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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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에서 인간으로 바꾸어준 책 한 권의 기적!"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답게 사는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영화속에서나 볼법한 과거 소위 보릿고개 시절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만나보면서, 새삼 대한민국이 참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쟁고아가 넘쳐나던 시절, 굶주림으로 거지와 도둑이 판치던 시절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살아남기 위한 눈물겨운 우리의 아픈 역사이기도 한데, 그 속에서 쉽게 사는 방법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인생에 한 획을 그은 저자의 삶을 지켜보면서 현재의 나와 우리를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홀로 삶을 감당해야 했던 저자. 그래서인지 세상의 이치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도덕이나 배움에 무지했던 그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앵벌이와 도둑질이 전부였다.

 

그러나 특별한 계기로 인해 배움에 대한 의지를 가지게 되면서, 홀로 독학하며 무수한 도전으로 이뤄낸 성과는 가히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결과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인생사 전반이 담겨있는 회고록이자 에세이집으로, 인간답게 사는 것이란 무엇이고, 또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전하고 있다.

 

 


저자의 인생을 총 3부로 나누어 기록하고 있다. 1부 남대문 지하도의 유령들에서는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2부 펜보다 강했던 총칼에서는 제대로 살아보기로 마음먹으면서 출판사에 취직을 하고 이후 사회 속에서 저자가 새롭게 깨달은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3부 작별과 환송회에서는 성질을 죽이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묵묵히 견뎌온 시간들을 이겨내고 마침내 얻은 인간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를 통해 15년간 함께 했던 출판사를 떠나기까지의 이야기와 이 책을 쓰게 된 과정을 짤막하게 만나볼 수 있다.

 


전쟁고아로 거리를 떠돌며 삶을 이어가던 그가 혼란하고 뜨거웠던 격동적인 시대까지 보내며, 마침내 인간승리를 이뤄낸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또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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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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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쁜 놈이라는 것, 이제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 내게는 그 두 가지 간절함이 있었다.
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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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기억하는 아주 어릴 적 가족의 구성원은 이러했다. 청량리 시장에서 옷감 장사를 하던 아버지, 사진관을 운영하던 어머니, 큰형은 입대를 했고, 작은형은 집을 나갔다. 그리고 누나 둘과 자신, 그리고 젖먹이 남동생까지 총 6남매로 기억하고 있다. 저자는 새엄마가 데려온 아이로 형 혹은 누나들과 배다른 형제였던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불행의 시작은 어느 날 하얀 가운을 입은 아저씨에 의해 죽임을 당한 어머니로부터 시작된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인 사람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되고 급격히 가세가 기울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저자는 개천 주변 판잣집 중 한곳에 팔려가듯 맡겨지지만 이내 버려지게 되고 울면서 찾은 파출소에 아버지가 찾아오게 되면서 둘은 가동되지 않는 콩나물 공장 안에서 지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날 아버지는 누워계시다가 그대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또다시 저자는 혼자가 된다.

 

그렇게 아버지까지 잃게 되면서 저자는 남대문 지하도에서 앵벌이, 도둑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한때 '고아들의 꿈'이라 불리는 5.8 보육원에 입소하기도 하지만 두 부대 간에 충돌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그곳에서 도망쳐 나오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시작된 남대문 지하도의 앵벌이 생활을 하다 단속에 걸려 응암동에 있는 서울 시립 아동 보호소로 들어가게 되지만, 또다시 도망치게 된다. 그러다 다시 아동보호소로 잡혀 오게 되는데, 추운 날씨에 동상이 걸리고, 숨이 차서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되면서 치료를 받게 되고, 그때 그곳에서 '만화'라는 것을 처음 보게 된다.

 

그렇게 치료를 받은 후 병원에서 나온 뒤에 갈 곳이 없었던 저자는 결국 또 남대문 지하도로 돌아갔고, 남대문시장에서 들치기(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을 하는 사팔이, 까불이와 같이 생활하게 되면서 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다 이 생활도 싫어져 홀로 을지 공원에 앉아 있던 그는 초티(초저녁 도둑질)를 보러 가는 10여 명의 도둑들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일원이 되고 후에는 도둑질 잘하는 놈으로 유명해진다.

 

1964년 봄, 종로경찰서 형사들이 하숙집을 덮치면서 소년원에 가게 되고 거기서 다시 트럭에 올라 불광동 소년원으로 향하게 된다.

 

이렇게 입소와 출소를 밥 먹듯 반복하던 어느 날 만화책 이후로 접할 일 없을 것만 같았던 '책'과 1966년에 소년수들이 머무는 감방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이때는 독서 목록을 방마다 배포하고 보름에 세 권씩 책을 의무적으로 신청하게 하던 시기라 어디에나 책이 굴러다녔는데, 평소에는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가 영화로 본 적이 있는 칭기즈칸이 계림 문고의 '소년소녀 세계명작' 시리즈로 나온 게 눈에 들어와 읽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때부터 저자는 굴러다니는 책들, 특히 계림 문고판으로 나온 <나폴레옹>, <워싱턴>, <링컨>, <처칠> 등의 소설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 치우게 된다.

 

어느 날은 발에 뭐가 툭 걸렸는데, <마음의 샘터>라는 책으로 파란색 표지에 길쭉하고 도톰한 양장본이었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격언을 엮어놓은 책인 것 같았다.

 

당시에는 왠지 좋은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짧은 만남이 훗날 새 인간이 되는 계기가 될 줄을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1968년에는 포화상태였던 서울교도소에서 엿장수를 도와주게 되면서 그는 나름의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선물을 주고 싶어 했고, 그때 1966년 소년단에서 잠깐 들춰 봤다가 내려놓았던 <마음의 샘터>라는 책이 머릿속에 뜬금없이 떠올리게 된다.

 

예상치 못하게 딱 한 번 슬쩍 들여다본 그 책이 왜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불쑥 떠올랐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라고 한다.

