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 수업 -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잘 팔리는 비즈니스로 이끄는
호소다 다카히로 지음, 지소연.권희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야를 막론하고 쉽게 쓰는 '컨셉'이라는 말은, 사실 알고 보면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문맥에 따라 '대~~충' 의미만 파악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이번 기회를 빌어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나만의 독특한 개성의 발산과 1인 기업과 같은 형태로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된 컨셉을 잡고 시작해야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

 

어림짐작으로 어설프게 만든 컨셉말고, 나만의 확실한 목표와 비전을 담은 방향성을 제대로 구상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수집하고 조사해야 하는지, 또 이를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그 외에 내 안에 있는 희소 자원을 어떻게 발견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이 책처럼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디테일하게 잡아두고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컨셉의 정의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컨셉을 만드는 데 용이한 ‘틀’을 제시해 주고,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팁들을 제공해 준다.

 

이를 통해 생각의 틀을 깨고 아이디어를 현실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경쟁력을 키우고 명확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흐릿했던 형상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면서 개념이 바로 설 것이다.

 

비즈니스 측면이나 개인적인 활용도 면에서 두루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경쟁력은 키우면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단계별로 차근차근 방법들이 설명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앞의 설명 부분에 대한 '실전편'이 장이 끝나는 부분마다 수록되어 있어, 단순히 읽고 넘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비즈니스를 넘어 개인의 삶에도 여러모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생각의 틀을 깨고 다방면으로 아이디어를 양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나만의 독보적인 '컨셉'을 만드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자가 컨셉 수업을 하기 위해 고수한 세 가지 원칙!
=====

 

▶첫 번째, 최대한 논리적으로 풀어낼 것.
▶두 번째, 추상적인 이야기로 얼버무리지 않고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구체적인 체계를 제공할 것.
▶세 번째, 일련의 흐름을 구석구석 짚어 줄 것.

 

이 세 가지 원칙만 봐도 얼마나 꼼꼼히 컨셉 수업을 준비하고 제대로 풀어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용이한 '틀'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 덕분에 맨땅에 헤딩하지 않고 보다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이 '틀'을 통해 예습 혹은 복습의 개념으로 활용하면서 부족한 부분과 개념 이해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컨셉에 대한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눈높이에 맞게 단계적으로 컨셉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얻는 법, 고객의 입장&미래의 관점에서 스토리 설계하는 법, 컨셉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법, 마지막으로 배운 컨셉을 써먹는 방법까지 알차게 담고 있다.

 

더불어 현대사회에서 컨셉을 배우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함께 다룸으로써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목적은 물론, 우리가 컨셉을 '왜'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
현대사회에서 컨셉을 배우는 것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
=====

 

▶컨셉이 필요 없는 일은 없다
▶'말'은 만물의 프로토타입이다
▶현대사회는 기능보다 '의미'를 사는 시대
▶기획자에게 '말'은 일하게 하는 발상!
▶컨셉에도 '틀'이 있다
▶'감각이 전부'라는 말은 오해
▶컨셉은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는 일

 


=====
간단하게 살펴보는 커리큘럼
=====

 

이 책의 구성은 컨셉을 만드는 순서와 같으므로, 처음부터 순서대로 살펴봐도 좋고, 익숙한 숙련자라면 필요한 부분만을 먼저 살펴봐도 좋다.

 

▶1장
컨셉의 정의와 조건을 다룬다.

 

▶2장
'질문'을 만드는 법을 이야기한다.

 

▶3장
질문에 대한 답변은 스토리를 설계하면서 생각해 나간다. 3장에서는 '인사이트형' 스토리의 설계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4장
'비전형' 스토리는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상적인 미래상에서 거꾸로 계산하여 설계한다.

 

▶5장
컨셉을 '한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6장
컨셉의 '최적화'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부록
Q&A 코너를 통해 저자가 컨셉에 관해 자주 듣는 질문에 대해 답변할 것이다.

 


=====
참고하면 좋을 페이지 구성
=====

 


 

실전편을 통해 앞 장에서 다룬 내용들을 실제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

 



각 장의 끝나는 페이지마다 요약본을 별도로 만나볼 수 있다.

 


"컨셉=가치를 만드는 일"

 


쉽게 사용하던 '컨셉'이라는 말이, 막상 업무에 적용하려고 하면 생각만큼 쉽게 다가오지 않았던 경험을 해봤다면 이 책이 구세주가 될지도 모르겠다.

 

순차적으로 학습지를 클리어하듯, 하나씩 완성해 가며 성취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부터 차근차근 컨셉 수업을 풀어보려 한다.

 


=====
컨셉이 대체 뭘까?
=====

 

■컨셉의 정의
컨셉의 일반적인 정의는 '전체를 관통(일관) 하는 새로운 관점'을 말한다.

 

현대의 비즈니스에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그 비즈니스가 무엇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즉, 컨셉 만들기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존재의 의미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컨셉의 역할
의미를 담은 컨셉이 비즈니스에서 하는 역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명확한 '판단 기준'을 부여한다.

▷두 번째, 만드는 대상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세 번째, 고객이 지불하는 '대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만드는 사람에게 컨셉이란 '가치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존재의 의미'가 담긴 컨셉으로 '가치의 설계도'를 활용한 사례

1) 스타벅스의 '제3의 장소'라는 컨셉
2) 에버 레인의 '급진적 투명성'이라는 컨셉

 


■효과적인 컨셉의 조건

 

1) '고객의 눈높이'에서 썼는가
기뻐하는 고객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말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 애플의 아이팟→ '주머니 속의 1000곡'

 

2)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디어가 있는가
나 또는 내가 속한 팀만의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ex)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라는 컨셉

 

3) '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가

 

▷대상을 불필요하게 좁히고 있지 않은지 점검
해당 컨셉으로 비즈니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규모가 보장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ex)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영화 전문' 컨셉 테마파크 → '엔터테인먼트 편집숍'이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변경하면서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타깃에 맞춰 컨셉 변경

 

ex) 시브리즈의 '피부 트러블을 낮게 하는 가족 상비약' → 멋진 마린 라이프를 응원하는 남자의 여름 스킨케어 컨셉 → 청춘의 땀 케어로 컨셉을 바꾸면서 브랜드의 매출은 가장 침체되어 있던 때에 비해 8배 가까이 성장!

 

4) '심플한' 말로 썼는가
컨셉은 쉽게 이해되고 기억할 수 있으며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짧고 쓰기 쉬운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기호처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하다
▷군더더기 없이 말해야 한다
▷온도를 높이는 말인지 확인해야 한다

 


■컨셉이 아닌 것의 구분

 

▷컨셉은 선전 문구가 아니다
'실체를 근사하게 전달하는 말'인가, '실체를 만드는 말'인가를 통해 이것이 선전 문구인지 컨셉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 컨셉은 '실체를 만드는 말'임을 명심하자.

 

▷컨셉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특정 생각, 즉 발상을 아이디어라고 부르며 이것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재구성한 것이 컨셉이다.

 

▷컨셉은 테마가 아니다
테마가 마주해야 할 '과제'를 가리킨다면, 컨셉은 '고유한 답'을 가리킨다.

 

ex)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치유'라는 테마에 대해 스타벅스는 '제3의 장소'라는 컨셉의 답을 내놓았다.

 


=====
컨셉을 이끌어내는 ‘질문’ 만드는 법
=====

 

■왜 질문이 중요할까

 

1. 창의성의 5단계

 

▷LEVEL 0.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낸다
다른 사람이 시킨 일을 그대로 할 때는 창의성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다.

 

▷LEVEL 1. 주어진 일을 궁리하여 더욱 훌륭하게 해낸다.
주어진 규칙 안에서 떠올리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창의성의 첫 번째 단계다.

 

▷LEVEL 2. 주어진 질문에 대해 여러 답을 떠올린다
자기 나름대로 답을 하게 되는 단계다.

 

▷LEVEL 3. 전제 조건을 의심하고 스스로 의문을 제기한다.
자기 자신이 질문의 주체가 된다.

 

▷LEVEL 4.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만든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질문'이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답'을 이끌어내 컨셉이 탄생한 것이다.

 

▷LEVEL 5. 사회나 업계의 전제를 뒤집는 큰 질문을 제시하고 답을 만든다.
획기적인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구조까지 바꾼다. 그러려면 수천, 수만 명의 사람을 움직여야 한다. 많은 사람의 생활과 관련된 사회 시스템을 새로이 꾸리는 일은 실무자에게 가장 큰 창의 성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2. 아이디어가 많으면 창의적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컨셉 만들기와 창의적 발상이란 레벨3 이후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상식적인 질문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부터 컨셉 설계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

 

1. 좋은 질문은 좋은 패스와 같다
조리 있는 질문은 축구 경기의 절묘한 패스와 같은데, 받는 사람에게 자유로운 공간과 결정적인 기회가 생기도록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조리 있는 질문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곱셈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자유도 x 임팩트]

 

▷자유도란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임팩트'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넓은 임팩트와 깊은 임팩트다.

 

넓은 임팩트란 많은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리킨다.

 

ex)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든 책상과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 이라는 말을 기업 컨셉으로 내세운 것은 '넓은' 임팩트를 노린 것이다.

 

깊은 임팩트는 특정 분야, 특정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리킨다.

 

ex) 1808년, 이탈리아인 펠레그리노 투리는 "앞을 볼 수 없는 연인이 쉽게 편지를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에 타자기의 원형 중 하나가 탄생하게 되었고, 시각 장애인이 글을 쓸 때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이는 넓지는 않지만 '깊은' 임팩트를 불러온 물음이었다.

 

2. 질문의 4가지 종류 질문 '질문 매트릭스'

 

▷어리석은 질문: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
자유도가 낮은 데다 답을 해도 임팩트가 작은 질문.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은 분명 시간 낭비다. 지금 당장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퀴즈: 재미있지만 의미는 없다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큰 임팩트는 기대할 수 없는 질문이다. '퀴즈'라는 이름처럼 재미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골칫거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나쁜 질문: 일본의 승리 공식이었던 '근성' 싸움
전통적 기업들이 전설처럼 이야기해 온 역사적 성공 사례는 우측 상단의 '나쁜 질문'에 유독 집중되어 있다.

 

'이것만은 반드시 돌파해야 한다'는 꽉 막힌 질문과 맞닥뜨리면 대부분은 실패하지만, 어떤 기업은 현장의 기술력으로 어떻게든 극복해 내기도 한다. 이런 기적과 같은 성공 사례가 일본의 국민적 자부심을 형성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방향 자체를 크게 바꾸는 형태를 취해보자. 꽉 막힌 상황이 아니라 자유 속에서 질문을 마주하는 것 또한 훌륭한 '도전'이 될 것이다.

 

▷좋은 질문: 지금 이 시대에 의미 있는 물음
창의적인 질문은 답을 하려고 몰두하는 이들을 독려한다. 이렇게 '좋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은 컨셉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3. 재구성, 질문을 바꾸면 발상이 달라진다
질문을 바꿈으로써 관점을 바꾸고 시야를 넓혀 생각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이끄는 것을 '재구성'이라고 부른다.

 

스탠퍼드대학교의 티나 실리그 교수는 "질문은 모두 틀이며 답은 그 안에 들어간다"고 말하며 "틀을 바꾸면 해결책의 폭이 극적으로 변화한다"고 재구성의 힘을 설명했다.

 


■재구성하는 8가지 방법

 

①전체에 관한 질문: 부분보다 전체를 본다면?
부분에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고, 더 넓게 전체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전체에 관한 질문'이다. 전체를 조망하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성숙해 기술이나 사물 자체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분야일수록 전체를 조망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②주관적인 질문: 당신이 유독 좋아하거나 고집하는 것은?
객관적인 답은 데이터와 AI를 통해 바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주관이 만드는 파격적인 답은 데이터에서 도출해 내지 못한다. 상식적인 질문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 자신만의 개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보자.

 

③이상적인 질문: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은 어떤 모습인가?
때로는 현실 너머에 있는 '이상'을 물어야 하는데,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돌파하려면 때로 눈높이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ex) 아마존 전자책 서비스 킨들의 컨셉은 '전 세계 모든 서적을 60초 안에 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 컨셉은 모든 서적을 다루려는 아마존뿐만 아니라 출판업계에도 이상적인 미래를 보여주었다.

