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기름의 배신 - 의사도 속은 건강의 적 8가지 기름의 진실과 식단 해독 혁명
캐서린 섀너핸 지음, 유영훈 옮김 / 정말중요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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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이에서 우리를 서서히 죽이고 있었던 식물성 기름의 이면!"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던 <식물성 기름의 배신>은 흔히 말하는 벽돌 책이다. 약 500여 페이지에 가까운 두께를 자랑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두께와는 상반되는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촘촘하고 꼼꼼한 디테일을 모두 다 챙겨 이 한 권에 담았는데, 그래서인지 식물성 기름에 대한 바이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각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각종 표와 그래프, 참고사항들도 중간중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덕분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쉽고, 분명하게 내용을 인지할 수 있다.


흔히 '과학'과 '의학' 분야라고 하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분석과 확고한 사명감, 분명한 데이터에 근거한 치료와 처방, 결과 도출 등을 떠올리는데, 가끔 이런 책들을 만날 때면 그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통칭 믿고 따르던 사람들이었던 이들이 사실은 산업화와 권력, 돈, 기업 등과 이해관계에 따른 유착 관계를 맺고 오랜 시간 왜곡된 방향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을 보노라면 정말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어쩌면, 특수성을 지닌 이들의 기술과 재능을 너무 특별하게만 본 일반 사람들의 편견과 선입견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에서 벗어나 제대로 눈을 떠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책이나 인공지능(AI), GPT 등을 통해 얼마든지 자료나 발전 양상을 살펴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건강과 온전한 삶을 지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아 보면 어떨까 한다. 그러기 위해 현시대의 '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이 책에 실린 내용 또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나에게 맞는 나만의 식단과 지식, 방법에 대해 찾아보면 좋겠다.


총 3부(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식물성 기름에 대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으로, 나는 이 책을 '식물성 기름에 대한 끝판왕'이라고 부르고 싶다.


보통 의학이나 과학서가 이토록 두터우면, 어느 부분은 지루하거나 불필요한 내용이 포함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버릴 것 하나 없이 알맹이로만 가득 채워져 있어 더 놀라웠다.


무엇보다 저자가 식물성 기름에 대해 공부하게 된 계기에 대한 내용은 신뢰성을 높여 주었고,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내용과 여기에 더해 시각적으로 한눈에 파악이 가능한 여러 첨부 데이터들은 더 흥미를 끌었다.


또 끝까지 파고들어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게 된 배경과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사회 전반에 걸쳐 설명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보통 이 정도로 사이즈를 키우게 되면, 핵심 내용이 흐트러지거나 다소 본론에서 벗어나는 내용도 있기 마련인데 저자는 그런 것 없이 올곧게 내용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자가 관심만 가지면 이 책 한 권으로도 전문가에 비견될 정도로 식물성 기름에 대한 내용을 통찰함과 동시에, 내 삶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정도까지 예상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나 역시 이 책의 제목처럼 식물성 기름에 대해 깊은 배신감을 느낀 것은 물론 잘못된 상식으로 오히려 그동안 건강을 해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보통의 사람들보다 식물성 기름을 쓰는 빈도나 양은 적다. 하지만 아주 잘못된 상식, 이를테면 콜레스테롤에 대한 부분만은 아주 큰 오해를 했다는 점을 이번에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건강검진과 같은 검사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약 복용을 권유받거나 스스로 나쁜 기름이 혈액에 많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점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각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부에서는 식물성 기름의 독소 형성을 밝히는 연구에 헌신해온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더불어 식물성 기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독소가 우리 몸을 세포와 유전자 수준에서 생리적으로 어떻게 연타하는지, 이렇게 생긴 미세한 손상이 우리가 두려워하는 염증성, 퇴행성, 노인성 질병으로 어떻게 발전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오해받는 영양소인 콜레스테롤과 만난다. 꼭 필요한 이 영양소가 건강에 해롭다고 믿게끔 우리에게 겁을 준 한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


3부에서는 건강과 온전한 삶을 스스로 지키고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 2주간의 해독(디톡스) 과정과 방법까지 자세히 만나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식물성 기름이 어떻게 신체의 모든 장기를 손상시키고 모든 연령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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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출판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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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01년 심각하고도 이상한 병을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심지어 가정의로서 직업 활동을 이어가기도 곤란할 정도였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따져보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남편이 평소 달게 먹는다는 지적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 남편이 책 한 권을 건네주게 되는데,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설탕'이 아닌 '필수지방산'에 대한 개념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깊이 더 알아보게 되었고 지질(지방) 과학을 탐구하다 마침내 식물성 기름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것의 제조 방법, 조리방법, 몸에 흡수되는 과정과 몸에 미치는 영향 등 다방면으로 살펴보다가 결국 기존에 알고 있는 상식이 완전히 뒤집어지게 되면서, 마침내 이것이 대중에 잘못 소개된 원인까지 알아내게 된다.


저자는 의학이 산업과 유착관계를 이어가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속인 결과 우리의 건강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려고 이 책을 쓰게 됐다.


식물성 기름 산업과 주요 보건 당국의 유착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그들의 의도가 의료 현장이 지료 지침이 돼버렸다.


영양과 관련한 그들의 이념이 모든 전문 의료 분야에 자리를 잡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사고가 다시 고혈압, 당뇨병, 비만, 뇌졸중, 암 등등의 치료 방식을 포함한 건강 관리 지침에 영향을 주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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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식물성 기름이 잘못된 의학 상식으로 퍼진 이유는?>


식물성 기름 업계와 의학계 단체 사이에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존재해온 드러나지 않은 이해충돌을 때문이다. 그들의 동맹은 무엇이 좋은 지방이고 나쁜 지방인지에 관한 온갖 잘못된 생각을 사람들 머릿속에 심어놓았고, 그렇게 해서 영양학이 왜곡됐고, 의학과 의료의 발전은 반세기 넘도록 덫에 빠졌으며, 의사들이 건강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식단을 다른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고 마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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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식물성 기름의 세 가지 어두운 측면>


▶첫째, 의사들이 식물성 기름의 진실을 감쪽같이 은폐해왔다. 그러다 보니 의학과 의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둘째, 우리의 신념 체계를 조작해서 금전적 이익을 얻은 사람들이 있었다. 식물성 기름은 그런 방식으로 판매를 늘려가며 인간 본성의 최악인 측면을 드러낸 물질이다.


▶셋째, 우주의 암흑 물질과 유사하게 식물성 기름도 이것 때문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병리 현상을 말해준다. 다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던 건강 문제들이 식물성 기름을 먹지 않으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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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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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주방의 독극물


●식물성 기름이란 원래 비누 제조나 가축 사료 공급과 같은 다른 산업의 부산물이었다.

●식물성 기름은 어마어마한 가공 과정을 거쳐 '안전한 '기름이 된다.

●식물성 기름은 그 화학적 성질 때문에 다른 기름이나 동물성 지방보다 더 독성이 강하다.