 

엿장수 어머님의 도움으로 당시 아나운서였던 임택근이 <새 마음의 샘터>라는 제목으로 다시 펴낸 책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엿장수가 출소하고 난 뒤 단숨에 읽어나갔고, 그중 마음에 드는 명언에는 따로 동그라미 표시를 해두어 아침, 점심 식사 후, 잠들기 전 습관처럼 하루 세 번을 읽었다. 표시한 것이 적어도 80개 이상은 되었음에도 꾸준히 반복해서 읽어나가며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마음잡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실패해서 다시 교도소로 들어올 때마다 그는 <새 마음의 샘터>를 읽으며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반성과 참회로 지난 삶을 씻어 내렸다.

 

그러다 <새 마음의 샘터>에서 본 문장들이 마음속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의정부 교도소로 이감을 가면서부터로, 조장이 면박을 주거나 꼴사나운 위세를 떨 때, 혹은 일이 고될 때면 하루에도 수십 번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와 같은 <새 마음의 샘터> 속 글귀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공부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저자에게는 매우 이례적인 변화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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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공부를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갑작스럽게.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엄청난 사건이자 변화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스스로 기가 막혔다. 모든 게 <새 마음의 샘터> 때문인 것 같았다.
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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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연필을 멋있게 깎아 자신의 이름 '임승남' 석 자를 제대로 써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필을 깎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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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힘을 주지 말자.
종이와 친해지자.
연필과도 친해지자.

새삼 그런 노력부터 해야 했다.
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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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다시금 출소하는 날 교도관이 하는 말이 이번에는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아마 마음의 변화로 인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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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곳에서 만나지 말고 좋은 곳에서 만납시다."

 

서로 손과 손을 마주 잡고 앞날을 빌어주었다. 기분이 묘했다. 전에는 사실 출소 자체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
마음을 잡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난생처음이었다.
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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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잡고 처음 시작한 일은 버스에서 책을 파는 일로, 처음에 한 권을 팔자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에게 한마디를 듣고 나자 얼이 빠져버리면서 그 뒤부터는 버스에 오를 수 없었다.

 

다음으로 평화시장에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구두 닦는 일도 해봤지만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다시 도둑질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남의 집 담을 넘다 잡혀 영등포 구치소로 들어가게 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뭔가를 다시 깨닫기 위해선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구하겠다는 욕심에 나이를 속여 소년수 방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새 마음의 샘터>, <국어사전>, <영어 첫걸음>, <일본어 첫걸음>과 같은 방에 굴러다니는 책이란 책은 다 챙기게 된다.

 

이때쯤 저자는 자신의 태어난 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나이를 역산해 1949년 소띠라는 것을 알아냈고, 임승남이라는 이름 석 자의 한문을 스스로 짓게 된다.

 

이후 1년형을 받고 청주 교도소에 이감을 가면서 책 세 권만 허용되면서 <일반상식>, <영어 첫걸음>, <일본어 첫걸음>을 선택해 알파벳을 주로 익히면서 틈틈이 상식도 배우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고열과 함께 기침이 심하게 나기 시작하면서 새빨간 피를 토하게 되는데, 엑스레이를 통해 결핵으로 판명 나면서 격리실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반복되는 출소와 입소 상황은 마치 격변기처럼 그간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서 사람답게 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 허물어지는 생활이 반복되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인간이 되기 위해서 그는 몇 가지 각오를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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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남들을 가볍게 보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나보다 한살이라도 많은 사람에게는 깍듯이 윗사람 대우를 해주는 것은 물론, 모든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또 돈을 가볍게 여기는 습관이 생긴 것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
나는 앞으로는 절대 잘난 척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는 삶의 새 각오 몇 가지를 정리했다. 그런 다음 종이에 적어서 책갈피로 끼워 넣었다.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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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와 실패가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와중에 저자는 틈틈이 문자와 상식들을 독학으로 익혀나갔으며, 또 인간이 되기 위해 스스로가 규칙을 정해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수시로 되돌아오는 야수성과 폭력성을 가라앉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며 점검했고, 책이야말로 마음의 양식이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부탁해 책을 꾸준히 읽어나간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건 없었다. 출소한지 6개월 만에 결국 또 남의 집 담을 넘고 있었는데, 잘할 수 있는 것이 도둑질뿐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후 결핵이 다시 재발했고, 교도소 내 병실에서 반성과 참회를 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사실 이때 저자의 상태는 완치될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이런저런 행운들이 겹치며 이곳을 출소할 때만큼은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아마도 그동안의 무모할 만큼 시도했던 수많은 도전들이 이제서야 빛을 발한 게 아닐까 싶다. 그는 사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모든 걸 내려놓게 되는데 덕분에 오히려 병이 나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또 우연히 고대 사학과 3학년을 다니다가 들어온 정 형을 알게 되면서 지금의 저자를 만드는 과정의 시작이 된다. 이것은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삶에 큰 욕심이 없었기에 어쩌면 더 빠르게 상황의 반전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나 싶다.

 

 


우연히 만난 <새 마음의 샘터>라는 책은 저자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무지하며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느니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죽는 것이 더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 큰 욕심 없는, 그저 보통의 사람이 되기를 바라게 되면서 실패하면서도 계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교도소 인연으로 정 형 덕에 저자는 쉽게 갈 수 없는 인쇄 공장으로 출역 되게 되고, 덕분에 후에 인쇄 관련 업종에서 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1976년 8월 8일 다시 출소한 저자는 정 형을 찾아가게 되면서 출판사 취직 자리를 얻게 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출판사 일에 몸을 담그게 된다.

 

처음 월급 3만 원으로 시작한 영업 배본사원 업무를 시작으로 그는 평민사, 과학과 인간사 등 여러 출판사를 거치며 후에는 부장 직급과 30만 원의 월급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매일이 신나면서, 힘들 줄도 모르고 즐겁게 일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이런 실전 경험들을 통해 영업방식을 배우고 서점 사장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서, 저자는 그들을 통해 세상살이의 또 다른 면모도 배우게 된다.