 

이상에 관한 질문은 이처럼 이해가 대립되는 상황을 극복할 때도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④동사로 된 질문: 행동에 주목한다면?
컨셉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명사'로 생각한다. 하지만 명사로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고정관념에 사로잡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름이야말로 고정관념의 정체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름이라는 라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아이디오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빌 모그리지는 '명사가 아닌 동사'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해방된다는 뜻이다.

 

-----------------------------
[명사로 된 질문]
새 컵을 디자인한다면?

[동사로 된 질문]
물을 운반하는 새로운 방법을 디자인한다면?
-----------------------------

 

또한 질문을 명사에서 동사로 바꿀 때 질문의 중심은 자연히 물건에서 사람으로 이동하게 된다.

만들고자 하는 무언가를 명사에서 동사로 대체하는 것, 그리고 그 동사가 가진 의미의 미래를 묻는 것, 그것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발상을 만드는 방법이다.

 

⑤파괴해는 질문: 깨부숴야 할 지루한 상식은?
도무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없을 때, 그럴 때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부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자유도는 높지만, 대상을 좁힐 수 없다. 하지만 파괴하는 질문은 깨뜨려야 할 '가상의 적'을 설정하기 때문에 초점을 명확하게 맞출 수 있다. 따라서 돌파력 있는 컨셉을 도출해 내기 쉽다.

 

때로는 창조하려는 생각보다 파괴하려는 생각이 더욱 멋진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용납할 수 없는 일, 화나는 일, 참을 수 없는 일, 깨부수고 싶은 무언가만 적어보아도 긴 목록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 대한 분노를 컨셉으로 승화시켜 보자.

 

⑥목적에 관한 질문: 그것이 수단이라면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이 수단이라면, 그 너머의 목적은 무엇인가. 생각이나 논의의 폭이 좁아진 듯한 느낌이 들 때는 이렇게 질문해 보자.

 

ex_1)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위
수단: 재미있는 게임
목적: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겠다

 

ex_2)
매트리스 브랜드 캐스퍼
수단: 매트리스
목적: 최고의 수면을 이끌어낸다

 

⑦이타적인 질문: 그러면 사회는 어떻게 개선되는가?
기업에서 편리한 컨셉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뒤처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브랜드는 이기적인 질문을 이타적인 질문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예시)
이기적인 질문: 최첨단 의료 기술로 남다른 의료 서비스를 만들려면?
이타적인 질문: 최첨단 의료 기술로 누구를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가?

 

첫 번째 질문에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라는 대의가 결여되어 있다. 그러니 전문적이고 범위가 좁은 컨셉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 질문에는 처음부터 기술을 수단으로 삼아 더 큰 목적을 바라보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컨셉에 사회적 가치가 담기게 된다.

 

⑧자유로운 질문: 아직 나오지 않은 값진 질문은 없는가?
이 책에서 말한 방법이 아닌 여러분의 직감에 따라 앞선 7가지 질문과 겹치지 않는 질문을 써보기 바란다.

 

이러한 질문 바꾸기는 모두 '평소의 시야'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점을 부러 의식하지 않는 한 보지 못하는 각도로 돌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질문의 재구성이 반드시 일방통행일 필요는 없다. 반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으니 말이다.

 

렌즈를 교환하여 사진을 찍듯이 양방향으로 관점을 유연하게 바꾸어보자.

 


=====
고객의 눈높이로 보기: ‘인사이트형’ 스토리 설계
=====

 

■인사이트형 스토리의 뼈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세상에 제안하고자 할 때 3C를 무시할 수 없다. 3개의 C는 각각 Customer(고객), Competitor(경쟁자), Company(자사)를 가리키는데, 고려해야 할 사항을 빠짐없이 확인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틀로써 널리 이용되어 왔다.

 

다만 3C를 각각 채우기만 해서는 스토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컨셉을 만들 때는 각각의 항목을 접속사로 연결한 뒤 마지막으로 'Concept(컨셉)'이라는 네 번째 C를 배치한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란 다시 말해 '고객을 구하는 이야기'이므로 4개의 C를 '그러나, 그래서, 즉'이라는 접속부사(이어주는 말)를 넣어주면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된다.

 


■고객: 고객의 인사이트를 찾는 방법
사람들은 대부분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춰 자신의 체면을 지켜가며 대화를 나눈다. 모두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할 때 어째서인지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전제하에 일을 진행해 버린다.

 

하버드 대학의 제럴드 잘트먼 박사는 저서에서 인간은 자신의 의식 중 5%밖에 인식하지 못하며 나머지 95%의 무의식이 생각이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의식 전체를 빙산에 비유한다면,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언어화할 수 있는 것은 해수면 밖으로 드러난 부분뿐이다. 이것을 '니즈'라고 부른다. 반면, 해수면 아래에는 의식할 수 없는 또는 알아차리고 있어도 언어화할 수 없는 무의식의 영역이 방대하게 펼쳐져 있다. 바로 여기에 '인사이트'가 잠들어 있다.

 

비즈니스에서 말하는 '고객 인사이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숨겨진 욕구'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런 인사이트를 어떻게 포착하고 표현하면 좋을지 다음 기본 구문을 통해 익혀보자.

 

갈등 속에 숨겨진 속마음을 파악하는 것을 통해 'A이지만 B'가 인사이트를 포착하는 기본 구문이다.

 

예 1)
심리 A: 식사 준비에 품을 많이 들이고 싶지 않다
심리 B: 부실하게 먹고 싶지는 않다.

 

예 2)
심리 A: 집 냄새를 제거하고 싶다
심리 B: 모든 걸 세탁하기는 귀찮다

 

이 새로운 인사이트를 통해 '빨래 할 수 없는 것을 빤다'는 컨셉을 세우고, 일본에서 탈취 살균 스프레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좋은 인사이트란 정반대의 모순된 마음을 포착하는 것으로 인사이트와 컨셉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곡을 찌르는 인사이트를 발견하면 자연히 컨셉도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사이트와 컨셉의 관계야말로 인사이트형 스토리의 축이다.


■경쟁자: 진정한 경쟁 상대를 찾는 법
스토리를 설계할 때는 경쟁자의 '약점'과 고객에 대한 '소홀함'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타깃 고객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아무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할 수 있는 시장의 빈 곳, 즉 기회를 찾으면 된다.

 

우선 넓은 시야에서 진정한 경쟁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이 그림은 경쟁 상대를 찾고 동시에 경쟁에서 승리하는 길을 찾아내기 위한 틀로 원이 작은 순서대로 범주, 과제, 시간이라는 3가지 기준을 통해 경쟁자를 찾게 된다.

 

틀을 제대로 채우면 이 그림을 보기만 해도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 그 상대가 '소홀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도전하는 쪽에게는 기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범주: 같은 범주 내의 경쟁자
고객이 시장에서 비교, 검토하는 상대가 바로 '같은 범주 안에 속하는 경쟁자'다.

 

이렇게 조사해서 데이터를 얻는다면, 다른 회사들을 포함한 기존 업계가 어느 부분에 부족한지 한층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과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경쟁자
여기서 '과제'란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뜻한다.

 

고객이 출퇴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용'한다고 보는 것이 '과제'라는 발상이다.

 

▷시간: 같은 시간을 두고 겨루는 경쟁자

 

예시로 확인한 <킨들의 경쟁 상대>에 관한 정보를 통해 상대의 약점이나 소홀한 부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모두 자신의 혹은 자사의 기회와 다름없는 것으로 경쟁자와 비교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관점 또한 얻을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이처럼 경쟁 상대를 헤아리는 행위의 본질은 스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자사: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베네핏
나 또는 우리 회사만이 내밀 수 있는 '손', 다시 말해 자사의 강점을 헤아리는 것이 세 번째 C, 기업이라는 항목의 주제다.

 

상품과 서비스의 강점을 분석할 때는 팩트, 메리트, 베네핏 총 3가지로 구분 지어 생각해야 한다.

 

▷팩트: 상품이나 서비스가 지닌 객관적 사실을 말한다.
▷메리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익을 뜻한다.
▷베네핏: 타깃에게 특히 강하게 호소할 수 있도록 '메리트'를 다른 말로 표현한 것이다.

 


=====
미래 관점으로 바라보기: ‘비전형’ 스토리 설계
=====

 

■비전형 스토리의 뼈대
과거와 미래를 말로 연결하기 위해 먼저 미션과 비전의 의미부터 명확히 확인해 보자.

 

▷미션: 조직이 계속 짊어져야 할 사회적 사명
-창업부터 미래까지 영원히 지속될 스토리의 근원이다.

 

▷비전: 조직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 미래
-미래의 풍경을 나타낸다.
-이루어지는 순간 사라진다.

 

미션과 비전은 정의보다는 이 용어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미션과 비전은 시간 축 안에서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컨셉은 비전을 향한 첫걸음으로 '현재'에 해당한다. 5년 후, 10년 후, 30년 후에 다가가야 할 이상적인 미래를 위해 지금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을 말로 표현한 것이 바로 컨셉이다.

 

'처음'부터 짊어져 온 사명을 뜻하는 미션, '언젠가'의 미래를 말하는 비전, '그것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을 표현하는 컨셉. 이 3가지를 명확하게 파악하면 시간 축을 갖춘 스토리 구조가 완성된다.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미션은 컨셉, 비전이지만 이야기로 풀어낼 때는 ①미션, ②비전, ③컨셉 순으로 나열해야 한다.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한 뒤 중심에 컨셉을 두는 것이다. 그리고 내용을 '처음', '언젠가', '그것을 위해 지금'이라는 말로 연결하면 3줄짜리 원고가 완성된다.

 

매우 단순한 구조지만 이것만으로도 갖가지 사업 구상을 논할 수 있다. 실제로 경영뿐만 아니라 정치인의 연설 등에서도 비슷한 스토리 구조를 응용한다.

 


■미션: 과거를 되돌아본다
미션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되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작업의 핵심은 본질적인 가치를 찾아내는 데 있다.

 

미션을 찾을 때는 "지금껏 우리가 만들어온 것이 수단이라면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 여기서 목적은 '사회가 요구한 사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의 의미는 역사를 되돌아보는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데 찾아낸 과거의 의미에 따라 미래가 규정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미션은 기업이나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담아낼 필요가 있으므로 보편성과 고유성, 이 2가지를 포착하는 것이 미션을 언어화하는 포인트임을 꼭 기억하자.

 


■비전: 미래를 내다본다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인 미래를 '보이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비전의 역할이다. 눈에 보이는 말은 존재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전을 작성하는 2가지 포인트>

 

①해상도를 높인다
첫 번째 포인트는 말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다. 문장 속의 모호한 부분을 없애고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말로 다듬는 것이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②안전지대를 넘어선다
비전을 작성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현재와 적당히 거리가 있는 미래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목표의 난이도에 따라 3개의 존으로 원을 그리면 가장 중심에 컴포트 존, 스트레치 존, 패닉 존으로 각각 표기할 수 있는데, 중심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한 가운데는 '컴포트 존'이라 부르는 안전지대로 이 구역에 들어가는 목표는 평소 업무의 연장선 위에 있으며 심리적 부담도 없다.

 

한 층 바깥으로 나가면 '스트레치 존'으로 이 구역에 포함되는 목표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실현할 수 없다. 하지만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가장 바깥쪽에는 '패닉 존'으로 영원히 실현되지 않을 것 같은 이상적인 미래라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전을 구상할 때 하나 더 마음에 새겨두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 좋은 비전은 찬성과 반대 의견을 모두 이끌어 낸다는 점이다.

 

새롭고 의미 있는 비전일수록 기득권을 쥔 사람이나 조직은 당연히 반대 목소리를 올리기 마련이므로 아무 마찰도 없이 동의를 얻는 비전은 이미 사회나 조직에서 합의가 끝난 뻔한 미래일 가능성이 높음을 인지해야 한다.

 


■인사이트와 비전을 하나로
컨셉은 고객의 인사이트에 부응하는 내용이자 조직이나 팀의 비전을 이루는 첫걸음으로서 2가지 목적을 모두 고려해 설계해야 함을 나타낸다.

 

어느 칸부터 시작하든 문제없으며, 비전부터 시작하더라도 인사이트를 반드시 염두해 둬야 한다.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꼭 기억하자!

 


=====
컨셉을 ‘한 문장’으로 쓰는 법
=====

 

■한 문장으로 만드는 방법

 

▷step 1. 의미를 정리한다: 3점 정리 법
먼저 핵심 문구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한다. '고객', '목적', '역할'이라는 3개의 점으로 의미를 정리하므로 3점 정리 법이라고 부른다.

