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의 시대 - 문해력 붕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박세당.박세호 지음 / 다산스마트에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서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생각만큼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특히 종이책의 경우는 전자책에 비해 더 심한데, 이 책에서는 독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읽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며 그 원인과 대책들을 심도 있게 다룬다.

 


 

한때 인터넷에서 한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큰 이슈가 되었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를 통해 현시대 사람들의 문장력이나 어휘 이해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적이 있다. 어쩌면 이 책은 그 문제의 원인과 답을 우리에게 제시해 줄지도 모르겠다.

 

글이나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사회적 국가적으로 큰 문제점을 야기한다. 과거 잘 살지 못하던 시절에 문맹이 많아 글을 쓰지 못하고 이해를 못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특히나 한참 글을 배우고 익히는 아이들의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 조금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나 이 현상이 하루아침에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라 꽤 오랜 시간 이어져온 현상으로, 앞으로 이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서 서둘러 교육시스템과 사회시스템에 적용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다. 같은 한글을 사용하며 말하고 쓰지만 서로 이해를 못 하고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다방면에서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이미 그런 현상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다.

 

그래서 후천성 독서 장애라고 말하는 '난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저자는 일찍이 '난독'에 대해 연구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6년의 시간 동안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 책은 그간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일종의 보고서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읽으면서 '난독'의 정의는 물론 난독의 원인과 사회적 현상,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 방안까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질적인 난독 치료 경험 과정을 살펴보며, 스스로 자신의 현상태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책의 서두에서는 '난독 현상'을 겪는 이유와 원인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해결책을 살펴보기에 앞서 자세히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야 그에 따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으니 난독의 근본 원인과 현 사태들을 통해 '난독'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심각한 어휘 부족을 겪는 건 난독 현상에서 기인하는데, 부족한 어휘를 채워 넣는 작업은 쉽지 않다. 왜냐면 결국 난독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25페이지 中
=====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총체적 난국의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난독 현상은 어휘 부족으로 생기는데, 어휘 부족을 채워 넣기 위해 '난독'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 아이러니라니. 

 

 


=====
문해력 붕괴라는 이 괴물은 난독으로 인한 독서력과 독서량의 절대 부족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초등학교의 독서 교육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코로나19 탓에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바람에 교사와 아이들의 직접적인 소통이 불가능해졌다.
(...)
공교육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는 게 이 때문이다.

26~27페이지 中
=====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불거졌던 문제점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초등학생들의 인지력과 습득력이 코로나 이후 현격히 떨어졌다는 기사를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
이 문제는 글을 제대로 읽게 하면 해결된다. 즉, 글을 못 읽는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그 원인인 후천성 독서 장애(난독)를 해결하면 된다는 얘기다.

29페이지 中
=====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히 말해, 제대로 읽게 하면 해결된다고 말한다. 특히 후천성 독서 장애인 '난독'일 경우에 대한 해결 방안을 뒷부분에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구분 지어야 할 것은 선천성 독서 장애인 '난독증'과 '후천성 독서 장애인 '난독'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
현재 학생들의 성적이 저하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바로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 때문이다.
(...)
현 교육 방식은 학생들의 두뇌에까지 접근하기는 커녕 시각적 주의조차 끌지 못하기에 문제다. 난독 현상 때문에 학생들의 문자 감수성이 극단적으로 무뎌져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

 

문장 인식은커녕 단어의 습득 단계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한 단어로 뭉뚱그려 다루려 하다 보니 이미 지난 세기에 쓰이고 퇴출된 문해력이라는 말을 다시 불러낸 것인데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1960년대 이전에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해 생겨난, 이른바 까막눈이나 문맹이라는 개념과 오늘날 글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는 분명히 다르다.

32페이지 中
=====

 

학생들의 난독 문제가 심각해진 원인과 현 교육시스템의 현주소와 문제점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
문해력은 공감 능력을 말하는데, 이해한다는 것은 곧 공감한다는 것을 말한다.
(...)
지식은 나의 보편적 정서와 맞아떨어지거나 교과서 등으로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확보한 지식이 있기에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과정의 목표는 하나, 나의 지식으로 흡수되어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이 발휘되는 부분을 사물과 사건에 대한 공감력이라고 할 수 있다.
(...)
문해력이 높은 사람이 당연히 공감력이 높다.

35페이지 中
=====

 

문학과 비문학을 통틀어 해석하는 능력이 문해력이라고 한다면 문해력과 공감 능력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결국 '난독'이라는 것은 글이나 문장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다는 것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
난독 해결의 목표는 당연히 정독이다. 사전상 뜻풀이는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읽음'으로 '정교한 독서'를 의미한다.

37페이지 中
=====

 

=====
문해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비법은 '정속독으로 여러 번 읽기' 이것 하나뿐이다.

39페이지 中
=====

 

=====
이해력은 유창성과 어휘력을 전제로 한다. 유창성은 모든 단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내는 정속독이며, 어휘력은 단어가 가진 다양한 활용성과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 즉, 탄탄한 어휘력을 기반으로 모든 글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 내는 것의 반복이야말로 문해력을 완성하고 이끄는 비법이라는 뜻이다.

47페이지 中
=====

 

난독 해결과 문해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으로 '정독'과 '정속독'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뒤에 해결 방안에서 보다 자세히 확인해 볼 수 있다.

 

 


난독의 원인이자 시작을 살펴보면, 아이폰의 탄생과 함께 주변 콘텐츠 환경이 급격히 변화했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이로 인해 문서와 책을 포함한 콘텐츠 사용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났고 그 여파로 현 인류에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난독 현상이 대대적으로 발생했다.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할수록 집중력이 저하되고 성적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는데, 어떤 과학자는 인지 기능 손상, 감정 조절 장애, 낮은 자존감 등을 이유로 스마트폰 과의존에 대한 결과가 알코올 중독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과의존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자제력 저하를 꼽을 수 있는데, 감정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며, 자극적인 것에 취약해짐으로써 '자기조절능력 또는 통제력'이 떨어지고 '과다 사용 또는 중독 위험'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진다. 이를 통해 난독 현상과 스마트폰 과몰입 간에 분명한 상관관계도 파악해 볼 수 있다.

