 메모를 남기는 것을 좋아함
-부부 사이에 갈등이 깊어 다툼이 잦았고, 어느 날부터 각방을 사용함
■빌
-엄마보다 열 살 많은 큰삼촌
■앙투아네트 이모
-엄마의 언니로 둘째
■워드 삼촌
-엄마
바로 위의 삼촌
■샌디 이모
-엄마의 사촌
■조너선 삼촌
-Q 삼촌으로 불림
■리즈 할머니
-외할머니
-70대 초반의 나이에 키가 크고 말랐지만 강단 있는 사람
-영국인
-예술가였으며 지역 전문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침
-총 세 번 결혼함
-할머니는 폐에 암이 생겨서 돌아가심
■니콜라스 곤잘레스 박사
-엄마를 치료하던 사람으로 사기꾼
■리처드슨 박사
-엄마의 주치의
-엄마의 공동묘지 자리를 양보해 줌
■잭
-첫 번째 남자친구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마거릿
-미술 실력이 뛰어나고 낭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여린 친구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에리카
-합창단원이며 항상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흰색 메르세데스를 몰면서 바닐라 향을 풍김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에마
-패션잡지를 구독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의 CD를 소장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프리지아
-학교에서 하는 거의 모든 위원회와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음
-싱크로나이즈 수영팀에서도 활동
-환상의 6인조 중 한 명
-공감대 형성이 잘 되었던 친구
■멜 박사
-저자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가 몇 년 동안 다닌 치료소 의사 선생님
-멜 박사를 통해 부모님의 이혼 소식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듣게 됨
=====
엄마와 함께 한 타임라인
=====
●그웨니 세 살: 엄마의 유방암 진단을 받음
●이후 엄마의 병은 뼈에서 뇌로 전이가 됨
●그웨니 일곱 살: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
●그웨니 열두 살: 엄마 사망
=====
줄거리 요약
=====
저자인 그웨니의 시점에서 엄마의 추억과 행방을 추적하는 형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회고록으로, 세 살 때 엄마의 유방암 진단을 시작으로 엄마의 치료 과정과 투병 과정, 사망까지의 이야기 전반을 담고 있다.
더불어 저자의 성장과정에 함께 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선물과 편지, 영상들은 그웨니가 우울과 불안, 방황으로 힘든 시기를 겪던 시절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던 버팀목으로, 그것들이 가지는 의미와 사랑은 특별하다.
처음에는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엄마의 참회 혹은 단순한 선물로만 여겼던 선물들이 점차 그웨니로 하여금 껍질을 벗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열쇠가 되어 준다.
덕분에 그웨니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가지는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평생 소중한 사람은 떠나간다는 생각과 함께, 저주처럼 느껴졌던 결혼에 대한 생각 또한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이로써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그와 약혼도 하게 된다.
그웨니가 잘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또 다른 어른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들로 말할 것 같으면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의 편에서 마음을 보듬어주고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주었던 엄마의 친척과 지인들을 꼽을 수 있다.
그들은 꼭 필요한 순간 찾아와 그웨니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엄마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잠시나마 나눌 수 있는 존재들로써 그웨니의 곁에 존재했다. 덕분에 그웨니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아빠의 재혼으로 힘들었던 순간도 잘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또 한 가지 그웨니를 감동시킨 부분은 엄마의 끝없는 선물과도 관련이 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할 당시 16년간 다녔던 소아정신과에서 상담치료를 담당하던 주디 선생님을 통해 엄마가 몇 년 동안 치료사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로써 엄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하던 그웨니는 엄마가 남긴 흔적과 넘치는 사랑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미처 몰랐던 부모님의 숨겨진 진실도 알게 된다.
일찍 병으로 사망함으로써 아이들의 곁을 지키지 못했던 엄마는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할것을 염두에 두고,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통해 아이들이 언제든 엄마에 대해 알고 싶어 하면 알려줄 수 있도록 여러 방편을 마련해 둔다. (열아홉 해 동안의 선물은 미리 보기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그웨니는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엄마에 관한 마지막 단서를 찾았다고 확신할 때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듯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 이후 그웨니의 삶은 불행과 불안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엄마가 빵조각을 흘리듯 남겨둔 단서를 따라가면서 마침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 누군가를 소중히 대하는 법,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 등 깨닫게 된다.
스스로 그 길을 찾아야 했기에 조금 멀게 돌아가기는 했지만, 결국 그웨니는 그 길을 찾게 된다. 그렇게 그웨니는 엄마의 정성 어린 선물과 깊은 사랑을 통해 마침내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게 된다. 더불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
엄마의 선물
=====
■열 한 번째 생일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과 작은 돛단배, 풍차 그림이 그려진 파란색과 흰색 에나멜로 된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핀을 선물로 받았다.
