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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 가족의 사랑 약국
이선영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사랑에 대한 밀도 높은 정의를 엿볼 수 있는 소설!"
책 제목을 보고는 처음에 소재가 '사랑'인 소설이구나 짐작했었다. 그런데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이 꽤나 독특하다. 소재가 '사랑'이 맞긴 한데,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쓴 소설 같다는 느낌이 든달까?
그래서인지 소설의 중반까지만 해도 솔직히 어떤 사랑이야기를 담고자 한 건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이 소개되고, 그 가족의 이야기가 새롭게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소설 이야기인가 할 때쯤 치정이야기가 소개되고, 그러다가 이내 학교폭력과 풋풋하고 애틋한 10대 사랑이야기에서 자살이야기로 번지고, 그러다가 실어증에 걸린 아이나 장애아이를 둔 부모이야기가 나오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야기인가하며 한참을 두서없이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후반부에 약국에서 판매하는 사랑의 묘약에 대한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여러 가족과 인물이 등장하고 또 그들이 여러 사건으로 얽히고 설켜 있어 생각보다 인물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니 초반부에는 인물을 가족 단위로 묶어 정리하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총 22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만큼 등장인물 또한 많다. 더불어 이들은 꽤 일그러진 가족의 형태와 사랑의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솔직히 말하면 멀쩡한 가족이 단 한 곳도 없다.
조금만 톡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은 형태로 겨우 가족이라는 형태만 유지한 채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재개발 지역인 그곳에 번듯하게 리모델링을 마친 수상한 약국이 하나 들어선다.
듣도 보도 못한 사랑의 묘약을 판다고 홍보하는 이 약국은 순식간에 SNS의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된다.
다소 황당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사랑의 묘약'이라는 이름에 저자는 현실감각 몇 스푼을 얹어 현실감을 높였는데, 중요한 건 약 그 자체보다 사랑이라 정의 내릴 수 있는 형태가 다양하다는 점, 그리고 사랑을 대하는 방식의 올바른 정의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키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기준에서 이기적인 사랑만을 요구하고 몰아붙이는 요즘 세상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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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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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 보통 뚱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정확한 표현은 인물, 동물, 정물 등을 풍선처럼 부풀려 양감을 강조해 유머와 라틴, 남미 정서를 전달하는 것
□사랑 약국
-서울의 한 재개발 지역에 위치
-효선네 가족이 직접 개발한 사랑의 묘약을 팔기 위해 가족이 합심해서 연 약국
-집 앞 마당에 있는 창고를 리모델링 해서 오픈
-구옥 주택가에서 시가지로 이어지는 길의 도로명 주소는 공교롭게도 '무한대로 사랑길'
-지하1층은 연구소, 지상 1층은 판매처
■최효선
-상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
-직업은 음악심리상담사
-현재 보건소에서 1년 계약의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음
-효선의 부모님이 약국을 열면서 홍보 마케팅 담당자로 효선을 꼬득이고 있는 중
■최영광
-효선의 아빠
-지하 1층 사랑연구실에서 연구에만 몰두
-외형상 야수같은 느낌
-과거 생물교사였다가 이후 보습학원에서 초중등생 수학과 과학을 가르쳤음. 현재는 사랑의 묘약 개발에만 몰두
■한수애
-효선의 엄마
-대형 약국 약사였으나 몇 달전 백수가 됨
-외형상 빼어난 미녀
-현재 집 마당에 있는 창고를 리모델링해서 약국 개업
-오랫동안 남편이 연구해왔던 물질을 제품화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부추긴 것이 한 여사임
■하나
-효선에게 음악심리상담을 받은 내담자 중 하나
-자신의 잘못 때문에 좋아했던 아이가 왕따를 당하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어증에 걸림
■박애춘
-하나의 엄마
-중매쟁이로 '야매'로 하는 뚜쟁이 생활을 오래함
■강우식
-하나의 아빠
-애춘의 고객중 한명이었음
-어쩌다 애춘과 결혼하고 하나를 낳아 부부인연을 맺고 살고 있음
-게이
■세리
-애춘에게 직접 중매 기술을 배운 제자
-우식에게 마음을 두고 있음
■승규
-효선의 애인이나 효선의 엄마를 마음에 두고 있음
-카센터 운영 중
-자동차 1급 정비사
■이환
-승규가 운영하는 카센터 직원
■상도
-대기업에 OLED 소재와 이차전지를 납품하는 중견기업 부장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
-아들이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지 얼마 후 아들이 자살
-아들을 왕따시킨 가해자를 찾으려고 했으나 찾지 못함
■김재완
-하나가 태어나서 부모님 다음으로 마음이 가고 눈길이 갔던 친구
-상도의 외동 아들
-하나 때문에 왕따를 당하다가 급기야 자살로 생을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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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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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 가족이라 칭해지는 '사랑 약국'을 운영하는 효선의 가족은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엄마, 그리고 덩치가 크고 야수처럼 생긴 아빠, 그리고 아빠를 닮은 효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가족이 된 시발점에는 아빠가 개발한 키스펩틴이라는 물질(일명 사랑의 묘약의 초기 버전)이 있다. 선생과 학생의 관계로 너무 일찍 부부의 연을 맺은 이 부부는 순조롭지 못한 항해를 하며 가족의 연을 이어 온다.
