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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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즐겨 읽는 이유 중 하나는 긍정의 말, 응원의 말, 행운의 말, 위로의 말, 용기의 말 같은 따뜻한 햇볕을 가득 머금은 말들을 마음껏 듣고 마음에 아로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때로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에 그늘이 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책들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음지였던 마음의 상태가 양지로 변하고는 한다.


이 책 또한 표지의 색감처럼 파릇하고 핑크핑크한 긍정의 말들이 가득했는데, 그래선지 다 읽고 난 후에는 긍정의 에너지 기운이 온 마음을 다시 꽉 채운 느낌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위로, 응원, 용기를 가져다주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소제목별 내용도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펼쳐서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매일을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하는 과정 중에 문득 계획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속이 쓰리거나, 실패나 좌절로 인해 움츠러드는 순간, 스스로 나약하다고 느끼거나 실수를 되돌릴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 등 마음이 황폐해져 있을 때나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을 때 이 책을 읽어보자.


어쩌면 이 책에서 내일은 더 괜찮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보다 굳건한 믿음과 긍정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우리는 다 알면서 못 하곤 한다. 하다 보면 하게 되고, 일어서다 보면 걷게 되고, 잘하기 전까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 안다. 사는 동안, 살아 있으면, 살아가다 보면 또 살아지게 된다는 것을. 아는 대로 배운 대로 해 오던 대로 이겨 내면 된다는 것을. 결국 잘 이겨 내리란 것을 안다.

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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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의 정답을 알고 있다. 한 발짝만 떼면, 행동으로 옮기면 결국 해결책을 찾으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한 걸음을 떼지 못해 멈춰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한 발을 떼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살아지게 되고, 또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오지 않을까 한다.



=====

뭘 하든 후회 없이 하자.

미련 남지 않도록.

더 표현해 볼걸.

더 최선을 다해 볼걸.

끝까지 붙잡고 늘어져 볼걸.

그런 아쉬움 남지 않도록.

그래야만 훌훌 털고 지나갈 수 있더라.


일이든 관계든 사랑이든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말하게 되더라.


나는 너의 최선을 믿어. 응원해.

27페이지 中

=====


남들이 어떻게 살든 간에, 내가 내 삶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자꾸만 미련이 남아 뒤돌아보게 된다.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꾸 앞이 아니라 뒤를 보느라 또 다른 아쉬움만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애초에 뭘 하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미련을 남기지 말자.


오늘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홀가분하게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준비가 끝났다는 말이자,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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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먹을수록 느끼는 것들


●경험이 많을수록 편견이 적어진다. 반대로 편견이 적을수록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깊은 혜안은 편견을 깨부수는 과정 뒤에 따라온다.


●나이 먹어도 안 해 본 일이 무궁무진하다. 발전은 끝이 없고 배울 점 없는 사람은 없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 그만큼 나도 누군가에겐 배우고 싶은 사람일 수 있다.


●뭐든 확실한 게 좋다. 배려랍시고 빙빙 둘러말하거나, 별로인데 괜찮다고 말하는 건 서로의 시간과 감정만 소모하게 된다.


●여유는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은 수면과 식사, 운동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것들은 나를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고르게 행할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일 때가 많다. 기회로 바꾸어 낼 때 비교할 수 없이 성장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맞아떨어질 확률은 희박하다. 주고받는 사랑을 소중히 여길 것. 타인이 베푼 마음 중 당연한 건 없고, 사랑 없는 삶은 의미 없다.

69~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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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을수록 느끼는 것들' 12가지 중에 특히 더 공감 갔던 내용 6가지를 추려보았다. 실제로 경험상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 더 깊이 와닿았던 문장들이다.


나뿐만 아니라 이 문장을 읽는 또 다른 독자들도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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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수로 얼굴 붉힐 필요 없어.

내 마음 몰라준다고 서운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만큼 되지 못한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어.


다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사는 거야.

그러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

그렇게 더 괜찮은 사람이 돼.


근데 넌 지금도 생각보다 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건 잊으면 안 돼.

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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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이 문장을 읽으며, 힘이 불끈불끈 솟아남을 느낀다. '그래, 난 더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된다.


첫 번째 단락은 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느끼는 감정들이다. 이 때문에 구석에서 쭈그려앉아 나 홀로 땅굴 파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에 대해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살라며 툭툭 어깨를 두드려주는 느낌이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 수밖에 없고, 또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내공이 쌓여 더 괜찮은 나,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조급해 하기보다 나 자신을 믿고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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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둘러싼 우주를 속속들이 알아 가며 내 마음이 향하는 길을 알게 되는 일. 내가 좋아하고, 나와 어울리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찾고 영위하는 일은 자신과 가장 친해지는 일이다. 나로서 행복해지는 길이다.

111페이지 中

=====


익숙하지 않은 '처음'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혹은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 굳이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알아가는 것으로, 나와 더 가까워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원하는 길,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아가는 행복에 이르는 과정을 이제부터라도 즐겨보면 어떨까 한다.



=====

하루하루 되새기는 것들


●꾸준함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누적이 기적을 만드는 법이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수두룩하다. 꼬이고 엉키는 실을 풀고 자르며 지낸다. 당연한 일이다. 때로 허탈하고 분노하고 긍정하고 순응하며.


●무엇보다 잠을 잘 자고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 좋은 음식 백 접시보다 엽떡과 초코 과자, 아이스크림 한 번 안 먹는 게 낫다. 사람도 그렇다. 좋은 사람 백 명보다 날 괴롭게 하는 사람 한 명 없는 게 훨씬 낫다.


●가끔은 도망쳐도 좋다. 너무 멀리만 가지 말자.

112~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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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들이지만, 그렇기에 매일 더 새겨두면 좋을 말들이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하루하루가 쌓여 이뤄지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도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일은 없다. 지금 비록 미약할지라도 괜찮다. 꾸준히 할 용기와 인내만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세상에는 내 맘처럼 되는 것이 잘 없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한다.


한때는 양에 치중하던 때도 있는데, 살아보니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양과 질을 두고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면 '질'을 무조건 선택하기를 바란다.


때때로 도망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 다시 돌아올 길만 기억하고 있다면 도망치는 것으로 잠시 환기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

세상에 장점 없는 사람 없고 단점 없는 사람 없다. 원래 장점과 단점은 하나다. 따라붙는다.

(...)

어느 한 면이 빛나면 반대편엔 그림자가 진다. 그러니 어떤 사이든 오랜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의 무수한 장점 옆에 따라붙은 단점을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른다. 그 사람은 그것만 고치면 좋을 텐데, 그 점만 아니면 완벽한데, 하는 것들. 그 단점이 사라지면 우러러보았던 장점마저도 함께 줄어든다. 적절히 균형을 찾아야 하는 일이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지 않아야 할 이유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기에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다.

248페이지 中

=====


관계에 있어 특히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닐까 한다. '내가 얼마나 타인의 단점을 감당할 수 있으냐'하는 점 말이다.


세상에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것은 없다. 물건이나 사람 모두 해당되는데, 문제는 처음에는 장점만 보이던 것도 오래 겪다 보면 결국 단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때 우리가 단점을 상쇄할 만큼 장점이 강하게 작용하거나 혹은 단점을 감당할 수 있어야만 그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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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특별히 뭔가를 해 주는 것보다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게 먼저다. 칭찬 열 번보다 비난 한 번 안 하는 게 낫고, 가까워지려 달려가는 것보다 힘을 풀고 천천히 걸어가는 게 낫다. 여러 번 베푸는 호의보단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하나 안 하는 게 윤택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훨씬 도움 되는 일이다. 배려한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하고, 충고하려면 자신도 틀릴 수 있음을 염려해야 한다. 농담은 상대도 농담으로 받아들여야 농담이고, 부탁은 거절할 권리도 함께 건네는 것이 부탁이다.

(...)

타인에게 건넨 말과 행동엔 그만한 책임이 따르고, 좋은 관계란 내 욕심 채우려는 마음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져야 진실한 사이로 유지될 수 있다.

2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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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또 다른 핵심 포인트는 좋아하는 것을 해주기 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에 있다. 배려한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하고, 충고하려면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농담은 상대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농담이 된다. 여기에 더해 부탁은 거절할 권리도 함께 주어야 진정한 부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면서도 이런 기본적인 예의는 잘 지키지 않는다. 나의 입장에서, 나만 생각한 말들을 늘어놓는다.


친해지고 싶어서 농담을 했다, 좋아할 것 같아 선물을 했다, 상대방을 위해서 충고했다, 친한 사이니까 부탁을 했다 등등.


진실한 사이를 유지하고 싶다면, 깊은 우애를 나눌 사이가 되고 싶다면 나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 후 행동하자. 이것이 우선되어야 그다음을 논할 수 있다.



