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 신화가 아닌 보통 사람의 삶으로 본 그리스 로마 시대
개릿 라이언 지음, 최현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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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사는 세계사를 공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갖지만 실상 이 나라들을 속속들이 파악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국사를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나라들이 기록된 역사와 기록물들을 파악하고 분석해서 시대별 연대를 정리해서 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창 시절 한참 지리와 역사 등을 배울 때는 시험을 위한 암기식 교육 방법으로 접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실생활에서 쓰임이 없어지면서 기억 저편으로 조용히 잊혔다.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각 나라들의 역사가 궁금해졌고 그 모태가 되는 그리스, 로마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방대한 양과 기록에서 한번 질렸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은 전체보다 부분적인 것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단편적으로 궁금한 것을 알아가는 식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 궁금한 그들의 생활상은 알기 어려웠다. 특히나 그리스, 로마는 신들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래서 신화적인 부분들이 강조되는 부분이 많아 그 당시 실제 존재하고 살았던 이들의 삶의 모습을 알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러한 나의 궁금증과 목마름을 말끔히 해소시켜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목차만으로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떤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지 모두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책에서도 알려주지 않았던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에 대해서 사소한 것부터 현실적인 문제까지 짚어서 질문하고 답해준다. 로마와 그리스인들의 차이점과 그 당시 유행하던 것들과 선호하던 것들의 차이, 인식의 다른 점 등을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어 유쾌하면서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목차>

 

1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들

 

1 그리스·로마인들은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
2 그들도 현대인들처럼 면도를 했을까?
3 어떤 반려동물들을 키웠을까?
4 당시에도 피임을 했을까?
5 고대 진찰실의 풍경은 어땠을까?
6 식탁 위에 어떤 음식들이 차려졌을까?
7 그들은 정말 알코올중독자들이었을까?
8 어떻게 시간을 기록하고 약속을 했을까?

 

2부 문명의 뿌리가 담긴 사회의 단면들

 

9 평균 수명은 몇 살이었을까?
10 평균 키는 어느 정도였을까?
11 돈을 얼마나, 어떻게 벌었을까?
12 고대 도시에는 어떤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었을까?
13 노예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14 고대 사회에서도 이혼을 했을까?
15 남색 행위가 지극히 흔한 일로 여겨진 이유는?
16 나체 조각상이 왜 그렇게 많이 만들어졌을까?

 

 

3부 떼려야 뗄 수 없는 신화와 종교 이야기

 

17 그리스·로마인들도 신화를 믿었을까?
18 유령과 괴물, 그리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었을까?
19 고대 주술 의식 현장의 모습은?
20 인신 공양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을까?
21 델포이 신탁에서 피어올랐다는 미스터리한 증기의 진위는?
22 이교 신앙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4부 올림픽과 콜로세움의 현장 속으로

 

23 오늘날처럼 프로 운동선수들이 있었을까?
24 그들도 헬스장에 다녔을까?
25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26 콜로세움 건설에 담긴 경이로운 이야기는 사실일까?
27 무대 위 동물들은 어디서, 어떻게 잡아왔을까?
28 검투사들은 정말 영화 속 모습처럼 살았을까?

 


5부 전쟁과 정치의 세계

 

29 전투 코끼리는 고대 최강의 무기였을까?
30 요새 도시 함락전의 광경은?
31 비밀경찰, 스파이, 암살자가 있었을까?
32 로마는 왜 게르마니아와 히베르니아를 정복하지 않았을까?

 


6부 그리스 로마 시대 그 이후

 

33 제국 붕괴 후 로마의 모습은?
34 알렉산드로스의 시신을 두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35 라틴어와 달리 그리스어가 진화하지 못한 이유는?
36 그리스·로마인의 진정한 후손은 누구일까?

부록: 고대 시대에 대한 간략한 문답 시간

 

 

현재는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것이지만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치렁치렁한 천을 온몸에 휘~ 두르고 다니는 게 과연 편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일반적인 그리스 로마사를 다룬 책에는 왜 바지를 입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그들이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전쟁과 수없이 바뀐 왕, 그리고 신화처럼 전하는 반 허구성의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이런 이야기들은 너무 많이 다루고 있어 '진짜' 궁금한 이야기는 사소하지만 평범한 그들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목마름을 이 책이 말끔하게 해소해 주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떻게 사람들의 궁금증을 알게 된 것일까? 미술관을 함께 방문했던 한 제자의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에 대한 답을 하자면 처음에는 야만적인 것으로 여겨 바지를 입지 않았으나, 전쟁을 치르던 로마의 군단에서 북방의 추운 겨울을 견디기 어려워 결국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처음에는 모직이나 가죽 반바지를 입다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전신 길이의 바지를 입는 수순을 밟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의복에 대해 확장 개념으로 속옷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실려있는데 여성 대부분은 오늘날의 브래지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슴 밴드를 착용했으며, 그리스 남성들은 튜닉 아래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에 대해 한 저술가가 기록한 이야기도 실려 있는데 <투르의 성 마르티노>를 찾아온 한 방문객이 성 마르티노의 화롯불 대각선에 앉아 다리를 쩍 벌려 앉았다가 의도치 않게 성인에게 성기를 시원스럽게 보여주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담겨있다. 

