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 신화가 아닌 보통 사람의 삶으로 본 그리스 로마 시대
개릿 라이언 지음, 최현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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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사는 세계사를 공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갖지만 실상 이 나라들을 속속들이 파악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국사를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나라들이 기록된 역사와 기록물들을 파악하고 분석해서 시대별 연대를 정리해서 알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창 시절 한참 지리와 역사 등을 배울 때는 시험을 위한 암기식 교육 방법으로 접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고 실생활에서 쓰임이 없어지면서 기억 저편으로 조용히 잊혔다.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각 나라들의 역사가 궁금해졌고 그 모태가 되는 그리스, 로마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방대한 양과 기록에서 한번 질렸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은 전체보다 부분적인 것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단편적으로 궁금한 것을 알아가는 식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짜' 궁금한 그들의 생활상은 알기 어려웠다. 특히나 그리스, 로마는 신들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래서 신화적인 부분들이 강조되는 부분이 많아 그 당시 실제 존재하고 살았던 이들의 삶의 모습을 알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러한 나의 궁금증과 목마름을 말끔히 해소시켜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목차만으로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떤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지 모두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책에서도 알려주지 않았던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에 대해서 사소한 것부터 현실적인 문제까지 짚어서 질문하고 답해준다. 로마와 그리스인들의 차이점과 그 당시 유행하던 것들과 선호하던 것들의 차이, 인식의 다른 점 등을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어 유쾌하면서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다.

 


<목차>

 

1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들

 

1 그리스·로마인들은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
2 그들도 현대인들처럼 면도를 했을까?
3 어떤 반려동물들을 키웠을까?
4 당시에도 피임을 했을까?
5 고대 진찰실의 풍경은 어땠을까?
6 식탁 위에 어떤 음식들이 차려졌을까?
7 그들은 정말 알코올중독자들이었을까?
8 어떻게 시간을 기록하고 약속을 했을까?

 

2부 문명의 뿌리가 담긴 사회의 단면들

 

9 평균 수명은 몇 살이었을까?
10 평균 키는 어느 정도였을까?
11 돈을 얼마나, 어떻게 벌었을까?
12 고대 도시에는 어떤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었을까?
13 노예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14 고대 사회에서도 이혼을 했을까?
15 남색 행위가 지극히 흔한 일로 여겨진 이유는?
16 나체 조각상이 왜 그렇게 많이 만들어졌을까?

 

 

3부 떼려야 뗄 수 없는 신화와 종교 이야기

 

17 그리스·로마인들도 신화를 믿었을까?
18 유령과 괴물, 그리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었을까?
19 고대 주술 의식 현장의 모습은?
20 인신 공양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을까?
21 델포이 신탁에서 피어올랐다는 미스터리한 증기의 진위는?
22 이교 신앙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4부 올림픽과 콜로세움의 현장 속으로

 

23 오늘날처럼 프로 운동선수들이 있었을까?
24 그들도 헬스장에 다녔을까?
25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26 콜로세움 건설에 담긴 경이로운 이야기는 사실일까?
27 무대 위 동물들은 어디서, 어떻게 잡아왔을까?
28 검투사들은 정말 영화 속 모습처럼 살았을까?

 


5부 전쟁과 정치의 세계

 

29 전투 코끼리는 고대 최강의 무기였을까?
30 요새 도시 함락전의 광경은?
31 비밀경찰, 스파이, 암살자가 있었을까?
32 로마는 왜 게르마니아와 히베르니아를 정복하지 않았을까?

 


6부 그리스 로마 시대 그 이후

 

33 제국 붕괴 후 로마의 모습은?
34 알렉산드로스의 시신을 두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35 라틴어와 달리 그리스어가 진화하지 못한 이유는?
36 그리스·로마인의 진정한 후손은 누구일까?

부록: 고대 시대에 대한 간략한 문답 시간

 

 

현재는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것이지만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치렁치렁한 천을 온몸에 휘~ 두르고 다니는 게 과연 편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 질문에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일반적인 그리스 로마사를 다룬 책에는 왜 바지를 입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그들이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전쟁과 수없이 바뀐 왕, 그리고 신화처럼 전하는 반 허구성의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이런 이야기들은 너무 많이 다루고 있어 '진짜' 궁금한 이야기는 사소하지만 평범한 그들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목마름을 이 책이 말끔하게 해소해 주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떻게 사람들의 궁금증을 알게 된 것일까? 미술관을 함께 방문했던 한 제자의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왜 바지를 입지 않았을까?에 대한 답을 하자면 처음에는 야만적인 것으로 여겨 바지를 입지 않았으나, 전쟁을 치르던 로마의 군단에서 북방의 추운 겨울을 견디기 어려워 결국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처음에는 모직이나 가죽 반바지를 입다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전신 길이의 바지를 입는 수순을 밟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의복에 대해 확장 개념으로 속옷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실려있는데 여성 대부분은 오늘날의 브래지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가슴 밴드를 착용했으며, 그리스 남성들은 튜닉 아래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에 대해 한 저술가가 기록한 이야기도 실려 있는데 <투르의 성 마르티노>를 찾아온 한 방문객이 성 마르티노의 화롯불 대각선에 앉아 다리를 쩍 벌려 앉았다가 의도치 않게 성인에게 성기를 시원스럽게 보여주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담겨있다. 

 

이렇듯 하나하나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고대 그리스 로마인의 삶을 생생히 들려준다.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36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궁금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을 만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또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부록>에 역사적 내용을 시간에 따라 간략하고 명확하게 정리한 부분이다. 그리스인/로마인/고대후기라는 타이틀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 두었는데 핵심을 명확히 찌르는 질문과 역사적 흐름에 따라 인지하기 편하도록 정리해둔 부분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공부하고 배웠던 내용을 하나로 통합시켜주어 한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 간략한 흐름을 알고자 한다면 <부록>에 기재된 내용을 읽어보면 되고, 그 당시의 현실적인 삶과 생활상, 그리고 사고방식 등을 알고자 한다면 36가지 문답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감 넘치는 도판도 다양하게 담겨있어 눈으로도 직접 확인이 가능하니 이 책 한 권이면 고대 그리스 로마를 파악하는데 든든한 역사서 한 권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유쾌한 질문과 현장감 가득한 답, 그리고 눈으로 보는 생생한 사진을 통해 고대 그리스 로마의 민낯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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