*****


일상에서 우리가 마음에 새기면 좋을 문장들을 만나며, 다시 한번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경험한 것들에 비추어 신념을 잘 지키고 있는지, 또 다른 채워 넣을 깨달음은 없는지 살펴보게 된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격려와 용기, 응원들을 차곡차곡 모아 비워진 공간에 하나 둘 채우며, 행복도 함께 충전해 본다. '잘하고 있다, 잘 해낼 거야' 스스로 힘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본다.


검게 응달진 마음에 깨끗하고 포근한 햇볕을 쬐어주며 나를 다독여 주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렇듯 긍정의 기운을 가득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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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
다카시나 다카유키 지음, 신찬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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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화(분노)!' 이로 인해 뉴스에서는 연일 우리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도 '화'를 내거나 들끓는'화'를 다스리지 못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화'를 다스리는 심리적 무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해서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의 표지에 키워드처럼 자리하고 있는 가스라이팅, 이별 살인, 집단따돌림, 직장 내 갑질, 데이터 폭력, 사회 부적응자와 같은 내용들은 나 또는 우리 모두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더 관심이 갔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 또한 '화'로 인해 사이코적인 성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평범한 사람을 돌변하게 만드는 '5가지 마음의 버릇'과 '12가지 분노의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이들이 공격하는 심리를 파헤치고, 이를 저지하거나 반격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다룸으로써 나의 화를 다스리는 것은 물론, 화내는 사람의 공격으로부터 내 몸과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전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회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일컫는 이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것에 대해 다룬 책이라고 보면 된다.


***


이 책에 대해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개인적인 소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사유로 화를 내게 되는지 그 근본적 원인과 심리에 대해 다룬 것까지는 좋았다.


요즘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로도 서로 화를 내고, 또 이로 인해 사회적 이슈로까지 번지는 큰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에 이런 사람들의 심리와 원인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찌 보면 중요한 일이자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저자가 이런 이들을 부르는 호칭인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라는 말은 부적절하게 느껴졌고, 화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대비책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연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내보이는 사람은 다르다. 그런데 비슷한 말로 혼동을 주고, 이로 인해 모두가 마치 사이코패스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심리는 불편함을 넘어, 부적합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후에 소개하겠지만, 저자는 이런 심리를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전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졌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공인 심리사로서 일을 하면서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내보이는 원인과 근본 심리에 더 치우쳐 이야기하고 있어, 나의 화를 다스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이 책을 손에 들었다면 현실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도 찾는 법이지만, 실질적으로 유아기 때부터 형성되어 온 '화'를 유발하는 심리, 그리고 누구나 갖고 있는 이러한 심리를 과연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저자가 80% 이 책에 할애한 평범한 사람들이 돌변하게 되는 심리이자 원인인 '5가지 마음의 버릇'과 '12가지 분노의 근원'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불편하지만, 임의로 바꾸기도 어려워 일단 저자가 사용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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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평범한 사람을 사이코패스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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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도 모르게 공격에 가담하게 된다.

누구나 일상에서 자신의 잠재된 공격성을 깨닫는 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동조 압력'과 '거짓 정의'이다.


동조 압력이란 다수의 의견에 암묵적으로 따르고자 하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는 분위기에 지배당하게 되면, 소수의 의견은 그대로 묻히고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게 된다. 특히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동조 압력이 강하다고 한다.


거짓 정의의 깃발 아래에서 동조 압력으로 사람을 모으고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면 더 이상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이쯤 되면 평소 가지고 있던 양심이나 공감 능력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무서운 것은 다음 대상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언제, 어떤 계기로 누구든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평범한 사람이 사이코패스처럼 돌변하는 중요한 계기가 있는데, 바로 '스트레스'다.


직장 내 집단 따돌림과 장시간 잔업 등의 노동문제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업무 방식을 강요하면 정말로 인간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스트레스가 만드는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

기본적으로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이다. 보통 사람이 후천적으로 사이코패스가 되는 일은 없다.


앞서 조건이 갖춰지면 누구나 '유사 사이코패스'라고 할 만한 인격이 발현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을 진짜 사이코패스와 구별해서 '느슨한 사이코패스'라고 이름 지었다.


이때 '느슨하다'라는 느긋하고 평화롭다는 뜻이 아니라 나사가 풀려서 헐렁한 것처럼 흔들흔들 유동적이라는 의미다.

또한 누구나 갑자기 사이코패스와 같은 성향을 보일 수 있지만, 진짜 사이코패스는 아니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2가지 패턴으로 나눌 수 있다. '얕고 느슨하다, 깊고 느슨하다'에서 '얕다, 깊다'라는 스위치가 '무의식 속 어디에 있는지'를 나타낸다.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

사소한 계기로 분노가 표출되지만 어느 정도 이성적 컨트롤이 가능해서 비교적 다루기 쉽다.


▷발생시키는 스위치 버튼: 5가지 마음의 버릇

▷습득 시기: 5세에서 12세 정도에 습득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

주위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도 망칠 정도의 매우 강한 분노가 표출되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상 컨트롤이 불가능하므로 살인, 자살 등으로 발전하기 쉽다.


▷발생시키는 스위치 버튼: 12가지 분노의 근원

▷습득 시기: 유아기부터 5세 정도 아주 이른 시기


※'마음의 버릇'은 '분노의 근원'에서 비롯되는 강한 분노를 약화하는 숨은 성질이 있다.


무의식 속 분노의 근원에서 기인하는 더 강한 분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마음의 버릇이 방파제나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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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을 돌변하게 만드는 '마음의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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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을 향해 액셀을 밟도록 '내모는' 무의식적 동기나 명령을 심리학 용어로 '드라이버'라고 한다. 드라이버는 간단히 말하면 성장 과정에서 습득한 '마음의 버릇'이다.


즉, 마음의 버릇에서 비롯된 강한 감정이 사람을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시키는 스위치의 정체다.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만드는 5가지 '마음의 버릇'>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 섬세한 유형

노력하고 싶다 → 노력가 유형

빨리하고 싶다 →성급한 유형

강해지고 싶다 → 강한 척하는 유형

완벽해지고 싶다 → 완벽주의 유형


5가지 '마음의 버릇'은 자신도 싫고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다행히 5가지 '마음의 버릇'을 스스로 깨닫는다면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짜증 나는 일이 있다면 '어쩌면...?'하고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자. 욱하는 감정이 생기면 '누구의 어떤 말과 행동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메모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5가지 마음의 버릇 중에 해당하는 분노의 스위치가 보일 것이다. 이런 심리적 작용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느슨한 사이코패스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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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화를 끌어올리는 12가지 '분노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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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①존재하지 마라.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있다고 느끼면 이런 분노를 품게 된다. 존재를 금지하는 메시지는 특히 강한 분노를 일으킨다.


②너 자신을 부정하라.

'너는 가치가 없다'는 식의 메시지를 받으면 나를 부정하는 분노가 생긴다. 열등감에 빠지거나 심지어 자신의 성별을 부정하는 일도 생긴다.



▶대인관계와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③친하게 지내지 마라.

자신은 외톨이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런 사람은 친밀한 인간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④소속되지 마라.

사교성이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성장과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⑤성장하지 마라.

'너는 못한다', '아직 무리다'등 과보호나 제재를 받으면, 자신은 성장할 수 없고 잘 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의 노후를 돌보도록 과도하게 요구한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⑥아이처럼 굴지 마라.

어른스러운 모습을 지나치게 요구받거나 돌보는 역할을 부여받으면, 아이다움이나 천진난만함을 거부하고 항상 어른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건강과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⑦건강하지 마라.

사실이 아니더라도 자신은 몸이 약하고 곧 병에 걸릴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성공 및 수행과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⑧아무것도 하지 마라.

이런 분노의 근원이 있으면 예정대로 일을 해내지 못하고, 중요한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 이런 사람은 회사에 손해를 입히거나 인간관계를 깨트리기도 한다.


⑨성공하지 마라.

어차피 잘되지 않는다, 잘 될 리가 없다는 확신이 강해서 좀처럼 도전하지 못한다.


⑩중요한 사람이 되지 마라.

부모에게 칭찬받지 못하고 계속 지적당하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당하는 것이 원인이다. 시험 당일이나 업무상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생각과 감정과 관련된 분노의 근원


⑪생각하지 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부모 밑에서 자라면 그 방식을 모방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혼란스러운 일이 생기면 화부터 낸다.


⑫느끼지 마라.

어렸을 때 '울지 마라'는 말을 자주 들었거나 짜증을 내면 혼났던 경험으로 인해 감정이 생겨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무의식 속 '분노의 근원'은 자라면서 어느새 몸에 베듯이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쩌다 그렇데 되었다'라는 식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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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마음의 버릇' 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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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5가지 마음의 버릇 중 적어도 하나를 지녔으며, 몇몇 사람은 여러 가지 마음의 버릇을 안고 있다.



■타인의 안색을 살피는 '섬세한 유형'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경향을 보이는 '섬세한 유형'은 남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진심이 아닐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싫은데도 강요당하는 것과 같으므로 특정 계기로 인해 곧 바로 공격성을 띨 수 있다.