●(식물성 기름으로 튀긴) 감자튀김 1인분(한 팩, 약 140그램)의 독성은 담배 20~25개비를 피울 때와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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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주방의 독극물로 식물성 기름 여덟 가지를 꼽았는데, 이를 '몹쓸 여덟 가지'라고 부른다.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식물성 기름'이나 '종자유', '씨앗 기름' 같은 선량한 명칭으로는 이 여덟 가지 기름의 문제점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몹쓸 여덟'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기름들이 몹쓸 것인 까닭은 그 유해한 화학적 성질 때문으로, 현대인의 기초대사가 최악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다른 요인과 더불어 식물성 기름의 소비가 역대 최대로 많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몹쓸 여덟 가지

옥수수기름, 카놀라유, 면실유, 대두유, 해바라기씨유, 홍화유, 포도씨유, 미강유를 통칭하는 말



식물성 기름은 공업 생산품이다. 1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물질이다. 이 새로운 지방은 원래 있던 지방과는 일단 외관부터 다르다. 가공 과정에서 색이 사라지기에 이를 숨기려고 다시 노랗게 색을 입힌다.


식물성 기름은 비누 제조와 가축 사료 공급이라는 두 가지 산업의 부산물이 식품으로 공급된 특이한 역사를 밟았다. 가공 기술을 발전시킨 과학자들은 대두와 목화씨를 정제하며 얻은 노하우를 '몹쓸 여덟 가지'의 다른 일원들에게도 적용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짜낸 기름이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하나씩 식료품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여덟 종의 기름은 모두 동물성 지방보다 제조원가가 훨씬 낮을뿐더러 라드와 버터처럼 변질을 막을 냉장 시설도 필요 없었다. 값싸고 편리한 식품을 대량 생산하려는 사업가라면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정제 과정에서 풍미를 잃고 영양도 대부분 사라진 기름들은 화학적으로도 매우 흡사해서 서로 바꿔 쓸 수 있다는 공급망 측면의 이점이 있다. 바로 그들이 원하던 거였다.


<산화에 대해 알아야 할 한 가지>

식물성 기름의 쉽게 산화되는 성질이 우리 삶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데, 여기에 의학은 눈을 감고 있으며, 그 영향력의 범위는 넓고도 깊다.



2장. 만성질환 무제한 뷔페


●식물성 기름이 세포의 화학적 불균형인 산화스트레스를 촉진한다.

●산화스트레스는 염증을 일으키고, 세포의 조직 파편과 노폐물을 축적한다.

●이런 과정이 대다수 주요 질병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다.

●우리 몸은 보통 이런 불균형을 일군의 항산화 효소로 방지한다. 항산화 효소가 음식에 든 항산화 성분보다 훨씬 강력하다.

●식물성 기름으로 범벅이 된 식단은 산화스트레스를 만들고, 필연적으로 만성질환을 불러온다.



3장. 의사가 모르는 대사 문제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가 느려지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소아 비만은 설명이 안된다.

●문제는 염증성 체지방. 이것이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늦춘다.

●체지방에서 세포로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단것을 찾게 되고 몸을 움직이기 싫은 데다 체중이 불어난다.

●인슐린 저항성이 바로 이런 대사 문제다.



4장. 뚱뚱한 몸, 굶주린 뇌


●배고프면 화가 나는 '배꼽 짜증'이 요즘 흔하다. 그런데 이런 배고픔은 정상이 아니다. 대사가 파괴됐다고 알려주는 첫 징후다.

●'배꼽 짜증'이 난다는 건 뇌가 에너지에 굶주려 있다는 뜻이다. 이때 뇌는 우리가 나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뇌 에너지가 낮으면 자기 통제와 인지 기능이 손상된다고 한다. 폭력 행위를 저지르거나, 정신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신진대사로는 충당할 수 없는 뇌 에너지를 공급하려고 간식을 먹는다. 체중이 불어난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의지력이 부족하다고 탓한다. 스스로를 비난한다. 그렇다고 건강하게 먹기 위한 변화는 시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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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먹으면 자기 통제력은 크게 나아진다. 당분은 지루하기만 한 꼼꼼한 과업을 더 열심히 수행하도록 이끄는 의지, 아니 말 그대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당분은 사람들이 압박감 속에서도 더 깊이 생각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듣는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게끔 돕는다. 달콤한 음료는 도발을 마주했을 때 자연스레 싸움으로 맞받아치는 '공격적 개체'를 진정시킬 수 있다. "낯선 사람들이 서로를 덜 공격적으로 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예기다.


또 한편으로, 이런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단것을 그토록 찾는 까닭도 설명한다. 당은 기억력과 인지력을 북돋아서 더 똑똑해진 머리로 시험을 치르게 해준다. 충동을 줄이고 집중력도 오래가게 한다.


여기서 역설은 현대인의 신진대사가 (당분 때문에) 다방면으로 문제가 생겨서 수행 능력을 낮춰버렸기에 당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바우마이스터 박사는 의지력과 자제력을 다이어트 맥락에서 이야기하며 우리가 다소 곤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다. "자기 통제력을 기르려면 당분이 (필요하다는) 아이러니를 전 유념합니다." 당분을 멀리하려면 의지력이 필요한데 의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당분이 필요하다면, 당신은 당분을 피하기 위해 당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하니 분명 문제다.


무언가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이 회피하려는 바로 그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병적 배고픔은 우리 시대의 징벌이다. 그것이 우리와 음식의 관계를 바꾼다. 두뇌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고, 사람들의 학습 능력을 망가뜨릴 것이다. 물론, 배고픔 자체가 근본 원인은 아니다. PUFA가 많은 체지방이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해서 혈당이 떨어지고, 내가 병적이라 지칭하는 일종이 배고픔이 나타난다. 병적 배고픔은 현대적 대사를 규정하는 특징이다.


신진대사 문제가 배고픔에 대한 두려움으로 당신 머릿속을 헤집는다면, 삶을 고민하는 시간의 단 10퍼센트라도 간식 걱정에 빼앗긴다면, 이때 내리는 결정은 대사 상태가 건강할 때와는 썩 다를 테다.


모험이나 새로운 친구를 만날 기회를 거절할 수 있다. 직장에서 승진을 좇지 않을 수 있다. 관계를 놓칠 수 있다. 그렇게 실패한 책임을 모두 다 (대사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돌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대사장애가 지속되는 한 저혈당증은 곁에 머문다. 그 상태가 나날의 경험이 되어, 인생으로 모인다. 아직도 의학계는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진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 몹시 안타깝다.



5장. 콜레스테롤의 진실


●콜레스테롤이 심장발작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마치 의료계의 상식처럼 자리 잡아서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콜레스테롤은 영양소다. 독소가 아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높일 때보다 심장발작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식물성 기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사실은 식물성 기름에 독성이 있다는 암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은 높은 사람보다 더 건강하지 않으며, 사망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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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당히 많은 연구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이 무서운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이것만 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상식이 아닐까 싶다.