■열 두 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건 수정이 박힌 꽃 모양 반지다.(자수정은 엄마와 그웨니의 탄생석이다)
-----
그 순간과 그날 아침 사이에는 30년이 넘는 시간의 벽이 놓여 있었다. 나는 엄마가 서른일곱 살이 되던 날 아침에 태어났으니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그날 마흔아홉 살이 되었을 것이다.
26페이지 中
-----
■그웨니의 초경
처음 겪는 일에 당황스러웠을 딸을 위해 엄마는 편지와 녹음테이프를 선물로 남겨두었다.
■열 세 번째 생일
진주 귀걸이와 편지를 남겨두었다. 엄마가 동부에 살 때 샀던 것으로, 동부 연안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에서 처음으로 산 것이라고 한다.
그웨니는 몇 년 뒤 고등학교 연극 때 이 귀걸이를 처음 착용했다가 무대 뒤에서 한쪽을 잃어버리게 된다.
■열 네 번째 생일
엄마가 열 네살 생일 선물로 받은 나뭇잎 모양의 핀을 선물로 주었다.
■열 다섯번째 생일
산호 목걸이로 엄마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할아버지가 홍콩에서 사 오신 것을 선물로 주었다.
엄마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웨니는 1학년 봄 학교에서 댄스파티에 하고 갔다가 목걸이가 끊어지며 망가진다.
■열 여섯 번째 생일
아빠와 자신이 엄마를 위해 골라준 목걸이를 선물로 주었다.
■운전면허 취득 선물
주차 코인용 동전 지갑이었는데 열쇠 고리가 달려 있고 가죽에는 그웨니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 선물
아름다운 해수 진주 목걸이와 편지를 선물로 받았다. 엄마가 결혼식이나 세례식처럼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착용했던 목걸이다.
■스물두 번째 생일
조개 구슬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
■스물 세번째 생일
아빠가 선물해 준 반지로, 엄마가 무척 아끼던 반지를 선물로 주었다. 엄마는 결혼반지를 낄 수 없게 된 후로 이 반지를 자주 꼈다고 말했다.
■스물 다섯번째 생일
엄마가 남서부 지역의 인디언 보호구역을 방문했을 때 받은 팔찌로, 각각의 조개에는 그 팔찌를 만든 예술가의 이름이 서명되어 있다.
■스물 여덟번째 생일
증조할머니가 물려준 마노(보석으로 쓰이는 광물) 팔찌다.
■서른 번째 생일 선물
마지막 생일선물로, 사파이어가 박힌 예쁜 은색 핀이다.
■서른 번째 생일 이후 남은 선물
판지 상자 안에는 세 개의 포장이 남아 있었는데, 하나는 빨간 딸기 그림이 그려진 육각형 모양의 검은색 상자이며 '약혼'이라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두 번째는 수면 모자를 쓴 곰 그림이 있는 셀레셜 시즈닝스 브랜드의 차 깡통으로 '결혼'이라고 적힌 흰색 카드가 붙어 있었다.
마지막 포장은 자그마한 보드지 상자였고 '첫 아이'라고 적혀 있었다.
=====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
직접 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더 절절히 다가왔던 문장들이다. 엄마의 진심 어린 이야기들을 통해 얼마나 자식들을 사랑했는지 엿볼 수 있다.
-----
너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너를 편안하게 생각하기 위해 네가 원래의 모습보다 부족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너의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 너는 어쩌면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특별한 관계를 기대하게 될지도 몰라. 엄마도 그랬거든. 그렇지만 그런 사람에게 맞추려면 네가 네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빨리 자라야 하니 좋지 않아.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몇 년간은 네가 스스로를 잘 지켜야 한다는 거야. 네 또래 중에는 네가 할 수 있고 네가 되고자 하는 모든 걸 감당할 만큼 성숙한 사람을 찾기 힘들 거야. 그리고 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네가 나이에 맞는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대신 너를 그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할 테고.
그웨니, 넌 정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아이란다. 그 열정은 되도록 너 자신을 위해, 너의 관심사와 너의 배움을 위해 아껴두렴.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어떠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의 생각에 맞추느라 네 열정을 너무 빨리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여자애들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너무 빨리 내어주곤 하지. 하지만 네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야.
(...)
우리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우리 인생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4분의 3은 그 시절을 돌아보는 데 쓴단다. 그러니 그 시간을 즐기도록 해봐 한순간 한순간을 최대한 만끽해 보는 거야. 너 자신과 친구가 되는 시간을 가져봐.
(...)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해. 인간으로서 한 사람이 되어야 해. 어른이 된다는 건 바로 그런 거란다. 그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된다고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 우리는 인생의 단계마다 자신을 새롭게 발견해야 해.
진정한 너 자신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렴.