 

현시대에 '난독'으로 인해 겪는 문제점과 상황들도 엿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함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
<사례 1>

2030 세대에 대한 기업인들의 인식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보고서, 기획안 등 문서 작성 능력 부족'과 '구두 보고 및 업무 지시 이해 능력 부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텍스트 기반 소통 능력 부족(글을 읽지 못하는 상태)'과 '구두 기반 소통 능력 부족(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상태)'이었다.

 

이 말인즉슨, 젊은 직장인들이 보고서 작성은 물론이고 심지어 상사의 지시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쩔쩔맨다는 얘기다. 글로도 소통하지 못하고 말로도 소통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74페이지 中
=====

 

=====
<사례 2>

 

더욱 황당한 일은 학부모들이 가정통신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담임 선생님께 '요즘 누가 글을 읽나,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달라'라며 자신의 무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교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이런 사유로 한 학교당 200여 건이던 가정통신문 발행 건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900여 건으로 폭증했다고 한다. 점점 피로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다.

76페이지 中
=====

 

 


지금까지 살펴본 '난독'의 원인과 현 실태를 통해 후천적 독서 장애가 가진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시선추적 기술과 분석 기법을 통해 읽기 과정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인데, 저자는 이를 위해 '시선추적기'를 이야기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난독'을 해결하기 위한 사전 검사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읽기에서 시선추적기를 이용해 시선 처리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살펴보면, 난독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난독과 난독증의 구분>

'난독증'은 선천적인 독서 장애인 반면, '난독'은 후천적이며 환경과 생활 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첫 번째 사진에서는 어렵거나 익숙하지 않는 어휘에 시선이 고정되는 현상을 확인해 볼 수 있으며, 두 번째 사진에서는 줄 건너뛰기 현상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시선 추적기'를 이용해 사전 분석을 마쳤다면, 본격적으로 난독 치료의 해결 방법에 대해 지금부터 살펴보자.

 

난독 치료를 해결함에 있어 그 목적을 먼저 살펴보면 '어휘력의 복구', '망가진 시선 이동의 복구', '느려진 읽기 속도의 복구'를 말할 수 있는데 <RSVP>와 <워드 플레이어>라는 발명품을 통해 어떻게 난독을 해결할 수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자.

 

이 책에서는 난독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 1호 난독 전문가 박세당 저자가 한국에서 최초 개발한 <워드 플레이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워드 플레이어>는 <RSVP>를 보다 고차원적으로 발전시킨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워드 플레이어>를 통해 훈련할 때는 최대 6개월을 넘기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의 집중 치료가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난독인의 소감 일지상 자각, 교사의 관찰, 시선추적기의 기록들을 통해 위의 세 가지 부분(목적 3가지)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5장에서 실제 사례를 통해 자세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1. RSVP
오직 정면만 볼 수 있도록 경주마에게 씌우는 치안대처럼, 사람의 시각을 단어에 집중시키고자 고안된 기술로 빠르게 글을 보여줌으로써 시선이 튀지 않게 하고, 글을 차례차례 보여줌으로써 하나씩 나타나는 단어를 쳐다보는 데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RSVP가 가져다주는 세 가지 효과>
▷독서 습관 개선(건너뛰어 읽기 방지)
▷독서 시 시선 고정 문제 극복
▷일부 난독증 개선

 


2. 워드 플레이어
동영상 플레이어나 mp3 플레이어처럼 텍스트 문서를 단어, 즉 워드 단위로 좌에서 우로 다양한 속도로 움직이게 디자인된 문서 뷰어를 통칭하는 말이다.

 

워드 플레이어는 눈을 통제하여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한다는 RSVP의 기본적인 원칙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킨 기술로, 워드프로세서나 전자책 등 현대의 표준 디지털 문서 규격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더불어 정상적인 시선 이동을 보장하고 나아가 교정하고 촉진하는 기능도 탑재로 시선추적기가 드디어 본연의 빛을 찾게 되었다.

 

<워드 플레이어가 키워주는 네 가지 능력>
▷정독 능력
▷암기능력
▷정속독 능력
▷반복 읽기 능력

 

 


훈련 방법은 시선추적기를 이용한 전수 조사와 어휘 테스트 후 워드 플레이어를 사용한 20시간 시간의 집중 치료 과정을 통해 치료의 변화 과정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훈련의 처음과 마지막에 시선 추적기를 통해 살펴본 결괏값을 살펴보면 확연히 달라진 결괏값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훈련 후 난독을 벗어나 독서에 흥미를 느끼고 인성과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연령별 맞춤 추천도서 리스트도 함께 실려있었는데, 참고해 봐도 좋을듯하다.

 

위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난독 탈출 방법 외에도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난독 개선법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아이와 함께 훈련해 보면서 난독도 탈출하고 독서습관도 기를 수 있으면 좋겠다.

 

첫 번째. 마법의 단어장으로 어휘력 늘리기
1. 첫 번째 읽을 때(1독)는 하이라이트와 단어 해설 숙제를 한다.
2. 두 번째 읽을 때(2독)는 붉은색 셀로판지를 대지 않고 하이라이트 한 단어와 뜻을 큰 소리로 읽어가며 책을 읽는다. 
3. 세 번째 읽을 때(3독)는 만약 자신이 있다면 셀로판지를 덮어가며 읽는다.

 

두 번째. 큰 소리 낭독법
처음부터 끝까지 되도록 크고 또렷하게 책을 소리 내어 낭독하는 것이 전부다.

