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 행복을 준비했어
마이버디 지음 / 부크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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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제목부터 행복한 하루를 선물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넘겨버린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나 자신에게 만족과 기쁨을 주는 일이었는지 상기하면서 일상을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만약 살아가면서 문득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이 책을 펼쳐들고 평범한 일상 속에 숨은 작은 행복들을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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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버디 친구들 소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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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만나볼 수 있었던 마이 버디 친구들의 소개 페이지를 통해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매력과 특성을 파악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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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버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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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친구는 2020년, 마이 버디라는 다이어리 속에서 만난 친구들로, 벌써 네 번의 계절을 함께 보낸 서로가 자신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들이야.

 

외모, 성격, 취향이 모두 다른 다섯이 모였지만 삶의 목적은 같은데, 바로 일상도 보물처럼, 매일을 여행처럼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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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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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빵을 좋아하고 식탐이 많음
▶감수성이 풍부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음
▶자연을 사랑함

 

<보리>
▶낙천적으로 단순하게 일상을 살고 싶어 함
▶밝고 사교성이 좋으며 친구들을 많이 웃게 함
▶폭신한 케이크를 좋아함

 

<송이>
▶자기애가 넘치며 자존감도 높아 항상 당당하지만 허당임
▶여행을 사랑함
▶먼저 친구들의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이끌어주는 친구

 

<남구>
▶예민한 성격이지만 그만큼 친구들을 세심하게 챙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겨서 사색에 자주 빠짐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존재

 

<찬이>
▶만인의 엄친아로 못하는 게 없음
▶책 읽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고 사진 찍는 취미가 있음
▶친구들이 모일 때면 꼭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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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일상에서 찾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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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을 찾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으로, 매일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소소하게 찾을 수 있는 행복을 다시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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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와 청소만큼 기분을 빠르게 환기해 주는 일이 있을까?

(...)
내 공간과 나를 깨끗하게 할수록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져.
잠깐 여유를 내서 비우는 이 시간이 또 무언가를 채워 줄 거야.
출처 입력
그중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공감 포인트는 바로 샤워와 청소였는데, 기분이 꿀꿀하거나 뭔가 울적할 때 샤워와 청소만큼 빠르게 기분을 환기시켜 주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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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에 노곤노곤하게 씻고 나면 뽀송뽀송해진 느낌에 어쩐지 마냥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 덕분에 오늘 하루 쌓인 스트레스는 깨끗이 잊고 푹 잠들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청소는 하는 행위와 결과 모두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는 행동 중 하나인데, 이를테면 설거지통에 가득 담긴 설거지를 반짝반짝 씻어두는 것, 곳곳에 쌓인 먼지를 청소하는 것은 과정과 결과 모두 무거웠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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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든든히 버티게 해 줄
커피와 함께하는 순간도 놓칠 수 없지.
코끝에 맺힌 부드러운 커피 향이 나를 북돋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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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혹은 차를 마시는 시간은 힐링과 함께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때론 향만으로도 피로가 풀려 더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일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찾아보면, 소소하게 반복되는 날에도 꽤 많은 행복이 숨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때로 당연한 듯 무심하게 넘겨버리기도 하지만, 절대 당연하지 않은 소중한 순간들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행복을 거창한 것에서 찾기보다, 사소한 것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그럼 분명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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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좋아하는 것에서 찾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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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을 찾는 두 번째 방법은 바로 내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취향에서 발견하는 것으로, 이것은 나를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평소 나의 시선이 자주 머무는 곳이나, 평소 아끼는 것에서부터 힌트를 얻어보자.

 

이 책에서는 다섯 친구들의 일상을 통해 빵, 장 보기, 파자마, 문구 구경하기, 옛날 일기장과 공책, 편지지들이 모아져 있는 허름한 박스, 케이크, 요가, 꽃, 반신욕, 여름의 산, 미술관, 오래된 추억의 물건, 반려 식물 등이 소개된다.

 

이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생각보다 좋아하는 것들이 꽤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 반려 식물, 책, 여행, 추억이 담긴 물건, 새로운 곳 구경하기, 미술관&박물관 등등. 나에게 애틋함을 주는 물건들이나 새로움을 주는 것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것들은 나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주고, 기분 전환을 시켜주기도 하는데, 그대로 두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무료함이 찾아오는 순간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공간과 나 모두를 환기시켜 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계절마다 침구를 바꾼다거나, 커튼을 바꾸는 행위 등을 통해 기분전환을 할 수도 있다. 무료함과 따분함은 가끔 자그마한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기가 되기에 이런 방법도 추천해 본다.

 

이 챕터에서는 좋아하는 것 찾기, 그리고 그것에 변화를 주어 기분을 환기시키고 일상을 더 행복하게 하는 방법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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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하며 찾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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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계절을 함께 보내며 더없이 소중해진 마이 버디 친구들은 '함께'하며 또 다른 행복을 누린다. 함께 식사하며 눈을 맞추고, 무탈했던 일상을 공유하며 소소한 순간을 함께 나눈다.

 

이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순간들조차 그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가끔은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즐거움만으로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만끽한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존재. 함께 보내 온 시간만큼 서로를 아끼기에 특별해진 순간들은 그래서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소개된 마이 버디 친구들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 오늘 '나의 행복은 무엇이었을까?'를 되물어보자.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서 나를 웃음 짓게 하는 일들, 나를 기쁘게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발견해 보자.

 

어쩌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작고 소소한 일상의 보물들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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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마지막 공중전화
피터 애커먼 지음, 맥스 달튼 그림, 김선희 옮김 / 더블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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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그림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을 너무 잘 반영한,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공중전화'를 잘 모르거나 사용해 보지 않은 요즘 세대를 제외하면 모두 공감할 소재라 더 그렇게 느껴진다.

 

너무 빨리 변화하는 시대,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바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흘려보낸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소중하고 가치 있었던 것들이었음을 이제서야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나의 10대에는 눈에 보일 만큼 많은 디지털 기기들이 순식간에 탄생하고 없어지던 변화를 겪던 시기였는데, 돌이켜보면 그것들이 있었기에 많은 추억과 즐거움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휴대폰 하나에 많은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음악, 전화, 인터넷 등을 각각의 기기로 사용하던 시대라 관심사에 따라 각자 가지고 있는 기기도 달랐고, 가격도 꽤 비쌌으며, 성능도 천차만별이라 내 물건에 대한 애틋함이 유독 더 컸던 것 같다.

