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관계에는 마침표가 없다
김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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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관계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책!"



살다 보면 누구나 관계에서 오는 무게감과 서로 다른 정서적 거리로 인해 피로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특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방황하기보다, 이 책에서 방향성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이 책에는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대처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위로와 현실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덕분에 그동안 외면해왔던 마음이나 눈치를 보느라 불편했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사계절의 구분에 따라 60여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장 '여름'에서는 관계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2장 '가을'에서는 상실과 채움에 대한 이야기를, 3장 '겨울'에서는 자기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 4장 '봄'에서는 계절적 배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시작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 자신을 만들어낸 관계의 이야기부터 상실과 채움을 겪으며 내면의 성숙을 돕는 관계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는 법, 여기에 더해 관계에는 반드시 시작과 끝이 있으며 홀로서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때야말로 진정한 관계도 시작될 수 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안팎의 관계를 두루 헤아릴 수 있는 문장들이 가득 담겨 있어,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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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기보다 살기



어쩌면 인생은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어떤 날은 그저 숨 쉬는 것만으로,

무사히 하루를 마치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그냥 오늘 하루를 살아."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하니까.

21페이지 中

=====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위로와 힐링이 동시에 찾아왔다. 아주 어릴 적부터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말들을 들으며 자라지만, 막상 살아가는 현실은 지금 이 순간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그저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말이 더욱 깊은 위로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

세상과 나 사이에서



세상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삶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그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한다.

비록 작은 일이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지켜낸 하루하루가

결국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테니까.

33~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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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란 물음에 가장 근접한 답이 아닐까 한다. 시간이 갈수록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여기에 흔들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그렇기에 묵묵히 오늘 할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결국 그런 시간들이 쌓여 나를 살아가게 할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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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만든 그릇



결핍은 상처로만 남지 않는다.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이 된다.

결핍은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가르쳐 준다.

무엇을 간절히 바라야 하는지,

어떤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

조용히 알려준다.

(...)

결핍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조용히 머물지만,

나를 쓰러지게 만드는 벽이 아니라

더 큰 것을 품게 하는 그릇이 되었다.

(...)

결핍이 남긴 상처와 아픔은

어느새 살아가는 힘으로 변했다.

그때는 부족해서 아프기만 했던 날들이

지금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 시간이 되었다.


결핍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일어서게 만드는 자산이 된다.

131~132페이지 中

=====


결핍을 부족한 것으로만 해석하기보다, '나를 더 성장시키는 원동력', '더 큰 것을 품게 하는 그릇'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생각의 전환이 불러오는 힘은 생각보다 더 크다.



=====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기회는 갑자기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 준비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다.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 운이 오기까지

오랜 시간 버티고 견디며 노력해왔다.


세상에 단번에 바뀌는 삶은 없다.

천천히 변해가는 삶만 있을 뿐이다.

(...)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단 한 번의 기적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듯하지만,

돌아보면 분면 다르게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기적 같은 변화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이 조금씩 달라지는 삶.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것이 진짜 변화다.

163~164페이지 中

=====


사람들은 기적이나 요행을 바라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 삶의 변화를 꾀하고 싶다면, 오히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삶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임을 기억하자.


그렇게 블록 쌓듯이 축적하다 보면, 기회는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기적을 불러들이는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

기대 너머의 온기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상처받지 않는 거리에서

나를 지키는 법을 알아간다.

(...)

이제는 안다.

사람은 변하지 않고,

누군가가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일은

기적과도 같다.


기대하지 않기로 결심하면

덜 아프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흔들리는 대신,

내가 나를 붙잡고 서 있는 법을 배우게 된다.

(...)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더 강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은 삶,

스스로를 믿고 살아가는 하루.

그것이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일지도 모른다.

190~1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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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우면 관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기대하지 않기에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마음도 갖지 않게 되고 그만큼 상처도 덜 받게 된다. 또 그렇기에 스스로 굳건히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무언가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를 믿고 살아가는 삶은 이렇듯 나의 삶을 더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


이 책에 담긴 여러 문장들을 만나며 문득 우리가 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유는 어쩌면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친밀감의 거리, 기대감의 거리, 신뢰의 거리, 세상과의 거리, 생각의 거리 등.