 

세 번째. 독서 시 줄바꿈 부분을 건너뛰지 않는 연습
형광펜을 가지고 책의 오른쪽 마지막 단어를 한 줄도 빠뜨리지 말고 칠하면서 읽는 것이다. 1독 때는 모든 줄의 마지막 단어를 칠하면서 읽고, 2독 때는 칠한 것을 빠뜨리지 않고 읽으려 노력하며, 3독 때는 자연스럽게 읽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의식하면서 읽는다.

 

네 번째. 메타인지 3독법
1독때는 모르는 단어와 흥미로운 부분에 밑줄을 치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한다. 모르는 단어는 반드시 사전을 찾아 뜻을 작게 기록하면서 단어와 뜻을 한 번씩 낭독하는 방법으로 익혀나간다.

 

2독때는 처음부터 다시 읽되 모르는 단어를 찾아둔 것에 집중하면서 전체 내용과 버무려 책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모르는 문장이 있으면 새로 밑줄을 친 다음 반드시 모르는 것이 없게 한다.

 

3독때는 다시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책 내용에 깊이 빠져드는 재미를 느끼는 것을 1차 목표로 한번, 남에게 책의 내용 및 내가 느낀 감동을 말로 전달해 주는 것을 목표로 또 한 번, 전체 줄거리를 생각하면서 밑줄을 치지 않은 부분에도 신경을 써가며 읽는다.

 

 

난독이 처음에는 개인의 문제겠지만, 사회가 이런 현상을 고치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하면 사회 전체가 서서히 그렇게 변한다. 무서운 말이지만 수렁에 따지는 것처럼 확실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때로는 냉정해져야 한다.

 

말과 글이라는 것이 사용자나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변화와 '난독'은 분명히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심각할 경우 글을 읽고 쓰는 것은 물론, 서로 간의 소통의 부재를 야기하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심심한 사과'와 같이 사회적 동조 현상이 일어나면 어느새 그 뜻과 의미는 퇴색되고, 아예 전혀 다른 의미로 변조되어 의사소통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난독'을 단순히 글을 잘 읽지 못하거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국한된 의미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개인에서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단순하게는 개인의 인격과 학습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사회적 일원으로서의 관계 형성과 소통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 그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를 위해 독서장애의 문제점과 중요성에 대해 우리 모두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할 수밖에 네오픽션 ON시리즈 5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부살인이라는 끔찍하고 섬뜩한 주제를 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따뜻한 인간애와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어 읽는 내내 깊이 빠져들었던 이 책은 중심인물의 덤덤한 독백과 서로의 이해관계를 차분히 풀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준비한 이의 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그리고 마침내 성사되었다고 마음을 놓은 순간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은 또 어떠했을까? 소중한 이를 한순간에 잃고 남은 이들이 겪어야만 했던 상실과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삶의 고통과 성장에 대해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

 

라경의 불행은 어쩌면 엄마의 재혼으로 잠깐 함께 살았던 새아빠 '이기섭'을 알게 된 시점부터가 아닐까 싶다. 짧은 재혼 기간 동안 이기섭은 엄마를 폭행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데 이것은 라경의 삶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자 복수를 꿈꾸게 되는 계기가 된다.

 

10살의 어린아이였던 라경은 쓰레기 같았던 이기섭으로 인해 엄마를 눈앞에서 잃고, 성폭행으로 인해 심한 불면증과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가슴에 큰 상실감을 안고 할머니와 단둘이서 살아가던 그들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에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때론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 문제는 늘 회피하는 문제이자 슬픔의 근원이었다.

 

라경은 성장하면서 대체적으로 소극적인 태도와 회피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는데, 그러다 서서히 옆에서 항상 적극적이고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친구 지나와 고난을 함께 겪어나가면서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겨나가는 마인드를 갖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복수를 갈망하게 되고 이를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하기에 이른다.

 

그녀에게 있어 불행의 시작이기도 한 이기섭을 청부 살인하기 위한 준비는 오랜 시간 촘촘히 이루진다. 어떠한 증거도 물증도 없는 상태로 진행될 수 있도록 라경은 다양한 확률과 가설을 세우며 마침내 이를 실행해 줄 가장 적합한 살인청부업자 '연'을 찾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이기섭을 향한 라경의 복수 의뢰는 실행으로 옮겨져 '성공'적인 결론에 다다른다. 그러나 이내 곧 '실패'라는 메시지와 함께 착수금 일부를 되돌려 받기에 이른다. 자신의 복수는 비록 실패했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이기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형사들은 이기섭의 죽음을 두고 살인과 사고 사이에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기 시작하는데 이 범주에는 라경도 포함된다.

 

서서히 이기섭의 죽음과 관련하여 진실이 파헤쳐 지기 시작하면서 라경은 미처 자신이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가까이 있던 이들의 깊은 애정과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복수가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라경에게 있어 삶의 의미를 잃고 결핍된 삶 속에서 복수는 한때 살아가는 힘이자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거스르지 않고 사랑의 힘으로 끌어안고 간 이의 마음은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오랜 시간을 멀찍이서 지켜봐 주고 보듬어 안아주며, 마지막을 정리한 이의 사랑과 소중한 마음이 느껴져 먹먹함마저 든다.

 

복수는 허무하리만치 한순간에 끝났다. 그러나 그 죽음에는 많은 이들의 아픔과 상처가 숨어있었다. 복수의 끝에서 만난 '연'과 친구 '지나', 그리고 이기섭의 현 아내 '김지연', 우연을 가장해 다시 재회한 전 남자친구 '준', 비슷한 아픔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 학원 수강생 '상하'와 제2의 이기섭인 학원 인기 강사 '박민우'.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각자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제각각의 이유가 담겨있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상실과 결핍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방법 또한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살아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무기력증과 우울감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적극적으로 이를 탈피하기 위해 당당히 맞서는 이들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우리 모두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살인청부'와 '복수'를 다루고 있지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악의 집합체였던 '이기섭'을 제외하면 모든 사람들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데, 저마다의 방법으로 살아가고자 애쓰는 모습들에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반전과도 같았던 결론은 사랑과 이해를 담고 있어 더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어두운 주제에 비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장소와 등장하는 소품들은 딱딱한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와 대조를 이뤄 묘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런 구도들이 주는 긴장감과 미스터리함은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도록 하는 중독성이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살인을 의뢰하기 위해 방문한 연의 상담소 내부의 벽면에서 발견한 두 개의 액자가 그러했다.

