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ANGE 머묾 여행 - 무조건 지금 떠나는 개인 취향 여행 Rainbow Series
박상준.송윤경.조정희 지음 / 여가로운삶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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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도서는 앞서 만난 여느 '여행' 도서와는 다른 지극히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여행 책으로, 세 명의 작가가 각기 자신의 목적을 위해 떠나 '머문' 장소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장소들에서 생각과 시선, 감성과 영감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꽤나 특별한 장소처럼 보였다. 더불어 아주 내밀한 공간을 살짝 엿본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모두 홀로 방문하여 조용히 머물다 가는 장소처럼 느껴져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세 명의 저자는 이 책을 편찬하면서 오렌지 컬러를 테마로 설정했는데, 그들은 이 컬러는 '창조의 색'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담은 주제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는데, 공간의 틈 안에 사유 찾아(박상준,) 오감과 감성을 깨우며(송윤경), 어느 순간 속 영감이 피어올라(조정희) 창조의 시작에 머무는 여행을 담은 <the ORANGE 머묾 여행>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체적으로 여행책이지만 사진보다는 글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마도 이들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장소에 대한 의미와 생각들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박하지만,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어릴 적 자주 숨어들던 아지트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대체적으로 고요하고, 한적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훌쩍 떠나서 마음을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을 온전히 달랠 수 있는 장소! 문득 나에게 그런 장소는 어디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또 지금에 머무르지 말고 더 많은 공간을 만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세 명의 작가에게 생각의 틈, 감각과 감성의 조화, 영감이 되어준 소중한 장소들을 만나보며,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도 함께 귀 기울여 보자. 어쩌면 당신도 당신만의 의미 있는 장소와 시간들이 머물러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복잡한 일상과 거리를 두고 때로 고요히 머물 곳이 필요한 순간, 나를 돌아보고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확인해 봐야 하는 순간 이 장소들은 아주 좋은 휴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또 방전된 나를 가득 품어 더 나은 하루를 살아갈 힘을 전해줄 것이다.

 

이제부터 이들이 소개한 보물 같은 장소들을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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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별 '머묾' 장소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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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공간의 틈 안에 사유 찾아, 머묾
좋아하는, 그래서 천천히 생각하고 오래 머물렀던 자리들을 모았다. 대상을 두루 천천히 생각하고 슬로 모션처럼 느린 동작으로 구석구석 눈을 맞춰본다.

 

천천히 생각하기, 느리게 걷기, 삶을 늘여 살아내기, 쉴 새를 만드는 몸짓, 오늘 당신의 사유 역시 그러했으면 좋겠다.

 

■송윤경: 오감과 감성이 깨어나, 머묾
고민이 있거나 일이 풀리지 않으면 차에 시동부터 걸어 정해진 장소 없이 떠나 대자연과 예술, 문화, 역사적인 장소까지 가리지 않고 그곳에 가 나를 앉혔다. 그러면 안내자를 만난 것처럼 길이 보이고 순조롭게 진행되곤 했다.

 

때로 이질감 탓에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행을 떠나면 떠날수록 익숙한 장소와 낯선 곳의 간극이 좁혀졌다.

 

그 과정에서 오감과 감성이 동시에 깨어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여행지에서 받은 영감이 서로 손을 잡으며 새로운 삶을 낳았다.

 

■조정희: 어느 순간 속 영감이 피어올라. 머묾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 공감하기 위해 여행을 통해 경험으로 느끼고 생각한다.

 

마음이 헛헛할 때, 생각이 많아질 때, 재미있게 놀고 싶을 때, 이 순간의 상황과 감정들을 모아놓는다. 그리곤 상황에 잘 어울리는 장소로 나를 데려간다.

 

소개된 장소마다 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가 겪었던 상황별 처방 장소이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준 장소이기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고, 장소를 닮아가고 싶다.

 

아름다운 기억에는 항상 장소가 필요한가 보다. 내 일상이 아름답고 특별한 영감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오늘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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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더 깊게 머물고 싶은 여행지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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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저자는 하나의 장소를 'the ORANGE/더 오래/더 깊게'로 구분하여 머물기 좋은 여행지 소개,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이유, 더 깊게 사유하고 깨우고 영감을 받는 방법에 대해 담고 있다.