 

먼저 'A'에는 타깃이 되는 고객을 '주어'로 넣는다. 목적 'B'에는 반드시 '동사'가 포함된 문장을 적는데, 이때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파악해 적는다. 역할 'C'에는 상품이나 서비스 등 브랜드가 제공하는 역할을 '명사'로 써넣는다. 고객이 새로운 행동을 하는 데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나타내는 말을 생각하면 된다.

 

예) 스타벅스
고객: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목적: 도시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역할: 직장과 집 사이의 쉼터 역할을 한다.

 

이 단계의 목적은 표현해야 할 새로운 의미를 확실하게 포착하는 데 있다. 문장이 다소 길어져도 문제없다.

 

▷step 2. 핵심만 남긴다: 목적인가 역할인가
다음으로는 컨셉의 핵심을 찾아야 한다. 컨셉의 핵심 문구는 기본적으로 목적형이나 역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예시 1) 역할이 더 중요한 경우
고객: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목적: 도시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역할: 직장과 집 사이의 쉼터 역할을 한다.

 


예시 2) 목적이 더 중요한 경우
고객: 이 세상 모두가
목적: 모든 책을 60초 안에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역할: 서점 겸 전자책 단말기 역할을 한다.

 

▷step 3. 날카롭게 다듬는다: 두 단어 규칙
마지막은 글을 한 문장으로 다듬는 단계다. 구성요소는 크게 '두 개념의 조합'을 목표로 한다.

 

step 2에서 스타벅스의 '직장과 집 사이의 쉼터'라는 문장에는 '직장', 집', 쉼터'라는 3개의 개념이 등장하는데 '제 3의 장소'라고 표현하면 본래 3개의 개념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2개의 개념으로 표현하도록 고안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핵심 문구의 3가지 유형>
핵심 문구는 구성 요소에 따라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3점 정리 법이 목적에 초점을 맞춘 목적형으로 주로 사람들의 새로운 행동을 나타낸 말이 된다.

 

이와 달리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역할형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역할이 얼마나 새로운가에 주목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브랜드의 역할을 나타내는 명사로 표현한다.

 

핵심 문구는 일반적으로 한 줄로 줄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기업 문화나 컨셉을 사용하는 문맥에 따라서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목적과 역할을 세트로 사용하는 연결형으로 만들면 된다.

 

ex) 퍼스널 컴퓨터 → 진료 기록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퍼스널 컴퓨터

 

또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고자 한다면 연결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표현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말을 얼마나 아느냐보다 말에 관한 선입견을 얼마나 버릴 수 있느냐, 얼마나 파격적인 말을 선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1)연상법: 연상을 연결해 새로운 인식을 만든다
예측 밖의 변환을 찾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연상의 폭을 한없이 넓히는 것이다. '마인드맵'이라고도 불리며 방식이 다양하지만, 심플하게 연상을 널리 넓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2)우연법: 말과의 우연한 만남을 활용한다
처음부터 통상적인 연상의 범위를 뛰어넘어 '바깥에 있는 말'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 우연 법이다. 구체적으로는 잡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다른 업계의 말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의미의 파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잡지가 아닌 책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펼친 면에 나온 표현을 이용해 컨셉이나 카피를 써넣는 방식이다. 저자는 서점이나 도서관을 둘러보기를 추천했다. 돌아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말들을 차례차례 사용해 컨셉을 만들면 생각지 못한 단어가 탄생한다.

 

방식이 어떻든 말과의 '우연한 만남'을 강제로 일으키는 것이 포인트다.

 

3)유의어법: 단어를 치환하여 최적의 답을 찾는다
유의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사람에게 아주 든든한 도구가 있는데, 바로 유의어 사전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 문장 만들기 10가지 패턴

 

▷컨셉 구문 1) 혁신 화법
큰 변화가 따르는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는 혁신 화법을 먼저 시도해 보자. 혁신 화법이란 'A에서 B로' 또는 'A를 B로 하다'라는 형식으로, 변화의 전후를 설명하는 구문이다.

 

현재 상태나 대상을 나타내는 A와 이상을 나타내는 B를 언어화하고 'A에서 B로', 'A를 B로' 구문에 적용하여 표현해 보자.

 

▷컨셉 구문 2) 비교 강조법
비교 강조법이란 부정하는 것과 긍정하는 것을 동시에 전달하여 제안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방법이다. 'A보다 B나' 'A가 아니라 B' 같은 구문으로 표현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머릿속 우선순위를 뒤바꾸거나 지금까지 믿었던 상식을 비상식으로 만드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ex)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여명기에 '우리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아티스트다'라고 거듭 말했다.

 

▷컨셉 구문 3) 불 해소법


불만, 불안, 불쾌, 부자유 등과 같은 '불'에 해당하는 것을 먼저 적어보자. 특히 고객이 어려움을 겪는 '불'을 발견하고 그것이 사라진 세계를 묘사하면 강력한 컨셉이 된다.

 

'불'은 페인 포인트라 불리기도 하는데 페인이란 돈을 지불해서라도 없애고 싶은 생활 속의 고통을 가리킨다.

 

ex) 아프지 않은 주삿바늘, 날개 없는 선풍기,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 등

 

불 해소법은 아이디어가 지닌 고객 가치를 확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컨셉 구문 4) 은유법
은유법이란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상에 '비유'하여 새로 만들고자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만들고자 하는 것의 이미지를 다른 대상에 비유해 보자. 전혀 다른 세계의 은유일수록 한층 새로운 생각이 탄생할 것이다.

 

▷컨셉 구문 5) 반전법
반전법이란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뒤집어 새로운 상식을 제안하는 방법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조차 반전시켜 이면에 숨겨진 새로운 가치에 빛을 비추는 것이다.

 

예1) 커보이게-작아보이게
와코루는 작아 보이는 브라를 발매했다.

 

예2) 필요한 사람의 안경-필요하지 않은 사람의 안경
진즈는 눈이 좋은 사람을 위한 안경을 개발했다.

 

예3) 낡을수록 싸다-오래될수록 비싸다
빈티지 맨션은 부동산의 상식을 뒤엎고 '오래될수록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일으켰다.

 

▷컨셉 구문 6) 모순법
'작은 거인'이나 '시끄러운 침묵'처럼 모순되는 2가지 개념을 연결하는 것이 모순법이다.

 

예1)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 <명탐정 코난>

 

예2) '설마도 곧 상식이 되는 '무인양품'

 

▷컨셉 구문 7) 민주화
특별한 사람만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을 모든 사람에게 개방하는 것. 문턱 낮추기라고도 하는 민주화는 특히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에서 하나의 성공 패턴이 된 컨셉을 만드는 방법이다.

 

민주화, 즉 문턱 낮추기를 내건 기업들은 대부분 처음으로 틈새를 겨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긱이라 불리던 컴퓨터 사용자를, 나이키는 달리기가 몇몇 사람들의 취미이던 시절의 러너들을, 포드는 여명기의 자동차 운전자들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시장 확대 전략과 민주화 컨셉의 화법은 궁합이 매우 잘 맞아서 광고를 중심으로 한 매스 마케팅이나 세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

 

▷컨셉 구문 8) 개인화
민주화와 짝을 이루는 것이 개인화라는 사고방식이다. 데이터와 AI의 결합이 온갖 분야에서 지금껏 불가능했던 개인화를 실천해 주고 있으므로 이러한 흐름을 결코 멈출 수 없을 듯하다.

 

ex) 넷플릭스는 한 사람당 하나의 방송국을 제공해 준다.

 

▷컨셉 구문 9) 슬라이드 법(옮기기)
슬라이드 법은 정확히 말하면 구문이라기보다는 발상법이다. 슬라이드 법에서는 먼저 기본 조합을 설정한 다음, 구성 요소를 조금씩 바꿔가면 표현한다.

 

장소를 바꾸어 변화를 일으키거나, 시간을 바꾸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례, 마지막으로 방향을 바꾸는 방법 등을 말한다.

 

▷컨셉 구문 10) 기호화
전하고 싶은 의미를 '수치'나 '도형'이나 '단어'로 대체하는 것이 기호화다. 문장이 아니라 뜻을 전달하는 최소 단위로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ex) 게토레이 ON < IN

 


=====
배운 컨셉 써먹기
=====

 

■제품ㆍ서비스 컨셉 개발
컨셉시트 속 스케치는 팀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이미지를 공유하기 위한 그림으로, 상세한 내용보다는 '사용자의 이상적인 체험'을 담아야 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개발

 

<'시제품' 작성시>
일반적인 시장 조사 방법 가운데 고객에게 컨셉을 읽게 한 뒤 반응을 살피는 방식이 있는데, 개발 전이나 개발 중일 때 주로 활용한다.

 

<마케팅 컨셉 작성시 주의사항>
1) 고객(사용자)의 눈높이에서 쓴다.
2) 멋진 카피를 지나치게 고집하지 않는다
3) 200~300자 정도로 다듬는다

 


■가치: 조직을 통솔하는 행동 원칙
가치란 조직에서 공유해야 할 가치관과 행동 원칙을 뜻한다. 그러므로 가치는 '짧고 인상적인 몇 가지 문구'가 가장 적절한 형식이다. 여기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치가 필요하다.

 

3가지 가치로 행동 원칙을 표현해 보면, 첫째 각자 '잘하는 부분을 더욱 개발한다' 둘째, '서툰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셋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를 위해' 싸운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가치의 조건>
가치가 되는 말에는 3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 1. 간단하게
조건 2. 명확하게
조건 3. 기억하기 쉽게

 


<가치를 만드는 3단계>
일반적으로 발굴, 선정, 언어화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 내용이 너무 많아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까 최대 8개 정도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언어화' 단계에서는 간단하고, 명확하며, 기억하기 쉽게 한다는 3가지 조건을 염두에 두며 말을 완성하면 된다.

 

<MVV와 MVC 알맞게 쓰기>
▷MVC: 미션, 비전, 컨셉
▷MVV: 미션, 비전, 가치

 

기본적인 스토리 구조는 같으나 무언가를 만들 때는 컨셉에 녹여낼 MVC를(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물음), 조직의 행동을 통솔하거나 바꾸고 싶을 때는 가치로 연결하는 MVV를(행동원칙이나 행동 지침) 활용하면 된다.

 


=====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한 Q&A
=====

 

Q. 컨셉 만드는 실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법이 있을까요?
A. 디컨스트럭션(현실을 개념으로 해체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훈련해 보자. 컨셉 만들기는 언어를 조립하는 기술과 같다. 조립하는 방법을 배우려면 먼저 해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듯 기획의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디컨스트럭션'이라고 부른다.

 

어떤 인사이트를 포착했는가, 어떤 경쟁 상대의 약점을 간파했는가, 왜 그 기업이 아니면 안되었는가, 어떤 비전이 보이는가, 피라미드 모델을 참고해서 6가지 부분(고객 인사이트, 경쟁자, 기업, 컨셉, 미션, 비전)으로 분해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이들을 조합해 스토리로 만든다. 마치 자신이 그 상품의 담당자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성공이다.

 


Q. 말수집하는 방법
A. 컨셉 만들기에 능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평소에 다양한 말을 모아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감탄이 나오는 소설 속 표현, 인상적인 이름, 잡지 표지에서 눈길을 끄는 타이틀, 이렇게 말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무심코 손가락이나 눈을 잡아끄는 말에는 무언가 있다.

 

그렇게 하나둘 모아둔 말은 당신의 자산이 될 것이다. 다만 모아놓은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이 어떠한 '느낌'을 불러왔는지 떠올리는 것이 우리의 목적임을 기억하자.

 


=====
마무리하며
=====

 

나만의 의미와 가치를 담은 컨셉을 통해 비즈니스는 물론,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 있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 사회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말일수록 의외로 제대로 알지 못하고 깊이 파고들수록 함정 같은 구석이 있는데, 이 책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기본 지식 없이도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독자가 맨땅에 헤딩하지 않도록 컨셉을 만드는 데 용이한 '틀'을 비롯해 각 장마다 배치된 <실전편>을 배치함으로써 각 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완벽하진 않아도, 대체적으로 '컨셉'을 만드는 것에 있어 대략적인 개념을 탑재하고, 필요한 부분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내 안에 있는 비법소스'가 추가되어야 완벽해지겠지만, 적어도 그 외에 컨셉을 구성할 수 있는 일종의 틀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완독한지도 며칠이 지났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서평을 작성하지 못한 이유는 이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무게감을 과연 내가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을지,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참을 고심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다 다른 독자들이 쓴 글도 읽어보고, 다시금 내용을 정리하며 마침내 생각을 가다듬게 되었다. 그리고 낸 결론은 여태 그래왔듯 내 방식대로, 내 스타일대로 쓰되, 무게감은 조금 줄여보자는 생각에 다다랐다.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독자들 역시 함께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이기를 바라기에, 이 책을 읽으며 뜨겁게 달아올랐던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보고자 한다.