더 가까워져야 할 사이와는 거리를 두고, 거리를 두어야 할 사이에서는 오히려 너무 밀착하게 되면서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완급조절을 통해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내 삶도, 관계도 잘 만들어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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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
엘리스 피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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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해서 이쪽 종류의 책들을 종종 찾아 읽고는 하는데,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어쩌다 보니 이번에 처음 읽게 되었다.


시리즈로 엮여 있는 책이다 보니, 가끔씩 책 표지 디자인을 보기는 했는데, 왜 이제서야 읽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됐든 나에게는 미스터리하게 다가왔던 책을 이번에 드디어 읽게 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완간 후 국내에 처음 번역된 프리퀄부터 읽게 되면서 시리즈를 역순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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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퀄이란?

이전 작품의 이야기에 선행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춰 원작의 서사보다 앞선 시기를 다루는 문학이나 연극, 영화 작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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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으로 보면 시간상 가장 앞선 사건에 해당되는 내용이기에, 순서대로 읽어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프리퀄 단편 3편이 묶여 있는 책으로, 주인공인 캐드펠이 가톨릭 수사가 된 사연부터 맛보기로 캐드펠 수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나는, 초반엔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갔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제야 시리즈의 흐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슈롭셔주 슈루즈베리)


처음에는 이 지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금씩 동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도 찾아보고 그 외 주변도 함께 탐방해 보면 어떨까 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19편~21편)


일단은 가장 가볍고 얇은, 21편부터 읽기 시작했다. 21편은 원작의 서사보다 앞선 시기를 다루는 이야기 편으로 단편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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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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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톡으로 가는 길에 만난 빛>


헨리 왕이 전쟁에 승리하면서 마침내 긴 전쟁은 끝이 나게 되고, 이로써 참여했던 많은 이들이 집으로 귀국하게 된다. 그중에는 귀족인 로제 모뒤도 있었는데, 그는 스물다섯 명의 부하들과 함께 이 전쟁에 참전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모뒤에게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일이 하나 남아 있었는데, 바로 롯슬리 장원을 둘러싼 수도원과의 법적 분쟁이었다.


이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던 그는, 함께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 중 특별히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인물 두 명을 뽑아 조금 더 함께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필사 실력이 뛰어난 알라드와 무기를 다루는데 능숙한 캐드펠이 승낙을 하면서 이들은 함께 서턴 모뒤로 가게 된다.


■캐드펠 압 메일리르 압 다비드

-귀네드의 트레브리우 출신의 웨일스인

-열넷에 상인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슈루즈베리로 오게 됨

-무뚝뚝하고 반항적이지만 무기를 다루는 데 능하고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킴

-바다에서나 육지에서나 경험이 많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알라드

-군인이 되기 전에 떠돌이 서기였던 자로, 필사 실력이 뛰어난 라틴어 학자

-과거 이브셤의 수사였으나 갇혀 사는 것이 싫어 수도원에서 도망침

-스물다섯 해를 세속에서 떠돌아다님


모뒤는 알라드에게는 보기 좋고 훌륭한 양식을 갖춘 법률 문서 작성을, 캐드펠에게는 자신의 안위를 맡겼는데, 결과적으로 이 선택 덕분에 둘 중 하나는 지켜낼 수 있었다.


서턴 모뒤에 머무는 동안 캐드펠은 눈치로 고슬린(로제가 없는 동안 부인의 오른팔)이 로제 부인의 애인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런 그가 서턴 모뒤를 떠날 때 자신들과 동행하는 것을 두고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알라드, 캐드펠 외에도 로제의 옆에는 무장을 갖춘 직업 군인 세명과 마부 두 명이 동행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고슬린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나선 길, 하룻밤 묵어가는 곳에서 알라드는 일찍이 자신의 일을 마치고 서둘러 계약 종료를 선언하고 자신의 길을 떠나게 된다. 캐드펠은 그를 배웅해 주고 산책을 하던 중 갑작스레 난투와 고함소리를 듣게 된다.