 

이렇듯 하나하나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고대 그리스 로마인의 삶을 생생히 들려준다.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36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궁금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을 만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또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부록>에 역사적 내용을 시간에 따라 간략하고 명확하게 정리한 부분이다. 그리스인/로마인/고대후기라는 타이틀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 두었는데 핵심을 명확히 찌르는 질문과 역사적 흐름에 따라 인지하기 편하도록 정리해둔 부분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공부하고 배웠던 내용을 하나로 통합시켜주어 한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 간략한 흐름을 알고자 한다면 <부록>에 기재된 내용을 읽어보면 되고, 그 당시의 현실적인 삶과 생활상, 그리고 사고방식 등을 알고자 한다면 36가지 문답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감 넘치는 도판도 다양하게 담겨있어 눈으로도 직접 확인이 가능하니 이 책 한 권이면 고대 그리스 로마를 파악하는데 든든한 역사서 한 권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유쾌한 질문과 현장감 가득한 답, 그리고 눈으로 보는 생생한 사진을 통해 고대 그리스 로마의 민낯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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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김철수 - 서른 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
김철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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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김철수』라는 책 제목은 너무 무난한 단어로 만 지칭되고 있어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보통'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보던 흔한 이름 '철수'라는 이름의 조합은 오히려 반전을 숨기고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단 표지에 기재된 키워드를 통해 힌트를 더 얻을 수 있었다.

 

#서른네살 #게이 #유튜버 #남친없음

 

일단, 유튜버로 활동하는 서른네 살의 게이 김철수라는 사람의 에세이라는 것이 파악되었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 세상에 자신을 오픈했다는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내가 나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을 통해 게이의 삶과 김철수라는 사람의 삶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처음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슬기, 아니 김철수는 한동안 외부 사회와 부딪치게 되면서 잠잠하고 평화롭던 그의 세계에 균열이 일어난다. 누구에게 털어놓거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없어 타인과도 거리를 두며 지냈던 그. 그 폭풍의 시간들은 지독한 부정기이자 짝사랑 시기였으며, 좌절과 절망과 분노와 행복을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면의 폭풍이 가라앉고 얼마쯤 고요해졌을 때가 대강 스무 살 초반쯤이었는데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김철수'로 개명한다. 남들은 여자 이름이라고 놀려도 스스로는 좋아했던 김슬기라는 이름을 버리면서까지 '김철수'로 개명했던 이유는 타인에게 나라는 사람을 알려주기에 가장 적합한 이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흔하고 친근하며 만만하게 느껴지는 '김철수'라는 이름은 그래서 자신과 꼭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세상 속에 인식된 평범함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게이'라는 이름의 성소수자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편견 속 더러움과 혐오라는 감정을 가장 먼저 알려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에 그걸 혼자 겪으며 어느 순간 그런 자신을 부정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편견을 깨기 위해 개명은 했지만 여전히 그는 어리고 미숙했으며 두려웠다. 그래도 무언가 부딪혀 보겠다는 일념으로 스물다섯 살 가족의 품을 떠나 서울로 오면서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향해 달려보기도 하고 게이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며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히 참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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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내 사진을 올리기로 결심했던 그날, 그날이 이 모든 일들(지금 이 책을 쓰기까지)의 시초일 것이다.

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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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감추며 지냈던 청소년기를 지나 오로지 자신을 내보이며 내가 나로서 있는 그대로를 타인에게 알려주기로 마음먹은 후 타인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린 그날은 아마 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전환점이지 않았을까?

 

사진 오픈 후 생각보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인기남으로 등극한 그는 모든 게이 술집들을 빠짐없이 드나들며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자 노력했고, 또 그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3~4년을 보내고 난 후 그것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게이라는 게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담배도 술도 하지 않는 그가 특정 단편적인 이미지를 쫓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생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것의 정의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말하는 것인지,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한 정의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그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겨우 사회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몇 년간 했던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가 전부다. 그랬던 그가 유튜브를 만나며 또 다른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자신과 너무 잘 맞는 손장호라는 애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와 그의 애인의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면서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게이'라는 단어에 연관어로 검색되던 부정적이고 자극적이던 키워드를 일상적이고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상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동성애자(호모 섹슈얼), 양성애자(바이 섹슈얼), 무성애자(에이 섹슈얼), 범성애자(팬 섹슈얼)다성애자(폴리 섹슈얼), 큐어, 인터섹스등 성을 구분 짓는 이런 단어들에 갇혀 '평범하지 않음'이라는 것으로 규정된 사람들은 어쩌면 그의 유튜브에서 작은 소통을 통해 약간의 숨통을 텄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평범함'이고 무엇이 '정상적인' 걸까? 그건 누가 정하는 것이고 어떤 걸로 규정할 수 있을까?