 

=====
옅은 핑크색의 벽면에 하늘색 톤 캔버스, 녹색의 야자수는 어딘가 부조화스러우면서도 산뜻했다. 세 가지 색감이 조화를 이룬 벽면이 그나마 사무실에서 생동감을 주는 인상적인 영역이었다.

18~19페이지 中
=====

 

두 번째는 의뢰비를 지불할 때마다 접속하는 장소가 그러했다. 홍대 앞 카페 '아이보리' - 교대역 '블랑' 카페 - 개인 서재 감성을 담은 책방 '푸른 밤'. 살인청부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감성 가득한 카페와 서점의 공간은 아늑함과 따뜻함을 선사하는 공간이자 동시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의뢰의 공간이기도 했다.

 

세 번째는 '할머니의 십자수'를 꼽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십자수하면 생각나는 '정성'을 넘어 이 소설에서 십자수는 다중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라경에게 십자수는 어딘가 고리타분하고 피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다.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인내의 시간이자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인 동시에 후반부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품이기도 하다. 이후 십자수로 인해 진실을 파악하게 되면서 라경에게도 그 의미가 변하게 된다.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자 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이러한 소품과 장소들은 '살인청부'와 '복수'라는 주제와 맞물려 일상의 평범함과 사랑을 더 부각시켜 주는데,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복수극이나 살인을 다루는 소설들과는 달리 피 튀기는 끔찍함이나 섬뜩한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속 한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는 복수를 위한 살인청부라는 주제로 시작되지만 그 과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들의 삶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꼬여있는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관계를 재정립하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마주 보면서 가족, 친구, 사랑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위로와 위안을 건넨다. 특히 라경의 독백을 통해서 전해지는 문장들은 큰 울림을 전하는데 우리 삶에서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삶, 놓치고 있는 것의 가치,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들을 통해 우리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

 

=====
지나가 알고 있는 나와 알지 못하는 나, 그 사이의 간극은 얼마나 깊은 것일까. 누군가 알고 있는 나와 알지 못하는 내가 있다면 어디에 서 있는 내가 진짜 나일까. 그 간극을 오가는 내가 진짜 나일까. 서로를 안다고 말할 때, 그것은 결국 '보여지는 부분'을 안다는 말이다. 상대에게 '보여준 나'를 알고 있을 뿐이다. 지나는 살인자가 될 수 있는 나를 보지 못했다. 내가 보여준 적이 없으니.

36~37페이지 中
=====

 

=====
삶에서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그 무언가를 위해 현재를 버티는 것이 얼마나 피로한 일인지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목적'이 있는 삶은 알차지만 고되다. 목적에 묶이면 다른 부분은 암흑이 된다. 미래 속으로 현재를 구겨 넣어야 한다.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들이었다.

55페이지 中
=====

 

=====
자신의 고통에 매몰된 인생은 타인을 돌아보지 못한다. 나의 고통 너머를 보는 삶. 이제 달라진 삶을 살 수 있다는 징조를 읽는다.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59페이지 中
=====

 

=====
현재는 오롯이 현재만의 것이 아니다. 과거의 순간순간이 현재로 오고 미래로 간다. 과거가 과거로써 남으려면 제대로 된 끝을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때를 놓치지 않는 매듭이다. 적정한 매듭이 지어진 과거만이 과거로 남는다.

62페이지 中
=====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 무겁지만 회피해서는 안 되는 삶의 이면들을 이 소설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관심은 있지만 섣불리 다가서기엔 먼 당신이 '철학'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아 내심 고마운 마음이 든다. 더불어 저자의 수업을 직접 들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도 인다. 어설프게 남들이 해석한 철학자들의 문장이나 늘어놓는 여타 책이나 수업과는 다른, 철학을 올바로 해석하고 이해함으로써 나와 우리 사회를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일찍이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상상에 아쉬움이 들어 더 궁금증이 일었는지도 모르겠다.

 

철학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와 사회, 삶과 철학의 균형이 잘 맞춰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에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았나 싶다. 

 

'철학'이라고 하면 다소 어렵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데, 그런 철학 사이사이에 저자의 어릴 적 이야기는 물론, 가족 이야기와 현실적인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철학의 시선과 잘 버무려져 딱딱하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데로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삶과 그가 바라보는 철학적 시선은 어딘가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것이 어느 한곳에 쏠려있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어 '나'와' 우리 사회'에 대해서 올곧은 시선으로 다시금 깊이 있게 생각하게 했다.

 

내가 오로지 나로서 사는 것은 무엇이고, 노자와 장자 철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는 어떤지, 진짜 중요한 것의 가치는 무엇이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담아내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뿌듯함마저 들었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철학적 사고를 지녔던 저자의 일화를 통해 저자가 얼마나 철학에 마음을 두고 있었는지, 또 심도 있는 고민들을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도 엿볼 수 있었는데, 이 정도면 타고난 철학가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
나는 고등학교 들어가서 1학년 때까지는 멀쩡했다. 그런데 2학년 올라가면서부터 공부를 안 하게 되었다.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나는 공부를 하는 대신에 공부하는 내 모습을 관찰하였다. '공부란 도대체 무엇인가?', '인간은 왜 공부를 할까?' 그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83페이지 中
=====

 

곳곳에 장자와 노자는 물론 공자의 문장들을 인용하며 올바른 해석과 함께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과 우리 사회 속 정치와 이념들에 대해서도 담고 있었는데, 하나하나 참고하면 좋을 문장들이 많아 인생 공부를 한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살펴봤던 것 같다.