1)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빗나갈 때

섬세한 유형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남을 기쁘게 해주려고 헌신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착한 아이'에서 무서운 공격자로 돌변할 수 있다.


2)나의 기대와 상대의 반응이 어긋나는 순간


3)남한테 맞추는 데 한계를 느낄 때

섬세한 유형은 원래 지나치게 남한테 맞추며 살아간다. 상대가 원하는 삶을 살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일로 화를 내도 괜찮을까?', '화내는 내가 이상한 걸지도 몰라'라며 화를 삼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같은 조건이 갖춰지면 딸깍하고 스위치가 켜질 수 있다. 그 조건이란 '상냥하게 대해주는 상대가 자신을 정당하게 평가해 주지 않거나 비판할 때'이다.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그것을 망쳤다'는 생각이 거짓 정의로 작용해 공격성을 띨 수 있다.


'잘 참는 아이'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야말로 돌변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돌변하기 전에 부모(또는 부모를 대신하는 존재)에 대한 분노를 일깨워서 분노와 타협해야 한다.


4)섬세한 유형은 피해자가 되기 쉽다

'섬세한 유형'의 공격성에 관한 주의해야 할 점이 또 있다. 이 유형은 공격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동조 압력이 형성되면 알맞은 샌드백이 되는일이 잦은데, 반격할 의사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본인도 좋아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주위 사람들이 미처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사태가 심각해진다.


자신이 섬세한 유형이라고 생각된다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괴롭힘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분 1초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은 '노력가 유형'

노력가 유형의 행동 패턴은 다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①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②뭐든지 자기가 결정하고 싶어 한다.


노력가 유형은 둘 중 하나, 혹은 2가지 행동 패턴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 2가지 행동 패턴은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시키는 스위치이기도 하다.


노력가 유형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가치가 없다'고 평가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노력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납득시켜 보라고 강요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기도 한다.


두 번째 특징인 '뭐든지 자기가 결정하고 싶어한다'는 경향이 강한 사람은 남의 도움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노력을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가 유형의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남에게도 노력을 강요하거나 노력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격한 분노를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


상대가 '노력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게으름뱅이 취급을 하는 등 대의명분을 쉽게 내세울 수 있어, 언뜻 폭언이나 갑질에 당위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노력하고 말고는 각자의 자유다.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지므로 그런 생각을 미처 할 수 없다.



■무조건 남보다 앞서고 싶은 '성급한 유형'

이들은 그야말로 스피드광으로, 어릴 때부터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빨리해', '꾸물거리지 마라' 등과 같은 압박을 받으며 자란 것이 원인일 수 있다.


1)순위에 집착하면 빨리 할 수밖에 없다

항상 남보다 앞서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속도를 늦춰 차분하게 일 처리를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런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도 서툴다.


성급한 유형은 남보다 뛰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에 사로잡혀 순위에 민감하다. 또한 소위 멀티태스킹을 선호한다. 가능하든 안 가능 하든 적은 시간에 많은 것을 채워 넣고 싶어 한다.


'빨리빨리', '1등이 될 거야'라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해서, 한 가지 일을 차분하게 처리하는 것을 몹시 어려워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볼 때는 오히려 일 처리가 느리다고 느낄 수도 있다.


단순히 성급한 것뿐이라면 남에게 해를 주는 일이 없겠지만, 주변 사람에게도 강요하기에 문제가 된다. 다른 사람이 일을 천천히 하는 것처럼 보이면 화를 내며 '빨리해'라고 재촉한다.


2)무엇이든 척척 해내야 한다는 강박

'서두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성급한 유형은 심하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 정체나 지연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서두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사람이 바뀐 것처럼 거칠어진다.



■약한 모습을 감추려고 '강한 척하는 유형'


1)강한 척하는 유형'은 의외로 과묵한 사람이 많다.

사람들 앞에서 늘 강한 척하는 유형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자신을 이용하려 드는 일이 없기 때문에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그래서 '강한 척하는 유형'은 자신에 대해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 미스터리한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강한 척하는 유형은 말로 자기표현을 하는 데 서툰 대신, 혼자 묵묵히 일을 잘해내는 경향도 있다. 이른바 '고집스런 장인' 유형이다.


강한 척하는 유형은 상대방의 태도가 자신의 생각이나 태도를 이끌어냈다는 식으로 말하는 특정도 있다. 다시 말해 자기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겉으로는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는 자세로 상대방에 대해 마음을 닫고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2)억지로 마음을 열 수는 없다


3)조용한 사람이 분노를 표출할 때

과묵함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쁠 것도 없지만, 과묵하다고 해서 모두가 마음속까지 조용한 것은 아니다. 무의식 속에서 분노의 소용돌이가 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이들이 분노가 지나쳐서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했다면, 자신을 조용히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에 대해 '존재 가치가 없다'는 식의 강한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유형'

어릴 때 부모 또는 가까운 사람에게 '똑바로 해라', '틀리면 안 된다' 등과 같이 완벽한 모습을 강요받으면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며 자신이나 타인에게도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완벽주의 유형은 '편하기만 하면 타락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편할수록 불편한 사람들

완벽주의 유형은 '저는 ~이고, ~이기 때문에, ~일 때도 있고, ~일 가능성도 있고, ~혹은' 등과 같이 좀처럼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완벽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고 또 고르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혹은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려는 특징도 있다. 그러면서 '아마도', '가능하다면', '마치' 등 불확실하고 애매한 표현도 즐겨 사용한다. 이런 말들은 일종의 보험이다. 자신의 완벽함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 습관이다. 그밖에 완벽주의자들은 대체로 등을 꼿꼿하게 펴고 똑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2)누구도 나의 완벽한 삶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3)'다 너를 위해서'가 사실은 '다 나를 위해서'

완벽주의 유형은 가까운 미래만 보고, 지금의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의 부모가 '이제 어쩔 거야?', '앞으로 어떻게 살 거야?'라며 자녀를 추궁하는 경우가 있다.


자녀의 장래를 생각하다가 결과적으로 자녀를 공격하는 꼴이다. 자녀의 장래만 살피지 말고, 지금 무엇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휴식이 필요하지 않은지 등 아이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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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분노의 근원' 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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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근원은 대부분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로부터 살아남으려고 몸에 익힌, 이른바 '마음의 서바이벌 기술'이다. '분노의 근원이 어떤 마음의 버릇으로 드러나는가'를 함께 생각해 보자.


12가지 분노의 근원 중에서도 특히 '존재하지 마라'와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자신과 타인을 모두 파멸시킬 정도로 강력한 공격성을 보인다.



■'존재하지 마라'의 공격적인 특징 4가지


▷사람을 선한 자와 악한 자로 구별하거나, 혹은 한 사람을 선할 때와 악할 때로 구별하여 악으로 간주한 상대를 공격한다.


'존재하지 마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닌 사람은 상대를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강한 분노가 표출되어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할 수 있다.


사랑이 지나치게 깊으면 오히려 증오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런 심리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인간관계가 좋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이상적인 사람을 갈구한다.


▷악으로 규정한 상대를 공격할 때는 죄책감이 없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존재하지 마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닌 사람은 강한 '유기 불안'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야. 계속 내 곁에 있어줘'라고 말하고서는,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고 말한다. 이런 극단적인 말에 반복적으로 휘둘리다 보면 상대는 '이중인격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기 불안'은 영유아기부터 유아기에 걸쳐, 역시 엄마나 가까운 양육자와의 관계 속에서 몸에 배는 경우가 많다.


유기 불안을 품고 사는 사람은, 가령 자신의 메시지에 상대가 조금 늦게 답했을 뿐인데도, 애인이나 친구에게 '미움 받고 있다'고 믿게 된다. '내가 뭘 잘못했지?'라며 자책하거나, 관심을 끌려고 '죽고 싶다' 등 과격한 언행을 보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자신의 나쁜 기분을 남에게 전가한다.

상대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갑자기 기분 나빠하며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자신이 기분 나쁜 이유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심리를 '투사적 동일시'라고 한다.


이 또한 영유아기의 '좋은 엄마, 나쁜 엄마'와 관련이 있는데,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통합되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여 분노를 조절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자신이 기분 나쁜 것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럴 때 주로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운 사람은 연인이나 배우자와 같이 친밀한 사이 또는 교사, 정신과 의사, 심리상담사 등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심적 괴로움을 도와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다.



■'너 자신을 부정하라'의 공격적 특징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수 없고 본래의 나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경험이 지속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머리가 좋다', '신동이다' 등과 같은 칭찬을 듣고 자란 아이가 오히려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니기도 한다. 이것도 본래의 내가 아닌 '나는 우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또 형제자매가 일찍 죽는다면 '자신은 죽은 형제자매의 대신'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는데, 이때도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분노의 근원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닌 사람은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노력한다고 한다.


