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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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언급되었던 지구 위기! 시간에 무뎌진 건지 아니면 논외의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주변의 반응은 무덤덤 혹은 무관심 둘 중 하나였다. 

 

해외의 반응은 직접적으로 확인이 불가해 국내 분위기만을 살펴보자면, 대체적으로 뉴스와 언론을 통한 보도는 거의 만나볼 수 없었으며, 가끔 전해지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구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가늠해 볼 뿐이었다.

 

예전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다가오는 자연재해가 눈앞에 닥쳤음에도 순간의 위기를 넘기고 나면, 그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넘어가는 일이 일상이 되어가면서 사람들은 대체 무얼 보고 듣고 있는 걸까 새삼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당황스러움과 궁금증, 그리고 또 다른 질문과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더 잘 살고 싶다는 소망, 나의 아이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고 있으면서도 정작 태도나 행동에 있어서는 당장 눈앞에 떨어진 이익과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고 있는 이들이 부디 이 책을 빌어 더 크고 넓게 보고, 사고하고,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구 온도의 상승을 막기 위한 세계적인 탄소 배출 감소 대책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던 이야기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 그때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제대로 지켜지기는커녕 오히려 상승한 곳도 부지기수다.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갔을 때 나타나는 여러 생태계 변화와 영향력에 대해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취급하며 나 몰라라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인간과 지구에게 희망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뜨거워지는 지구 속에서 쉴 틈 없이 불어닥치는 홍수와 태풍, 가뭄, 산불 등의 자연재해는 물론 심상치 않게 일어나는 감염병과 원인 모를 일들을 이제는 덮어두거나 모른척하기보다 제대로 마주하고 시간을 더 늦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인류세 현장을 찾아 전 지구를 누빈 환경 피디가 우리 사회의 현주소와 한국 언론이 위기 뉴스를 소홀히 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지구 환경과 관련 있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전한다. 또 기후 위기의 시대를 헤쳐 나갈 방법들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전하면서 우리에게도 그 물음을 던진다.

 

지구 위기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피하기만 한다고 답이 나오지도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답을 알고 있기에 더 회피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불편을 감수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주하고 실천해야 다음 세대가 살아갈 터전이 남는다. 아니 다음 세대를 걱정하기에 앞서 우리 세대가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다. 현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공유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적 재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관심을 가져야 더 많은 방법과 실천들이 행해질 수 있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하게 만든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이들도 경각심과 위기의식에 대한 관심, 그리고 작은 실천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방송을 보다가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쓰레기 산을 이룬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둥둥 떠다니는 각종 플라스틱이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쌓여 하나의 섬처럼 보인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그냥 두고 보고만 있다는 것이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이게 현실이구나 싶었다.

 

'바다니깐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함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저것이 어디까지 연결될까 하는 두려움이 곧 남의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철저히 하는 분리수거는 왜 끝까지 이어지지 못할까라는 생각으로까지 연결됐는데, 아마 그것은 재활용과 재사용에 대한 간절함과 관심이 없어서이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해내는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플라스틱의 재활용 방법이나 대체방안이 아예 생각해 내지 못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당장 편하고 크게 바꿀 마음이 없기에 난무하는 국가 정책 속에 분리수거라는 이름으로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우리가 어떤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공존을 위해 힘써야 하는지 지금부터 하나하나 살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나'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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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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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 K-컬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지구의 위기에 대해서 만큼은 '돈 룩 업!(위를 보지 마)을 외치고 있다. 정말 왜 그런지 너무 궁금했다.



※참고사항
2021년 제작된 영화<돈 룩 업>은 에베레스트만 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달려와 멸망이 목전이어도 대부분의 사람이 그 사실을 걱정조차 하지 않는 세상을 풍자한 영화

 

 


인간에 의해 행성 전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왜 국내에서 주류 담론이 될 수 없는 걸까?

 

이 책은 그 의문과 답답함에서 시작되었는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묻고, 여러 저자들의 책과 논문 등을 탐독하며 답을 찾고자 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기후 위기'를 넘어 중첩된 문제를 안고 있기에 저자는 더 범위를 확대해 '지구의 위기'라는 이름 아래 세계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다방면에서 다뤘다.

 

국내에서는 지구적 문제가 국내 여러 이슈에 묻혀 외면받고 있는 상황으로, 이 책이 지구 위기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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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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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왜 그런데 관심 있냐?"라는 주변 친구들의 말을 종종 듣던 저자의 사회생활은 왜 많은 이들의 관심사와 나의 그것이 다른지를 설명하는 일의 반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류세'라는 단어와 함께 상황이 바뀌었다. 어느 날 갑자기 저자에게 찾아온 이 단어에는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힘이 있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찰리가 초콜릿 속에 숨겨진 황금티켓을 복권처럼 발견하고 인생이 바뀌는 유명한 장면이 나오는데, 저자에겐 인류세가 그런 황금티켓이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PD로서 그 단어를 처음 접하는 순간, '인류'라는 이름을 붙인 지질시대 용어가 지구상에서 인간에 의해 벌어지는 대다수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또한 '인류세'라는 개념이 주는 새로움이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적 피로감을 상쇄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관심 없어 하던 사람들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꿔줄 기회로까지 느껴졌다고 한다. '왜 우리나라만 유독 인류세에 무관심하지?'라는 생각이 일순간 들었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듣거나 발음하면서 명확하게 인지되는 단어 하나의 파급력을 저자는 '인류세'에서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하는 '인류세'를 살고 있는 현시대 사람들은 이 단어의 탄생을 결코 자랑스럽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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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적 문제는 대체 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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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처럼 인류세에서 지구적 문제는 우리 모두가 죽느냐 사느냐와 다름없는 아주 중요한 우선순위의 문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답답할 만큼 꽤 동떨어진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 몇 가지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개별 과학 지식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과학 지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국가와 사회제도에 대한 신뢰의 차이 때문이다.