 

그러한 시간을 겪고 이제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가지게 된 휴대폰이 당연한 듯 자리 잡으면서 어느새 종적을 감춰버린 것들을 떠올려 보면, 정말 사라져야만 했던 것들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편리함과 적응이라는 이름 앞에 사라져 버린 것들을 다시 되짚어 보고 그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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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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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웨스트엔드 대로와 100번가 모퉁이에 있는 '전화 박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곳이다. 회사원, 걸스카우트 소녀, 공사 현장 감독, 동물원 관리인, 발레리나 등 많은 사람들이 늘 그곳을 이용하면서 때로 길게 줄을 서야 할 때도 있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었기에 통신사 직원들은 일주일 간격으로 나와 전화박스를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닦고, 버튼이 잘 눌리는지 확인하는 등 늘 관리를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귀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무언가에 대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공중전화박스를 찾는 사람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휴대전화로, 동전도, 전화선도, 전화박스도 필요 없었다. 그저 휴대전화에 대고 말을 하면 송신탑을 거쳐 편리하게 통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전화박스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그가 예상한 대로 사람들은 더 이상 전화박스를 찾지 않게 되면서 마침내는 아무도 그를 찾지 않게 된다. 전화박스를 관리해 주던 직원들 마저도.

 

그렇게 전화박스는 서서히 녹이 슬고, 칠이 벗겨지면서, 어느새 유리에 금이 갔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전화박스는 외로워지기 시작했고, 자신과 같은 다른 전화박스가 쓰레기장으로 실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곧 자신도 그렇게 되리라 짐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청난 폭풍이 내리치면서 정전이 되었고, 뉴욕시가 완전히 멈추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불통이 된 휴대전화 대신 공중전화 박스를 다시 찾게 된다.

 

여기저기 칠이 벗겨지고 고물이 되어 버린 외관 때문에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예전 그 자리에 여전히 서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 동전을 넣고 통화를 다시 시도하게 되면서 다시 공중전화는 이들에게 소중한 사람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렇게 작동이 되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이 하나 둘 줄을 서기 시작하면서 다시 그 쓸모를 인정받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이 돌아오자 통신사 직원들도 다시 찾아와 반짝반짝 빛나게 청소도 깨끗이 해주었고, 꽉 찬 동전함도 관리해 주기 시작한다.

 

이 일을 계기로 공중전화박스는 뉴욕 시로부터 '영웅'의 칭호를 얻게 되었고, 덕분에 황동으로 된 이름표도 얻게 된다. 하지만 공중전화박스는 이내 곧 폐기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공중전화박스를 보존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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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말했어요.

 

"전화박스를 못 가져가게 하렴.
난 그게 언제 거기에 자리 잡았는지 안단다.
그 전화박스야말로
이 나라의 보물 아니겠니?"

 

뉴욕시장의 할머니와 뉴욕시장의 전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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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민들의 소원대로 뉴욕 웨스트엔드 대로와 100번가 모퉁이에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남은 뉴욕의 마지막 공중전화박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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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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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는 낡았다는 이유로,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퇴물 취급하며 관심을 꺼버리는 경우가 있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버려진 아날로그가 그렇다.

 

이 책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이것을 대입해 보면 더 깊이 와닿는 부분이 많은데,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 더 아쉽게 느껴진다.

 

나눠먹던 온기, 따뜻한 이웃의 정, 함께 어울려 지냈던 동네 친구들과 같은 복고풍의 감성은 물론 삐삐, MP3, CD플레이어 등의 이제는 사라져 버린 물건들이 아마 그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은 그때의 그 가치와 정, 의미들을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그저 앨범을 뒤적이거나, 응답하라 시리즈가 같은 드라마를 통해서만 되짚어 볼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풍족하진 못했어도, 마음만큼은 풍요로웠던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며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귀한 유산들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이 책에서 뉴욕 시민들은 잠시나마 공중전화박스를 외면했지만, 이내 그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게 되면서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킨 공중전화박스를 한뜻으로 지켜내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하게 되면서 그 공중전화박스는 유일하게 뉴욕에 남은 마지막 공중전화박스가 된다.

 

이처럼 내용도 알차지만, 과거 뉴욕의 모습을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붉은 벽돌집, 뉴욕 거리명을 뜻하는 st 표시, 제각각 모습으로 다인종을 표현한 모습, 옐로 택시 등 다양한 캐릭터와 연령, 직업,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게 느껴지면서 한 층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느라 놓치고 있던 자신만의 잃어버린 '가치'와 '의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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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서덕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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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든 계절에 써 내려간 시인의 뜨거운 마음이 담긴 시선집 한편을 만났다. 그가 머무르는 공간, 그의 시선이 닿는 곳의 모든 것들은 시구가 되어 글로, 문장으로 엮였다.


오롯이 자신의 내면에 담긴 마음을 모두 쏟아내기라도 한 듯 이 책에서 발견되는 일상의 모든 사물과 풍경은 모두 필터를 씌운 듯 특별하게만 보였다.


무엇이 이토록 그것들을 특별하게 만든 것일까? 어쩌면 시인의 마음속에는 활활 타오르는 활화산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촉촉이 젖어드는 감성 엔진이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 그만큼 사랑하고, 아프고, 그리워하는 경험을 지독하게 누렸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에서는 141편의 시와 짧은 수필, 그리고 82컷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데, 볼거리가 풍성해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중간중간 포착되는 감성 사진들은 시와 잘 어우러져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데, 그래서 읽다 보면 쉼 없이 돌아가는 눈동자를 잠시 쉬게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의 대상이 되는 주체는 상상 그 이상의 일상의 모든 것들을 담아낸다. 사물뿐만 아니라 날씨, 꽃, 밤하늘의 별, 여름밤, 이끼, 바늘 등 시인의 시선이 머무르는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되고 시가 된다.


그래서인지 무심코 지나쳤던 내 곁에 머물던 것들을 새롭게 보게 된다. 출퇴근 길의 칼바람, 펑펑 내리던 함박눈, 꾹꾹 눌러 담겨 있는 쓰레기통,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 찻길을 가득 메운 빽빽거리는 자동차와 같은 것들이 시인의 손을 거치면 어떻게 그려질까 새삼 궁금해진다.


낡고 헤진 것들에 새롭게 옷을 덧칠하듯 그려진 대상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갈급할 수도 있구나 새삼 깨닫는다.


아래는 141편 중 인상 깊었거나 새롭게 다가왔던 것들을 위주로 꼽아 소개해 보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사물을 통해 보는 새로운 관점과 추억거리, 일련의 감정들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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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부


너는 너무도 맑아 도무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네 머릿결 같은 수초와 살결에 숨 쉬는 산호초

그리고 무지개처럼 산란하는 물보라의 빛깔들이

마치 나를 초대하듯 내게 수문을 열듯 너울대지.


좋아, 네게 기꺼이 빠져보도록 하지.

달갑게 잠수해 볼게

깊이조차 알 수 없는 너에게

나 영영토록 가라앉아보도록 하지.