캐드펠은 소리가 난 곳으로 돌진하다가 그들과 충돌하게 되고, 이때 밑에 깔린 사내가 로제인 것을 알게 된다. 로제는 팔에 상처를 입기는 했으나 목숨이 위험한 상태는 아니었다.


날이 밝고 마침내 로제 일행이 재판에 참여하지만, 수도원 측 증인인 슈루즈베리의 부수도원장이 숲에서 무법자들에게 납치되면서 재판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로제는 이길 것이라 자신하지만, 어쩐 일인지 재판은 연기된다.


이유를 살펴보니, 전쟁이 끝난 후 돌아오던 왕자와 수많은 귀족들이 타고 있던 배가 강풍에 휩쓸려 좌초되는 큰 사고가 일어나면서 결국 모든 재판이 연기된 것이었다.


캐드펠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어쩐지 우연으로 일어난 것 같지는 않다는 의심을 품고 홀로 조사를 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가장 의심이 가는 장소에서 결국 실종된 부수도원장을 구해내게 된다.


이 일로 다시 재계된 재판에서 수도원 측이 승소하게 되고, 로제는 망연자실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로제의 계략임을 알게 된 캐드펠은 계약을 종료함과 동시에 자신이 알고 있는바를 은근슬쩍 로제에게 알려줌으로써 로제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게 로제의 재판 사건은 끝이 나고, 캐드펠은 자신이 구해준 부수도원장을 따라 슈루즈베리 수도원으로 향하게 된다.



<빛의 가치>


■리디어트의 하모 피츠하몬

-슈롭셔의 북동쪽 구석, 체셔주와의 경계 근처에 커다란 장원 두 곳을 소유

-대식가에 폭음가, 방종한 호색한, 그리고 냉혹한 땅주인이자 무자비한 영주

-60대의 나이에도 상당히 양호한 건강 상태를 유지 중


■피츠히몬 부인

-젊고 아름다움


■기수인 마부

-마부는 아주 잘생긴 젊은이로 스무 살도 안 된 건장한 청년


■엘프기바

-20대 중반 혹은 그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조용하고 순종적인 젊은 여성

-파란 눈동자를 지닌 북유럽 사람


■은세공인 알라드

-촛대를 만든 사람


■헤리버트 수도원장

-사람들의 좋은 면만을 보기 위해 노력함


■페넌트 부수도원장

-귀족 출신


■캐드펠 수사

소문을 들어 피츠하몬에 대해 익히 알고 있지만,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판단하기로 함


성 스테파노 축일을 앞두고 어느 날 방문한 부유한 귀족이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 그들이 선물한 은촛대 한 쌍이 갑자기 사라지게 된다.


이 일로 수도원은 발칵 뒤집히게 되고, 이 와중에 하인인 엘프기바까지 사라지게 되면서 난리가 난다. 한편 캐드펠은 우연히 어떤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진상을 파악하기에 이르고, 신중히 고민한 끝에 그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된다.



<목격자>


■매슈 수사

-식품 저장실을 담당


■앰브로즈 수사

-식품 저장실을 담당하는 매슈 수사의 서기

-수도원의 임대료 징수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심한 편도선염으로 자리에 누워버림


■윌리엄 리드

-매슈 수사의 수석 집사

-50대에 이른 불평 많고 따지기 좋아하는 사내

-그의 아들 에디는 말썽꾸러기로 싸움박질을 벌이고 도박을 하러 다님


■제이컵

-윌리엄 리드의 조수

-어깨가 떡 벌어진 건장한 체격에 둥글고 정감 가는 얼굴과 크고 정직한 눈을 가진 밝은 표정의 젊은이


■유트로피우스 수사

-두 달 전 베네딕토회 소속의 작은 농장에서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으로 왔음

