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너답게 빛날 거야
바리수 지음 / 부크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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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리수 작가의 신작으로, 지난 책 <이젠 네가 피어날 차례야>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책이다. 여전히 귀여운 바리수 캐릭터와 작가의 경험을 실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작가가 지향하는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은근히 반가웠다. (경험을 중시하는 나와도 잘 맞았음)


저자는 경험주의자로, 새롭게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인데 이번 책에도 그런 저자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주제는 '내가 좋아하는 나를 찾는 여정'이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바리수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저자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가볍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주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짤막한 단문 형태의 만화 혹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 출퇴근 시간이나 잠자기 전 혹은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읽기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번 책의 주제가 '내가 좋아하는 나를 찾는 여정'인 만큼 가까운 지인들에게 주는 선물용으로도 나쁘지 않은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가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읽으면서 독자인 나 역시 공감 가는 부분이 꽤 많았다. 또 오랜 관습, 사회시스템, 편견 등에 사로잡혀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던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걷어내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공감 포인트와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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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 금방 싫증을 내곤 한다. 시작한 후에 나와 맞지 않는다 느껴지면 서둘러 놓아 버리고 다시금 나에게 맞는 걸 찾아 떠난다.


이런 성향이 늘 단점인 줄 알고 나 자신을 탓하며 나무랐었지만 이제는 이 점이 내가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가 되었다. 지난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좋아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싫증을 내었던 것들은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20~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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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이직을 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며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쯧쯧' 혀를 차고는 한다. 그러면서 끈기와 인내심이 없다며 꾸지람까지 더하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소리를 들으면 진짜 내가 잘못한 건가, 요즘 젊은이들이 인내심이 없는 건가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는데,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난 지금은 오히려 그들의 말이 100% 맞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명확히 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런 문제는 쉽게 싫증을 낸다는 결론만 가지고 이야기할 게 아니라, 다각도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싫증을 자주 내거나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거나, 아니면 이들과 사회 시스템이 정말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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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꽤 걸렸지만 이제야 내 마음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종종 두렵기도 하고 어떤 때는 괜한 쓴소리를 들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이 원하는 바를 선택하고 믿어 주는 것, 수많은 반대의 말에도 나를 지지해 주는 것. 그게 나를 사랑해 주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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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 줘야 내 삶도 동력을 얻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누가 머라고 하든 상관하지 말고, 내 마음이 원하는 것에 강력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보자! 그것이야말로 진정 나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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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

상황은 어쩔 수 없이 주어져도 이외의 모든 선택권은 나에게 달려 있다. 과거에서 배우고, 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하며, 그 선택을 최선으로 만드는 것. 그렇게 내 삶을 제대로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주인이 되어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6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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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면 알겠지만, 정말 인생 내 맘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그럴 때 주저앉아 허송세월만 보낼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며 최악의 상황을 최선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은 내버려두고, 그것을 타개할 방방법들을 스스로 찾아나가다 보면 분명 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절망의 순간이 와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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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해진 지난날의 불가능 목록들이 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 비록 지금은 어려워 보일지라도 스스로 한계를 두어 가두지 않고 계속해서 행동하고 넓혀 간다면 우리에게 완벽한 불가능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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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 자신을 한계로 내모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해보기도 전에 '이건 못해',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야'라는 마음으로 불가능 목록에 넣어두면 두 번 다시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면서 정말 불가능한 영역의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어려워 보여도 일단 시작해서 조금씩 반경을 넓혀나가다 보면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예상치 못한 재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불가능 목록이라 생각되는 일들에 너무 날을 세우거나 벽을 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여타 어느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시작해 보자. 그러면 '완벽한 불가능'이라는 범주에 드는 일들은 차츰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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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끼는 방법



좋은 곳과 좋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는 것. 좋은 영양분을 채워 주는 것. 내가 머무는 곳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 나에게 좋은 생각과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내가 한 선택을 응원해 주고 자랑스러워해 주는 것. 그것이 나를 아끼는 방법이다.

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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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아끼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위의 글귀를 수십 번 읽고 외워두자. 그리고 누군가 이 글에 위배되는 일을 저질렀거나 스스로 마음이 약해졌을 때는 이 글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아 보자.




생각이 복잡하거나 연달아 실패하는 일들이 일어날 때면 우리는 종종 길을 잃어버렸다고 느낀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또한 현재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 어떤 길을 걸어가든 당당하고 경쾌하게 걸어가자. 당신은 결코 길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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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도 부려 봐야 한다.


부려봐야, 그제서야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인지 알게 되니까.

(...)

다 겪어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뭐가 나에게 걸맞고 걸맞지 않는지.

다 해 보고, 다 겪어 보고, 그리고 선택해야 해.


오롯이 네가 좋아하는걸.

좋다고 하는 거나, 좋아 보이는 게 아니라.

166~1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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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나도 한때는 여건이 되지 않으니까, 돈이 없으니까, 시간이 안되니까 와 같은 여러 핑계를 대며 미뤄두던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미뤄두기만 하니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수많은 '욕심'들이 마음속에는 한가득인데 그냥 그게 다였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음을 고쳐먹고 마음속의 욕심들을 하나 둘 꺼내 부려보기 시작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좋은 것, 싫은 것의 취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 해보고, 다 경험하면서 선택하다 보니 이제는 진짜 '나'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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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꽂힌 말은 'LET IT BE', 그대로 두는 것.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그래도 두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고 그 외에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니 그대로 두 자는 의미다.


그동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까지 어떻게든 막으려 애쓰며 괴로워했는데, 생각을 바꾸니 삶이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평화로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많은 것들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고, 떠날 사람은 떠날 테고, 올 사람은 반드시 온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편해졌다. 모든 것이.