 


■[서울]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
숲속의 집과 나무, 바람과 새소리 그리고 잠잠히 어울리는 커피 향. 서울에 속한 땅이지만 서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장소다. 5분만 걸으면 삼청동 명소가 줄지어 자리하고, 또 불과 5분 거리에 북악산을 향하는 말바위 등산로가 열린다.

 

"부지의 수목을 그대로 살려 자연과 건축이 누가 먼저 오게 되었는지 모르도록 하고 싶었다."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을 디자인한 이소진 건축가의 말이다.

 

도서관은 원래 삼청공원 매점이 있던 자리로, 그 터 위에 도서관을 지으며 마치 그곳에 오래 있던 건물처럼 얹히고 싶었다는 말이다. 즉, '책'과 '도서관'과 '숲'이 서로에게 기대어 이웃하는 공간 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있던 길과 나무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지었다고 한다.

 

건물의 존재를 알아채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게 하고 싶었다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충주] 아무것도 아닌 곳
충주시 금가면, 시골 우체국 건물 왼편 입구에 아무 곳도 아니라는 듯 카페 하나가 있다.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 어른들을 위한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곳, 그 공간의 이름 또한 '아무것도 아닌 곳'이다. 그저 카페 벽에는 법정 스님의 글귀 하나가 붙어 있을 따름이다.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와 모든 것을 가졌다는 소리는 결국 같은 소리지요.'

 

한참 지난 어느 힘든 날, 혼자 찾아가 조용히 기운을 차리고 돌아오기 좋은 곳, '실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자신에게 말해줄 수 있는 곳.

 

카페를 연 박진아 씨는 '아무것도 아닌 곳'을 "편지와 커피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 소개한다.

 

그날 저자는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편지를 써서는 '1년 후 어느 날 문득 배달' 되는 카페 앞 느린 우체통에 넣었다고 전한다.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은 이곳이 고향인 장상국 씨가 선산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들었다. 원래 아까시 나무가 많아서 꽃 피는 5월이면 향기롭던 야산이었다.

 

나무를 베어내고, 2003년부터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하나씩 심던 것이 6000여 그루에 이른다.

 

메타세쿼이아 숲은 산 아래 평지에 만들어져 있다. 생각 없이 밭을 옮겨도 걸음이 엉키지 않는다. 한량없이 느리게 걸으면 걷는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걷기를 1시간 정도 하면 숲 구석구석을 봤다고 해도 무방하다. 살짝 땀이 배면 군데군데 있는 벤치에서 쉬어가자.

 

 


■[김재]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환기해 주는 대표적인 장소로, 동화 속에 나올법한 통나무집들을 볼 수 있다.

 

땅 위에 있는 통나무집도 마냥 흥미로울 텐데 나무 위에 올려져 있다는 점이 더욱 재미있다. 나무 위 통나무집은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더욱이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으니 누구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에서는 모두가 자신만의 동심에 온전히 집중한다.

 

건조한 어른이 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는 그런 날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 나무 위 오두막에 올라야 하는 날이다. 다락방 동심의 세계 속에 쪼그리고 앉아 평온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때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4곳을 뽑아보았다.

 

'책'과 '도서관'과 '숲'이 어우러져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삼청공원과 숲속 도서관!

 

쉽게 찾을 수 없는 은밀함이 있어 더 좋은 '아무것도 아닌 곳'은 조용한 곳에서 즐기는 차 한 잔과 1년 후 어느 날 문득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 덕에 더 '홀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사유지이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해 준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은 앞으로 위로 탁 트인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힐링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멍 때리며 느리게 걷고, 그러면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로망과 판타지의 세계를 꿈꾸게 해주는 나무 위 통나무집은 정말이지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구석구석 자리한 공간들을 눈으로, 마음으로 품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동심과 추억 속에 풍덩 빠져들게 만든다.

 

무심한 어른이 된 나를 다시금 말랑말랑한 나로 되돌릴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미즈노 씨네 트리하우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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