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어교육의 가장 큰 적은 영어공부가 매우 중요한 의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영어를 실생활의 필요에 의해서 하지 않고 오로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상황 때문에 영어공부는 재미가 없다. 이런 상황은 누구의 잘못은 아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는 한 학생이 미친 듯이 중얼거리면서 연습장에 뭔가를 필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궁금증을 못 참고 다가가서 지켜보니 놀랍게도 그의 연습장에 꼼꼼히 가득 적힌 내용은 영어단어들이었다. 더 자세히 보니 그 단어는 녀석이 좋아하는 컴퓨터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각종 영어로 된 용어였다.

 

최고의 영어 교사는 현실적 필요에 의한 동기부여다. 그것이 어렵다면 굳이 교과서와 참고서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말고 다른 재미있는 영어공부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딱딱하고 지루한 영어교과서나 참고서에만 매달리지 말고 좀 더 흥미를 가지고 영어공부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은 외국도서를 발견하고, 그 내용이 너무 좋아서 원어로 감상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면 좋은 영어공부방법이다. 흔히 영어로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이 좋을까? 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추천받기보다는 이런 방법이 좋다. 본인이 읽은 책 중에서 재미있게 읽었거나 감동적이어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런 책의 원서를 구해서 읽는 방법이 그것이다. 원서로 읽는다면 번역본에서 느끼지 못하는 원문이 주는 다른 감동이 있고 또 영어공부도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또는 이런 방법도 좋다. 자기가 본 영화중에서 굉장히 감명 깊고 즐겁게 본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의 원서를 찾아서 보는 방법이다. 많은 영화들이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니 영화의 원작을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최근개봉중인 위대한 개츠비만 해도 그렇다. 국내에서 번역본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기왕이면 영어공부도 할 겸 원서로 읽는다면 좋겠다. 또 자기의 취미와 연관된 원서를 읽는 방법도 좋다. 영어는 배경지식이 있으면 자기의 영어실력에 비해서 훨씬 쉽게 읽게 된다.

원서를 읽을 때 주의할 점은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독서를 하기 위해서 읽는 마인다가 필요하다. 그래서 재미와 흥미를 최우선 기준으로 해서 원서를 선택해야한다. 그래서 원서를 고를 때 처음단계에서는 자신의 취미, 흥미와 너무 잘 맞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 자신의 취미와 잘 맞는 원서를 수준이 조금 높아도 아무래도 완독의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어쩌면 웬만한 영화보다도 더 몰입을 가지고 읽게 된다.

The baseball codes.pantheon.2010

야구는 규칙이 매우 복잡한 운동이다. 수십 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야구팬은 물론이고 야구를 밥벌이로 삼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 심지어는 가끔 야구 심판마저 야구 규칙을 헛갈려 한다. 더구나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각각 독특하게 설계된 구장 덕택에 그라운드 룰이라고 해서 해당 야구장에서만 적용된다. 야구에는 이런 성문화된 규칙뿐만 아니라 불문율이라고 해서 명문화되고 정식 규칙은 아니지만 선수들 간에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규칙 아닌 규칙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런 불문율을 어길 겨우 물론 투수가 일부러 상대 타자를 맞추는 보복이 따르고 또 그런 식으로 보복을 당한 팀은 반드시 보복을 해야 하는 불문율을 지켜야 한다. 몇 가지 불문율을 살펴보자.

0 큰 점수 차이로 이기고 있는 팀은 도루를 삼가라.

큰 점수 차이로 이기고 있고 경기 종반인데 굳이 상대편을 자극하는 도루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근데 야구가 참 어렵다는 게 대체 큰 점수 차이가 얼마를 말하는지 애매하다. 급기야 큰 점수 차이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생기는 난투극도 실제로 2013년 우리나라 프로리그에서 발생했다.

 

0 홈런을 치고 나서 요란한 세러머니를 하지 마라.

게임을 끝내는 안타는 예외지만 홈런을 치고 나서 요란한 세러머니를 하거나 심지어 타구를 감상하면서 한 참을 타석에 머무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0 벤치클리어링이 생기면 무조건 열외해서는 안 된다.