1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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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빡빡하게 생각하기 보다 어떨 때는 그냥 헐렁하게 두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거나 나쁜 일을 막겠다고 모든 일을 통제하려 들면 결국 나만 힘들어진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나머지는 그냥 순리에 맡기자. 이렇게 마음가짐만 바꿔도 내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어차피 내가 끙끙 앓던 편하게 지내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고 떠날 사람은 떠나게 되어 있다. 반대로 남을 사람은 남을 것이고, 올 행운이라면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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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 날 좋아해 준다면 고맙고, 미워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긴다. 나 역시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미워하기도 하니까. 그런 마음들은 한쪽만 노력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이전에는 조금만 틀어져도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나?'하며 전전긍긍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힘을 빼게 되었다.


건강하고 좋은 관계의 사람들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묵묵히 곁에 머물러 준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며 잠시 멀어지거나 틀어져도 끝끝내 함께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잠시 마주쳤던 인연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면 된다.

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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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나 인연에 너무 전전긍긍하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타인에게만 모든 것을 맞추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건강한 관계가 아님에도, 관계 그 자체에 몰입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된다. 그러니 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건강하고 좋은 관계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서로가 편안하고,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도 언제든 연락이 닿으면 반갑다.


반면 매번 노력을 해야 이어지는 인연이라면 그 관계는 결국 언젠가 끝날 인연이라는 말과 같다. 그러니 시간 낭비하기보다 하루빨리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낫다.



***


삶이든 관계든 내가 없으면 이 모든 것도 없다. 그래서 '내'가 바로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나답게 존재하는 것! 출발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막상 나답게 살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저자의 방법들을 살짝 빌려오자.


나의 성향은 어떤지 관찰해 보고, 경험을 통해 호불호를 찾아 나의 취향을 하나 둘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를 사랑하고 믿는 마음을 최우선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애쓰지 않다 보면 서서히 어떻게 내 삶을 컨트롤하면 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선택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편견 관습 등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어디서든 나답게 빛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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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스팟 - 인생의 숨은 기회를 찾는 9가지 통찰
샘 리처드 지음, 김수민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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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씩 유튜브를 통해 만나는 샘 리처드 교수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다. 유난히 한국에 대한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는 교수라, 책에서는 어떤 강의를 보여줄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인생의 숨은 기회를 찾는 9가지 통찰이라는 주제로, 그것을 찾는 여정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의 가장 정점이 되는 지점에 대해 샘 리처드 교수는 '스위트 스팟'이라고 명명했는데, 이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길을 잃거나 선택의 기로에서 방향을 잡지 못할때가 있다. 그럴때 스스로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샘 리처드 교수는 그럴때를 대비한 9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 무게중심을 지키며 내가 나로써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살펴보면, 그가 직접 경험한 후 깨달은 통찰도 담고 있어 더 신뢰가 간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마지막 Q&A로 마무리 되는 강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9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하는 답과 인생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들을 실제 경험에 비추어 전달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떤 부분들은 나의 경험과 교차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래선지 더 믿음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첫번째 호기심, 두번째 자기발견, 여덞번째 자산관리 수업에서 거론하고 있는 내용들은 현재의 나를 있게 한 내용들이기도 해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여기에 더해 현재 내가 계획중인 내용이 아홉번째 수업에서 거론되고 있어 더 공감하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아래 내용은 각 강의마다 참고하면 좋을 핵심 내용들만 추려 정리하였다. 특히 내 기준에서 '이건 반드시 기억해야해!'하는 내용들을 위주로 정리했다. 이외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면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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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스위트 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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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스팟은 삶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지침이다. 스위트 스팟을 찾는 여정을 통해 자신의 고유성을 이해하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이러한 스위트 스팟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균형 잡힌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는 단지 일상적인 평화를 넘어, 평온함이 영혼 깊은 곳에 자리하도록 해준다.


그런 면에서 스위트 스팟에서 사는 삶은 겉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사실 그 여정은 많은 성찰과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스위트 스팟은 단순히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내면적 경험과 욕망, 잠재력을 발견해가는 과정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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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수업: 호기심

질문이 이끄는 곳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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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빨아들이는 것, 곧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 것은 우리의 사고를 더 창의적이고 풍부하게 해준다.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배우려는 자세가 없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 호기심을 통해 얻은 정보는 우리에게 창의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질문이 없다면, 삶은 그저 정체될 뿐이다. 그러니 여전히 우리에게는 호기심의 크기가 삶의 크기나 다름없다.


만약 삶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정답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찾지 못해서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일 수 있다. 오랫동안 특정한 방향으로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그 방향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혼란스럽고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변화는 두려워할 것이 아니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언제든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통해 다른 길을 모색할 기회가 있다.


특히 20대, 30대 초반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그 변화는 두렵지만, 결국 그 질문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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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업: 자기발견

나를 찾는 여행은 인생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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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탐구하는 일은 고정된 목표가 아니라 평생을 통해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여정이다.


살다보면 새로운 감정과 욕망, 두려움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때 그 변화를 이해하고, 그것에 적응하며, 그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발견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자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삶과 인생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어쩌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인생을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본질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의식한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진정성은 외부평가보다 자신의 본질에 집중할 때 빛을 발한다. 건강한 관계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타인과의 연결에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길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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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수업: 자신감

가장 큰 실패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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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은 결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자신을 제한하거나 부정적인 틀에 가두는 일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행위다. 오히려 스스로를 믿고 도전을 즐길 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여러분의 가능성은 스스로 믿는 만큼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그러니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책은 당신이라는 우주의 한계선을 긋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키우는 몇가지 방법>


●자신만의 기준 세우기

자신감을 키우는 첫 단계는 자신만의 기준 세우기다. 자신감을 키우려면 시선을 더 자기 자신 쪽으로 돌려야 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세우는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감을 키우는 출발점이 된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기

자신감은 거창한 목표를 이루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인 작은 변화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행동에서 자신감을 발견해보자.


큰 도전은 종종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도전을 작은 단계로 나누어 접근하면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 번에 전부를 해내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보세요. 그렇게 할 때 점진적으로 자신감이 쌓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타인의 시선 이용하기

먼저 타인의 긍정적인 시선을 단순한 평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으로 생각해보자.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활용하되, 거기에 매몰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타인의 시선은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도구일 뿐, 그것이 자신의 모든것을 규정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외부의 자극을 자신감이라는 내적인 성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조화로운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며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이다.



