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남자 김철수 - 서른 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
김철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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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김철수』라는 책 제목은 너무 무난한 단어로 만 지칭되고 있어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보통'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보던 흔한 이름 '철수'라는 이름의 조합은 오히려 반전을 숨기고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단 표지에 기재된 키워드를 통해 힌트를 더 얻을 수 있었다.

 

#서른네살 #게이 #유튜버 #남친없음

 

일단, 유튜버로 활동하는 서른네 살의 게이 김철수라는 사람의 에세이라는 것이 파악되었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 세상에 자신을 오픈했다는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내가 나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을 통해 게이의 삶과 김철수라는 사람의 삶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처음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슬기, 아니 김철수는 한동안 외부 사회와 부딪치게 되면서 잠잠하고 평화롭던 그의 세계에 균열이 일어난다. 누구에게 털어놓거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없어 타인과도 거리를 두며 지냈던 그. 그 폭풍의 시간들은 지독한 부정기이자 짝사랑 시기였으며, 좌절과 절망과 분노와 행복을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면의 폭풍이 가라앉고 얼마쯤 고요해졌을 때가 대강 스무 살 초반쯤이었는데 그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김철수'로 개명한다. 남들은 여자 이름이라고 놀려도 스스로는 좋아했던 김슬기라는 이름을 버리면서까지 '김철수'로 개명했던 이유는 타인에게 나라는 사람을 알려주기에 가장 적합한 이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흔하고 친근하며 만만하게 느껴지는 '김철수'라는 이름은 그래서 자신과 꼭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세상 속에 인식된 평범함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게이'라는 이름의 성소수자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편견 속 더러움과 혐오라는 감정을 가장 먼저 알려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에 그걸 혼자 겪으며 어느 순간 그런 자신을 부정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편견을 깨기 위해 개명은 했지만 여전히 그는 어리고 미숙했으며 두려웠다. 그래도 무언가 부딪혀 보겠다는 일념으로 스물다섯 살 가족의 품을 떠나 서울로 오면서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향해 달려보기도 하고 게이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며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히 참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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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내 사진을 올리기로 결심했던 그날, 그날이 이 모든 일들(지금 이 책을 쓰기까지)의 시초일 것이다.

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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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감추며 지냈던 청소년기를 지나 오로지 자신을 내보이며 내가 나로서 있는 그대로를 타인에게 알려주기로 마음먹은 후 타인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린 그날은 아마 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전환점이지 않았을까?

 

사진 오픈 후 생각보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인기남으로 등극한 그는 모든 게이 술집들을 빠짐없이 드나들며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자 노력했고, 또 그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3~4년을 보내고 난 후 그것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게이라는 게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담배도 술도 하지 않는 그가 특정 단편적인 이미지를 쫓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생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것의 정의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활을 말하는 것인지,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한 정의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그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겨우 사회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몇 년간 했던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가 전부다. 그랬던 그가 유튜브를 만나며 또 다른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자신과 너무 잘 맞는 손장호라는 애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와 그의 애인의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면서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게이'라는 단어에 연관어로 검색되던 부정적이고 자극적이던 키워드를 일상적이고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상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동성애자(호모 섹슈얼), 양성애자(바이 섹슈얼), 무성애자(에이 섹슈얼), 범성애자(팬 섹슈얼)다성애자(폴리 섹슈얼), 큐어, 인터섹스등 성을 구분 짓는 이런 단어들에 갇혀 '평범하지 않음'이라는 것으로 규정된 사람들은 어쩌면 그의 유튜브에서 작은 소통을 통해 약간의 숨통을 텄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평범함'이고 무엇이 '정상적인' 걸까? 그건 누가 정하는 것이고 어떤 걸로 규정할 수 있을까?

 

'편견'에서 오는 색안경은 삶을, 사람을 병들게 한다. 예전보다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수히 많은 편견과 정확하지 않은 정보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자극적인 타이틀만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젠더 이슈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부분에서 편견을 가지고 삶을 대하는 사람들 속에서 아스라이 사라져간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위로와 위안을 얻을까? 자신을 부정당하고, 사람을 주눅 들게 하며,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없음은 살아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기를 원하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평범하고 싶어 '김철수'로 개명한 저자가 덤덤하게 풀어낸 에세이는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걱정 많고 예민할 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니컬하고 털털한 그의 성격이 글에서도 묻어나는데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사회적으로 규범 된 '게이 김철수'나 '성소수자 김철수'라기보다는 그냥 한 보통의 남자 김철수였다. '서른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있음'에서 끝났어야 할 이야기가 애인과 헤어지면서 '남친 없음'으로 끝나버려 안타깝지만 그것 또한 인생이기에 앞으로의 그의 삶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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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이나 어린 여자와 결혼한 아버진 머지않아 이혼하고 주식을 하다 재산도 날려먹었다. IMF였다.
(...)
내가 일곱 살 때, KFC 치킨을 들고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리던 할머니와 스물네 살 겨울까지 함께 살았고 그 시간 동안 우리 집은 계속 가난했다.

 

저자의 시니컬함과 덤덤한 문채를 엿볼 수 있는 대목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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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아 아쉽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나라도 언젠가 모든 사랑이 축복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본다.(기본적으로 사랑이 숭고하고 귀한 인연의 만남이라는 전제이지만 불륜이나 불법적인 행위는 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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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든 자기 자신을 믿는 일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했던 바를 이뤄가고 있는 삶을 살면서도 이 모호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가치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외부는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끊임없이 나를 흔든다. 나는 계속 나를 놓쳤다가 찾았다가 한다.

1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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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처럼 어떤 형태든 내가 나 자신을 믿어주는 것! 그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외부의 요인에 쉽게 흔들리고 거기에 기준을 맞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내 안의 나를 채워주지 못하며 좀먹게 만든다. 중심을 잡고 내가 나를 똑바로 바라봐 준다면 조금은 편견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이 내가 나로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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