 

'편견'에서 오는 색안경은 삶을, 사람을 병들게 한다. 예전보다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수히 많은 편견과 정확하지 않은 정보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자극적인 타이틀만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젠더 이슈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부분에서 편견을 가지고 삶을 대하는 사람들 속에서 아스라이 사라져간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위로와 위안을 얻을까? 자신을 부정당하고, 사람을 주눅 들게 하며,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없음은 살아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기를 원하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평범하고 싶어 '김철수'로 개명한 저자가 덤덤하게 풀어낸 에세이는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걱정 많고 예민할 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니컬하고 털털한 그의 성격이 글에서도 묻어나는데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사회적으로 규범 된 '게이 김철수'나 '성소수자 김철수'라기보다는 그냥 한 보통의 남자 김철수였다. '서른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있음'에서 끝났어야 할 이야기가 애인과 헤어지면서 '남친 없음'으로 끝나버려 안타깝지만 그것 또한 인생이기에 앞으로의 그의 삶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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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이나 어린 여자와 결혼한 아버진 머지않아 이혼하고 주식을 하다 재산도 날려먹었다. IMF였다.
(...)
내가 일곱 살 때, KFC 치킨을 들고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리던 할머니와 스물네 살 겨울까지 함께 살았고 그 시간 동안 우리 집은 계속 가난했다.

 

저자의 시니컬함과 덤덤한 문채를 엿볼 수 있는 대목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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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아 아쉽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나라도 언젠가 모든 사랑이 축복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본다.(기본적으로 사랑이 숭고하고 귀한 인연의 만남이라는 전제이지만 불륜이나 불법적인 행위는 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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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든 자기 자신을 믿는 일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했던 바를 이뤄가고 있는 삶을 살면서도 이 모호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가치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외부는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끊임없이 나를 흔든다. 나는 계속 나를 놓쳤다가 찾았다가 한다.

1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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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처럼 어떤 형태든 내가 나 자신을 믿어주는 것! 그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외부의 요인에 쉽게 흔들리고 거기에 기준을 맞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내 안의 나를 채워주지 못하며 좀먹게 만든다. 중심을 잡고 내가 나를 똑바로 바라봐 준다면 조금은 편견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이 내가 나로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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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 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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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확장을 원해서라는 이유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식의 확장, 세계의 확장, 간접경험을 통한 경험의 확장, 나아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확장.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 '변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 경험, 깨달음 등을 통한 내면의 변화, 습관의 변화, 지식의 변화, 새로운 시각의 변화, 인지의 변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통독을 하던, 정독을 하던 중요하지 않다. 그저 어떤 책을 읽었다는 것, 몇 페이지를 읽었다는 것만으로 이미 변화에 한 발짝 내디딘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책은 우리에게 다양한 세계와 경험을 무한으로 제공해 주는 통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행복을 위한 변화'를 위해 수많은 책들 중에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은 베스트셀러 800권을 선정하여 핵심과도 같은 문장만을 모두 모아 한 권에 모은 책이다.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별로 키워드와 주제에 따라 선별하여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상황, 가치관, 관심분야, 변화하고 싶은 주제 등에 따라 접근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미 읽어봤던 책 속의 명언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더불어 명언을 통해 오히려 책 전체를 읽어보고 싶은 책도 있었으며 문장 그 자체로 깨달음을 주는 책도 있었다. 마음에 깊숙이 다가온 책들은 위시리스트에 추가하여 추후 천천히 한 권씩 독파해 볼 예정이다.

 

아래 문장들은 책에 기재되어 있는 800개의 문장 중 유독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을 몇 가지 선별하여 기재해 보았다. 14가지 주제 중 가장 많이 와닿았던 주제는 <2장. 버림을 통해 채움을 얻는 방법> 이었다. 최근 비움과 정리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인지 유독 눈에 들어오는 명언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따로 표기해둔 문장들은 많지만, 대표로 몇 가지만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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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미움을 내려놓는 일
용서했다고 해서 반드시 화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내 마음속의 미움을 내려놓는 일이다. 여전히 속상하고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용서는 남의 삶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한창욱 <걱정이 많아서 걱정인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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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삶의 맥락을 바꾸는 법
삶의 게슈탈트, 즉 맥락을 바꾸는 방법은 대충 세 가지다. 첫째, '사람'을 바꾸는 거다. 항상 같은 사람들을 만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장소'를 바꿔야 한다. 장소가 바뀌면 생각과 태도도 바뀐다. 내가 일본에서 몇 년 지내보니 진짜 그렇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바꾸는 것이다.

김정운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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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8. 추억이 머라고
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 거실을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대로 꾸미느라 에너지를 잃고, 물건을 정리하고 치우고 찾느라 시간을 잃는다. 추억 때문에 버릴 수 없다고? 추억이 우리를 정말 행복하게 해줄까? 지금보다 더 많이?

