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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임진평.고희은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평점 :
"따뜻한 온기에 더해 추억까지 떠올리게 하는 아날로그 감성 소설!"
한참 감정적으로 힘들 때 만난 소설인데, 어쩐지 비슷한 요소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같이 분노하고, 또 공감하며 그렇게 읽었던 것 같다.
특히 죽음, 법적인 부분들은 유달리 더 마음 가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들처럼 아직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그저 부러워하며 지켜봤던 것 같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쇠락해가는 동네 '풍진동'과 그 안에 자리한 LP 가게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인물들의 삶과 시간을 조용히 그려낸 소설이다.
LP 가게 주인인 정원은 삶을 정리하기 전, 유일한 애착 대상인 LP들을 정리하고자 풍진동에 두 달치 월세비를 내고 임시 가게를 열게 된다. 그런데 가게가 입소문을 타면서 예상과 다르게 대박을 쳤고, 그렇게 정원은 물론 이곳의 단골손님들의 인생도 180도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처음에 이끌리듯 '이상한 LP 가게'를 방문하게 되는데, 덕분에 운명이, 삶이 달라지게 된다. 외롭고 힘겨웠던 삶에 서서히 빛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 대부분은 '죽음'을 떠올리며 마지막을 준비하던 사람들이었는데, 풍진동 LP 가게에 방문하게 되면서 사람들과 연대하게 되고 상처를 회복하게 되면서 삶과 미래를 다시 꿈꿀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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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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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진동
-재개발 광풍이 불었지만 공사가 중단되어 떠날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난 서울의 후미진 동네
■이정원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서툶
-사춘기 시절부터 종종 자살 충동에 시달렸음
-아버지가 즐겨듣던 LP 음반을 통해 정원은 부모님의 사고가 결코 사고가 아님을 깨달음
-제법 잘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음
-타고난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음
-정원에게 있어 동생을 제외하면 LP판들은 유일한 애착 대상
-유독 상처 입은 사람들을 알아보고, 그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인물
-갑작스러운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 했지만 결국 권력과 힘에 눌려 묻힘
-LP 가게를 열고 지난 1년 동안 외롭거나 지쳤거나 아니면 둘 다인 사람들만 만남
■이정안
-사망 당시 29세
-정원보다 네 살 어린 동생
-대학원을 졸업한 뒤 원하던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합격해서 이제 행복한 날들만 있을 것 같은 시점에 사고가 일어남
-아주 찰나의 순간 뺑소니차에 치여 사망
■남자(원석)
-반말이 몸에 밴 중년 남자
-매일 목적지 없이 걷다가 우연히 LP 가게를 발견함
-이후 매일 이상한 LP 가게에 도시락을 싸서 찾아와 나눠먹음
-과거 경찰 공무원으로 강력반 형사였음
-이상한 LP 가게 지하를 임대하여 합주실 겸 음악 스튜디오로 만듦
-정원을 마주하던 날 LP 가게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원석은 예정대로 산에 올라가 답사했던 장소에서 실족사했을 것임
-아내와는 이혼, 아들은 학교폭력으로 세상을 떠남
--시한부 인생으로, 다가올 죽음을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 중
■청년(배두만)
-무작정 걷던 중 발견한 이상한 LP 가게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서 마주한 풍경 덕분에 두만은 생기를 되찾음
-예명은 카론으로 아이돌 플루토의 리더
-데뷔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솔로로 데뷔해서 대박이 남
■동만
-열네 살에 기획사 연습실에 들어와 열아홉 살에 플루토 멤버로 데뷔
-막내와 귀여움과 퍼포먼스를 담당
-예명은 닉스
-동만이 아홉 살에 부모님은 이혼
-이혼 후 엄마는 말수가 줄고 집에서 종일 LP 판만 틀어댐. 그중 유독 서태지 노래를 좋아함
-동만은 그렇게 서태지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고 마침내 서태지가 되겠다고 마음먹음
-하지만 플루토 내에서 동만은 서태지가 될 수 없었음
-곡도 써보고 여러모로 고민했지만 결국 고립됨
-지나가던 사람들이 "솔직히 쟤들 저렇게 될 줄 알았어"라는 말에 동만은 그날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함
■미래
-미래의 부모님은 미래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이혼
-열두 살 때 수련회로 향하는 버스에서 사고가 났고, 그때 홀로 살아남음
-이후 불안 증세를 가지게 됨
-취업난과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취준생으로 LP 가게에 들렀다가 알바를 하게 됨
-LP 가게에서 한 음악을 통해 어릴 적 사고 당시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이 덕분에 트라우마를 치유하게 됨
■시아
-열한 살, 초등학교 4학년, 다림의 아들
-자주 가는 인터넷 LP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상한 LP 가게'를 알게 됨
-엄마와의 냉정으로 학원을 가는 대신 이상한 LP 가게로 출석하게 됨
-아홉 살 때 이미 멘사 가입 기준을 넘어설 만큼 똑똑함. 그뿐만 아니라 공감 능력마저 뛰어남
-이로 인해 열한 살 시아의 인생이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피곤해짐.
