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상주 산골 마을에서 졸지에 대구로 전학을 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신문물이 여럿 있었다. 만두. 우유. 승차권 등이 그것들이었는데 무엇보다 나를 경도하게 만든 것은 초인종이었다.
내가 살던 산골 마을 고향 집은 대문 자체가 없을뿐더러 대문이 있는 집이라고 할지라도 벨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벨 티(벨 누르고 도망치기)에 탐닉했는데 주 활동무대는 양옥집이 즐비했던 대명동과 산격동이었다. 세월이 흘러 벨 티를 즐겨서 지역 주민을 성가시게 했던 나는 중늙은이가 되었고 대구로 강연하러 간다. 인생이 참 얄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