12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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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대상자를 향한 표현력이나 그 대상에게 깊이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잠수부'로 표현된 시로, 깊고 깨끗한 바다를 탐험하는 잠수부가 떠오르는 동시에 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을 안고, 사랑하는 이를 향해 깊이 빠져들고 싶어 하는 모습이 생각나는 시였다.


특히 도무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너에게 영영토록 가라앉아보도록 하겠다는 시구는 보통 부정적 느낌으로 다가오기 마련인데, 이 시에서는 오히려 더 깊이 사랑하겠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깊은 사랑에 빠진 이의 마음이 저절로 그려지는 시였다.



=====

낡은 고백


당신 사진 옆에 슬픔 한 줌 내려놓고

좋아한다는 고백 하나

꺼내보았습니다.


서랍에 담겨 있던 이 고백은

시간에 덮여 먼지가 앉았는데

하나 조금도 바래지 않은 사진 속 당신 모습에

나의 가슴은 하염없이 삐걱거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 밤

당신 얼굴에 조용히 입을 맞추고


나의 추억이 세월 속에 빼앗기기를

다만 당신의 서랍에도 내가 담겨 있기를


소매에 눈물 하나 놓고

기도했습니다.


161~16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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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 혹은 이별로 인해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이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히 다가오는 시로, 이제는 함께 할 수 없지만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둔 그리움을 모처럼 꺼내들며 뒤늦은 고백과 추억을 되새기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쩐지 손때가 묻은 낡은 서랍장과 조금도 바래지 않은 사진이 절묘하게 대비되며 더 울컥하게 만드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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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빗소리가 마치 타박타박

내게로 뜀박질하는 넌 줄만 알고

나는 몇 번이고 뒤돌아보기 일쑤였다.


내게 사랑은 이런 것이었고

너는 내게 있어 이다지도 미련스럽고

지독했던 한철 장마였다.


17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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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장마처럼 훅 지나간 미련한 사랑인데, 매년 장마가 돌아올 때면 어쩐지 자꾸만 떠올리게 되는 사랑을 그린 시로,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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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나의 인연은 너로 꿰매어진다

꿰어지는 실은 통증이며 바늘은 곧 당신이다.


그때는 왜 알지 못했는가

실이 꿰매어진 뒤엔

항상 바늘이 떠난다는 것을.


17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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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바늘이라고 하면 꼭 붙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 시를 읽으며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구멍이 난 곳과 뜯어진 곳을 꿰매기 위해 둘이 만나지만 이내 바늘은 꿰매어진 뒤에는 떠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관점, 새로운 시각을 통해 만남과 이별의 아픔을 볼 수 있었던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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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마음가에 한참 너를 두었다.


네가 고여 있다 보니

그리움이라는 이끼가 나를 온통 뒤덮는다.


나는 오롯이 네 것이 되어버렸다.


18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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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의 습성과 더불어 그리움에 잠식 당한 마음을 잘 표현한 시로, 그저 읽는 것만으로 이미지가 절로 떠오르는 시구다.


이끼로 뒤덮인 나는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오롯이 네 것이 되어버린 나는 잠식 당한 채 그대로 머물렀을까? 아니면 더 넓게 퍼져나가다 새로운 누군가를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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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19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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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향한 갈망과 사랑, 앓이가 엿보이는 시로, 상대에게는 찰나의 만남이, 나에게는 깊이 박혀 오래도록 빛바랜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는 모습이 생각나는 시다.




어떻게 보면 기발하기도 하고, 또 독특하게 다가오기도 하며, 생각의 전환을 불러오는 저자의 시와 수필을 통해 나의 감정을 내 시선이 머무르는 것에 투영하여 담아보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내 감정과 느낌, 생각들을 조근조근 담아보면서 내가 사랑하고, 추억하고, 갈망했던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상기함으로써 못내 거두지 못한 내 감정들을 끌어안아 주고, 다독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를 이처럼 나만의 감성을 담아 부담 없이 써보면 어떨까? 어떤 이는 사물에서, 또 길거리에서, 누군가의 사진에서, 말에서, 일상에서 소재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어떨 땐 나열하는 문장보다, 짧게 담아낸 시가 더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뜨겁게 마음이 차오르는 날 펜을 들고 그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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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
문요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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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관계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가족, 직장, 친구, 연인 사이에서 좋은 관계를 꾸준히 이어 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느 한쪽이 잘한다고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관계'에 대한 책은 언제나 나의 관심을 끄는데, 이번에 읽은 <관계의 언어>은 그동안 어떤 단어로 지칭하기 어려웠던 마음의 언어를 특정 '단어'로 구분 지어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타인은 물론 나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도 함께 적용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더불어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단정 지어 판단하는 습관들로 인해 오해와 불신이 쌓이고 끝내는 관계의 단절까지 이어질 수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타인과의 관계 회복에만 집중하지 않고, 나 자신을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방법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지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대하는 방식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꼭 상대가 변하지 않아도, 자신 안에 자리하고 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함으로써 더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관계의 갈등을 푸는 것에는 '나'와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기에 이런 한 걸음의 작은 걸음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한다.

 

저자는 관계의 갈등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충분한 연습과 경험이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더불어 문제를 풀기 위해 무작정하는 노력이 아닌, 이해와 적절한 해결 전략, 그리고 체계적인 연습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하나씩 쌓여 관계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가 말하는 '되어감의 존재'인 우리 인간들에게 필요한 '연습'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또 마음 읽기 습관에서 벗어나 마음 헤아리기 연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마음 헤아리기'를 기반으로 담고 있다. 마음 헤아리기에 대한 정의와 중요성,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마음읽기와 마음 헤아리기의 차이, 마음 헤아리기를 잘 작동시키는 방법 등을 각 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1장

왜 인간관계는 아무리 노력해도 힘든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마음 헤아리기가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마음 헤아리기가 결핍된 채로 이루어지는 배려와 노력이 때로 어떻게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장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고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마음읽기와 마음 헤아리기에 따른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수 있다.

 

▶3장

마음 헤아리기가 잘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볼 수 있다.