-모든 것을 꽁꽁 감추고 자신에 대해 거의 드러내지 않는 인물


■마독

-죽음의 뱃사공으로 사시사철 세 번 강에서 시체를 인양하는 일을 주된 생계로 삼고 있음

-계절에 따라 여러 다른 직업 또한 가지고 있음

-그가 가장 즐기는 것은 낚시


■로드리 버한

-강가 근처에서 홀로 살고 있음

-앞을 보지 못함


식품 저장실을 담당하는 매슈 수사의 서기인 앰브로즈 수사가 드러눕게 되면서 매슈 수사의 수석 집사인 윌리엄 리드가 직접 조수인 제이컵과 임대료 징수일을 처리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윌리엄이 둔기에 머리를 맞고 강물에 빠지게 되는 일을 겪게 되고 이를 목격한 죽음의 뱃사공인 마독이 그를 건져올리게 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셋! 의식이 없는 윌리엄의 병실을 드나드는 이들 중에 진짜 범인은 누굴까? 계속 윌리엄을 간호하며 지켜보던 캐드펠은 꾀를 하나 내어 마침내 범인을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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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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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고전 추리소설로, 그래서인지 요즘의 소설처럼 엄청 자극적이거나 극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캐드펠이 다양한 수사 방식으로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은 은근한 재미와 몰입감을 준다.


심지어 캐드펠은 나서서 드러내놓고 수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마치 '윌리를 찾아라'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독자는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작가를 통해 캐드벨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기에, 그저 눈으로 좇으며 느긋하게 감상만 하면 된다.


이제 맛보기는 끝났다. 본격적으로 펼쳐질 19편과 20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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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이 - 벼랑 끝 삶에서 마침내 발견한 것 Meaning of Life 시리즈 3
가미야 미에코 지음, 홍성민 옮김 / 필로소픽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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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삶의 이유와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이 책을 접한 첫 느낌은 아리송함이었다. 대충 뭘 말하려는 건지는 알겠는데, 딱 뭔가 짚이지 않는 애매모호함 때문에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보통은 원문에 사용된 단어나 문장을 사용해서 글을 쓰는 편인데, 이 책은 유독 단어나 문장이 딱딱하고 매끄럽지 않아 더 어렵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읽는 속도는 물론,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꽤 시간이 필요한 책이었다.


여기에 더해, 단순히 책 한 권만 읽고 글을 쓰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관련된 배경지식까지 따로 찾아봤는데, 그제야 비로소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일본인들의 삶과 문화가 녹아들어있는 '이키가이(=삶의 의미)'라는 말을 심리학적으로 깊이 탐구한 철학적 에세이다.


그래서인지 배경지식을 모르고서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더해 1966년에 초판이 발행된 '일본의 고전'인 만큼 책 이외에 추가적인 학습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저자가 이 책을 쓸 당시의 일본 사회와 시대적 배경에 대해 따로 조사했고, 그 내용들은 이 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래 본문 인용 글들은 원문의 결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그대로 담았지만, 내가 따로 조사한 내용만큼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최대한 매끄럽게 정리해 보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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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쓰인 시대적 배경: 전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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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 이란?

전쟁 이후의 일본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그중에서도 일본이 패망한 1945년 8월 15일 이후의 시대를 말한다.



■전후 일본의 주요 특징


1. 패전의 충격과 상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천황의 항복 선언 등으로 국민 전체가 정신적 충격을 받음

▷기존의 가치관(천황 중심, 군국주의) 붕괴


2. 미군 점령기(1945~1952)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이 일본을 통치하면서,

일본은 민주주의, 평화 헌법(9조), 여성참정권, 교육 개혁 등을 경험함.


3. 정신적 공허와 정체성의 위기

▷기존 가치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기 전까지의 혼란기

▷특히 지식인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삶의 의미, 존재의 목적에 대한 질문이 많아짐


4. 경제 부흥과 고도성장기 시작

▷이후 일본은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정신적·철학적 허기는 여전히 지속됨



>>저자인 가미야 미에코는 이와 같이 혼란과 공허의 시기를 겪고 있는 일본 사람들에게 <이키가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철학과 심리학을 통해 진지하게 던짐으로써 사람들에게 살아가야 할 의미와 존재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시 전후 일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개념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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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가미야 미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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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 시인, 작가, 번역가.