 

즉,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과학지식을 받아들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지식을 가지고 정책을 펼치는 기관, 정부에 대한 신뢰가 결합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후 위기와 관련한 에너지 정책이든 몸에 맞는 백신이든 모두 자신의 건강과 경제적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다. 그러면 그것을 수행하는 제도와 정부에 대해 믿음과 의심으로 갈리게 되고, 그와 결부된 과학 지식을 의심하는 데까지 나아갈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과학을 불신하는지, 정확히는 얼마만큼 과학 지식에 기반한 정책과 사회제도를 불신하는지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둘째, 위기가 위기로 안 느껴지게 범주화되기 쉬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생존이 달린 위기가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 중 하나로 인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되짚어보는 데 있어 출발점부터 잘못 설정된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인데, '확증편향'이란 것이 등장한다. 쉽게 말하면 수많은 뉴스 중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크게 들리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대중은 자신의 가치와 맞는 뉴스만 소비하고, 좋아하는 것만 찾다 보니, 알고리즘까지 가세해 좋아하는 것만 들리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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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념에 맞는 메시지가 더 좋은 거야. '내가 옳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타인도 생각할 것이다'라는 사고방식이지. 이건 사실 영유아한테 보이는 '자기중심성'이라는 인지적 특성인데, 이게 성인들에게도 여실히 드러나는 거지. 내가 옳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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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치한 사고방식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점이다. 기후 위기가 진짜여도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팩트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사회적 논의가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면, 지구 시스템이 붕괴하고 인류와 다른 비인간 생명체 모두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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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위기라 인지하지 않고 북극이나 남극의 일, 혹은 죽을 때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먼 미래의 일로 여기는 사람이 다수다. 예상은 했지만, 사고의 작동원리를 알고 나니 허탈하다. 심리학자와 대화를 나누며 마신 커피는 참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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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인류세적 재난이 체감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재난의 예고에서 발생까지 진행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인류세 현장은 누적된 산업화의 결과일 뿐 아니라. 재난의 전조를 방기한 사회의 공동 책임이기도 하다. 행성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인류세 현장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투발루와 히말라야의 위기는 곧 우리와 연결된다. 그렇기에 만성화된 위기감이 선사하는 '그게 뭐?'의 무감각함을 더 경계해야 한다. 무감각하기에는 이 시대가 너무 긴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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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구적 위기를 외면할 수 있는 것은 외면해도 아직은 살 만하기 때문이다. 역대급 폭염이 오면 에어컨을 켜서 온도를 낮추면 되고, 최장의 장마가 오면 제습기로 습도를 낮추면 된다. 살 만한 이들의 손쉬운 해결책은 양의 되먹임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역대급 폭염과 장마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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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이유를 살펴보며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구나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어떤 것도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없는 너무 적나라한 이유 덕에 더 현실을 뼈아프게 직면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학지식을 가지고 일하는 정부를 믿지 못하는 성향이 강하고, SNS의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점점 더 확증편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은 물론, 만성화된 위기감과 나름대로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이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는 없는 사람들은 점점 더 한 고통을 되돌려 받게 되기라는 것은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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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은 지구적 문제를 왜 충분히 다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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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답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는데, 기획 기사나 탐사 기사가 많아지면 출입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기획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페이지뷰 성과도 무시할 수 없는데, 언론사의 수익이 클릭 수에 따른 트래픽에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기후 위기를 공부하고 전문가를 발굴해 인터뷰하는 것보다는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발언이나 SNS 포스팅을 기사화하는 것이 손쉽고 결과물이 보장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구적 문제는 등한시되는 것이다.

 

언론사 수익의 다변화와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어떤 방식을 쓰더라도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추세를 살펴보고, 해외 언론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이끌어 나가는지, 또 지구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보면서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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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기에 대한 '국내'와 '해외' 인식 차이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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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론의 역할
독일의 언론을 예시로 살펴보면 언론의 역할에서 그 차이를 발견해 볼 수 있다.

 

"언론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독일 사람들은 공영방송 ARD의 저녁 8시 뉴스를 즐겨 보는데, 전체 분량의 15분입니다. 거기에 거의 매일 기후 관련 뉴스 꼭지가 하나씩은 나와요."

 

2019년의 호주 대화재 때 독일 저녁 8시 뉴스는 첫 꼭지나 두 번째 꼭지 헤드라인으로 호주 소식을 다뤘다.

 

해외 뉴스는 뒤에 배치되는 한국의 저녁 프라임 타임 뉴스를 생각하면 비교가 된다. 독일 방송사는 해외 뉴스임에도 기후 관련 소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앞부분에 배치한 것이다. 그 순서와 비중으로 독일 시청자들은 사건의 무게감을 느끼게 하고 뉴스의 가치를 반영한다.

 

이렇듯 두 나라 간 지구적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의 원인 하나는 '언론'의 역할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2. 확실한 방향 설정과 협의된 사회적 합의의 유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상황을 두고 가스 수입의 어려움으로 인한 난방 에너지 부족 및 전력 가격 인상을 가장 큰 논조로 꼽았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오히려 재생에너지로 더 빨리 전환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외부에 에너지를 의존해선 안 된다는 에너지 자립 개념이 강해진 것이다.

 

주변국 전쟁이 에너지 전환에 큰 혼란을 야기하기보다 오히려 독일은 방향이 확실하다 보니 혼란이 비교적 적은 것이며, 분열과 정책 번복보다는 고통을 함께 감내하면서 정해진 길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 같은 기사를 배포하는 기자를 '기레기'라고도 표현하는데, 독일 언론과 비교해 보니 언론인의 진정한 자세에 대해 곱씹게 된다.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제대로 된 기사를 내는 것으로 구분할 수는 없는 걸까 새삼 의문이 든다.

 

보통 메인뉴스에서 초반에 언급되는 것들은 그날의 헤드라인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그런 만큼 그 영향력 또한 상당한데,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해 세계적인 이슈를 잘 전달하고 있는 독일의 언론은 그 역할을 매우 잘하고 있다고 보인다.

 

두 번째 차이점을 살펴보면서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요소수에 대한 이슈가 떠올랐다. 중국에 90%를 의존하고 있는 요소수 부족의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우리나라는 우왕좌왕 난리가 났었다. 그때 정부는 중국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방안을 찾겠다고 이야기했지만, 다시 불거진 현시점에서 대안은 아무것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세계적 정세가 불안한 요즘 국가는 중요한 에너지 자원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하고 이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행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신재생 에너지와 대체 에너지에 대한 방향과 방법들이 강구되어야 할 때,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 위기에 대한 문제 또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고 해서 손놓고 있기 보다 서서히 준비해서 국민적 합의와 대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은 요소수 하나로 넘어가겠지만, 앞으로는 더 큰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할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남 탓만 하다가 시간만 허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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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라는 시간으로 살펴본 우리 사회의 객관적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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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2019년까지 보도된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살펴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1991년 기후 변화 관련 기사가 11건에 불과
▶2009년 기후 관련 기사가 2611건 보도됨
  (코펜하겐에서 COP15가 열리던 해)
▶2015년 2399건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짐
  (파리에서 COP15가 열리던 해)
▶2019년에는 2000건

 

이처럼 기후 관련 소식은 '국제회의'라는 이벤트나 사상 초유의 재난이 발생하는 정도는 되어야 뉴스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았다.