●실패를 전제하기

이것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바로 당신이 어떤 시도를 하든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늘 마음속에 두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여러분이 취하는 모든 행동의 결과로 많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같은 행동으로 인해 부정적인 일도 많이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실패하고 나서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인생에 필요한 대부분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 두려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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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수업: 편견

우리는 모두 우상파괴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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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이해가 그들과의 연결을 더 쉽게 만들어주는 한편, 편견과 오해를 낳아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고정관념을 활용하되, 항상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더 공정하고 열린 사고를 실천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고정관념을 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평가하는 대상과 직접적인 경험을 쌓고 그것에 대해 복잡하게 사고하는 것이다.


경청하는 자세가 되어 있다면 평범한 교류에서도 더 넓은 시야를 배울 수 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자기 사고의 한계라는 벽을 타인에게도 눕혀 보면,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삶에서 편견을 무너뜨리는 첫걸음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경험과 배경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있다. 이 렌즈는 때때로 다른 사람이나 문화를 왜곡되게 보도록 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의 생각이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는 용기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먼저 질문해야 한다. 하지만 그 질문은 상대방을 판단하거나 몰아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질문은 대화의 문을 여는 열쇠임을 기억하자.


또한 불편함을 마주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새로운 관점을 접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놓일 때 우리는 종종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다. 편견을 무너뜨리는 길은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가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환경과 경험에서 살아온 결과물이다. 누군가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더 깊은 연결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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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수업: 길 바꾸기

문을 열어야 또 다른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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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는 철두철미한 계획보다, 방향을 정하고 거기에 한 발 내딛는 것이 더 큰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이처럼 뭔가 해야 할 일을 할 때 많은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문이 하나가 열리고 또 하나의 문이 열리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차원이 보일 때가 많다.


이때 너무 세부적인 계획보다 그 상황으로 한 발 내딛어보자.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씩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게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리고 몇 차례 방향 전환을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의미 있는 과정이다. 인생에 시간 낭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기회다.


선택의 순간에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바로 질문이다. 이때 진정으로 중요한 질문은 '나는 무언가에서 멀어지려고 하는가, 아니면 무언가를 향해 가려고 하는가?'다.


이 두 질문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무언가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나를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어떤 것이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다. 반대로 무언가를 향해 간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온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만족스럽고, 더 행복한 상태에 도달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과정은 우리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매우 유익한 통찰을 준다. 자신의 불만족과 갈망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순간에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질문 자체를 품고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깨달음과 성장이 시작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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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수업: 리더십

리더십은 한 가지 방식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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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는 어떤것들이 있을까?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첫번째 능력은 관찰이다. 단순히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리더라면 무엇을 다르게 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이건 이렇게 해야 해"라고 알려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 흔히 '눈치'라고 부르는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더 나은 해결책을 떠올릴 줄 알아야 하는것이다. 


또 사람에 대한 관찰도 필수다.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사람이 어떤 역할에 어울릴지,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적당할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자신이 팔로워였을 때를 잘 기억했다가 리더가 됐을 때 이를 반영하는 능력이다. 팔로워였을 때의 시각과 감정을 기억하는 것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리더십의 핵심은 최고의 답변과 아이디어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협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세번째로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실패는 반드시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위대한 리더는 실수를 받아들인다. 영어표현으로는 ' own up to it' 곧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말한다.


어떤 직책에서든 실패가 없다면, 여러분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실패는 우리를 가르치고, 성장하게 한다. 누구나 처음부터 완벽한 리더가 될 수 없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리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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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수업: 관계

함께 갈림길을 넘을 때 인연은 필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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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며 나아가 그 차이를 넘어 함께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관계란 단순히 안정된 상태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여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속도가 있고, 이러한 여정에서 더 깊은 이해와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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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수업: 자산 관리

당신이 가진 것들이 당신을 흔들 수 없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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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많은 것이 그렇듯 영원한 것은 없다. 좋은 것은 영원하지 않듯 나쁜 것도 영원하지 않다. 그러니 지금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돈이라도 모아보는 것이 어떨까?


인생의 중요한 진리 중 하나는 무슨 일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최소한의 대비마저 해놓지 않는다면 그 뒤는 요행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린 나이에 자신을 위한 약간의 희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이걸 꼭 기억하자. 처음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것이 성장의 토대가 된다. 돈을 현명하게 투자하는 법을 배우고, 정말 필요할 때까지 그 돈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결심하자. 이런 장기적인 사고방식이 핵심이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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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수업: 끝까지 하는 힘

인생은 해낸 일과 해내려고 했던 일의 총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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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에서는 인내와 끝까지 해내는 힘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끈기란 우리가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 장애물을 극복하게 해주는 에너지다. 끈기를 발휘하는 결정들은 매일 우리의 삶에서 일어난다.


염두해 두어야 할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우리가 길을 가다 보면 목표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스위트 스팟을 찾는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인내의 스위트 스팟은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되, 매일매일의 장애물과 우리를 도와주는 요소들을 유연하게 처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인내란 단지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지금 이 순간의 도전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바뀔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새로운 것이 생길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을 관리하려고 하기보다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놓아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삶의 지혜이자 선택의 용기이다. 때때로 잡고 있는 것을 놓아야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고, 때때로 끝까지 붙들고 나아가야 비로소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냉철히 평가하고, 자신의 가치를 지키며, 열린 마음으로 변화와 도전을 대하는 것이다. 놓는 것이 실패가 아니듯, 나아가는 것이 항상 정답도 아니다. 진정한 힘은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하는데서 나온다.


마무리와 인내에 대한 생각은 때때로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인내와 마무리에 집착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구속하고 지치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인내와 마무리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인내와 마무리 사이의 스위트 스팟을 찾는 것이다. 이 균형은 우리가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줄것이다.


스위트 스팟은 단순히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흐름과 유연성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는데 있다.