 

먼저 나 자신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반성하고, 나를 잃지 않으며, 스스로 원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 별이 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안에 '나'를 두지 말고 '나'가 모여 '우리'가 되는 양상을 해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데, 00화 되는 양상을 멀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문장으로 해석된다.

 

=====
굳어져가는 나의 반짝거림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간 고리가 있다. '반성'이다. 어떤 가치도 지속적인 반성이 따르지 않으면 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별똥별보다 더 짧은 순간을 사는 인간이 영원한 별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부정, 반성, 의심이 필요하다. 

29페이지 中
=====

 

=====
돈이 역사적 책임성이 가지면 자본이 되고, 부자가 역사적 책임성을 가지면 자본가가 된다. 또한 국민이 역사적 책임성을 가지면 시민이 된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자기가 별이 되어야 한다. 시민으로서 역사적 책임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왕의 그림자로 사는 백성이 아니라 별처럼 사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37~38페이지 中
=====

 

=====
원한다는 것은 '기대한다' '바란다'하고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기대하고 바란다'에 자기 영혼이 참여하는 정도보다, '원한다'에 자기 영혼이 참여하는 정도가 훨씬 커 보인다. '원한다'에는 자기 전체가 다 참여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이 분명하면 거기에 맞춰서 모든 일이 질서를 가진다. 더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들이 명료하게 순서를 갖는다.
(...)
'별처럼 산다'고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내가 나로 빛난다'는 뜻이다. 내가 나로 빛나면 유한한 시간 속에서 무한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원하는 것'이다.

39~40페이지 中
=====

 

=====
내가 나로 등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나'는 쉽게 '우리' 속에 용해되어버린다 '나'들의 연합으로 '우리'가 구성되어야 사회가 건강하다. 정해진 '우리' 속으로 들어가서 '나'가 용해되어버리면 그 사회는 쉽게 이념화되거나 진영으로 나뉘어 분열하기 쉽다.

90페이지 中
=====

 

=====
강력하게 원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영감은 없다. 성공도 없고 행복도 없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매우 적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보다는 더 놀랍고 슬픈 일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자신에게 묻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

94페이지 中
=====

 

=====
인간이 지치지 않고 마음껏 펼쳐 나갈 힘을 주는 것이 영감이다. 영감은 무엇인가를 강하게 원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자에게 오는 선물이다.

96페이지 中
=====

 

 


이 책에는 '나'에 대한 통찰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삶, 인생 가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한계에 부딪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분석 및 진단하여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담고 있는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점검하고 실천해 보면 좋겠다. 나라 안팎으로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여러모로 와닿았던 문장들이 많았다.

 

=====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서 한평생을 산다는 것은 책받침 두께 정도의 얇은 틈새를 천리마가 휙 지나가는 것과 같다. 홀연할 따름이다. -장자 <지북유>-

인생이 매우 짧다는 것을 알고 나서 극단적인 허무에 도달한 한 인격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토록 극단적인 허무에 도달한 사람이 또 무한 변화를 우주적 크기로 완수하는 역동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허무와 무한 확장은 이렇게 하나로 연결된다.
(...)
우주는 원래 허무하다. 허무하게 생긴 우주의 존재 형식을 노자나 장자는 '도'라고 불렀다. 이런 도의 이치를 온전히 깨닫고, 그 이치를 자기화해서 구현할 능력까지 겸비하면, '득도'했다고 말한다. 우주적 삶을 살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단계에 오른 자가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일을 잘 수행한다면, '도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궁극적 사명은 득도하는 데에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108~109페이지 中
=====

 

삶이란 눈 깜짝할 새 지나가 허무하지만, 삶이 유한하기에 사람들은 무한한 크기의 역동성과 자기발전을 이루어내기도 한다. 저자는 우주에 빗대어 노자와 장자가 이야기한 철학과도 결부하여 이야기하는데, 인간의 궁극적 사명이란 '득도' 하는 것이며 이것을 위한 자기성찰과 자각을 이야기한다.

 

 


=====
성공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는데, 이미 한번 성공을 거둔 전적이 있는 사람일 경우 '성공의 기억'에 갇혀 그 성공의 기억으로 다루려 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기억은 과거이고, 한번 더 해야 할 성공의 결정적 순간은 이미 과거를 벗어나 있다고 말하며 문제는 새로운 조건 앞에서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한다.

 

노자는 우리가 성공의 기억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라고 다음과 같이 권한다.

 

공이 이루어지면, 그 공을 차고앉지 말아야 한다.
-노자-

124페이지 中
=====

 

한 번의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이 흔하게 빠지는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일 수 없고, 과거는 과거로만 남겨두어야 함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때때로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취해 오만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경계하라는 문장으로 해석된다.

 

 


남들이 만들어 둔 것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따르는 수동적인 삶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는 철학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이야기였다. 타인이 만든 이론을 따라가는 종이 될 것인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인도하는 주인이 될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
자신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철학화하지 못하고, 정해진 철학을 이념화해서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쉽게 이념이나 신념에 빠진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하려는 야성을 잃고, 남이 정해준 정답을 찾아 얌전히 적용하려고만 한다.
(...)
세련되고 정밀한 이론은 그들을 매혹시킨다. 그래서 절절한 마음으로 기꺼이 그것의 충실한 종이 된다.

173페이지 中
=====

 

=====
종이 지켜야 할 것이 많다. 지켜야 할 그것을 자신이 만들지도 않았다. 자신이 만들지 않은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인도하는 모순적 상황은 내면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
하나의 이념을 신념처럼 가진 사람은 이 세상을 모두 참과 거짓이나 선과 악으로 따지기 좋아한다.

