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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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한참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읽던 시절 알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책을 찾지 않게 된 순간이 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출판되는 책이 많아지면서 선택의 폭이 많아진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한정적으로 읽던 분야가 대폭 넓어진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흥미진진하던 매콤한 스토리가 어느 순간부터 잔잔한 스토리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취향의 변화와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에 이어 스토리의 맛이 살짝 변하면서 한동안 뒤로 살짝 밀려있었는데, 이번에 우연찮게 다시 그의 책을 보게 되면서 꺼내 읽게 된 것이다.

첫 느낌은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 느껴졌고, 읽고 나서는 잠시 쉬는 타임을 가진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는 것도 꽤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 어떤 책은 끊어읽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단숨에 읽어나가며 다른 책에서 쓴 에너지를 보충 받는 느낌이 들었다.


총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공통적으로 '트랩 핸드'라는 비밀스러운 바와 그곳을 운영하는 마스터 가미오 다케시가 등장한다.

이 바는 사건의 해결점이자 스토리의 중심점이 되는 지점으로, 각 스토리에는 각계각층의 여성들이 등장하며 숨겨진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과거 흥미진진하던 매운맛 버전이 아닌, 미스터리 한 방울이 가미된 스토리 형태이며, 그래서 더 '쉼'처럼 다가왔던 책이었다.

누군가의 숨겨진 이야기 혹은 숨기고픈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바탕으로 전개되며, 이를 통해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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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스토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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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션의 여자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우에마쓰 가즈미'라는 부인이 이사할 집의 리모델링을 위해 젊은 건축사인 '가미오 마요'에게 의뢰를 맡기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무언가 숨기는 게 있어 보이는 의뢰인 가즈미는 자신의 집은 물론 대중에게 오픈되어 있는 카페 등이 아닌 단둘이 이야기할 공간을 요청한다.

이에 마요는 자신의 삼촌이 운영하는 바인 '트랩 핸드'로 그녀를 불러들이고 여기에서 리모델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후 가즈미는 이 공간을 자신이 개인적으로 쓰기를 요청하게 되면서 차츰 그녀의 사정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가즈미이지만 가즈미가 아닌 그녀의 숨겨진 속 사정과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매우 적극적인 행동력과 추리력을 보여주는 바의 주인 가미오의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하다.


■위기의 여자
나미는 결혼을 위해 선을 보면서 조건 중 유난히 재력을 주의 깊게 본다. 그러던 중 소개팅남과 한 바에 들르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트랩 핸드'다.

소개팅남이 읊어대는 재력에 만족하던 나미는 상대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바의 마스터를 통해 상대 남자의 재력이 거짓임을 알게 되고, 여기에 더해 자신에게 수면제 등의 약을 쓰려 했던 것을 알게 된다.

나미는 그런 마스터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매번 소개팅남을 만날 때면 이 바에 들러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마스터를 통해 파악하기에 이른다.


■환상의 여자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꽤 긴 형태로 이어지는 스토리에는, 한 여성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방황하는 과정과 이를 다시 극복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스토리의 중심에도 역시 '트랩 핸드'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공간은 두 가지 의미로 주인공에게 중요한 공간이 된다. 첫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과 자주 찾던 공간으로, 두 번째는 그를 잃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공간으로 중요한 공간이 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베이시스트 다카토 도모야는 유부남으로, 현재 아내와는 이혼 협의를 통해 별거 중이다. 낮에는 치과의사, 밤에는 재즈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나름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던 그는 우연히 만난 히노와 연인 사이가 되면서 어느새 미래를 약속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면서 연인이었던 히노는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된다. 도모야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그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우울해하는 그녀를 위해 그녀를 아끼는 주변인들이 나서서 그녀를 돕기에 이른다.

여기에는 마스터인 가미오와 절친 야요이, 그리고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인물들이 그녀를 위해 두 팔 걷고 나서 주게 되는데, 끝까지 읽다 보면 감동은 물론 힘찬 응원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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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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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편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마스터의 적극적인 행동력과 판단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뒤에 감춰진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어 추천한다.

크게 머리 쓰지 않고도 술술 읽을 수 있는 단편집들이 모여있어 이 시리즈의 책들을 두 권, 세권 쌓아놓고 읽어도 크게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아주 예전부터 그의 소설을 읽어왔던 나로서는 매운맛이 아닌 보통맛의 스토리가 살짝 아쉬운 감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스토리들은 이것대로 매력이 느껴진다.

쉬어가는 타임으로,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고 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쇼맨> 시리즈를 만나봐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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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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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글쓰기는 공들여 말하기, 읽기는 공들여 듣기"라는 표현으로 쓰기와 읽기에 대해 표현했는데, 저자가 소개한 서른아홉 편의 고전들을 공들여 들어보면서, 불현듯 다시 이 책에 소개된 고전의 원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 책에 실려 있는 고전들을 살펴보면, 이미 읽어본 것도 있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것도 있었는데, 저자의 애정이 담긴 맛깔스러운 소개 글에 이미 읽은 고전마저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고전들을 어떤 상황에서 읽게 되었고 또 어떤 포인트에서 마음이 열렸는지,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때와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읽었을 때 어떻게 달랐는지를 쭉 읽으면서 마치 옛날 옛적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져 더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저 단순히 읽고 쓴 추천글이 아니라, 저자의 심장을 뛰게 하고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게 만들 만큼 권하고 싶은 고전이라 더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처럼 저자의 마음뿐만 아니라, 나의 마음까지도 움직인 이 책에 실린 고전들은 추후 다시 읽어볼 요량으로, 위시리스트에 고스란히 담아두었다.