 

▶4장

마음 헤아리기의 '대화편'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헤아림의 언어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마음 헤아리기 대화에 대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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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두 가지 체계 '마음 읽기 vs 마음 헤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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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판단과 조언의 언어

▷자기보호가 우선

▷자신의 느낌이나 짐작으로 상대의 마음을 판단하는 것

▷직관적이고 판단적이고 자동적

▷딱딱하고 차갑고 닫혀있음

▷특히 어린아이나 심리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이 체계를 통해 타인을 파악

▷처리 속도는 빠르나 주관적이기에 정확도가 떨어짐

▷그 사람의 과거 경험에서 영향을 많이 받음

▷서열을 이루고 살아가는 동물의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관찰

▷생존을 위해 발달함

 

■마음 헤아리기

▷공감과 이해의 언어

▷비 판단적이고 상호 교류가 중요

▷의식적이고, 비 판단적이고, 맥락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음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때 작동

▷부드럽고 따뜻하고 열려 있음

▷처리 속도는 느림

▷양육자와 다른 사람들에게서 마음 헤아림을 받아야 발달할 수 있음

▷건강한 어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마음 이해 방식

▷이 능력은 인간의 전유물이며, 진화의 역사에서 소통, 협력, 친절의 바탕이 되어 왔음

▷숙고를 거친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

 

건강한 관계는 눈치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건강한 관계는 나의 입장과 상대의 입장을 오갈 수 있어야 하고, 감정과 이성이 만나야 하고, 비언어적 교류와 언어적 소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인간다움의 본질이 '마음을 헤아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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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관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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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점점 작아지는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니다. '나, 너, 우리'가 모두 커지는 상호 확장의 관계이며, 이는 마음 헤아리기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인간관계에서는 '관계지능'이 중요한데, 관계지능의 핵심이 바로 마음 헤아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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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에게 도움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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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자기가 작아지는 사람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자꾸 끊어지는 사람

▶대화로 갈등을 풀려고 하지만 늘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대화할수록 꼬이는 사람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반대로 과해서 부담스럽다는 말을 듣는 사람

▶자신은 상대를 위하는데 정작 상대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사람

▶상대의 마음은 헤아리지만 막상 자신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

▶사람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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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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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한 내용을 Q&A 형태를 빌어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Q. 존중의 핵심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의 존중'이다. 갈등으로 고통받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갈등을 풀고 서로를 이해하고 깊이 연결되는 것이다.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끝까지 따지기보다 무엇 때문에 힘들고 상대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를 더 강하게 경험하고 오래 기억하는데,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부정성 편향'이라고 한다.

 

이러한 불쾌한 감정을 상쇄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자 랜디 라슨은 긍정적 감정에 비해 부정적 감정의 강도가 세 배가량 높다고 보고 '4의 법칙'을 내세웠다. 이는 '나쁜 일 한 가지의 강한 영향력을 상쇄하려면 좋은 일 네 가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인간의 부정적 편향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다면 상대를 예민하다고 비난하거나 관계에 거리를 두기보다는 상대를 좀 더 이해하고 마음을 풀도록 노력할 여지가 생길 것이다.

 

 

Q. 상대를 위해 무언가 노력을 했는데 정작 상대는 만족해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관계에는 서로가 상대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내어 긁어주는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어디가 가려운지 묻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긁어주고는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답답해하고 억울해 한다.

 

상대를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자. '나는 어디가 가려운지 알고 있나?', '나는 상대에게 가려운 곳을 제대로 이야기하는가?', '나는 상대에게 요구사항을 잘 물어보는가?'

 

 

Q. 소중한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방어 상태가 되어 경계를 세운다. 이 경계는 '안전감'과 '연결감'을 느낄 때 다시 열린다.

 

상대의 마음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상대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그 마음을 물어보는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슨 일이 있었어?", "어떤 점이 힘들어?", "얼마나 힘드니?",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 뭐야?" 등 상대의 마음이 어떤지를 궁금해하고 들어보는 것이 먼저다.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상대가 너무 힘들 때는 대화를 계속 피할 수도 있다. 아직 대화할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재촉하기보다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며 상대가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서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Q. 왜 부모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데, 상담가와는 대화가 될까?

관계의 핵심은 '마음의 연결'이다. 대표적으로 연결의 끈을 끊어버리는 것이 바로 '속단'인데, 글자 그대로 서둘러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속단은 자기중심적이고, 자동적이고, 효율적이기에 손쉽게 일어난다. 일단 판단을 내리면 더는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없고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연결이 되지 않는다.

 

마음의 연결을 끊는 것이 속단이라면, 마음의 연결을 만들고 회복하는 것은 '관심'이다. 관심을 갖는 것은 타인 중심적이고, 의식적이고,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관심은 풀어 말하면 '상대의 주관적 경험을 속단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으면서 그 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공감이 작동하려면 상대의 마음을 쉽게 판단하거나 바꾸려는 의도가 배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진정한 공감은 '상대의 주관적 경험을 바꾸려 하지 않으면서 그것에 동참하거나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마음 헤아리기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은 단 하나! 관심을 갖고 '잘 들어주는 것'뿐이다.

 

이런 이유와 속단하고 단정 짓는 부모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상담가와 더 대화가 잘 되는 것은 아닐까?

 

 

Q. 내가 배려했을 때 상대도 배려 받는다고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우리는 '배려'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내가 상대를 배려할 때 상대도 배려 받았다고 느낄 거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다.

 

먼저 '배려'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면 첫째, 겉으로 드러난 상대의 표현 뒤에 감추어진 감정과 욕구 등을 헤아리는 것을 말한다. 둘째, 자신의 말과 행동을 상대가 어떻게 느낄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말한다.

 

그저 노력이 부족해서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 보지 못해서', 다시 말해 우리가 '자기중심성'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배려를 자기 스스로 판단한다. 착각하지 말자! 배려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판단하는 것이다. 상대가 배려 받는다고 느낄 때 그것이 바로 진정한 배려다.

 

 

 

<배려를 잘하는 방법>

 ▶첫째, 내 방식대로 상대에게 해주기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보고 그것을 해주어야 한다.

▶둘째, 나의 어떤 점이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결국 인간관계에서 성숙하고 배려심이 있는 사람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고, 자신의 어떤 점이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다.

 

 

Q. 섞임과 어울림이 없는 관계, 과연 이것이 다름을 존중하는 것일까?

다름을 존중한다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정은 시작일 뿐, 관심과 호기심으로 이어져야 한다.

 

'나는 이일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할까?' 궁금해하고, 그 마음이 서로 오가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 다름이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이해가 될 때 다름의 존중이 이루어진다. 그 순간, 다름은 다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조율과 통합이 일어나고 종종 '하나 됨'의 영역이 만들어진다.

 

다름이 인정과 관심을 거쳐 이해로 나아가는 것, 다름이 '우리'로 바뀌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다름의 존중이며 마음 헤아리기다.

 

 

Q. 우리는 왜 이렇게 상대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할까?

▶첫째,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우리'라는 일체감과 집단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 역시 자신처럼 느낄 것이라 생각하거나 자신처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우리의 마음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선택적 지각 특성이 있어서다.

▶셋째,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는 동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넷째,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설명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그 결과 의사소통이 부정확해진다.

이런 장애물을 넘어서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은 바로 우리의 마음읽기가 아주 부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있다.