■고다림
-변호사
-시아의 엄마
-과거 KY 로펌에서 근무
-최근 이상한 LP 가게 위층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림
-우연히 정안의 사고 내용을 듣게 되면서 정원의 변호사가 되어 KY 로펌에 맞서 정의를 바로 세워줌
■박원장
-정신과 의원의 원장
-믿었던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뒤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음
-어릴 적 의지하던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대타로 나간 버스 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고 이때 모든 비난을 받으면서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구치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함 (미래가 어릴 때 겪었던 버스 사고의 운전기사가 바로 박 원장의 아버지)
-미래와의 얽혀있던 실타래를 풀고 난 후 가슴속의 울분과 우울증이 해소됨
■예분
-3년 전 서울에서 가장 큰 구의 구립 도서관 관장으로 명예퇴직함
-현재는 풍진동 작은 도서관의 계약직 바리스타면서 임시 사서(메인은 바리스타)
-이상한 LP 가게의 단골손님
■윤석훈
-KY 로펌 대표 윤건열의 아들
-할아버지는 국무총리를 역임한 윤덕순
-새벽까지 술과 마약에 찌들어 있는 게 일상
-그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냄
-그를 대신해 운전기사의 아들인 대학생 김기태가 뺑소니 사고를 덮어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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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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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했던 정원의 집은 어느 날부터인가 빚이 늘고 가세가 기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자기 부모님은 사고를 위장한 동반 자살을 하게 된다. 정원은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듣고 나간 LP를 통해 이를 확신하게 되는데, 외부에서는 완벽한 사고로 결론 내려지면서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것을 마무리 지어주기 위해 변호사라고 소개한 아버지 친구는 상속을 포기하고 보험금을 수령할 것을 제안하지만, 상황을 이미 파악한 정원은 이를 거부한다. 덕분에 거액의 보험금은 모두 빚을 갚는데 쓰이게 된다.
이로 인해 빈털터리가 된 정원은 온갖 일을 하며 살림을 책임지게 된다. 심지어 하나뿐인 동생의 내조까지 하며 공부를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도록 서포트 한다.
그리고 마침내 고생이 끝나고 행복이 시작될 때쯤 갑작스러운 동생의 뺑소니 사고 소식을 듣게 되는데, 이때 동생은 이미 사망한 뒤였다. 사망사건은 외압에 의해 어이없게 종결되고, 이때 정원은 무기력과 살 의지를 잃어버리게 되면서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그동안 모아둔 LP로, 당시 유일하게 애착을 가지고 있던 물건이었다. 정원은 이것만 정리하고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낡은 건물이 즐비한 풍진동에 2달 치 월세를 미리 내고 가게를 열게 된다.
팔 물건의 가격조차 정하지 않았을 만큼 허술한 주인이었던 정원이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정원의 삶은 물론, LP 가게 단골손님들의 인생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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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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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죽어서도 자신의 결정이 해서는 안 되는 결정이었음을 깨달아야만 하고, 자식을 버리고 먼저 떠난 걸 후회해야만 했다. 그게 정원이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였다.