일본의 정신과 의사로서 평생 한센병 환자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미치코 왕비의 상담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센병 요양소 애생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키가이>를 두고 그녀는 "내가 남기고 갈 것은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애정을 쏟은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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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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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를 뜻하는 '이키'와 '가치, 보람'을 뜻하는 '가이'가 결합된 말로, 삶의 보람이나 사는 이유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키가이란 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예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이키가이일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 혹은 정원 가꾸기에서 이키가이를 찾을 수도 있어요.


크든 작든, 그것이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것이라면 모두 이키가이가 될 수 있다.



<이키가이의 4가지 중심 요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내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


이 네 가지가 겹치는 지점이 바로 이키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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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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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본문과 목차에서 이키가이를 '사는 보람감'이라고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감정이 중요한 이키가이

이키가이, 즉 사는 보람을 느끼는 마음에는 여러 요소가 섞여 있다. 이것을 감정적인 요소와 이성적인 요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사는 보람감을 형성하는 데는 어느 쪽이 중요할까?


누가 뭐래도 사는 보람에 대해 가장 정직한 것은 감정이다. 만일 마음속에 존재 전체를 압도할 만큼 강하고 활기 넘치는 기쁨이 '뱃속 깊숙한 곳에서', 즉 존재의 근저로부터 솟아났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는 보람감의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사는 보람감과 행복감의 차이

사는 보람감은 행복감의 일종으로 많은 행복감 가운데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뉘앙스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주된 차이는 사는 보람감에서 행복감의 경우보다 더 미래 지향적인 마음의 자세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사는 보람감과 행복감의 다른 점은 행복감보다는 사는 보람감이 자아의 중심에 근접해 있다는 것이다. 행복감에는 자아의 일부, 그것도 말초적인 것으로만 느끼는 면이 많다. 반면 아무리 고생스러운 일이라도 내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끼면 그것만으로도 사는 보람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함으로써 그 사람 자아의 중심에 있는 몇 가지 욕구들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사는 보람감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치에 대한 인식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행복감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사람이 일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사는 보람감을 소중히 한다면 체면이나 수입보다는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는 보람을 빼앗는 것들


1. 불안

사는 보람을 상실한 상태에는 반드시 불안이 동반한다. 모든 불안과 뒤섞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오는 불안, 이른바 '실존적 불안' 또는 '세계관적 불안'을 모든 경우에서 볼 수 있다. 틸리히에 의하면, 실존적 불안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죽음의 불안, 두 번째는 무의미함의 불안, 세 번째는 죄의 불안이다.


2. 고통

사는 보람의 상실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고통은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으로 나뉘는데 그 구별이 명확하지는 않다.


3. 슬픔

사는 보람을 잃게 만드는 슬픔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고통에는 뭔가 움직이는 것이 있다. 이에 반해 슬픔의 세계에서 사람은 저항도 멈추고 몸부림치지도 않는다. 발버둥 치는 것을 멈춘 순간 슬픔은 밀물처럼 밀려와 마음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외부 세계의 것까지 전부 애수의 색으로 물들여 버린다. 거기에는 번민하고 조바심 내는 상태에서 볼 수 없는 통일과 체념의 조용한 아름다움이 있다.


고통은 정신의 일부만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슬픔은 한층 더 생명의 기반에 가까운 곳에 뿌리를 내리고 그 영향은 육체와 정신 전체에 퍼져나간다. 그래서 깊은 슬픔에 빠진 사람은 몸을 움직이거나 생각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깊이 생각하면 슬픔은 죽음과 허무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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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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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센병 요양소 애생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후 일본을 배경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편의 상황에서 '무엇을 하면 행복해질까?'가 아니라, "고통과 죽음을 마주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이유'를 찾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묻고 있어 보다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저자는 깊은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면 누구든 살아갈 이유와 존재를 알 수 있을 거라 이야기하며, 이것을 두고 일본 사회에서는 '이키가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전한다.


그러면서 고통이나 상실이 있을 때조차 삶의 의미(이키가이)를 발견하게 된다면, 분명 '계속 살아가는 태도(살아갈 마음)'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삶의 의미는 '정답'이 아니라 '발견'이라 말한다.


