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만담>은 서평집이 아니다. 웃기는 이야기만 모은 책도 아니다. 자신이 유식하다는 것을 자랑할 수 있는 책의 정보나 지식이 충만한 책도 아니다. ‘재미’를 추구 하긴 했다. 내가 책을 다섯 권이나 냈다고 맨날 서재에 처박혀서 책만 읽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인터넷 서핑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프로야구 시즌이 되면 야구 중계를 보면서 야구 사이트 게시판에 상대 팬을 조롱하는 글을 올리기도 하는 찌질이다.
책을 수집하는 나도 요샌 책보다 재미난 것이 너무 많다. 우리 사회는 또 오죽 전율이 넘치는가? 문학은 시대를 앞서가야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는데 요샌 세상이 문학을 이끈다. 책이 재미날 리가 없다. 나도 책을 내는 입장이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고 ‘훈계’를 하면 안 된다. 자신의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고객을 훈계하는 업종이 ‘출판업’ 말고 또 있나?
책은 거룩하지도 않고 책을 통해서만 진리나 지식을 얻는 것은 아니다. 책 말고도 얼마든지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매체나 기기가 있고, 책보다 재미난 것이 너무 많다. 나도 커피 두 잔 값이면 며칠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책을 한 권 살 수 있다고 말은 하지만 그 누구에게는 책보다는 치킨 한 마리가 더 가치 있는 상품이다.
나 같은 저자나 출판업자는 스마트폰보다 더 재미있고, 요즘 돌아가는 세상보다 더 전율 있으며, 요즘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세상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책을 만들어야 독자들이 서점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나만 해도 인터넷 서핑보다 더 재미있고, 야구 중계보다 더 흥미진진한 책이 발견되면 읽는다.
‘재미’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어떤 책이 ‘재미’난다고 정의를 할 수 없지만,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도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고, 졸음을 참아가면서 읽고 싶고, 누가 옆에서 불러도 대답을 못 할 정도로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이 있다.
나도 그런 책을 쓰고 싶었다. 하도 재미나서 지하철에서도 읽고 싶고, 남은 쪽수를 세어가며 아껴가면서 읽게 되며, 미친 사람처럼 사무실에서 혼자 키득거리게 되고, 다 읽고 나면 책값이 아깝지 않은 책 말이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니까 읽어야 해’라는 강요가 필요한 책은 쓸 재간도 없고 쓰고 싶지도 않다. 나는 학자가 아니다.
특별히 웃기려고 작정하지는 않는다. 나의 지질함을 숨기지 않을 뿐이며, 개그콘서트의 대본과 같은 상황에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할 것만 같은 ‘어휘’를 간혹 사용할 뿐이다. 내 글을 읽고 한 번쯤 키득키득 웃는다면 더는 영광은 없겠다는 생각이다. 생활인으로서 나의 코믹한 상황을 공감하고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더 좋겠다.
새로운 직장에 옮겨서 낯설고 힘들어하는 에피소드를 읽고 독자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나는 영국의 멋쟁이가 프랑스의 시골로 이사하여서 고군분투를 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의 주인공의 모습에서 위안을 얻는다. <독서 만담>이 생활에피소드의 분량이 많고 책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뭔가를 가르치고 지식을 전달하려는 생각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며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을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