6장. 앤설 키스와 미국심장협회의 검은 속내


●미국심장협회는 1948년 식물성 기름 업계로부터 자금을 받고 식물성 기름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이 자금의 상당액이 심장발작과 고-콜레스테롤을 연관 지으려는 한 연구자에게로 건너갔다.

●그는 콜레스테롤 이론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려고 흡연이 심장발작을 일으킨다는 연구 자료를 은폐했다.

●미국심장협회는 현재도 의학지 14종을 발행하며 심장질환의 원인을 계속 엉뚱한 데로 돌리고 있다.



7장. 당신이 병들수록 그들은 부유해진다


●의료 산업은 고-콜레스테롤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서 돈방석에 앉는다. 제약사는 이 문제를 날조해 약을 팔 기회로 삼는다. 진짜 문제는 식물성 기름 때문에 생긴다.

●제약사들은 현재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서 의사가 배우는 내용을 좌지우지한다. 심각한 수준이다.

●의사들은 자신이 많은 환자에게 이득보다는 손해가 되는 약물을 처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

●이렇게 몸에 좋지 않은 약을 굳이 먹지 않아도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을 버리고, 식물성 기름을 멀리하면 된다.



8장. 희망의 이유: 식물성 기름을 끊고 치유되는 과정


●케토 식단이 인기를 끌면서 마침내 영양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음식에 담긴 건강 유익성을 연구할 자금이 확보되고 있다.

●암이 DNA가 아닌 미토콘드리아에서 시작된다는 백 년 전 생각을 되살린 과학자들은 암과의 전쟁에 케톤을 활용한다. 하지만 식물성 기름이 미토콘드리아에 끼치는 손상에 대해선 여전히 무지하다.

●대사정신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선 케토 식단으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최적화한다. 의사들은 최근에야 식물성 기름을 끊으라고 충고하기 시작했다.

●케토 식단 이외의 자연식에 기반한 여타 식단도 당뇨병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식물성 기름을 줄이지 않으면 어떤 식단도 효과가 없다.

●케토 식단의 결점은 약간의 조절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모든 이에게 맞춰 더 효과적인 식단을 만들 수 있다.



9장. 식물성 기름을 손절하는 법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을 어떻게 구분할까.

●건강에 해로운 또 다른 초가공식품 원재료 범주인 단백질 분말과 정제 탄수화물은 어떻게 찾아낼까.

●구매하기 전에 '몹쓸 여덟 가지'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또 나쁜 기름은 그 양을 어느 정도까지 눈감아줘야 할까.

●외식할 때 식물성 기름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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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여덟 가지'는 손절하고 '멋진 열두 가지'와 친하게 지내면 맛도 건강도 모두 지킬 수 있다. 열두 가지 기름을 모두 사용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기호나 취향에 따라 서너 종만 있어도 된다.


미국에선 버터와 올리브유, 땅콩기름을 많이 이용한다.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이런저런 다양한 음식에 다 잘 어울리고 풍미까지 좋다. 동아시아풍 음식을 선호한다면 코코넛오일과 참기름을 추가로 구비해놓으면 좋다. 자신의 기호와 필요에 맞춰 기름을 마련하면 된다.



<멋진 열두 가지>


1. 버터

스테이크와 달걀, 닭 간 같은 음식에 풍미를 더해준다. 팬에서 옅은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녹이면 맛있는 견과류 풍미가 생긴다.


버터는 타기 쉬우므로 조리 중에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팬의 온도를 낮춰야 한다. 그래야 고기와 채소를 멋진 갈색으로 잘 구워낼 수 있다. 진짜 버터에는 유크림이라는 단 한 가지 성분만 들었다. (가염 버터라면 소금도 들었다)


2.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비여과, 비정제 올리브유

이탈리아와 지중해풍 음식, 멕시코 음식에서 올리브유를 빼놓을 수는 없다. 올리브유는 다용도로 쓸 수 있다.


3. 비정제 땅콩기름

정제하지 않은 땅콩기름이 가장 좋다. 인류는 땅콩에서 더 많은 기름을 얻으려고 수천 년간 품종을 개량했고, 그만큼 땅콩기름은 영양가가 높다.


4. 비정제 코코넛오일

풍미가 대단한 코코넛오일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음식을 만들 때 필요하다. 열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서 소량만 써도 큰 도움이 된다. 피부에도 좋아서 보습크림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때도 소량만으로 충분하다.


5. 비정제 아보카도 오일

요리용 기름은 아니지만, 지방산 구성이 좋아 주방에서 쓰기에 적합하다. 비정제 아보카도 오일은 풍미가 강하고 비싸다. (마트의 PB 상품 같은) 자사 브랜드 제품은 피한다.


6. 기(Ghee)

인도 전통의 청징 버터다. 풍미가 뛰어나서 요리에 쓰기 좋다.


7. 참기름

참기름에는 PUFA가 많이 들었다. 참기름도 땅콩기름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수천 년간 개량해서 조리용으로 쓰기에 더 적합한 특성을 갖추게끔 만든 전통기름이다. 게다가 참깨는 이제 많은 요리에 꼭 들어가는 식재료다.


8. 비정제 팜유

팜유(종려유)는 PUFA가 적게 든 전통 기름이다. 흙냄새나 당근을 연상시키는 향이 난다. 수프와 소스를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9. 베이컨 기름

베이컨 기름으로 달걀을 부치거나 스테이크를 구우면 베이컨 향이 난다. 햄버거에 쓰면 딱 좋다.


베이컨 기름은 이 목록의 다른 지방과는 달리 상점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베이컨을 구우면 나오는 기름을 내열 유리병 같은 곳에 따로 모아서 식힌 다음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


10. 우지(탤로)

말 그대로 쇠기름이다. 가열할 때 안정성이 아주 뛰어나다. 발연점도 높다. 그래서 기름이 높은 온도를 견뎌야 하는 다양한 튀김 요리에는 프라이팬 튀김이든 일반 튀김이든 상관없이 다 적합하다.


11. 라드

인도의 기를 만들 때와 비슷한 정제 과정을 거쳐 보존성을 개선한 돼지비계다. 발연점이 높지만 탤로와 코코넛오일, 버터에 비해 열 안정성은 떨어진다. 빵과 파이 반죽을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12. 닭기름

정제 닭기름은 유대인 음식에 많이 쓰인다. (유럽의 유대인들은) 이 기름을 슈말츠라고 부른다.


기타. 비정제 나무 견과류 기름

모든 견과류로 기름을 짤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원료는 나무 견과류인 아몬드, 헤이즐넛, 피칸이다.



<나쁜 지방과 나쁜 기름>


▶몹쓸 여덟 가지

옥수수기름, 카놀라유, 면실유, 대두유, 해바라기씨유, 홍화유, 포도씨유, 미강유(쌀겨기름)


▶부분경화유

'몹쓸 여덟 가지' 기름으로만 부분경화유를 만든다. 사람들의 직관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부분경화유가 완전경화유보다 몸에 더 해롭다.