스위트 스팟은 완벽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알아가고, 그 일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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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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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스위트 스팟을 찾아간다는 것은 어찌보면 인생 전반에 걸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학습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것 같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탄탄히 단계별로 쌓아가다보면 결국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남들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확실한 방법을 온몸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꼭 한번은 파도를 만나기 마련인데, 그럴때 저자가 제안한 이 방법들을 습득한 상태라면 우리는 혼돈에서 금방 건져 올려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아홉가지 방법들은 인생전반에 걸쳐 훌륭한 도구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작전에는 분명 두려울 것이다. 변화란 그런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 보자.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나아가다 보면 분명 나만의 스위트 스팟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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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청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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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두려움을 치유해 주는 1인 맞춤 물망초 식당!"



이 책은, 비 오는 날 읽으면 좋을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나의 요청에 어떤 이웃분이 추천해 준 책으로, 읽으면서 입맛을 다시는 동시에 힐링까지 얻을 수 있었던 책이다.


개개인의 맞춤 음식을 통해 마음을 치유해 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세세하게 준비하는 과정부터, 의뢰인을 위해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들고, 이후 꼼꼼하게 대접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눈으로 음식을 먹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달팽이 식당>을 읽을 때도 느꼈었는데, 이렇듯 따뜻한 기운과 행복함까지 가져다주는 음식이라는 매개체는 참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망초의 가족이 운영하는 특별한 일대일 맞춤식 레스토랑인 '금귀비 정찬'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은 번화가와는 동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1:1 맞춤 요리를 통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 주는 것을 제1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인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은 늘 만족하며 돌아가고는 한다.


한때 유행처럼 번진 요리 프로그램 속 한 장면처럼 느껴져 식상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막상 읽다 보면 식당, 요리, 치유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음식만이 전해줄 수 있는 '치유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똑같은 음식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기억과 추억, 경험이 뒤섞여 나에게만큼은 다르게 인식되는 요리의 특별함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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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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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귀비 정찬 레스토랑

-마포구 서화동에 위치한 프라이빗 키친

-주력 메뉴도 고정 메뉴도 없음

-100% 예약제로 운영

-최소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

-월 5천만 원은 가뿐히 달성할 정도로 인기가 좋음

-번화하지 않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번화한 곳

-금귀비 정찬은 일대일 맞춤 코스 요리를 제공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무엇이든 상관없이 예약자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요리를 만들어 냄

-단 손님은 까다로운 양식에 맞게 내용을 작성해야 함

-이곳은 감성 케어 시간을 판매하는 곳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주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 곳

-가격이 매우 비싼 만큼 100% 신뢰 가능한 정성과 노력을 약속하는 곳

-아빠 문정원이 1대 주인, 엄마 금귀비가 2대 주인임



■문망초

-금귀비 정찬 오너 금귀비의 외동딸

-금귀비 정찬 오너가 되기 위한 자질 테스트로 엄마가 제안한 계약을 진행하게 됨

-계약 내용은 100일간 간이식당인 '물망초 식당'에서 7명의 손님을 받아 편식을 개선하고 사인을 받는 것

-서른이 되기 전에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는 것이 목표

-몇 개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음


※물망초 식당의 의미

물망초의 꽃말이 '진실한 사랑,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뜻으로 그 의미를 담아 식당 이름을 지었다.



■금귀비

-문정원의 아내이자, 문망초의 엄마

-남편이 사망한후 남편의 가게를 이어서 운영 중

-건강이 좋지 않다



■동희

-문망초의 하나뿐인 친구로 곁에서 조언과 위로를 적재적소에 맞게 해주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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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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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기 전에 엄마 금귀비가 운영 중인 '금귀비 정찬' 레스토랑의 오너가 되는 게 목표인 망초는, 이제 스물아홉이 되었다.


아빠가 처음 시작했고, 아빠의 사망 후 레시피를 이어받아 현재는 엄마가 운영 중인 이곳은 망초에게 있어 꿈이자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다. 여기에 더해 건강이 좋지 못한 엄마를 하루라고 빨리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망초는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에 엄마는 계약서에 특별한 조항을 넣어 달성할 경우 오너 자리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 조항은 100일간 간이식당인 '물망초 식당'에서 7명의 손님을 받아 편식을 개선하고 사인을 받는 것으로,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편식을 하는 사람의 식습관을 고쳐줌으로써 치유해 주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기 위해 망초는 이를 수락하게 되고 그렇게 본격적인 '물망초 식당'의 여정이 시작된다.


첫 시작은 SNS를 통해 물망초 식당의 존재 여부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손님은 오지 않았고, 이에 한정된 시간 안에 미션을 완료해야 했던 망초는 각종 해시태그와 블로그까지 개설하고, 친구인 동희에게 홍보까지 부탁하게 된다.


그렇게 겨우 예약 문의를 하나 받게 되는 게 그 첫 손님을 시작으로 일곱 명의 예약자와 그들에게 얽힌 사연이 공개되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용기를 주는 김치만두>


▶첫 번째 예약자: 변유현 

▶편식 음식: 김치

▶사연

어릴 적 엄했던 부모님과 선생님으로 인해 김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면서, 유현은 김치라는 음식이 상처의 기억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김치를 먹지 못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살면서 김치를 먹지 못하는 것이 고통으로 다가와 이제는 김치를 먹지 못하는 편식을 고치고 싶어 신청하게 된다.



<슬픔을 이겨내는 족발>


▶두 번째 예약자: 32세 / 공공기관에서 재직 중인 행정원 / 낙원

▶편식 음식: 족발

▶사연

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좋아하던 음식이 족발이었으나, 5년 전 헤어지면서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된다. 자신 또한 여자친구와 즐겨 먹으면서 좋아하는 음식이 되어버린 족발을 이제는 다시 먹어보고 싶어 신청하게 된다.



<변화하는 꽁치 완자>


▶세 번째 예약자: 36세 / 규모가 큰 자격증 학원 몇 개를 운영하는 원장 / 곽태준

▶편식 음식: 꽁치

▶사연

가난한 유년 시절 아버지가 무조건 챙겨먹이려고 했던 꽁치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현재는 꽁치를 먹지 못한다. 그럼에도 계속 꽁치가 생각나 편식을 고치고 싶어 신청하게 된다.