(...)
마음이 혼란스러울 땐 언제든 엄마를 불러. 리즈 할머니도. 네 마음속엔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과 지혜가 언제든 함께할 테니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면 거기서 분명히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사랑해, 우리 딸.
134~136페이지 中
-----
삶은 누구에게나 불완전함과 불확실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어른이 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부모라는 그늘 아래서 무사히 그 고비를 넘기는 방법을 익힌다.
하지만 일찍 세상을 떠날 것을 아는 엄마는 울타리가 되어줄 수 없기에, 편지를 통해 그웨니에게 그 방법을 전한다. 사춘기를 잘 이겨내고 자신을 지키는 방법,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속에 해답을 가지고 있을 거라 전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
엄마가 죽고 나면 너희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높은 기대를 정해둘지 모르겠구나.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자신을 가혹하게 대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단다. 너희는 그냥 지금처럼 밝고, 멋지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살아가면 돼.
너희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그건 그 순간 너희가 느끼는 감정이니 그 순간에 적절한 감정인 거야. 너희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될 거야. 너희 둘이 느끼는 감정이 서로 다를 거고, 아빠와도 다를 거야. 엄마의 죽음에 대해 느끼는 너희의 감정이 '단번에' 정리되진 않을 거란다. 너희가 느끼는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할 거야. 너희도 변하고 너희의 삶이 변하듯이. 그러니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렴.
231페이지 中
-----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할 불안과 충족되지 않을 감정들을 염려하며 엄마는 있는 그대로 느끼고 살아가라 말한다. 더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들에 놀라지 말라며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라는 말도 함께 전한다.
-----
엄마를 잃고 몇 년 동안 나는 상자의 내용물을 적절한 시기에 하나씩 충실하게 열어보았다.
(...)
나는 엄마의 말을 따르기는 했지만 수동적으로 듣기만 했다.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더 넓은 의미는 생각하지 않고, 엄마가 주는 선물과 말을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였다. 하지만 테이프를 다시 들으려 되감는 동안 새로운 사실에 눈을 떴다.
엄마는 우리가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게 그 상자가 우리를 위로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엄마는 녹음테이프에서 상자에 든 물건들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잃어버려도 괜찮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면 중요한 건 뭘까?
(...)
내 인생의 엉클어진 실타래를 풀기 위해 내가 도움을 청해야 하는 사람은 미소 짓는 얼굴로 내 선물들을 포장한 상냥한 엄마가 아니었다. 내게 필요한 사람은 그 테이프 속의 여자, 비디오 속의 여자,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상처 입고, 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보여준 부드러운 모습뿐 아니라 엄마의 모든 모습이 필요했다. 엄마는 나를 미래로 이끌고, 엄마 쪽으로 이끄는 빵 조각들을 남겼지만, 그것들을 모두 찾으려면 훨씬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했다. 나는 묻고 싶은 게 많았다.
235~236페이지 中
-----
처음에 그웨니는 그저 수동적으로 엄마의 말에 따라 엄마가 주는 선물을 적절한 시기에 열고 적혀 있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엄마가 인생을 통틀어 배운 삶의 지혜를 나누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엄마가 전하고자 했던 숨겨진 진짜 의미와 가치를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점차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
아빠의 죽음은 엄마의 과거에 대한 내 갈망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었다. 엄마에 이어 아빠까지 잃고 나니 내 안의 어떤 줄이 끊어진 것 같았고, 내 삶이 뿌리를 잃고 표류하는 듯했다.
306페이지 中
-----
엄마의 죽음 이후 아빠와의 관계는 끊어질 듯 위태롭게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아빠의 재혼 이후 달라지는 환경으로 인해 그웨니는 매우 불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기에 그웨니는 함부로 그 끈을 잘라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달라진 아빠의 태도는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아빠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직장의 위태로움만이 자살의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빠는 왜 갑자기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일까?
이 때문에 그웨니는 엄마의 과거를 찾는 일에 더 깊은 갈망을 느끼게 된다.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는 부유하는 어떤 존재처럼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
내가 향수병에서 벗어나게 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향수병을 안고 살아갈 거라고 믿었으니까.
(...)
데이비드의 전화를 받은 뒤로 모든 게 달라졌다. 내가 얻은 자유는 서서히 찾아온 게 아니라 단 한 번의 대화로 찾아왔다. 나는 두려움이 나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뒤 두려움을 포기해 버렸다.
310페이지 中
-----
집을 떠나는 두려움은 곧 향수병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웨니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향수병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그보다 더 큰일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의 사망 소식은 그동안 그웨니가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한방에 깨버릴 만큼 강력한 사건이었다.