앞서 이키가이에 대한 정의에서 언급했듯이, 삶을 살아갈 원동력은 결국 내 안에 있고, 그것이 크든 작든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이키가이다 될 수 있기에, 만약 현재의 삶이 공허하거나 버겁다고 느껴진다면 나만의 '이키가이(=살 이유)'를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 관계, 감정, 죽음, 시간 등을 새롭게 재편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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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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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 보게 만드는 책!"



이 책에 대한 한 줄 문구를 위와 같이 정리했지만, 솔직한 나의 감상평은 반반이다. <어떤 어른>이라는 책 제목과 절반쯤 마음에 들었던 내용과는 달리, 저자의 가치관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그 안에 깃든 편견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일상 이야기를 담은 책치고는 가독성이 좋지 않아, 마치 띄어쓰기 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점도 한몫을 했던 것 같다.


특히 1부의 내용들에서 이런 현상이 심했는데,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텍스트의 폭풍으로 인해 얼마쯤은 자발적 인공호흡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할 정도였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어린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저자가 일상 속 어린이들과의 일화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어른들에게 깨우침을 주기 위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저자는 완전히 어린이 편에 서서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단순히 '어린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용서하고 보듬어안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맞닿아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살짝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의 아이들은 영악하다. 일찍이 문명을 접하기에 어른들보다 기기를 다루는 능력도 탁월하고 그렇기에 적당히 어른을 이용하거나 처벌을 피해 갈 줄도 안다.


혹은 자신들의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활용해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니까', '청소년이니까'라는 이유로, 잘못을 묵인해 주고 선처해 주는 것은 오히려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 반',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고민하는 마음 반'의 심정으로 읽었던 것 같다.


저자는 독서교실을 통해 주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난다. 그뿐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공간에서 어린이들을 마주치고 대화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이 책에는 생동감 있게 담겨있다.


이렇듯 아이들과 만나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일까? 저자의 글 속에는 유독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많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것이 좀 과했던 것 같다. 책에 담긴 몇 가지 일화들-특히 강연장에서의 일화와 노키즈존에 대한 내용-은 공감을 얻기보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아껴주는 마음은 좋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가치관이나 편견을 앞세워 다른 쪽에게 일방적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그런 상황을 만든 아이들의 부모, 그리고 사회시스템, 사회적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어른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감수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보다, 양쪽 모두를 균형감 있게 채워나가고 보완하는 방안을 더 심도 있게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나에게 반쪽짜리 책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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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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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부터 '자란다'가 아니라 '늙는다'가 되는 걸까? 사전적으로는 중년이라 할 수 있는 마흔 살 안팎부터라고 한다. '중년'에 대한 표준국어사전의 설명은 이렇다.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라는 말이 신경 쓰였다. 원래는 40대까지인데 넉넉하게 50대도 중년으로 친다는 걸까? 사실 나 자신은 아직도 '중년'이라는 정체성을 외면하고 있는데, 만일 중년이 '50대까지 포함하지 않는 경우'라면 나는 이미 중년도 끝나가는 것이 된다. 나는 꽤 충격을 받았다.

20~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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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범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인데,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유독 나이에 민감한 우리나라는 매해 나이를 따지고, 언급하며 사회생활을 한다. 이는 비단 성인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적용된다.


그리고 그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포인트는 아마도 '자란다'에서 어느 순간 '늙는다'로 변모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 시기가 제각각 다르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경계가 모호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어느 순간 어린이에서 청소년, 청년, 중년, 장년을 거쳐 어느새 노년이 된다.


알지만 제대로 실감하는 순간, 누구나 저자처럼 충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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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 어른도 대화를 하려면 사회성을 발휘해야 한다. 즐거운 대화에도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하나 마나 한 말에 대꾸하기는 어린이도 힘들다. 물어보느라고 물어보는 말, 하느라고 하는 말에 어린이의 대답은 "네, 네, 알았어요" 밖에 없다.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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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거쳐온 과정이다. 내가 싫었던 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희한하게 또 어른이 되면 까마득히 잊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게 세대를 거치며 쌓이다 보니, 이제는 서로가 시니컬해진 게 아닐까 싶다. 하나 마나 한 질문을 하는 어른, 그리고 거기에 영혼 없이 대답하는 아이들.