이 책은 저자의 마음을 움직인 서른아홉 편의 고전에 대한 추천사를 담고 있는 책으로, 동서양은 물론 분야를 막론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다방면의 책들을 모아놓고 보면 때로 혼란스럽거나 시선이 분산되어 집중력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지루해져서 시선이 비껴가기보다, 오히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또 다른 페이지를 읽게 된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을 위한 적절한 구성과 저자의 애정이 돋보여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서른아홉 편의 고전 중 특히 더 기억에 남았거나 혹은 이 책만큼은 꼭 읽어봐야지 했던 책을 위주로 선정해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을 옮겨보려 한다.

어쩌면 이것은 내 마음의 스위치를 탁 켜버린 저자의 추천사에 대한 목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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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무서록>
키워드: 고수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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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의 세계로 뛰어드는 많은 이들에게 한국 산문의 정수인 <무서록> 일독을 권한다.
시시콜콜하게 살아가는 일은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킬킬대며 소비해버리고 마는 마음이 아니라 어디 종지만한 그릇에라도 담아두고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책이다.
23~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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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록>이라는 책은 사실 처음 들어봤는데, 킬 포인트로 확 와닿은 문장 때문에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종지만한 그릇에라도 담아두고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책이란 과연 어떤 책일까? 너무 궁금해서 당장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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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키워드: 정말, 굉장히, 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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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장소설이지만 '성장'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런 걸 찾으려면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 다만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지거나 좌충우돌이 전부인 어느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지나왔다면 일독을 권한다. 혹은 오두막에서 숨어 사는 걸 꿈꾸거나 기성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면, '한겨울에 강이 얼면 오리들은 어디로 갈까'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과 금세 사랑에 빠질 것이다. 어느 페이지에서는 울지도 모른다.

주의사항! 누군가는 '콜필드 두드러기'가 날 수도 있다. "이 미성숙한 애의 독백을, 내가 왜 들어야 하지? 시간 아까워!"라고 말하는 이를 만난 적이 있다. 뭐, 취향 문제다.
29~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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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은 너무 유명해서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도 여태 읽어보지 못한 책이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부분('자살'과 깊은 연관) 과는 다른 관점으로 소개하고 있어 호기심을 동하게 만들었다.

어느 페이지에서는 울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두드러기가 날 수도 있는 취향에 따라 극과 극을 보여줄 이 책! 당장 get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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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봉별기>
키워드: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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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은 겪지 못한 인생을 '살아보게'한다. 다 읽은 후 고치처럼 몸을 말고 웅크리게 만든다. 마치 상처 받은 것처럼. 이야기가 몸에 상처를 내고 들어와 나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랄까. 어떤 이야기는 읽기 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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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과 읽은 후가 완전히 달라지게 만드는 짜릿한 소설은 귀하고 또 귀하다. 읽는 동안 잠시 상상 속에 머물며 소매 끝이 젖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완연히 그 소설에 푹 빠져들어 마치 그런 인생을 산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은 그만한 에너지와 필체가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시인으로 유명해서 소설을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그의 자전소설을 찾아 탐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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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니어링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키워드: 이것은 요리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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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몸의 활력을 만드는 연료이고 영혼을 활짝 펼치는 촉매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죽음의 질을 결정한다. (삶의 질이 아니다!)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어떻게 살면 좋을지 고민이 될 때 부엌에 두고 수시로 꺼내보면 좋을 책이다. 내 몸의 나침반이 되어줄 책, 탐욕으로 영혼이 누추해질 때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아껴 보는 요리책이 한 권 있다는 것. 근사한 인생을 살 확률을 높이는 게 아닐까?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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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인생을 살 확률을 높여줄 책이라니. 우아하지만 어쩐지 꼭 한 권은 집에 배치해 두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죽음의 질'을 결정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음식만큼 적합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골골대며 비실비실한 삶을 살 것인가, 에너제틱 하게 반짝이는 삶을 할 것인가는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로, 내 몸에 있어 나침반이 되어줄, 나의 영혼을 소생시킬 수 있는 소박한 밥상에 대한 책은 멋진 인생을 위해 반드시 필독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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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키워드: 너무 따뜻한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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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보다 사랑, 승리보다 패배를 좇는 '똑똑한 남성'이 어디 흔한가? 촌철살인을 무기로 가진 그는 사실 '너무 따뜻한 칼'이었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고 한 조지 오웰.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창을 두고 그와 마주 앉은 기분이 든다. 투명하고 따뜻한.
1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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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쓴 글은 날카로운 창과 같은 글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저자는 너무 따뜻한 칼이라는 표현을 쓰며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면서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창을 두고 마주 앉은 기분이 든다는 말에서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조지 오웰의 삶과 사유에 대해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그를 제대로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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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키워드: 무대에서 대사는 조명보다 빛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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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진짜 '로미오와 줄리엣' 대신 유사 '로미오와 줄리엣'만 감상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함축적이며 시에 가까운 대사, 인물들의 재치 넘치는 언어유희를 직접 맛봐야 한다.
(...)
모든 대사는 무대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 개성 있게 빛나야 한다는 걸 셰익스피어는 잘 알고 있었으리라. 특히 드라마나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셰익스피어 희곡을 정독하길 권한다.

무대에서 대사는 조명보다 더 빛나야 한다는 것, 스토리를 누추하지 않게 만드는 빛나는 옷이 되어야 한다는 걸 셰익스피어에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195~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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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을 읽으며 어쩌면 나 역시 유사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제대로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있나 새삼 의구심이 든다.

이번 기회를 빌어 그의 작품을 제대로 만나봐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시에 가까운 대사, 재치 넘치는 언어유희를 직접 목도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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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키워드: 생각하거나 일하는 사람은 언제나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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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뭘까? 혼자 고독할 권리, (필요 없는 건) 알지 않을 권리, 감정을 해소하지 않고 혼자 그득해질 권리가 아닐까? 그것들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 정답이 있다고 말할 순 없으나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다친 정신을 치유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당신이 직접 책을 통해 찾아야 한다. 말랑한 책은 아니기에 반짝이는 눈과 능동적인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소로가 말한 "고결한 지적 운동으로서의 독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2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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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는 것만으로도 다친 정신을 치유할 수 있다면 이 책은 무조건 꼭 한번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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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키워드: 어떤 별에도 정착할 수 없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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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자신이 어린아이였던 것을 기억하는 어른을 위해, 나아가 눈앞의 바쁜 일만을 좇느라 지구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어른을 위해, 그리고 어른은 알 수 없는 '아이만의 슬픔'을 위해 쓰인 책이다. 시간을 들여 탐험해야 한다. 깊고 넓다.
2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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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은 명작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전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언제 읽어도, 누가 읽어도 새롭게 다가오는 책 <어린 왕자>.