 

그렇게 3년째가 되면서 최인훈의 <광장>, 황석영의 <객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등과 같은,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던 소설책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책 읽는 분야도 점차 넓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인문 사회 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인간쓰레기들은 자신처럼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부모의 사랑도 받고 교육도 정상적으로 받았지만 사람들을 노예나 머슴처럼 다루고 부려먹는 사람들도 포함된다는 엄청난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된다. 이때 그는 허망함과 동시에 살아가는 보람과 긍지마저 사라졌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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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의 담장은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담장 자체가 아예 보이지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큰 절망에 빠뜨렸다.
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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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는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되고, 마침내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도덕과 이치에 대해 알게 되면서, 주민등록증도 만들고 사람다운 삶에 조금씩 더 근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쯤 박정희 대통령의 연임제, 군사정권과 반란 등 우리 사회가 대혼란과 격변의 시기에 도래하게 되면서 그는 수많은 고난과 고초를 겪게 된다.

 

그 와중에도 신기하게 인쇄소는 계속 돌아갔는데, 단순히 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폭발적으로 읽히는 책들도 생겨나게 된다. 아마 유일하게 서로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매체가 신문 혹은 책이 유일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와중에 노동 항거를 외치고 분신한 '전태일'의 이름을 듣게 되고, 후에 그는 <전태일 평전>을 내는 출판사 사장이 된다.

 

출판사를 통해 예민한 책들이 출간되고, 유명 인사들이 그와 얽히면서 국가기관에 여러 번 불려 다니며 고문을 당했던 그는 후에 간첩으로 몰려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을 염려해 '자전소설'이라고 이름을 붙인 <걸밥>의 출간을 결심하게 된다.

 

당시 시대적으로 간첩으로 몰리는 것만큼 두려운 것이 없었는데, 고아 출신에 교도소를 수십 번 드나들었던 그야말로 거기에 엮어 들어갈 위험이 매우 높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자신의 신분을 공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함정의 그물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렇게 <걸밥>은 전쟁고아 양아치, 전과 7범 인문사회과학 돌베개 출판사 사장 임승남, 인간승리!라는 타이틀로 신문에도 소개된다.

 

겨우 그렇게 상황을 모면하고 또다시 닥친 위기 속에서 이번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자진해서 마지막 구치소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구치소 생활을 끝내고 나오면서 그는 두 가지를 꼭 하기로 결심한다.

 

첫째, 글을 쓴다.
둘째, 돌베개 출판사를 떠나야 한다.

 


이제 정상적인 궤도에서 수익이 잘 나오고 있는 출판사를 돌연 그만두겠다고 하는 그의 말에 오히려 주변에서 저지하지만, 그는 굳건히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인다.

 

그리고 마침내 1993년 4월 돌베개 출판사를 떠나게 된다. 아내와 아들, 딸, 그리고 아직 젖먹이 막내가 있었지만, 신념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끙끙 거리면서도 글을 써 내려갔고, 마침내 이 책이 출간되게 된다. 가정에도 더 충실하게 되었으며, 부모님의 제사도 모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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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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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섯 살 때 전쟁고아로 홀로 내던져진 작은 아이가, 어느새 이만큼 자라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어엿한 출판사의 사장님이 되어 주변을 챙기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기까지 얼마나 힘겨웠을까?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배움도 얻지 못해 그저 앵벌이와 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해야만 했던 당시의 상황은 어쩌면 무지했기에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는 '책 한 권'을 계기로 스스로 변화하기를 선택했고, 노력했으며, 수없는 도전을 통해 마침내 달라진 삶을 살게 된다. 어쩌면 원래 살던 방식대로 사는,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일찍이 책이 주는 깨우침과 사람답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독학으로 한글과 한자, 영어를 깨우쳤고 기회가 될 때마다 책을 찾아 읽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되돌아보며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본 바탕에는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여유가 생겼을 때는 여전히 어려운 주변 사람들과 감방에서 만난 지인조차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데, 후에 이것에 대해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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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는 내가 신부나 스님, 목사 같은 부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2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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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아내는 이제야 알았냐며 말하는 대목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기분에 휩싸였는데, 어쩌면 이런 면모가 바로 저자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사람답게 사는 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먹었음에도 그저 생각만으로 그치는 경우도 부지기순데, 저자는 끝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병실에서도, 실패를 거듭해도 끈을 놓지 않고 무한 반복의 굴레 속에서 마침내 성공을 이뤄낸다.

 

이를 통해 새삼 책 한 권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자신을 무식한데다가 폭력성을 갖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나운 짐승이라고 칭했는데, 이때의 저자는 무지했던 본능만 앞섰던 상태의 존재였다.

 

그러다 이내 한 권의 책을 통해 각성하게 되면서, 문자를 배우고, 세상의 이치에 눈을 뜨게 되면서 문명사회의 일원이 된다. 이 밖에도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결혼을 통해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다운 삶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며 야생에 버려져 늑대 속에서 산 소년의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그러면서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이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인간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가 '인간다움'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앞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부모의 사랑도 받고 교육도 정상적으로 받았어도 태도나 행동이 쓰레기 같다면, 과연 그 사람을 '인간다운 사람'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한때 저자는 인간의 길을 걷다가 그렇게 죽는 것도 보람 있다고 생각할 만큼 절실함과 맹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토록 그를 사람답게 사는 것에 집착하게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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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답게 사는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도전하는 정신이야 말로 본능대로 살아가는 야수와 다른,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 아니겠는가.
(...)
나는 새삼 물질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
눈을 가리는 욕심과 야망을 내려놓고 나면 사물도, 세상도 다시 밝게 보이기 마련인데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하는 삶에 묶여 살고 있다. 그런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자연스레 내게 밀려온다.
2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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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이고,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어쩌면 아주 시의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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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내가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을 통해 인생을 바꾸었듯이 독자들의 인생도 바뀔 것이라 믿고 싶다.
2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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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저자가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뀌었듯, 많은 사람들 역시 새해에는 다양한 책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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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비 절약 문고 세트 - 전12권 배송비 절약 문고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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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팝송 영어회화책과 함께 받은 <배송비 절약 문고세트>는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책이었는데, 아주 얇은 두께와 재미있는 내용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영어 공부법 MBTI>는 유용하면서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악어 현대영어 약어사전>과 <엄마표 영어>는 실질적인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담겨 있어 눈여겨 보게 되었다.