총 7편의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각각의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상징이 남달라 여러 의미로 들끓게 만들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소설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강한 몰입력과 호소력에 깊이 매료되는 작품들이었다.


보통은 특정 작품이 유독 마음에 남거나 유달리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어 손꼽아 이야기하고는 하는데, 여기 실린 7편의 작품은 비등비등하다 말할 수 있을 만큼 모두 임팩트 있는 작품들이라 한두 가지를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7편의 작품을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함께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함께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중심이 되는 인물들은 모두 여성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모두 깊은 상흔과 아픔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 모두는 연약하고 힘이 없는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들이 그렇게 된 사연을 살펴보면, 개인적 혹은 사회적인 부조리, 구조의 문제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 등 다양한데, 공통점은 하나같이 가슴 아픈 절절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부분은 소설이 아닌 현실처럼 느껴져 당혹스럽기도 하고, 때론 비극적으로 다가오거나, 혹은 고통스럽게 다가와 온통 감정을 뒤흔들어 놓기도 하는데, 결론에 다다르다 보면 어느새 이 감정들도 서서히 가라앉음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등장하는 이들 대부분이 조금씩 변화를 겪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과 화해할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경험만큼 좋은 인생 공부도 없다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 내용들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담겨있는데, 아직까지 현실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처단이 시급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조금 먼 과거의 이야기부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까지 두루 만나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던가 '무엇이 문제일까?'를 고심하며 함께 했으면 좋겠다.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스물일곱 살, 늦깎이 대학교 3학년 영문과 학사 편입생이 된 희원은 매주 금요일 오후에 듣는 영어수업의 강사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처음에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을 비롯해 모든 것이 설렘으로 다가와 그저 좋았고 행복했다. 그렇게 자신의 미래가 될 강사의 수업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그러던 중 당황스러운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 희원을 강사가 도와주게 되면서 둘은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후 희원은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검색을 통해 그녀에 대해 알아보게 되고 이후 그녀의 에세이 책까지 어렵게 구매하면서 그녀와 자신의 공통점도 발견하게 된다.


그녀의 영어 에세이 수업을 통해 희원은 자신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되고 이와 동시에 나아가 대학원 진학을 꿈꾸는데, 이에 대해 먼저 그 길을 가고 있는 강사는 "공부는 대학원이 아닌 곳에서도 할 수 있다" 말한다.


이에 상처를 받은 희원은 그녀의 말을 오해하게 되고 이에 따라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내뱉게 된다. 이후 시간이 한참 흘러 대학원을 다니고, 마침내 강사가 되고 난 뒤에 비로소 그녀가 그때 한 말의 의미를, 그녀가 경험하고 감내해야 했던 감정들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제야 희원은 자신의 감정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나도, 더 가보고 싶었던 것뿐이었음을'


-----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44페이지 中
-----



· · · · ·


꿈을 위해 기존의 일들을 포기하고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은 무언의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온다. 와중에 자신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강사를 보며 어쩌면 막연한 희망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컴컴한 미래에 한줄기 빛과 같이 느껴졌을, 약간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강사는 그래서 동경의 대상이자 미움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그녀가 진심을 담아 전한 말이 유독 더 큰 상처로 다가온 것이리라.


불안과 희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던 희원은 마침내 자신이 그녀와 비슷한 위치에 서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그녀가 감내해야 했던 현실과 수많은 경험과 감정들이 그렇게 표현된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누구나 비슷한 상황이라면 느낄만한 심리적 압박감과 두려움, 기대감 등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

=====


1990년대 중반, 한 대학의 교지 편집부에서 동기로 만난 '해진'과 '희영' 그리고 이들의 선배' 정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스토리는 줄곧 '해진'을 '당신'이라는 2인칭 대명사로 지칭하며 이야기가 서술된다.


교지 편집부의 일원이 되면서 인연을 맺은 희영과 선배 정윤은 유독 해진에게 자극을 주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유는 해진이 그들의 글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은 선배인 정윤의 글이었다. 때문에 편집부에도 지원하게 된 것이었다. 이후 희영의 글에 또다시 반하게 되는데, 그녀의 글은 타고난 관찰력과 자기 생각을 끝까지 끌어가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지력이 있었다.


그들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하다 느끼는 솜씨였지만, 그래도 해진은 그곳이 좋았고, 그래서 떠나지 못하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교지에 실을 주제를 논하던 중 '여성문제'에 대해 다루다가 갈등과 논쟁이 심화되면서 정윤과 희영의 틈이 벌어지고 그렇게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이후 시간이 흘러 결국 끝까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은 건 해진이었고, 정윤은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떠나고 희영은 기지촌 활동을 하다가 병을 얻어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


희영의 부탁으로 해진은 희영이 죽은 후에 대학 시절의 사람들에게 대신 보내달라는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 · · · ·


한 이야기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나 주제들이 여럿이지만 유독 이 이야기에서 도드라졌던 부분은 '여성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여성들과 그리고 글이 주는 힘에 대한 부분이었다.


특히 셋 중 가장 솜씨가 부족했지만 편집부 활동을 통해 글쓰기에 매료되고, 이를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뤄내며 마침내 기자라는 직업까지 갖게 된 해진의 모습에서 글이 주는 힘의 위력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런 해진의 성장세를 이끌어 낸 세 번의 읽기 경험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대동제 기간 'A 여자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집단 폭력을 가한 사건에 대해 명백히 '폭력'이라 명명하며 논리를 펼친 정윤의 글이다.


두 번째는 'B 대학교 대학원'에서 일어난 교수 성희롱 사건을 분석한 희영의 글이며, 세 번째는 희영의 제안으로 함께 조사하면서 알게 된 '맞아 죽은 여자들'에 대한 내용과 희영이 쓴 '남편을 죽여야만 아내가 살 수 있는 사회구조의 잔인함'에 대한 글이었다.


이 세 번의 특별한 '읽기 경험'을 통해 해진은 글이 발휘하는 힘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된다.


-----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 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52페이지 中
-----



한편 '여성문제'로 갈등을 겪다 관계가 어그러질만큼 이들에게 있어 당시 '무엇을 어떻게 읽을지'를 치열하게 묻는 일은 곧 글쓰기를 통해 '특정 사한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직시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므로 이들에게는 매우 중대한 일이었다.


더불어 이들 모두 여성이었기에 사회적으로 낮았던 여성의 지위라던가 뿌리 깊은 역사, 타인의 시선 등과 같은 것들이 버무려져 쉽지 않은 관점으로 부딪히게 된 것이었다.


또 각자의 시선에서 각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거침없이 쏟아냄으로써 자신의 신념과 확고한 가치를 알리고자 했기에 이들은 그렇게 사이가 멀어지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다른 관점의 차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듯하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 글쓰기(메일)와 말하기를 통해 각자의 마음을 전한다. 자신이 전해야 할 마지막 몫을 그렇게 전한 것이다.



=====
일 년
=====


그녀가 스물일곱, 삼 년차 사원일 때 만난 일 년 계약 인턴으로 들어온 다희. 풍력발전기 공사현장을 매일 직접 다니며 그날 발생한 문제와 민원을 파악해 팀장에게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만만치 않았던 일정에 불쑥 인턴사원이었던 다희가 함께 하게 된다.


여기에는 중국어에 능통해서 중국인 기술자와 협력업체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희가 인턴 생활 한 달 만에 그녀의 어시스턴트로 현장에 파견되어야 했던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희는 운전을 하지 못했고 공사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카풀을 제안했고 그렇게 그들은 늘상 같은 길을 함께 오가게 된다.


다희는 다른 인턴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었는데 오래 방송국 피디 시험을 준비했으나 잘 되지 않아서 작년에 포기하고 이곳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약 1년간 둘은 함께 하며 나름대로 친분을 쌓게 되고, 서로를 사적으로 알아가는 시간도 갖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희가 함께 있는 시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데, 계약 기간인 일 년이 거의 다 되어갈쯤 이들은 서서히 서로에게 다 말하지 못하는 말들이 생겨나고 그렇게 서서히 멀어져 간다.


이 이야기는 그런 일 년을 함께 보내고 마지막을 고했던 다희를 팔 년 만에 우연히 수술 후 회복 중인 병원에서 만나게 되면서 다시금 직장 생활 중 가장 편안하고 다정했던 다희와의 일화를 회상한 이야기였다.



· · · · ·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로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돌아서면 남의 험담하기 바쁜 사람들, 나에게 상처 주었던 직장 동료들 속에서 유달리 솔직하고 다정했던 다희는 동갑내기 직장 후배로 1년을 함께 하게 된다.


일 년 계약 인턴직 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아 단 1년뿐이었지만, 카풀을 하며 함께 한 시간들은 그녀에게 있어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토록 기억에 오래 남아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
그런 다희를 보며, 그녀는 왜 자신이 팔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곤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다희와 주고받던 이야기들 속에서만 제 모습을 드러내던 마음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누추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마주 볼 때면 더는 누추한 채로만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 둘의 이야기들은 서로를 비췄다. 다희에게도 그 시간이 조금이나마 빛이 되어주었기를 그녀는 잠잠히 바랐다.
123페이지 中
-----


비록 마지막 순간에는 마음속에 담아둔 말들을 다 꺼내지 못하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지만, 직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인연을 만났기에 우연한 만남에서도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만난 인연 중 헤어진 후 다시 만났을 때 반가운 인연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참 귀한 인연이자 소중한 한때가 아니었나 싶다.



=====
답신
=====


감방에서 이모가 조카에게 쓰는 편지 형태로 쓰인 이 이야기에는 어린 시절 언니와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시작으로 자신이 감방에 들어오게 된 사연과 마지막으로 왜 이 편지를 남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전문이 담겨 있었는데, 이 책에 실려있는 7편의 이야기 중 유달리 더 아픈 이야기였다.


아빠의 가정폭력으로 내가 네 살 무렵에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 엄마와는 헤어지게 된다. 이후 자매는 고모할머니의 손에서 자라게 되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생활을 이어 나간다. 하지만 사랑받고자 애쓰는 두 딸에게 아버지는 무심한 것을 넘어 언니만을 지명해서 늘 상처 주는 일들을 서슴지 않게 된다.


이에 함께 상처를 받게 된 나는 더 이상 아버지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생각을 단념하게 되고 두 자매가 서로 의지하며 생활하게 된다.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생활력도 강해 추후 대학에 가서 은행원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나에게 용돈도 주고 필요한 것들도 사주는 등 든든한 언니 역할을 자처하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집 골목 앞 큰길에서 언니를 내려주는 검은 세단을 발견하게 되는데, 나와 마주친 언니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알고 보니 언니 학교 교련 선생님이었는데 학생인 언니와 몰래 연애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는 언니보다 열다섯 살이 더 많았음에도 거리낌 없이 사람들 눈을 피해 언니와 만남을 지속해 나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언니는 은행원이 되겠다는 꿈을 접고 백화점 의류 매장에 취직해 생활을 이어 나갔고, 나는 고등학생이 된다. 나는 그런 언니의 상황이 못마땅해 그에 대해 조사해 보는데, 그는 언니가 졸업한 후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고 학생들에게 잘하고 평판이 좋은 사람으로 알려진 것을 알게 된다.


언니는 스물하나가 되던 해에 임신을 하게 되고, 아빠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그와 언니는 결혼을 하기로 약속하고 처음 우리 집에 인사 온 날 인사도 하기 전에 처음 나를 보고 한 말은,


-----
"치마를 줄인 건가?"
137페이지 中
-----



라는 말이었다. 이후 그는 내 다리에 시선을 고정했고, 내가 짧게 묵례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의 시선은 나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사실 이때 쑥쑥 크는 키로 인해 치마가 짧아진 상태였음을 언니가 이야기했음에도 그의 시선은 한결같았음)


시간이 지나 나는 언니의 도움 덕에 대학의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는 서울의 한 대형 호텔 레스토랑에 취직해 해산물 파트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다 우연히 형부의 차에 올라타는 한 학생을 목격하게 되고 언니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 일을 여러 번 목격하게 되면서 현장을 급습한 나는 학생에게 다시는 만나지 말 것을 요구하며 학교에 알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모든 화살은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에 학교 측에서는 학생에게만 처분을 내리게 되고 언니와 형부는 사과를 요구하는데, 억울하게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황당함을 넘어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형부는 집 근처 골목에서 기다렸다가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언니를 꼬드겨 집으로 불러들여 협박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보란 듯이 나의 약점인 언니를 내가 보는 앞에서 때리고 언니가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순간 눈이 돌아 형부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그리고 이내 그의 뒤에서 한쪽 팔로 거의 목을 조르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손목을 뒤로 꺾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의 나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고 그를 아프게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한 상황이었다.