174페이지 中
=====

 

 


'정해진 마음' 즉 틀에 갇힌 사고방식에 대해서 언급하는 문장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이것이 지닌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
'정해진 마음'에 지배되는 상태가 되면 그 사람의 온 마음과 행동이 '정해진 마음'의 변주에 불과해진다.
(...)
'정해진 마음'은 한 사람을 과거에 묶어두고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
'정해진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염치가 없어진다. '정해진 마음'이 주인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 '정해진 마음'을 철저히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자 진실을 지키는 일로 바뀐다. 그래서 아무리 크고 중한 일이라도 그것이 '정해진 마음'을 발취하는 데 방해가 되면 바로 사소한 것으로 취급된다.
(...)
비굴한 논리를 사용하는 것도 자신을 자신의 존엄 위에 세우지 못하고 '정해진 마음'위에 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염치를 잃어버린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209~210페이지 中
=====

 

=====
'정해진 마음'은 자존감이나 품격이나 진실성은 사라진다. 오직 '정해진 마음'들의 굳건한 연대만 남는다. 참 무섭고 슬픈 일이다. 이처럼 무섭고 슬픈 풍경 안에서 아무도 몰래 비효율은 두터워진다. 우리가 '정해진 마음'에 좌우되는 감정을 극복하고 과학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장자는 말한다.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정해진 마음'에 갇힌 자기를 장례 지내라.
-장자-

211페이지 中
=====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이후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멈춰있는 우리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타인의 것을 모방하거나 이미 생산된 것을 습득하는 것에서 벗어나 생산되는 과정을 배워 '우리만의 것'을 창조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정 기술을 전수할 수 있지만 그 경험과 도전만큼은 누구에게도 전수할 수 없기에 그것을 위한 시간 투자와 모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지식은 모험과 도전의 결과다. 지식 생산에는 반드시 모험과 도전이라는 비밀스러운 덕목이 작용한다. 지식 생산국에 가서는 생산된 결과를 습득하기보다는 지식이 생산되는 과정을 배울 일이다. '생산된 결과'는 보이고 들린다.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모험과 도전 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활동이다.
(...)
종속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일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접촉하는 일에서 시작되지, 그 사람들이 비밀스러운 활동을 해서 낳은 결과를 배우는 것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
말이나 글을 배우는 것으로는 자유를 획득하지 못한다. '모험'이나 '도전'으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 '글'이나 '말'은 전수할 수 있어도 '모험'이나 '도전'은 전수할 수 없다. '모험'과 '도전'은 오직 한 사람의 고유한 욕망으로만 세상에 드러나지, 전수하고 못 하고의 차원에 있지 않다.

226~227페이지 中
=====

 

 


우물 안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공감 가는 이야기 중 하나였는데, 이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더불어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 '대답'에서 '질문'으로 습관을 바꾸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얼마나 크게 하는지에 큰 문명을 살 것인지 아니면 작은 문명을 살 것인지를 결정한다.
(...)
우물 안에서 우물 밖을 꿈꾸는 상상력을 발동할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지적 활동이 바로 '질문'이다. 반면에, 자신이 머무는 우물 안으로만 시선이 향해 있을 때의 지적 활동은 '대답'이다.
(...)
'대답'하던 습관을 '질문'하는 습관으로 바꿀 수 있으냐 없으냐 하는 점이 우물 안 개구리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우물 밖을 향해 튀어 나가는 도전을 할 것이냐 하는 점이기도 하다.

230~232페이지 中
=====

 

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한테는 자기가 사는 우물이 자기 경험과 인식의 전체다. 그래서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이상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생각과 관념이 확장되고 더 나아가 더 넓은 우주관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자 반드시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페이지마다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들이 가득 담겨있어, 사실 한번 읽고 넘길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삶과 가치,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되짚어보며 '삶의 목적'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들을 반복해서 읽으며 다시금 되짚어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조배성 외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누군가에게 안녕을 말하는 것이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해 무심코 넘기지만, 후에 생각해 보면 때를 놓친 인사였음을 뒤늦게 알게 될 때가 있다. 이미 너무 늦어버린 그 인사는 다시 되돌릴 수도 없기에 그저 후회로만 남는다.

 

요즘은 '안녕'을 말하기엔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회로 남기기보다 지금 '안녕'을 말해보면 어떨까? 이 책에는 다섯 시인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각자의 '안녕'을 다양한 방법으로 담고 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물과 풍경들에 마음을 담아 그리움, 고독, 슬픔, 후회, 위로, 추억, 외로움 등의 감정들을 풀어냈는데 이 시들을 읽으며 마음을 나누어봐도 좋을 것 같다.

 

문득 누군가가 그리울 때, 지는 노을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 일상이 갑갑함으로 다가올 때, 공허함을 느낄 때 등등 살면서 감정들이 나를 휘감아 감당할 수 없을 때 조용한 곳에서 가만히 시 한편 읽어보면 어떨까? 때론 공감을, 때론 위로를, 때론 힘을 얻으며 다시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집을 읽으며 유난히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에서는 잠시 멈추어 본다. 반복해서 읽어본다. 그러다 잠시 그려본다. 그렇게 기억에 남았던 시구 몇 구절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깊숙이 느껴지던 이야기들과 또렷이 그려지는 풍경들이 유독 선연하게 남았던 시구들을 남겨본다.

 

=====
머리에 벽
발끝에도 벽

 

갑갑할 수도,
안락할 수도 있는 네모 안
나는 초점 흐린 눈으로
하염없이 천장만 바라본다

 

무늬 하나 없는 저 하얀 천장을 향해
한숨 섞인 연기를 쉴 새 없이 뿜어낸다
(...)

조배성 作 (고시원 中)
=====

 

<고시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응집되어 표현되어 있었는데, 어딘가 공허함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요즘의 젊은 세대를 나타내는 표현 같아 한편으론 입안이 쓰게 느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탈출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무기력함과 우울감마저 느껴지는 현실을 언제쯤 탈피할 수 있을지, 내일은 가능하기를 소원하는 염원이 느껴져 마음 아픈 시이기도 했다.

