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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무엇을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이야기의 흐름에 맡기고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아픈 역사와 아직도 찾지 못한 사랑하는 가족의 유해를 찾아 헤매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언젠가부터 꾸기 시작한 경하의 악몽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렇게 인선을 거쳐 인선의 부모님의 이야기로까지 연결되는데, 단순한 악몽을 넘어 가슴 아픈 우리 역사에까지 이른다.
당시에는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알릴 수 없었던 이야기를 이제서야 꺼내들며 묻어둔 옛이야기를 그렇게 시작한다. 혹독한 겨울 속에 존재하는 침묵, 그리고 수면 위 잔잔함과는 다른 가슴속에 묻어둔 뜨거운 불길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총 2부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1부-새>에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발단이 되는 부분이다. 표면적으로는 경하가 새와 엮이게 된 사연이 공개되는 장으로, 인선의 요청으로 폭설에 뒤덮인 인선의 제주 집에 홀로 남겨진 새를 구출하러 가게 되는 계기가 담겨 있다.
더불어 경하와 인선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과 그들의 삶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렇게 깔아둔 밑밥이 있었기에 후반부 2장에 진행되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을 얻는지도 모르겠다.
<2부-밤>에서는 중의적 표현으로 여러 '밤'이 전개된다. 어렵사리 제주에 도착하지만 폭설로 인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경하의 상황, 정전으로 인해 인선의 제주 집이 암전 된 모습, 그리고 본격적으로 듣게 되는 인선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등 실제 존재하는 밤과 상황에 대한 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장이다.
어쩌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 역시 그랬으니깐. 꾸고 싶지 않은 악몽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내내 밝음보다는 어둠의 비중이 훨씬 더 컸다.
사 년 째 반복되는 악몽, 거기에는 눈 내리는 벌판과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 물에 잠긴 무덤들, 뼈들이 가득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꿈에 나타난다.
처음에 경하는 그것이 그 무렵에 꾸었던 다른 악몽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책(도시의 학살에 대한 책)에서 다룬 학살에 대한 꿈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꿈의 의미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두 번에 그칠 것으로 생각한 그 꿈이 사 년째 이어지면서 현실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반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였는지 당시에는 목공 일을 하는 친구 인선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그 꿈과 연관된 작업을 영상으로 만들자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일정이 맞지 않아 미루고 또 미뤄지면서 어느새 사 년이 넘게 된다.
그리고 그 사이 처음 그 꿈을 꾸었던 밤과 그 여름 새벽 사이 사 년 동안 경하는 몇 개의 사적인 작별을 하게 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때는 부모님도, 남편도, 아이도, 그리고 직장도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돌볼 가족도, 일을 할 직장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때문에 경하는 7월이 올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 보내면서 잠은 거의 자지 못했고, 음식도 만들지 않았으며, 현관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러다 고질적인 위경련을 동반한 편두통이 시작되면 먹은 것을 모두 변기에 토했고, 유서는 어느 밤 이미 써두었다. 그러나 유서의 수신인 이름은 적을 수 없었는데, 그런 폐를 끼쳐도 될 사람이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경하는 수신인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게 되고 그렇게 죽음이 그녀를 비껴가게 된다.
그렇게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면서, 편두통과 위경련, 카페인 함량이 높은 진통제 복용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규칙적으로 먹고 몸을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죽집을 드나들며 죽을 먹기 시작하면서 편지를 처음부터 다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새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쓰려면 생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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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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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악몽이 시작된 것은, 2012년 겨울, 그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읽으면서부터 시작된다. 가족에게-특히 딸에게-어두운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으므로 집에서 도보 십오 분 거리에 작업실을 얻었다. 글쓰기는 작업실에서만 하고, 그곳을 나서는 즉시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치 몸이 절반으로 갈라지듯, 그 모든 사적인 순간들에까지 그 책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수면의 질이 차츰 더 나빠지고 호흡이 짧아지던 2013년 늦봄, 새벽 한시경 악몽에 소스라치며 일어나 다시 잠을 이루는 걸 포기하고 생수를 사려고 집을 나서면서 이상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건너편 인도를 따라 예비군복을 입은 서른 명가량의 남자들이 소리 없이 줄을 지어 걷고 있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그 남자들은 장총을 어깨에 메고, 군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느슨한 자세로, 앞서가는 소풍 행렬을 따르듯 느리게 걷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 그녀는 내가 정말 저것을 보고 있는가? 그 순간은 악몽의 일부가 아닌가? 나의 감각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꿈도 아니었고, 졸리지도 않았다. 술 같은 건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경하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도 없었다.