 

30년 동안 언론계에 종사한 기자는 "뉴스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까 기사가 안 될 때가 많았어요. 데스크를 이해시켜야 지면에 실리는데 이해시키지 못한 적이 있죠."라고 말한다.

 

지금도 기후 위기 관련 뉴스는 열심히 써도 클릭 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독자들의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니 예나 지금이나 기자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이를 통해 지구 위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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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vs 미세먼지 대응의 차이를 불러온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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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놀라운 점을 살펴보자면, 기후 위기 대응은 더디기만 한데, 미세먼지 대응은 생각보다 꽤 빠르고 국민들의 인식도 달랐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이유를 살펴보면 미세먼지는 일단 뿌옇게 눈이 보이고 그 피해가 우리에게 호흡기 질환처럼 직접적으로 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반면 기후 위기는 우리에게 오기도 하지만 피해가 지구 전체로 흩어지는 거고 눈에 안 보이니 달랐던 것이다.

 

더불어 미세먼지는 저감이 상대적으로 쉬운데, 자동차 배기가스를 규제하고 공장 굴뚝을 관리하면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기후 위기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난제 중의 난제다.

 

그런데도 우리의 관심사는 부동산과 정치권 뉴스에 쏠려있다. 관심사가 멀어지기 때문에 언론사가 판단하는 뉴스 가치가 떨어져 기사량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서 양의 되먹임 구조가 되는것이다. 누군가 각성해야 끊을 수 있는 악순환의 고리라 할 수 있겠다.

 

 


>>확실하게 눈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통해 미세먼지처럼 기후 위기를 인지시키고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뒤에 해결 방안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는 방법이 있는데, 두 가지 만남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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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단어와 언어의 변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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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프랑스 언론은 '기후 변화' 대신 '기후 고장' 혹은 '기후 비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신문사 르몽드는 지구 위기를 다루는 전담팀을 환경팀이라고 부르지 않고 '플래닛 팀'이라고 명명한다.

 

이런 식으로 꾸준히 지구의 위기를 고민하며 언론사로서 바꿀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바꾸는 시도한 과정들이 엿보인다.

 

진민정 박사는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단순히 대중에게 보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이해를 높여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큰 목표를 느낀다고 말한다.

 

지구 반대편 프랑스 미디어에 불고 있는 변화는 우리에게도 작은 희망을 품게 한다.

 

지구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지금의 사회를 보여주는 단어나 심리를 드러내는 적확한 용어를 떠올려보자.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는 그런 마음을 표현할 상상력이 더 많이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언어의 한계와 그 언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이들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인류세를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이 위기의 긴급성을 드러낼 단어가 우리의 입에서 계속 오르내린다면 언젠가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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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태계에 대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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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전국 곳곳의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야생에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전한다. 좁은 국토에 5000만 명 넘는 사람이 살 땅도 부족한데 무슨 야생동물이냐는 생각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명다양성을 말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절로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이다.

 

지구의 주류 기관인 유엔은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를 '생명 다양성의 10년'이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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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생명다양성의 10년'이 지정된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지나가 버렸다. 물론 개인이 그런 소식을 모르는 것은 언론의 무관심과 구조적 요인 탓도 있겠지만, 태도는 개인적 차원이 문제다. 모르면 인지하고 빨리 쫓아가려 하는 게 바람직할 텐데, 여전히 사람들은 뒷짐을 지고 '내게 조금 더 와닿도록 나를 설득해 봐'라는 자세를 취한다.

1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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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후 위기 외에도 수많은 지구 위기를 겪고 있다.

 

▶야생 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
▶대멸종이 진행 중인 시대(꿀벌과 야생의 수분 매개자들의 개체 수 급감)
▶비인간 유인원 개체 수의 급감과 그들을 위한 땅의 멸종 상황

 

도래한 큰 문제들은 많은데, 우리의 인식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만 가득하다. 뒷짐지고 있기 보다 따라가려는 노력에 더 귀를 기울여 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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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구의 위기를 외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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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존 의식 때문
한국의 20세기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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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지배, 한국 전쟁, 분단을 겪으며 고생했는데, 또 당할 수는 없다는 생존 의식이 20세기를 지배한 것이다. 지금 당장 한국 사회의 생태 감수성이 낮고 인류세 담론이 더 확산하지 못하는 것에도 그런 배경이 있다.

 

어떤 억울함이라고 해야 할까. 지겹게 당해서 이제 좀 발전하려고 하는데 선진국, 강대국들이 지구를 망쳐놓고는 갑자기 고치겠다며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에 분개심으로 볼 수도 있다. 인구수가 많은 중국이나 인도보다는 지구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는 셈도 있을 것이다.

210~2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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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간 감각의 무딤 때문
우리가 지구의 위기를 외면하는 이유는 시간 감각이 무뎌서다.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시간을 고작 1950년대 이후 70여 년 동안 본격적으로 망쳐놓았다는 게 좀처럼 믿기지 않는다. 

 

인간은 길어야 백 년밖에 못 사는데, 2050년의 지구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그때 자신은 몇 살이고 악화된 환경에서 남은 생은 얼마일지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시간 개념이 어렴풋하게 잡힌다.

 

 


>>과거는 과거로 두고, 현재를 바라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46억 지구의 시간을 인간은 고작 70여 년 동안 망쳐놓았다. 그리고 그 시기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정신 차려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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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관점으로 살펴보는 지구 위기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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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젠더 문제
산업화와 과학기술 발전이 남성의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그 반대편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는 것으로, 인류세는 서구 백인 남성의 반성문이기에 '지금 우리가 위기다'라고 하는 이 담론조차도 선도해가는 배긴 남성들에 의한 것이기에 우리한테 와닿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돌봄의 전략을 제안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주로 백인 남성들을 사용자로 가정하고 만들었던 기술들을 다양한 인종, 여성, 장애인, 지역 주민, 동식물을 포함한 비인간 존재들의 요구에 맞춰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을 말한다.

 

과학기술 밖으로 몰아냈던 것들을 복권시키고 지금껏 배제되었던 것에서 혁신과 창의성이 나올 것이라며, 숲을 돌보고, 가축을 돌보고, 야생동물을 돌보면서 시대와 공명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2. 이분법적 사고
인간/자연, 남성/여성, 인류/동물 식의 이분법적, 분리적 사고가 지구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인류세 시대를 넘으려면 분리적 사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감수성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

 

▶홍성욱 교수가 정의하는 감수성
외부 세상을 받아들여서 인지하고 느끼는데 그치지 않고 몸으로 행하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다양하고 복잡하게 엉켜있는 세상을 포용하고 공감하며 애정 하는 적극적인 심성을 말한다.

