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교사도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면에서 '고비용 저효율'적인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는 '늙은 교사'의 장점이 딱 하나 있다. 웬만해서는 학생들의 일로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 끓는 미혼 시절엔 아이들의 예의 없는 말투 하나에도 울컥하고 혼을 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내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학생들을 좀 더 관용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일인지, 자식 농사가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학생을 지도하면 할수록 아이의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학생이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면 화가 나기보다는 '저 아이가 왜 저럴까, 무슨 사정이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교사가 먼저 말을 예쁘게 하면, 학생도 결국은 예쁘게 말을 하기 마련이니까.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도 딱 그런 '부모의 마음', ' 교사의 마음'으로 썼다. 고전이 어렵고 지루한 훈계가 아니라, 오늘의 청소년이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는 '재미난 옛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자상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기왕이면 교과서 속 고전을 다뤄서 성적에도 도움이 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소 난해하고 배경지식이 필요한 고전 한 줄을, 청소년이 넙죽 받아먹을 수 있도록 내가 대신 오물오물 씹어서 줄이고 더했다.
"조금만 더 가면 기쁨과 영광이 산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인가? 이제 우리의 마음이라는 작은 배는 더 나은 물결을 향해 돛을 올렸으니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이 문장을 두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가장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와요. 그 고비는 종종 '끝이 가까웠다'는 신호이기도 하지요. (...)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결국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어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기쁨이 여러분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순간입니다." (본문 282쪽)
고전이 회초리를 든 훈장님이나 잔소리하는 꼰대가 아니라, 힘들 때 가장 먼저 손을 건네는 따뜻한 친구라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었다. 이 책이 아이들의 작은 배가 순항하는 데 부드러운 바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