<용서하는 닭 수제비>


▶네 번째 예약자: 박만수

▶편식 음식: 닭 수제비

▶사연

사랑하던 반려견 만식이와 늘 즐겨먹던 닭 수제비는 추억의 음식 중 하나다. 그런데 만식이 죽고 난 후 만식이의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참여한 반려견 동호회에서 강한 비난을 받게 된다.


이유인즉슨, 사람 음식을 개에게 먹여 반려견의 수명을 단축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심한 자책감을 느낀 만수는 더 이상 이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다.



<당당함을 키워주는 채식 떡볶이>


▶다섯 번째 예약자: 29살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휘민

▶편식 음식: 떡볶이

▶사연

왕래가 뜸했던 고모가 어느 날 자신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다. 이에 고모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렇게 고모는 떡볶이를 준비해 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고모는 휘민에게 상처가 될 모진 말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휘민은 심하게 체하게 된다. 이후 휘민은 꿈꾸던 기타리스트의 꿈도 접고, 좋아하던 떡볶이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된다.



<용감해지는 채소 구이>


▶여섯 번째 예약자: 인스타셀럽 / 이재인(제니)

▶편식 음식: 브로콜리와 파프리카

▶사연

어릴 적 친구들 무리에 휩싸여 먹어보기도 전에 브로콜리랑 파프리카는 맛없는 음식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제니는 이 습관을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를 먹게 되었고, 이에 제니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한다.


여기에 더해 식사 자리마다 편식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눈치가 보였던 그녀는 이제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를 편식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다.



<사랑이 가득한 계란죽>


▶일곱 번째 예약자: 엄마 금귀비

▶편식 음식: 계란죽

▶사연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하게 된 이후 엄마는 깊은 슬픔에 빠져 죽을 먹지 못하게 된다. 딸로서 이 점이 늘 마음에 걸렸던 망초는 엄마에게 사랑의 죽을 선물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해 준다.



이렇듯 일곱 명의 편식을 고쳐주게 됨으로써 망초는 정식으로 금귀비 정찬의 오너가 되고, 마침내 새 출발을 알린다.



=====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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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한고비만 넘으면 돼. 정말 별거 아니구나, 깨닫는 한고비."

(...)

두려움은 허들처럼 우리를 가로막지만 별거 아니다. 매우 견고하게 느껴지나 사실은 높지도 않다. 용기를 내 다리를 뻗어 넘어버리면 그대로 끝나버린다. 우리는 한번 넘은 허들을 뒤돌아보지 않는다.

(...)

허들을 넘기 위해 꼭 하나의 행동을 취하라면, 그건 온몸에 힘을 주는 게 아니다. 그냥 아주 잠시만, 눈을 감는 거다. 눈을 감고 두 다리를 뻗어 넘으면 된다.

41,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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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려우면서도 쉽다. 딱 한고비가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딱 한 발자국을 떼는 일이 세상 제일 힘든 일인데, 그 허들만 넘으면 또 별것 아닌 일이 되니 얼마나 기가 막힌지.


하지만 그렇기에 또 도전할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단 한순간만 극복하면 더 이상 두려움이 두려움이 아니게 되는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극복하지 못한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 딱 한 번만 두 눈 꼭 감고 두 다리를 뻗어보자. 그 순간 당신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건너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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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은 인지가 아닌 해석에 달렸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기억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나는 오늘 그에게 편안한 족발을 대접했다. 그가 앞으로 족발과 마주해도 슬퍼하지 않도록. 함께 꺽꺽대며 웃던 기억만 남게끔.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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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음식을 두고도 제각각 다른 기억과 해석을 내놓는 것을 보면, 묘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음식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 최애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절대 입에도 댈 수 없는 음식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만약 어떤 추억과 경험으로 인해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음식이 있다면,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을 얹어보면 어떨까?


음식은 죄가 없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에는 행복함과 즐거움만 담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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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을 하더라도 어른이라고 하지 못해요."

2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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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제니에게 건넨 말인데, 어쩐지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져와봤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려하지 않거나, 선택을 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미루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 사람을 두고 우리는 '피터팬 증후군', '어른 아이' 등과 같은 말로 표현하고는 하는데, 이제는 그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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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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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입에 침이 고여 자꾸만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일곱 명의 예약자들은 모두 공짜로 일대일 맞춤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매력 넘치는 음식들이라 얼마나 부럽던지.


더군다나 등장하는 음식들이 우리가 흔하게 먹는 음식들이라 이미 기본 맛은 알고 있는 상태였고, 여기에 망초만의 정성과 이색 레시피가 더해지면서 자꾸만 침샘과 오감을 자극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더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은, 김치만두와 족발, 계란죽이었다. 망초는 김치를 먹지 못하는 의뢰자를 위해 눈속임용 김치만두를 만들게 되는데, 만두 킬러인 나는 어쩐지 이쪽도 정말 맛있게 먹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이별의 아픔으로 인해 족발을 먹지 못하는 의뢰인을 위해, 망초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만의 레시피에 더해 음식에 색다른 해석을 덧입힘으로써 다시 의뢰인이 족발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돕는다. 녹차를 더한 족발의 맛은 어떠했을까?


마지막으로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모녀는 아파도 죽을 먹거나 만들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망초는 아픈 엄마를 위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로 마음먹는다.


추억이 서린 죽에 탱글하고 부드러운 계란찜을 더한 계란죽으로 마침내 엄마에게 치유를 선물하게 되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계란죽은 상상만으로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어떤 이들은 살기 위해 먹는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먹기 위해 산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떤 쪽이든 음식을 먹는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따뜻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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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점
송유정 지음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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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은 그날의 후회를 소중한 추억으로 되돌려 주는 곳! 이곳은 기억서점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최신작 <별다방 바리스타>를 읽고, 전작이 궁금해 읽게 된 책으로, 잔잔하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특히 소중한 사람을 잃고 후회, 죄책감, 불행을 안고 몇 년을 죽지 못해 살아가던 사람이 어느 날 마주하게 된 기억서점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그 안에 빼곡히 채워진 책들의 내용이 주인공을 이루는 모든 기억들이라는 점은, 더없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엄마의 죽음 이후 7년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지원에게 어느 날 기억서점이 나타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아무리 준비된 죽음이었다지만, 막상 자신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난 뒤 지원은 무기력증과 회의감, 폐소공포증, 공황발작 등의 증상을 겪으며 의미 없는 시간들을 흘려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선 낡은 서점에서 지원은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고, 덕분에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된다.