어릴 때 몇 번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금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외에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은 책들이 많아 일단 서른아홉 편을 일괄 위시리스트에 담아보았다. 당장 전권을 찾아 읽을 수는 없겠지만, 차근차근 꺼내 읽어보며 나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또 어떤 새로운 관점을 선사해 주었는지 기록으로 남겨볼 예정이다.

만약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엉뚱한 곳에서 추천도서 목록을 찾기보다, 여기 담긴 서른아홉 편을 찾아 읽어보자.

삶과 인생을 바꾸는 이정표 혹은 곪아가던 영혼을 치유하는 치료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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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의 말
헤르만 헤세 지음,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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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교훈을 주는 헤르만 헤세의 눈부신 문장들!"


헤르만 헤세는 알고 있었는데, 왜 그동안 그의 책을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볼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운명처럼 다가온 이 책을 계기로, 틈틈이 그가 쓴 책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그래야 비로소 그가 남긴 삶의 지혜와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이 헤르만 헤세를 처음 접하거나, 아니면 독서할 시간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그가 남긴 삶의 정수를 어렵지 않게 핵심만 쏙쏙 간단한 문장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순서도 상관없고, 언제든 덮어두었다가 다시 읽어도 부담 없는 구성으로 짜여있어, 침대 옆에 두고 잠들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며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의 문장을 살펴보면, 여전히 오늘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삶에 대한 통찰과 정곡을 찌르는 인생의 말들을 많이 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상이나 생각이었을 텐데, 때문에 살아생전 더 고초를 많이 겪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와 그의 작품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되고 있는 것이겠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우리 모두가 늘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로, 헤르만 헤세가 전하는 세련된 문장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면 좋겠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시, 편지, 일기, 여행기, 산문에서 헤세의 문학적 사상적 정수를 엄선해 인생에 교훈을 주는 196편을 엮은 책이다.

대표적인 그의 작품으로는 《데미안》, 《황야의 이리》, 《유리알 유희》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인생의 벽에 부딪쳤을 때, 헤르만 헤세의 문장을 통해 자아의 발전과 내적 성장을 도모해 보자. 그의 문장은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며, 이를 통해 분명 스스로 행복한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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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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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젊은 날은 고뇌와 아픔으로 가득했다. 학교에서 쫓겨났고, 자살을 기도했고, 호된 실연을 경험한 끝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열두 살 때부터 "시인 말고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의 감수성과 문학적 자질이 얼마나 풍성했는지, 또 그런 자질이 엄격한 시대의 분위기와 얼마나 마찰을 일으켰을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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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가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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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헤세의 문장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자기 앞에 펼쳐진 길을 홀로 끝까지 건널 것, 스스로 확신을 가질 것, 내면의 목소리를 따를 것,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말 것.


· · · · ·

아래 문장들은 살면서 방향을 잃거나, 문득 불행하다 느껴지는 순간 꺼내보고 싶은 인생 문장들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읽으면서 한번, 정리하면서 한번, 또 기록하면서 한번 이렇게 세 번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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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자신이 진짜 자신이다

너는 불안하니?
불안하다면, 그건 지금의 자신을 진짜 자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증거야.
언제나 진짜 자신으로 있으면 불안 따윈 싹트지도 않겠지. 그러니 진짜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일치 하도록 살아가면 돼.

<데미안>

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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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순간 심장 어택 당하는 문장이었다. 살면서 한 번씩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너는 불안하니?'라고. 만약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진짜 나와 지금의 내가 일치하도록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줘보자.

일치하는 순간, 불안은 말끔하게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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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나은 자신을 목표로

우리의 이 손안에 있는 희망 하나란 무엇인가. 바로 오늘 자신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일세. 어제 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꿔나가는 거지.
이를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들에게야 말로 세상의 행복이 달려 있다네.

<1950년의 편지>

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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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희망을 아주 멀리에서 찾곤 한다. 하지만 희망은 멀리에 있지 않음을, 우리 손안에 있음을 꼭 기억하자!

희망은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감으로써 지속성과 영원성을 갖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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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응시하는 강한 마음을 가져라

차라리 마음 따위 없는 편이 낫겠다 싶을 만큼 네가 괴로운 건 잘 알겠어. 하지만 마음을 없애는 건 이룰 수 없는 바람이야.
그 대신 아주 좋은 방법이 있어. 고통에 그만 눈 감아버리는 그 나약한 마음을, 어떤 고통이라도 똑바로 응시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으로 바꾸게.

<게르트루트>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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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장이다. 고통을 대하는 두 가지 방법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똑바로 응시하고 마주 보며 대면하기를 선택해 보자.

고통을 잠시 피한다고 해서,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 오히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이를 극복한다면, 더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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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

진리란 무엇인가, 신이란 어떤 이인가, 젊은이들은 그런 것을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연구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없고, 설명할 수도 없다. 진리든 신이든 각자 자신의 몸으로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리알 유희>

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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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각기 다른 삶의 경험과 깨달음에서 얻는 것인데, 우리는 보다 쉽고 빨리 얻고 싶은 마음에 여러 편법을 활용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는 것'이지, '체험한 것'은 아니기에 진정한 진리라고 하기 어렵다. 제대로 진리를 깨닫고 싶다면, 지금 무엇이든 실행해 보자. 거기에 진리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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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살자

마음 가는 대로라도 좋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결코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말고, 세상에 휘둘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아라. 그것이 그대 자신의 운명을 살아가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런 식으로 끝까지 살아봐라.