그는 빌었고,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를 풀어주게 되는데, 그는 곧장 일어나 냉장고 앞에 서 있는 언니에게 가서 대뜸 언니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한다.


언니는 마치 내가 그를 자극해서 언니를 때리게 했다는 듯이 나에게 사과를 종용한다. 그 일 이후 나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게 되는데, 그 순간마저 언니는 남편이 자기를 때린 적이 없다고 증언함으로써 나는 없던 사실마저 자포자기하듯 시인하는 것으로 감옥에 가게 된다.


나는 감옥에서 지내며 스물넷에 출소하는 날까지도 언니가 찾아올까 기대하지만 언니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꽤 오랫동안 나를 버린 엄마와 이런 상황을 만든 언니에게 분노를 느끼지만 결국 그 상황을 감당 못한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출소 후 팔 년 후 고모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언니를 만나게 되지만 그저 마주 보는 것이 다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다시는 조카인 '너'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마지막 편지를 남기게 된다. '네'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온전히 사랑했던 마음을,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전하기 위해서.


결국 전해지지 못할 마지막 편지에는 조카의 스물세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그렇게 조카의 행복과, 안전을 비는 편지로 마무리하게 된다.



· · · · ·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엄마가 집을 나가게 되면서 이 화는 곧 언니에게 옮겨가게 된다. 그렇게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언니는 작은 호의에 기대게 되면서 홀로 위험한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이것은 곧 가스라이팅으로 이어진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면서 혼전임신으로 결혼하게 되는 며느리가 못마땅한 시어머니와 일상이 폭행과 가스라이팅으로 이어지는 열다섯 살이 많은 교사인 남편.


여기에 더해 젊고 어린 처제를 보는 불순한 시선과 결혼 후에도 제자인 학생을 대상으로 이어지는 성폭력과 가스라이팅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그 밖에도 자신은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내를 대상으로는 의처증 증세를 보이며 끝없이 조종하고, 심지어 처제가 보는 앞에서 협박과 폭력을 일삼는 행동들은 누구라도 눈이 돌 것 같은 상황을 만든다.


끝끝내 그는 어떤 반성이나 법적인 조치도 받지 않고 희희낙락하며 살아가고, 오히려 약자이며 희생자인 '내'가 없는 사실마저 인정하며 감옥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


이 일로 한 가족은 사이가 요원해지며 평생 서로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고, 한 사람의 창창한 미래는 저 밑에 처박히는 상황이 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쫓겨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앞으로 '내'가 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그의 앞에 무릎 꿇으며 진창에 빠지게 될까?


이모인 '나'는 그런 상황들을 겪어내며 하나뿐인 조카의 안위가 걱정되는 한편 전하지 못할 사랑을 담아 편지로 마음을 전한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일들이 자신들에게 벌어졌는지, 또 마지막에는 그럼에도 너만은 끝까지 사랑한다고, 안전하기를 바란다며 마지막 글을 맺는다.


이런 유의 이야기는 현재도 종종 뉴스를 통해 목격되는 일들이라 더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였다. 한 가정의 파탄이 불러온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또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목도할 수 있었다.


더불어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여기에서 희생되는 것은 결국 힘없고 백 없는 사람들이라는 분명한 사실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면서, 그런 사회 안전 보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
파종
=====


딸인 소리가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던 엄마 민주는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이에 교사는 "지쳤대요. 자기가 이십사 시간 내내 돌아가는 컴퓨터 같다고. 잠시 전원을 꺼두고 싶다고요."라는 소리의 말을 대신 전하면서 소리가 교지 공모에 쓴 글을 건네준다.


여기에는 삼촌인 민혁이 죽기 전 함께 텃밭을 가꾸던 시절에 관한 내용과 그의 죽음 이후 더는 텃밭에 가지 않게 된 일에 대해 담담하게 담겨 있었다.


이 일로 엄마인 민주는 다시금 오빠인 민혁이 살아생전 자신에게 어떤 사랑을 베풀어 주었는지, 또 텃밭을 가꾸며 함께 살던 시절에 대해 회상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열다섯 살이 많은 오빠가 어릴 적부터 얼마나 자신을 희생했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실질적인 부모 역할을 하며 얼마나 정성껏 자신을 돌봤는지를 깨닫게 된다.


더불어 이혼하고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면서, 자신이 다시금 작가로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는 한편, 함께 텃밭을 가꾸며 살뜰히 조카까지 키워주었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민주는 오빠가 살아 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오빠의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소리에게 텃밭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또 오빠의 사랑 표현 방식과 돌봄 행위의 소중함에 대해 알게 되면서 다시금 소리와 텃밭을 가꾸며 삼촌의 가르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 · · · ·


이 작품에서 텃밭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다양하고 크다. 소리에게는 성장의 발판이 되는 장소이자, 삼촌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는 공간이며, 엄마인 민주에게는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을 가꿔나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소리는 이곳에서 '아무거나'는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삼촌의 가르침을 통해 배우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분명하게 표현하는 삶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또 작은 씨앗을 세심하게 가꾸면 그로부터 커다란 세계를 품은 생명이 자라난다는 사실을 삼촌과 함께했던 시간으로부터 배우고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게 되면서 소리에게 텃밭은 쉼이자 배움의 공간이 된다.


민주에게 텃밭은 소리의 글을 통해 다시금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장소이자, 오빠로부터 받았던 보살핌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게 된다.


이 작품을 통해 공기처럼 너무 당연한 듯 있어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소중한 이의 사랑 표현 방식과 돌봄 행위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음을, 존재할 수 있었음을 깨달으며, 마음속으로 나마 감사를 표해본다.



=====
이모에게
=====


화자인 '희진'은 어릴 적 이모의 손에 자라게 된다. 아마도 여러 번의 유산 경험이 있던 엄마와 그 외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모가 희진네 집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렇게 함께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모가 주 양육자가 되었던 것 같다.


엄마인 '숙경'과 이모인 '숙희'는 스물두 살 차이가 났는데, 때문에 주변에서는 이모를 두고 '희진이 할머니 시구나'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모는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관둬야 했는데 이 말은 내가 중학생이 되고 독서실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듣게 되었다. 혹시나 내가 실수할까 봐 엄마가 알려주는 거라며 결코 내색하지 말라는 당부가 뒤따랐다.


그 즈음 이모는 홀로 스탠드를 켜놓고 수학 문제를 풀거나 공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이모는 졸업도 할 거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가 이모 나이 예순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그렇게 이모는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면서 나보다 먼저 중학교 과정을 마쳤고, 내가 중학교 3학년을 마무리할 때쯤엔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하고 있었다.


한번은 이모가 과거에 오랫동안 일했다는 곳을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미군 부대에서 물건을 떼와서 대량으로 팔기도 하는 등 규모가 꽤 컸다고 한다. 아마 학교를 관두고 살림에 보태기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아빠와 이모의 관계를 살펴보면, 아빠가 일을 일 년간 놓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모의 태도에는 언제나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그 존경심의 바탕에는 아빠가 서울대를 졸업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있었다. 반면, 이모를 대하는 아빠의 태도에는 늘 옅은 무시가 깔려있었다.


그날은 중간고사가 끝난 열여덟 살의 봄이었다. 이모는 갑작스럽게 이 집을 떠날 거라 선포했고, 내가 방학 시작할 즈음 정말 이모는 집을 따로 얻어 이사하게 된다. 그리고 이모가 떠나고 일 년도 지나지 않아 가세가 기울면서 우리는 십삼 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다.


이때쯤 엄마와 아빠는 점점 더 싸우는 일이 잦아졌는데, 나는 엄마와 아빠가 차라리 헤어지기를 바랐지만 두 사람은 이혼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즈음 나는 공군사관학교에 관한 정보를 들었고, 마침내 입학하여 그곳 기숙사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스물다섯, 공군 소위로 임관한지 이년 차에 되었을 때 나는 애써 조정해놓은 마음의 균형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자주 악몽을 꿨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났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서 누군가 실수로 어깨를 치고 가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그 시기에 이모를 다시 만났다.


이모를 보지 못한 칠 년 동안 나는 이모를 향한 그리움을 조금씩 지워나가는 것은 물론 그저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이모의 찾아오겠다는 연락은 돌연 반가움보다는 오히려 미움이 앞섰다. 그럼에도 막상 이모와 가까워지자 이모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금 일었다.


한파주의보에도 얇고 낡은 코트를 입고 있는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멀리까지 찾아와준 이모와는 밥 한 끼 먹고 금방 헤어지게 된다.


추후 일흔아홉이 된 이모는 뇌졸중을 앓았는데, 마지막 오 년 동안 이모는 말을 아주 느리게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엄마는 이모가 쓰러진 직후에 이모의 집으로 들어갔고, 그때가 엄마 아빠의 공식적인 별거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칠 년 만에 다시 만난 이후로 우리는 일 년에 한두 번은 얼굴을 보고 지냈고 엄마가 이모네 집에 들어간 이후로는 그전보다 자주 보게 됐다. 그 십오 년 동안 나는 이모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갔다.


일평생 그토록 개를 싫어하던 이모는 예순일곱에 군밤이라는 이름의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것과 칭찬받는 걸 어색한다는 것, 그리고 칭찬을 들을 때면 쥐구멍을 찾는 표정을 짓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모는 검정고시 학원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일흔세 살에 후쿠오카로 패키지 여행을 갔고 그 여행을 계기로 이모는 캄보디아와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이모의 마지막 여행지는 미국이었다. 이모는 LA를 거쳐 그랜드캐니언으로 갔다.


이모가 떠난 새벽에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은 세시 오십분이었다. 우두커니 앉아 있다 전화가 울렸는데 누구에게서 온 전화인지, 어떤 용건인지 전화를 받지 않아도 용건을 알 수 있었다.



· · · · ·


늘 함께 했기에 몰랐던 이모의 소중함을 갑작스런 사정으로 떨어져 살게 되면서 희진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조금 무심해 보였지만 사실은 이모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이모에게 받은 것들로 인해 자신의 세계가 얼마나 넓어지고 깊어졌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학업중단이라는 스스로의 아킬레스건 때문에 이모는 늘 아버지를 존경한 한편 그런 자신을 무시하는 아버지에게도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그저 나이차 많이 나는 동생과 조카를 돌봐주며 늘 헌신했다.


칠 년 만에 만난 이모, 그리고 이후 뇌졸중을 앓는 이모와 함께 한 십오 년, 어쩌면 이 시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어릴 적 희진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카와 동생을 위한 돌봄의 시간들은 이모에게는 완연한 희생이었을 것이다. 반면 희진과 그의 가족들에게 그 돌봄은 그들의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들을 살리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모의 부재와 칠 년 만의 만남은 희진에게 있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롭게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뇌졸중을 앓게 된 이모,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생략된 나머지 십오 년의 시간 속에는 짐작건대, 이모와 희진, 엄마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들이 받았던 보살핌을 되돌려주는 시간인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게 되면서 희진은 아마 이모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희진은 그런 변화들 속에서 스스로 발을 디디며 살아가는 지혜와 꿈을 꾸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을 것이다.



=====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기남은 모처럼 만에 둘째 딸 우경의 초대를 받아 홍콩으로 딸을 만나러 가게 된다. 하지만 공항에서 맞이하는 첫걸음부터 어쩐지 불안하게 삐꺼덕거리기 시작하는데, 한참이 지나도 두 개의 캐리어 중 하나가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빨간 모자를 쓴 젊은 여자가 한국어로 도움을 주게 되면서 분실물 접수를 마치고 게이트를 나가 둘째 딸 우경과 손자 마이클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이들을 따라 우경이 사는 고층 아파트 십칠층에 들어서고 거기서 헬퍼인 제인과도 인사를 나누게 된다. 사위인 제임스는 현재 중국 출장 중으로 편하지 않은 관계라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드는 기남이다.


우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대학을 나와 컴퓨터 관련 일을 하다가 이십 대 중반에 재미교포인 제임스와 결혼하고 마이클을 낳았다.