도미니크로로 <심플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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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4.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물건을 어느 정도 남기는 게 적당한지는 생활 방식이나 작업에 따라 다르고 딱 잘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의 분량이 적당합니다. 컨트롤 할 수 있는 분량이란, 지니고 있는 물건의 소재를 전부 파악할 수 있고, 철저히 활용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야마시타 히데코 <버림의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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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7. 사람을 위한 공간
정리를 제대로 하면 공간을 살릴 수 있다. 공간을 살린다는 것은 물건을 위한 공간이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희숙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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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 경계를 지켜라
당신은 어떤가? 고갈되고 있지는 않은가? 번아웃은 제대로 경계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이다. 아니, 어쩌면 경계 자체가 없는지도 모른다. 남을 우선순위로 두고 자신은 꼴찌로 챙기는 중일 수도 있다. 다음에 또다시 당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아니,  먼저 하세요. 제가 양보할게요"라고 말하게 될 때는 잠시 멈춰라.

샘혼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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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9. 정리의 힘
정리가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불편한 마음에 현재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분도, 정리를 잘 할 수 있게 되면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삶의 질 전반이 높아져 만족스럽고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스즈키나오코 <더 기분 좋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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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7. 지금 버리지 않으면
가지고 있던 물건을 처분하거나 버린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버리지 않고 두면 자신이 죽은 후 누군가가 정리해야 한다. 남은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것보다 지금 자신의 의지로 정리하는 편이 좋다.

오후미 <미니멀리스트의 집 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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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너무 애쓰며 살지는 말자
버리고 비우기의 최고 경지는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비워야 할 것은 물건만이 아닌 것 같다. 미래에 대한 걱정, 욕심, 집착. 이것들을 모두 버리고 소중한 것만 지니고 살아가고 싶다.

야마구치 세이코 <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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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단순해져라
서른이 된 당신은 점점 더 단순해져야 한다. 사고와 행동이 단순해지면 덜 힘들면서 더 생산적이 될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어떤 상황에서든 힘들이지 않고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그 판단을 한 스스로를 지지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인숙 <서른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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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어떤 말은 마음속에 살아 남는다.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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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희망은 절망속에서 피는 꽃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앤의 그 말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다. 기다리고 고대하는 일들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게 실제 우리의 하루다. 하지만 그럴 때 앤의 말을 꺼내 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 희망이란 말은 희망 속에 있지 않다는 걸.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는 꽃이라는 걸. 그 꽃에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은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거라고.

백영옥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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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근래 깨달은 것이 하나 있기를, 나는 평생 무엇이 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이제 그 마음을 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착실히 해나겠다고. 더 이상 무엇이 되지 못해 괴로워하지 않고 '나'를 잘 살겠다고.

도대체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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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성공을 만나는 사람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기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바로 그런 것을.

타샤튜더 <타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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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인간이 되어 살다
통조림 몇 개 때문에 한 노인을 죽이려고 했을 때, 저희는 짐승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을 살려주고 나니, 그제야 저희는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살았습니다.

김동식 <회색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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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막다른 길에 이르는 것
일이란 다 닥쳐야 하게 되는 거요. 사람이란 막다른 길에 이르러서야 방법이 생기는 거란 말이외다. 그건 막다른 길에 이르기 전에는 행동을 취해야 할지 말지 불분명하기 때문이지.

위화 <허삼관 매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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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역사를 통해 나의 존재를 지키다
역사에서 위인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정상에서 배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날 줄 알고, 잘 내려온 사람들이지요.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내려오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나의 존재, 나의 격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최태성 <역사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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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마음의 작용
인간의 마음이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게 인지, 정ㅇ서, 의욕의 세 가지 기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는 까닭은 마음의 작용 때문이다.

이인식 <지식의 대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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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 나 자신을 용서하라
설령 모든 것이 내 문제였다 하더라도 나부터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을 새롭게 보아야 합니다. 내가 나를 격려해야 새로운 인생이 눈앞에 열립니다.

정도언 <프로이트의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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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인생 등반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골짜기를 지나야 하며, 오아시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사막을 건너야 한다. 나아가 무지개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비를 맞이해야 하며, 화려하고 예쁜 꽃을 보기 위해서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 이렇듯 좋은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을 먼저 만나야 한다.

김이율 <가슴이 시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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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효과적인 시간관리법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그 산출물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 일을 끝내고 그 다음 일이 걱정되기보다 보람과 뿌듯함이 느껴진다면 그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것이다. 한 수 위에 있는 사람은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다. 결국 시간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일을 성실하고 스마트하게 즐기며 하는 것'이다.

김지현 <시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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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 인생을 바꾸는 30분
모두가 '휴식'으로만 인식하는 잠은 현대인의 마지막 '프런티어 타임'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서 자료를 찾고 나 자신의 경험과 대조하면서 이끌어낸 답이 '잠자기 전 30분'이라는 새로운 습관이다. 자신을 갖고 말하지만, '잠자기 전 30분'의 습관을 바꿀 수 있으면 잠이 바뀐다. 잠이 바뀌면 아침이 바뀐다. 아침이 바뀌면 일 전체가 격변한다. 그리고 인생 자체가 달라진다.

다카시마 데쓰지 <잠자기 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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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 타이밍의 기술
사람이 자란다는 뜻은, 좋은 타이밍을 찾아서 나설 때는 나서고 물러설 때는 물러서고, 자중해야 할 때 자중하고 적극적일 때는 적극적으로 대하는 판단력이 는다는 뜻일 것이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보아야 익혀지는 기술이다.