▶식물성 레시틴

레시틴은 지방이 물과 섞이게 하는 유화제다. 대부분의 제품에는 극소량만 들어가므로 대체품이 없다면 사도 괜찮다. 마요네즈와 샐러드드레싱은 예외다.



<식물성 기름의 친구들>


가공식품의 다른 두 가지 주요 원료도 건강에 무척 좋지 않다. 단백질 분말, 그리고 정제된 밀가루와 당분이다.



<정제 탄수화물, 노화를 앞당기는 깡통 칼로리>


공장에서 정제한 설탕과 하얀 밀가루 같은 것을 말한다. 탄수화물은 원래 용도가 있으므로 식물성 기름처럼 범주 자체를 회피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섭취량이다.


당뇨병(또는 당뇨 전단계) 환자만 아니라면 가끔 소량으로 즐기는 정도는 괜찮다. 먹는 양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탄수화물이 가득 든 음식을 먹고 몇 시간 만에 배고 고프거나 피곤해진다면 그건 지방세포에 더 많은 지방이 붙는 느낌이라고 이해하자.



10장. 치유 식단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소금이 풍부한 음식은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

●육류와 유제품은 수천 년간 전 세계에서 인류의 건강한 식단의 근간이 되어왔다.

●유제품, 동물성 식품, 소금이 건강을 망친다는 주장은 면밀하게 연구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당신의 식단을 이런 음식과 영양소로 채우는 방법

●내 몸을 망가뜨리고 기운을 빼앗는 다른 가공된 정제 성분을 어떻게 피하면 좋을까.

●병적 배고픔을 첫날부터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은?



11장. 2주간의 도전: 식단 짜기와 간소한 식사


●2주간 씨앗 기름을 먹지 않는 방법

●에너지-바, 견과류-바 같은 식사 대용품과 간식, 정크푸드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한 식품으로 빠르게 식사하는 법

●냉장고와 주방 선반에 쟁여놓은 씨앗 기름 식품을 치우는 법

●병적 배고픔을 예방하며 에너지와 집중력을 올리고 싶다면 무얼 먹어야 할까.

●병적 배고픔을 꾸준히 예방하면 대사성 당 중독이 차차 치유되며, 게걸스런 식탐이 건강한 식욕으로 바뀐다.

●진짜 음식에 대한 잘못된 공포를 버려야 가공식품과 병원에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저자는 자신의 환자들을 통해 실험해 본 결과 2주간의 도전만 잘 끝내도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수도 있는데, 설사 아직 변화를 느끼지 못했더라도 낙담하지 말자. 3~4개월간 이런 식생활을 유지하면 환골탈태 수준으로 기분이 나아질 것이다.


기름이 신체에 안기는 부담을 향후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줄여 나간다면 건강이 꾸준히 개선되는 효과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뇌 건강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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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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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식물성 기름'에 대해 처음 다가서게 된 동기부터 시작해 그것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대중들이 스스로 식물성 기름을 건강한 대체 유로 변경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까지 완벽하게 이 책에 담아 두었다.


어쩌면 이것은 의사가 아닌, 한 사람의 입장에서 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저자 역시 어느 날 몸이 좋지 않아 힘든 날들을 보냈다며 그 일을 계기로 식물성 기름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고 앞서 밝혔다)


진짜 우리가 원하는 것, 진짜 음식을 먹고, 그것이 내 몸에 에너지를 채워 주며,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게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 그 욕구 충족을 이 책에서 제대로 채워 준 것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많은 현대인들이 왜 병적 배고픔과 배꼽 짜증에 시달리는지, 또 의지박약과 자제력 상실, 만성질환과 각종 성인병으로 고생하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식물성 기름을 끊기만 해도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이뿐 아니라 많은 것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아주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니 좋은 음식을 좇아 건강을 추구하고, 우리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식물성 기름을 항상 경계하며 다가오지 못하게 하라고 말한다.


또 변화하려는 마음만 먹는다면 분명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굳게 믿고 할 수 있다 생각하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응원 덕분일까? 처음에는 한창 오른 물가에 이것저것 따지며 시작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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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식물원 (아틀리에 컬렉션)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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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과 행복, 삶 전체를 끌어안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완결편!"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와 후속작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을 잇는 완결편이 드디어 나왔다. 사라진 부모님을 찾기 위한 지난한 환생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던 지은은 백만 두 번째 삶에서 마침내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덕분에 땅에 다리를 딛고 '진짜' 삶을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과거에 사두었던 바닷가 근처의 공장부지를 재단장하면서 식물원을 열게 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된다.


본편으로만 구성된 이 책에서는 지은이 죽음과 환생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타고난 소명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항상 자신이 부모님을 사라지게 했다는 자책감에 빠져, 삶의 한쪽 면만을 생각하며 억겁의 시간을 버텨왔는데, 사실은 그 모든 과정이 지금을 위해 겪어야만 했던 초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소명은 물론, 소명을 다할 방법-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까지 얻게 되면서 가장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기억의 조각들까지 퍼즐처럼 맞추어지게 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버려진 폐공장을 재단장하여 식물원으로 꾸미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 주면서 그들이 불행과 행복 모두를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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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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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백만 두 번째 삶에 도달한 지은은 불현듯 자신의 소명을 깨닫게 되면서 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까지 얻게 된다. 여기에 더해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추어 두었던 향기로운 기억의 조각들까지 퍼즐처럼 맞추어지게 된다.


더불어 자신이 여태껏 죽음과 환생을 경험하며 겪어온 모든 일들이 사실은 지금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지금' 그 자체를 즐기기로 마음먹는다.


삶에 존재하는 불행과 행복 두 면을 모두 끌어안고, 진짜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앞선 시리즈에서는 늘 떠날 날을 생각하며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이웃 및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하여 '함께' 살아갈 계획도 세우게 된다.


이번에도 가슴 따뜻해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시험관 시술에 실패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윤지는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마음 식물원 채용공고를 보게 되고, 식물원을 방문하게 되면서 지은과 인연을 맺게 된다.


2. 부모님을 잃고 사촌누나와 살던 상수는 누나와도 결별하여 혼자 지낸다. 나이 50이 되도록 홀로 버거운 삶을 살던 상수는 어느 날 버스 고장으로 메리골드 마을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지은과 인연을 맺게 된다.


3. 텔레마케터로 오래 일한 우연은 지난겨울쯤부터 전화벨만 울리면 심장이 뛰고 속이 울렁거리는 콜포비아 현상을 겪게 된다. 이뿐 아니라 그 시기에 애인과도 헤어지게 되면서 여러모로 속앓이를 하게 된다.


그러다 회사에서도 잘리게 되면서 엄마의 추천으로 메리골드 마을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지은을 만나며 인연을 맺게 된다.



***


이들은 불행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온통 자책과 무기력한 삶을 이어나가던 사람들이었는데, 지은과 식물원을 만나게 되면서 마침내 자신의 그런 마음과 화해를 하게 된다.


