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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점
송유정 지음 / 놀 / 2024년 5월
평점 :
"잊고 싶은 그날의 후회를 소중한 추억으로 되돌려 주는 곳! 이곳은 기억서점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최신작 <별다방 바리스타>를 읽고, 전작이 궁금해 읽게 된 책으로, 잔잔하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특히 소중한 사람을 잃고 후회, 죄책감, 불행을 안고 몇 년을 죽지 못해 살아가던 사람이 어느 날 마주하게 된 기억서점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그리움을 자아내게 하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그 안에 빼곡히 채워진 책들의 내용이 주인공을 이루는 모든 기억들이라는 점은, 더없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엄마의 죽음 이후 7년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지원에게 어느 날 기억서점이 나타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아무리 준비된 죽음이었다지만, 막상 자신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잃고 난 뒤 지원은 무기력증과 회의감, 폐소공포증, 공황발작 등의 증상을 겪으며 의미 없는 시간들을 흘려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선 낡은 서점에서 지원은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고, 덕분에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된다.
살다 보면 한 번씩 불행을 만나 더 이상 앞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거나 그리움이 사무쳐 자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으며 부정으로 파고들던 감정들을 긍정으로 바꾸고, 불행의 기억을 행복의 기억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한다.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당신 역시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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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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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직업 작가
-가족 구성원: 부모님과 남동생
-스무 살 이전까지는 꽤 부유하게 살다가 이후부터 이후 집이 기울면서 살림이 어려워짐
-엄마의 사망 후 폐소공포증, 공황발작 등 여러 질병을 얻게 됨
-7년 전에 엄마가 비인두암으로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중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음
■Manager. K
-기억서점의 안내자이자 기억서점을 지키는 여성
-등허리 중간까지 오는 머리칼과 170센티미터가 넘어 보이는 키를 가진 여성
-검정색 슬랙스를 입고 체크무늬 운동화를 신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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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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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의 남은 가족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아들의 간을 받아 무사히 살 수 있게 된 아버지와 남동생 지후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에필로그나 외전으로 다뤄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원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엄마 입장이 궁금해졌다. 후반부에 살짝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일화들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너무나 사랑하고 애틋했던 딸 지원을 두고 떠나야만 했던 엄마의 심정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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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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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가정 속에서 살아가던 지원은 스무 살이 되면서 집안의 가세가 기울게 되고, 그러면서 갑자기 많은 불행을 한꺼번에 경험하게 된다.
그중 가장 큰 불행은 엄마의 죽음으로, 이후 7년이 넘는 동안 마음을 잡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때문에 지원은 많은 병을 얻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매번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늘 쓰레기통 행이었다.
그렇게 매일 매 순간을 죽음을 그리며 살아가던 어느 비가 오던 날이었다. 길거리를 헤매다 무척 낡은 건물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벽면에는 'ㄱ 서점'이라는 작은 간판이 붙어있었다.
특이하다는 생각과 함께 비도 피할 겸 서점에 들어서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책장은 수많은 책이 꽂혀 있었는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책에서 어릴 적 자신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한쪽 귀퉁이를 세모로 접어 읽던 곳을 표기한 자국이라던가 실수로 흘린 오렌지주스가 스며든 흔적, 동생과 다투다 떨어뜨려 하드커버로 된 표지의 모서리가 일그러진 자취 등으로 이 책장에 꽂혀 있는 위인전들이 모두 자신의 책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어릴 적 어느 순간 버려진 책들이 이곳에 모여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지원은 결국 서점을 나서기로 마음먹고 미닫이문을 열려던 순간 누군가 "이 문을 열면 나갈 수는 있지만,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는 없다"라고 말하며 지원의 행동을 제지한다.
그녀는 정중하면서도 단정한 목소리를 가진 여성으로, 서점에 대해 간략이 소개해 준다. 이 서점의 이름은 기억서점이고, 지원의 모든 기억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그 기억이 어떤 식으로 기록되는지에 대해 안내해 준다.
그러면서 지원이 엄마의 사망 이후 늘 '죽고 싶다'는 마음을 기저에 깔고 살아가고 있었기에 이 서점에 지원의 앞에 나타난 것이라며 서점이 나타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러면서 기억서점을 이용하는 방법과 규칙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과거로 돌아갈 세 번의 기회를 줄 수 있고, 원하는 시점에서 단 세 시간을 머물 수 있다.
▶그 대가로 남은 수명을 내놓아야 한다.
▶단, 무언가 달라지는 게 있다면 수명을 돌려줄 수도 있다.
