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의 즐거움>을 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지역 도서관에서 ‘저자 대담’을 하고 싶단다.
실은 그 지역이 내 고향이다. 내가 아무리 4권을 말아먹고 5권째 책도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지만 촌 동네 도서관에서 섭외가 왔다고 ‘감격’스럽지는 않았다. 도서관 담당자와 그 일에 대해서 협의를 하는 것보다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티브이를 시청하는 자세를 고수하는 쪽이 더 좋겠다 싶었다.
전국의 대출중개업자가 다 아는 번호가 뭔 대수냐 싶어서 일단 전화번호를 알려주라고 일렀다. 10초 후에 전화벨이 울렸다. 벽에 기댄 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전화를 받았다. 도서관에서 저자 대담을 한다는데 뭘 어떻게 하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시간을 낼 수 있겠냐는 담당자의 말에 ‘글쎄요, 제가 학교에 근무해서 시간을 내기가 좀 힘드네요.’ 대답했다. ‘저녁에야 시간이 되는데요’라고 한마디 더 했다. 계속 책을 말아먹다 보니 ‘내가 이러려고 저자를 했느냐는 자괴감’에 종일 시달리다 보니 만사가 귀찮기도 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절필 선언’을 할까 “페북질을 접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 하루였다.
시큰둥한 나의 반응에 담당자는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한 시간 동안 강연을 한 다음 30분간 질의응답을 해주면 강의료만 50만 원 줄 것이며 파워포인트로 원고를 작성하면 더 높은 원고료를 별도로 지급하겠다고. 저자 사인회를 하며 내 책도 사주시겠단다.
이불을 걷어치우고 부동자세로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강연이 언제냐고 물었는데 6월이라고 하길래 ‘좀 더 빨리할 수 없느냐’고 건의를 드렸다. 방금 전에 시간을 내기가 곤란하다고 말한 것은 3월에 라디오 출연이 3개나 예정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고 4월부터는 연가를 내서 가면 되니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시건방지게 응대를 한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죄하였다.
저자 서명 연습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