 

어떤 책들인지 간단한 소개와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들을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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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영어문법 용어사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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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할때 가장 어려워 하는 것중 하나를 꼽으라면 '문법'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영어문법의 사전정의를 하나로 집대성하여 아주 기본적인 용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법용어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해당 용어에 대한 뜻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그 다음을 기약하는것은 무리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어딘가 가려웠던 부분을 긁어주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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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현대영어 약어사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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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줄임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말 유용한 책으로, 어쩌면 다섯권 중 일상 생활영어를 구현하는 데 가장 활용도가 높은 책이 아닐까 싶다.

 

문자/채팅/편지/온라인/일상 등에서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어 영어를 활용해 자주 텍스트를 주고 받는다면 이 책을 활용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줄임말을 크게 좋아하거나 선호하지는 않지만 텍스트를 쓰는데 글자 제한이 있거나, 빨리 주고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간단한 약어를 사용해 유용하게 사용해 보는것도 좋다고 본다.

 

약어 중 재미있거나 활용도 높은 것들을 몇가지 선정해 보았다. 2NITE는 스펠링도 줄이고, 누구나 읽었을 때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듯 하다.

 

DND는 일상이나 메일, 문자등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어라고 생각하여 꼽아보았다.

 

Bro는 너무 익숙하고 많이 쓰는 단어고, MIL은 줄임말인데 줄여놓고 보니 왠지 새로운 단어처럼 느껴져 재밌게 다가왔다.

 

BF나 BFF 또한 일상에서 많이 쓸 수 있는 약어인것 같아 꼽아보았다. 이처럼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단어들이라면 약어를 활용해 시간과 효율을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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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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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우리에게는 '잔소리'로 들리는 유용한 핵심 정보를 담고 있는 책으로, 평소 영어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이 속시원히 담겨있다.

 

특히 영어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 말하기와 듣기를 먼저 해야 하는 이유, 나쁜 학원에 2년간 다녔을 때, 영화 한 편으로 공부했다가 실패하는 이유, 영어가 안들리는 이유, 프리토킹의 함정, 영어를 잘하게 되는 유일한 방법 등등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확인할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될 듯하다.

 

물어볼 곳이 마땅히 않아 속끓이고 있던 학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우리아이 영어공부의 방향을 어느정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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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법 MBTI + 수준별 영어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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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별 영어 맞춤 교육을 원한다면 재미있는 영어 MBTI를 통해 스스로를 진단해 보고 영어책을 추천받아보면 어떨까? 이 책에서는 저자의 책을 대상으로 수준별 맞춤 영어책을 추천하는 것은 물론 영어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나에게 안맞는 이유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상담교사에게 상담을 받는 느낌도 들었다.

 

Q. 영어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는 이유는?
A. 설명이 어렵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Q. 영어가 안 들리는 이유는?
A. 본인이 알고 있는 발음이 실제로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경우를 직접 경험 해보지 않으면 들을 수 없다.

 

Q. 영어를 잘하게 되는 유일한 방법은?
A. 초급 수준에서는 공부할 재료의 양은 줄이고 반복해야 한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반복한 것'이다. 반복하는 데에는 '기술'이 필요하며, 영어는 구조로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구조를 통해 말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Q. 영어를 자유롭게 말하려면 걸리는 시간?
A. 원하는 말을 자유롭게 하기까지, '옳은 방법으로 했을 때' 짧게는 3개월이지만, 보통 6개월~2년이 걸린다. 이 기간동안 하루 1~2시간 이상 꾸준히 공부하려면 '계기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 계기가 없다면 꾸준히 자극을 받아야 한다. 학원도 좋고 유튜브 영상도 좋다. 전화영어나 영어 스터디도 좋다.

 

Q. 좋은 책 고르는 법?
A. 시중의 영어 책들을 보면 대부분은 '학원용 책'이다. 때문에 이런 책들은 독학은 불가능하다. 가능한 학습자 수준보다는 쉬운 책으로 고르고, 직접 익혀보거나 가르쳐 본다. 잘 안되면 빨리 다른 책으로 시도를 하며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야 한다.

 

Q.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비결은?
A. 책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꾸준히 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야 한다. 본인이 흥미있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더 알고 싶어서 꾸준히 공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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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에 끝내는 영어 필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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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이나 호주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면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알파벳을 하나하나 따라쓰고, 이것이 익숙해지면 명언을 따라쓰며 필기체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필기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취미로 필기체를 익히는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필기체를 익혀서 자신만의 명언을 직접 써보는 취미생활도 제법 멋질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람들은 유독 영어에 약하고, 또 영어에 집착한다. 그래서인지 영어는 마음속 한칸을 늘 차지하고 앉아 덜어낼수도, 덜어지지 않는 상태로 계속 이어진다. 이런 상태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또 그 방법을 활용해 나만의 익숙해 반복 패턴을 찾는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이런저런 영어공부 방식을 채택해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상황을 점검해보자.

 

일상속에서 큰 부담감없이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어느정도 인지, 어떻게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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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팝송 영어회화 200 - 유튜브 레슨과 카톡으로 익히는 팝송영어
Mike Hwang.챗GPT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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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줄곧 '해결해야 할 무엇'으로 남아있는 영어 공부는 마음처럼 쑥쑥 실력이 늘거나 실천이 잘 따라와 주지 않아 쉽지 않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다.