'너 자신을 부정하라'는 분노의 근원을 지닌 사람이 노력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자신의 생명과 관련된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노력은 숭고한 행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공격이 된다. 그 노력이라는 '공격'이 자신의 육체에 작용한 것이 자해나 자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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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사이코패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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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사이코패스의 공격에서 탈출하기


▷애초에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애초에 공격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하고, 어쩔 수 없이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재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안심하고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을 찾을 때 냉정한 눈으로 주변을 살핀다.


반대로 '자기 의사를 분명히 말할 것 같은 사람'은 쉽게 공격하지 않고, 무서운 사람이나 강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이 보살펴주는 사람도 공격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나 진짜 사이코패스와 달리 공포심을 느끼기 때문에 반격을 두려워 한다. '누구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호기롭게 말하지만 사실은 비겁한 계산을 하고 벌이는 짓이다.


▷'마음의 버릇'이 피해자의 위치에 가둔다

피해자의 위치에 갇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마음의 버릇'과 관련이 있다. '섬세한 유형'이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쉬운 이유는 남의 눈치를 보느라 가해자조차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좀처럼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섬세한 유형이 아니니까 괜찮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른 마음의 버릇도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어떤 연구자에 따르면, 괴롭힘이나 갑질을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폭력과 폭언 등으로 상대를 배제하는 '배제형'과 친구 관계의 소원함을 들먹이면서 상대를 괴롭혀 스트레스를 푸는 '사육형'이다.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사육형'이 주류라고 한다.


마음의 버릇에 얽매인 사람은 공격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따르기 때문에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버릇에 얽매이지 말고 '나는 공격당하고 있다', '나는 피해자다'라고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

괴롭힘이나 갑질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격할 수 없고, 피해를 호소할 수도 없으며,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우선은 마음이 먼저이고 다음으로 몸이 피해자의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순서다.


'마음의 버릇' 이외에도, 괴롭힘이나 갑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건 괴롭힘이 아니라 장난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기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싫다'는 느낌이 들면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첫 공격에서 잘 대응해야 한다

절망에 빠져 해결을 위한 걸음을 멈추는 것만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카프먼의 '드라마 삼각형'

희생자가 의지할 수 있는 구원자가 생기면, 이제는 '박해자'에 대한 입장을 바꿔가야 한다. 박해자가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라면 '통제 가능한 의식'에서 비롯된 공격이므로 '사회적인 제재를 받고 싶지 않다', '해고되고 싶지 않다'와 같은 의식이 작용하여 공격을 그만둘 수 있다.


그래서 변호사나 전문가, 교사나 상사, 또는 경찰 및 공공 기관 등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상대가 공격을 멈출 수도 있다.


박해자가 '깊고 느슨한 사이코패스'에 빠져 있다면, 권위자가 뒤에 있든 말든 상관없이 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신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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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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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느슨한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사용하여 공격하는 사람의 심리를 설명하려 했다고 전한다. 이 말을 사용한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서는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 전하는데,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앞서 저자가 이야기한것처럼,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와 어릴 적 성장과정과 개인적 트리거로 인해 화가 표출되는 경우(=느슨한 사이코패스)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굳이 유사한 단어를 활용해 평범한 사람들의 화가 표출되는 행위와 원인에 대해 언급했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저자가 언급한 사례, 그리고 '얕고' 느긋한 사이코패스, '깊고' 느긋한 사이코패스의 모습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쉽게 접하는 모습 중 하나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오히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지 않을까 생각될 만큼 일상에서 흔한 일들이다. (과거보다 오늘날 더 흔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각박함, 개인주의적, 강압 등의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아주 잠깐 언급한 사회현상에 더 집중해서 이러한 현상이 도드라진 이유와 원인, 그리고 보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점에 대해 더 깊이 다뤘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얕고 느슨한 사이코패스' 현상을 발생시키는 스위치 버튼인 '5가지 마음의 버릇'의 경우 충분히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면서도, '느긋한 사이코패스'로 한데 묶어 설명하다 보니 뭔가 대단한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는데서 이미 우리 모두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처럼 미화된다는 점에 있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유년기 경험, 특정 상황이나 트리거, 스트레스, 일본 같은 나라의 특성 등의 조건이 맞았을 때 언제든 누구나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점, 그리고 타고난 성향, 사람마다 화가 나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통상의 '화'의 범주를 굳이 끌어다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시되는 불필요한 화, 타인을 강하게 억압하거나 해를 가하는 화, 이를테면 가스라이팅, 이별 살인, 집단따돌림, 직장 내 갑질, 데이터 폭력 등에 집중해서 다뤘다면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저자가 다룬 성장 과정에서 몸에 베는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누구도 어쩔 수 없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또 다른 양육자가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좀 더 신경 쓸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너머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드라마 삼각형'의 위치를 바꾸는 방식(다른 입장에 놓이도록 하는 것), 주변에 지인이나 관공서, 국가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제안하지만, 실상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크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일례로 폭력이 발생했을 때, 선생님은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보다 더 약한 아이들도 학교나 선생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야기가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나온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갑질이나 집단따돌림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사과나 상급자에게 이야기해도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이나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 실제로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해고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하소연하거나 방법을 찾을 시간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폭력을 당하다 보면 이도 저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하물며 이유나 원인도 없이 벌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때문에 저자가 제안한 방법론은 그저 이론적으로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다.


더불어 요즘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불쑥 폭력과 괴롭힘, 공격 등을 당할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나를 지키고 보호하고 싶다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항상 민감한 촉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내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불편하거나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게 되면 즉시 행동으로 옮겨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한다.


내가 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불편한지, 상대방은 왜 저런지 이유를 따지고 분석하느라 시간을 보내게 되면 때는 이미 늦는다. 요즘은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저지르는 사람들도 많기에 일단 증거와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우선적으로 수집하고 이후 주변에 피해 상황에 대해 도움을 받을 사람을 찾는 것이 좋다.


그런데 보통은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없거나(반대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고, 또 설사 어떻게 해결이 된다고 해도 같은 상황에서 일상을 이어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빨리 상황을 탈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상처를 덜 받고, 빨리 회복하여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앞서 증거 등의 자료들을 모으는 이유는 나중에 혹시라도 발생할 일들에 대한 자구책을 위한 대비용으로, 오히려 이렇게 빨리, 조용히 빠져나오는 것이 나를 보호하는 최고의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일상에 너무 많은 요즘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사람도 속에는 어떤 마음을 품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다 내보이거나 내주지는 말자.


적절한 안전거리 확보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을 보호하는 것으로, 촉을 민감하게 세워 미연에 방지하는 것으로, 강단있는 의견피력으로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시켜 피해를 최소화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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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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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장르를 총망라한 최씨네 종말 탈출기! 예상치 못한 감동과 반전은 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푹 빠져들었다. 특히 여덟 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과 세상은 예상을 뛰어넘어 수수께끼처럼 다가와 호기심을 자극했다.

더불어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이나 호칭이 오히려 이 소설에서만큼은 사랑스럽고 당차게 다가온다. 그만큼 이 소설의 핵심 인물인 '한라'는 최씨네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깍두기 같은 존재다.

삭막하고 어딘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집구석이지만, 방방곡곡을 누비며 가족의 빈틈을 파고드는 한라 덕분에 그나마 최씨네는 적어도 겉으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간다.


종말 날짜를 기준으로 디데이를 설정한 이 책을 살펴보면, 그 설정에 부합하듯 종말을 야기하는 몇몇 요소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이를테면 종말일, 사이비 종교, 벙커, 동물들 등이다.

여기에 더해 갑자기 무녀의 꿈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타나 이번 종말일에 최씨의 씨가 마를 것이라 말하며 개시처럼 전하는 장면은 극적인 요소를 더한다.