 

물론 한도 끝도 없이 그럴 수는 없다. 여러 번 원하는 것을 차분히 이야기하고 관계를 개선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상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런 관계는 재고해 봐야 한다. 상대는 이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신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마음 헤아리기는 가장 발달한 관계지능이다. 당신이 먼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해서 손해가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고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당신의 마음이 전달되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 스위치가 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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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좋은 관계로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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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과잉 양육의 시대에는 보살핌의 과잉 역시 애착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성인 애착 유형과 관련된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 방법과 이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유형, 그리고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 등을 살펴보려 한다.

 

먼저 성인 애착 유형을 평가하는 두 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낯선 상황 실험'이고, 두 번째는 성인에게 실행되는 '성인 애착 면접'을 통해서다. 낯선 상황 실험은 말 그대로 유아를 낯선 상황에 두고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유아와 애착 대상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해서 애착 유형을 평가하는 것이고, 성인 애착 면접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겪었던 상실, 거절, 분리 등을 떠올리고 성찰할 것을 요청한다.

 

안정 애착 유형은 일관되고 통합된 애착 경험 모델을 가진 데 비해 불안정 애착 유형은 모순되고, 비 일관적이고, 해리된 애착 경험을 지니고 있다.

 

성인 애착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와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메타인지란 '생각에 대한 생각'처럼 한 차원 높은 상위인지를 말한다. 자신의 인지 과정을 관찰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메타인지가 발달할수록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 마음 헤아리기는 제2의 애착 대상 또는 독서나 글쓰기를 통한 부단한 자기성찰에 의해서도 발달할 수 있다.

 

 

1. 늘 삐딱하게 말하는 사람의 특성

자신도 모르게 계속 삐딱하게 말하거나 대화가 늘 엇갈린 채 흘러가는 이유는 상대를 끊임없이 자극해서 상대가 자신에게 화를 내고 공격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 안의 '나쁜 것'이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것임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2. 마음을 헤아리는 데 필요한 '미러링'의 중요성

부모는 아이의 표정과 소리와 몸짓을 통해 아이의 내적 상태가 어떤지를 헤아리고 그에 걸맞은 이름을 붙여주는데, 이를 '미러링'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내적 경험을 이해하게 되고 심리적 자기가 점점 발달한다.

 

적절한 헤아림을 받고 자라면 이후에는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마음 또한 헤아릴 수 있다.

 

아이의 마음에 말 걸기는 태어날 때부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가 아이의 옹알거림에 의미를 부여하며 아이가 안정 애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엄마가 '마음을 헤아리는 적절한 대화'를 많이 할수록 향후 안정 애착이 형성된 것이다.

 

부모가 일찍부터 아이를 자기만의 마음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파악해서 이를 적절한 말로 표현해 줄 때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잘 성장하는 것이다.

 

 

3. 남의 마음만 헤아리는 사람의 유형

미러링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서는 '역 미러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역할이 뒤집힌 아동기의 '역 미러링'은 성인기 인간관계에서 그대로 재현되기 쉬우며 정작 자신의 감정과 욕구는 잘 알지 못하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상대의 마음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건강한 어른의 관계는 수평성과 상호성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그에 비해 건강하지 못한 어른의 관계는 늘 균형이 깨져 있다. 자신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않고 상대의 마음만 헤아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 경우도 있다.

 

이처럼 타인 중심성은 단순한 미숙함이 아닌 미러링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심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온 생존방식일 수 있기에, 타인 중심성에서 벗어나려면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에 대한 애도와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4. 마음읽기만 발달하거나, 마음읽기를 사실로 단정 짓는 사람의 유형

친구가 자신을 만나 자꾸 시계만 보는 상황을 맞닥트리면 대개는 '의식적 마음 헤아리기'와 '마음 물어보기'가 잘 작동하지 않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을 사실화하는 데 익숙하다. 이럴 때 '마음 읽기'만 비대하게 발달되어 있으면 눈치와 짐작만으로만 인간관계를 하게 된다.

 

이렇듯 마음읽기만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경우는 자신의 마음읽기를 바로 사실로 단정 짓는 것이다. 이렇듯 자동으로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 느낌, 판단을 바로 사실화시키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융합'이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에서 비롯한 부정적 심리 도식을 가지고 있다. '심리 도식'이란 자기, 타인,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틀로, 유아동기에 일차적으로 만들어져서 이후로 삶과 인간관계에 깊이 영향을 끼친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흔한 부정적 심리 도식은 '나는 참 별로야',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 '사람들을 믿을 수 없어', '나는 너희들과 달라, 나는 특별해' 등이다. 이러한 심리 도식은 발달하면서 아주 단단해진다.

 

실제 관계를 망치는 것은 자동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느낌이 아니라, 그것들을 사실로 단정 짓는 심리적 융합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마음읽기에 거리를 두고 생각을 생각으로, 느낌을 느낌으로, 판단을 판단으로 바라보는 자기관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5. 상호 성장의 관계를 맺는 방법

▶첫째, 일상의 작은 관심과 반응 갖기

▶둘째, 새로운 경험을 늘려가기

▶셋째, 각자의 경험으로 서로를 자극하기

▶넷째, 상대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기

 

 

6. 마음 헤아리기가 작동되지 않을 때

▶첫째, 정서적으로 크게 동요될 때

▶둘째, 애착 욕구가 활성화될 때

▶셋째,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할 때

 

 

7. 세대 간의 갈등을 푸는 법

일상에서 접촉을 늘리면 편견이 줄어들고 갈등이 약화될 수 있다. 동호회 모임을 보면 세대 간의 갈등이 문제가 되지 않는데, 취미와 관심사가 서로를 연결하고 이해하는 다리가 되어주므로 세대 간의 간의 대화는 세대 차이가 아닌 소통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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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헤아리기의 작동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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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정의 시작

마음 헤아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둘째,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셋째, 상대의 마음을 물어보는 것이다.

 

 

2. 한 사람이 곧 하나의 문화라고 인식하기

자신의 문화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 우열을 판단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태도를 '문화상대주의'라고 한다. 이제 이것을 개인에게도 적용해야 할 때다. 개인화 시대에 한 사람은 곧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문화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기 전에 맥락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3. 최선의 기준을 위해 서로의 한계를 받아들이기

우리는 자신이 괴로움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엄격한 기준을 내려놓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엄격한 기준을 한순간에 내려놓을 때가 있는데, 바로 기준이나 강박보다 '더 중요'하거나 '더 원하는' 것이 있을 때다. 이때는 순간 에너지의 흐름이 바뀌어 자신의 기준을 재고할 수 있다.