<마음 가는 대로>

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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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건' 때문에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마음 가는 대로 하지 못하고, 절제하고 복종하며 나의 생각과는 다른 남의 인생을 사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죽는 순간 가장 후회될 일은 그 어떤 것보다, 내 마음 가는 대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지 못한 것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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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함을 잃지 말자

어른의 마음속에도 있는 천진함을 계속 소중히 여기게. 그것이야말로 청춘이기 때문이지.
그 천진함이 앞으로 인생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 줄 걸세.

<1912년의 편지>

1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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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서 '천진함'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나는 '철없음' 혹은 '동심'이라는 말로 해석해 보려 한다. 어릴 때 꾸었던 꿈, 상상, 맹목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사랑했던 그 무엇이 바로 '천진함' 아닐까?

그것을 오래 간직할수록 우리의 인생은 보다 풍요롭고 다채로워질 것이다. 그것들이 우리의 현실과 이상을 매끄럽게 이어줄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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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악행이 하루를 망친다

분노. 불신. 안달. 거짓말. 배신. 심술.
이런 것은 일상 속에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것들 중 단 하나라도 일상에 끼어들면 그 하루를 어쩔 도리 없이 망치고 만다.
너무도 짧은, 단 한 번뿐인 인생의 소중한 오늘 하루가 그 탓에 완전히 짠맛으로 변해버린다.

<페터 카멘친트>

1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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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공감 갔던 문장 중 하나였다. 공기 중에 얼마든지 떠다닐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것이 내 삶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는 순간, 소중한 일상은 단번에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일상에 존재할 수 있지만, 다시는 내 바운더리 안에 들이고 싶지 않은 작은 악행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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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돈은 필요 없다

반드시 큰돈을 써야만 건강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돈은 필요 없다. 요컨대 공짜인 것인데, 오히려 공짜라서 다들 놓치고 지낸다. 적당히 먹고 마실 것. 매일 조금은 운동할 것. 몸도 마음도 청결하게 유지할 것. 되도록 좋은 기분으로 지낼 것. 겨우 이 정도만으로 감각도 감성도 건강해진다. 그러면 계절의 변화가 전부 아름답게 느껴지고, 기쁨이 늘어나며, 온갖 것으로부터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에 부쳐>

1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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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꼭 돈이 있어야만, 돈을 써야만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돈'보다 '내 안'에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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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가치 있는 것은 돈으로는 살 수 없다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러나 즐거움은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다.
참된 가치는 전부 그러하다. 자신의 시간과 피를 바치고 아픔과 희생을 치러야만 얻을 수 있다.

<내면의 부>

2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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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잠깐의 즐거움은 돈으로 살 수 있다. 문제는 뒤도는 순간 허무함이 남는다는 것이다. 진짜 가치 있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영원히 가치 있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참된 가치는 모두 그러하다. 예외는 없다. 그렇기에 쉽게 얻을 수 없으며, 희생이 있기에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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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기보다 깊이 읽어라

(...)
책과의 사귐도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라서 상대를 경외하며 깊이 알아야 한다.
상대가 책이라 해도 마음을 다해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쓰고, 사랑을 담아 사귈 필요가 있다.

<세계문학>

2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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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 무엇이든, 깊이 사귀는 것에는 그만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장고의 시간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만약 진실한 무언가를 원한다면, 장맛처럼 오랜 정성과 시간을 들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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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행복해질 수 있다

자네는 행복한가.
가진 것이 적어서 불행하다고 말하겠는가. 잃은 것이 너무 많아서 불행하다고 주장하겠는가. 환경이 나쁜 탓이라고 이야기하겠는가.
그렇다면 그 생각 자체가 틀렸네. 자네는 행복해질 수 있다네.
행복은 가진 것의 질이나 조건, 환경이 아니라 자네 자신이 어떤지에 따라서만, 자네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라네.

<1901년의 편지>

2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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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다 말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환경 탓을 하거나 조건 탓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진짜 그 사람이 불행한 이유는 '스스로 불행하다 느끼기 때문'이다.

불행하다 느끼는가? 그렇다면 행복하다고 생각을 고쳐보자. 그럼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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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시간에 지배당하지 않는 것

행복했던 때를 돌아보면 저절로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런데 어째서 어린 시절일까.
행복을 느끼려면 시간의 지배를 전혀 받지 않아야 하고 두려움이나 소망에도 지배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조건을 만족시켰던 것이 우리의 어린 시절이다.

<행복>

2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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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 무릎을 탁 쳤다.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고, 두려움이나 소망에도 지배당하지 않던 시절. 맞다! 어린 시절은 모든 것에 지배를 받지 않던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랬기에 행복했고, 희망을 걸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긍정보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행복해 보이는가?

행복해지기 위해, 시간의 제약과 두려움, 소망을 조금은 털어버리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책을 펼쳐드는 순간 순식간에 한 권을 뚝딱 읽어버렸다. 그만큼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도 많았고, 또 쉽게 읽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더 그러했던 것 같다.

삶, 인생, 행복, 두려움, 희망, 불행, 가치, 돈, 진리, 고통 등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과 가치들에 대해 담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을 통해 내 삶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아주 가까이에서 행복 키워드에 대한 정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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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제주 100 - 심플하게 여행하자!, 제3판 진짜 여행 시리즈
문철진.최영지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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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찾게 된 책 한 권, 그게 바로 이 책이었다. 오래전 이벤트에 당첨되면서 어렵게 받게 된 책인데(책이 몇 달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음) 타이밍을 놓쳐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일정을 짜면서 이것저것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여행 일정은 몇 달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항공 티켓은 미리 구매해도, 일정을 짜고 숙소를 정하는 것은 매일 일상의 패턴을 유지하며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실상 거의 막바지까지 미뤄둔 상황이었고, 또 날씨가 중요한 만큼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또 고심했기에 디데이에 이르러서는 마음이 급해졌다.