덕분에 파탄 직전의 삼대 가족은 똘똘 뭉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고, 이를 통해 가부장적인 태도, 성차별, 오해와 불신 등은 싹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여덟 살 아이의 눈으로 펼쳐지게 되면서 비극이 희극으로 비치기도 하고, 또 어른의 눈에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전개되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리송한 기분으로 수수께끼를 풀듯 더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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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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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가족 소개
일명 콩가루 집안이라 불릴 만큼 속 사정이 복잡한 최씨네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최한라(딸내미, 손녀, 조카로 불림)
-초등학교 1학년(8살)
-1년 전 이 집에 엄마랑 들어오게 됨
-꿈: 투명 반창고를 만드는 발명가

▷엄마(고은)
-싱글맘
-최씨 집안으로 들어온 뒤에 외출은 자제하고 집안일만 하고 있음

▷외할아버지(최씨/77세)
-집안 서열 1위
-과거 사진관을 운영하다 현재는 집 근처 주차장 운영 중

▷외종조부 (뚜러정/정두섭)
-외할머니의 남동생
-무엇이든 잘 뚫음
-지하실에서 기거 중

▷이모 (히메/고윤)
-엄마의 남동생
-한때 큰 삼촌이었다가 성전환 수술 후 이모가 됨
-고완→고윤으로 개명

▷막내 삼촌 (척척/고준)
-이복 형제이며 늦둥이(누나와 열세 살, 형과 열 살 터울)
-은둔형 외톨이
-다락방에서 기거 중
-중학생 때 생물 수업에서 혈액형을 통해 자신이 사실은 부친이 밖에서 낳아온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됨

▷외할머니
-얼굴에 화상 자국이 있음
-환갑도 되기전 갑자기 위암으로 돌아가심


■한라의 친구들

▷이영민
-꿈: 대통령(할아버지가 하라고 했기 때문)
-집이 부유함
-최씨는 영민이네를 ' 속 빈 강정'이라고 별명 붙임

▷김수진
-꿈: 슈퍼모델
-수진의 엄마는 인조인간으로 불림

▷윤현준
-꿈: 변호사
-이혼가정으로 엄마와 살고 있음


■그 외 등장인물

▷이옥련
-외할머니와 먼 사촌지간
-무녀
-한 번씩 최씨네 찾아와 큰 일들을 미리 예고함

▷전도사
-미스터리한 전도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 신도
-완전히 다른 실체를 가지고 있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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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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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화자인 한라는 잠시 머물 예정으로 엄마와 함께 외할아버지 댁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그대로 그곳에 정착하게 되면서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지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라는 올해 여덟 살로, 최씨 집안에서 못 가는 곳이 없고, 또 모든 사람들과 상대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한 지붕 아래 살지만 서로 반목하는 가족들로 인해 이들은 식사조차 함께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모든 이야기는 한라를 통해 전개되고, 또 아이의 시각에서 풀어가게 되면서 어떤 이야기들은 와전되어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거나 혹은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이들 가족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는데, 일반적인 가족 구성원을 부르는 호칭과는 다른 별칭으로 서로를 부른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아이인 한라도 예외는 아닌데, 외할아버지를 최씨로, 외종조부를 뚜러정으로, 이모를 히메로, 막내 삼촌을 척척으로 부른다는 점이다.

또 이웃 주민들이 '콩가루 집안'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해도 한라는 이에 위축되거나 절대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또 모르는 단어나 말을 듣게 되면 무엇이든 알고 있는 척척에게 질문하거나 책과 인터넷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모습도 보인다.

이렇듯 소설의 초반까지는 최씨네 가족구성원에 대한 가벼운 소개와 배경, 그리고 주변 이웃들에 대해 만나볼 수 있다. 이후 중후반부에는 본격적으로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미스터리, 범죄, 컬트, 코믹, 어드벤처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여기에 더해 별도로 구성된 각 인물의 뒷이야기는 뭉클함과 동시에 이들의 아픈 과거와 속 깊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종말일과 어느 날 웃돈까지 얹어주며 놀리던 주차장 땅을 팔게 된 행운, 여기에 더해 그 부지에 들어선 사이비 기도원, 마지막으로 어느 날 무녀의 꿈에 나타나 최씨 일가의 씨가 마를 것이라며 예고한 외할머니의 예지몽까지.

어쩐지 그냥 넘기기엔 단 한 번도 비껴가지 않았던 무녀의 말 때문에 이들 가족은 본격적으로 종말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게 되는데, 하필 가장 중요한 장소가 이미 팔아버린 옛 주차장 사무실 부지임이 밝혀지면서 우왕좌왕 난리가 난다.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아야 하기에 오직 최씨 일가만 바빠진 상황에서 생각지 못한 복병까지 겹치게 된 대 환장 스펙터클 지구 종말 탈출 가족 소동극은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지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가족 모두가 함께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게임 속에서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똘똘 뭉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펼친다. 그렇게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이 만들어 낸 혹한의 종말 탈출기는 가족의 일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오해와 불신에 시간이 더해져 묵은 감정으로 남아있던 애증의 앙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 이로 인해 케케묵은 사회적 규범이나 남녀의 성에 따라 구분 짓던 역할분담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지는 직접 책으로 확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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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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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적 표현으로 많이 쓰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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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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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둘러 표현할 때, 의미 그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 어른들은 이 말을 에둘러 사용한다. 하지만 같은 말을 여러 상황에서 듣는 여덟 살 한라에게는 도통 모르겠는 말이다.


■웃음 포인트가 되어 주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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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처럼 돼지나 코끼리 따위의 동물이 아닌 음식을 활용하는 그들의 별명 짓기는 인사법만큼이나 상당히 독특했지만 최씨가 지은 별명이 훨씬 그럴싸했다.
(...)
콩가루보다는 강정이 더 달고 맛있기 때문이다.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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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집안', ' 속 빈 강정'과 같은 말은 어른들 사이에서는 얼굴 붉힐만한 상스러운 말이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그런 별명 짓기는 그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으레 짓는 별명 짓기나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한라는 최씨가 지은 ' 속 빈 강정'이 더 달고 맛있다는 이유로 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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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순도 백 프로 자연산이야. 수진이 엄마랑은 다르지."
수진이 엄마는 인조인간이니까 인조인간이 아닌 사람은 자연산이라는 뜻인가. 그런 의구심으로 어리둥절하던 참에 문득 뚜러정과 횟집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수조 안을 헤엄치는 커다란 물고기를 가리키며 뚜러정이 자연산이냐고 묻자 횟집 아저씨가 그렇다고 했다. 엄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물고기인가. 그럼 나란 존재는? 기가 찰 노릇이다.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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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박장대소했다. 얼핏 보기엔 꼬리말 잇기도 아니고 뭔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의 천진스러움에 이내 웃음이 빵하고 터지게 될 것이다.

자연산과 인조라는 말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해석하게 되면서 다다른 엉뚱한 결론은 이렇듯 기가 찰 노릇에 이르게 된다. 이후 한라가 울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참고로 인조인간은 성형한 사람을 일컫는 어른들의 말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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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가 뭔데?"
"좋은 여자대학교야."
(...)
"왜 좋은데?"
"남자들이 선망하거든."
"선망이 뭐야?"
"꿈꾸는 거지."
"그럼 불행해지겠네."
"뭐?"
(...)
뚜러정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면 불행해진다고 했는데 여자대학교를 꿈꾸는 남자라면 보나 마나 뻔하다. 아무튼 엄마는, 그 대학 식품영양학과를 나왔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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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한라는 어른들이 하는 말을 꼭꼭 기억해 두었다가 이후 새로운 이야기를 해석하는데 적극 활용한다. 덕분에 얼토당토하지 않은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다.

포인트를 제대로 짚지 못한 한라는 엄마의 답에 여자대학교를 꿈꾸는 남자라면 불행할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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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의 제목은 '콩가루'입니다."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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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림 그리기 숙제를 발표하면서 한라는 제목을 '콩가루'라고 말한다.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는 단어를 이토록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아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감동 포인트가 된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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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훗날 투명 반창고를 만들 계획이다. 우리 같은 어린이만 늘 반창고를 필요로 하는 줄 알았는데 투명 반창고 발명가가 되겠다는 결심 후 일주일을 관찰한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청소하느라 손목이 저리다는 엄마, 이상하게 입술이 자주 부르트는 최씨, 뚜껑이 잘 열린다는 뚜러정, 뚜러정보다 큰 발을 날씬한 구두 속에 넣느라 뒤꿈치가 가끔 까진다는 히메, 팔 여기저기가 정체 모를 상처투성이인 척척까지, 반창고는 실로 요긴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최씨네만 해도 사정이 이러니 반창고가 전 세계인들의 필수품일 것은 분명하다.
(...)
아프다는 걸 표내는 노란 반창고도 영 내키지 않는다. 상처에는 반창고가 제격이지만 분명 나처럼 노란 반창고를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근거해서 투명 반창고를 구상했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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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나 모델, 대통령이 꿈이라는 친구들과 달리, 한라는 투명 반창고를 만드는 발명가가 되는 게 꿈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살펴보면 한라가 얼마나 가족들을 사랑하고 위하는지를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인까지 생각하는 인류애까지 품고 있다.

아프다는 걸 표내지 않으면서, 상처를 가리고 덧나지 않게 방지해 주는 투명 반창고를 발명하고 싶다는 한라의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몽글몽글한 감동을 전한다.


-----
"어떻게 해야 여장부가 될 수 있어요?"
대신에 나는 수영 코치님께 여쭤봤다.
(...)
"그럼 여장부란 제가 꿀 수 있는 꿈이죠?"
"당연하지."
나는 행복에 겨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래 희망 목록에 투명 반창고 발명가 외 여장부를 추가했다. 내가 여장부가 되면 엄마의 마음도 세탁 후 말끔해진 옷가지처럼 보송보송 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36~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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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의 사랑스러움이 한껏 돋보이는 문장으로, 한라는 꿈을 꾸기에 앞서 우선 수영 코치를 통해 자신이 여장부라는 꿈을 꿀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를 묻는다. 앞서 뚜러정을 통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은 불행을 야기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인을 받은 후에는 엄마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래 희망 목록에 추가한다.