이후 책은 정확하게 5월 중순에 맞춰 나왔고, 악몽은 물론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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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깊게 잠들지 못한다.
여전히 제대로 먹지 못한다.
여전히 숨을 짧게 쉰다.
나를 떠난 사람들이 못 견뎌했던 방식으로 살고 있다. 아직도.
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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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던 어느 날 12월 하순의 아침, 경하는 인선에게서 문자 한 통을 받게 된다. 인선은 잡지사에서 일할 때부터 약 이십 년을 친구로 지낸 사이라 그녀의 습관들에 대해 알만큼 아는 사이였다.
인선은 제주에 살고 있었는데, 형제자매 없이 마흔둥이로 태어나 자란 그녀는 팔 년 전 제주 중산간 마을로 돌아가 어머니를 돌보다 사 년 만에 여의었고, 그 후로도 그 집에서 혼자 머물렀다.
인선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는데, 이십 대 후반부터 다큐멘터리 영화에 관심을 가졌고 그 일을 십 년 동안 끈기 있게 했다. 그러다 제주에 내려간 뒤에는 목공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인선이 갑자기 연락을 해오며 서울의 봉합수술 전문병원으로 와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인선은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회복을 위해 삼 주 동안 바늘로 절단 부위를 삼분에 한 번씩 찔러야 하는 아픔을 견디고 있었다.
인선은 제주 집에 갈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 오늘 해떨어지기 전에 도착해 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해온다. 안 그러면 새가 죽는다며 자신이 퇴원할 때까지만 아마(새)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경하는 그 순간 정말로 부탁할 사람이 자신뿐인 건지, 또 더 이상 일도, 가족도, 계속할 일상의 의미도 존재하지 않게 된 사람인 자신이 새를 돌보는 게 맞는지 의문을 가지지만 어떤 이유라 해도 거절할 방법이 없어 수락하게 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렇게 마지막 비행기 편으로 섬으로 들어오고, 인선의 마을로 데려다줄 마지막 지선버스에 올라타게 되면서 무사히 제주에 입성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인선의 집이 있는 산을 오르던 중 눈길에 미끄러지게 되고 이내 정신을 잃게 된다.
캄캄한 어둠 속 지치고 힘들어 이대로 그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인선이 부탁한 새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대로 잠들지 못한다. 그렇게 다시 깨어난 경하는 빛을 따라 겨우 인선의 목공방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소망과는 다르게 새는 이미 죽어있었고, 경하는 그 즉시 새를 손수건에 감싸 작은 통에 담고 또다시 수건에 감싸 나무 밑에 소중히 묻어준다.
여기까지는 사실 추위에 뒹굴면서 다친 자신의 몸보다 오늘 밤을 넘기면 죽을 수도 있는 새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전개되는 이야기들에서는 현실감각이 모호해지기 시작하면서 어떤 것이 현실이고 거짓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런 패턴은 이야기의 끝까지 그대로 이어지는데, 경하 자신도 이런 모호한 감각과 상황에 대해 자신이 죽은 것인지, 아니면 인선이 죽은 것인지 지금 상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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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러 왔구나. 열에 들떠 나는 생각한다.
죽으려고 이곳에 왔어.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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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한편으로는 폭설에 제주까지 굳이 내려온 것이 사실은 자신이 죽으려 온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제주에 있는 인선의 집을 배경으로 넓게, 더 넓게 펼쳐진다. 이들이 함께 영상으로 제작하기로 한 프로젝트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불현듯 인선이 제주 집에 나타나면서 인선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폭설 속 고요하게 내려앉은 산 중 깊은 인선의 집 안에서 오롯이 들리는 건 인선의 조근조근한 말과 이따금 날아오르는 그림자를 통해 비춰드는 죽은 새(혹은 살아있는) 아마의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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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과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불현듯 경하는 생각한다.
인선이 혼으로 찾아왔다면 나는 살아 있고, 인선이 살아 있다면 내가 혼으로 찾아온 것일 텐데. 이 뜨거움이 동시에 우리 몸속에 번질 수 있나.
1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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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심이 들었지만 경하는 이에 대해서는 조금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다만 곳곳에서 이상함을 감지할 뿐이다.
인선은 자신이 처음 제주공항에서 뼈를 본 이야기부터 시작해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마침내 그동안 가슴속에 꼭꼭 숨겨두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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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을 본 뒤부터야.
만주에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그 가을에 유골들이 발굴됐어.
제주공항, 활주로 아래에서.