 

 


=====
내가 사는 세상의 하늘은 잿빛이다
완전히 까맣지도,
그렇다고 하얗지도 않은 애매한 잿빛 세계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히 나까지 울적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잿빛 하늘 아래 잿빛의 얼굴로 살아간다
나의 색이 원래 잿빛이었는지,
또 다른 색이었는지 모르는 채로

조배성 作 (잿빛 하늘 中)
=====

 

요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세상은 모두 잿빛이라고 답하지 않을까? 살기는 퍽퍽하고 넉넉한 인심은 옛말인 시대. 모두의 삶이 그러하니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 애매한 잿빛 하늘만 보고 살아온 이들에게는 오로지 잿빛 세상만이 전부일 테다. 무표정의 이도 저도 아닌 세상 속에서 개성은 사라지고 오직 잿빛만 남았다.

 

 


=====
당신의 이름이었던 글자들은
여전히 시선마다 걸린다

 

소중히 여기던 마음에
눈에 밟힌다는 말조차
함부로 쓰지 못하고

 

매번 걸려 넘어진다
쓸린 마음을 쓰다듬다가

 

그대로 앉아 반가워하다
그리워하다 한다

한주안 作 (이름자 中)
=====

 

이름자만으로도 가슴이 울렁, 울음이 복받쳐 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리움 한 스푼, 고마움 한 스푼 담고 또 담아 꾹꾹 눌러보아도 매번 가슴에 걸려 넘어지고 또 넘어진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고맙다는 말로도, 미안하다는 말로도 부족해서 조용히 그 이름을 읊조려 보지만 한마디 내뱉기 무섭게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감추려 가슴을 쓸어내려 본다. 추억을 그리며 반가워하다가도 또 그리움에 사무치는 감정들이 잘 드러난 시구인 것 같아 함께 남겨본다.

 

 


=====
노을 질 무렵
구름이
색조화장을 했다

 

차암 곱다
늘 맨얼굴만 보이다
가끔가다 아름다운 것이
꼭 내 마누라를 닮았다

이성관 作 (꽃구름 中)
=====

 

노을 질 무렵의 풍경은 다채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저자는 일몰의 풍경을 보고 색조화장을 한 아내를 떠올리며 시를 썼는데, 어딘가 모르게 상상이 되어 웃음이 배어 나온다. 한낮의 둥둥 떠다니는 말간 구름은 맨얼굴, 화사한 빛깔로 색을 입힌 구름은 화장한 아내의 모습이 단박에 떠올라 오늘은 어떤 색으로 곱게 단장했을지 내심 궁금해진다.

 

 


=====
사람 마음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말

 

상대의 잘못
지금에 초점을 두고 비판하자

 

'이러니까 네가 그런 일을 당한 거야'라며
과거의 상처까지 끄집어내
불붙이는 일

김수림 作 (이러니까 中)
=====

 

너무 공감 가는 글이라 남겨본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누군가의 '말'은 때로 큰 상처와 시련을 준다. 피해자에게 가하는 2차 가해는 바로 이런 단어에서 비롯됨을 잊지 말자. 현재의 잘못은 현재로 끝내자. 더불어 내가 모르는 상대방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이러니까'라는 말은 내 마음속에 이미 상대를 무시하고 깔보는 마음이 담겨있어 나오는 말이다. 말조심, 마음 조심!

 

 

가끔은 시를 통해 마음을 담고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끄적끄적 오늘의 나는 안녕한지, 마음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없는지. 느껴지는 삶, 보이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아 훗날 마음이 울적할 때, 그리움이 쌓였을 때, 가슴이 답답할 때, 즐거움이 필요한 날 그 글과 시를 읽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위안을 얻어봐도 좋겠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이도 없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안지은 지음 / 콜라보 / 2022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읽었던 동화의 끝은 항상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을 맺었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그 마지막 한 줄로 그다음의 행보를 상상하며 그들의 행복을 빌곤 했었는데, 성인이 된 후에 다시 그 동화들을 읽어보면 어릴 적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일면들이 보였다. 그리고 새로운 궁금증이 일었는데, 진짜 그들은 그 이후에 행복하기만 했을지, 왜 그들은 그렇게 수동적이었는지, 정말 그들은 그것 외에 바라는 게 없었을까 와 같은 단순히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 속 한 사람으로 대입해 보게 되었다.

 

요즘은 특히 아이를 위한 행복한 동화뿐만 아니라, 어딘가 냉소적이고 현실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동화책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이를테면 다크한 동화, 잔혹동화, 성인동화와 같은 것들이다. 이 책들은 동심이 담긴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과는 다르게 삶의 의미와 욕망, 관계, 본질 등을 엿볼 수 있는데, 익숙한 이야기들이라 때론 더 끔찍하고 잔혹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도 그런 성인동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익숙한 동화의 내용을 통해서 그 속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욕망의 시선으로 바라본 고전 동화를 통해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숨겨진 그들의 욕망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이들의 관계 속에서 어떤 것들이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우리의 삶과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읽는 기준점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른 스토리가 되고, 관점이 달라지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실감해 보기 바란다. 짐작건대, 단순한 스토리를 지닌 동화가 이토록 복잡하고 다양한 내면의 감정을 담고 있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특징과 분위기를 잘 살린 일러스트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인데, 덕분에 동화책을 읽는 느낌도 한껏 낼 수 있었다. 각 동화마다 주인공들의 내면을 담은 인터뷰 형식의 글들도 빼놓지 않고 함께 하길 바란다.

 

우리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서 더 정겨웠고, 익숙한 스토리 속에서 욕망하는 그들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 때론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욕망들은 현실 속에서 범죄로 구분되는 것들도 있어 오히려 깊이 와닿는 부분도 있었다.