이 장면은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한 엄마의 꿈을 은연중에 한라가 다독여주는 문장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말을 만약 엄마가 전해 들었다면 한라를 꼬옥 껴안아주지 않았을까?


-----
번호판 뒤에 소중한 것을 담아둬야 한다면 내게는 무엇이 있을까.
(...)
고민 끝에 훗날 투명 반창고를 발명하면 그걸 가득 담아두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럼 아픈 사람들이 그걸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비밀번호는 쉬운 것을 입력해야 할까. 0000? 아님 내 생일 0616? 내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
번호판 옆에 0616을 입력하라고 써 붙여야 할까? 그럼 번호판이 무슨 소용이지? 그냥 떼버리고 말까?
(...)
선생님은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비단결이다. 더구나 유치원 선생님처럼 아빠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난 그날의 일기 하단에 비밀번호를 미리 적어두기로 마음먹었다. 훗날 선생님이 혹시라도 불치병에 걸리게 된다면 내 반창고가 가득 담긴 냉장고를 찾아 주저 없이 네 자리 번호를 누르라는 뜻에서 말이다.
61~62페이지 中
-----

이 문장에서는 은연중에 드러나는 한라의 상처와 고민하는 모습에서 보이는 아이의 귀여움, 그리고 선생님을 향한 애정이 함께 느껴진다.

번호판 뒤에는 보통 귀중하고 값진 것을 보관한다는 말에 한라는 나름대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자신이 발명한 투명 반창고를 가득 담아 두겠다고 결심하게 된다.(아마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이 당시 자신이 발명하게 될 투명 반창고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비밀번호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난다. 이후 그녀는 일기에 자신의 상처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네 자리 번호를 기재해둔다.

혹시나 불치병에 걸리면 투명 반창고로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어쩌면 한라는 투명 반창고를 발명할 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OO

1.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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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약조를 깨고 다시 몰래 척척의 방에 잠입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는 구멍이 송송 뚫린 후줄근한 메리야스 바람이었다.
(...)
그런데 가래떡처럼 하얗고 마른 양팔 여기저기에 긴 상처들이 꼬불꼬불했다. 콩알처럼 동글납작한 검은 상처도 눈에 띄었다.
(...)
그날 나는 다시 한번 소명 의식을 느꼈다.
(...)
흔적이 남지 않는 투명한 반창고를 꼭 발명해야겠다고 말이다.
43~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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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척은 한라 앞에서는 한여름에도 늘 긴 팔을 입고 있다. 사실은 반항하던 시절 새긴 문신을 가리기 위함이었는데, 우연찮게 이것을 목격한 한라는 상처라고 오해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막내 삼촌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투명한 반창고를 발명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보통 문신을 보면 징그럽다거나 무섭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한라는 오히려 이것을 상처로 본다. 어쩌면 보통의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저 너머의 무엇을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순수한 마음에 감탄이 일기도 한다.


2. 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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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하나 물어볼 게 있어. 최씨 냉장고에 비싼 거 있는 거야?"
"뭐?"
"번호 띡띡 누르는 냉장고 말이야."
(...)
"애들이 그러는데 번호판이 있으면 안에 비싼 게 있는 거래. 그 냉장고에는 뭐가 있어?"
(...)
그러고서 몇 달 뒤, 철옹성 같던 그 번호판 냉장고의 비밀이 밝혀졌다.
(...)
그로부터 몇 해 뒤엔 나도 그것이 단지 금고였음을 깨닫게 됐다.
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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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누르는 것은 다 냉장고로 생각하는 아이다움과 궁금한 것에 대해 음흉스럽게 훔쳐보기보다 당당히 뭐냐고 묻는 배포에 웃음이 났던 문장이다.

항상 외출할 때는 방문을 잠그고 나갈 만큼 가족 모두에게 숨기고 또 숨기던 금고였는데, 우연찮게 금고 여는 모습을 보게 된 한라는 오히려 엉뚱하고 당당하게 물어대니,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럽지 않았을까?


■슬프게 다가왔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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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빠가 있을까. 이 세상에 아빠 없는 아이는 없다는데 그럼 내겐 온통 물음표인 아빠는 정말 최씨일까. 그럼 영민이 말처럼 나는 시름시름 앓다가 일찍 죽고 말 것인가. 태권도도 검은 띠를 따야 하고, 여장부가 돼야 하며, 무엇보다 투명 반창고도 발명해야 하는데.
(...)
내가 몇 년째 아빠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머나먼 나라 미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뿐이었다.
46, 50페이지 中
-----

이런저런 어른들의 사정으로 아빠가 없는 한라는 특별히 아빠가 없는 것에 대해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내색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자신만 아빠가 없다는 점, 같은 성씨를 쓰는 친족끼리 결혼할 경우 아이가 일찍 죽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불현듯 불안해진다.

자신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아빠에 대해 아는 정보라고는 그저 머나먼 나라 미국에서 일한다는 것뿐이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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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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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인 한라의 시선으로 전개되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 소설은 그야말로 온갖 장르가 결합된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웃음, 감동, 절망, 슬픔 등의 온갖 감정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듯한 기분까지 만끽할 수 있다.

한 가정을 하나로 이어주던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죽음 뒤에 뿔뿔이 흩어진 가족. 그리고 이후 다시 꿈에 나타나 파탄 직전의 가족을 이어주는 외할머니의 존재는 어쩌면 가족들을 위한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저마다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던 이들이, 종말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함께 극복함으로써 비로소 제자리를 찾게 된다. 덕분에 별칭으로 불리던 이름도 원래 이름을 되찾게 되고, 또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특기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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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 부스러진 콩가루도 끈기만 있으면 다시 뭉쳐질 수는 있더구나. 그럼 더 단단해지고 말이지."
3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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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콩가루' 집안이었을지언정, 이제는 소중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더 단단해지게 된다.

덕분에 엄마는 다시 변호사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되었고, 한라는 20살 성인이 되면 아빠를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이제 자신의 땅은 아니지만 다시 주차장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으며, 외종 할아버지인 뚜러정은 다시 뚫는 일을 하고 다니며 결혼자금을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

그리고 법적으로 주민번호를 1에서 2로 바꾸고, 요리를 하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모 히메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막내 삼촌 척척까지 가족 모두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되면서 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무지개가 반짝 떴다.

어느 가족이나 위기는 찾아올 수 있다. 이럴 때 뿔뿔이 흩어져서 무기력하게 있기보다 최씨네처럼 똘똘 뭉쳐 함께 극복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가 한순간 활활 타올라 사라져버린 '영생 구원 기도원'의 존재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여기에 더해 흔적 없이 사라진 전도사의 존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후편을 암시하는듯한 약간의 힌트 몇 가지를 남겨두고 끝을 맺었는데, 알쏭달쏭 기억날 듯 말 듯 궁금증을 야기한다. '한라만 경험한 개미집', '부처손', '다섯 글자의 개미집 명패(ㅈ* 보관소)', '사도행전 1장 8절(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개미집을 여는 주문(투명 반창고)', '전도사 아저씨 볼에 상처'.

과연 전도사의 개미집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그리고 그는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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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이혜림 지음 / 라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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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소비, 소유, 마음이 바탕이 되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야기"


책 제목부터 시선을 끄는 이 책은 건강한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심플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데다 미니멀리즘의 삶을 선호하기에 어쩌면 더 시선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간혹 어떤 이들은 미니멀리즘을 '텅텅 빈 상태' 혹은 '소유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으로 자신의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은 소유하되,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미니멀리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사고를 가장 잘 반영하며 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맥시멀리즘에서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이후 서서히 자신에게 맞는 미니멀리즘을 찾아가면서 이제는 완연한 미니멀리스트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살펴보면, 미니멀리즘이 물건, 공간, 삶, 태도로 확장되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미니멀리즘을 '물건'에 국한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단순히 물건을 비우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삶의 태도에 적용해 인생 자체를 단순하고 가볍게 살아보라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경험하고 변화했던 일련의 내용들을 전하며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낸다. 덕분에 얼마나 그 삶이 가뿐하고 가벼운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내 인생에서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고 가볍게 사는 것. 이를 위해 잘 비우고 잘 채우며 한정된 것을 알차게 쓰는 것이야말로 유한한 삶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어쩌면 우리는 허영심에 빠져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고, 너무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사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비워보면 사실 그것들이 별것 아님을 알게 될 텐데도 불구하고 막상 비울 용기가 나지 않아 쉽게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다.