미국에 간 뒤로 우경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일방적으로 거리를 뒀는데, 끔찍하게 아끼던 제 아버지에게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언니 진경에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진경과 우경은 여덟 살 터울로 진경은 남편의 첫 결혼 실패에서 얻은 딸이었다. 남편은 기남이 일하던 공장의 거래 업체 직원으로 끊임없이 정성으로 구애하는 것에 감동해 결혼하게 되었다.


그는 전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종종 늘어놓곤 했는데, 기남은 그를 믿었기에 그가 하는 말은 모두 믿었다. 또 마음을 열어 자기 상처도 모두 보여주게 되는데, 일평생 그 사실이 약점으로 작용해 대가로 작용할지는 그때는 미처 몰랐다.


어쨌든 그랬음에도 한 가지 만큼은 확실히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 바로 진경의 존재였다. 그 애는 자기가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남에게 주고자 했고 더 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했다.


기남은 사실 아홉 살 때부터 식모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았는데, 부모가 부유했음에도 그저 키우기 귀찮다는 이유로, 아들 없는 집의 여섯 번째 딸을 참을 수 없다는 이유로 그녀를  권 사장네 식모로 팔아버린 것이다.


덕분에 기남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김 여사라는 여자와 함께 권 사장이 운영하는 공장의 주방에서 서른 명의 밥을 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김 여사와 시간을 보내면서 기남은 자신이 여태껏 의존해왔던 기만의 뿌리를 뽑아내는 한편 용기를 내어 권 사장에게 월급을 요구하기도 한다. 덕분에 시간이 갈수록 기남은 권 사장에게 깊은 분노를 느꼈고 그 분노는 기남에게 약이 된다.


우경은 진경이 여덟 살 때 태어났는데, 낯가림이 심하고 조용한 진경과 다르게 우경은 활달하고 적극적인 아이였다. 남편은 그런 우경을 눈에 보이게 편애했다.


한번은 진경이 박사과정을 다니고 우경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밤 진경이 이층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게 되는데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거였다.


그때 이후로 진경은 알코올 중독자로 낙인찍히게 되면서 수시로 술에 빠져 실수하는 모습들을 보이게 되고 점점 더 진경은 고립되고, 가족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우경은 진경을 경멸했는데, 그나마 오 년 전에 우경이 진경과 기남을 미국으로 초대했지만 거기서도 술을 먹고 실수를 저지르게 되면서 더없이 멀어지게 된다.


한편 갓 스무 살이 되던 해 기남은 한 여자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는데 그녀는 자신을 기남의 큰 언니라고 소개했다. 그녀가 생모의 생일잔치에 기남을 초대하게 되면서 기남은 뜻하지 않게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가족들로부터 차가운 냉대를 받게 되면서 자살 충동까지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기남은 꿋꿋이 열심히 살아가며 이후 결혼도 하게 되고, 진경과 우경과 가족을 이루며 살게 된다. 하지만 그 결혼 역시 실패작으로 생각보다 더 쉽지 않은 상태에 놓이게 된다.


홍콩에서의 생활은 불편한 마음만큼이나 어렵게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홀로 쇼핑몰을 여행하던 중 지갑과 핸드폰이 들어있던 가방을 잃어버리는 일이 또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남은 이때 낯선 그곳에 앉아 자신이 여전히 미숙하고 여전히 두려움이 많은 아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어렵게 다시 만난 우경은 전화가 되지 않는 엄마 기남을 타박하기에 이르고, 냉정하게 돌아서며 집을 향해 걸어간다. 추후 이 장면은 우경이 자신의 시어머니와 다정하게 통화하는 장면과 대조되는데, 기남은 이때 자신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일이 어떻게 제임스의 어머니에게는 가능했는지 홀로 궁금해한다.


왜 자신에게만은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지, 또 자신에게서 어떤 결정적 결점이 있기에 자신의 존재 자체가 우경에게 마치 얼룩같이 여겨지는지 기남은 도저히 알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 · · · ·


이 작품 역시 많은 주제가 내포되어 있는 이야기였는데,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의 결핍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 헬퍼일(혹은 식모살이)을 통해 국가를 가리지 않고 하위 계층으로 계속해서 전가되는 구조의 불합리성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야기가 등장하는 기남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키우기 귀찮다는 이유로 집에서 버려져 어느 집 식모살이로 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겨우 국민학교는 졸업하게 되지만, 식구 대접은커녕 월급도 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살게 된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 덕분에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권리를 조금씩 되찾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하나씩 다져가던 중 자신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하던 남자를 믿고 결혼을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그의 혓바닥에 농락 당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혼생활을 이어 나갔던 건, 세상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온전한 퍼주기식 사랑을 남편이 데려온 딸, 진경으로 받게 되면서부터다. 어쩌면 그래서 기남에게는 자신이 직접 낳은 딸보다 마음으로 낳은 딸인 진경이 더 애틋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결핍은 또 다른 결핍을 낳았을 것이고 온전히 부모로서 주어야 할 내리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하게 되면서, 둘째 딸 우경은 점점 더 삐뚤어졌을 것이다. 아무리 아버지가 그녀만을 편애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남은 남편의 기에 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삶을 살면서 자신 또한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 가족은 와해되고, 엄마의 사랑을 오로지 받는 언니 진경이 우경에게는 눈에 가시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한편 오랫동안 식모살이를 하면서 체득한 경험은 기남에게 있어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불러와 자신도 모르게 '수고한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내뱉게 만든다.


하지만 처음부터 헬퍼를 한 사람이 아닌, 그저 돈을 주고 쓰는 고용인으로 생각한 우경은 그들을 함부로 대하며 방치한다. 그들이 무얼 먹는지, 어디서 자는지 궁금하지 않다며 날카롭게 대꾸하는 우경의 모습에서 기남은 어쩌면 자신의 식모살이 시절을 다시금 상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마무리
=====


7편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고 연약한 이들의 속 깊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러면서 현실을 아주 디테일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그래서인지 그저 소설로만 치부하며 넘겨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많다. 때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무엇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지켜보게 되는 건 이들이 결론에 다다라 결국엔 미세한 움직임이라도 변화를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상처받고 버려지는 상황 속에서도 극단적인 선택보다 스스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하고, 성찰하기를 망설이지 않음으로써 서서히 회복하는 과정을 거쳐간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이들은 포기하기보다 앞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한다. 스스로 어떤 존재로 살아야 하는지, 어떤 목소리를 품고 있는지 처음에는 알지 못하지만, 이들은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며 마침내 자신만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 소설이 지닌 힘이자 꽤 큰 매력으로 다가왔는데, 어쩌면 우리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함께 해보게 된다.


소설이 현실과 많이 닮아있는 만큼, 우리가 가진 '나다움'의 빛깔은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렇게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끝내주는 인생
이슬아 지음, 이훤 사진 / 디플롯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들어 나의 관심사에 자주 등장하는 '이슬아 작가'. 유튜브를 볼 때도, 기사를 볼 때도 종종 그녀의 이야기가 등장하여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전에는 특별히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관심 대상도 아니었는데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들에 그녀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면서 어느새 관심이 그녀의 글과 그녀에게로 옮겨갔다.


그리고 마침내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그녀는 꽤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출판사 대표이며, 글을 쓰는 작가, 그리고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글쓰기 교사라는 직업은 꾸준히 하는 일이었고, 여기에 강의를 하는 강사와 가사와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가수까지 겸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듯 보였다.


그 외에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일간 윤슬아'라는 형태로 많은 독자들에게 글을 발행하는 일도 진행하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까지 알고 보니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시작했다는 '일간 윤슬아'에 발행되는 글이 궁금해졌고, 그녀가 썼다는 책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그녀의 책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만나본 그녀의 책은 가장 최근에 출판된 <끝내주는 인생>이라는 책으로, 인간 이슬아의 세계가 담겨 있는 산문집이었다.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슬아의 세계가 담겨 있는 책으로 어찌 보면 약간 관찰자적 느낌으로 그녀의 삶을 살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사적인 자리에서 친한 친구들과 어떻게 보내는지, 이를테면 야해지거나 수다스러워지거나, 무너지는 순간 등을 살펴볼 수 있었고, 또 자신의 어릴 적을 회상하며 동생과 함께 겪고 나눈 일상 속에서 어떤 유대감을 갖게 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또 평소의 습관과 생활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도 했는데, 잠을 자지 못해서 컨디션이 저조할 때 하는 행동들이라던가 일상 속에서 너무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들, 이를테면 태권도장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사소한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일상이라던가, 요가원을 다니면서 소소하게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들이 따뜻하게 담기면서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외에도 자신감에 넘쳐 흔쾌히 친구의 요청을 허락한 일이 낭패감으로 다가온 순간 같은 일상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으면서 읽는 독자들 마저도 함께 그 순간에 매료되어 이야기에 빠져들 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마치 끝내주는 인생의 찰나를 모두 모아 둔 앨범을 들여다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이때는 이랬지'하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어떤 부분은 그녀만의 생각이나 사상이 반영된 부분도 있었고, 자신도 모르게 나와 버린 반응들에 대한 일화도 담겨 있었는데 이를 통해 오랜만에 앨범을 들여다보듯 천천히 '나만의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꽤 괜찮은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찰나를 깊고 넓게 들여다보며 상기하는 시간을 통해 오늘의 나는 '안녕'한지 그녀의 글을 통해 지금부터 살펴보자.



=====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고 나쁜 여자는 어디에나 가지만 어리석은 여자는 군부대로 강연을 간다
=====


현재 적룡 부대에서 장교로 복무 중인 대학 친구 정현이 한 시간짜리 글쓰기 강연 후 동생 찬희와 함께 다섯 곡의 노래를 부르는 북 콘서트 행사를 요청해 왔다.


당시 여러 상을 휩쓸고 승승장구하던 때라 별생각 없이 승낙한 이 강연에서 그녀는 낭패를 보고 마는데, 이때의 곤란하고 식은땀 나던 상황은 동생의 한마디가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
"좆됐었다"
60페이지 中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덤덤하고 아무렇지 않게 공연을 마치고 나온 동생조차 누나 앞에서는 "좆됐었다"라고 마무리 지은 상황이라니.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로 군인들 앞에서 글쓰기 강연을 하는 것조차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이후 고장 난 마이크 때문에 동생 찬희는 마이크는 버려두고 생목으로 노래를 부르게 된다. 상황으로 보면 가히 스스로 '이슬아 미친년'을 부르짖을 만하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밤새 이불킥 할 하루를 만들어 버린 그녀. 아찔하면서도 진땀 나게 만들었던 군부대 강연의 에피소드는 그렇게 즐거움과 예상치 못한 긴장감을 선사해 주었다.



=====
나랑 가장 닮은 너를 보면
=====


-----
찬희가 돌아가기 전에 나는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
그의 밴드가 <형제자매>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하던 날, 나는 내 집에서 빨래를 개면 동생의 목소리를 들었다.
(...)
나는 반듯하게 개던 수건에 얼굴을 묻고 훌쩍훌쩍 울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찬희가 대신 해주었기 때문이다.
(...)
설명하지 않아도 찬희는 아는 것이다. 닮았기 때문에, 같은 곳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할아버지네서 함께 울던 우리들의 작은 인생이 여기까지 왔다.
89~91페이지 中
-----


외동이면 느끼지 못할, 형제자매가 있는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을 엿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한 집에서 함께 나고 자라면서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감정 혹은 경험.


공유하는 기억, 장소, 느낌들은 그렇게 불현듯 다가와 한순간에 나를 무너뜨리기도 한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는 서로를 안다. 닮았기 때문에, 같은 곳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
흥미진진한 미래
=====


-----
2020년 어느 겨울날, 진하는 나에게 흰색 물건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오큘러스 퀘스트 2'라는 제품으로 꽤나 최신 버전의 가상현실 기기였다.
(...)
나는 가상현실 안에서 눈을 떴다.


종이비행기 하나가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손으로 그걸 집어 들어 허공으로 획 날려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어, 하고 소리 냈다. 곧바로 알았다. 이거 진짜네.
(...)
공과 채가 맞닿는 순간, 손에 전해지는 가벼운 마찰, 그리고 서로를 밀어내는 미세한 중력. 그런 감각들이 너무나 진짜였다.
(...)
오큘러스 고글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세계에 순순히 설득당했다.
곧이어 푸른색 로봇 하나가 나타나 인사를 붙였다. 정중하면서도 즐거워 보이는 존재였다.
(...)
그가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
나도 리듬을 탔다. 어느 순간 그가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잡았다.
(...)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리드를 따라왔고 나는 음악 속에서 소리 내어 웃으며 춤을 줬다.