 

지구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근대성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그게 감수성을 정의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다.

 

인류세 시대의 감수성은 분리적 사고가 아니라 통합적인 실천까지 포함하는 감수성이다. 무해의 태도가 다른 존재에게 가해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실천을 동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이 아니라 필요한 것은 단순하고, 작고, 덜 쓰는 세상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감수성을 철학에서는 '포스트 휴머니즘'이라고 부르는데 포스트 휴머니즘은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은 자기중심적인데 그것을 버리는 것이다.
내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변방에 갖다 놓는 것 그러면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보인다.

 

▶두 번째는 내가 있던 위치에 다른 존재들을 갖다 놓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남성이면 여성을, 동양인이면 아프리카의 흑인을, 그 위치에 놓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보인다.

 

▶세 번째는 그것들을 연결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보통은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친구와 애인을 사귄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살고 있고 그 관계의 합이 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있어서 관계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관계의 총체가 나다. 그 관계의 총체가 인간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포스트 휴머니즘 감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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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한국 사회를 기회로 만들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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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가 분열되어 있는 것은 팩트에 가까울 정도로 명징하다. 정치적으로도, 세대로도, 젠더적으로도 분열이 심하다. 이러한 한국 사회에 지구의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홍성욱 교수는 두 가지 만남에 주목한다고 한다.

 

▶첫 번째. 과학과 종교의 만남
지구의 위기 앞에서는 과학과 종교가 힘을 합쳐야 상당한 동력이 생긴다. 

 

▶두 번째. 과학과 예술의 만남
인류세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고 피부로 잘 느껴지지도 않다 보니 과학적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어렵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할 수 있고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것을 느껴지게 할 수 있다.

 

실천적 연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벽을 깨고 인접 분야와 같이 협력하고 다른 사람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실천을 넓혀가는 것이다. 그 무해한 삶의 태도와 실천적 연대가 함께 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무사히 착륙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시스템을 의심하고 변화와 대책을 요구하며 연결되어야 한다. 텀블러와 종이 빨대를 쓰는 착한 소비자 운동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주변 사람 및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자기의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 현재 나의 생각의 지점은 어디쯤에 있는지, 또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고민하면서 지구와 우리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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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닙니다
라비니야 지음 / 부크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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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곳에 한계를 두지 말 것.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원하는 곳으로 향할 것.

그리고 자신만의 여행에 동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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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 거창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해 쉽게 발길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행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 여행이 주는 행복과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특히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여행은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한 여행이 아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경험하며 나를 채우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여행에 대해 담고 있다.

 

모두 벗어 던져버리고 멀리 떠나고 싶은 순간,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늘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다면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한 여행을 떠나보자.

 

거창하거나 완벽할 필요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게 가득한 장소로 떠나기만 하면 된다. 만약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번거롭거나 두렵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통해 여행이 생각보다 별거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집 밖으로 한 발을 내디디는 것으로 시작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해외를 가거나 거리가 멀지 않아도 된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좋아하는 카페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꽤 큰 활력과 기쁨을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갇혀있는 생각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공간, 그것을 경험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여행한 국내 전국 각지의 여행지를 살펴보면 여느 여행과는 확연히 다르다. 유명한 관광지나 먹거리 등 인터넷으로 쉽게 검색되는 그런 곳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없다.

 

그저 마음이 닿는 곳, 발길이 향하는 곳, 우연히 알게 된 좋았던 곳, 나만의 맛집 등 저자 자신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었던 장소들과 그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발자취들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면 이것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향적이지만 집순이는 아니라는 책 제목처럼, 오히려 자신의 감성과 취향에 따라 홀로 낯선 곳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만끽하는 저자의 여정은 그래서 더 푸근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더불어 왜 나는 여태껏 망설이고만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삶의 환기가 필요한 순간, 여행을 통해 새로운 원동력과 에너지를 얻어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당신도, 나도 이제 가볍게 발길을 떼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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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작은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여행은 결코 시간과 돈의 자유가 허락되어야만 갈 수 있는 게 아니며 당장 어디로든 향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먼 곳의 풍경도 꿈꿀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날 좋은 어떤 날,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쉽다면 작은 가방 메고 어디든 가 보자.

우리 주변에는 가 보지 못한 곳과 가 보면 좋을 곳들이 도처에 많이 남아 있으므로.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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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ck, knock
이제 짧은 외출을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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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여행지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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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 1. 공주에서 만난 무인 책방

 

■공주를 가게 된 이유
구황 작물 중에서도 밤을 특히 좋아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공주에서 밤 떼를 볼 수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공주는 밤의 도시라 불리지만 밤을 선두로 하는 음식이 별로 없었다.

 


■우연히 발견한 무인 책방
공주에서 묵었던 두 번째 밤, 잠이 오지 않아 걷던 중 우연히 무인 책방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앞서 다녀간 이들의 가득한 메모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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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방에선 많은 이들이 쉬어 갔다. 낯선 골목을 거닐며 자신만의 지도를 넓혀가던 여행자가 방문하여 뜻밖의 영감을 얻는다.

 

이곳에서는 쓰는 기적이, 그리웠던 기억을 촘촘한 뜰채로 조심스럽게 뜨는 일이 일어난다. 잊혔거나 모른 척하고 있던 단어들이 심연에서 모습을 드러내면 내 손은 더욱 바빠진다.

누군가 잡아 둔 말들은 내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했다.

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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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아 우연찮게 들어간 무인 서점은 앞서 다녀간 이들로 메모가 가득한 곳이다. 그 기록들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그저 휘발되고 말 테지만 그렇기에 무거웠던 속내를 속시원히 내뱉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타인이 남긴 메모를 읽다 보면 울고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어쩌면 그것은 누군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구나 하는 안도 혹은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시선 없이 그저 고요히 메모 한 장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이 공간이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epi 2. 심란할 땐 대전으로 침묵 여행을 떠나자

 

어째서인지 마음이 심란할 때면 나무를 다루는 J의 뒷모습을 보곤 하는 저자는 어느 겨울, 땔감을 모아 오듯 걱정거리를 안고 J를 찾아갔다. 그 시기에 저자는 공모전에 떨어진 원고를 투고하는 일에 지쳐있는 상태였다.

 

수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속상함, 내 안에서 커져가는 불안과 초조함을 안고 J를 찾았던 건 그녀의 기질 때문이었는데, 저자는 J와 함께일 때 자신이 지닌 고민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고 한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계획을 포기하고 싶거나 합리화하고 싶은 시기에도 그녀는 저자의 헐거워진 마음을 단단하게 쪼여 주었는데, 그때마다 그 안정감에 기대어 불안을 해소할 지혜를 구했다고 한다. 

