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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마지막 공중전화
피터 애커먼 지음, 맥스 달튼 그림, 김선희 옮김 / 더블북 / 2023년 12월
평점 :
단순한 그림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을 너무 잘 반영한,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공중전화'를 잘 모르거나 사용해 보지 않은 요즘 세대를 제외하면 모두 공감할 소재라 더 그렇게 느껴진다.
너무 빨리 변화하는 시대,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바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흘려보낸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소중하고 가치 있었던 것들이었음을 이제서야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나의 10대에는 눈에 보일 만큼 많은 디지털 기기들이 순식간에 탄생하고 없어지던 변화를 겪던 시기였는데, 돌이켜보면 그것들이 있었기에 많은 추억과 즐거움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휴대폰 하나에 많은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음악, 전화, 인터넷 등을 각각의 기기로 사용하던 시대라 관심사에 따라 각자 가지고 있는 기기도 달랐고, 가격도 꽤 비쌌으며, 성능도 천차만별이라 내 물건에 대한 애틋함이 유독 더 컸던 것 같다.
그러한 시간을 겪고 이제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가지게 된 휴대폰이 당연한 듯 자리 잡으면서 어느새 종적을 감춰버린 것들을 떠올려 보면, 정말 사라져야만 했던 것들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편리함과 적응이라는 이름 앞에 사라져 버린 것들을 다시 되짚어 보고 그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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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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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웨스트엔드 대로와 100번가 모퉁이에 있는 '전화 박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곳이다. 회사원, 걸스카우트 소녀, 공사 현장 감독, 동물원 관리인, 발레리나 등 많은 사람들이 늘 그곳을 이용하면서 때로 길게 줄을 서야 할 때도 있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었기에 통신사 직원들은 일주일 간격으로 나와 전화박스를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닦고, 버튼이 잘 눌리는지 확인하는 등 늘 관리를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귀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무언가에 대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공중전화박스를 찾는 사람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휴대전화로, 동전도, 전화선도, 전화박스도 필요 없었다. 그저 휴대전화에 대고 말을 하면 송신탑을 거쳐 편리하게 통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전화박스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그가 예상한 대로 사람들은 더 이상 전화박스를 찾지 않게 되면서 마침내는 아무도 그를 찾지 않게 된다. 전화박스를 관리해 주던 직원들 마저도.
그렇게 전화박스는 서서히 녹이 슬고, 칠이 벗겨지면서, 어느새 유리에 금이 갔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전화박스는 외로워지기 시작했고, 자신과 같은 다른 전화박스가 쓰레기장으로 실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곧 자신도 그렇게 되리라 짐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청난 폭풍이 내리치면서 정전이 되었고, 뉴욕시가 완전히 멈추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불통이 된 휴대전화 대신 공중전화 박스를 다시 찾게 된다.
여기저기 칠이 벗겨지고 고물이 되어 버린 외관 때문에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예전 그 자리에 여전히 서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 동전을 넣고 통화를 다시 시도하게 되면서 다시 공중전화는 이들에게 소중한 사람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그렇게 작동이 되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이 하나 둘 줄을 서기 시작하면서 다시 그 쓸모를 인정받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이 돌아오자 통신사 직원들도 다시 찾아와 반짝반짝 빛나게 청소도 깨끗이 해주었고, 꽉 찬 동전함도 관리해 주기 시작한다.
이 일을 계기로 공중전화박스는 뉴욕 시로부터 '영웅'의 칭호를 얻게 되었고, 덕분에 황동으로 된 이름표도 얻게 된다. 하지만 공중전화박스는 이내 곧 폐기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공중전화박스를 보존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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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말했어요.
"전화박스를 못 가져가게 하렴.
난 그게 언제 거기에 자리 잡았는지 안단다.
그 전화박스야말로
이 나라의 보물 아니겠니?"
뉴욕시장의 할머니와 뉴욕시장의 전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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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민들의 소원대로 뉴욕 웨스트엔드 대로와 100번가 모퉁이에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남은 뉴욕의 마지막 공중전화박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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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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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는 낡았다는 이유로,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퇴물 취급하며 관심을 꺼버리는 경우가 있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버려진 아날로그가 그렇다.
이 책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이것을 대입해 보면 더 깊이 와닿는 부분이 많은데,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 더 아쉽게 느껴진다.
나눠먹던 온기, 따뜻한 이웃의 정, 함께 어울려 지냈던 동네 친구들과 같은 복고풍의 감성은 물론 삐삐, MP3, CD플레이어 등의 이제는 사라져 버린 물건들이 아마 그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은 그때의 그 가치와 정, 의미들을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그저 앨범을 뒤적이거나, 응답하라 시리즈가 같은 드라마를 통해서만 되짚어 볼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풍족하진 못했어도, 마음만큼은 풍요로웠던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며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귀한 유산들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이 책에서 뉴욕 시민들은 잠시나마 공중전화박스를 외면했지만, 이내 그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게 되면서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킨 공중전화박스를 한뜻으로 지켜내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하게 되면서 그 공중전화박스는 유일하게 뉴욕에 남은 마지막 공중전화박스가 된다.
이처럼 내용도 알차지만, 과거 뉴욕의 모습을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붉은 벽돌집, 뉴욕 거리명을 뜻하는 st 표시, 제각각 모습으로 다인종을 표현한 모습, 옐로 택시 등 다양한 캐릭터와 연령, 직업,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게 느껴지면서 한 층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느라 놓치고 있던 자신만의 잃어버린 '가치'와 '의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