2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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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의 흐름을 살펴보면, 인선의 아버지가 죽기 전 어머니에게 전하고, 또 인선의 어머니가 인선에게 건네고, 다음으로 인선이 또 경하에게 전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어쩐지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래동화처럼, 혹은 그때 그 일을 잊으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약속처럼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마치 스며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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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 집의 어둠 속에서, 그 으스러지는 포옹이 계속될수록 점점 엄마와 나의 몸을 구별할 수 없게 되었어. 얇은 피부, 그 아래 한 줌 근육, 미지근한 체온과 혼란이 나의 것들과 뒤섞여서 한 덩어리가 되었어.
3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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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경하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그때 그 사건들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남으려 애를 썼는지, 또 얼마나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는지를 알게 된다.
더불어 인선이 제주의 집에 홀로 남아 있었던 이유와 전에 그녀가 자신의 영화에 이 이야기를 왜 담지 못했는지도 알게 된다.
또 프로젝트를 그만두자고 했던 경하의 말에도 끝끝내 실행하기를 원했던 인선의 마음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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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젖은 옷과 살이 함께 썩어가는 냄새, 수십 년 동안 삭은 뼈들의 인광이 지워질 거다. 악몽들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갈 거다.
2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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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주에서 일어난 4.3 사건은 제주에 살고 있던 주민들을 빨갱이로 치부하며, 젖먹이 아기까지 절멸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인선의 어머니 때부터 모아온 자료들은 인선이 조금씩 빈 공간을 채우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열쇠이자 인선의 부모님, 더 나가서는 제주에 살고 있던 이웃들과 시민들의 억울하고 피눈물을 삼킨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인선은 프로젝트를 위해 나무들을 모았다고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은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다. 어쩌면 경하가 4년 동안 꾸었던 꿈 역시 이것을 간접적으로 예지몽 내지 데자뷔, 혹은 과거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당시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죽어나갔다. 군이 데려간 사람들은 P 읍에 있는 국민학교에 한 달간 수용돼 있다가 지금 해수욕장이 된 백사장에서 12월에 모두 총살되었고, 온갖 마을은 불타 없어졌다. 이처럼 학교 운동장에 모은 다음 근처 밭이나 물가에서 죽이는 것이 모든 마을에서 행해지던 보통의 패턴이었다.
이 와중에 인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연이 이어진 것도 어머니가 외삼촌의 행적을 찾아 나서면서 아버지와 외삼촌이 함께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라는 것도 밝혀진다.
인선은 어머니가 정신을 놓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의 나약한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약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외삼촌을 찾기 위해 모아둔 자료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사실은 매우 강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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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어.
허깨비.
살아서 이미 유령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 삼 년 동안 대구 실종 재소자 제주 유족회가 정기적으로 그 광산을 방문했다는 걸 나는 몰랐어.
엄마가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그때 엄마 나이가 일흔둘에서 일흔넷. 무릎 관절염이 악화되던 때야.
2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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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1948년 제주 4.3사건에서부터 1960년 419혁명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은 경하와 인선의 프로젝트 제목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책에 담긴 내용으로 봐서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4.3사건으로 인해 쓰러져간 사람들과 작별하지 않는 것, 그때 겪었던 아픔과 고통들을 여전히 기억하는 것, 또 아직도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그 사람들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가족과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 등과 같은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몽환적이고 모호함 속에서 이토록 현실감 있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과거 죽음을 그리며 기다리던 경하와 인선에게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현재의 내 인생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서서히 미처가고 있다는 느낌 위에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 느낌은 그렇게 경하와 인선에게 다가와 어느새 이들을 덮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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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씩 힘껏 땅을 디디고 그 바람을 가르며 걷던 한순간 생각했어. 그들이 왔구나.
무섭지 않았어. 아니,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했어.
(...)
너와 하기로 한 일을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고.
3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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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의 삶은 불행 속에 싹튼 삶이었다. 그리고 경하는 서서히 불행에 잠식 당하는 형태를 취한다. 이 이야기 속에는 매섭도록 차가운 겨울과 검은 통나무, 물에 잠긴 무덤, 널려있는 뼈들이 등장하며 어두운 그림자를 쉼 없이 드러낸다.
어느 순간 삶을 포기한 이들의 한가운데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할 의미로 4.3사건이 재조명되며 떠오른다. 아픈 역사 속에 자리한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랑'을 본다.
어딘가 모르게 자꾸 궁금증을 유발하는 두 여성의 삶을 통해 비극적 역사와, 우리의 현재,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껏 우리를 살아가게 한 사랑의 힘은 결국 그들의 고통과 슬픔, 희생 덕에 얻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작별하지 않는다.
아니, 작별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