 

이번에 방문해서는 대중적인 작가가 되려면 등단하거나 공모전에서 수상하여 공식적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토로하는 저자에게 J는 별다른 답이 하지 않았는데, 이에 저자는 그녀의 침묵이 의미하는 바를 멋대로 해석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의 질문과 이야기 덕에 저자는 다시 한번 불완전한 자신의 마음이 균형을 이루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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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네 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돼. 결국 넌 하고 싶은 일을 기어코 해낼 걸 알아.'라고 덧붙여 말했다. J의 말은 나의 불완전하고 결함 많은 마음이 깨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메워주었다.

 

섬세한 손길로 나무를 다루는 J는 거칠어진 마음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는 일에도 능숙했다. 난 J의 말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고 느낀 것들을 써 내려가기 위해서. 그녀는 도면 위에 새로운 선을 그으며 이젠 어디로 떠날 거냐고 물었다. 

 

나는 '때마다 다르겠지만, 그 순간에 제일 가고 싶은 곳'이라고 대답했다.

58~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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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심란할 때 안정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J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를 툭툭 내뱉는 것으로, 그저 잘 될 거라 믿어주는 말 한마디로 저자에게 안정감과 고민을 해결할 지혜를 전해준다. 그리고 그 말들은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제자리를 지키며 늘 묵묵하게 확고한 믿음과 신뢰를 전해주는 J가 있기에 저자에게 대전은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여행지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정답을 찾아가듯이, '심란할 땐 대전으로!' 와 같은 문장이 떠오르는 것으로 보아 저자의 치유여행은 나에게도 확실히 각인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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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구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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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의 기준은 타인이 정하지만, 나의 필요는 타인의 쓸모와 다른 지점에서 시작된다. 내 마음이 머무는 위치와 보고 싶은 전경, 머물고 싶은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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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을 찾는 여행을 시작해 보자. 그 '필요'에는 오로지 내 마음이 정답이므로 내가 원하는 곳, 내가 보고 싶은 전경, 내가 머물고 싶은 장소, 내가 먹고 싶은 곳이 바로 그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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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원하는 시점에 찾아가면 내가 기대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 보장할 수 없겠지. 그렇기에 같은 곳이라도 좋았던 장소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주 방문하면 좋겠다. 내가 머물렀던 곳이 언젠가 다시 볼 수 있는 그리운 추억이 될지도 모르니까.

29~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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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추억 속에만 머무르는 장소가 꽤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대한 모습으로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 몇 없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모하는 시대, 이제라도 마음에만 담아두기 보다 자주 방문해서 아쉬움의 질량을 줄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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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있는 용기란 지금 상황을 견디기 힘들거나 또 다른 변화를 도모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일어난다. 휴양지로 떠나는 여행이 아닌 이상 다른 곳으로 떠날 적에는 간절함이 기반 되지만 무언가를 열망하는 마음은 여정의 족쇄가 되기도 한다.
(...)
어떤 것은 너무 간절할수록 멀어지고 움켜잡으려 할수록 손아귀에서 멀리 벗어나고 만다.

38~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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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휴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 말고, 상황의 변화와 탈피를 위한 용기로 떠난 여행은 때로, 오히려 목적을 상실하고 돌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차라리 답을 찾으려는 강박과 부담을 놓아버리고 괜찮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즐겨보면 어떨까? 아무것도 없는 그 자체가 오히려 현재의 나의 모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
낭만적 취미에 대해 곰곰 떠올려 보면 대게 자신만의 즐거움과 연결된 경우가 많은 듯하다.
(...)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자신만의 의식을 설명하는 이들은 과연 낭만적이다. 난 이런 낭만을 가진 이들에게 매료된다.
(...)
난 분명 낭만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다. 언제까지고 낭만을 그리며 예민한 감수성을 잃지 않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개별적이고 특수한 자신만의 취미 한두 가지 정도는 만들어 두는 게 좋지 않을까. 다른 이들의 눈에는 불필요해 보이거나 의아함을 일으키면 또 어떤가. 마음을 충족시켜 줄 만한 취미에 낭만까지 한 스푼 더해진다면 사는 건 어떤 책의 제목처럼 꽃 같아질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이다.
(...)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잃었던 낭만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92~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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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는 '사람들이 길에 두고 가는 물건들을 사진으로 찍어 남겨 두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조현 작가는 식물을 기르고 싹을 틔우는 일의 기쁨'을 서술한다. 하루키의 경우 '낡은 레코드를 수집하는 게 취미'라고 언급했다.

 

저자는 '여수 밤바다'를 듣다가 여수행 기차를 타고, 지역마다 다른 바다의 빛깔을 비교하고 싶어서 한 주에 창원, 보성, 부산의 바다를 찾아 진이 빠지게 다닌 적도 있다고 한다.

 

문득 나의 즐거움과 연결된 낭만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걷다가 눈에 띄는 소소한 기쁨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반려 식물들의 성장을 눈과 사진으로 남기는 것, 떠오르는 여행지를 홀로 거닐며 마음과 사진에 담는 것!

 

그러고 보면, 나의 즐거움과 연결된 낭만은 '일상의 여행'과 '사진의 기록'으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어쩐지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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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단면을 관찰하는 기록자로서 남겨 둔 메모를 신뢰하는 편이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난 뒤에 소중한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버튼이 된다. 글쓰기를 통해 기억의 버튼을 남기는 건 사진을 찍는 일에 비하면 에너지가 소요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다녔던 곳들을 떠올리며 재생 버튼을 누르면 정성 들여 만든 기록이 마음을 어루만진다. 삶이 팍팍하거나 무료함에 진력이 나서 멈추고 싶은 날에는 만들어 둔 버튼을 골라 누른다. 그 순간, 그리운 장면과 고마운 사람들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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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수집가이자 기록자이지만, 유독 여행에 대해서만큼은 기록으로 연결 짓지 못하고 있다. 올해만큼은 여행의 기록을 남겨보자 마음먹었던 시기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들어섰다.

 

이 문장을 읽다 보니, 더 늦기 전에 기억의 버튼을 남길 수 있는 여행 글쓰기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다시 한번 꼼꼼히 자료들을 살펴보고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겨 그때의 추억과 마음을 떠올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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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워야 하는 건 어디로든 떠날 용기와 망설임 없는 실행력일 것이다. 작은 시도가 쌓여 무언가를 실천할 동력을 만들고 그 힘을 통해 더 나은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한곳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곳에 정착할 수도 있고 어디든 다른 곳으로 떠날 수도 있다. 이건 비단 장소만의 문제는 아니며 관계와 일도 마찬가지다. 어떤 관계를 소중히 유지해 갈 수도 있지만, 서로 간의 방향성이 달라지면 거리를 두는 멀어짐도 필요하다. 같은 일을 반복적인 패턴으로 거듭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수도 있어야 한다.

