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 멋대로 읽어라 -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
김지안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6년 9월
평점 :
김지안의 <네 멋대로 읽어라>는 ‘블로그 문학’의 진수다. ‘블로그 문학’이란 내가 생각해낸 용어인데 블로그에 연재하는 사람들의 문학적인 글을 일컫는다. 블로그는 문학을 지망하는 이에게 훌륭한 도구다. 원고료는 없지만 언제나 마음껏 자신의 취향대로 글을 올릴 수 있고 꾸준히 활동하면 제법 많은 독자도 확보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글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니 자산의 취향대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인터넷 서점을 기반으로 한 블로그는 아무래도 책에 관한 글이 많고 원고료를 받고 쓰는 글이 아니니 친구들과 수다를 떨듯이 자유스러운 글도 많다.
<네 멋대로 읽어라>는 너무 진지하고 어렵지도 않으면서도 출간을 할 만할 만큼 문장력도, 책을 고르는 안목도 충분하다. 이 책을 블로그 문학의 진수라고 정의한 이유다. 나의 첫 책인 <오래된 새 책>에 대한 글도 보이는데 이 책을 읽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지안이 내 책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 놀랍다.
저자인 나보다 더 <오래된 새 책>의 취지를 파악했다. <네 먹대로 읽어라>에 언급된 그의 서평의 판단력을 신뢰하게 된다. 독서에세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을 정도로 책에 관한 책은 홍수처럼 넘친다. 다른 독서 수필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저자와의 만남에 직접 참관한 후기가 여러 번 보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지면의 인터뷰나 기사에서 볼 수 없는 저자의 솔직담백한 육성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박범신, 김훈, 은희경, 성석제, 김탁환을 비롯한 요즘 잘나가는 작가들의 진솔한 강연 내용을 읽을 수 있었는데 김훈이 법전과 소방실무지침을 즐겨 읽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법전은 선명한 언어로 쓰여 있고 소방실무지침은 위기 상황에서 생존할 방법을 기술해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좋아한다고 한다.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이처럼 선명한 조언이 또 있을까 싶다. <네 멋대로 읽어라>의 매력 또한 여기에 있다.
<네 멋대로 읽어라>는 적재적소에 인용문을 넣었는데 이 또한 나에겐 자극이 되었다. 나는 인용문을 삽입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내 이름으로 내는 책인데 남의 글을 삽입하는 것은 반칙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상은 인용문을 넣는 것은 반칙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나 독자들에게 장점으로 작용한다.
저자에게는 인용문의 분량만큼 자신의 글을 쓰지 않아도 되니 수고를 들게 되고, 독자들 입장에서는 모든 책의 내용이 저자의 것으로 채워지는 것보다는 양념처럼 타인의 글을 읽음으로써 신선함을 맛본다.
지나치게 진지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좋은 서평 집이다. 저자 자신이 소설가를 꿈꾸는지라 같은 길을 지망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