팀 간에 다툼이 생겨서 그라운드에 운집해서 싸우는 벤치 클리어링이 생기면 모두 나와서 싸와야지 여기에 참석하지 않는 선수는 구단에 따라서 벌금을 매기기도 한다. 벤치 클리어를 할 때도 불문율이 있어서 손만을 사용해야지 발은 사용하지 않는다. 박찬호가 다저스 시절 상대선수와 다툼이 생겨서 이단 옆차기를 날린 적이 있는데 싸움자체는 문제가 안 되지만 손이 아닌 발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0투수가 대기록을 앞두고 있을 때는 말을 걸지 않는다.

가령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게임을 진행중일때는 말을 거는 일은 고사하고 근처에 앉지도 않는다. 투수의 집중력을 흩트리기 때문이다.

0투수가 대기록을 앞두고 있을 때는 상대편 팀은 번트를 대지 않는다.

번트가 비겁한 작전은 아니지만 대기록을 수립해나가는 투수에게 느닷없는 번트는 매너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0스트라이크나 볼 판정에 대해서는 절대로 항의하지 마라.

야구에서 판전번복은 여간해서 없지만 특히 스트라이크, 볼 판정은 절대로 없다. 또한 심판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 책 The baseball codes는 위에서 언급된 불문율뿐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일어난 다양한 야구의 불문율에 대해 들려준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볼 만한 책이다. 어휘의 수준도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배경지식이 깔려있는 야구팬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는다. 야구의 불문율을 나열해가면 설명한 사전식 책이 아니고 마치 다큐처럼 실감나게 그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글로 재현했다고 보면 된다.

 

Tennis 2000.Vic Braden.1998

테니스 마니아지만 한 때 운동신경이 너무 없어서 발전이 더디다고 자책하던 필자에게 고개를 숙여서 수돗물을 받아먹을 정도의 운동신경이면 충분하다라고 큰 용기를 준책이다. 테니스는 비록 학교나 아파트에서 주차장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중년층 이상의 운동으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동호인을 가지고 있는 생활스포츠다. 모든 운동이 다 그러하겠지만 테니스는 멘탈이 강하게 작용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동호인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훈련에 있어서도 멘탈보다는 기술위주의 압박이 강한 훈련법이 주로 이루어진다. 국내에 나와 있는 테니스 관련 서적은 단순한 기술이나 작전위주의 기능만을 위한 책만 있지 그렇게 플레이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든지 게임 중의 멘탈을 키위기 위한 자상한 설명이 있는 책은 별로 없다. 이 책은 테니스 기능을 위한 책이 아니고 테니스를 잘 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리를 익히는 책이라고 해야 맞다. 테니스에 관한 고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Photography.Babara London. Pearson Prentice Hall.2007

우리나라만큼 DSLR이 대중적으로 많이 보급된 나라도 드물다. 한국에서 등산복 브랜드 Northface가 많이 팔리는 이유가 엄청나게 높은 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 회사의 본사가 생각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일본에 있는 캐논과 니콘 본사에서는 아마도 한국에는 기자나 사진작가가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용 최고급 카메라와 렌즈가 많이 팔린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 만큼 사진에 대한 열정이 많다는 뜻인데 이런 아마추어 사진가의 열의에 걸맞지 않게 사진교육이 대중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주로 사진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사진에 관한 팁이나 지식을 얻어간다. 그런데 사진기술이나 카메라를 다루는 질문을 했다가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카메라 매뉴얼을 3번 정독하고 오시오라는 핀잔을 심심찮게 듣는다. 과연 맞는 말이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장비를 구입하고선 정작 그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이 담겨 있는 매뉴얼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으면 사진 공부를 할 성의가 없다는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이 책은 한번이라도 매뉴얼을 3번 정독하고 다시 오시오라는 꾸지람을 들어본 적이 있는 아마추어 사진가를 위한 책이다. 말이야 쉽지 의외로 카메라 매뉴얼을 읽어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카메라 매뉴얼을 이해하는데도 최소한의 카메라의 기본 원리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서 카메라가 어떻게 작동되며, 빛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등의 카메라 사용 개론을 익히게 된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사진을 찍기 전에 카메라라는 물건에 대해 공부하는 책이다. 조금은 딱딱하지만 사진을 좋아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정독이 가능하다. 또 풍부한 사진자료는 원서를 읽은 두려움을 상당부분 덜어준다.

