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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식물원 (아틀리에 컬렉션) ㅣ 메리골드 시리즈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6월
평점 :
"불행과 행복, 삶 전체를 끌어안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완결편!"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와 후속작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을 잇는 완결편이 드디어 나왔다. 사라진 부모님을 찾기 위한 지난한 환생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던 지은은 백만 두 번째 삶에서 마침내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덕분에 땅에 다리를 딛고 '진짜' 삶을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 과거에 사두었던 바닷가 근처의 공장부지를 재단장하면서 식물원을 열게 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된다.
본편으로만 구성된 이 책에서는 지은이 죽음과 환생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타고난 소명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항상 자신이 부모님을 사라지게 했다는 자책감에 빠져, 삶의 한쪽 면만을 생각하며 억겁의 시간을 버텨왔는데, 사실은 그 모든 과정이 지금을 위해 겪어야만 했던 초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소명은 물론, 소명을 다할 방법-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까지 얻게 되면서 가장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기억의 조각들까지 퍼즐처럼 맞추어지게 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버려진 폐공장을 재단장하여 식물원으로 꾸미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해 주면서 그들이 불행과 행복 모두를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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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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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백만 두 번째 삶에 도달한 지은은 불현듯 자신의 소명을 깨닫게 되면서 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까지 얻게 된다. 여기에 더해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추어 두었던 향기로운 기억의 조각들까지 퍼즐처럼 맞추어지게 된다.
더불어 자신이 여태껏 죽음과 환생을 경험하며 겪어온 모든 일들이 사실은 지금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지금' 그 자체를 즐기기로 마음먹는다.
삶에 존재하는 불행과 행복 두 면을 모두 끌어안고, 진짜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앞선 시리즈에서는 늘 떠날 날을 생각하며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이웃 및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하여 '함께' 살아갈 계획도 세우게 된다.
이번에도 가슴 따뜻해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시험관 시술에 실패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윤지는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마음 식물원 채용공고를 보게 되고, 식물원을 방문하게 되면서 지은과 인연을 맺게 된다.
2. 부모님을 잃고 사촌누나와 살던 상수는 누나와도 결별하여 혼자 지낸다. 나이 50이 되도록 홀로 버거운 삶을 살던 상수는 어느 날 버스 고장으로 메리골드 마을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지은과 인연을 맺게 된다.
3. 텔레마케터로 오래 일한 우연은 지난겨울쯤부터 전화벨만 울리면 심장이 뛰고 속이 울렁거리는 콜포비아 현상을 겪게 된다. 이뿐 아니라 그 시기에 애인과도 헤어지게 되면서 여러모로 속앓이를 하게 된다.
그러다 회사에서도 잘리게 되면서 엄마의 추천으로 메리골드 마을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지은을 만나며 인연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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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불행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온통 자책과 무기력한 삶을 이어나가던 사람들이었는데, 지은과 식물원을 만나게 되면서 마침내 자신의 그런 마음과 화해를 하게 된다.
자신 안에 가지고 있던 마음의 얼룩을 저마다의 꽃과 식물로 피워내어 드러내고, 그것을 가꾸고 어루만짐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끌어안아 주게 된 것이다.
그렇게 불행은 불행대로, 행복은 그 자체로 누리며 이들 또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다시 한번 메리골드 마을과 이웃들은 마음의 평온을 되찾게 되고, 지은 또한 메리골드 마을의 일원으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결론에 다다를 것 같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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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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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말이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인단다.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싶으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해."
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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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이 말이 모두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문장이다. 더불어 세상이 정말 보고 싶은 대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 마음속으로나마 빌어 본다.
"내가 사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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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시원하게 내리면 근심까지 씻겨내려가는 것 같지 않아요? 내 안에 실패하고 후회스러운 마음들도 비를 맞고 성장하는 것 같고요. 사는 일은 매일 성장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비가 필요해요."
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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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가진 두 가지 의미(근심을 씻어주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양분)와 실패가 가진 양면성을 잘 드러낸 문장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실패' 또한 꼭 필요한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부분 같아 더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다.
보통 행복만 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패에서 얻어지는 경험치와 성장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이 문장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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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의 식물이 죽으면 잘 보내주고 새 화분을 사야지, 안 그래요?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요. 꽃은 피고 지고 반복하는 법이니까. 사람의 마음도 해가 비추었다가 그늘이 졌다가, 즐거웠다가 슬펐다 하는 것처럼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미리 겁먹지 말고."
180~1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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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내 마음도 좋은 날이 있으며 나쁜 날도 있는 건데, 우리는 너무 나쁜 것에만 초점을 맞춰 무겁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식물이 죽으면 잘 보내주고 새 화분을 들이면 되듯이, 우리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슬픈 일, 나쁜 일들에 미리 겁먹을 필요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그저 순리에 따라 흘러가다 보면 그 모든 것들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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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만 하면 감정이 소화되지 못하고 안에 머물러 얼룩으로 굳어지기도 하니까."
1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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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마음 시리즈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얼룩'이라는 단어가 이번 편에도 쓰였다. 이 얼룩 덕분에 독자와 책에 등장하는 이웃들은 자신 안에 꽁꽁 감춰 둔 슬프고 괴로운 마음들을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또 그것이 희미해지는 과정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미처 모르거나, 혹은 더 악화되기도 하는 이런 감정들을 작가는 이렇듯 얼룩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세탁물, 사진, 꽃과 화분 등 사물로 나타내면서 눈으로 담고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안에 숨겨진 감정들이 어떤 모습으로 꾹꾹 눌려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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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거나 이른 나이는 없어요. 세상의 기준 말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인생을 살아요.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내 인생이잖아요. 누구보다 소중한."
1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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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문장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내 기준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무엇보다 남이 대신 살아 주지 않는 내 인생이기에 더 내 기준에 살아야 한다는 말에 나 역시 동감한다. 누구나 한 번뿐인 인생이다. 부디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과 말로 인해 내 인생을 허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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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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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내용과 문장으로 만났던 '메리골드' 시리즈가 끝나버렸다. 각 시리즈마다 온기를 전하는 이야기들 덕분에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단순한 힐링 이야기가 아니라, 환상적인 시각 효과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판타지 장르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즐거움도 있었는데, 이제 그런 즐거움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른 세계관과 이야기로 찾아올 거라 믿기에 조용히 안녕을 고해 본다.
살다가 문득 나만 외롭고 힘든 것 같을 때, 메리골드 시리즈를 펼쳐들고 그 마을에 잠시 빠져들어 보자. 그곳에는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지은'과 당신을 온몸으로 품어 줄 이웃들이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