어쨌든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대략적인 일정은 짜둔 상태로 디테일한 일정을 짜는 과정에서 이 책을 참고하게 되었는데, 이리저리 흩어진 정보를 검색을 통해 찾는 것보다 한눈에 딱! 찾아볼 수 있어 유용했다.

가고 싶은 권역을 정하고, 그 안에서 가고 싶은 관광지나 숙소, 동선 등을 파악하는 데는 역시 아날로그만큼 편리한 게 없는데 그럴 때 가지고 있는 지도를 참고하거나 따로 여행지를 묶어둔 책을 활용하면 훨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책은 정말 여행책 중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핵심만 담고 있는 책으로, 제주 권역별로 구분해서 주요 관광지 100선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1개의 관광지당 1개의 사진, 위치, 가는 방법(자차, 대중교통), 전화, 영업시간, 주변 여행지와 간단한 소개만 담고 있어 대략적인 일정이 짜인 상태라면 한눈에 쓱쓱 보고 콕콕 집으면 되는 형태였다.

이미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난 책이기에, 교통정보나 그 외 정보는 현장에서 네이버나 검색엔진 등을 활용해 도움을 얻기 하고, 이 책에서는 확정된 권역 내에서 가고 싶은 장소를 정하고 사진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을 주로 진행했다.

관광지가 어디로 도망가는 것은 아니기에, 마음먹었을 때 언제든 갈 수 있도록 전체 권역 내에서 가고 싶은 곳들을 위주로 스크랩해 두었고, 그것들 위주로 정리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 책은 심플한 여행을 위해 필요한 핵심 정보만 담고 있는 여행책으로, 제주사람이 추천하고 인정한 100곳을 담고 있다.

알짜 정보만을 수록하고 있기에 책 사이즈도 아담하고 귀여운데, 관광지뿐만 아니라 추천받은 음식점과 카페 등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소개하는 여행지 하나에 사진 한 장만 담고 있으며, 간단한 소개 글만 담겨 있어 필요에 따라 활용이 가능하다.

제주여행에서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은 바로 권역을 정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기에 제주도를 한 번에 다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동부권, 서귀포 중문권, 서부권, 제주시권, 한라산권 중에서 여행하고자 하는 권역을 정하고 이후 동선과 관광지, 먹거리, 숙소 등을 차례대로 정해서 여행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여행 시 제발 이런 행동은 자제해 주세요!>

1인이나 2인보다 단체(모임, 가족여행 등)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경우 특히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본인들이 마치 전세 낸 것처럼 행동하고, 타인에게마저 피해를 주는 행위는 이제 제발 그만하자!

●소음공해는 그만! (어느 곳을 여행하든 조용히 여행합시다)
●술이나 과식으로 냄새 폴폴 풍기는 행위는 그만!
(특히 한정된 비행기 같은 공간에서는 정말 우욱 멀미가 날 지경이다)
●추억은 본인들끼리 남기시길!
(사진 요청을 하거나 특정 공간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것은 놉!)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지만, 정말 매번 여행 시마다 반복되는 이 3가지는 정말 참기 힘들다. 특히 힐링하러 홀로 떠나는 여행지에서 이런 단체들을 만나면 정말 머리 아파진다.

조용한 관람이 원칙인 전시회에서도 시끄럽게 수다 떨며 관광하는 단체를 만나면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난다. 입장권을 낸 곳이었음에도 말이다.

더불어 제발 사진 요청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특히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만만해 보이는 건지, 툭하면 사진 찍어달라며 소리소리를 지르며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람들이 꼭 있다.

추억은 본인들끼리 남기시고, 타인의 시간을 뺏지 말기를 부디 부탁드린다.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조금만 확인해 보면 본인들 스스로 사진 찍을 수 있는 방법은 수만 가지다.

제주 여행 왔다고 과식에 술까지 곁들인 후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면, 그 공간 안에 함께 탄 사람들은 1시간 동안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디 도망갈 곳도 없는데, 끄윽끄윽 트림에 술 냄새 풍기면 진짜 미친다. 환기도 안되는 공간 안에 갇혀서 비행기 멀미도 안 하던 사람마저 멀미하게 하지 말고 부디! 적당히 먹고 적당히 놀다 가시라.



이제 본격적으로 제주 사람들만 아는 비밀스러운 장소까지 모두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살펴보려 한다. 실제 이번 여행에서 다녀온 곳도 있는데, 정말 최고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제주에 살고 있는, 제주 사람들이 추천하고 또 인정하는 곳인 만큼 추후 제주여행 계획이 있다면 참고해 보자.

참고로 이번 기록에서 제주시권은 제외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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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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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아름다운 해변들
제주의 아름다운 해변들
몰디브도 부럽지 않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제주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제주의 오름 여행
제주의 오름 여행
제주의 속살을 느끼고 싶다면 오름 여행이 제격이다. 여행자들이 꼭 한번 가보면 좋을 곳들만 골랐다. 놀멍 쉬멍 오름에 올라 제주의 기운을 마음껏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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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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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 함덕서우봉해변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함덕서우봉해변은 제주의 여러 바다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바다색을 지니고 있다. 수심이 얕은 곳은 마치 수채화처럼 엷고 맑은 에메랄드빛, 수심이 깊고 먼 곳은 짙은 청록색이다. 한참 걸어 들어가도 물이 허리춤밖에 오지 않아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조천 거문오름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30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 사이에 일어난 큰 화산 폭발로 생겨났다. 백록담보다 3배나 큰 분화구에서 솟구친 용암은 만장굴과 김녕굴, 용천동굴 등 20여 개의 용암동굴을 만들었다.

이를 거문오름 용암 동굴계라 하는데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과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됐고 세계지질공원 인증도 받았다.