김진애 <한 번은 독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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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 나 자신부터 행동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삶은 점점 더 안 좋아진다. 가난과 어려움은 중력과도 같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저항하고 이겨내려는 노력이 없으면 한없이 바닥으로 끌려간다. 남 탓을 할 시간에 하루라도 빨리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아무리 충성해도 회사가 내 노후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도 행동해야 하는것도 나 자신이다.

단희쌤(이의상) <마흔의 돈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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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 부자의 5가지 습관
부자가 되는 다섯 가지 습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침 시간을 활용한다. 둘째, 정기적으로 운동한다. 셋째, 한달에 최소한 한두 권의 책을 읽는다. 넷째, 인맥을 관리한다. 다섯째, 경제를 공부한다.

강용수 <부자는 돈이 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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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 정보를 활용하는 습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좋은 정보도 활용되지 못하면 소용없다. 매일 만나는 낱낱의 데이터나 정보를 모으고 저장하고 결합해 활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진이나 영상, 글 등의 텍스트로 그때 그곳의 인상과 느낌을 수시로 기록하라.

김시래 <벽이 문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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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양한 부문에 대한 명언들을 담고 있어 평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베스트셀러 작가 800명이 전해주는 문장을 반복적으로 들여다본다면 분명 삶의 '변화'를 맛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풍부한 간접경험을 통해 경험을 쌓고, 그들이 말하는 문장 속에서 자극을 받아 일상의 습관과 루틴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간다면 이를 통해 '자기 성장'이라는 새로운 '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8장. 나의 시간을 내가 지배하는 법>과 <10장. 인생의 안목과 센스를 기르는 방법>의 명언 중 몇 가지는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 보려 한다. 따지고 보면 결국 '행복을 위한 변화'는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일상의 작은 변화가 가져다줄 '행복'이 내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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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주 - 영원히 살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시간 관리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이윤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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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주어진 유한한 인생의 짧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생산적이게 사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고민하고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쥐어짜듯 분/초 사이에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끼워 맞춰 실행하며 스스로 뿌듯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때론 지쳐 나가떨어질 때도 있고, 후회와 죄책감에 스스로 자책할 때도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놓치고, 불안함에 떨며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과연 의미 있는 것인지 이제는 멈춰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쳇바퀴 돌듯 무한 반복되는 이 사이클에서 내려와 보다 가치 있는 인생을 만들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관점을 완벽히 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론적으로만 너무 잘 알고 있는 '인생의 유한함'이라는 산물이 현재를 살아가는 '시간'과 만났을 때 우리가 행하는 방식과 관념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것이 우리를 얼마나 불안하게 하고 어떤 덫에 빠져 살아가고 있는지를 통찰력 있게 전해준다. 현대인의 평균수명인 80세를 기준으로 주 단위로 환산한 시간, 4000주! 이 책의 제목인 4000주는 그런 인간의 유한한 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동안 잘 알려진 책이나 미디어에서 말하는 '시간을 지배하는 법' 이라던가 '삶을 지배하는 법'과 같은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우리가 직면한 실제 현실과 4000주라는 터무니없이 짧은 인생, 그리고 희미한 가능성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꽤 많이 발견하게 되어 놀랄 것이다.

 

먼저 과거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과제 지향적 삶'을 살았다. 이는 업무의 흐름과 삶의 리듬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삶을 의미한다. 과거지향적으로 산다는 건 포괄적이면서도 유연하며 현대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경험이 일상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삶을 의미한다. 즉, 과거에 시간은 삶이 펼쳐지는 매개체이자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재료였다. 그러나 이후 시계의 탄생으로 우리 마음속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이 삶과 완전히 분리되면서 시간은 우리가 사용하는 사물이 되었다. 이것이 지금의 우리가 시간과 씨름하는 현대의 삶을 살게 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계, 스케줄표, 구글 캘린더의 알람이 독재 정권처럼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곧 '즐거움 없는 긴급함'과 더 많은 것을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을 지배하려던 인간의 시도는 결국 시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기보다는 회피하는 전략을 통해서 무한함을 느끼려 하는데 이는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들로 당신의 시간을 채우게 되는 것을 말한다. 더 서두를수록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일들과 마추치며 더 좌절하게 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더 확실하게 세울수록 여전히 남아 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더 불안해진다.