 

아무리 AI의 시대고, 좋은 기기들 덕에 영어를 잘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직접 소통하지 못하는 답답함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이런저런 방법들을 시도해 보거나 살펴보면서 나에게 잘 맞는 방법을 모색하고는 하는데, 이번에 팝송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이 있다고 해서 만나보았다.


사실 처음에 책을 제대로 보기 전에는 앞서 출간된 여러 팝송 책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꼼꼼히 살펴본 결과 생각보다 디테일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영어와 작곡을 복수 전공한 저자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의 구성만 봐도 복잡하게 설명되어 있을 만큼, 한 권에 많은 것을 담아냈는데, 처음에 이것만 봤을 때는 '대체 무슨 소리야?'라는 생각을 했는데,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니 저자의 마음이 한껏 담긴 이정표 같은 페이지였다.

 

더불어 마구 퍼준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공부 잘하는 친구의 노트를 빌려보는 느낌처럼 여겨져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빼곡한 글씨로 눈 돌아갈 것처럼 수많은 리스트를 보다 보면 행복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약간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생각보다 다양한 페이지 구성으로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팝송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총 210곡 구성된 이 책은 숨겨진 히든 페이지가 존재하는데, 책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적극 활용한 QR코드 덕에 더 많은 정보와 팝송을 만나볼 수 있다.

 

▶본책 17곡: 저작권 허락을 받아 전체 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추가 10곡: 책에 싣지는 못했지만, QR코드로 접속하면 위의 17곡과 같은 구성으로 된 PDF 파일로 받을 수 있다.

▶추가 책 3곡: 본책과는 별도로 이벤트 참여시 받을 수 있는 책으로, 17곡과 같은 구성이며 저자의 취향을 담은 곡들이다.

▶180곡: 저작권을 허락받지 못하여 책에는 가사를 제외한 단어와 뜻만 확인해 볼 수 있는데, 곡 시간별로 등장하는 단어들을 통해 가사의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하지만 QR코드로 들어가면 앞선 곡들과 마찬가지로 전체 가사와 해석, 뮤직비디오를 만나볼 수 있다.

 

17곡+10곡+3곡+180곡=210곡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곡: 총 197곡+별도 다운로드 10곡)

 

곡 선정은 MBC 라디오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200을 뽑아 선정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익숙한 곡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귀에 쏙쏙 들어와 신나게 듣고 따라 부르며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신나서 흥얼흥얼 거리기만 했지 제대로 가사를 음미하거나 살펴보지는 못했던 곡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품성/대중성/재미/영어난이도/노래난이도와 같은 수준별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어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곡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조금 더 재미있고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곡을 선택한다면, 영어 공부가 약간은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좌우 페이지를 살펴보면 영어 빈칸 채우기와 한글 영어 발음, 한글 뜻과 영어 단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곡을 잘 안다면 그대로 빈칸을 채워봐도 좋지만, 제대로 된 가사를 잘 알지 못한다면, QR코드를 통해 곡을 먼저 들어보자!

 

개인적으로는 빈칸 채우기보다 QR코드를 통해 해당 곡과 관련된 배경지식, 뮤직비디오, 영어 가사와 한글 가사 등을 미리 충분히 습득한 뒤에 빈칸 채우기를 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모처럼 뮤직비디오를 보며 음악도 즐기고, 배경지식도 알고, 영문 가사와 영어 발음, 한글 가사를 통해 뜻과 음까지 알면 일석삼조가 아닐까?

 




나 역시 처음에 무턱대고 빈칸 채우기를 해보려고 하니 조금 막막했는데, 음악을 듣고 흥얼흥얼 따라 하고 난 뒤 다시 책으로 돌아왔더니 쉽게 빈칸을 채울 수 있었다.

 



또 해당 곡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문장들의 사용 패턴과 응용 문장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예시문을 통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작문 방법과 활용방법도 알 수 있었다.

 



저작권을 허락받지 못한 180곡은 위와 같이 곡의 타임라인에 따라 등장하는 단어와 뜻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QR코드를 통해 아래와 같이 곡의 자료와 뮤직비디오, 영어 가사, 한글 발음 등 동일한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받은 미니 책자 역시 본 책자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팝송 책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꼼꼼히 살펴보니 꽤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제대로만 공부한다면 꽤 좋은 영어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들을 무의식적으로 눈으로 좇고, 귀로 들으며, 입으로 나온다는 것은 꽤 좋은 학습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한 곡을 마스터해보니 1시간은 너끈히 지나갔다. 곡의 배경지식을 알고, 뮤직비디오를 보고 영어 가사와 한글 가사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빈칸도 채워보고, 단어도 외우고, 자료도 이것저것 보다 보니 그냥 곡 전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영어 공부가 절로 되는 느낌이었다.

 

후에 만약 어디선가 그렇게 공부한 곡이 흘러나온다면 왠지 발걸음을 멈춰 서서 듣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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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절이 나를 만들었다 - 아픈 만큼 단단해지고 있기에 당신의 모든 날은 헛되지 않다
김신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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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당신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들을 담아낸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며 나의 일상을 '끄적끄적' 적어 내려간 글들이 문득 떠올랐다.

 

길을 걷다 마주친 하얀 눈송이가 예뻐 보이던 날, 사람에 치여 속상함에 눈물짓던 날,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정리를 시작한 날 등 나에게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 흔적들이 글을 통해 남아있었다.

 

생각해 보면, 삶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불운과 행운을 건네며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한다. 덕분에 좌절과 불운이 들이닥치는 날에는 앞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길을 나 홀로 헤매는 듯한 불안과 초조함을 경험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행운이 깃드는 날에는 달콤한 과실을 입안 가득 베어 문 듯 활짝 미소 짓기도 한다.

 

돌아보면 시간과 계절 속에는 그런 우리의 성숙과 성장의 모든 나날들이 담겨있다. 당시에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라며 허공을 향해 발길질하는 날들도 있지만, 새삼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때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 이제는 안다.

