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허가윤 지음 / 부크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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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허가윤을 벗어던지고 진짜 삶을 살아가고 있는 Gaga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



처음에는 미처 포미닛의 '허가윤'이라는 생각은 못 하고, 나다운 인생을 살게 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다.


이게 바로 내가 에세이를 자주 읽는 이유이기도 한데, 미처 몰랐던 속 깊은 이야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잘 담겨있어 읽는 내내 푹 빠져들어 끝까지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총 3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마치 허가윤의 인생 3막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짜임새 있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포미닛 활동을 접고 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 그리고 갑작스러운 오빠의 사망 소식과 더불어 은둔하며 지냈던 시절에 대한 솔직한 고백, 여기에 더해 우연히 '발리'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완전히 거주지를 옮겨 그곳에서 서핑을 하며 지내는 현재의 모습까지.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아주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게 되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후회 없는 삶을 위해 현재에 집중한다는 말은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한참 아이돌 활동을 할 때는 멤버 개개인별로 챙겨보지 않아 눈여겨볼 일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오히려 허가윤, 아니 이제는 Gaga를 더 주의 깊게 지켜보게 된 것 같다.


저자가 쓴 글뿐만 아니라, 책에 첨부된 사진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편안해졌는지를 뚜렷이 느낄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확실히 '남'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삶의 가치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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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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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맞서 싸우는 것보다 잠시 물러나 숨을 고르는 것이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나만의 피난처에서 잠시 머물다 보면 내 고민이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님을, 내가 그리 불행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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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포기하지 마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물러날 줄도 알고,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그리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생을 풀어가는 것이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처럼 잠시 물러나 숨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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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일을 계기로 나는 한 가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미루지 말자.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별거 아닌 것들까지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바로 하자. 완벽한 타이밍과 적당한 시기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그때의 내 시간과 건강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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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같은 큰일을 아주 가까이에서 겪어 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알게 되는 사실이 있는데, 바로 삶은 기다려 주지 않으며,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바꾸기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미루지 않기'다.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귀찮아서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던 일들이 어떤 일로 인해 두 번 다시 기회조차 가지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들은 '지금'에 더 충실하게 된다.


아마 저자도 갑작스레 겪은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이것을 확실히 깨달은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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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며 관심을 가져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헤쳐 나가는 그 과정에서 나조차도 미처 몰랐던 내 안의 담대함과 용기를 마주하게 된다.


처음 한 번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첫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은 참 어렵지만, 일단 시작만 해낸다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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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해탈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동시에 핵심에 근접한 깨달음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장이다. 특히 '빨리빨리'와 정신없이 흘러가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일수록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은 무엇보다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 일이 과거보다 쉬워졌지만, 여전히 혼밥, 혼여행 등 혼자의 시간을 못 견뎌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위 문장처럼 일단 시작만 해 보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니 첫 시간을 용기 있게 도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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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모든 생각과 계획은 나이가 아니라 '나의 행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생각하면, 나이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다.


만약 내가 '나는 나이가 많으니까 안 돼.'라고 생각했다면 발리에서 살아 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서핑이라는 스포츠에 도전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지금도 예전과 다를 것 하나 없이 복잡한 고민과 생각의 늪에 빠져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을지 모른다.

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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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나이'를 앞세우는 것인데, 그 포인트를 아주 잘 잡아낸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매 단계마다 나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과정들 때문에 오히려 위축되거나 도전할 의지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실제로 중요한 것은 나이보다 나의 마음가짐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행복' 중심으로 살아가려 노력해 보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행복은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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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내가 인도네시아어 중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Santai(한가로운, 긴장이 풀리고 평온한)'다. 서핑을 하면서 처음 듣고 배운 단어이자,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듣는 말, 그리고 이제는 서핑할 때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답답하거나 당황스러운 순간을 마주할 때도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외우는 단어가 되었다.


"Santai 해. Santai 하자."


이 말을 되새기다 보면, 신기하게도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애착 물건을 가지고 있듯, 나에게는 이 말이 애착 단어가 된 것만 같다.


앞으로도 수많은 파도를 마주하겠지만, 패닉에 빠져도 괜찮다. 그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면 되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어떤 파도라도 자신 있게 올라타 즐길 수 있을 테니까.

188~1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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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수록 돌아가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인도네시아어의 'Santai'라는 말은 그런 의미와도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복잡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잠시 심호흡을 하며 릴랙스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저자처럼 나만의 애착 단어를 지정해 그때마다 속으로 되뇌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매 순간 수많은 파도를 마주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런 태도로 삶을 대한다면 두려움보다 성장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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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것 같다. 나 역시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했듯이. 그리고 어쩌면 나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먼저 느끼고 알아차리는 것 같다. 마음의 여유라는 것은 스스로 깨닫고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먼저 느껴지고 보이는 오라 같은 것이 아닐까.

2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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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마음의 여유'를 갖겠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것을 얻기는 쉽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멀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현재에 집중하며 살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바로 '마음의 여유' 아닐까 싶다.


일상이 익숙해지고,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주변에서부터 먼저 알아채고 느끼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음의 여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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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갑작스럽게 발리에 와서 살게 된 지금도 매일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의 인생에는 당연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변화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 어디서든 찾아올 수 있고, 때로는 당장 내일 나 자신이 그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발리에 오기 전의 나처럼 말이다.

247~2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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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우리는 '당연'하다는 말을 쉽고 또 자주 사용하는데,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언제든 무엇이든 변할 수 있고 그렇기에 현재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무언가 달라졌을 때 자꾸만 떼를 쓰고 응석을 부린다. 당신의 오늘이 내일도 이어진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오늘',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자. 후회나 자책이 남지 않도록, 내일의 내 삶이 변화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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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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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책 속 발리의 모습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파란색 물감으로 칠해진 것 같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해가 질 때면 붉게 물드는 노을까지. 여기에 더해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서핑을 즐기는 저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소박하지만 입맛을 돋우는 건강한 한 끼 식사와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수다를 떨다 홀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들은 내가 꿈꾸는 일상과도 맞닿아 있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낯선 곳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찾게 된 저자의 '나다움'과 '행복'을 지켜보며 우리는 어쩌면 두려움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됐다.


때로는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환경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도모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걸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남이 아는 나,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저자도 그러했듯, 내 안에는 무수히 많은 내가 존재한다.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때론 완전히 낯선 곳에 나를 놓아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꼭 물리적인 거리나 낯섦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므로, 내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면 어떨까 한다. 그동안 참여해 보지 않은 모임에 나가 본다거나, 내가 머무는 공간에 변화를 준다거나 일상에 작은 무언가를 추가하거나 빼는 형태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저자처럼 나만의 '행복'과 '나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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