분화구 안에는 제주의 생태학적, 지질학적 특징들을 보여주는 다양한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또한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때 사용했던 군사시설과 제주 4.3 사건의 아픈 추억을 간직한 동굴, 숯가마터 등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흔적들도 남아있다.


■구좌 월정리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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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리는 꼭꼭 숨겨 두고 혼자만 즐기고 싶은 바다다. 월정리 앞바다는 도무지 현실감이 없는 상상의 바다처럼 보였다.


■거문오름&용눈이 오름

▷거문오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된 오름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하루 40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지미 오름
전망대에 서면 멀리 성산 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용눈이 오름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용눈이 오름이다. 높이가 다른 4개의 봉우리가 서로 이어져 있는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곡선이 무척 아름답다.

특히 해가 뜨거나 질 때 곡선의 미학은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단순한 선 하나가 이토록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구좌 비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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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한 발 내디디면 영험한 기운이 엄습한다. 수령이 짧은 것은 400년, 긴 것은 900년에 달하는 비자나무들이다.

그래서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숲으로 불린다. 비자림에는 2800여 그루의 비자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단일 수종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인공 숲이 아닌 자연발생 숲이라 가치가 더 높다.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구좌 안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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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가 넘는 제주의 오름 가운데 요즘 가장 뜨거운 곳은 단연 안돌오름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안돌오름 앞에 있는 편백나무숲이다.

키가 큰 나무들이 좁은 길 양 옆으로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도무지 한국이 아닌 것 같다. 한낮에도 햇볕이 잘 들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느낌이라 지구별이 아닌 다른 행성이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무엇보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 외에 아무런 소음이 없다는 게 안돌오름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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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중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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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큰엉해안 경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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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가 만든 해안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다. '엉'은 제주 방언으로 바닷가나 절벽 등에 생긴 바위 그늘이나 굴을 뜻하는데 '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반도 모양의 숲 터널은 남원 큰엉해안 경승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서귀포 쇠소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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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발원한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쇠소깍이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면서 만들어진 물빛이 오묘하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물속에서는 쉴 새 없이 용천수가 솟아 오른다. 제주의 전통 뗏목인 '테우'와 투명 카약을 타면 쇠소깍을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서귀포 황우지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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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7코스가 시작되는 외돌개 인근에 비밀의 바다가 있다. 바위 사이를 돌로 막으면서 커다란 천연 풀장이 생겨났는데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바다이지만 슬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일제가 사람들을 강제 동원해 만든 동굴들이 해안 곳곳에 지금도 남아 있고 60년대 후반에는 북한 간첩과 국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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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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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수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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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얕은 언덕이다. 하지만 그 생성 과정은 놀랍기 그지없다. 만 8천 년 전 땅속에서 솟구친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이때 터져 나온 화산재들이 쌓이고 쌓여 커다란 봉우리를 만든 것이 수월봉이다.

종잇장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는 화산재 지층은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질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의 이런 독특한 지질자원들을 엮어 도보길로 만든 지질 트레일 코스도 만들어졌는데 올레길과는 또 다른 재미다.


■신창 신창 풍차 해안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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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안 도로 드라이브다. 제주의 바람을 느끼며 해안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제주 여행을 다 한 기분이다. 그중에서도 신창 풍차 해안 도로는 가장 이색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해안 도로로 손꼽힌다.


■안덕 용머리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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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가 쌓이고 바람이 깎은 용머리해안 해식절벽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지형이다. 한라산보다 먼저 형성된 태초의 제주다.

화산재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용머리해안의 지층은 그 자체가 지질 교과서다. 마치 용이 바다로 들어가는 것 같다 하여 '용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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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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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 사려니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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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은 한라산 중간지대의 원시림을 파고드는 흙길이다. 숲이 너무 깊어 신령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실제로 '사려니'는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뜻의 '살아니, '솔아니'에서 온 말이다. 그런데도 길은 평탄하다.


■한라산 절물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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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물자연휴양림은 원시림과 인공림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숲 입구의 삼나무 숲은 1960년대 말에 조성된 인공림이다.

인공림을 지나오면 원시림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나무도 꽃도 자연 그대로 '너나들이길'을 따라가면 절물 오름 정상에 닿는다. 분화구 전망대에 오르면 제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아마 이곳들 중에는 가보고 싶다고 해서 쉽게 갈 수 없는 곳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바다가 허락하고, 날씨가 허락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주를 계속 방문하게 되는 이유는 그것마저도 또 하나의 추억이자 경험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신비로운 섬 제주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새로운 추억과 경험을 안기며 오늘도, 내일도 방문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주여행을 계획할 때는 예의와 조심성은 갖추고 방문하길 거듭 부탁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제주가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보곤 하는데, 각종 쓰레기와 소음공해, 많은 관광객들이 즈려밟아 파괴된 유산들이 바로 그 증거이며 흔적들이다.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 부디 아름다운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방문하기를 바라며, 제주 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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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 - 바오 가족과 함께한 기적 같은 나날들
강철원(에버랜드 동물원) 지음, 류정훈(에버랜드 커뮤니케이션 그룹) 사진 / 시공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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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었던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가 쓴 포토에세이에서는 '사진'으로 판다들의 성장을 지켜봤다면, 이번 책은 '텍스트'를 통해 속 깊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사진으로 다 담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와 앞선 책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미공개 사진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면서 처음 판다들을 만난 순간, 이후 바오 가족의 시작인 아이바오와 러바오와의 만남, 그리고 푸바오의 탄생과 쌍둥바오의 탄생까지! 여기에 더해 이제 이별을 앞두고 있는 푸바오와 쌍둥바오의 육아일기까지 더해 풍성하고 알차게 채워져 있었다.