하지만 비워보면,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겨보면 그 많은 것들이 사실은 알게 모르게 얼마나 큰 부담과 짐으로 작용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계기로 수많은 소유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던 문장과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함께 공유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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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저자 이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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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맥시멀리스트.
현 사계절 서른 벌의 옷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10년 차 미니멀리스트.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하면서 수많은 맥시멀리스트를 미니멀리즘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처음부터 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로만 채우는 미니멀리즘 습관을 오늘도 열심히 전파 중인 건강한 미니멀리즘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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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걸어둔 행거가 무너지자 내가 가진 물건들의 양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저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은 무언가 변해야 할 타이밍이 왔다는 것이었다.
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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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와르르 무너진 행거로 인해 저자는 스스로 무언가 변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덕분에 비워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현재의 미니멀리스트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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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꾸준히, 주기적으로 비우는 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더 마음껏 좋아하기 위해서다. 불필요한 것, 원치 않는 것, 낭비되는 것을 줄이고 비운 자리를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 필요한 것으로 더 촘촘히 채우기 위해서다. 삶에는 정답이 없듯, 미니멀 라이프에도 정답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텅 빈 방이 미니멀 라이프의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아니었다. 채우기 위해 비우는 것, 이것이 나의 미니멀 라이프다.
17~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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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확실히 비우면 좋아하는 것을 더 자주,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더불어 미니멀 라이프의 방식 또한 저마다 다르기에 나만의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도 동의한다.

여백을 만들면 숨 쉴 구멍이 생긴다. 덕분에 청소도 쉬워지고,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찾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비우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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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채워본 경험, 모두 비워본 경험, 필요한 것만 선별해서 생활해 본 경험은 지금 있는 경험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아니,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사회가 만들어낸 환상이고, 내가 느끼고 깨달은 것만이 진짜라는 확신이 생겼다. 우리는 정말로 현재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번 소유한 물건은 마치 죽을 때 가져갈 것처럼 애지중지 소중하게 쓰다가도 만약 이 물건의 쓰임이 다한다면 미련 없이 기꺼이 비우겠다는 마음으로 산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있을 때 충분히 누리겠다는 가벼운 마음은 우리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한다.
26~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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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맥시멀리스트, 극단적 미니멀리스트를 경험하며 현재는 필요한 것만 지니고 사는, 자신만의 규칙과 방식을 지닌, 미니멀 라이프의 삶을 살고 있다.

앞선 그런 경험들이 있었기에 소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었고, 또 확신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제는 크게 소유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충분히 쓰고 쓰임이 다했을 때는 미련 없이 비운다고 전한다.

저자의 이런 단출하고 심플한 삶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내 공간이 이미 청정구역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일까?


=====
물건에 깃드는 감정을 끊고 나니 상처만 주는 인간관계, 고치고 싶던 나쁜 습관, 불편한 감정과 마음 등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의 사슬을 끊는 것도 한결 쉬워졌다.
(...)
물건은 그저 물건일 뿐이다. 더는 내게 '소중한' 물건이라는 것은 없다.
34~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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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비움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물건에 깃든 감정을 끊는 것'.

나 역시 소유한 것을 잘 비우지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는데, 어느 날 어떤 계기를 통해 물건에 깃든 감정을 딱 끊고 보니 비우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덕분에 많은 것들을 비우고 또 비우며 마음도 다잡을 수 있었다. 물건을 그저 물건으로 대하면, 내 마음이 편해진다. 더불어 불필요하게 자리 잡고 있던 인간관계, 나쁜 습관, 불편한 감정 등도 더 빨리 비울 수 있게 된다.


=====
잘 채우는 미니멀리즘

10년간 단순하고 가볍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 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미니멀 라이프에 획일화된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의 큰 틀은 내 인생의 과한 것들을 줄여 감당 가능한 크기로 만드는 것이다.
(...)
물건을 모두 버리는 것만이, 온 방안을 새하얗게 만들고 싱크대 위를 깨끗이 비우는 것만이 미니멀 라이프는 아니다.

또 줄이는 것은 꼭 물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다한 지출, 과한 업무, 복잡한 인간관계, 과식, 좋지 못한 습관이나 마음가짐일 수도 있다.
(...)
그래서 모든 사람의 미니멀 라이프는 제각각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옳고 그르다는 판단 자체가 끼어들 수 없다.
36~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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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를 오로지 비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삶에, 공간에, 내 마음에 잘 채우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해야 행복할 수 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관계든, 마음이든, 감정이든 내가 오로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소유하는 것!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불어 사람은 저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기에 타인에 기준을 둘 필요도, 비교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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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버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똑똑하게 채우기였다. 어설픈 100개를 사 모으기보다 꼭 필요한 것 하나를 채우는 것, 이왕이면 내게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것들로 잘 채우는 것, 그렇게 잘 채운 덕분에 버릴 것이 없어지고, 버리지 않게 된 덕분에 지갑도 든든해진다.
38~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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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비움은 역시 잘 채우는 것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나는 이를 위해 지금도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나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선별하는 중이다.

몸소 경험해 보지 않고 눈대중으로, 추측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명확히 나의 기호와 상황을 구분짓기 모호하다면, 직접 경험해 보자.

대신 너무 비싸거나 새것으로 테스트하기보다, 중고마켓을 이용하거나, 있는 것을 대체하는 것, 오랜 숙고를 통해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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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이든 맥시멀이든 우리가 물건을 대하고 취하는 방식은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쪽이어야 한다는 진부한 진실을 새삼 깨달았다.
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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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기에 무조건 미니멀이 좋다고 강요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유한 물건을 올바로 사용하고 있는지, 소유한 것만큼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또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행복한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단, 그저 소유하는 것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한 번쯤 물건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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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에 들어갈 만큼만 신발을 소유하며 늘 관리할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은 따로 없다. 인앤아웃 법칙을 습관처럼 잘 지킬 뿐이다. 하나를 새로 들이면 하나를 비운다. 하나를 비워야 새로운 하나를 들일 수 있다.
(...)
많은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삶이 단순하고 가벼워질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물건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 물건을 품고 있는 공간의 관리까지 수월해지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 자체가 보다 간단하고 심플해지는 것이다.
81, 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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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인앤아웃 법칙의 습관을 잘 활용하면 공간 활용에 능력이 오른다. 특히 신발은 거의 자주 신는 신발만 신는 경우가 많은데, 마음에 든다고 무턱대고 사기보다 이 법칙을 활용하면 여러모로 관리가 수월함을 알게 될 것이다.

공간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데, 계속해서 물건을 늘리는 것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물건의 고정 자리를 확보해 주기 위해서라도 이 법칙을 활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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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까지 냉장고를 파먹어본 경험은 냉장고의 기능과 목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냉장고의 기능은 내부 온도를 낮춰서 부패 속도를 조금 늦춰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냉장고의 목적은 식재료를 구입해서 식탁에 올리기까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잠시 보관하는 것이다.

냉장고가 신선함을 영원히 유지해 주는 만능 가전이 아님을 자각하자 모든 것이 심플해졌다.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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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무한의 공간이라 생각하면, 꽉꽉 채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적당히 채우게 된다.

'나중을 생각해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면 자꾸만 더 채우게 되는 게 사람 심리다. 저자는 언제든 갈 수 있는 주변의 마트나 편의점을 나의 식료품 창고라 생각하고 적당히 꼭 필요한 물품만 그때그때 사 와서 신선한 식품을 즐겨먹는다 말한다.

한 끗 차이가 이렇게 다른 결과를 야기한다. 전기세를 내고 관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들여 꼭 내 냉장고에, 내 방에, 내 공간에 들여 소유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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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채우는 물건만이 풍요로운 삶이 아니듯이, 손님 대접 또한 물건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구나 하고 배웠다.

이런 집에 초대해서 손님들에게 부끄럽다거나 미안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언제 얼마나 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집주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에게 최적화된 집을 구성하는 것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을 위한 배려는 언제나 옳고 좋지만, 무엇보다 나의 편안함과 행복이 우선되어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에도 편안함이 깃들 수 있는 거라 믿는다.
101~1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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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고 머리를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타인을 위한 배려가 사실은 나의 불편함을 딛고 선 배려였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면서 사실 온전히 이 공간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은 나인데 어쩌다 방문하는 타인을 위해 너무 나를 밀어뒀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나 자신에게 미안해졌다.

앞으로는 '어쩌다'를 염두에 두고 살기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기보다 '나'를 위해 내 공간을 더 알차게 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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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도 책은 가장 후순위로 미뤘다. 비워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
한꺼번에 처분하기에는 심적으로 힘들어서 천천히 책들을 비워내리고 했다.
(...)
어떤 책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책을 대하는 내 태도를 바라보게 되었다. 아무리 미니멀리스트라고 해도 나는 책을 소비하는 행위를 멈출 수는 없을 것 같다.
(...)
대신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경우는 없으니 책을 구매해서 다 읽고 나면 처분한다. 그렇게 나만의 원칙을 세웠다.