자신 안에 가지고 있던 마음의 얼룩을 저마다의 꽃과 식물로 피워내어 드러내고, 그것을 가꾸고 어루만짐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끌어안아 주게 된 것이다.


그렇게 불행은 불행대로, 행복은 그 자체로 누리며 이들 또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다시 한번 메리골드 마을과 이웃들은 마음의 평온을 되찾게 되고, 지은 또한 메리골드 마을의 일원으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결론에 다다를 것 같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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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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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말이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인단다.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싶으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해."

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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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이 말이 모두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문장이다. 더불어 세상이 정말 보고 싶은 대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 마음속으로나마 빌어 본다.


"내가 사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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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시원하게 내리면 근심까지 씻겨내려가는 것 같지 않아요? 내 안에 실패하고 후회스러운 마음들도 비를 맞고 성장하는 것 같고요. 사는 일은 매일 성장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비가 필요해요."

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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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가진 두 가지 의미(근심을 씻어주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양분)와 실패가 가진 양면성을 잘 드러낸 문장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실패' 또한 꼭 필요한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부분 같아 더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다.


보통 행복만 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패에서 얻어지는 경험치와 성장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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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의 식물이 죽으면 잘 보내주고 새 화분을 사야지, 안 그래요?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요. 꽃은 피고 지고 반복하는 법이니까. 사람의 마음도 해가 비추었다가 그늘이 졌다가, 즐거웠다가 슬펐다 하는 것처럼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미리 겁먹지 말고."

180~1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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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내 마음도 좋은 날이 있으며 나쁜 날도 있는 건데, 우리는 너무 나쁜 것에만 초점을 맞춰 무겁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식물이 죽으면 잘 보내주고 새 화분을 들이면 되듯이, 우리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슬픈 일, 나쁜 일들에 미리 겁먹을 필요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그저 순리에 따라 흘러가다 보면 그 모든 것들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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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만 하면 감정이 소화되지 못하고 안에 머물러 얼룩으로 굳어지기도 하니까."

1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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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마음 시리즈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얼룩'이라는 단어가 이번 편에도 쓰였다. 이 얼룩 덕분에 독자와 책에 등장하는 이웃들은 자신 안에 꽁꽁 감춰 둔 슬프고 괴로운 마음들을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또 그것이 희미해지는 과정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미처 모르거나, 혹은 더 악화되기도 하는 이런 감정들을 작가는 이렇듯 얼룩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세탁물, 사진, 꽃과 화분 등 사물로 나타내면서 눈으로 담고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안에 숨겨진 감정들이 어떤 모습으로 꾹꾹 눌려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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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거나 이른 나이는 없어요. 세상의 기준 말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인생을 살아요.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내 인생이잖아요. 누구보다 소중한."

1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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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문장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내 기준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무엇보다 남이 대신 살아 주지 않는 내 인생이기에 더 내 기준에 살아야 한다는 말에 나 역시 동감한다. 누구나 한 번뿐인 인생이다. 부디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과 말로 인해 내 인생을 허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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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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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내용과 문장으로 만났던 '메리골드' 시리즈가 끝나버렸다. 각 시리즈마다 온기를 전하는 이야기들 덕분에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단순한 힐링 이야기가 아니라, 환상적인 시각 효과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판타지 장르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즐거움도 있었는데, 이제 그런 즐거움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세계관과 이야기로 찾아올 거라 믿기에 조용히 안녕을 고해 본다.


살다가 문득 나만 외롭고 힘든 것 같을 때, 메리골드 시리즈를 펼쳐들고 그 마을에 잠시 빠져들어 보자. 그곳에는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지은'과 당신을 온몸으로 품어 줄 이웃들이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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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허가윤 지음 / 부크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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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허가윤을 벗어던지고 진짜 삶을 살아가고 있는 Gaga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



처음에는 미처 포미닛의 '허가윤'이라는 생각은 못 하고, 나다운 인생을 살게 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다.


이게 바로 내가 에세이를 자주 읽는 이유이기도 한데, 미처 몰랐던 속 깊은 이야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잘 담겨있어 읽는 내내 푹 빠져들어 끝까지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총 3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마치 허가윤의 인생 3막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짜임새 있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포미닛 활동을 접고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 그리고 갑작스러운 오빠의 사망 소식과 더불어 은둔하며 지냈던 시절에 대한 솔직한 고백, 여기에 더해 우연히 '발리'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완전히 거주지를 옮겨 그곳에서 서핑을 하며 지내는 현재의 모습까지.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아주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게 되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현재에 집중한다는 말은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한참 아이돌 활동을 할 때는 멤버 개개인별로 챙겨보지 않아 눈여겨볼 일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오히려 허가윤, 아니 이제는 Gaga를 더 주의 깊게 지켜보게 된 것 같다.


저자가 쓴 글뿐만 아니라, 책에 첨부된 사진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편안해졌는지를 뚜렷이 느낄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확실히 '남'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삶의 가치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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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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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맞서 싸우는 것보다 잠시 물러나 숨을 고르는 것이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나만의 피난처에서 잠시 머물다 보면 내 고민이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님을, 내가 그리 불행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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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포기하지 마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물러날 줄도 알고,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생을 풀어가는 것이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처럼 잠시 물러나 숨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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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일을 계기로 나는 한 가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미루지 말자.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별거 아닌 것들까지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바로 하자. 완벽한 타이밍과 적당한 시기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그때의 내 시간과 건강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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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같은 큰일을 아주 가까이에서 겪어 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알게 되는 사실이 있는데, 바로 삶은 기다려 주지 않으며,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미루지 않기'다.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귀찮아서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던 일들이 어떤 일로 인해 두 번 다시 기회조차 가지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들은 '지금'에 더 충실하게 된다.


아마 저자도 갑작스레 겪은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이것을 확실히 깨달은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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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며 관심을 가져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헤쳐 나가는 그 과정에서 나조차도 미처 몰랐던 내 안의 담대함과 용기를 마주하게 된다.


처음 한 번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첫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은 참 어렵지만, 일단 시작만 해낸다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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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해탈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동시에 핵심에 근접한 깨달음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장이다. 특히 '빨리빨리'와 정신없이 흘러가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일수록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은 무엇보다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 일이 과거보다 쉬워졌지만, 여전히 혼밥, 혼여행 등 혼자의 시간을 못 견뎌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위 문장처럼 일단 시작만 해 보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니 첫 시간을 용기 있게 도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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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모든 생각과 계획은 나이가 아니라 '나의 행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생각하면, 나이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다.


만약 내가 '나는 나이가 많으니까 안 돼.'라고 생각했다면 발리에서 살아 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서핑이라는 스포츠에 도전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지금도 예전과 다를 것 하나 없이 복잡한 고민과 생각의 늪에 빠져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을지 모른다.