그러다 둘 다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잘리게 되면서 효선의 엄마는 앞서 남편이 개발했던 사랑의 묘약을 떠올리게 되고, 이것을 활용해 약국을 개업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연구는 남편, 판매는 아내, 홍보와 마케팅은 딸이 도맡게 되면서 사랑의 묘약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덧붙여진다.
여기에는 각기 불행한 사연들이 소개되는데, 신기한 점은 임의의 물질인 '사랑의 묘약'이 사람의 마음을 억지로 조종해 사랑에 빠뜨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약은 다정해지거나, 솔직해지거나, 용서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면서 여러 형태의 사랑 속에서 화합과 조화를 이끌어 낸다.
그 결과 이 약을 먹은 사람들은 사랑의 진정한 모습에 조금씩 다가가며, 배려와 양보, 여유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랑이 지닌 다양한 얼굴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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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게 다가온 "사랑"에 대한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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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여자분께도 그 제품을 선물해주시면 되잖아요. 여자분도 그걸 드시고 나면 고객님을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아니요.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우선은 제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주려고 해요. 그 사람이 내 사랑을 받아주기만 바랄 뿐이에요. 정 아니면 할 수 없는 거고요.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그 사람의 마음을 존중해주는 것도 내가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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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랑의 묘약이라고 하면 이기적으로 쓰이는 경우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오히려 사랑의 묘약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심리적으로 건드리며, 사람마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사랑의 묘약을 몰래 먹여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사랑을 주고,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의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밀도 높은 사랑의 정의를 여러 가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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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빠가 늘 그러셨어요.사랑은 주고받는 호르몬 작용이라고. 받기 이전에 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을 준다는 것은 마음을 열고, 양보하는 게 아닐까요. 고객님이 여길 찾아오시고자 하는 마음 깊은 데서는 이미 하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셨던 게 아닌가 싶네요.
2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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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또 다른 정의는 바로 마음을 열고 양보하는 것.
언젠가부터 사랑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어, 일방향으로만 흐르던 정의를, 이 책에서 바로잡아 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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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외딴섬처럼 떨어져 있던 타인과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 아닐까요? 나로만 살던 내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고통과 기쁨을 똑같이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요."
2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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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타인과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
이것을 다르게 말하면 공감하고 이해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닐까? 각기 다른 삶과 인생을 살던 이들이 만나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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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를 사랑하길 바라기보다 내가 상대를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부터 가져보는 게 먼저예요. 사람의 진심은 통하는 법이거든요.
(...)
내가 마음껏 좋아했으니까 후회도, 미련도 안 남는 거요. 그러니까 이환 씨도 후회를 남기지는 않았으면 해요.
292~2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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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를 사랑하길 바라기보다, 내가 상대를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부터 갖는 것.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어쩌면 상대의 마음을 바라기에 앞서 더 중요한 지점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마음껏 좋아해야 나중에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는다. 사랑한다면 일단 뜨겁게 상대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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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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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독특하게도 ‘사랑’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소설이라는 장르를 활용한 느낌이다.
이를 위해 중심이 되는 보테로 가족을 만들고, 그들이 개발한 ‘사랑의 묘약’을 축으로 여러 곁이야기들을 풀어낸 것처럼 보인다.
디테일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를테면 '사랑의 묘약'이 다소 가볍거나 진정성 없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몇 가지 조건을 설정해 두었다.
첫째, 식약청 승인을 받을 것.
둘째, 기능성 의약품으로 제품화할 것.
셋째, 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딸을 통해 상담과 홍보를 진행하도록 한 설정이다.
이렇듯 세 가지 조건을 더함으로써 판타지적 이미지는 낮추고, 현실적 느낌을 더했다. 여기에 더해 실제로 이 약을 먹은 사람들이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등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보테로 가족이 개발한 사랑의 묘약은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 묶여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고 다정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 형태로 나타난다.
덕분에 관심 있는 사람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와 공감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면서 사랑은 곧 치유와 위로, 애정이 된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다 못해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 책을 통해 사랑의 진짜 의미와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