모든 것들을 텍스트와 사진으로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보물같이 느껴지는 건, 그동안 꾸준히 현장에서 기록해 온 할부지의 일기와 기록물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파트 1에서는 처음 판다를 만나 시점의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국내 최초 자이언트 판다 밍밍과 리리, 그리고 아이바오 러바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파트 2에서는 푸바오의 탄생과 초기 성장과정에서 겪은 여러 '처음'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파트 3에서는 푸바오의 성장 과정에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많이 보아온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파트 4에서는 푸바오와의 이별에 관한 이야기와 쌍둥바오에 탄생과 성장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에필로그에서는 푸바오에게 전하는 할부지의 마음을 담은 편지글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특별 칼럼을 통해 사육사라는 직업에 대한 강철원 사육사의 소신과 그동안 들인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한때(물론 지금도 여전히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귀천을 따지며 하찮게 보던 직업 중 하나였던 동물원 사육사라는 직업을 무려 37년간 이어온 강철원 사육사.

판다라는 동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더없이 바빠졌음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그가 전하는 판다와 사육사라는 직업을 속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처음이기에 소중하고 기쁜 순간도 많았을 테지만, 그보다 가까이에서 그 생명을 지키고 돌봐주어야 하는 사육사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어쩌면 남모를 속 끓임과 걱정이 많았을테다.

그런 그가 이제서야 속 시원히 털어놓는 비하인드들을 살펴보면서,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던 행동들도 새삼 이해가 가는 동시에 애틋한 마음이 든다.


푸바오의 온몸 구석구석을 만지고 쓰다듬던 행동들이 결코 애정에만 기인한 행동이 아니었음을, 아기 때 이곳 저곳에 생긴 결절들을 경험해 본 터라, 어쩌면 걱정스러운 마음에 촉진을 하며 진단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얼마나 큰 부담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어쩌면 말 못 할 수많은 이야기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감내하며 사랑으로 바오 가족들을 챙기는 모습들을 지켜보면, 그 수고와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수그러든다.

항상 판다 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챙겨주는 할부지만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는 이 책을 통해 바오 가족들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책에 담긴 몇 가지 에피소드들과 애정 하는 사랑스러운 사진들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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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사육사는 46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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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의 습성에 맞는 공간 구성, 재미있는 관람을 위한 전시공간, 판다에 관한 주요 정보를 담은 안내판, 이탈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시설 등 갖가지 요구사항들을 꼼꼼하게 준비했다. 판다들의 동선을 시뮬레이션하고, 시공을 감독하고 감리해 판다 월드라는 새로운 공간 작품을 채워나갔다.
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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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상을 통해 단순히 동물을 돌보는 일 외에도 판다 월드 곳곳을 수리하고 정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정말 많은 일들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을 살펴보며 판다 월드 어느 곳도 사육사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처음 판다 월드를 계획하여 시공하여 건설하는 데에는 여느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토대를 마련해 주지 않았을까라는 나의 생각은 한참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판다라는 동물이 국내에 들어온 것도 처음인데, 어느 누가 정보를 가지고 그 모든 것을 계획할 수 있었을까?

처음부터 판다 월드와 함께 한 강철원 사육사에게 있어 이곳은 그야말로, 제2의 집이자 남다른 애정이 깃들 수밖에 없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반 농담이지만, 판다 월드에 강철원 사육사의 지분이 못해도 1/3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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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이름에 얽힌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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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이바오 / (아래) 러바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이름이 처음에는 서로 반대였다고 한다.

한국으로 오기 전 확정된 이름으로 불러주며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한참 불러주던 때, 중국의 작문 문화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을 남성에게는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고민 끝에 둘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하게 된다.

그렇게 암컷은 아이바오, 수컷은 러바오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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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이름이 확정되었고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낯선 나를 친구로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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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름을 지을 때는 어감이 좋아 부르기 편하고 외우기 쉬워야 한다. 또한 친근감이 들어 사람들이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따스함이 있어야 한다. 이름에 좋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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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너무 찰떡같은 이름 아이바오, 러바오! 한국식 이름과 별명도 너무 잘 어울려 어쩌면 이 이름들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국식 이름: 아이바오(사랑이), 러바오(기쁨이)
다양한 별명: 아이바오(아여사), 러바오(러스타, 러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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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푸바오에 얽힌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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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푸바오 비상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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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는 태어나 10일 정도가 지날 때까지는 잘 자랐다. 초기 생존율이 낮은 아기 판다에게 가장 위험한 기간은 생후 10일이니 이제 한시름 놓나 싶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생각이었던 걸까? 생후 11일 차에 아기 판다의 배와 사타구니, 어깨 주변에서 결절을 발견했다. 비상이다! 항바이러스, 항세균, 항알러지 등의 처치를 진행했지만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생후 12일이 지나면서 푸바오의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결국 인공포유를 병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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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 인공 포유를 병행하자 아기 판다는 정상체중에 도달하며 사육사 할부지의 걱정을 날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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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4일 차에 시작한 인공 포유는 37일 차에 아기 판다의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23일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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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푸바오의 탄생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처음인 상황이었다. 판다 아기도 처음, 성장도 케어도 모든 것이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생후 11일차 아기 판다의 몸 곳곳에서 결절이 발견되는 것과 동시에 여기에 더해 생후 12일차에는 몸무게가 줄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초 비상상황이 아니었을까?

할부지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막상 되고 보니 할부지가 된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비상사태를 수습하느라 진땀 흘렸을 할부지를 생각하니, 아찔함마저 느껴진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푸바오이기에 어쩌면 더 남다른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푸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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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판다가 눈을 뜨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생후 40일이 지나서다. 그런데 아기 판다가 눈을 떠도 너무 빨리 떴다. 왼쪽 눈은 15일 만에, 오른쪽 눈은 18일 만에 눈을 떴다. 사실 이렇게 개안이 빠르면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눈을 너무 빨리 뜨면 시력을 갖기 전에 문제가 생겨 앞을 못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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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말이지만, 덕분에 푸바오는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판다로 기록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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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판다가 태어난 지 60일이 되었을 무렵, 1차 시력검사를 했다. 조명을 이용해 눈동자가 따라 움직이는지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1차 시력검사에서는 아직 시력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생후 70일 차에 2차 시력검사를 했다. 아기 판다의 왼쪽 눈동자가 불빛을 따라 서서히 움직였다. 드디어 시력이 조금씩 생기는 단계가 된 것이다. 먼저 뜬 왼쪽 눈의 시력을 확인한 것은 매우 희망적이었다.