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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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나이'를 앞세우는 것인데, 그 포인트를 아주 잘 잡아낸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매 단계마다 나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과정들 때문에 오히려 위축되거나 도전할 의지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실제로 중요한 것은 나이보다 나의 마음가짐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행복' 중심으로 살아가려 노력해 보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행복은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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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내가 인도네시아어 중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Santai(한가로운, 긴장이 풀리고 평온한)'다. 서핑을 하면서 처음 듣고 배운 단어이자,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듣는 말, 그리고 이제는 서핑할 때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답답하거나 당황스러운 순간을 마주할 때도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외우는 단어가 되었다.


"Santai 해. Santai 하자."


이 말을 되새기다 보면, 신기하게도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애착 물건을 가지고 있듯, 나에게는 이 말이 애착 단어가 된 것만 같다.


앞으로도 수많은 파도를 마주하겠지만, 패닉에 빠져도 괜찮다. 그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면 되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어떤 파도라도 자신 있게 올라타 즐길 수 있을 테니까.

188~1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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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수록 돌아가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인도네시아어의 'Santai'라는 말은 그런 의미와도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복잡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잠시 심호흡을 하며 릴랙스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저자처럼 나만의 애착 단어를 지정해 그때마다 속으로 되뇌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매 순간 수많은 파도를 마주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런 태도로 삶을 대한다면 두려움보다 성장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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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것 같다. 나 역시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했듯이. 그리고 어쩌면 나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먼저 느끼고 알아차리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라는 것은 스스로 깨닫고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먼저 느껴지고 보이는 오라 같은 것이 아닐까.

2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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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마음의 여유'를 갖겠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것을 얻기는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멀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현재에 집중하며 살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바로 '마음의 여유' 아닐까 싶다.


일상이 익숙해지고,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주변에서부터 먼저 알아채고 느끼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음의 여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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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갑작스럽게 발리에 와서 살게 된 지금도 매일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의 인생에는 당연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변화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 어디서든 찾아올 수 있고, 때로는 당장 내일 나 자신이 그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발리에 오기 전의 나처럼 말이다.

247~2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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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우리는 '당연'하다는 말을 쉽고 또 자주 사용하는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언제든 무엇이든 변할 수 있고 그렇기에 현재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무언가 달라졌을 때 자꾸만 떼를 쓰고 응석을 부린다. 당신의 오늘이 내일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오늘',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자. 후회나 자책이 남지 않도록, 내일의 내 삶이 변화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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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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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책 속 발리의 모습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파란색 물감으로 칠해진 것 같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해가 질 때면 붉게 물드는 노을까지. 여기에 더해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서핑을 즐기는 저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소박하지만 입맛을 돋우는 건강한 한 끼 식사와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수다를 떨다 홀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들은 내가 꿈꾸는 일상과도 맞닿아 있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낯선 곳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찾게 된 저자의 '나다움'과 '행복'을 지켜보며 우리는 어쩌면 두려움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됐다.


때로는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환경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도모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걸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남이 아는 나,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저자도 그러했듯, 내 안에는 무수히 많은 내가 존재한다.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때론 완전히 낯선 곳에 나를 놓아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꼭 물리적인 거리나 낯섦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므로, 내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면 어떨까 한다. 그동안 참여해 보지 않은 모임에 나가 본다거나, 내가 머무는 공간에 변화를 준다거나 일상에 작은 무언가를 추가하거나 빼는 형태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저자처럼 나만의 '행복'과 '나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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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꽃 피는 날
Sally Kim 지음 / 좋은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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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사소한 순간을 들여다보며 온기를 전하는 시집!"



에세이 같은 이 시집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예쁜 말, 고운 말 한데 모아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 든달까?


세상 속에서 온갖 검둥칠을 묻히고 방황하는 이에게 건네는 도움의 손길처럼 느껴져 잠시 위안과 위로를 받는 느낌마저 든다.


만약 지치고 불안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면, 이 시집에 담겨 있는 몇몇 시구절들을 통해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 마음의 크기와 근육을 키우는 방법, 그리고 꽉 막힌 감정들을 어루만지고 놓아주는 방법 등을 학습하고 단련해 보면 어떨까?


이 시집에는 삶의 매 순간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격려와 응원, 위로의 시구절로 가득하다.


이를 통해 때론 내 마음을 다독이고, 또 어떨 땐 놓아주면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가 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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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시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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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순간의 나에게도

수고했다고 하고

힘든 시간을 지난 나에게도

수고한다고 하자


삶의 결과는 선택할 수 없어도

삶의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내일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오늘을 잘 사는 것이 최선이다


선택한 삶의 태도로

오늘을 살아 내는 것이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선택한 삶의 태도로

꾸준히 일상을 살아 내는 것이다

10~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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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태도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대체로 우리는 빛나는 순간에 대해서만 '수고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힘든 시간을 지난 나 역시도 '수고한'것은 매한가지다.


결과에 집착해 오늘을 살기보다, 과정을 겪어 온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면 더 나은 '오늘'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 누가 봐주지 않아도, 알아봐 주지 않아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해 '수고했다', '고생했다' 말해 주는 하루를 살아보면 좋겠다.



-----

다른 사람 생각에 끌려다니지도 말고

내 생각으로 끌고 오려고도 마라

그냥 생각만큼 말하고 생각만큼 살아라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 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라

그냥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며 살아라


남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나에게 인정받는 것이 더 좋다

그냥 아는 만큼 지키고 떳떳하게 살아라

(...)

사람은 생각만큼 산다

그리고 마음만큼 산다


계절마다 옷을 사고 가방을 바꿔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 속에 있어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관심을 바꿔야

생각도 바뀌고 마음도 자란다


생각이 바뀌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고


마음이 자라면

안 보이던 행복도 보인다

18,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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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정말 이 말이 딱 맞는듯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끌려다니기 시작하면 후에 '나'는 없어진다.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인데, 타인에게 너무 의지하려 하거나, 인정받으려 하면 내 삶의 중심을 잃게 된다.


그러니 내가 아는 만큼 지키며 살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만족하며 사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자. 더불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스스로 바뀌고자 한다면 관심을 바꿔 생각과 마음이 변하고 자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

사람을 좋아하는 건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의 거리가 있다

조금 다른 생각은 이해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이해의 범위를 넘는 차이는

노력으로 좁혀지는 거리가 아니다

마음을 맞추려 애쓰지 마라

마음의 거리를 좁히려 애쓰지 마라

사람 마음은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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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있어 핵심을 찌르는 시구절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따르는 것을 두고 어떤 이들은 노력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경험하며 살아보니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력하지 않아도 맞춰지는 관계는 분명 존재하고, 어느 정도 이해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면 적당한 범주 안에서 잘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선을 넘은 행동이나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과는 노력으로 절대 거리를 좁힐 수 없다.


그러니 타인과 너무 마음을 맞추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한쪽이 일방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절대 아니다.