 

저자 역시 그 모든 불행과 행운의 날들을 글로 기록하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어쩌면 한때는 세상 어디에서 속하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허망함이 자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를 시도해 보는 도전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이제 저자는 빚은 청산하고, 병도 완치되었으며, 자신감도 얻게 된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목돈도 생겼다.

 

한때는 여자친구와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폭발해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에 고개를 수그리던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변화들을 겪으며 이제는 덤덤하게 자신의 성장담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힘든 나날 속에서도 오롯이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였던 저자의 글을 통해 우리의 삶은 안녕한지, 또 우리가 보내고 있는 사계절은 어떠한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
사람이 외롭다는 말은 홀로여서가 아닌 사랑 받지 못해서 마음이 공허해서일 겁니다. 사람들과 있어도 소속감이나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 스스로 작아집니다.

 

공허함을 사람으로 채운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공허함은 무언가로 채우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결핍을 채우려고 사랑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외로웠구나! 사랑받고 싶었구나,'
(...)
이 말 한마디가 그토록 듣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32페이지 中
=====

 

타인을 통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면 자꾸만 서운함이 돋아난다. 나의 감정은 내 것이기에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내 스스로 채워보려는 노력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외롭다고 느낀다면, 공허하다고 느낀다면 지금 나의 외로움과 공허함의 근본적인 이유는 뭔지, 이것을 채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
마음이 예쁘고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은 어느 정도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기 때문입니다.
62페이지 中
=====

 

어릴 때부터 많이 듣던 소리지만, 사람들은 어느새 이 말을 슬며시 잊어버리며 산다. 그리고 타인에게만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바라기만 해서는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만약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마음이 예쁜 척' 하거나 '좋은 사람인 척'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 보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이 곁에 다가올 것이다.

 

 


=====
30대가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지해 주는 심리상담사를 만나 얘기도 하고 조언도 구했습니다.

 

예전이었다면 사랑만 주다 상처를 받았을 테지만 이제는 주는 것보다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만도 받는 것만도 아님을 알았습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야말로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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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일방적일 수 없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인지 일방적으로 주거나, 일방적으로 받아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제대로 사랑하고 싶다면, 많이 사랑해 주고, 많이 사랑받자!

 

 


=====
어디에도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나는 이런 성격이니까 네가 이해해 줘야 해.
(...)
당연한 것이 있다면 굳이 인간관계를 노력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요? 굳이 노력하며 사랑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하니까 네가 이해해 줘야 한다.'는 말은 스스로 바꿀 수 없고 바꾸려고 노력할 생각이 없으니 자신을 그대로 이해해 주고 품어달라는 말로 해석됩니다.
(...)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 존중 없이 당연한 것을 바라는 것은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77~78페이지 中
=====

 

우리는 '당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때때로 잊고 산다. 쉽게 내뱉는 '당연한 거 아냐?'라는 말, 이제는 조금 생각해 볼 타이밍이 아닐까?

 

너와 나는 생각하는 것도, 살아온 환경도, 원하는 바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헌신이나 사랑, 배려를 너무도 쉽게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만약 상대방이 당신에게 배려와 존중을 보여줬다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넘길 게 아니라, 감사함과 고마움을 전해보자. 그것이 미덕이고 인지상정이다.

 

 


=====
우리가 배우는 모든 일은 살아가면서 언젠가 다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쓰일 일이 있듯이 헛된 배움은 없습니다. 경험은 여러 면에서 양분이 되어 도움이 되기에 훗날 어떤 일을 할 때 이용되어 도움이 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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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일이 후에 나에게 어떤 도움으로 다가올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누군가는 쓸데없다고 여기거나, 비웃는 일일지라도 나만큼은 진지하게 받아들여보자.

 

모든 배움에는 다 쓰임이 있다는 믿음은 무언가를 도전함에 있어 주저함보다는 자신감을 북돋아 줄 것이다. 이로 인해 더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은 후에 우리의 자산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들을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과거에는 손으로 쓰는 방법밖에는 없었지만,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여러 방법(아날로그&디지털)으로 기록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기들도 활용할 수 있다.

 

공개 여부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오늘부터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보면 어떨까? 완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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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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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이야기의 흐름에 맡기고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아픈 역사와 아직도 찾지 못한 사랑하는 가족의 유해를 찾아 헤매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언젠가부터 꾸기 시작한 경하의 악몽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렇게 인선을 거쳐 인선의 부모님의 이야기로까지 연결되는데, 단순한 악몽을 넘어 가슴 아픈 우리 역사에까지 이른다.

 

당시에는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알릴 수 없었던 이야기를 이제서야 꺼내들며 묻어둔 옛이야기를 그렇게 시작한다. 혹독한 겨울 속에 존재하는 침묵, 그리고 수면 위 잔잔함과는 다른 가슴속에 묻어둔 뜨거운 불길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총 2부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1부-새>에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발단이 되는 부분이다. 표면적으로는 경하가 새와 엮이게 된 사연이 공개되는 장으로, 인선의 요청으로 폭설에 뒤덮인 인선의 제주 집에 홀로 남겨진 새를 구출하러 가게 되는 계기가 담겨 있다.

 

더불어 경하와 인선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과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렇게 깔아둔 밑밥이 있었기에 후반부 2장에 진행되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을 얻는지도 모르겠다.

 

<2부-밤>에서는 중의적 표현으로 여러 '밤'이 전개된다. 어렵사리 제주에 도착하지만 폭설로 인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경하의 상황, 정전으로 인해 인선의 제주 집이 암전 된 모습, 그리고 본격적으로 듣게 되는 인선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등 실제 존재하는 밤과 상황에 대한 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장이다.

 

 


어쩌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 역시 그랬으니깐. 꾸고 싶지 않은 악몽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내내 밝음보다는 어둠의 비중이 훨씬 더 컸다.