 

내가 경험한 세계가 판단의 기준이 되기에 그 범위를 넓히는 건 중요하다. 다양한 곳에서 여러 인연을 맺고 생활하는 건 나만의 시야에 갇히는 오류를 줄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가고 싶은 곳에 한계를 두지 말 것.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원하는 곳으로 향할 것.

213~2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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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이유와 이점에 대해 명확히 알 수 있는 단락이다.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 그리고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유연한 마음은 여행을 시작하는데 더없이 필요한 요소들이다.

 

또 이것들은 일과 관계에 적용되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데, 융통성과 유연함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 한 가지 생각에 정착하지 않도록 도와줌으로써 더 넓은 세계관과 경험, 시야를 확보해 준다.

 

삶에 있어 한자리에 머무는 것은 안정감이 아니라 또 다른 불안을 야기한다. 불안하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머물러 있기 보다 마음이 이끄는 곳을 향해 나아가 보자. 어느 곳도 못 갈 곳은 없다. 내 마음이 이끄는 곳,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뎌 보자.

 

이것이 반복되어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쯤에는 자연스럽게 내 감정이 이끄는 장소가 콕 하고 박히지 않을까?

 

 

보통 우리는 여행을 이야기할 때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자주 대곤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이유로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날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자 역시 이런 핑계들로 차일피일 미루다 친구의 말 한마디에 위기감을 느껴 불현듯 여행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떠나보고 나니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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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을 통해 접하는 것과 달리 실제 세계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일은 훨씬 더 생생했다. 즐거운 경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버스나 기차를 탔고 때론 걸었다. 그렇게 보고 체험한 것들을 모아 글로 엮었다. 그 순간에 느꼈던 기쁨과 즐거움, 만족을 잊지 않기 위하여.
(...)
한 권의 책만큼 강렬한 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 경험과 대화를 통해 알맞은 속도와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자신을 키워 가는 중이다.
(...)
지쳐 있던 마음을 부드럽게 단련하는 경험을 쌓아갈 수 있었다.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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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책과 같은 간접 경험으로는 메꿀 수 없는 생생함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감정들, 여행을 하며 만나는 강렬한 만남으로 성장하는 나 자신, 거기에 더해 마음을 단련하는 경험까지. 어쩐지 이 책을 덮고 당장 떠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몰려온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기 보다, 잠을 자거나 잠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것처럼, 일상이 따분하거나 지치는 순간 한 번씩 나를 위한 충전의 여행을 떠나보자.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불안은 잠재워지고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져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가볍게 배낭을 꾸려 가보고 싶었던 곳을 향해 떠나보자.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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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ANGE 머묾 여행 - 무조건 지금 떠나는 개인 취향 여행 Rainbow Series
박상준.송윤경.조정희 지음 / 여가로운삶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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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도서는 앞서 만난 여느 '여행' 도서와는 다른 지극히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여행 책으로, 세 명의 작가가 각기 자신의 목적을 위해 떠나 '머문' 장소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장소들에서 생각과 시선, 감성과 영감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꽤나 특별한 장소처럼 보였다. 더불어 아주 내밀한 공간을 살짝 엿본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모두 홀로 방문하여 조용히 머물다 가는 장소처럼 느껴져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세 명의 저자는 이 책을 편찬하면서 오렌지 컬러를 테마로 설정했는데, 그들은 이 컬러는 '창조의 색'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담은 주제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는데, 공간의 틈 안에 사유 찾아(박상준,) 오감과 감성을 깨우며(송윤경), 어느 순간 속 영감이 피어올라(조정희) 창조의 시작에 머무는 여행을 담은 <the ORANGE 머묾 여행>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체적으로 여행책이지만 사진보다는 글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마도 이들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장소에 대한 의미와 생각들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박하지만,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어릴 적 자주 숨어들던 아지트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대체적으로 고요하고, 한적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훌쩍 떠나서 마음을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을 온전히 달랠 수 있는 장소! 문득 나에게 그런 장소는 어디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또 지금에 머무르지 말고 더 많은 공간을 만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세 명의 작가에게 생각의 틈, 감각과 감성의 조화, 영감이 되어준 소중한 장소들을 만나보며,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도 함께 귀 기울여 보자. 어쩌면 당신도 당신만의 의미 있는 장소와 시간들이 머물러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복잡한 일상과 거리를 두고 때로 고요히 머물 곳이 필요한 순간, 나를 돌아보고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확인해 봐야 하는 순간 이 장소들은 아주 좋은 휴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또 방전된 나를 가득 품어 더 나은 하루를 살아갈 힘을 전해줄 것이다.

 

이제부터 이들이 소개한 보물 같은 장소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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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별 '머묾' 장소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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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공간의 틈 안에 사유 찾아, 머묾
좋아하는, 그래서 천천히 생각하고 오래 머물렀던 자리들을 모았다. 대상을 두루 천천히 생각하고 슬로 모션처럼 느린 동작으로 구석구석 눈을 맞춰본다.

 

천천히 생각하기, 느리게 걷기, 삶을 늘여 살아내기, 쉴 새를 만드는 몸짓, 오늘 당신의 사유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다.

 

■송윤경: 오감과 감성이 깨어나, 머묾
고민이 있거나 일이 풀리지 않으면 차에 시동부터 걸어 정해진 장소 없이 떠나 대자연과 예술, 문화, 역사적인 장소까지 가리지 않고 그곳에 가 나를 앉혔다. 그러면 안내자를 만난 것처럼 길이 보이고 순조롭게 진행되곤 했다.

 

때로 이질감 탓에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행을 떠나면 떠날수록 익숙한 장소와 낯선 곳의 간극이 좁혀졌다.

 

그 과정에서 오감과 감성이 동시에 깨어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여행지에서 받은 영감이 서로 손을 잡으며 새로운 삶을 낳았다.

 

■조정희: 어느 순간 속 영감이 피어올라. 머묾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 공감하기 위해 여행을 통해 경험으로 느끼고 생각한다.

 

마음이 헛헛할 때, 생각이 많아질 때, 재미있게 놀고 싶을 때, 이 순간의 상황과 감정들을 모아놓는다. 그리곤 상황에 잘 어울리는 장소로 나를 데려간다.