-----
내가 보기에 사람들의 모든 질문과 내 질문은 결국 가장 중요한 다음 질문으로 압축될 수 있었다. 아빠의 자살은 막을 수 있는 일이었을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둘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 혹은 어느 쪽이 나은 일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317페이지 中
-----
사람들은 그웨니를 통해 아빠의 자살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실상 그웨니 또한 자살의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비보는 그렇게 의문만을 남겼다.
앞서 엄마가 살아있을 때 아빠는 엄마와 함께 운영하던 음료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권총으로 자살하려 했던 전적이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아빠의 멘탈은 매우 약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압박해오는 상황과 버틸 수 없는 스트레스가 어쩌면 자살의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
누군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건 그 사람의 능력이나 성공, 외모에 관한 게 아니다. 그건 상대방의 눈에 비친 가장 멋진 자신을,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신성한 자아를 보는 거지. 내가 어떠해야 한다는 타인의 생각이 아니라, 나에게 삶을 주는 신성한 불꽃을 통해 이미 나의 것이 된 것을 지지하는 것이지. 그리고 나 역시 상대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거야.
(...)
이런 사랑을 위해 두 사람 모두 충분히 성숙하고 많이 노력해야 하지만, 먼저 자신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가 기본이 되지 않으면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아. 우리는 주는 것과 받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은 물론 상대도 용서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지녀야 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도 알아야 하지. 또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이 필요해. 우리는 이런 힘을 모두 내면에 지니고 있단다. 우리가 얻는 행복의 원천은 다른 곳이 아닌 자기 내면에 있어야 해.
356~357페이지 中
-----
엄마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있어 진짜 중요한 가치를 다음과 같이 남겼다.
누군가를 소중히 하는 것은 능력이나 성공, 외모가 아니라 상대방의 눈에 비친 멋진 자신, 그리고 사랑스럽고 신성한 자아를 보는 거라 말한다. 즉, 내면을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뿌리 깊은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하며, 주고받는 것에 있어 서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말한다. 또 용서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적당한 거리를 통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곧 너무 상대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내면의 중요성을 엄마는 다시 한번 짚어내며 그웨니에게 자신의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얻은 교훈을 착실히 전해준다.
=====
마무리
=====
내면보다 외면을 중시하는 시대, 모성애를 잃어버린 시대에 살아선지 이 책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과거 '엄마' 하면 떠오르던 어떤 감정들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서글픈 마음도 함께 들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은 보통 자신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더군다나 엄마인 크리스티나는 앞서 살기 위해 올인했던 방법이 사실은 사기였음을 알게 되면서 희망이 꺾였을 것이고, 또 뼈가 부러지고 뼈와 뇌에 전이까지 되면서 실상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남겨질 자식들을 위해 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쓰며, 영상을 남겼다. 이 힘과 용기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속 깊이 들여다보면 이미 이때는 함께 살고 있는 남편과 진작 이혼한 상황이었고, 불화로 인해 각방까지 쓰던 상황이었다. 아이들 앞에서는 차마 티를 낼 수 없어 다정한 척까지 하며 버텼지만 이미 아이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일찍이 깊숙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고, 엄마의 죽음 이후 더 심화되었을 것이다. 외향적이었던 그웨니와 내향적이었던 제이미는 표현방식에서도 차이가 났을 것이고, 더군다나 엄마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했을 그웨니는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때문에 대학교 입학을 기점으로 훌훌 떠나버린 오빠와는 달리 그웨니는 더 집에 집착하고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데 혈안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공간에 머물러 있었기에 더 변화를 정면으로 맞아버린 그웨니는 그래서 더 불안하고, 우울했을 것이다. 그 어느 곳도 안정감을 주는 곳이 없었기에 더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우연찮게 경험해 본 연극은 그웨니에게 그런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가 되어 주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향수병과 우울증으로 집에 박혀 있던 그웨니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도 바로 연극이었다.
그웨니는 연극을 하며 그 어느 곳에서도 통제하기 어려워했던 감정들이 큰 자산이 됨을 알게 된다. 또 감정의 자유를 얻는 해답도 찾게 된다. 이 외에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전달할 수 있음도 배우게 된다.
덕분에 그웨니는 다시 대학을 갈 용기를 얻게 되고, 동기들과 극단 공동 설립을 하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또 예술감독을 맡고, 희곡을 쓰고, 배우 활동을 하며 점차 자신 안에 쌓여있던 묵은 감정들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한 번도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던 그녀가 드디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회고록은 이처럼 어릴 적 엄마의 흔적을 쫓으며 엄마의 사랑을 되새겨보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웨니의 성장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어린아이였던 그웨니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바로 엄마의 깊은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그웨니는 이제 3개의 선물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중에 하나의 조건은 이미 이루었다. 나머지 두 개는 언제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또 그 안에는 또 어떤 엄마의 사랑이 숨어있을지 기대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