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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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이미 지급된 거액의 보험금에 눈이 멀어 진실을 덮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원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잘못을 저지른 아버지가 잘못했으며 죽어서도 반성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정원은 스스로 고생하기를 자처하며, 거액의 보험금을 모두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그리고 동생의 뒷바라지까지 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여기 이 대목만 봐도 정원이 얼마나 바른 사람인지, 건강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어쩌면 그랬기에 더 미련 없이 자살을 결심했고, 이에 감동한 하늘이 그를 도와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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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주겠다고 할 때 받으라고 했다. 어차피 이길 수 없을 바에야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고. 그 순간 정원은 허구한 날 스스로 죽으려고만 했지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권총을 들고 자기 관자놀이가 아니라 눈앞에 있는 변호사의 이마에 구멍을 내는 상상을 했다.
56~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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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가 겪고 있는 심리와 너무 부합하는 내용이라 전율이 일 정도였다. 심지어 내용이나 단어들도 내가 겪은 내용과 비슷해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문장 중 하나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크게 구멍을 내며, 진심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나 역시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도 이처럼 권력과 돈에 의해 피해자가 추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데, 그래서 더 현실처럼 다가왔던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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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재판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사법제도가 때에 따라 가해자의 인권을 얼마나 충실히 보호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당연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하겠다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정원의 변호인은 자신은 그만 빠지겠노라고 했다.
(...)
어차피 안될 거라고.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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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현실 고증을 한 것 같은 내용들 때문에 또 한 번 분노하고, 내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 더 가슴 아팠던 문장이다.
이번에 경험해 보면서 알았는데,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는 '피해자'의 인권이나 보호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형벌을 낮추는데 더 충실히 실행된다는 것을 알았다.
더불어 마지막에 항고하겠다는 정원의 말에 변호인은 그만 빠지겠다며 '어차피 안될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대목은 나의 상황과 너무 오버랩되어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결국 정원은 추후에 다림과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진실이 규명되었지만, 내 사건은 아직 현재 진행형 중이다. 부디 정원의 결말처럼, 내 사건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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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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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면서 비디오테이프, CD, 음반 테이프, LP 같은 것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시대를 거쳐온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때는 그게 그렇게 좋은지 모르고 살았는데, 이만큼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당시의 그 감성이 진짜 좋았구나 느낀다.
아날로그라는 것이 비록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나의 정성과 노력,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에 있어 어쩌면 사람들은 더 그 감성과 시대를 애틋하고 다정하게 바라보는지도 모르겠다.
LP 가게를 오픈한 후 처음 그곳을 방문한 남자 원석과 청년 두만은 정원과 함께 LP에 각자의 감상평을 붙이며 시간을 보낸다.
이 덕분에 사람들은 LP 음악을 통해 타인이 경험한 시대와 경험을 함께 나누는 동시에 또 다른 추억을 쌓게 된다. LP 음악은 이뿐 아니라 치유, 기억, 위로로서도 작용하는데, 어쩌면 이 때문에 '이상한 LP 가게'가 더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초반에는 물론 아이돌 멤버가 다녀간 곳이라서 호기심에 그곳이 유명 스팟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은 보통 일회성에 그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실제 운영상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2달만 운영하려던 이상한 LP 가게는 결과적으로 2년이 넘도록 성황 중이며, 여러 사람들의 기부와 구매로 여전히 운영 중이다. 또 다양한 연령층의 단골들도 적지 않게 보유 중이다.
이것을 봤을 때, LP 가게는 아마도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닐까 한다. 끝내 정원이 자살을 결심해 놓고도 LP들을 처분하게 만든 이유, 아픔을 가진 이들이 이곳에서 치유와 위로를 받게 되는 이유들이 바로 이 책이 가진 매력이자 '이상한 LP 가게'가 지속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한다.
아날로그 방식 속에는 현대사회에서 경험할 수 없는 정겨움과 사람 냄새가 숨겨져 있다. 다소 투박하거나 느릴 수도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아날로그가 가진 매력이자 멋이 아닐까 한다.
이런 방식 덕분에 늘 혼자 떠돌던, 똑똑하지만 외로웠던 시아는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고, 그런 아이를 홀로 떠맡아야 했던 엄마 다림은 온 마을이 도와준 덕분에 온전히 변호사로서 일에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와도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음악이 흐르는 공간 속에 여러 감정이 머물고, 그 속에는 삶의 상처, 고독, 외로움뿐 아니라 위로, 기쁨, 행복, 그리움 등의 감정들도 함께 떠돈다. LP라는 매개를 통해 부정적 감정들은 어느새 긍정적 감정들로 치환되고, 어느새 이 공간 안에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깊은 잔향만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