 

반면, 인간의 한계성을 마주하고 그 한계성을 받아들이면 삶은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고 즐거워지는데, 불안감은 완전히 살아지지 않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떤 시간 관리법도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의 한계를 받아들인다는 건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하루하루의 계획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태도를 갖게 되면 스스로 해내지 못한 일에 대해 자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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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줄 아는 것이 우리의 선택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데, 결국 어떤 일에 시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건, 그 시간에 할 수 있었던 다른 일들을 포기한 것을 말하며 더 중요한 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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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이 있음을 이해하는 순간 불가능에 저항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갖게 될 것이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의미 있는 삶을 건설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상 그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 이유는 체계적인 시간 관리 요령을 아직 터득하지 못해서도 아니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아서, 더 일찍 일어나지 못해서, 혹은 당신이 원래부터 쓸모없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근본적인 가정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은 '작업은 주어진 시간이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늘어진다'라며 '파킨슨의 법칙'을 이야기했는데 이메일은 이런 아이러니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편리성을 위해 발명된 이메일은 인풋의 무한정과 더불어 모든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보내면서 더 많은 이메일을 받게 되는 '효율성의 함정'에 빠지게 되면서 끊임없는 굴레 속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것을 정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은 결국 '우리를 실패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며 우리가 정복하려는 '모든 것'의 크기를 한없이 키워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효율성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매우 분명한데, 모든 것을 할 시간이 있다고 분명하게 믿을수록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믿는 만큼 일을 계속 추가하게 되기 때문) 무언가를 더하기만 하고 빼지는 않기 때문에 중요한 자료를 조사할 시간은 결코 오지 않으며 이렇게 수년을 허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미루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선택'은 언제나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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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인정하면서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은 '확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이 순간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선택한 하나의 행위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일부를 쏟겠다는 긍정적 약속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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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대한 진리를 깨달을 때 느끼는 특별한 희열을 '조모(=현재를 즐기는 것, 순간에 집중하는 즐거움)'라고 하는데 이는 다른 기회에 대한 미련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을 의미하는 '포모'와 상반되는 개념이다. '조모'의 상태에서 우리는 특정한 즐거움을 포기하거나 특정한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는 자기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여러 선택지 중 확신하고 긍정적 약속을 함으로써 결정된 것이며, 자신의 삶 속에 기대할 권리가 전혀 없었던 시간을 어쨌든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교사인 <그레그 크레크>는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미루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기 위해 무엇을 미룰지 현명하게 결정을 하라는 것인데, 시간 관리법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방법이 우리가 인생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4000주>의 기본적인 시간관리법은 대부분의 책에서 제시하는 시간관리 법하고는 사뭇 대조되는데, 기존에 제시하는 방법론에서는 자신들이 제시하는 방법을 따르면 시간을 지배하며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막연한 희망을 갖게 하는 방식이라면, <4000주>에서는 오히려 유한한 시간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기존의 시간관리법은 우리가 겪고 있는 시간문제에 도움을 주는 척하지만 사실 관망할 뿐이며 우리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 관리의 세 가지 원칙>

 

첫 번째. 자신에게 먼저 투자한다.

 

▶매일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한다.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일정표에 기록해서 다른 약속 때문에 자신을 위한 시간이 방해받지 않도록 한다.

 

두 번째.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제한하거나 혹은 주어진 시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예) 동시에 진행하는 일을 세 가지로 제한하여 진행
▶이를 통해 고도의 집중력을 가질 수 있으며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해야 할 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양으로 나누기 시작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세 번째. 중간 우선순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미룸의 미학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인간이 초인적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집중해야 할 것과 무시해야 할 것을 현명하게 선택한다. 중요한 하나를 얻기 위해 나머지를 잃는 것은 당연한다.

 

하나의 행동 방식을 정해서 그에 전념할 때 환상 속의 또 다른 대안을 찾아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때 불안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한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선택한 길로 거침없이 뻗어나가라.

 


<왜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었던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을 그토록 불편하게 생각하는 걸까?>

 

이는 불쾌하거나 두려운 일들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대인들의 큰 문제는 지루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일수록 그 한계가 더 불편하게 느껴져 그런 불편함을 외면하고 싶은 순간에 우리는 지루함을 느끼며 중요한 일에서 멀어지려 한다.

 

우리는 현실에 대해 폐쇄 공포, 무력감, 속박감을 느끼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것이 지루함이 지나치리만큼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보통 지루함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 없는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지루하다는 감정은 인간의 통제력이 제한되는 매우 불편한 경험에 대한 강렬한 반응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특히 온라인상에서 산만해지는 경향이 너무나 다분한데, 이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산만함'이 우리가 산만해지는 궁극적인 원인은 아니며 '산만함'이란 자신의 한계를 직면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 장소일 뿐이다.

 


<그렇다면 집중하려 할 때 불쾌함을 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유감스럽지만 그런 비결 따위는 없다. 그저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뿐이다. 현실의 제약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더 이상 제약을 느끼지 않는 것만이 역설적이게도 현실적인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시간을 활용함에 있어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불안함'을 꼽을 수 있는데, 이러한 '불안함'은 미래가 우리 뜻대로 될 것이라는 확신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리고 '계획'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계획은 단지 생각일 뿐인데, 계획을 마치 현재로부터 미래 주위에 던져진 올가미처럼 취급해 내 손아귀에 쥐고 있으려 한다. 그러나 모든 계획은 '구현될지도 모르는 어떤 것'이라는 현재의 의사 표명일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의 활용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오직 미래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어쩌면 자신의 모든 행동 혹은 인생 그 자체를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면 '언젠가 마침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게 되는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현재에서 만족감이나 안정감을 느낄 수 없다. 자기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미래로 미루지 말고 지금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를 온전히 즐기는 방법>

 

하나. 취미를 가져보는 것을 추천
두울. 인내를 훈련해 보는 것을 추천
예를 들어 박물관에서 3시간 동안 하나의 그림이나 조각을 감상해 본다.(단,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 외에 핸드폰을 보거나 카페를 다녀오는 행위등도 하지말것)

 


<인내심의 세 가지 원칙>

 

첫 번째. 문제적 삶을 즐기는 것
문제란 존재의 본질 그 자체를 의미하므로 그 삶 자체를 즐겨보는 것이다.