 

 

4. 진정의 기술 '그라운딩'

스트레스 회복력이 높은 사람은 인내의 창이 넓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은 인내의 창이 좁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음 헤아리기 역량을 발달시키는 것은 인내의 창을 확장시키는 것과 같다.

 

이러한 인내의 창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신체적 접근'이 필요한데, 걷기와 운동처럼 몸을 활발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과도한 사고와 감정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라면 '그라운딩' 기법을 사용해 실내에서 자신을 안정화 시켜보자.

 

그라운딩은 환경과 몸의 접촉에 주의를 기울이고 안정된 자세를 취함으로써 '몸을 통한 지지감'을 얻는 방법이다. 몸의 중심이 잘 잡히고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은 마음으로 이어져 안정감을 준다.

 

 

5. 판단하지 않기 위해 마음과 거리를 두는 '혼잣말 연습'

일상에서 마음 챙김 연습을 하는 방법으로는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판단에 대해 '혼잣말하기'를 하는 것이다.

 

 

6. 자신의 관점 억제를 위한 조망 수용의 힘

마음 헤아리기를 하려면 상대의 문제를 바로 해결하려는 바로잡기 반사부터 자제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성숙한 인간은 상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상대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조망 수용'이라고 하는데 일인칭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입장, 감정, 관점 등을 추론하여 이해하는 능력이다.

 

 

7. 상대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적극적으로 질문하기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적극적 질문에는 능동성, 호기심, 부드러움 세 가지가 담겨야 한다. 의견이 다르고 상대가 이해되지 않을 때 대화를 끝내지 않고 먼저 호기심을 담아 부드럽게 질문하는 것이다.

 

 

8. '오늘 뭐 했어?'라고 묻는 일상의 헤아림

미지근해진 사랑이 다시 따뜻한 사랑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의 핵심은 '작은 관심'이다. 사랑은 기술이 아니라 관심이다. 서로에 대한 작은 관심이 꾸준히 오고 간다면 사랑의 온도는 다시 올라갈 수 있다.

 

 

9. 내 마음을 헤아리는 자기 돌봄의 언어

공감 피로에 잘 빠지는 사람들의 특징을 먼저 살펴보면 첫째, 자신의 상태를 살피지 못하고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상대의 책임과 자신의 책임을 구분하지 못한다. 셋째, 상대에게는 친절한데 자기 자신은 함부로 대한다.

 

왜 그럴까? 이들은 누군가를 돕는 것에서 자신의 가치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과 달리 마음 헤아리기가 발달한 사람들은 관계에서 번아웃이나 감정적 소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나아가 상대가 고마움을 느낄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관계 안에서 서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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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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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 헤아리기 대화를 위한 새로운 관계의 틀 재정립

인간관계에서 한쪽이 손해를 보면 다른 한쪽은 그만큼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로섬'에 비유한다면, 반대로 그 관계 안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느끼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비 제로섬'이라고 칭할 수 있다.

 

관계를 비 제로섬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실제 갈등이나 다툼이 벌어지더라도 '지고 이기느냐가 아니라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해', '서로의 차이보다는 동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자!'와 같은 생각을 함으로써 대화를 시도하거나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진다.

 

이들은 지고 이기는 '승패의 틀'이 아닌 성숙함에서 비롯되는 '협력의 틀'에서 상대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을 통해 서로에게 이득이 되고 협력을 이루려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관계의 훈련은 결국 대화의 훈련이다. 세상은 다양성이 높아지고 위계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갈등이 늘어났다. 핵심은 '상대의 맥락을 이해하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욕구를 표현하는 마음 헤아리기 대화'다.

 

 

2. 마음을 헤아리는 4단계 대화

▶1단계: 마음 헤아리기 스위치 켜기

 

▶2단계: 적극적 경청

"좀 더 이야기 해줄 수 있나요?"는 나와 너, 서로의 마음 헤아리기를 촉진하는 핵심 질문이다. 상대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혼자 지레짐작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3단계: 내 마음 헤아리기

 

[첫째. 감정 헤아리기]

내 마음 헤아리기의 핵심은 나의 감정을 헤아리는 것이다. 이를 4단계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 '감정의 허락'

감정이 찾아오면 호기심을 갖고 맞이해보자. 찾아온 이유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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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내면 지시어

'내가 이렇게 느끼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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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감정의 인식'

감정에 따른 신체 생리학적 변화를 느끼고 이를 토대로 '감정을 식별'하여 '세부적인 감정 단어'로 명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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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내면 지시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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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감정의 이해'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에 담긴 욕구와 가치를 파악한다. 해결되지 못한 과거 감정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 또한 감정 이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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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내면 지시어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

'이 감정에 담긴 욕구와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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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감정의 표현'

'밖으로 또는 안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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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내면 지시어

'내 감정과 욕구를 어떻게 표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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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헤아리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힘든 감정에 대해서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위로를 보낼 수 있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욕구 헤아리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자기와 상대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하기 전에 감정 뒤에 감추어진 일차적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상태 헤아리기]

내 마음을 헤아릴 때는 단순히 마음만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 체력, 시간, 한계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4단계: 메타 커뮤니케이션

메타 커뮤니케이션이란 '의사소통 속에서 어떤 메시지가 오고 가는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관찰하고 대화의 의도와 목적을 떠올리며 대화하는 것'이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대화의 목적을 놓치지 않고, 의도와 표현의 불일치를 최소화한다. 당신이 상대와의 대화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3. 갈등 해결 연습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화의 목적을 상기하라.

▶둘째, 공통점을 찾고 연결을 강화하라.

▶셋째, 자기 입장을 표현할 때는 '내 생각에는...,', '내 느낌에는...'이라고 시작해 보자.

▶넷째, 일반화해서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하라. 대화에서 피해야 할 단어들은 '늘', '항상', '언제나',' 한 번도', '결코' 등 단정적이고 일반화하는 용어들이다.

▶다섯째, 리허설을 하라. 실제 경험과 맞먹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실제 상황에서 유사하게 표현할 수 있다.

▶여섯째, 갈등을 한 번의 대화로 풀려고 하지 마라. 의도와 결과는 꼭 일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마음과 달리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는 끝까지 풀려고 하기보다는 환기를 시키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좋다.

 

 

4. 관계의 기울기 회복 '손절이 답일까?'

자기 표현이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미덕은 참거나 손절하는 게 아니라 '표현'이다.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이야기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드럽게 얘기하려면 참을 만큼 참았다가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인내의 한계가 10이라고 한다면 7점을 넘기지 말고 3~6점일 때 표현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후 손절은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하자.