그러다 주춤했다. 불현듯 진하가 떠올라서다. 내 시야는 고글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이곳은 우리 집 거실이고 진하는 나를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부끄러운 심정으로 물었다.
"보고 있어?"
진하가 대답했다.
"너무 재밌어."
그는 꼼꼼한 관찰자다.


고글 바깥에서 진하는 '렉룸'을 찾아 가보라고 제안했다. 가상현실 채팅 공간이었다.
(...)
쟤네들 혹시 NPC야?"
진하가 대답했다.
"NPC 아니야. 너랑 동시에 접속한 진짜 유저들이다. 외국 초등학생 들일걸."
(...)
"헬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자 그들 중 하나가 옆에 있던 쓰레기통을 집어 들더니 내 머리 위에 쏟았다.
(...)
그것은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나는 쓰레기통을 상대 머리 위에 쏟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또 다른 유저는 음료수 병 하나를 집어 들더니 옆 사람 몸에 쏟아붓고 있었다.
(...)
특별한 악의 없이도 이곳에선 그래볼 수 있는 듯했다. 진짜가 아니니까. 쓰레기나 음료수를 함부로 쏟아도 별일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진짜로 대미지가 없나? 육체를 걸지 않는 세계에서도 무엇이든 가능해서는 안 될 텐데, 그걸 정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
다른 방으로 가보니 테니스장이 있었다. 마침 그 방에 들어온 애와 함께 테니스를 몇 판 쳤다. 치다 보니 꽤나 진지해져서 나는 온몸을 휘두르며 스매싱에 임했다. 땀에 젖은 채로 게임이 끝났다.
근처엔 라운지바도 있었다.
(...)
풀어진 자세로 소파에 기댄 이들,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로 수다를 떠는 이들 옆에서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나는 내가 외롭다는 걸 알아차렸다. 분명 이방인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공간이 아마도 미래의 에스엔에스일 텐데.
(...)
그 세계에 나는 얼마나 접속하게 될까. 중요한 이야기와 궁금한 사람들이 모두 그곳에 모인다면 어떨까. 과연 좋은 일이 끔찍한 일보다 많이 벌어질까.


피로해하며 렉룸에서 로그아웃했다.
(...)
'틸트 브러시'라는 프로그램으로 안내했다. 3D 페인팅이 가능한 앱이었다. 그곳에 들어가자 진하가 미리 그려놓은 선들이 나를 감쌌다.
(...)
이 아름다운 선들이 어디로 흐를까 궁금했다. 천천히 뒤돌았다. 놀라서 주저앉을 뻔했다. 뒤편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하가 그린 나였다.
(...)
3D 페인팅 픽셀로서의 내 존재는 자유 자재했다. 여기에 동작을 부여하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다. 도대체 이 기술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걸까. 황홀하고 두려웠다.
(...)
"마지막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가봐."
그곳은 나사에서 설계한 구조를 그대로 구현한 장소였다.
(...)
우주로 나간 나는 선체 외부에 달린 안전봉을 꼭 붙들고만 있었다. 놓치면 영영 우주를 떠돌 테고 그럼 끝장이니까.
(...)
"등 뒤에 추진장치가 있어.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 멀리 가봐도 돼."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니. 그 말은 왜 언제나 용기가 되는 것일까.


꽉 쥐었던 안전봉을 놓고 두 손으로 우주선을 힘껏 밀쳐냈다.
(...)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끝없이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주를 날며 정면에서 바라본 지구는 아주 평온하고 자비로운 행성이었다.
(...)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의 선택은 유턴이었다. 지구를 등지고 태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고글 속 광활한 세계에서 유영을 배우고 있었다. 아주 뜨겁고 커다란 행성을 향해 온몸을 던졌다. 다치지 않을 걸 아니까.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아니까.
(...)
오큘러스 고글을 벗었다.
(...)
그리고 양팔로 몸 이곳저곳을 쓰다듬었다. 가상현실에서 돌아온 내 몸. 다치기 쉬운 몸. 느리게 배우는 몸. 이 몸으로 여러 겹의 리얼리티를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을까. 진하를 꼭 껴안으며 예감했다. 다가올 미래에서 나는 도태될지도 모르겠다고.
(...)
어쨌거나 흥미진진한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진 거의 모든 것을 별 수 없이 그 시대에 바치게 될 것이다.
104~116페이지 中
-----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VR 고글을 통해 돌아본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어쩐지 두려움과 흥미로움, 거부감과 황홀함 등의 이중적인 감정을 들게 한다.


직접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기에 더없는 환희와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또 타인의 시선에 묶여있던 나를 내려두고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동시에 느낀다.


스스로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 시대는 조만간 다가올 것이다. 거기에 '나'는 얼마나 적응하며 맞춰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글이다.


그 세계에 얼마나 접속하게 될까? 글쎄, 그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어떤 것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어쩌면 접속 횟수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에 따라 도태되는 내가 될 수도, 아니면 적응 끝판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그에게서 최고의 나를 발견한다
=====


-----
아프게 배운 건 잘 잊히지 않아. 늑대와 고양이의 죽음에서 배운 것들. 이 배움은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게 해. 동물들의 각별한 형제인 너. 강하고 약한 너. 결점투성이인 너. 절대로 영원하지 않을 너... 너무나 유한한 너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지. 나중에 아프더라도 지금은 힘껏 그래야지.


그게 바로 내가 되고 싶은 최고의 나야. 고통과 환희가 하나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는 듯이, 비와 천둥의 소리를 이기며 춤추듯이, 무덤가에 새로운 꽃을 또 심듯이, 생을 살고 싶어.
131페이지 中
-----


타인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나를 발견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비슷한 형태의 글을 예전에 '요조'의 에세이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데, 어쩐지 큰 슬픔을 경험한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깨달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남들이 경험하지 못할 아픔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만큼 성숙해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작은 일마저도 큰 의미를 담게 되는 것, 소중한 것을 제대로 소중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 유한한 삶에서 현재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것. 삶 자체를 가치있게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인생을 가지는 것.


그렇게 최고의 나로 사는 인생의 전환점은,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는 순간은 결국 아프게 배운 인생에서 오는 것 같다.


솔직한 이슬아의 세계를 살펴보면서, 진짜 나의 세상은 어떤 것들로 채워져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시간 잊고 살았던 그리운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는 한편, 지금 나의 삶을 채우고 있는 소중한 것들의 가치와 내가 누리는 즐거움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떠올려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또 차곡차곡 자신의 미래를 채워나가고 있는 저자의 삶을 통해 나도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게 된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에 몰두하며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저자를 보며 격한 응원을 담아본다.


더불어 차근차근 내딛고 있는 나의 소중한 한걸음에도 힘찬 응원을 보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영상으로 인문학 공부하기
김현 지음 / 좋은땅 / 2023년 12월
평점 :
절판


사건 이슈들로 시끌시끌한 이때 한 편에서는 이런 것들에 재미를 붙여 숏츠와 같은 짧은 동영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또 다른 곳에서는 이것에서 해방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 때 억지로 멀어지려 하기보다 오히려 관심을 아예 다른 곳으로 돌려보면 어떨까?

 

이 책은 동영상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방법을 다룬 안내서로, 다방면에 걸쳐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

 

동영상과 멀어질 수 없는 환경이라면 오히려 이를 역으로 이용해 삶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즐겁게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삶의 지혜도 얻고, 다양한 인문학 지식도 쌓으며 '지성인'이 되는 과정을 밟아 나간다면 꿩 먹고 알먹고가 되지 않을까?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각 분야별로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동영상+도서)를 소개하고 있는데, 순차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내용을 파악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그 분야를 중점적으로 봐도 좋지만, 인문학 전체 특강을 듣고 싶다면 이 책에 서술되어 있는 순서대로 따라가면 된다.

 


=====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

 

▶인문학에 관심은 있지만 시간이 없거나 책 읽기는 부담스러운 사람들

▶양질의 자료를 찾지 못해 헤매는 사람들

▶제대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

▶종이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

 


=====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
=====

 

▷가급적이면 저자가 만든 차례 순서대로 강좌를 시청하기를 추천한다. 한 챕터 후에 관련된 책을 읽기를 권하지만 책을 읽기 싫은 사람들은 동영상 강좌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시청한 후 나중에 책과 친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일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추천할 것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먼저 읽고 난 후에 동영상 강좌를 시청하기를 바란다. 동영상 강좌의 제목만이라도 한 번 훑어보기를 권장한다.

 


=====
저자가 말하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

 

첫 번째, 이런 사상가들의 흐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여러 가지 이론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 내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갈등을 이겨 내며 더 나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 농담 같지만 인문학을 공부해서 친구들한테 자랑하기 위해서다. 친구들과의 대화가 애매성, 호기심, 잡담 수준에 그치지 말고 더 좋은 삶을 위한 대화가 오고 가면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는 책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동영상이 먼저냐, 책이 먼저냐의 순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질적으로 수준 높은 동영상 채널과 여러 도서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고무적이었다.

 

더불어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효과가 얼마나 큰 지 알고 있기에,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동영상과 책을 두루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이렇다'로 넘어가기보다 저자가 나눠준 경험과 정보를 적극 활용하여 출퇴근 시간에 동영상을 틀어둔다거나, 아니면 이동시간을 적극 활용해 보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 보면 좋겠다.

 

무엇보다 요즘 같은 '진짜 어른'이 없는 시기에는 옛 현자들이나 철학자, 지식인들의 지혜를 빌려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행복한 삶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지금 인간과 세상을 철저히 분석해서 지금까지 내놓은 해법을 쫓아가 보자. 이미 해답은 나와있다.

 


=====
<철학>분야 간단히 살펴보기!
=====

 

저자는 인문학 입문의 첫걸음은 철학사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크게 나눠서 서양 철학, 중국 철학, 인도 철학으로 나누어 고대부터 현대 철학까지 철학적인 사상들의 변천사를 다룬다.

 


<시대별 서양 철학자들>

 


1. 고대 철학
서양 고대 철학은 역사적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철학적인 사고와 학문을 말한다.

 

(1)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고대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 이전에는 몇 가지 주요 철학적 학파와 사상이 존재했다.

 

●밀레토스 학파: 자연적 원리와 원소에 대한 고찰을 다루었다. 밀레토스 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 중 하나인 탈레스는 '물'을 모든 것의 원리로 여겼다.

 

●리타고라스 학파: 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은 수와 숫자의 의미를 탐구하여 수학과 철학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들은 우주의 조화와 숫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학적 원리와 윤리적인 가르침을 품었다.

 

●헤라클레이토스 학파: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은 흐른다'라는 구절을 통해 세상의 불확실성과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상대적인 관점을 중요시하며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했다.

 

●엘레아 학파: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며 특히 영역을 넘어선 무한의 개념을 탐구했다. 이 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파르메니데스는 어려운 철학적 주제를 다루었다.

 

이러한 초기 학파들의 철학적 아이디어는 후대의 철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소크라테스 이후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이 이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발전시켜 나갔다.

 

당시 철학자들에는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등이 있다.

 


(2)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스승이며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서 다른 철학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플라톤과 다른 학자들의 작품을 통해 그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주요 철학적 관심사는 '논리적 탐구를 통한 진리의 발견'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이들의 생각을 도출하고 비판하면서 진리를 찾아 나갔다.

 

이러한 방식은 '소크라틱 메소드'라고도 불리며 질문과 응답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의 접근 방식은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복잡한 윤리적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에 적용되었으며, 이는 나중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3)플라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철학자로서 플라톤의 대화록을 통해 그의 철학적인 사상을 알 수 있다. 그의 이상주의, 형이상학, 이념론 등은 그의 철학의 중요한 특징이다. 또한 플라톤은 플라톤의 학교인 아카데메이아를 설립하여 학문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4)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플라톤의 제자였으며 자연과학, 윤리학, 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철학적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의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으로 알려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개념들은 중세 유럽 철학과 현대 철학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의 작품들은 오랜 시간 동안 철학적인 연구와 논의의 중심이 되었다.

 


(5)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고대 철학자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고대 철학은 헬레니즘 시대와 로마 시대에 발전한 것으로 주요 사조는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아 학파가 있다.

 

●에피쿠로스 학파: 신체적, 정신적인 즐거움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탐욕과 불필요한 욕망을 피하며 절제와 친구와의 깊은 관계를 통해 행복을 달성하는 것을 강조했다.