-----

관심 속에 무관심이 고맙고

무관심 속에 관심이 고맙다


관심이 흔하면 간섭이 된다

무관심이 흔하면 외로움이 된다


관심이

간섭까지 가지 않아야 하고

무관심이

외로움까지 가지 않아야 한다


관심도 적당해야 하고

무관심도 적당해야 한다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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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만큼 '적당함'을 적절히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또 있을까 싶다. '관심'과 '무관심'은 조금만 선을 넘어도 간섭 혹은 외로움으로 바로 직결된다.


그러니 타인에게 '관심'과 '무관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적당한 눈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너무 다가가지 않게, 또 너무 멀어지지 않게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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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요동치는 감정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로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럴 때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타인 역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가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는 통찰들을 삶에 적용시켜 보자. 지친 내 마음을 어루만지며 버릴 것과 얻을 것들을 구분해 보자.


그렇게 감정과 생각들을 분류해서 나를 제대로 파악하게 되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이 완전히 자리 잡게 되면, 거친 파도는 물러가고 잔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마음에도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품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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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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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야 했던 이들과 남아야 했던 이들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종교, 이념, 영토, 자원, 핵 등 다양한 이유로 무력 충돌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정말 많다. 이란과 이스라엘도 그중 하나인데,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이 픽션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이 현실적, 심리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들을 매우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어 깊은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었던 소설이기도 했다.


30년의 긴 세월 동안 이들은 각기 치열하게 살아왔고, 서로의 사정을 잘 몰랐으며, 그저 부러움과 질투, 그리움과 같은 자신의 감정에만 깊게 빠져 서로를 오해하고 불신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마침내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저마다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이야기들을 폭발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통해 '진짜'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이슬람 혁명을 겪으며 해체된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로, 30년 만에 만난 이들이 제3국에서 서로의 솔직한 감정과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마침내 가족에 대한 사랑을 되찾고 화해를 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절대 서로를 용서하거나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감정들이 대화를 이어나가며 점차 와해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단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점은 꽤 놀랍게 다가온다.


아니, 어쩌면 이 점이야말로 가족의 특성을 잘 살린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족이기에 가능했던 용서와 화해, 아마 남이었으면 이렇게 단 하루 만에 서로를 마음으로 품어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인생적이었던 부분은, 오랜 시간 쌓인, 각기 다른 오해와 불만들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준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올바른 생각과 방향을 서로에게 제시해 줌으로써 단절이나 혐오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아홉째 날은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날이 된다. 비록 몰랐던 사실을 한꺼번에 듣게 되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기는 했지만, 덕분에 묵혀온 감정을 말끔히 해소하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 폭풍 같았던 하루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최고의 날이기도 한 날로 기록된다. 덕분에 이들은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안녕을 고하게 되고, 그렇게 기약 없는 만남을 약속하며 서로의 자리로 되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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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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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도)


■도키

-20대 중반

-소설 속 화자

-엄마와 아빠(막내아들 하비브)이 죽고 할머니와 이란에서 살고 있음

-어릴 적 기억이 없으며 부모님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함

-악몽을 꾸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천식을 가지고 있음


■모하마드 삼촌

-첫째 아들

-50대

-의사

-미국 거주

-미국인 아내(캐롤라인)와 사별

-아들 마이클과 손자 닉


■마흐나즈 고모

-첫째 딸

-50대

-프랑스 거주

-첫 번째 남편(삿타리 장군)이 처형당하고 두 번째 남편(샤파키 씨)과 살고 있음

-첫 번째  남편 삿타리 장군과 사이에서 남매를 두고 있고, 두 번째 남편 샤파키의 아이 둘을 키우고 있음


■모흐센 삼촌

-둘째 아들

-40대 후반

-부모님을 돌보며 이란에서 거주 중

-늘 형을 부러워하고 있음


■아프사네 숙모

-모흐센의 아내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며 외국 생활을 동경


■마리암 고모

-둘째 딸

-30대

-이란 거주

-형제들이 외국으로 떠난 후 종교에서 위안을 찾음

-현실에 만족하며 더 이상 불행이 없기만을 소원


■메흐디 삼촌

-셋째 아들

-30대

-스웨덴 거주

-탈영 후 스웨덴에서 난민으로 살며 외로운 삶을 살고 있음

-아내(포루잔)와 헤어짐


■할머니

-이란 거주

-80대 초반

-문학을 가르쳤던 교사

-할아버지는 병으로 사망

-자식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기 위해 제3지역에서 모임을 주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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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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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재회하지 못한 가족이 30년 만에 제3국가에서 만남을 가지게 된다. 이는 할머니의 뜻에 따른 것으로, 오랫동안 서로를 보지 못하고 살면서 멀어진 관계를 다시 잇기 위함이었다.


참여한 가족은 총 22명으로, 여섯 형제 중 사망한 막내아들을 제외한 다섯 형제 가족들이 낯선 바닷가 도시에 열흘간 머무르게 된다.


처음 며칠은 오랜만에 본 반가움과 그리움으로 인해 무난하게 보내게 된다. 그러다 넷째 날이 되면서 서로 할 말이 다 떨어지게 되고, 마침내는 서로의 마음속에 쌓여 있던 울분과 불만들이 터져 나오며 급기야 말다툼을 하기에 이른다.


떠난 이들은 떠난 이들대로, 남은 이들은 남은 이들대로 웅크리고 있던 서운함과 질투 같은 감정들이 폭발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른 만큼 이념과 가치관, 정치적 생각들이 격렬하게 부딪히면서 얼굴을 붉히는 모습까지 보이게 된다.


7일 차가 되자 이제 이들은 처음의 반가운 마음은 사라지고, 서로에게 질려 집으로 돌아갈 순간만을 기다리게 된다. 더 이상 가족처럼 여겨지지도 않는다.


혼란과 혼돈 속에서 감정은 극에 달하게 되고, 중간에서 할머니와 화자인 도키는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 9일 차가 되자 이들은 할머니의 뜻에 따라 서로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 보이기로 한다.


다시없을 이번 기회를 활용해 자신들이 겪어온 속 이야기를 털어놓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덕분에 30년간 서로 알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들을 마침내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서로 몰랐던 사정과 마음에 품고 있던 오해와 원망을 바로잡게 되면서 이해와 화해에 이르게 된다.


덕분에 먼 타국에서 오랜 시간 외롭게 살았던 이들은 유대감을, 이란에서 나라와 가족을 지키며 살았던 이들은 거리감을 좁히게 된다.


그렇게 이들은 최고의 선택과 최선의 결론에 다다른 후 다시 기약 없는 안녕을 고하게 된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우리 문제가 뭔지 알아? 친척이 너무 많은데도 여전히 외롭다는 거야."

(...)

"이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친척들을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

"나는 그 사람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뭐. 그들을 보건 안 보건 무슨 차이가 있어?"

29~30페이지 中

-----


부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루스는 어떤 일이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30년 만에 만난다는 친척들과의 만남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게 느껴진다.


부모님을 비롯해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고 느끼는 그의 입장에서, 이런 만남은 그저 의미 없는 행위로 다가오는 것이다.