 

소개된 장소마다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가 겪었던 상황별 처방 장소이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 장소이기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고, 장소를 닮아가고 싶다.

 

아름다운 기억에는 항상 장소가 필요한가 보다. 내 일상이 아름답고 특별한 영감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오늘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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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더 깊게 머물고 싶은 여행지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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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저자는 하나의 장소를 'the ORANGE/더 오래/더 깊게'로 구분하여 머물기 좋은 여행지 소개,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이유, 더 깊게 사유하고 깨우고 영감을 받는 방법에 대해 담고 있다.

 


■[서울]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
숲속의 집과 나무, 바람과 새소리 그리고 잠잠히 어울리는 커피 향. 서울에 속한 땅이지만 서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장소다. 5분만 걸으면 삼청동 명소가 줄지어 자리하고, 또 불과 5분 거리에 북악산을 향하는 말바위 등산로가 열린다.

 

"부지의 수목을 그대로 살려 자연과 건축이 누가 먼저 오게 되었는지 모르도록 하고 싶었다."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을 디자인한 이소진 건축가의 말이다.

 

도서관은 원래 삼청공원 매점이 있던 자리로, 그 터 위에 도서관을 지으며 마치 그곳에 오래 있던 건물처럼 얹히고 싶었다는 말이다. 즉, '책'과 '도서관'과 '숲'이 서로에게 기대어 이웃하는 공간 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길과 나무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지었다고 한다.

 

건물의 존재를 알아채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게 하고 싶었다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충주] 아무것도 아닌 곳
충주시 금가면, 시골 우체국 건물 왼편 입구에 아무 곳도 아니라는 듯 카페 하나가 있다.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 어른들을 위한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곳, 그 공간의 이름 또한 '아무것도 아닌 곳'이다. 그저 카페 벽에는 법정 스님의 글귀 하나가 붙어 있을 따름이다.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와 모든 것을 가졌다는 소리는 결국 같은 소리지요.'

 

한참 지난 어느 힘든 날, 혼자 찾아가 조용히 기운을 차리고 돌아오기 좋은 곳, '실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자신에게 말해줄 수 있는 곳.

 

카페를 연 박진아 씨는 '아무것도 아닌 곳'을 "편지와 커피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 소개한다.

 

그날 저자는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편지를 써서는 '1년 후 어느 날 문득 배달' 되는 카페 앞 느린 우체통에 넣었다고 전한다.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은 이곳이 고향인 장상국 씨가 선산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들었다. 원래 아까시 나무가 많아서 꽃 피는 5월이면 향기롭던 야산이었다.

 

나무를 베어내고, 2003년부터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하나씩 심던 것이 6000여 그루에 이른다.

 

메타세쿼이아 숲은 산 아래 평지에 만들어져 있다. 생각 없이 밭을 옮겨도 걸음이 엉키지 않는다. 한량없이 느리게 걸으면 걷는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걷기를 1시간 정도 하면 숲 구석구석을 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살짝 땀이 배면 군데군데 있는 벤치에서 쉬어가자.

 

 


■[김재]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환기해 주는 대표적인 장소로, 동화 속에 나올법한 통나무집들을 볼 수 있다.

 

땅 위에 있는 통나무집도 마냥 흥미로울 텐데 나무 위에 올려져 있다는 점이 더욱 재미있다. 나무 위 통나무집은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더욱이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으니 누구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에서는 모두가 자신만의 동심에 온전히 집중한다.

 

건조한 어른이 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는 그런 날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 나무 위 오두막에 올라야 하는 날이다. 다락방 동심의 세계 속에 쪼그리고 앉아 평온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때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4곳을 뽑아보았다.

 

'책'과 '도서관'과 '숲'이 어우러져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삼청공원과 숲속 도서관!

 

쉽게 찾을 수 없는 은밀함이 있어 더 좋은 '아무것도 아닌 곳'은 조용한 곳에서 즐기는 차 한 잔과 1년 후 어느 날 문득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 덕에 더 '홀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사유지이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해 준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은 앞으로 위로 탁 트인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힐링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멍 때리며 느리게 걷고, 그러면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로망과 판타지의 세계를 꿈꾸게 해주는 나무 위 통나무집은 정말이지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구석구석 자리한 공간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품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동심과 추억 속에 풍덩 빠져들게 만든다.

 

무심한 어른이 된 나를 다시금 말랑말랑한 나로 되돌릴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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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예쁜 손님들 - 문주현 에세이
문주현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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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을 보고 나서 얼마나 예쁜 손님들이기에 이렇게 책으로까지 엮어서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그러다 작가 소개 페이지를 읽고 저자가 트랜스젠더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운영하는 '모던 바'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 또 한 가지 드는 의문점은 '성(性)'에 대한 언급과 함께 굳이 '모던 바'라는 지칭을 사용한 이유였다.

 

가게를 내는 데 있어 '성(性)'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게이바', '레즈 바', '모던 바'라는 말로 구분하고 나눠서 지칭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하고 이상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읽어나가며 굳이 '성(性)'을 지칭하며 민감한 이야기들을 담은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말하지 않으면 어쩌면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삶이나, 이 책에 담긴 몇몇 이야기들은 그저 그런 사람들의 단순한 사연 정도로 넘어갔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이었는데, 그것을 빼는 순간 아마 당사자들에게는 초점에서 벗어난, 완연한 내 이야기로 말하기 애매한 이야기들이었을 것이다.

 

예컨대 사랑하는 연인이 있어요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람이 '여자' 혹은 '남자'에요 라던가 '같은 성을 가졌어요',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었어요'와 같은 수식어를 더 붙여야 하는 상황들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회시스템 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이라고 믿고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그렇기에 나머지에 속하는 '소수자'였던 저자는 이것을 숨기거나 아니면 아예 드러내야 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내는 쪽을 선택하게 되면서 그냥 '바'가 아니라, '모던 바'라는 지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렇게 오픈한 '모던 바'는 특정 누구를 위한 유흥업소가 아니라 어떤 성(性)을 가지고 있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지향하는 가게가 되었고, 실제로 성(性), 인종, 국적, 나이, 직업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런 다양성을 지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여기 담긴 이야기들은 어느 한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코로나와 이태원 핼러윈 사건에 대한 굵직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모던 바'가 이태원에 자리하고 있는 덕에 최근 몇 년간 겪은 크고 작은 이슈들과 개인의 이야기들이 섞여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상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꽤 힘겨웠던 동병상련의 이야기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혹은 성소수자 입장에서 보자면 꿈꾸던 또 하나의 공간을 만난 반가움을 느끼거나 혹은 비슷한 아픔에 위로와 위안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이야기로 보자면, '나만 힘든 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나무숲을 발견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유흥'을 위한 가게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가게 안에서 어떤 다채로운 이야기들과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지 지금부터 만나보자!