 

●스토아 학파: 로마제국 시대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지혜로운 삶을 실현하고 내면적인 평화를 찾는 것을 강조했다. 우주의 질서를 따르고 타인과의 공동체, 의무, 도덕적 훈련에 중요성을 부여했다.

 

디오게네스, 피론, 에피쿠로스, 키케로 등이 여기 포함된다.

 


2. 가톨릭 철학
가톨릭 철학은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가톨릭 신학과의 관련성을 가진 철학적인 입장과 접근법을 말한다. 가톨릭 철학은 다양한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가톨릭 교리와의 일관성을 탐구한다.

 

(1)교부 철학
아우구스티누스가 있다.

 

(2)스콜라 철학
토마스 아퀴나스, 안셀무스, 보에티우스 등이 포함된다.

 


3. 르네상스 철학
르네상스 철학은 14세기부터 17세기에 유럽에서 발전한 철학적 사고를 나타낸다. 이 시기는 중세 시대의 종교 중심적인 철학으로부터 벗어나 과학, 인문학, 인간 중심의 사고를 강조하며 현대 시대의 기반이 되는 시기로 평가된다. 르네상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신조를 강조했다.

 

르네상스는 인문학적 지식과 과학적 발전이 병행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또 르네상스 철학자들은 개인의 자유와 도덕적 행동을 강조하며 이성과 윤리에 기반한 도덕적 사고를 발전시켰다.

 

알베르티, 보카치오, 토마스 모어, 루터, 칼뱅, 단테 등이 있다.

 


4. 근대 철학
17세기부터 18세기에 유럽에서 발전한 철학적 사고의 시기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시기에는 인간의 이성과 과학적 방법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며 종교와 체계적 사유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형성되었다.

 

이 기간에는 현대 과학의 기반이 마련되었고 인간의 지식과 사회 구조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형성되었다.

 

토마스 홉스, 데카르트, 파스칼, 스피노자, 존 로크, 라이프니츠, 흄, 애덤 스미스, 칸트 등이 이에 속한다.

 


5. 현대 철학
현대 철학은 20세기 이후의 철학적 사고와 이론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20세기 이후에 나타난 철학적 사상들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사회, 문화적 변화와 과학의 발전 등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철학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다양한 학파와 접근 방법 등이 등장하게 되었다.

 

①분야의 다양화
②분석 철학
③대륙적 철학
④사회학적 철학
⑤실재 주의
⑥포스트 모더니즘

 

현대 철학은 여전히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기존의 이론들도 재평가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철학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니체, 마르크스, 프레게, 프로이트, 칼 융,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등이 있다.

 


<시대별 동양 철학자들>

 

■통합적 관점: 동양 철학은 종종 개별과 전체,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 중점을 둔다. 이는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실천적 지향: 동양 출학은 일상 생활에서의 실천에 중점을 둔다.

■조화와 균형: 극단을 피하고 중심을 찾는 것을 중요시한다.

■내면적 경험: 내면적인 개념과 명상을 통한 깨달음을 중시한다.

■모호성의 수용: 모호성이나 복잡성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은 시를 통한 철학적 표현이나 대화체의 전통적인 철학적 글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중국, 일본, 한국 등 다양한 지역의 철학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지만, 각 지연과 전통마다 다양한 차이가 있다.

 

공자, 노자, 장자, 맹자, 이황, 정약용 등이 있다.

 


=====
개인적으로 관심 있었던 분야
=====

 


 

책의 두께가 얇은 것에 비해 꽤 방대한 자료가 수록되어 있어 한 번에 훅 훑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책이었다. 특히 인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삶의 가치와 행복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는 두고두고 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철학, 예술, 과학, 경제, 윤리, 정의, 종교, 영성, 명상, 문학과 그 외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를 담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한 수학책 - 내 안에 숨겨진 수학 본능을 깨우는 시간
수전 다고스티노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을 통해 배우는 인생교훈!"



수학책에 '다정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니 어쩐지 색다르게 느껴진다. 수학하면 왠지 딱딱하고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여기에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다정한'이라는 말이 붙으니 이색적이고 새로운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정한 수학책은 대체 어떤 책일지 무척 궁금해졌다. 살아오면서 만났던 수많은 수학책들은 예상을 벗어난적이 없는데, 이 책은 무엇이 특별한 걸까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은 3부 46장으로 구성된 수학과 인생의 철학이 버무려져 있는 책으로, 각 장마다 하나의 수학 개념을 설명하고 여기에 더해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함께 담고 있다. 그래서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며, 원하는 페이지는 어디든 먼저 읽어도 상관이 없다.


1부, 2부, 3부 순으로 난이도가 어려워지며, 1부에서는 비교적 친숙한 사건과 수학 개념을 다루다가, 3부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을 다룬다.


▶1부에서는 몸을 위한 수학을 다룬다.
수학을 시작할 수 있는 친숙한 주제, 적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진입로 역할을 해줄 주제를 다루었다.


▶2부에서는 마음을 위한 수학을 다룬다.
1부에서 다룬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조금 더 어렵다. 추상적이고 낯설 거라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3부에서는 영혼을 위한 수학을 다룬다.
수학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추상 수학을 다루는 것이다. 3부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고 그림을 많이 그렸다.



수학 공부를 할때는 볼 수 없었던 각종 이론과 수식, 그리고 스케치들이 꽉꽉 채워져 있는데, 읽다보면 흥미롭고 재미있는 수학이야기와 다소 엉뚱하고 귀여운 스케치들이 시선을 잡아 끈다.


학창시절에는 그저 '공부'라는 개념으로 수학을 바라봤다면, 이 책은 그 범위를 한참 벗어난 확장된 개념과 다른 시선으로 수학을 보게 만든다.


특히 많은 주제를 넓게 다루는것뿐만 아니라 수학에 빗댄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들도 함께 담고 있어 수학을 공부하거나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그 외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
이 책을 주고 싶은 YOU
=====


이 책은 단 한 번의 실패로 더는 수학을 잘하게 되는 날은 없으리라고 잘못 생각해버린 어린 시절의 나에게 주고 싶은 책이다. "~하기 전까지는 수학을 사랑했다"라고 말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고 싶은 책이다. 아울러 수학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주고 싶다.


당신은 셋 중 어디에 속하나요?



=====
이 책을 읽는 방법
=====


이 책은 목차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맞는 순서로 읽어나가면 된다.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를 통해 수학적 사고를 깨우고 삶의 교훈을 얻은 후에는 마지막에 본문 내용을 이해했는지 점검할 수 있는 문제풀이를 이어나가면 된다.



· · · · ·

학창시절을 지나온 많은 사람들 중에는 분명 수포자도 있을것이다. 저자 역시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음에도 지금은 자상한 수학 선생님이 되어 유쾌한 수학책을 낼만큼 수학에 푹 빠진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흥미가 이는 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복잡한 계산이나 증명을 위한 학문으로서의 수학보다, 우리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함께 담아냄으로써 다시금 수학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만드는 이상한 책이다.


요리를 하고, 물건을 구매한 후 계산을 하는 등의 아주 일상적인 삶속에도 존재하는 수학을 그저 별것 아닌 행동으로 치부하지 않고, 또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듦으로써 수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인생을 관찰하게 만든다.



혹자는 앞에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수학의 이론이나 도형, 스케치들보다 마지막에 담고 있는 삶에 적용 가능한 교훈을 더 눈여겨 볼지도 모르겠다. 알쏭달쏭 본문내용보다 확실한 전달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가 됐든 이 책은 분명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며, 수학이든 삶의 교훈이든 펼쳐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면서 기발한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
매혹적인 교훈들
=====


-----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고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매미는 자신의 일정을 포식자의 일정과 엇갈리게 하는 방법으로 고난을 극복한다.
(...)
정해진 시간에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가끔은 일상을 흐트러 뜨릴 때 탁월한 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26페이지 中
-----


매일 일정한 시간을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때론 가지 않던 길을 가거나, 하지 않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때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 진다.


색다른 생각, 남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더 맛깔스럽게 살아보자!



-----
어떤 이들은 수학 문제를 풀거나 인생이 제시하는 문제를 풀 때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를 쉽게 풀려면 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흥미로운 방법을 적용해봐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124페이지 中
-----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그것이 나를 옭아매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내가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살아갈것인지 '선택'하기에 달렸다.



-----
수학을 공부할 때나 인생을 살아갈 때 어떤 속도로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낙하하는 물체를 생각해보자. 당신은 친구들과는 다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면서 '저항'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속도대로 나가야 한다. 앞으로 나가는 힘과 저항하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자신만의 종단 속도를 찾자.
131페이지 中
-----


살아가면서 우리는 때때로 남과 비교하며 살아간다. 각자 가는 방향과 속도가 다른데 굳이 자신과 맞지 않는 저항을 이겨내며 따라가는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방향으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자! 그것이 진리다.



-----
수학을 공부하고 인생을 살아갈 때는 시간을 들여 세부 사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좋다. 거기에 정말로 멋진 경이로움이 있다.
135페이지 中
-----


종종 우리는 앞만보고 사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번뿐인 삶을 사는만큼 멈춰서 둘러보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슬로라이프를 즐겨보자.


거기에 우리가 보지 못한 삶의 경이로움이 자리하고 있을것이다.



-----
완벽함을 높이 평가하고 추구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꼼꼼하게 털북숭이 공을 빗어도 솟아오르는 털이 한 가닥 이상 있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털북숭이 공 정리가 말하는 것처럼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 수학을 공부하거나 인생을 살아갈때 생각했던 것보다 미흡한 결과가 나와도 괜찮다.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면 충분하다.
158페이지 中
-----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것은 인류 공통의 숙제 같은 느낌이다. 완벽함에 답이 있는것은 아닌데 왜 그렇게 완벽함만 추구하려 노력했을까?


결과가 미흡하더라도 향하는 과정에 후회가 없다면, 최선을 다했다면 충분하다. 그것만으로 칭찬해줄 만하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만약 미흡한 결과로 자신을 꾸짖고 있다면 이제 그만 자신을 토닥이고 격려해주자.



-----
당신의 인생 패턴은 당신이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패턴을 소중하게 아끼고 다른 사람이 훼손하지 못하게 하자.
173페이지 中
-----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타인에게 나의 주권을 넘기거나 훼손하도록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 당신만의 컬러와 패턴, 질감으로 인생을 그려보자!


그것이 진정한 삶이고 인생이다.



-----
수학을 공부할 때도 인생을 살아갈 때도 반론을 제기하자. 당신의 열정이 당신을 앞으로 나가게 해줄 것이다.
197페이지 中
-----


반론을 통해 삶을 보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보자. 무조건 남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수긍하기 보다 자신의 생각을 반박을 통해 거침없이 주장하고, 좋은 증명을 이끌어 냄으로써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보자.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어긋난 곳으로 갈지라도 이런 반론은 분명 다시금 좋은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 줄것이다.



-----
수학을 공부할 때나 인생을 살아갈 때 선택의 순간이 오면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보자. 독특한 흥미로움을 추구하거나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서 배워보고, 오래전에 다 끝냈다고 생각한 주제를 다시 살펴보자.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기에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211페이지 中
-----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을 때 그만큼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들을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하자.


결혼을 하지 않는것, 아이를 낳지 않는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등 이 모든것들은 한때는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길이었다.


이런 선택들로 인해 우리는 삶에서 꽤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



-----
수학을 공부할 때도, 인생을 살아갈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하게 천천히 해나가는 것일 때가 많다.
227페이지 中
-----


꾸준함이라는 말처럼 쉽고도 어려운 말이 또 있을까? 그렇기에 자신의 분야에서, 오래도록 꾸준히 무언가를 이루어낸 사람들의 노고는 가히 칭찬해줄 만하다.


무엇이든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꾸준함'이라는 특제 소스가 반드시 들어가야만 완성됨을 기억하자!



=====
마무리
=====


일상에서 많이 쓰는 수학이지만 어쩐지 우리 삶과는 완전히 다른 부류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새삼 수학만큼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처럼 여러모로 삶의 교훈과 깨달음을 주는 요소들이 참 많은데, 너무 한 가지만 고집하며 산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긴가민가, 알쏭달쏭한 주제의 수학들을 접하며 세상에는 아직도 탐험하고 알아가야 할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 어쩌면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삶의 영감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수학으로의 여행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의 이 모든 자원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더 많이 접목하면서 삶을 더 확장시켜 나가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넓은 세계로의 여정을 계속 이어나가보려 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