 

The ball is round : A global history of soccer.David Goldblatt.Riverhead Trade.2008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단순한 축구에 관한 역사책이라고 보면 오해다. 물론 축구의 발생에서부터 월드컵 결승전이라는 지구의 가장 큰 이벤트로 발전하기까지의 역사가 망라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은 축구의 역사뿐만 아니라 선수, 감독, , 구단주, 클럽팀, 국가대표팀등의 축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대한 이야기거리가 풍부하다.

축구라는 렌즈로 바라본 인간세계의 정치 및 경제의 역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읽어봄 직한 책이다.

 

Fever Pitch. Nick Hornby.Riverhead Trade. 1998

최근 EPL(영국프리미어 축구 리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많이 생길 정도로 축구의 인기는 상승일로에 있다. 월드컵이나 한일전에만 열광하던 한국의 축구팬들이 해외 리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의 저변이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는데 긍정적인 여가생활이라고 본다면 매우 바람직하다. 세계적인 유명작가 닉 혼비가 쓴 이 책은 소설이라고 하기엔 믿지기 않을 만큼 낯선 형식을 가지고 있다. 외형상 포맷은 분명히 영국축구리그에 대한 게임 후기를 모음집이다. 그러나 첫 번째 게임 후기만 살펴봐도 이 책의 범상함을 잘 느낀다. 1968914일 이제 막 이혼을 한 아버지가 11살짜리 아들인 닉 혼비를 데리고 생애처음으로 축구관전을 하러 간다. 그 경기는 아스날 대 스토크 시티의 경기였는데 이 경기를 관전하면서부터 닉 혼비는 그만 축구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 책은 뭐랄까. 닉 혼비의 자서전과 축구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이 결혼하여 낳은 자식이라고 해야 되겠다. 축구경기의 관전기()와 더불어 닉 혼비의 드라마틱한 살아온 이야기가 오버랩 된다. 즉 소년이 중년의 나이가 되기까지의 인생유전과 더불어 아스날 경기의 관전평이나 경기장 안팎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배합이 된 이 책은 영화로 제작되기에 충분한 흥행성과 재미를 보유한다. 더구나 닉 혼비가 누군가? 유머의 아이콘답게 대담한 정직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개인이나 가족사의 속내를 담담하게 털어놓으면서도 특유의 유머는 곳곳에서 발휘되어 독자들을 더욱 감동시킨다. 원서로 읽는 국내 독자들에게 기쁜 소식은 이 책이 아스날의 한 경기 한 경기 관전평으로 구분되어 엮어져 있기 때문에 긴 흐름을 유지하면서 읽어야 만하는 부담감이 없다.

 

 

Holy Bible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지만 가장 읽히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읽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의외로 우리말 성경은 읽기에 쉽지는 않다. 물론 쉬운 말 성경이 출간되고 있지만 오히려 영어로 된 성경이 오히려 이해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애초에 어려운 라틴어로 쓰인 성경이 교육수준이 낮은 서민들도 읽도록 최대한 쉽게 써졌기 때문에 영어로 된 성경은 우리가 읽기에도 어렵지 않고 이해가 빠르다.

 

Holes. Louis Sachar. Randomhouse. 2000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 때문에 억울하게 교도소에 수감되어 오로지 구덩이 파는 일만 하게 되는 소년들이 값지고 아름다운 우정을 키워나가는 줄거리다. 마치 복잡한 퍼즐을 맞춰나가는듯한 치밀한 구성과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잘 조화가 되어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간혹 난해한 단어가 나오지만 사전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독파가 가능한 원서이며 2003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흥미로운 줄거리를 가진 책을 원서로 먼저 읽고 한글 자막이 없는 영어로 다시 본다면 독서나 영어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Reading for thinking. Laraine.E.Flemming.2011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 일종의 영어 독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학습서다.