살다 보면 한 번씩 불행을 만나 더 이상 앞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거나 그리움이 사무쳐 자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며 부정으로 파고들던 감정들을 긍정으로 바꾸고, 불행의 기억을 행복의 기억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한다.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당신 역시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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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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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직업 작가

-가족 구성원: 부모님과 남동생

-스무 살 이전까지는 꽤 부유하게 살다가 이후부터 이후 집이 기울면서 살림이 어려워짐

-엄마의 사망 후 폐소공포증, 공황발작 등 여러 질병을 얻게 됨

-7년 전에 엄마가 비인두암으로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중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음



■Manager. K

-기억서점의 안내자이자 기억서점을 지키는 여성

-등허리 중간까지 오는 머리칼과 170센티미터가 넘어 보이는 키를 가진 여성

-검정색 슬랙스를 입고 체크무늬 운동화를 신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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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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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의 남은 가족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아들의 간을 받아 무사히 살 수 있게 된 아버지와 남동생 지후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에필로그나 외전으로 다뤄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원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엄마 입장이 궁금해졌다. 후반부에 살짝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일화들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너무나 사랑하고 애틋했던 딸 지원을 두고 떠나야만 했던 엄마의 심정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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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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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가정 속에서 살아가던 지원은 스무 살이 되면서 집안의 가세가 기울게 되고, 그러면서 갑자기 많은 불행을 한꺼번에 경험하게 된다.


그중 가장 큰 불행은 엄마의 죽음으로, 이후 7년이 넘는 동안 마음을 잡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때문에 지원은 많은 병을 얻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매번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늘 쓰레기통 행이었다.


그렇게 매일 매 순간을 죽음을 그리며 살아가던 어느 비가 오던 날이었다. 길거리를 헤매다 무척 낡은 건물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벽면에는 'ㄱ 서점'이라는 작은 간판이 붙어있었다.


특이하다는 생각과 함께 비도 피할 겸 서점에 들어서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책장은 수많은 책이 꽂혀 있었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책에서 어릴 적 자신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쪽 귀퉁이를 세모로 접어 읽던 곳을 표기한 자국이라던가 실수로 흘린 오렌지주스가 스며든 흔적, 동생과 다투다 떨어뜨려 하드커버로 된 표지의 모서리가 일그러진 자취 등으로 이 책장에 꽂혀 있는 위인전들이 모두 자신의 책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어릴 적 어느 순간 버려진 책들이 이곳에 모여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지원은 결국 서점을 나서기로 마음먹고 미닫이문을 열려던 순간 누군가 "이 문을 열면 나갈 수는 있지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라고 말하며 지원의 행동을 제지한다.


그녀는 정중하면서도 단정한 목소리를 가진 여성으로, 서점에 대해 간략이 소개해 준다. 이 서점의 이름은 기억서점이고, 지원의 모든 기억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그 기억이 어떤 식으로 기록되는지에 대해 안내해 준다.


그러면서 지원이 엄마의 사망 이후 늘 '죽고 싶다'는 마음을 기저에 깔고 살아가고 있었기에 이 서점에 지원의 앞에 나타난 것이라며 서점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러면서 기억서점을 이용하는 방법과 규칙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과거로 돌아갈 세 번의 기회를 줄 수 있고, 원하는 시점에서 단 세 시간을 머물 수 있다.

▶그 대가로 남은 수명을 내놓아야 한다.

▶단, 무언가 달라지는 게 있다면 수명을 돌려줄 수도 있다.



다소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지원은 기억서점에 기록된 기억들을 살펴보며 점차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을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억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첫번째 여행

2005년 5월 22일, 엄마의 상태를 처음 알게 된 시점으로의 여행


■두번째 여행

2007년 2월 2일, 외할머니가 그립다며 산소에 함께 가자고 요청하던 엄마의 모습이 담겨있던 시점으로의 여행


■세번째 여행

1990년 6월 20일, 지원이 태어나던 순간으로의 여행



그렇게 시간 여행을 하면서 점차 지원은 서점의 존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 시점부터 서점은 지원의 편이 되어 언제나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게 된다.


한편 이렇게 세 번의 시간 여행을 통해 지원은 마침내 이 여행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낭비하던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방향성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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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 여행에서 내가 얻을 수 이는 건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아니었다. 생각나지 않던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되찾았고, 엄마의 희생으로 지켜준 이 삶을 지켜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던 순간 마주했던 엄마와 아빠의 행복한 얼굴은 무수한 세월의 흐름에도 평생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새겨져 앞으로의 나를 살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었다.


나는 이 여행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242페이지 中

-----


그렇게 세 번의 시간 여행을 마친 후 서점 문을 열고 나온 날은 엄마의 기일로, 지원은 엄마의 죽음을 지키던 시간만큼 서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기억서점은 지원에게 삶이 뒤바뀌는 기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아주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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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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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이란 눈덩이 같은 거예요. 굴리고 굴릴수록 점점 커지고, 그럴수록 감당이 안 되는."

(...)

"죄책감도 마찬가지죠."

91페이지 中

"기억의 왜곡은 공평해요."

(...)

"그게 후회로 얼룩진 불행한 기억이든, 영원토록 가슴에 새기고 싶은 행복한 기억이든, 자주 꺼내어 보는 기억들은 모두 공평하게 왜곡되죠. 그러니까 이번엔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봐요. 눈덩이처럼 크게 부풀릴 수 있도록."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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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점의 매니저 K가 기억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로, 기억은 눈덩이같이 곱씹을수록 왜곡되고 부풀려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행복한 기억을 자꾸 곱씹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과 함께.