어쩌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평생 반복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무섭고 또 힘들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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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아름다움이란 아마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 모양이다. 재미있는 것, 만족스러운 것, 언젠가 해보고 싶은 것이 어린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매 순간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점점 많아지는 게 아닌다. 내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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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정의와 어린이들이 이야기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완전히 다른 듯하다. 어린이들의 눈으로 보면, 아름다움이란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 매 순간 만들어지는 것, 점점 많아지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준이라면, 어쩌다 한 번 마주치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 속에서도 자주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어린이들의 기준에 맞춰 아름다움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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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노 키즈 존'이라는 말부터 없애고 보자.

(...)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해야 할 때는 오직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때뿐이다.

267~2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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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키즈 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그리고 그 이유 또한 다양하다. 이것을 다른 곳에까지 확대 적용해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이른 제안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때만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그런 이유로 노 키즈 존을 적용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마저 노 키즈 존이라고 명명하기 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일일이 설명하고 구구절절 풀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이기적인 면모라는 생각도 든다.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많을뿐더러, 오히려 분란만 만드는 경우가 더 많으니 차라리 깔끔하게 노 키즈 존을 붙여놓는 게 서로에게 더 현명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그런 거 없이도 잘 지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회와 시스템이 변했고, 무엇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변했다.


고로, 무조건 제한하는 건 반대야라고 이야기하는 건 누군가에게는 억울하거나 이기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사실 노 키즈 존은 아이들보다,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를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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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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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상황과 행동을 통해, 어른들의 모습을 다시 보게 만든 장면들이 있었다. 또 창의적 생각과 직설적 화법 덕분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모습들만 잘 담겨있었다면, 아마 나는 어떤 어른이 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편견 어린 시선과 의견이 끼어드는 순간 이 모든 것은 달라져버렸다. 걸러 들어야 할 것들을 거르고, 또 반박이 필요한 부분을 분류하느라 시간을 쏟게 되었다.


'그건 아닌데'하는 불편한 시선을 안고 책을 읽게 되었으며, '그렇게까지 부들부들 떨 일인가'싶은 생각에 의아한 감정을 파헤치느라 한동안 멈춰있기도 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상상'하는 아이들만을 두고 이야기한다면, 분명 아이들은 약자고 저자가 주장하는 몇몇의 내용들이 적용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상'만 좇으면 '현실'은 시궁창이 될 수 있다. 그러니 현실이 따라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회, 시스템, 사람 모두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는 '어떤 어른'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더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나이로 구분 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1인칭 관점에서는 별 의미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 품고 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에 더 포커스를 맞춰 고민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나는 '어떤 어른'보다는 '어떤 사람'에 더 초점을 맞춰 인생을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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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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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단편을 엮어 만든 소설책이라 생각하고 스토리 위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보다도 '공허함'이나 '단절'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야기의 흐름보다 그 안에 스며든 '느낌'에 더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후에, 책 소개를 통해 이 책이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북한, 고려인, 이주민 등이 이 책에 많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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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란?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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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담아내고 있다. 외국으로 이민 간 이주민, 북한에서 탈북한 탈북민, 고려인, 전쟁으로 인해 강제 이주해야 했던 사람들까지, 그들의 사연을 살펴보면 매우 다채롭다.


하지만 그 다채로운 이야기들 속에는 공통적으로 스며 있는 정서들이 있는데, 바로 외로움, 공허함, 그리고 상실감 같은 감정들이다.


이들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계속해서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이 지나쳐 가는 그 어떤 풍경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심지어 머무는 장소조차 흑백의 무색무취처럼 느껴진다. 나를 잃어버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무'의 상태가 그들에게는 일상 그 자체였던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상태의 삶이 지속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되는지, 이 책은 분명히 보여준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감정들과는 다른, 진정한 비애와 공허, 황량함, 외로움, 슬픔과 단절과 같은 의미를 이 책을 통해 확실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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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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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서른한 살의 '보'라고 불리는 보선은 어느 무역회사의 나쁜 일에 말려들어 교도소에 수감되게 되고, 풀려난 뒤에는 함께 방을 썼던 동료 재소자 '로저'의 소개로 아주 작은 도시인 캘리스라는 마을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보는 필립이란 노인으로부터 저렴한 집을 하나 렌트하게 되는데, 노인은 카로라는 이름을 가진 딸이 함께 살고 있다.