말하자면 원서로 읽는 독서의 준비 단계에 적합한 책에 속하는데 수준이 녹록치 않다. 임용고시나 공무원시험에 대비하는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이 책을 애용하고 있기도 한데 내용이 알차고 영어독해능력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영어를 가르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줄려고 노력을 했는데 필자가 시도한 웬만한 방법은 실패를 했었다. 낙담을 한 끝에 이 책과 유형이 비슷한 학습서는 학생들의 반응도 괜찮았고 또 많은 학교에서 부교재로 채택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영어공부라면 진저리를 치는 아이들이 그 교재로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요청까지 했더랬다. 다양한 주제와 창의적이고 지겹지 않은 문제도 풍부하지만 무엇보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지문이 아닌 비판적 글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구성은 이 책을 독해력 향상을 위한 좋은 교재라는 명성을 안겨주고 있다. 원서를 읽기 전 이 책으로 워밍업을 해보자.

 

The Givers. Lois Lowry

이 책은 십대를 위한 책이다. 국가에 의한 철저하게 계획되고 통제된 이상사회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주제 자체로만 봐서는 청소년이 읽기에 과연 적합한가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용이 무겁긴 하지만 우리의 미래사회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또 읽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이 원서로 읽기에 적합한 이유는 아동용 소설이니만큼 어휘가 쉽고, 또 충분한 문학성과 생각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이상한 심각성은 어려운 단어는 잘 알면서 정작 미국의 아이들이 사용하는 쉬운 단어는 잘 모른다는 점이다. 미국의 아동용 책이 우리나라 성인 영어학습자들에게는 좋은 공부가 된다. 게다가 문학성을 갖춘 이 책은 더욱 그렇다.

 

The Moon and Six pence. William Somerset Maugham

원서로 읽을 만 한 좋은 고전을 추천해달라는 설문조사를 한다면 이 책은 많은 표를 얻지 않을까? 화가 고갱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설의 형식으로 쓴 이 책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섬머셋 모옴의 소설을 쓰는 최고의 모토가 재미이기 때문에 사실 섬머셋 모음의 모든 책은 원서로 읽기에 매우 좋다.

문장이 간결하며 쉬운 어휘가 사용되었고 또 문학성이 높으니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영어로 읽는 고전의 첫 도전 상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뿐만 아니라 <인간의 굴레에서>는 군 입대 직전 군 생활에 대한 걱정 따위는 전혀 생각할 틈도 없이 이 책을 미친 듯이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당시 <인간의 굴레에서>를 읽었던 대학 기숙사의 침대마저도 기억에 선하다.

 

On the road. Jack Kerouac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는 해외에 휴가를 간 친구가 느닷없는 영감을 받아서 단숨에 써내려간 원고지 1000매 분량의 소설을 읽은 기억을 말하면서 작가는 모름지기 심사숙고를 해서 천천히 써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대한 소설을 쓰는 일은 작가의 개인적인 역량에 따르지 그 방법에 의존하지는 않는다고 잭 케루악은 강변이라도 하듯이 <On the road>를 맨 정신도 아닌 마약에 취해서 타이프 용지를 36미터 길이로 이어 붙인 후 타자기에 넣고 구두점이 없이 3주 만에 125천단 어를 단숨에 써내려갔다. 이 책은 대학교를 자퇴한 저자가 친구들과 함께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도보 여행한 적이 있는데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썼다. 문득 대학시절 기숙사의 한방을 사용했던 후배들이 생각난다. 어느 날 저녁 후배 두 명 중 한명이 지나가는 말로 우리 기차타고 서울 가자라고 하더니 일분을 채 넘지 않은 채비를 마치고 곧장 서울로 향했었다. 그들은 고단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새벽녘에야 돌아왔는데 여행은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야 그 참의미가 있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었다. 그 후배들은 비록 케루악처럼 길 위에서가 아닌 철로위에서짧은 여행을 했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일이었으리라.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 감금되기를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고 비트 제너레이션의 기수였던 케루악의 흔적은 지금도 사회전반에 생생이 새겨져 있다.

아울러 미국 대학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이 되는 도서이면서, 반납 또한 가장 잘 안 되는 책이라는 묘한 위엄을 자랑한다. 이 책을 저자가 단 숨에 써내려갔듯이 독자들은 이 책을 단숨에 읽어야 한다. 또 단숨에 읽힌다.

 

** 이 글은 저의 저서 <아주 특별한 독서>에서 발췌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