본질에 집중하면 처분이 쉽다. 책을 구입하는 것은 책을 읽기 위해서기에, 다 읽은 책을 한번 더 읽어볼 마음이 들지 않으면 더는 필요가 없으니, 처분한다. 본질에 집중하면 책값도 아깝지 않다. 이미 한번 읽음으로써 책을 구매한 가치를 다했다고 본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고른 다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독서노트에 적음으로써 이미 그 책은 내게 충분한 가치와 기쁨을 주었다. 지금 당장 읽고 싶은 것은 아닌데 아까워서, 선물 받은 거라서, '언젠가' 읽기 위해서 보관만 하고 있는 빛바랜 책은 더 이상 내게 없다.

그렇게 나는 책을 소유하고자 하는 집착을 버릴 수 있었다.
109~1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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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책을 정리하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그래선지 물건들 중 가장 마지막에 정리한 것 역시 책이었다. 그러다 뭔가 결심이 딱 선 뒤에는 최대한 책을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충분히 누릴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후에는 가지고 있는 책을 처분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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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것을 탓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과 가진 것에 만족하며 여유를 한껏 즐기는 그들을 보며 단순한 삶이란 어떤 것인지, 가진 것이 적을수록 왜 자유로울 수 있는지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1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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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몇 번의 이사와 배낭여행을 하며 자타에 의해 물건을 계속 비워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살아가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단순한 삶이 왜 좋은지 몸소 느끼고 배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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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니어링의 말을 속으로 되뇐다.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하게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 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들을 만나는 데 쓰자."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리의 식탁을 조금 더 공백으로 채울 필요가 있다.
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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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먹는 것에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쓰고 나면 어떨 때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선지 헬렌 니어링의 말이 그냥 넘겨지지 않는다. 꼭 식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간단한 식사를 통해 배를 채우고 난 뒤에 남는 시간은 좋아하는 것에 쓰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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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통장에 돈이 남기 시작했다. 특별히 수입이 늘어났거나, 절약을 위해 힘껏 애를 쓴 것도 아니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통장에 남는 돈의 액수가 나날이 커져갔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하고 따져보니, 달라진 것이 있기는 했다. 유일하게 달라진 하나, 바로 돈을 쓰는 방식이었다.

단순하게 살다 보니 어느새 돈 쓰는 방식이 더없이 단출해졌다. 미니멀한 소비, 심플한 절약, 우리 집 현금 흐름이 한눈에 보이는 가계부가 내게 돈을 불러왔다. 돈이 아닌 가벼운 삶을 목표로 살아온 것뿐인데, 사실은 이것이 돈을 가장 절약하는 방법이기도 했던 것이다.
123~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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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는 필요한 것만 미니멀하게, 절약은 시간을 너무 잡아먹지 않는 한에서 심플하게, 그리고 눈을 감으면 모두 그려질 만큼 간단한 계좌와 가계부. 이 단순한 돈 관리를 무리해서 애쓰지 않아도 나의 통장에 여분의 돈을 차곡차곡 쌓아준다.
127~1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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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소비를 줄이려고 하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럴 때 돈을 쓰는 방식에 변화를 줘보면 생각보다 절약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음을 알게 될 것이다.

억지스럽거나, 무리하게 줄이지 않아도, 단순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돈이 불어남을 알게 될 것이다.


=====
오래된 인연과 만남이 무조건 최고인 것은 아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공허한 귀갓길이 잦아졌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헛헛한 귀갓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이런 소모적인 만남은 부질없다는 걸 깨달았다. 외로워질까 봐 억지 인연을 이어갔는데, 만날수록 어쩐지 나는 더 외로워졌다.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 일 없이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고 멀어지는 관계가 가장 좋은 헤어짐이기도 하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인간관계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게 됐다.
(...)
'우리는 죽을 때까지 친구야', '이 우정은 영원할 거야'라는 생각 또는 집착이 사라지자 나는 역설적으로 내 곁에 있는 친구에게 최선을 다하게 됐다. 이 만남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나중에, 언젠가, 다음에'라는 말로 미루는 것이 아깝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모든 어려움을 초월한 것은 아니다.
(...)
그냥 내게 다가오고 멀어지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215~216페이지 中
=====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오래된 인연이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사람과 필요한 것들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우리 또한 그렇다.

내 마음이 공허할 것 같다고, 외로울 것 같다는 짐작으로 억지로 끌고 가게 되면, 결국 상처를 받는 것은 내 마음이다. 그렇기에 억지스럽게 인연을 이어가려고 하기보다 순리에 따라 그냥 내버려 두자.

내게 다가오고 멀어지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삶도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다.


*****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많이 소유한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 시간과 마음, 공간을 내어주면서 굳이 허비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난한 사람도, 부자인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모두 공평하다.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진짜 내가 원하는 삶, 내가 행복한 삶을 위해 이제는 불필요한 것들은 조금 내려두자. 그리고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자.

미니멀 라이프는 불필요한 찌꺼기(물건, 감정, 생각, 삶, 공간, 태도 등)들을 처리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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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한 계절은 없었다
인영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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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로 바라본 소박하지만 다정한 일상의 안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그 밖의 계절로 표현한 일상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식사시간이면 언제나 부엌에서 나던 맛있는 음식의 냄새, 이름으로 불리기보다 00의 딸, 00의 아내로 불리는 게 익숙했던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래선지 시를 읽으면 아득히 멀어져 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 퐁퐁 솟아난다. 그땐 그랬지 하면서. 딸의 입장, 엄마의 입장으로 서술한 소박하지만 다정한 안부를 묻는 일상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투박하지만 정감있게 다가온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계절을 앞세워 그때그때의 감정과 일상의 내용들을 시로 표현한 책이다. 주요 소재가 가족이라서인지, 내용 또한 소박하고 잔잔하다.

또 그리움과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들이 많아 어떤 이들에게는 옛일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수월한 계절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사랑이 있어 더는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저자의 삶을 시를 통해 만나보자.


=====
이름을 찾아요.

언젠가부터
이름표는 사라지고
꼬리표를 달았다

1남 2녀의 장녀로
장씨 집안의 막내 며느리
사업가 남편의 아내
두 형제의 엄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사라진 내 이름표
어디로 갔는지

인생의 절반
이제는
하나의 이름으로 남고 싶어

뒤에서 밀어주기 바빠
내가 뒤처지는 줄은 모르고

나만
여전히 달고 있는 꼬리표
48~49페이지 中
=====

이 시를 읽으며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내 기억 속 엄마에 대한 호칭 대부분은 이름보다 '00의 엄마'로 많이 불렸던 것 같다. 그나마 형제자매 사이에서나 이름으로 불렸던 엄마의 이름.

이제는 꼬리표를 떼주고 엄마의 이름 그 자체로 불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마미 스페셜

(...)
비 오는 날에
생각나는 울 엄마 김치전

묵은지 송송
파, 청양고추 어슷 썰고
껍질 벗긴 오징어도 툭툭

부침가루
튀김가루 반반 섞어

비 오는 소리
자글자글
노릇노릇하게 익힌다

대충 만든 것 같아도
내 입에 꼭 맞는 김치전
75~76페이지 中
=====

유난히 음식 솜씨가 좋았던 엄마는 어떤 음식이든 뚝딱뚝딱 만들어 내곤 했다. 냉장고를 살펴보면 별 재료도 없는 것 같은데, 아이들과 남편의 밥상을 위해 엄마는 언제나 새로운 음식을 차려내곤 하셨다.

시간이 한참 흘러 그리워진 그 맛을 흉내내 보겠다고 요리해 보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엄마의 손맛!

당시에는 왜 따로 메모해둘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배워볼 생각을 못 했을까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
겨울의 조각

구름이 햇님을 가린다
이윽고
쏟아지는 하얀 별사탕

며칠 포근했던 날씨
온데간데없고
세상을 가득 채우는 은하수

헐벗은 나뭇가지
소복이 쌓여가는 눈

가지를 탈탈 털어
눈보라 날린다

벙어리 장갑 안
두 손 가득 쌓이는 겨울 조각들
98페이지 中
=====

어릴 적 겨울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딱 이런 모습이다. 햇빛에 반짝반짝 흩날리는 하얀 별사탕 같은 눈은 나뭇가지마다 소복이 쌓여있고, 때로 무거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후두두두 떨어질 때면 하얗게 눈보라가 날린다.

그렇게 함박눈이 소복이 쌓일 때면 뽀득뽀득 거리는 눈을 밟고자 마당을 뛰어다니던 옛 모습이 떠오른다. 덩달아 신이 나서 함께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개들까지.

그때 그 겨울은 무척 추웠지만, 따뜻했다.


*****

시를 읽다 보니 어느새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옛 추억들이 소록소록 떠올랐다. 다시는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그때 그 기억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 마치 그림처럼, 환상처럼 느껴진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마 비슷한 어린 시절을 경험한 이는 없을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동화책 속에 머물렀던 것처럼 아름다웠던 그때 그 시절.

모처럼 어린 시절의 앨범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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