 

사 년 째 반복되는 악몽, 거기에는 눈 내리는 벌판과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 물에 잠긴 무덤들, 뼈들이 가득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꿈에 나타난다.

 

처음에 경하는 그것이 그 무렵에 꾸었던 다른 악몽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책(도시의 학살에 대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꿈의 의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두 번에 그칠 것으로 생각한 그 꿈이 사 년째 이어지면서 현실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반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였는지 당시에는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그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자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일정이 맞지 않아 미루고 또 미뤄지면서 어느새 사 년이 넘게 된다.

 

그리고 그 사이 처음 그 꿈을 꾸었던 밤과 그 여름 새벽 사이 사 년 동안 경하는 몇 개의 사적인 작별을 하게 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때는 부모님도, 남편도, 아이도, 그리고 직장도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돌볼 가족도, 일을 할 직장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때문에 경하는 7월이 올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보내면서 잠은 거의 자지 못했고, 음식도 만들지 않았으며, 현관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러다 고질적인 위경련을 동반한 편두통이 시작되면 먹은 것을 모두 변기에 토했고, 유서는 어느 밤 이미 써두었다. 그러나 유서의 수신인 이름은 적을 수 없었는데, 그런 폐를 끼쳐도 될 사람이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경하는 수신인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게 되고 그렇게 죽음이 그녀를 비껴가게 된다.

 

그렇게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면서, 편두통과 위경련, 카페인 함량이 높은 진통제 복용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규칙적으로 먹고 몸을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죽집을 드나들며 죽을 먹기 시작하면서 편지를 처음부터 다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새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쓰려면 생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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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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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악몽이 시작된 것은, 2012년 겨울, 그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읽으면서부터 시작된다. 가족에게-특히 딸에게-어두운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으므로 집에서 도보 십오 분 거리에 작업실을 얻었다. 글쓰기는 작업실에서만 하고, 그곳을 나서는 즉시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치 몸이 절반으로 갈라지듯, 그 모든 사적인 순간들에까지 그 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수면의 질이 차츰 더 나빠지고 호흡이 짧아지던 2013년 늦봄, 새벽 한시경 악몽에 소스라치며 일어나 다시 잠을 이루는 걸 포기하고 생수를 사려고 집을 나서면서 이상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건너편 인도를 따라 예비군복을 입은 서른 명가량의 남자들이 소리 없이 줄을 지어 걷고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 남자들은 장총을 어깨에 메고, 군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느슨한 자세로, 앞서가는 소풍 행렬을 따르듯 느리게 걷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 그녀는 내가 정말 저것을 보고 있는가? 그 순간은 악몽의 일부가 아닌가? 나의 감각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꿈도 아니었고, 졸리지도 않았다. 술 같은 건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경하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도 없었다.

 

이후 책은 정확하게 5월 중순에 맞춰 나왔고, 악몽은 물론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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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깊게 잠들지 못한다.
여전히 제대로 먹지 못한다.
여전히 숨을 짧게 쉰다.
나를 떠난 사람들이 못 견뎌했던 방식으로 살고 있다. 아직도.
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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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던 어느 날 12월 하순의 아침, 경하는 인선에게서 문자 한 통을 받게 된다. 인선은 잡지사에서 일할 때부터 약 이십 년을 친구로 지낸 사이라 그녀의 습관들에 대해 알만큼 아는 사이였다.

 

인선은 제주에 살고 있었는데, 형제자매 없이 마흔둥이로 태어나 자란 그녀는 팔 년 전 제주 중산간 마을로 돌아가 어머니를 돌보다 사 년 만에 여의었고, 그 후로도 그 집에서 혼자 머물렀다.

 

인선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는데, 이십 대 후반부터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을 가졌고 그 일을 십 년 동안 끈기 있게 했다. 그러다 제주에 내려간 뒤에는 목공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인선이 갑자기 연락을 해오며 서울의 봉합수술 전문병원으로 와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인선은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회복을 위해 삼 주 동안 바늘로 절단 부위를 삼분에 한 번씩 찔러야 하는 아픔을 견디고 있었다.

 

인선은 제주 집에 갈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 오늘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해 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해온다. 안 그러면 새가 죽는다며 자신이 퇴원할 때까지만 아마(새)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경하는 그 순간 정말로 부탁할 사람이 자신뿐인 건지, 또 더 이상 일도, 가족도, 계속할 일상의 의미도 존재하지 않게 된 사람인 자신이 새를 돌보는 게 맞는지 의문을 가지지만 어떤 이유라 해도 거절할 방법이 없어 수락하게 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렇게 마지막 비행기 편으로 섬으로 들어오고, 인선의 마을로 데려다줄 마지막 지선버스에 올라타게 되면서 무사히 제주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인선의 집이 있는 산을 오르던 중 눈길에 미끄러지게 되고 이내 정신을 잃게 된다.

 

캄캄한 어둠 속 지치고 힘들어 이대로 그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인선이 부탁한 새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대로 잠들지 못한다. 그렇게 다시 깨어난 경하는 빛을 따라 겨우 인선의 목공방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소망과는 다르게 새는 이미 죽어있었고, 경하는 그 즉시 새를 손수건에 감싸 작은 통에 담고 또다시 수건에 감싸 나무 밑에 소중히 묻어준다.