 

자기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면 큰일이 벌어지는 커녕 오히려 관계의 기울기가 회복되는 실마리가 된다. 상대가 꼭 달라지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다 보면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자신을 점점 더 좋아할 수 있다. 그러면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관계의 갈등을 겪고 있는 원인을 보통은 능력이 없거나 기술의 부족으로 여기며 자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제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해서, 연습이 부족해서, 충분한 경험을 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더해 노력의 방향이나 잘못된 방법으로 인해 오히려 오해를 야기하거나 문제를 더 키웠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부나 인생을 설계할 때 무작정 달려들기보다 제대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나가야 시간 낭비 없이 진행할 수 있듯이, 관계 역시도 이러한 수순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왜 저래?'라고 즉각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하기보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관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상대방을 알려고 하는 자세를 가져보자.

 

쉽지는 않겠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이러한 절차를 거쳐 제대로 확인해 본다면 적어도 나의 섣부른 판단에 의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은 없을듯하다. 이후 관계를 이어나갈지 말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물어보는 것, 여기에 자신의 판단이나 의사는 배제하는 것, 공감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는 것과 같은 행동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데도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나 불신으로 오랜 공백을 갖기보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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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3232j 2023-12-21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니님 대단하시네요^^
책내용을 압축해놓은 느낌입니디~
글 잘읽었고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2023-12-21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요조 (Yozoh)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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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몇 가지 즐겨보던 프로그램에 패널로 등장하면서 뮤지션으로 알고 있던 요조. 그러나 언젠가부터 연예인에 특별히 관심이 없어지면서 찾아보기보다 보이면 보이는 대로, 들리면 들리는 대로 즐기게 되면서 내 기억 속에서 잠시 사라졌던 그녀.

 

그럼에도 간간이 그녀가 독립서점을 열어서 운영 중이라는 소식과 더불어 유튜브 파도타기로 그녀 지인의 유튜브에 등장한 모습을 잠시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마치 가끔 연락하는 지인처럼 소식을 접했던 그녀였는데, 최근에 읽었던 책에 그녀의 책이 언급되면서 내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무심결에 선택한 그녀의 산문집을 우연찮게 손에 쥐게 되면서 내가 몰랐던 그녀의 일상과 취향, 가족과 지인들, 속에 담아둔 사정까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뮤지션이자 작가, 동네 서점 주인인 요조가 그녀의 시선에 담긴 일상과 사람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담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음악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 갑작스러운 사고로 동생을 잃은 이야기, 채식주의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 책과 책방, 음악에 이르기까지 얽혀있는 다방면의 예술가들과의 관계, 책방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 일상에서 느낀 소소하지만 큰 깨달음 등 요조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을 그녀만의 느낌과 감성으로 풀어냈다.

 

읽다 보면 요조의 성격과 취향, 스타일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생각보다 털털하고, 생각보다 상처가 많으며, 생각보다 엉뚱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떡볶이를 너무 좋아하는 그녀, 밤하늘의 별 보는 것을 무서워했던 그녀, 한때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지하철을 타지 못했던 그녀, 혼맥에 황태채구이를 즐겨먹는 그녀 등등.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자리한 일상을 살펴보며, 소소하지만 특별한 하루 속에 자리한 깨달음을 따라가보자.

 

그녀가 그녀 주변의 사람들을 부르는 호칭은 어딘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가족을 비롯해 지인들을 다정하게 '00~야'라고 부르기보다 '홍길동'은 식의 조금 딱딱해 보이지만, 애정이 묻어있는 이름 혹은 별칭으로 호칭한다.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이런 호칭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실명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어떤 것들은 진짜 이름인지 그녀만의 애칭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든 것들도 있는데, 그녀가 부르는 호칭대로 불러보며 이미지를 상상해 볼 따름이다.

 

▶남친: 이종수
▶어머니: 백기녀
▶아버지: 신중택
▶친구: 위아래
▶위고출판사대표/친구: 조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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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도 때도 없이 자는 얼굴을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 것처럼 모두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루씩 하루씩을 견디고 있다. 다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위아래와 조소정의 자는 얼굴을 상상하면서 가만히 궁금해졌다.

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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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서로의 자는 얼굴을 보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자신 주변 사람들의 자는 얼굴을 생각하게 된 저자. 깨어 있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사랑하는 사람의 자는 얼굴은 때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연약하고 무해해 보이는 자는 얼굴은 수만 가지의 상황과도 직결된다. 의료진들의 지쳐 쓰러져 자는 잠, 누군가의 죽음 앞에 드리운 잠, 불면증이 시달리다 겨우 든 잠 등.

 

눈뜨자마자 맞는 아침에 무력감을 느낀 저자는 문득 사람들의 자는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은 잠들기 전 어떤 하루를 견디며 보냈을까를 떠올려 보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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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잡한 아픔들에 주로 모른다는 말로 안전하게 대처해왔다. 빼어나고 노련하게. 그리고 예의 바르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손사래도 치고, 뒷걸음도 친다. 그 와중에 김완이나 고승욱 같은 사람은 모르는 채로 가까이 다가간다. 복잡한 아픔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기어이 알아내려 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 손을 내민다.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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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문득 누군가의 복잡한 아픔 앞에 나는 어떤 태도를 취했나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이내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것보다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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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관계로 할아버지를 경험해 보지 못했고 다른 할아버지들과 다정한 라포를 형성해 보는 데도 실패한 나는 어른이 되면서 나조차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들을 슬금슬금 피하며 사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 한 할아버지랑 마주 앉아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

이 할아버지는 친구 박승호 때문에 알았다.

(...)

작년 여름, 박승호는 '울 아버지 전시회 하는데 올래?" 하고 나풀나풀 한 톤으로 말했다.

(...)

할아버지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종수는 "으아, 저도 선생님 손자가 되고 싶네요!" 하고 말했다. 실은 나도 속으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손자가 되어서 "할아버지" 하고 불러보고 싶다고. 그래도 이 글을 쓰면서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원 없이 적었으니 되었다.

101~1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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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 이야기를 통해 어릴 적 몇몇의 경험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는 상황에서도, 특별한 긍정적 경험을 그 위에 쌓게 되면 이것 또한 바뀔 수 있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일화 중 하나였다.

 

만약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있다면, 새로운 경험이나 긍정적 인식으로 덮어버리면 어떨까? 그 덕에 어쩌면 새로운 시너지와 더 나은 생각들을 일깨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행사가 끝나고 나를 기다리고 있던 신봉수와 홍대까지 걸어왔다. 어떻게 그런 연기가 나왔냐고 내가 놀라워하자 신봉수는 요즘 정말 외로웠다는 의외로 간단한 대답을 내놓았다. 극중 인물의 마음에 자신을 담아낸 그의 얼결의 용기에 나는 감명을 받았다.

 

"어쩜 그렇게 다들 연기해 본 적도 없으시면서 잘하시던지. 진짜 놀랐어요. 배우처럼 다듬어진 톤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뭔가 더 정말 같았어요. 아까의 우리들을 보자니 예술이란 것이......"

