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간다 -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
성수선 지음 / 부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성수선 삼성정밀화학 해외영업담당자는 12년째 ‘트렁크 바퀴 닳도록’ 해외영업을 해온 ‘여자’과장이다.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해외영업의 전선에 십년에 넘게 발을 담그고 있고 그 분야에 대한 책을 내었다면 사실 그녀에 대한 인상은 아마존의 여전사 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우 냉철할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또 ‘해외영업’이란 분야는 일반인들에게 그리 낯익은 세계가 아니며 그 분야에 대한 책이라면 당연히 딱딱한 매뉴얼이지 차근차근 읽고 음미를 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필자도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 이 책은 현장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지는 매뉴얼이 아니고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심성이 고스란히 베여 있는 따뜻한 삶의 충고에 가깝다. 또 이 책은 해외영업인만을 위한 책이 아니고 나른한 일요일 오후 설거지를 방금 끝내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여가며 누구나 충분히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성수선과장의 해외영업에서의 뛰어난 실적이나 능력을 구체적으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팅이나 맞선 혹은 사소한 친구들과의 일상적인 만남 속의 작은 에피소드와 거대기업의 중요한 거래에서의 여러 경우를 잘 어울리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는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유명세를 등에 업고 대충 쓴 잡다한 이야기도 아니며 냉철하기 그지없는 사업가가 쓴 지루한 경영이나 처세술을 쓴 책도 아니다. 생동감 뛰어나고 누구나 한 두 번은 쉽게 겪을 수 있는 생활 속의 작은 에피소드로 거대 기업의 거래를 들려주는 솜씨는 내가 읽은 책중에서 최고였다.

그리고 솔직담백하며 비즈니스나 일상생활에서도 굉장히 도움이 되는 책이다.

생각해보라. 외국바이어를 배려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이웃이나 친지의 그것을 얻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이 책의 초반부분에서 저자는 영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대개 이런 종류의 책에서는 저자는 자신의 재임 시에 뭔가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정치가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영어학습법 한두 가지는 강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녀는 토익점수에 연연하지 마라 그리고 영어로 말할 때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충고할 뿐이다. 이 두 가지 충고를 듣지 않은 사람은 사실 영어 공부한다는 사람이면 드물다. 그러나 영어전공자로서 역시 12년째 영어교사를 하고 있는 필자의 견해로도 영어공부에 관한 이 두 가지 충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평범하면서도 영어공부의 핵심을 알려주는 것에서 나는 이 책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놀랍도록 실용적이다.

바이어의 국적별로 레스토랑을 달리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요령이며 종교나 식성에 따른 대처법등은 그 어떤 책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오직 12년간의 경험에서 얻어질 수 있는 알토란같은 지식이 아닐까?

그 대상이 굳이 바이어가 아니더라도 친구나 친지 손님 등을 대할 때 급기야 맞선이나 소개팅을 할 때도 충분히 이 책은 ‘작업의 비법’을 잘 전수해준다고 나는 믿는다.

솔직함, 재미, 실용성, 전문 작가 못지않은 글 솜씨에다 모든 페이지에 숨어있는 재치 있는 유머감각을 나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고 딱딱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중간 중간의 저자의 유머가 섞인 어투에 혼자 키득키득 이는 나를 발견하고 오래간만에 참 영양가 있는 책을 읽었다고 생각되어 참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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