다소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지원은 기억서점에 기록된 기억들을 살펴보며 점차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을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억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첫번째 여행
2005년 5월 22일, 엄마의 상태를 처음 알게 된 시점으로의 여행
■두번째 여행
2007년 2월 2일, 외할머니가 그립다며 산소에 함께 가자고 요청하던 엄마의 모습이 담겨있던 시점으로의 여행
■세번째 여행
1990년 6월 20일, 지원이 태어나던 순간으로의 여행
그렇게 시간 여행을 하면서 점차 지원은 서점의 존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 시점부터 서점은 지원의 편이 되어 언제나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게 된다.
한편 이렇게 세 번의 시간 여행을 통해 지원은 마침내 이 여행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낭비하던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방향성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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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 여행에서 내가 얻을 수 이는 건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아니었다. 생각나지 않던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되찾았고, 엄마의 희생으로 지켜준 이 삶을 지켜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던 순간 마주했던 엄마와 아빠의 행복한 얼굴은 무수한 세월의 흐름에도 평생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새겨져 앞으로의 나를 살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었다.
나는 이 여행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2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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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 번의 시간 여행을 마친 후 서점 문을 열고 나온 날은 엄마의 기일로, 지원은 엄마의 죽음을 지키던 시간만큼 서점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기억서점은 지원에게 삶이 뒤바뀌는 기적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줄 아주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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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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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눈덩이 같은 거예요. 굴리고 굴릴수록 점점 커지고, 그럴수록 감당이 안 되는."
(...)
"죄책감도 마찬가지죠."
91페이지 中
"기억의 왜곡은 공평해요."
(...)
"그게 후회로 얼룩진 불행한 기억이든, 영원토록 가슴에 새기고 싶은 행복한 기억이든, 자주 꺼내어 보는 기억들은 모두 공평하게 왜곡되죠. 그러니까 이번엔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봐요. 눈덩이처럼 크게 부풀릴 수 있도록."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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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서점의 매니저 K가 기억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로, 기억은 눈덩이같이 곱씹을수록 왜곡되고 부풀려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행복한 기억을 자꾸 곱씹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과 함께.
생각해 보면 보통의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행복한 기억보다 잘못한 기억, 초조한 기억, 불행한 기억들을 자꾸만 곱씹는다. 그렇게 허상에 더해 또 다른 허상이 더해지고 그렇게 기억은 왜곡된다.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위해 행복한 기억을 더 많이 떠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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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선택은 엄마의 것이에요. 그러니까 지원 씨는 본인의 선택으로 달라질 수 있는 일을 찾아요."
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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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연하지만, 우리가 자꾸만 잊고 사는 포인트를 매니저 K는 짚어준다. 지원은 처음에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 엄마를 다시 살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의 선택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 절망에 빠진 지원은 시간여행을 그만두려고 하지만 쉽사리 서점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뒤늦게 나타난 매니저는 엄마의 선택은 존중해 주고, 지원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에 더 집중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것을 우리 삶에 대입해 보면, 내 삶에 더 집중하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을듯하다. 타인의 삶은 타인의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내 것이다. 그러니 엉뚱한 것에 마음을 주기보다 내 선택으로 내 삶을 가꿔 나가는 것에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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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죄책감의 근원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를 위하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이 후회돼서 못 해준 기억만 자꾸 들춰보고 사느라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과거에 묶여 살았던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했던 수많은 모진 말을 주워 담을 게 아니라, 엄마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 진정으로 엄마를 위하는 길임을 알았다. 이번에 내가 해야 하는 선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엄마를 위한 것이어야 했다.
169~1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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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자책과 후회는 삶을 살아가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간여행을 통해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지만,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여행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바도 있다. 현재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후회와 자책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남들의 몇 배나 되는 애도 시간을 가지게 된 이유 역시 발견하게 된다. 이 깨달음 덕분에 지원은 다음 시간 여행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게 된다.
그냥 지나쳤던 그 사소한 행동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 이토록 사무치게 후회로 남는 것을 보면서, '현재'에 더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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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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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난 뒤에 후회와 자책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때 왜 그랬을까?'하고 뒤늦게 후회하기보다, 지금에 집중하며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과거에 일어난 불행에 집착하며 자꾸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그 기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상황을 왜곡하고 우리를 나락으로 이끈다.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그 자리에 멈춰서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내 상황에 집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불행에 매몰되지 않고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제2의 불행한 지원이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이라는 현재에 최선을 다해보면 건 어떨까? 그럼 적어도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생기는 가장 큰 후회만큼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