 

두 번째. 급진적 점진주의를 받아들이는 것
이때 중요한 것은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라도 정해진 시간이 끝났다면 기꺼이 작업을 멈추는 것이다.

 

세 번째. 독창성은 모방의 저 먼 반대편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
초기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모방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축적하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인내심을 길러온 사람은 추후 자신만의 독창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시간과 관련하여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하나.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선택하며 소중한 4000주 동안 다른 사람들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

▶이를 위한 전략으로는 이상적인 아침 일과를 보내고, 개인 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매일 이메일에 답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등이 있다. 
▶문제점으로는 시간은 충분하지만 관련된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마주 앉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짐으로 인해 누군가와 함께 하거나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두울. 다른 사람들의 삶의 리듬과 기꺼이 맞추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더 깊은 의미의 자유
▶가족생활과 우정, 단체 활동의 리듬을 완벽한 아침 일상이나 일주일 계획보다 우선시하는 것을 말하며, 이는 시간에 대한 권력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점으로는 스포츠팀, 캠페인, 아마추어 합창단 등 단체에 참여함으로써 공동체라는 보상을 받는 대신 자신의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보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주적 관점으로 볼 때 우리의 문제점이라던가, 시간의 활용을 위해 자신을 끼워 맞추는 행위들은 티끌만큼 작은 일에 불과하며 하찮은 일로 여겨진다. 이렇듯 하찮은 존재로서의 인간을 깨닫는다는 건 우주와 자신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진실을 직면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데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소모적이며, 비범한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부적절한 것들에 반대하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주적 의미의 신과 같은 환상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유한한 삶의 경험으로 차분히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
우리가 곧 시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소유할 수 없다.

-하이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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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나를 이루는 물질이다.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우리는 바로 이곳에 '존재'할 수 있고, 온전히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이 순간 자신에게 중요한 몇 가지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며 더 높은 차원의 마음의 평화도 얻을 수 있다.

 

=====
사람은 살 수 있는 대로 사는 것이지, 살아가는 데 특별한 방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
다음으로 가장 필요한 일을 조용히 하십시오.

-칼 융-
=====

 

여기에서 '다음이자 가장 필요한 것'은 흠뻑 빠져 열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데, 칼 융의 인용 글을 통해 우리는 '사는 것'을 너무 어렵고 힘들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저 헛된 바램은 고이 접어두고 현실을 직시하며, 자신이 좋아하고 열망하는 일에 흠뻑 빠져 살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말한다.
유한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생산성, 성취감, 서비스 및 성취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순간,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과 유한한 인간의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남은 우리의 삶은 더욱 빛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열린 마음을 갖게 될 때, 삶이 문제없이 돌아가리라는 확신을 갖기 위해 모든 것들을 도구로 사용하려 하지 않고 모든 일을 자신의 방식으로 더 완벽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이 책의 주요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안 되는 것은 포기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자랑스럽게 시작하자.
■모든 것들을 도구로 사용하지 말자.

 

 

<부록>에 실려있는 시간의 유약함을 받아들이는 방법 10가지!

 

1. 동시에 진행하는 작업의 수를 제한하기
2. 할 일을 목록화하기
3. 무엇을 실패할 것인지 미리 결정하기
4. 해야 하는 일뿐만 아니라 이미 완료한 일에 집중하기
5. 관심을 통합하기
6. 단일 목적 기기를 사용하며 지루함을 이겨내기
7.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기
8. 인간관계를 연구하기
9. 관용적 행동을 즉각 실천하기
10.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하기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삶의 유한함', '미래의 불확실성', '효율적인 시간관리', '삶을 보다 가치있게 사는 법' 등과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도 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도 해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각각의 키워드로 보면 분명 모두 납득하고 있는 사항들이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 도구로써 활용하고 있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바쁘게 사는 현대 사회인만큼 멀티플레이어로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일도 하고 있었고, 분과 분 사이에 꾹꾹 채워 넣어 끝도 없이 해내야만 하는 일과 끝나지 않는 일 사이에서 허우적대던 때도 분명 있었다. 그리고 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엉뚱한 일들을 하며 빙빙 돌아가는 상황을 통해 불편함과 외면하고자 하는 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제는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효율적인 시간 분배를 통해 할 일을 구분 및 제한하는 것도 시도해 볼 생각이다. 미리 포기하거나 실패할 일들을 정해보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몇 분의 시간도 가져봐야겠다.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리뷰를 쓰다 보니 같은 맥락으로 비슷한 것들을 제시했던 책이 문득 생각났다. 일과 삶을 유연하게 병행할 수 있도록 습관과 생활 루틴에 대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던 책인데 '천인우 작가의 브레이킹 루틴'이다. 
항목별로 목록을 줄 세워보니 현재를 객관화해서 보는 것, 시간 활용에 대한 것,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대응, 해야 할 일에 대한 목록 정하고 제한을 두는 것, 이메일 확인과 같이 끝도 없는 일에 대한 업무 맺고 끊기 방식, 추가적인 일은 하지 않는 것 등등 비슷한 항목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제는 이것들을 나의 생활방식에 맞게 실천해 보는 것만이 남았다.