 

저자는 레즈, 게이, 바이, 외국인에 일반인까지 전부 환영하는 '모던 바'를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에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를 외치는데, 이때 함께 해보자며 저자의 손을 들어준 사람이 있다. 바로 현재 함께 바를 운영하고 있는 '주미'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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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트랜스젠더 바는, 거의 다 트젠을 좋아하는 남자 손님들을 위한 유흥업소이거나 특별한 술집을 찾는 아베크족을 위한 그런 술집이다. 나는 그게 싫었다. 매번 같은 유형의 사람들을 보고 살기에 지겨웠고 매일 짓궂은 손님들을 대하는 게 신물이 났다.

 

원래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이태원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도 궁금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고 싶었다. 되도록 평범하게, 어차피 완전한 평범함이 아닐지라도 왠지 음지에서 사는 듯한 이 기분에서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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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뛰어든 사람이 없어서 블루오션이었던 이 시장이 잘되면 대박, 안되면 쪽박, 즉 '모 아니면 도'인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현재까지는 손님들이 가득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방적이며 편견을 갖지 않고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자유를 존중합니다."라는 글을 써서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총 22가지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끔찍한 가정사부터 아프고 슬픈 이야기, 재기 발랄하고 기분 좋아지는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데, 특별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을듯하다.

 

그저 우리 곁에서 흔하게 보던, 부모님, 친구, 연인, 동료들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네 이야기'였을 뿐이다.

 

이 중에서 특별히 와닿던 이야기와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을 선별하게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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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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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좋아하는 손님 중에 춘천에 사는 손님과 '행복'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꽤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이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누군가도 불행한 날들보다 대부분이 행복한 나날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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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언제 행복해?"
"난 뭐, 대부분 행복해."
(...)
"행복은 행복하지 않음에서 오는 거야. 우리가 만약 365일 행복 속에 산다면 행복의 개념 자체가 사라져. 뭐가 행복인지 구분할 수 없어지지. 이해돼?"
(...)
"그래서 행복이 행복하지 않음에서 온다는 것을, 정말 제대로 완전히 이해하면, 행복하지 않을 때도 행복할 수 있는 거야.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행복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니까."
(...)
"행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삶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을 갖고 돈도, 건강도, 일도, 어느 정도는 골고루 갖추고 있는 상태여야 가능하겠지. 그러니까, 부족함 없이 여러 측면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기도 할 거야. 근데 그게 정말 성공 아닐까? 안 그래?" 

 

"가끔 안 행복할 때는 언제야?"
"뭐, 내 맘대로 안 될 때?"
"그럴 땐, 어떻게 해?"
"되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그 과정을 행복하게 생각하지."

556~5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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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 좇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행복'은 평생 만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아주 가까이에 행복이 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행복해?"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하다는 답을 훨씬 많이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또한 행복한 순간임을 잊지 말자.

 

이것을 이해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자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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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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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전직 기자 출신의 오빠가 얼마 전에 우리한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너희는 말이야. 누가 뭐래도 행복한 줄 알아야 해!
(...)
대부분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모르고 살아. 그런 게 현실이라고. 자기 자신과 타협하면서 온통, 타인의 관점에 맞추고 사는 데 습관이 돼서 자기의 의지를 점점 잃어버리는 거지. 근데 너희는 적어도 자신의 의지를 알고 사니까 행복한 거라고."

14~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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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달리한 해석의 한 끗 차이가 행복과 불행을 왔다 갔다 하게 만드는 문장이라 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이다. 

 

성소수자라고 하면 여러 부분에서 '행복'보다 '불행'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는 하는데, 생각을 달리해보니 자신이 무얼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몰라서 떠도는 수만의 사람들에 비해 어쩌면 이들은 진짜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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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중요하다고 모두 말하지만, 수많은 진실과 거짓말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모를 때도 있고, 몰라도 될 때도 있고, 모르는 체하는 게 현명할 때도 있으며, 때로는 거짓말이 진실보다 위대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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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한 문장이다. 진실을 쫓는 것이 대체적으로 중요하지만, 살아보니 때때로 하얀 거짓말도 필요함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더불어 세상의 모든 진실을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모르는 체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진실을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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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뭔가가 좋거나 싫은 것에 특별한 이유 따위는 없는지도 모른다. 그냥이다. 누가 좋거나 어떤 장소가 좋거나, 누구한테 잘해주고 싶거나, 그냥 그랬다는 말이 어쩌면 제일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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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때 우리는 그 이유를 찾으려 애를 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 무언가로 설명할 수 없는 '그냥'이라는 답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정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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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실체는 대부분 '남들이 그러니까. 남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니까.'이다. 그렇게 내실이 없거나 황당하다. 평범해지고자 하는 우리의 욕심은 오히려 개성을 스스로 말살한다. 자신이 뭘 좋아하고 어떤 모습으로 어떤 옷을 입을지도 모른 채. 그저 타인의 시선에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1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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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무서운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군중심리로 인해 이유도 모른 채 짓밟히고 무시당하는 것. 그러다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것.

 

그런데 비단 이것은 특정 사람들만 겪는 현상은 아니다. 어떤 상황 사람들과 함께 있느냐에 따라 우리 모두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편견은 혼자 있을 때 생기지 않는다. 집단이 뭉치고 권력과 힘이 생기는 순간 발생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피해야 할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 또 '편견'이다.

 

경험에서, 무의식에서 발동되는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남들의 말과 행동에 흔들리지 않을 용기, 중심을 지키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 나를 잃어버리지 않을 용기를 통해 어쩌면 실체 없는 편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가게를 다녀간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저자가 운영하는 바가 '고해성사의 장'이자 '대나무 숲'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구나 편하게 들러 자신의 말 못 할 사연을 털어놓는 곳.

 

때론 스트레스를 풀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곳이기도 했다가, 반대로 손님들 덕에 가게 주인들이 힐링을 얻어 가는 곳이 바로 이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요즘은 친구나 가족 사이에도 쉽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하나쯤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위안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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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동남아 한 달 살기 - 2024~2025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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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한달살기! 그 중에서도 특히 부담없이 머무를 수 있는 동남아 여행지만을 모아두어 처음 한달살기를 하고자 한다면 여러모로 도움을 구할 수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를 대표하는 여행지를 통해 꿈꾸는 낭만을 즐기고, 마음껏 휴양과 휴식을 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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