 

익숙한 동화를 색다른 시선으로 재해석한 고전 동화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신데렐라>
신분 상승을 꿈꾸는 새엄마와 언니들의 욕망과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신데렐라의 모습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욕망하는 자와 욕망하지 않는 자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그저 마음으로만 바라왔던 무도회 참석은 요정이라는 변수로 인하여 꿈이 현실이 된다. 비록 12시까지라는 제한은 있었지만 신데렐라는 그 시간 동안 왕자를 만나게 되고 유리구두를 남기게 됨으로써 후에 사랑을 통한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된다. 이 동화를 읽으며 누군가는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욕망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봤을 때 과연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
너에게만 꼭 맞던 그 구두이기 때문에 신데렐라의 구두는 의미가 있었다. 오로지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구두, 착하게 살면서 노력하면 가질 수 있을 것 같겠지만 사실은 절대 네 것이 될 수 없는 구두, 어쩌면 그것이 요정이 준 선물의 섬뜩한 진짜 의미가 아니었을까.

26페이지 中
=====

 

신데렐라는 어쩌면 욕망하지만, 절대 그 욕망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어공주>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슬픈 사랑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인어공주를 해석하고 있는데, 사랑에 목매달았던 인어공주의 '영혼'과 그에 대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을 위해 다리를 잃고, 목소리를 잃었던 인어공주. 현실 세계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까? 만약 나라면 모든 것을 내던질 만큼 사랑에 헌신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런 사랑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흔치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만큼 뜨거운 사랑을 해 본, 혹은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동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걸었던 인어공주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쯤은 인생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만큼 멋진 사랑을 하고 싶은 욕망을 지닌 이들의 로망이 빚어낸 동화가 아니었나 싶다.

 

 


<엄지 아가씨>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토커나 데이트 폭력 혹은 아동 성추행 등과 같은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 동화는 어쩌면 동화이기에 아름답게 포장된 게 아닌가 싶다. 작고 예쁜 소녀를 향한 다양한 이들의 욕망의 분출은 따지고 보면 굉장히 일방적이고 이기적이다. 두꺼비, 풍뎅이, 두더지로 표현된 엄지를 욕망하는 동물들의 사랑 방식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하고 있으며, 여기에 엄지 아가씨의 마음은 없다.

 

그래서 엄지의 시선으로 본 그들의 욕망은 어딘가 꺼림직하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자신을 평가받는 불편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은 현재 기준으로 생각하면 모두 불법이고 범죄행위다.

 

한편으론 혹시 이 동화를 통해 어딘가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이불킥을 하고 있다면 지난 연애에서 깊숙이 봉인해두고 싶었던 연애의 흑역사를 떠올려서 일지도 모르겠다. 서툰 연애 속에서 누군가에게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를 했다거나 자신의 이야기만 줄줄이 읊어대던 행동들이 떠올라 고개가 절로 수그러들지도 모르겠다.

 

작고 예쁜 소녀로 묘사되는 엄지 아가씨. 부디 현실 속에서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으로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완두콩 다섯 알>
살고 싶은 소녀의 욕망과 차라리 아픈 딸이 죽어서 편해졌으면 하는 엄마의 욕망이 부딪히는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완두콩 다섯 알의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다섯 형제는 각자 다른 소망을 지니고 있다.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겠다는 첫째 완두 콩, 태양까지 날아가겠다는 둘째 완두 콩, 그리고 '정해진 대로 될 거라' 생각한 막내 완두 콩까지 순서대로 이들은 세상 밖으로 튕겨나가게 된다.

 

막내 완두 콩이 자리한 곳은 어느 다락방 창문 틈이었는데, 여기에서부터 다락방 모녀의 이야기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미 한 아이를 잃고 중병을 앓고 있는 또 다른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고된 노동과 딸이 하늘나라로 가서 편히 지내길 바란다는 기도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창문 틈새에서 자라난 작은 잎 하나를 발견한 소녀는 우연히 발견한 이 싹을 통해 희망을 가지게 된다. 

 

=====
"엄마, 몸이 나을 것 같아요. 저 완두 콩이 잘 자라니까 나도 병이 나을 거예요. 틀림없어요."

184페이지 中
=====

 

삶이 고되고 지친 엄마와 다시금 건강해져서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딸. 이 관계 속에는 간병인과 환자, 어른과 아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과 상황이 존재한다. 그래서 어떤 이의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수없이 드는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누구의 욕망도 나쁘다 말할 수 없다.

 

어떤 상황, 어떤 관계에 놓이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인 딸의 입장, 간병인인 딸의 입장, 환자인 엄마의 입장, 간병인인 엄마의 입장 각 상황과 관계에 따라 그 답은 아마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난과 병마 속에서 '언젠가 나아지겠지'하는 기약 없는 희망조차 사치인 이들에게 떨어진 콩 한 알이 그들 삶으로 스며드는 과정은 기적과 희망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한다.

 

때로 살다 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날 때가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작은 기대조차 사치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진짜 위로가 되는것은 무엇일까? 이 동화는 그런 순간에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동화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끝은 하수구에 빠진 넷째 완두 콩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세상 밖으로 튕겨나가기 전에 각자 원하던 삶을 소망하던 완두 콩들의 바램과 이후 세상에 뿌려진 완두콩 다섯 알의 모습은 분명 다르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 삶에 대한 또 다른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욕망한다. 정해진 게 있다면 더 나은 것이길 바라면서.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과 '기적'에 대한 바램을 담은 동화가 아니었나 싶다.

 

 


관점에 따라 스토리의 양상이 확연히 달라짐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욕망으로 바라본 이 책은 삶과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했다. 내면과 외면 그 어느 것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욕망 덩어리들 속에서 나와 당신은 어떤 욕망을 바라고 있고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동화에 빗대어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더불어, 같은 이야기의 동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읽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원문, 어른들을 위한 동화, 잔혹동화 등 작가마다 관점을 달리한 같은 내용의 동화들을 살펴보면서 동화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그 속에 담겨있는 여러 의미들을 되새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