 

이 책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8000주라는 한정된 시간, 아니 어쩌면 그보다 짧을지도 모르는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앞서, 보다 근본적으로 관점을 다르게 보여준 점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 한 가지에 국한되어 있던 개념을 비틀어 다르게 보니 진짜 문제점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 꾹꾹 터져나갈 듯 시간을 활용할 게 아니라, 비우고 정리해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비단, 물건만 비우고 정리할 게 아니라, 시간 활용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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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뒤적이다 몇 년 전 읽고 보관 중이던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발견했다. 여기저기 박스마다 따로 들어있던 책들을 작년 겨울부터 대대적으로 정리하면서 책끼리 모아 정리해두었는데, 이번에 필요한 책이 있어 뒤적이다 다시 눈에 띄었다. 이 책은 누군가 읽어보라며 추천해 주어 읽게 된 책인데, 예전에 읽고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무소유와 간소함, 침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주의 사상가이며 실천가인 법정 스님은 '무소유'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에 하나다.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산속 오두막에서 수행하며 지냈으며 가난과 간소함 속에서 본질을 발견하는 삶의 길을 역설해온 분으로 자신이 소유한 것의 소유가 되어 버리는 인간 삶의 허상으로부터 벗어나라고 이야기하신 분이다.

 

이 책에는 자연, 산, 무소유, 침묵,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존재의 성찰 등에 대한 지혜가 담긴 짧은 문장들이 담겨있다. 문장들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재는 주로 산과 자연인데 아마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에 더 자주 언급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며 단순화 시키는 것에 대한 글과 침묵에 대한 글, 그리고 홀로있음에 대한 성찰이 특히 와닿았다. '진정한 자유란 정신적인 데 있으며 깨어 있는 영혼에는 세월이 스며들지 못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으며,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에 있음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라고 이야기 한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외적인 부분을 가꾸는데 정성을 들이기보다, 정신적인 부분의 깨어있음을 더 가꾸어야 한다는 것과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움직이며, 그래서 정체되어 녹스는 삶은 죽은 삶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는 놓치고 사는 진짜 중요한 것들을 한 번 더 꼬집어 주는 문장들이었다.

 

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고 한다. 알지만 우리는 욕심을 부려 계속 흘러넘치도록 소유하고 또 소유한다. 정작 몇일만 지나도 어디에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홀로 시간을 보내며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것,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것, 침묵으로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것. 오늘부터 실천해 보고자 하는 실천 목록들이다. 230여 편의 문장들 중 특히 기억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과 실천으로 옮기면 좋을 문장들 몇 가지를 남겨보고자 한다.

 

 

<날마다 새롭게>

 

(...)
때로는 전화도 내려놓고, 신문도 보지 말고,
단 10분이든 30분이든 허리를 바짝 펴고
벽을 보고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 물어보라.

 

이렇게 스스로 묻는 물음 속에서
근원적인 삶의 뿌리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의 잡다한 이기로부터 벗어나
하루 한순간만이라도
순수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하늘 같은 사람>

 

(...)
행복은 절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
그러므로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치려고 할 때,
영혼의 향기가 배어 있을 때 친구도 만나야 한다.
습관적으로 만나면 우정도 행복도 쌓이지 않는다.

 

 


<연잎의 지혜>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 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

 

(...)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존재는 그 누구에게도,
그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한때 일뿐이다.
살아 있을 때
다른 존재들과 따뜻한 가슴을 나누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그러므로 행복과 불행은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들고 찾는 것이다.
(...)

 

 


<사는 것의 어려움>

 

(...)
저마다 이 세상에 자기 짐을 지고 나온다.
그 짐마다 무게가 다르다.
누구든지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 인생이다.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달아나서는 안 된다.
그 어려움을 통해 그걸 딛고 일어서라는
새로운 창의력, 의지력을 키우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초의 한 생각>

 

(...)
지식은 기억으로부터 온다.
그러나 지혜는 명상으로부터 온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움튼다.
안으로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일.
이것을 일과 삼아 해야 한다.

 

(...)
명상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훈련이다.



(...)
내 마음을 활짝 열기 위해
무심히 주시하는 일이다.

 

 


<생의 밀도>

 

(...)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이다.
벌거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이다.

 

하루하루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앞이다.

 

그리고 내 영혼의 무게가
얼마쯤 나가는지 달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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