시루스와 도키의 위 대화를 읽으며 현실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사람이 주변에 아무리 많아도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충족되지 않는 사회에서 그들은 외롭고 고독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시루스는 고립과 고독 속에서 홀로 병들어 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우리는 이 기억을 가지고 2, 30년 전에 이란을 떠났어. 그래서 고국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이 기억을 떠올리는 거야. 새롭게 덧붙여지는 게 없어. 이 기억을 워낙 자주 떠올리다 보니 우리 마음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거고. 그런데 너희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매일매일의 사건들이 몇 주, 몇 달, 몇 년에 걸쳐서 너희에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지. 그 새로운 기억들이 오래된 기억을 덮어버리는 거야. 그게 다른 점이야."

60페이지 中

-----


이들의 아홉째 날에서 가장 맹활약한 사람은 바로 장남인 모하마드 삼촌으로, 떠난 이들과 남은 이들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그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해준다. 덕분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

"다만 애들이 말을 좀 이상하게 하는 것 같아서."

(...)

"예를 들면, 애들이 자꾸 '병신', '빌어먹을', '죽여주네', '열나게 짜증 나' 같은 표현을 쓰더라고."

(...)

모흐센 삼촌이 말했다. "언어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시간에 따라 변하고 발전하는 거야. 어떤 단어는 추가되고 또 어떤 단어는 사라지기도 하고. 언어는 시대마다 특이한 형태를 띠지. 그래서 어떤 텍스트가 언제 쓰였는지 추정할 때 전문가들이 이 방법을 쓰는 거야. 누나가 떠난 지 거의 30년이 됐잖아. 이 시간 동안 우리말은 당연히 변했는데 누나가 알고 있는 우리말은 과거에 멈춰 선 거야."

77~78페이지 中

-----


이란을 떠나 오랜 타국 생활을 한 마흐나즈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들이 쓰는 말에 불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조카들을 바라보는 이미지 역시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 감정을 그녀는 살짝 내비치게 되는데, 이때 모흐센은 언어 역시 세월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는 점과 마흐나즈의 기억이 과거 30년 전에 멈춰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거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면서 그녀는 오해를 풀게 된다.


이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도 오해와 불신은 생겨날 수 있다. 그런데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마주하지 못했던 이들은 오죽했을까?


이 대화 내용은 오해가 어떻게 생성되어 단절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시가 아닌가 싶다.



-----

"우리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같은 틀에 맞춰지지도 않아. 그래도 여전히 서로의 신념과 생각을 존중할 수는 있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잖아. 서로의 입장이 되어 공감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 그리고 때때로 서로의 손을 잡고 도울 수도 있고. 그건 가능한 것 같지 않니?"

1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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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관계가 아예 틀어진 자식들을 바라보던 할머니는 참다못해 이들 사이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이 이 만남을 만들게 된 사유와 이유를 설명하기에 이른다.


더불어 서로 다른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공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 부탁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자신의 상황을 고려한 할머니의 애정이자 유언과도 같은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의 피붙이들이 둘로 나뉘어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긴 세월 지켜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을 할머니는 그렇게 아홉째 날 이들이 벌인 대화의 첫 물꼬를 트게 된다.



-----

"모든 것은 각자의 성숙함과 관점에 달려 있어.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콤플렉스와 결핍의 희생양이 되지 않아. 현명한 사람은 이전에 자신에게 행해진 일을 반복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거지."

(...)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모든 성인의 책임이야. 자기 자신을 불쌍해하며 주저앉아서 모든 것을 책임질 범인을 찾으려고 애쓰는 건 무의미한 일이야.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해. 집에서 나와. 네 머릿속 세상에서 빠져나오라고. 세상은 크고, 너는 스스로 배워야 해."

(...)

"결정을 내리고 나가서 이것저것 해봐.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배우게 될 거야. 기쁨과 행복이 부족해서 너한테 문제가 생겨났다고 생각한다면, 또 그것이 부모님 탓이라고 생각한다면, 집안의 젊은이로서 그걸 바로잡으려고 노력해 봐."

(...)

"너는 성인기의 가장 큰 단계를 하나 놓쳤어. 일자리를 찾아서 돈 버는 기회를 놓친 거지. 왜 그랬을까? 보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런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 한 푼도 벌지 못하더라도 경험 자체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

(...)

"네 안에서 동기를 찾아야 해. 그것은 부정성과 비관주의로 덮여서 내면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거야. 찾아봐.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거야.

(...)

그것은 항상 너와 함께할 테고. 그것의 결핍으로 인해 고통받는 일은 없게 될 거야. 사물을 올바르게 보는 법만 배우면 온갖 곳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어. 그리고 네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 어디에서도 행복할 수 없어."

242~2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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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조카를 위해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 모하마드 삼촌의 대화 내용 중 일부다. 이 내용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으로, 꾹꾹 눌러쓰는 마음으로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문장이다.


부모 탓, 남 탓, 사회 탓하면서 콤플렉스와 결핍에 희생양이 되기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의지와 노력으로 경험을 쌓아가는 노력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스스로 내린 결정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 안에서 동기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분명 사물을 올바르게 보는 법을 통해 나만의 행복과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알을 깨고 나와야 내 안에 숨어 있는 진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

마무리

=====


스토리만 놓고 보면 심플한 내용이다. 30년간 왕래가 없던 가족이 다시 만나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주옥같은 문장과 표현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떠난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깊은 내면에 자리한 감정과 상황들이 섬세하게 잘 표현되어 있고,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 또한 살짝 억지스럽지만(단 하루 만에 30년의 세월을 다 풀어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매우 명확하고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다.


앞서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들은 각기 다른 분노와 상실감, 외로움, 질투 등과 같은 감정들을 꽤 오랜 기간 마음에 품고 살았다.


하지만 타인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만큼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또 그들이 가진 고통과 슬픔을 공감하며 껴안아 준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만큼은 정치적 신념이나 개인적 견해에서 벗어나 올바른 사상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지속, 반복되는데 (10명이 하루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음),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함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이들에게 정치적 이념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어쩌다가 이렇듯 작은 불씨가 큰 오해로 번져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등등.


여기에 더해 세대교체가 이루어질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확신과 함께 우리는 왜 이들처럼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나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됐다.


처음은 어쩌면 조카들의 말투를 오해했던 마흐나즈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일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에 세월이 덧입혀지고,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오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 가족과는 다르게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채 오해와 불신만을 안고 등을 지고 끝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 결과가 현대사회에서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일 테고 말이다.


우리는 떠난 쪽이든, 남은 쪽이든 한쪽의 입장에서 오롯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 불화와 불통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란은 전쟁을 겪은 나라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 역시 전쟁을 겪고 있는 입장이다. 단순히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이 책을 바라보기 보다, 사회, 나라, 세계로 넓혀 이 책에서 말하는 본질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 언젠가 이들의 열째 날처럼,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안녕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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