 

나는 그의 말을 이었다.
"참 흔한 거였어요."
"맞아요."

112~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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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하는 예술이 사실 어쩌면 의외로 흔하고 일상적인 것을 담아내는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희곡을 읽으면서 자신의 처지와 생각을 담아낸 것처럼.

 

덕분에 매끄럽진 않지만 오히려 더 현실감 돋는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었을까? 가짜 같지 않은 진짜 같은 느낌! 예술은 그런 것이 아닐까?

 

 


=====
'나는 나의 남은 인생을 내 주변의 멋진 사람들을 흉내 내면서 살고 싶다.'
이 말을 벌써 몇 번째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
나는 거칠게 세 사람을 따라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 세 사람은 내가 평소에 비웃고 놀리는 데 주력해 왔던 자들이다.

 

1. 장강명의 스톱워치 워킹
그의 스톱워치 사용 사례는 비단 작업할 때뿐이 아니었는데, 녹음을 마치고 다 같이 뒤풀이하는 자리에서도 스톱워치를 켜는 장강명을 본 적이 있다.
(...)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어떤 위기가 있었다. 이른바 마감 폭탄이었다. 우연히 일렬로 정렬하듯이 동일한 마감일에 우르르 줄을 섰다.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사로잡힌 채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몇 시간이고 트위터 타임라인만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하루를 24시간 이상으로 늘릴 수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던 날 아침에, 지푸라기를 잡는다는 심정으로, 나는 스톱워치를 켰다.

 

결론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원고들을 다 끝내는 데 성공했다.

 


2. 김홍란의 채식 인생
김홍란은 오래전부터 페스코 베지테리언(육류는 먹지 않고 생선, 동물의 알, 유제품은 먹는 채식 유형) 이었다. 한번은 '천진 포자'라는 만둣집에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가끔 고기만두가 사무치게 먹고 싶어진다고 말하며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만두를 허겁지겁 먹었다. 나는 김홍란에게 뭐 하러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냐고 말했다.

 

김홍란은 무슨 귀한 비밀이라도 되는 듯이 목소리를 죽이고 이른 말을 했다.
"정말 비건처럼 먹게 되잖아? 그럼 응가에서 냄새가 안 나."

 

몇 권의 책의 도움을 받아 2018년 12월부터 김홍란처럼 고기를 끊었다. 초창기에는 비건식을 고수하다가 도저히 내 끼니 환경으로는 비건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 비건을 지향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으로 지금까지 제법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비건식을 고수하던 초창기 내가 가장 열심으로 했던 일이 화장실에 가서 킁킁거리는 일이었다.

 

 


3. 허세과의 일본 제품 불매
왜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것인지 물어보자 허세과는 차분하고 길게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그 이야기를 요약,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본 강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분들을 향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무척 화가 난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속상하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일본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는 나의 의견을 표명하고 싶다.'

 

그때부터 나도 허세과의 고독한 무브먼트를 따라 했다. 뭐랄까 나의 동참은 정치적 의도라기보다는 그저 허세과를 응원하고픈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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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결연함과 의리, 현실감이 돋는 이야기다. 단순히 놀리는 것에 그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가까이 있는 지인들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관심을 가짐으로써 이들이 가진 장점을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이다.

 

덕분에 결론은 모두 해피엔딩이다.

 

요즘 말로 하면 벤치마킹 후 이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장점을 극대화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
나에게 중요한 것은 서울이 그래서 과연 실제로 얼만큼 아름다운지가 아니다. 나는 서울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나에게 주목하고 있다. 서울에 올 때마다 그래서 서울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릴 때마다 '내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서른네 살이 되도록 살았다'는 간단하게 뭉뚱그려진 사실 하나가 조금씩 조금씩 자세하고 분명해지고 있다.

(...)

멀고 수려한 섬에서 몇 년 살고 나서야 서울에서 내내 살았던 내 지난 삶을, 이 아무것도 아닌 시절을 '아름답다'는 감정 아래에서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움은 이토록 재미있다.

1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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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나봐야 집의 소중함을 알 수 있듯이, 저자의 제주와 서울을 오가는 이중생활은 바쁘고 호들갑스럽게 돌아간다고 느껴졌던 원래 살던 도시 서울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별거 아닌 작고 소중한 일상을 하나씩 인식하게 되면서 풍성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은 얼마나 새롭고 흥미진진할까?

 

익숙함에 속아 진짜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새삼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하루다.

 

 


=====
나는 그 구겨진 얼굴들을 보며 이제 절대로 '저렇게까지 흥분할 일이야?'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고 싶을 만큼 매일같이 겪는 불평등과 차별들, 아무리 좋게 말해도 듣지 않고 변하지 않아 결국 얼굴이 꾸깃꾸깃 구겨진 채로 거리에 나온 노동자들과 여성들, 장애인들, 그 밖의 약자들.

 

언제 어디서든 어떤 구겨진 얼굴을 마주했을 때 '얼굴을 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당신의 얼굴이 이렇게 구겨지도록 만들었는지를 묻는 것. 최대한 자주 그 구겨진 얼굴을 따라 옆에 서는 것. 책방을 운영하면서 힘들고 귀하게 배운 태도이다.

17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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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흔히들 '왜 저래?'가 절로 나오는 얼굴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들은 사실 깊게 다가가보면 수없는 차별과 불평등 속에 내던져진 사람들의 끊임없는 외침이 불러온 모습들이다.

 

그렇게 자리한 구겨진 얼굴은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아 원래 그런 모습처럼 느껴지곤 하는데, 그런 그들을 마주한 사람들은 너무 쉽게 얼굴 피라며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저자는 책방을 운영하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현실은 생각보다 낭만적이거나 평화롭지 않음을 절절하게 깨닫는다. 덕분에 구겨진 이들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를,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배웠다고 말한다.

 

 

경험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모두 저마다의 고난과 아픔,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살아가고 있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드러 낼 수 없는 것,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마음속에 한 움큼 움켜쥐고 한발 한발 나아가며, 자신만의 삶의 궤적을 그러나가는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음도 알 수 있었다.

 

더 가치 있는 삶, 더 나은 삶을 위해 가까이 있는 멋진 사람들을 흉내도 내보고, 좋아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보기도 하며,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아픔에서 한 발짝 나아가 보는 일련의 행위들은 어쩐지 자꾸만 응원과 격려를 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것은 또 다른 나 혹은 주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게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는 곧 저자처럼 익숙함에서 벗어나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소하지만 소중한 나날들로 채워보면서 하루를 꽉 채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만의 감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부드럽게 매일매일 그렇게 쌓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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