생각해 보면 보통의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행복한 기억보다 잘못한 기억, 초조한 기억, 불행한 기억들을 자꾸만 곱씹는다. 그렇게 허상에 더해 또 다른 허상이 더해지고 그렇게 기억은 왜곡된다.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위해 행복한 기억을 더 많이 떠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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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선택은 엄마의 것이에요. 그러니까 지원 씨는 본인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는 일을 찾아요."

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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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하지만, 우리가 자꾸만 잊고 사는 포인트를 매니저 K는 짚어준다. 지원은 처음에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 엄마를 다시 살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의 선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 절망에 빠진 지원은 시간여행을 그만두려고 하지만 쉽사리 서점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뒤늦게 나타난 매니저는 엄마의 선택은 존중해 주고, 지원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에 더 집중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것을 우리 삶에 대입해 보면, 내 삶에 더 집중하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을듯하다. 타인의 삶은 타인의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내 것이다. 그러니 엉뚱한 것에 마음을 주기보다 내 선택으로 내 삶을 가꿔 나가는 것에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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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죄책감의 근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를 위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이 후회돼서 못 해준 기억만 자꾸 들춰보고 사느라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과거에 묶여 살았던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했던 수많은 모진 말을 주워 담을 게 아니라, 엄마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 진정으로 엄마를 위하는 길임을 알았다. 이번에 내가 해야 하는 선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엄마를 위한 것이어야 했다.

169~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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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자책과 후회는 삶을 살아가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여행을 통해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지만,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여행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바도 있다. 현재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후회와 자책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남들의 몇 배나 되는 애도 시간을 가지게 된 이유 역시 발견하게 된다. 이 깨달음 덕분에 지원은 다음 시간 여행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게 된다.


그냥 지나쳤던 그 사소한 행동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 이토록 사무치게 후회로 남는 것을 보면서, '현재'에 더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

마무리

=====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난 뒤에 후회와 자책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때 왜 그랬을까?'하고 뒤늦게 후회하기보다, 지금에 집중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과거에 일어난 불행에 집착하며 자꾸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그 기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상황을 왜곡하고 우리를 나락으로 이끈다.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그 자리에 멈춰서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내 상황에 집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불행에 매몰되지 않고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제2의 불행한 지원이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이라는 현재에 최선을 다해보면 건 어떨까? 그럼 적어도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생기는 가장 큰 후회만큼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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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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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슬픔에 빠진 한 사람의 삶을 디테일한 감정묘사를 통해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



처음은 가볍게 시작했다. 어딘가 시선을 끄는 제목에 이끌려 읽던 책을 잠시 내려놓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대로 완독까지 하게 되었다.


다른듯하지만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드는 두 가지 직업을 오가는 도연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며 여러 인물들을 관찰하고 또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에 꽁꽁 봉해두었던 자신 안의 상처와 슬픔을 마주하게 되고 그러다 마침내 푹 절여진 그것들과 안녕을 고하게 된다.


총 2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도연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삶의 중심이 흔들릴 만큼 큰일을 겪고 난 이후에 서서히 회복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과 깨달음을 이끌어 낸다.


사람들은 누구나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인생의 고난이 눈 깜짝할 새 찾아와 삶을 뒤흔들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저만치 사라진다.


이후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 상태로 우리는 한동안 무게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매일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시간의 힘을 빌려 회복하는 사람들도 있고, 특정 계기를 통해 조금 더 빠르게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담아내며 '나만 겪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겪는 시기, 방법, 이를 극복해 내는 과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비단 나만 겪고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주인공인 도연의 직업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라 더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비극적 이야기를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내 삶과 내 안의 슬픔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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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연

-과거 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일했음

-언니의 사망으로 충격을 받은 후 정신과 치료 중 퇴사

-이후 법원에서 가사조사관으로 근무 중



■도연의 언니

-간호사

-도연에게는 둘도 없는 다정한 언니였음

-이직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우울증과 직장 괴롭힘으로 자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홀로 모든 것을 끌어안고 있었음

-사망 후 남겨진 일기장에는 도연을 향해 '열심히 말고, 그냥 살아'라는 유언이 남겨져 있었음



■무헌

-공무원

-친구 소개로 만난 도연의 전 남자친구

-도연의 정신과 치료와 입원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이별을 통보



■시재

-고등학생

-엄마의 성씨 개명 요청으로 조사를 받다가 도연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게 됨.



<법원>

■동옥

-가사조사관 중 연차가 가장 높음


■영신

-동옥 다음 연차


■선이

-도연과 입사 동기



<병원>

■민 교수

-대학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근무할 때 도연과 인연이 닿아 도움을 준 사람


■이지원

-정신병원 임상심리사 중 연차가 가장 높음

-심리평가와 상담 슈퍼비전을 진행

-도연이 일적으로 만난 사람과는 마음을 절대 주고받지 않으리라 결심을 굳히게 만든 사람


■유림

-법원 입사 전 정신과 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중 한 명


■우진

-도연이 대학병원에서 임상 심리 수련을 받을 때 레지던트 2년 차 의사

-법원에서 우연히 다시 도연과 만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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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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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늘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말을 듣고 자란 도연과 도연의 언니는 그 말을 지키며 살려고 늘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늘 다정다감했던 언니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유는 우울증과 직장 괴롭힘으로 이직한 직장에서 홀로 견디다 못해 결국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이 일로 깊은 슬픔과 고통에 빠진 도연은 언니가 남긴 일기장의 유언대로 열심히 말고, 그냥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 민 교수가 건넨 도움으로 심리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초반에는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아 결국 임상심리사로 근무하던 병원에는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고, 전문 상담사에게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몸이 내 맘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면 병원을 찾아가 약을 처방받았고, 그러다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일상이 어려워지면서 일주일간 입원치료도 받게 된다.


그렇게 약 1년 동안 치료를 받으며 천천히, 조금씩 회복되어갈 때쯤 이 상황을 도연보다 더 못 견뎌하던 남자친구 무헌은 결국 이별을 고하게 된다.