다행히 아기 판다는 두 눈 모두 시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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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기까지 또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그저 검사 결과만을 기다려야 하는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아기 푸바오의 모습을 우리는 늦게 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판다의 신체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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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가 걷는 모습을 유심히 본 사람은 한 번쯤 의아한 모습을 접했을 것이다. 판다는 뒤뚱뒤뚱 걷는다. 앞발은 반듯하게 앞으로 옮기지만 뒷발은 직선으로 옮기지 못했다. 바깥으로 휘저어 안쪽으로 꺾는 팔자걸음처럼 걷는다. 그러니 빠르게 걷거나 뛰기가 쉽지 않다.

뒤쪽에서 판다의 걸음걸이를 보면 왠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지만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며 걷는 걸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 특히 푸바오가 귀를 팔랑거리며 터덜터덜 뛰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그뿐 아니다. 판다는 뒷발의 특성상 말이나 소, 호랑이, 사자처럼 두 발씩 모아 뛰기를 하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히 빠르게 뛰는 것은 포기하고 산다.

이렇게 안쪽으로 감기는 걸음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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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감기는 뒷다리는 나무를 끌어안기 좋은 신체 구조여서 나무에 오를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다. 나무를 잘 타기 위해 이렇게 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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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안짱다리로 걷는 푸바오의 씰룩이는 뒤태를 볼 때면 그저 웃음이 난다. 여기에 더해 팔랑팔랑 귀를 휘날리며 뛰어오는 푸바오의 모습은 두 팔 벌려 환영해 주고픈 모습이다.

쌍둥바오가 태어나고 날으는 아기들을 보며, 약간 희한하다 생각했던 장면이 있는데, 뒷발을 모아 뛰기 하고 있는 후이바오의 모습이었다.

날쌘돌이처럼,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판다의 모습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아직 성장을 하는 단계라 자신의 정체성마저 잊고 급한 마음에 뒷발 모아 뛰기를 시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에는 폴짝이며 뛰던 모습은 볼 수 없고 판다들의 습성대로 뒤뚱뒤뚱 걷는 후이바오의 모습만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정말 한때였던 것 같다.

나무를 거침없이 오르는 판다들을 지켜보면서 확실히 모든 것은 장점이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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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푸바오 동생, 쌍둥바오 루이&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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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는 15, 18일 차에 양쪽 눈을 각각 떴다. 일찍 눈을 떠서 혹시나 시력을 갖지 못할까 정말 많이 걱정했다. 1바오, 2바오는 사이좋게 28일 차에 눈을 떴다.

"우와, 눈 떴다! 양쪽 다 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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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눈을 뜨는 날짜도 동일하게 28일차에 눈을 떴다. 자랄수록 생김새가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어떤 순간 이들이 쌍둥이라고 실감 나는 순간들은 변함없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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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할부지가 푸바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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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할부지가 서운해하더라도 그곳에서 잘 적응하고 푸바오만의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계속하길 바란다.
그리고 어릴 적 함께 지냈던 할부지를 조금만, 아주 조금만 생각해 주겠니? 할부지는 해마다 유채와 남천바오를 가꾸고 아끼며 너를 잊지 않고 있을게.
3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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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중국으로 유학 가는 푸바오가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라도 스스로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할부지는 이곳에서 할부지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푸바오를 그리겠다고 전한다.

푸바오가 마지막으로 방사장에서 사람들을 마주하던 날, 어쩌면 푸바오는 평소와 다른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통해 이상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람들과 할부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똑순이 푸바오는 그래서 더 잘 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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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칼럼. 사육사 강철원에 대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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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강철원 사육사는 한 가지 직업으로 37년간 일해왔지만, 절대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필요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낄 때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그렇게 시작된 공부는 다양한 리더십 사이버 과정 이수와 오프라인 Fun 리더십, 웃음치료, 리더십 강사 활동으로 이어졌고, 점차 발전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현재 강사로서 1700시간 이상 교육봉사를 하고 있는 것은 물론, 100강 이상의 리더십, 자기 계발 관련 사이버 강의를 통해 얻은 지식들은 동물들을 스토리텔링하고, 알리고, 돋보이게 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또 독학으로 터득한 중국어는 판다 관련 인적 네트워킹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니 그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동물학과 학위를 취득했고, 동물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자 조경학과에 편입했다. 희귀동물 번식에 도움을 받고자 동물번식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스스로 지금의 강철원이라는 사람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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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자는 생각이 녹슬지 않는다. 눈에 생동감이 넘치고 걸음걸이가 경쾌하고 움직임에 활력이 배어난다. 배웠던 조각들이 떠돌아 어느 순간 맞춰지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는 모두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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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를 비롯한 바오 가족, 그리고 이들을 돌보는 사육사를 통해 우리는 삶의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다. 행동으로, 생각으로, 배움으로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더 큰 환희를 바탕으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탄생, 만남, 이별 등을 경험한다. 이것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고 또 다른 삶을 준비하느냐는 어쩌면 삶의 가장 큰 숙제일 수도 있다. 이번에 바오 가족을 살펴보며, 숙제를 풀 실마리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지금 당장은 슬퍼서 눈물이 날 수도 있고, 우울감이 밀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충분히 슬퍼한 뒤에, 곧 있을 푸바오와의 이별 날에는 자신의 감정을 잘 추스르고 푸바오를 건강하게 잘 보내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금 새 날들을 새롭게 쌓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루, 한 달, 일 년을 그렇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또 언젠가 푸바오를 만났을 때처럼 좋은 날들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푸바오의 이름처럼, 푸바오와의 마지막이 눈물이나 슬픔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써의 '행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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