한편 부족한 렌트비를 충당하기 위해 보는 근처 카지노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경호원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새로운 동료 해리와 함께 근무를 하게 된다.


이렇듯 보는 미국으로 이민와 교도소와 낯선 도시로 옮겨 다니며 공허한 삶을 이어나간다.



■코마로프

며칠 전 만난 젊은 남자들의 제안으로 스페인 코스타브라바의 언덕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 온 54세의 주연은 30세인 미들급 복서 니콜라이 코마로프를 만나는 것이 목적이다. 


남자들이 권하는 대로, 그녀는 온몸에 도청과 녹음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치를 두르고 권투선수가 된 아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주연은 북한에서 태어나 현재 바르셀로나에 거주 중으로, 탈북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들을 만날 생각에 심란하다. 왜냐하면 사실 젊은 남자들이 주장하는 권투선수 니콜라이 코마로프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들과 같은 해에 태어난 또 다른 아이들 중 하나라고 직감한 그녀는 자기 자신과 그 아이를 위해 진짜 엄마를 찾을 수 있는 힌트를 몰래 건네주며 태어난 지 다섯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진짜 아들을 떠올린다.


냉전 시대에 탈북해 남한에서, 독일로, 다시 스페인으로 혈혈단신 떠돌아온 장년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이야기 속에는 깊은 외로움과 고독감이 느껴진다.



■역참에게

도시오와 히로코는 도카이도(도쿄와 교토를 잇는 도로)를 따라 열 살쯤 된 유미(활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가진 조선인 소년을 데리고 이동 중이다. 


아이는 조선 침략의 피해자로, 갓난아이 때 조선에서 데려와 주군 자제의 책임하에 있다가 그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 고아가 된 아이다. 


주군 자제의 부인인 가쿠에 덕분에 조선인들에게 아이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면서 이들은 고아가 된 아이를 다시 조선으로 돌려보내 주기로 결정하게 된다.


이로써 도시오와 히로코는 조선인들과 만나기로 한 역참에 머물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그들에게 아이를 인계하게 된다.


갓난아기 때 조선에서 일본으로 붙잡혀 온 아기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일본에서 말과 활쏘기를 배운 아이는 또다시 누군가에 의해 일본을 떠나게 된다.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렇게 계속해서 떠도는 삶을 살게 된다.



■크로머

뉴몰튼의 어느 길모퉁이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해리와 그레이스 부부는 처음에는 가십 위주의 잡지와 신문을 팔며 생계를 이어 나간다.


그러다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자, 지금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파는 곳으로 바꿔 운영 중이다. 이들은 탈북해 영국 땅에 자리 잡은 부모를 둔 한인 2세 부부로 이곳에서 터를 잡고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때로 탈북민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부모 세대는 세상을 떠난 뒤라 이들도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날 법도 하지만, 그들은 고립과 연대 사이를 오가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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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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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소설 모두 어딘가 모르게 텅 빈 공허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들은 마음을 기댈 곳도, 의지할 곳도 없이 계속해서 떠돌아다닌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언급하는 배경들은 그저 '배경'으로서만 존재하는 느낌이다. 이들은 왜 이곳에 왔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혹은 지금 상황에 이르게 된 상황들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과 함께 연이어 물음표가 떠오른다. 왜 이들은 새로 시작할 마음을 먹지 못하는지, 어째서 뿌리를 찾아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지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처럼 떠돌다 때가 되면 또 먼지처럼 세상에서 사라지는데, 그 과정 속에는 삶에 대한 어떤 애착이나 애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미스터리하고 수수께끼처럼 다가온다.


스스로 만든 고립인지, 아니면 타인이나 환경에 의한 고립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들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런 상황이나 내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서서히 세상에서 지워진다.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일곱 편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어느새 내 안에는 무미건조함과 텅 빈 마음만이 황량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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