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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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서 유일하게 챙겨서 읽는 것이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다른 사람의 서재와 애독서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다른 사람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꼽혀있고, 어떤 책을 즐겨 읽으며 또 어떤 책을 추천하는지 궁금한 게 대부분의 독서가의 심정이다. 나아가 어떤 사연과 이유로 그 책을 추천하는지도 궁금하다. 독서가들은 사실 추천도서에 목 말라 있다.


자신이 많은 책을 읽어 왔다면 엉뚱한 책을 골라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 늘 아쉽기 마련이다. '지식인의 서재'는 주로 유명인사가 주인공이 되니 종종 추천도서가 지나치게 대중적이거나(대중서가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또 전문적인 분야의 책인 경우가 많아서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다. 


거의 십년 동안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해오고 있고 독서와 책과 관련된 여러 저서를 출간한 바 있는 윤성근의 <책이 좀 많습니다>는 '지식인의 서재'에서 느끼는 미세한 '궁핍함'을 채워줄 만한 책이다. 유명인사가 아닌 실질적인 생활 독서가들의 서재와 독서생활을 알려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서재의 주인들의 직업은 다양하고 평범하다. 국어교사, 번역가, 대학생, 기자, 판소리 고수, 회사원, 바리스타, 도서관지기 등 거의 대부분 유명인사라기보다는 실질적인 책의 소비자이자 생활 독서가에 가깝다. 


근사하고 광활한 서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런 저런 온갖 비상수단을 발휘해서 책을 모으고 소장한다.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를 소개하면 한정된 공간에 많은 책을 소장해야 하는 공통의 장애를 공유하는 서재 주인들은 각자의 서재의 도서분류법도 지니고 있는데 이 책에서 꼼꼼히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각자의 독특한 독서 습관도 소개한다. 추천도서라기보다는 각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거나 개인적인 체험과 밀접한 애서를 이야기한다. 이런 이유로 각자의 애장서는 개인적이나 책을 아끼는 마음은 넓게 공감된다.


이 책에 소개된 독서가 중에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씨와 거래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고수 독서가답게 자신의 헌책방에서 엑기스만 쏙쏙 골라서 사가는 눈썰미를 재미나게 묘사한 부분 등은 이 책만의 장점이다. 그러고 보니 장서가와 헌책방 주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굉장한 부자가 아닌 다음에야 일반적인 독서가와 수집가는 필연적으로 공간의 압박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헌책방에 자신의 장서를 처분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인 수집가의 운명이다.


또 본인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사후에는 유가족에 의해서 장서가 헌책방에 처분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헌책방 주인 윤성근씨가 헌책방과 장서가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실감나게 기술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이 좀 많습니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사실 <책이 좀 많습니다>라는 재미난 이 책의 제목도 모아온 책을 감당하지 못해서 윤성근씨에게 책을 처분하게 된 한 장서가의 말에서 따왔다.


이 책에 소개된 독서가 중의 한 명인 대학생 김바름씨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고객이기도 한데 그가 부탁한 절판본 <상상의 공동체>를 구해주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윤성근씨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뉴욕의 가난한 여류작가와 런던의 헌책방 직원과의 20년간에 걸친 우정을 담은 편지를 엮은 책 <채링크로스 84번지>가 연상된다. 


서재방문기와 서재 주인의 애장서를 소개하는 독특한 포맷의 이 책은 저자인 윤성근씨가 다양한 책에 대한 출간과 유통에 관한 뒷이야기와 그 책과 관련된 독자들의 반응과 추이 그리고 배경지식이 충분히 발휘된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다양한 책에 대한 이론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그 책에 얽힌 우리 독자들의 에피소드가 가득한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가령 2005년 '디자인이즈'에서 펴낸 천상병시인의 <귀천 : 천상병 육필 서체 시집>이 마치 천상병 시인이 생전에 술을 한잔 걸치고 쓴 것처럼 비뚤비뚤 제 멋대로 늘어진 글자로 채워진 뒷이야기가 그렇다. 


당분간 구하고,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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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천도서를 멀리하는 편입니다. 추천도서 목록을 아예 외면하는 것이 아니고요, 가끔 목록에 있는 책이 궁금해서 확인합니다만 알고 나면 사고 싶고, 읽고 싶은 책만 더 생깁니다. ㅎㅎㅎ

박균호 2015-06-19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사고 싶고 읽고 싶은 책이 최고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