 

여기까지는 사실 추위에 뒹굴면서 다친 자신의 몸보다 오늘 밤을 넘기면 죽을 수도 있는 새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전개되는 이야기들에서는 현실감각이 모호해지기 시작하면서 어떤 것이 현실이고 거짓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런 패턴은 이야기의 끝까지 그대로 이어지는데, 경하 자신도 이런 모호한 감각과 상황에 대해 자신이 죽은 것인지, 아니면 인선이 죽은 것인지 지금 상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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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러 왔구나. 열에 들떠 나는 생각한다.
죽으려고 이곳에 왔어.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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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한편으로는 폭설에 제주까지 굳이 내려온 것이 사실은 자신이 죽으려 온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제주에 있는 인선의 집을 배경으로 넓게, 더 넓게 펼쳐진다. 이들이 함께 영상으로 제작하기로 한 프로젝트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불현듯 인선이 제주 집에 나타나면서 인선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폭설 속 고요하게 내려앉은 산 중 깊은 인선의 집 안에서 오롯이 들리는 건 인선의 조근조근한 말과 이따금 날아오르는 그림자를 통해 비춰드는 죽은 새(혹은 살아있는) 아마의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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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과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불현듯 경하는 생각한다.
인선이 혼으로 찾아왔다면 나는 살아 있고, 인선이 살아 있다면 내가 혼으로 찾아온 것일 텐데. 이 뜨거움이 동시에 우리 몸속에 번질 수 있나.
1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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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심이 들었지만 경하는 이에 대해서는 조금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다만 곳곳에서 이상함을 감지할 뿐이다.

 

 


인선은 자신이 처음 제주공항에서 뼈를 본 이야기부터 시작해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마침내 그동안 가슴속에 꼭꼭 숨겨두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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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을 본 뒤부터야.
만주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그 가을에 유골들이 발굴됐어.
제주공항, 활주로 아래에서.
2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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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의 흐름을 살펴보면, 인선의 아버지가 죽기 전 어머니에게 전하고, 또 인선의 어머니가 인선에게 건네고, 다음으로 인선이 또 경하에게 전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어쩐지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래동화처럼, 혹은 그때 그 일을 잊으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약속처럼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마치 스며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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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 집의 어둠 속에서, 그 으스러지는 포옹이 계속될수록 점점 엄마와 나의 몸을 구별할 수 없게 되었어. 얇은 피부, 그 아래 한 줌 근육, 미지근한 체온과 혼란이 나의 것들과 뒤섞여서 한 덩어리가 되었어.
3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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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경하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그때 그 사건들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남으려 애를 썼는지, 또 얼마나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는지를 알게 된다.

 

더불어 인선이 제주의 집에 홀로 남아 있었던 이유와 전에 그녀가 자신의 영화에 이 이야기를 왜 담지 못했는지도 알게 된다.

 

또 프로젝트를 그만두자고 했던 경하의 말에도 끝끝내 실행하기를 원했던 인선의 마음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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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젖은 옷과 살이 함께 썩어가는 냄새, 수십 년 동안 삭은 뼈들의 인광이 지워질 거다. 악몽들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갈 거다.
2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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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주에서 일어난 4.3 사건은 제주에 살고 있던 주민들을 빨갱이로 치부하며, 젖먹이 아기까지 절멸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인선의 어머니 때부터 모아온 자료들은 인선이 조금씩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열쇠이자 인선의 부모님, 더 나가서는 제주에 살고 있던 이웃들과 시민들의 억울하고 피눈물을 삼킨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인선은 프로젝트를 위해 나무들을 모았다고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다. 어쩌면 경하가 4년 동안 꾸었던 꿈 역시 이것을 간접적으로 예지몽 내지 데자뷔, 혹은 과거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당시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죽어나갔다. 군이 데려간 사람들은 P 읍에 있는 국민학교에 한 달간 수용돼 있다가 지금 해수욕장이 된 백사장에서 12월에 모두 총살되었고, 온갖 마을은 불타 없어졌다. 이처럼 학교 운동장에 모은 다음 근처 밭이나 물가에서 죽이는 것이 모든 마을에서 행해지던 보통의 패턴이었다.

 

이 와중에 인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연이 이어진 것도 어머니가 외삼촌의 행적을 찾아 나서면서 아버지와 외삼촌이 함께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라는 것도 밝혀진다.

 

인선은 어머니가 정신을 놓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의 나약한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약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외삼촌을 찾기 위해 모아둔 자료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사실은 매우 강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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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어.

 

허깨비.
살아서 이미 유령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 삼 년 동안 대구 실종 재소자 제주 유족회가 정기적으로 그 광산을 방문했다는 걸 나는 몰랐어.
엄마가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그때 엄마 나이가 일흔둘에서 일흔넷. 무릎 관절염이 악화되던 때야.
2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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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1948년 제주 4.3사건에서부터 1960년 419혁명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은 경하와 인선의 프로젝트 제목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책에 담긴 내용으로 봐서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4.3사건으로 인해 쓰러져간 사람들과 작별하지 않는 것, 그때 겪었던 아픔과 고통들을 여전히 기억하는 것, 또 아직도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그 사람들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가족과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 등과 같은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몽환적이고 모호함 속에서 이토록 현실감 있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과거 죽음을 그리며 기다리던 경하와 인선에게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현재의 내 인생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서서히 미처가고 있다는 느낌 위에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 느낌은 그렇게 경하와 인선에게 다가와 어느새 이들을 덮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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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씩 힘껏 땅을 디디고 그 바람을 가르며 걷던 한순간 생각했어. 그들이 왔구나.
무섭지 않았어. 아니,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했어.
(...)
너와 하기로 한 일을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고.
3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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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의 삶은 불행 속에 싹튼 삶이었다. 그리고 경하는 서서히 불행에 잠식 당하는 형태를 취한다. 이 이야기 속에는 매섭도록 차가운 겨울과 검은 통나무, 물에 잠긴 무덤, 널려있는 뼈들이 등장하며 어두운 그림자를 쉼 없이 드러낸다.

 

어느 순간 삶을 포기한 이들의 한가운데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의미로 4.3사건이 재조명되며 떠오른다. 아픈 역사 속에 자리한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랑'을 본다.

 

어딘가 모르게 자꾸 궁금증을 유발하는 두 여성의 삶을 통해 비극적 역사와, 우리의 현재,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껏 우리를 살아가게 한 사랑의 힘은 결국 그들의 고통과 슬픔, 희생 덕에 얻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작별하지 않는다.
아니, 작별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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