이후 시간이 지나 다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도연은 가사조사관으로 취직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앞서 언니의 유언처럼 열심히 말고, 그냥 살기 위해 적당히 관망하는 자세로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게 모든 것에 무감각하게 살아가던 도연은 자신의 상처마저 뒤로 미뤄두게 되고 그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직업 특성상 여러 인간 군상을 마주하게 되면서, 삶과 사람, 관계, 상처 등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게 되면서 다시금 꼭꼭 숨겨둔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사람들 모두 자신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도와 위로를 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 서로가 서로의 사소한 아픔을 알아주고 보듬어 줌으로써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도연히 서서히 자신만의 꽃을 틔울 준비를 시작한다. 그렇게 도연의 성장과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내용으로 끝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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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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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이를 위해서 이혼한다는 것도, 모든 게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도, 사실은 이혼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기 두려워 방패로 삼은 말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이는 늘 어른들을 용서한다. 나쁜 부모조차 세상에 기댈 곳은 그들밖에 없으니까.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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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픈 말이면서 상당히 공감 갔던 말 중 하나다. 어른들이 싸우는 이유, 헤어지는 이유를 이야기할 때면 늘 아이들의 이름을 들먹거린다.


정작 숨겨진 이유는 따로 있으면서 가장 쉬운 핑계를 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문제를 대면할 용기가 없거나 자신의 입으로 내뱉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을 방패로 삼으면서 양심도 없이 그렇게 둘러대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모든 것을 오감으로 느끼면서도 그저 그런 부모를 용서한다. 자신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 부모들밖에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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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선생은 잘 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어요. 그걸 의심하지 말아요. 그 생각이 흔들릴 때면 전화해요. 내가 매번 얘기해 줄게요."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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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을 나눌 만큼 친분이 두터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민 교수는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도연의 상태를 캐치했고 직접적인 도움까지 주었다.


여기에 더해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을 도연에게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라며 진심 어린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한술 더 떠 그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면 언제든 전화하라며 다독이고 격려해 준다.


도연처럼, 도연의 언니에게도 이런 말을 건네줄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도연의 언니는 지금쯤 살아있지 않았을까?



-----

"나는 나와 엄마의 사랑, 나와 할머니의 사랑만 생각해요."

"그게 분리가 돼?"

"내 사랑의 형태는 내가 만드는 거고 각자 기대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면."

(...)

"언니는 사랑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언니가 기대하는 사랑이 너무 크고 훌륭한 모습이어서 작게 반짝이는 것은 초라해 보이는 거 아닐까?"

79~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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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괴로움을 느끼는 절반의 이유는 아마도 내 몫이 아닌 타인의 마음까지 쟁취하려고 해서는 아닐까? 여기에 더해 또 다른 절반의 이유는 아마도 기대하는 바가 너무 커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 몫의 내 마음은 챙기되, 각자의 몫은 알아서 챙기게 그냥 내버려 두자.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건 그건 그 사람만의 몫이다.


그리고 크고 대단하지 않아도 주변에 작게 반짝이는 소중한 일상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현재의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결국 그 작고 소중한 행복 덕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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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은 내팽개쳐진 자신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해진 마음을 끌어안으며 다짐했다. 누군가의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일로 만난 사람에게 마음 따위 주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어떤 것도 맡기지 않겠다고, 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참지 않겠다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키겠다고.

1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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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 크게 마음을 다쳐본 사람이라면 도연의 이 심정을 백분 이해할 것이다. 나 역시 도연의 이 다짐과 결심을 너무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로, 그래서 더 심적으로 많이 공감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

얼마 전에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나란히 서 있는 벚나무가 예뻐서 한참 봤거든. 한 나무에는 꽃이 다 열렸는데 다른 한 그루에는 봉오리만 있는 거야.

(...)

그런데 비가 막 쏟아지던 날 꽃잎이 다 떨어졌는데 비 그치고 나니까 그 나무 혼자 꽃을 피우더라."

(...)

"그러니까 언젠가 피긴 펴. 때가 되면."

134~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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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언젠가 피긴 핀다는 이 말을 꼭 마음에 새겨두었으면 좋겠다. 각자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고, 늦게 필수도 빨리 필수도 있으니 남과 비교하기보다 나만의 속도로 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가끔 조급증이 일 때도 있겠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내 일상과 내 삶에 더 집중하며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꽃은 반드시 필 것이다.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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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의 상처와 내면에 집중하며 읽다 보니 어느새 그것은 내 삶과 맞닿아 있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와 불안을 겪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상처를 해소한다.(아니 해소한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이들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꽁꽁 감춰두는 방식으로, 또 어떤 이들은 별것 아닌 양 떠들어대면서 흘려버리고, 또 다른 이들은 작은 것도 서로 보듬어주면서 그렇게 불안을 잠재운다.


도연과 도연의 언니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늘 최선을 다해서 살라는 말에 매몰되어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며 살았다.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에 자신을 돌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고 또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한편 또 공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그런 말을 들으며 자랐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아프고, 그럼에도 아픈 것을 숨기며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악덕 캐릭터들이 많아 읽으면서 여러 번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갑질하는 사람, 약점을 이용하는 사람, 틈을 비집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사람, 집단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 뒤에서 헐뜯는 사람 등등.


그런 한편 그 속에서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면서 삶을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처음에는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왜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후반부에 가면서 그들의 사정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도연은 언니의 일을 시작으로 남자친구, 그리고 직장에까지 우울과 불안의 일들이 스며든다. 그래서 어떤 것이든 마음을 주지 않기로 마음먹고 관망하는 자세로 거리를 두고 모든 것을 대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점차 사사로운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면서 점차 마음의 빗장을 풀 용기를 갖게 된다. 그렇게 마침내 불안하고 상처로 가득했던 과거와 안녕을 고하게 된다.


우리 역시 살다 보면 도연처럼 크고 작은 상처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고, 내 감정과 내 몫에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천천히 '지금'에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드리워진 어둠은 걷히고 내가 꿈꾸는 삶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연이 그랬듯 우리 역시 그리되리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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