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를 바탕으로 좀 강연을 했다. 줌 강연은 이제 겨우 익숙해졌는데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강의 진행자가 내 소개를 할 때다. 우선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오글거린다. 그리고 내가 그간 써 온 책을 나열하는 것도 마치 치부를 드러내는 것처럼 부끄럽다. 그런데 그날은 진행자분이 내가 그동안 쓴 책 사진을 모아서 한 장의 사진으로 올리셨다. 새삼스럽고 놀랐다.

 

나는 그동안 13권의 책을 썼는데 내 서재에는 대략 3~4권만 있다. 즉 한때 열렬한 그리고 탐욕스러운 책 수집가였던 내가 정작 내가 쓴 책은 수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내 작은할아버지께서는 평생 수필을 써셨고 동인지에서도 글을 발표하셨는데 언젠가 단행본으로 펴내셨다. 아마도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낸 것일 텐데 상업성과는 애초에 거리가 멀어서 수십 권이 집안에 쌓여있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더랬다. 책을 썼는데 왜 독자에게 있지 않고 저자의 집에 쌓여있는가 말이다. 그때부터 자신이 쓴 책이 집에 쌓여있는 것이 어쩐지 쪽팔(?)리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그리고 내 서재에는 남아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 다시 말해서 나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해서 글을 쓰는데 도구가 되는 책들이 우선이지 내가 쓴 책은 찬밥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가 그동안 쓴 책들을 모아서 찍은 사진은 부끄럽지도 민망하지도 않다. 또 앞으로 내가 영원히 찍지 않는 사진이 될 수도 있잖는가. 사진을 올려주신 진행자분께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려서 사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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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8-22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박균호님 같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무슨 책을 냈는지도 모르는데 사후에 어느 독자가
가지고 있어 대박나는 로망.
그러려면. 제가 굉장히 유명한 작가로 죽어야 하는데…ㅠㅋㅋ

아니, 요즘엔 자기 블로그에 글만 올려도 작가라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데 박균호님을 작가라 부르지 않으면 누굴 작가라 불러야 하는 건가요?
자본주의 세상 에서 원고료로 만원 한 장이라도 받으면 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작가는 돈 버는 직업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명예직이지.
그러니 누리십시오.^^

박균호 2022-08-22 12:34   좋아요 3 | URL
ㅎㅎㅎ 유명한 작가로 죽는 건 이번 생은 틀린 것 같구요. 스텔라님 말씀대로 즐기면서 살아야겠습니다.

mini74 2022-08-22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봤자 책! 갖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책 *^^* 이죠.

박균호 2022-08-22 14:04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그냥 2022-08-22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번에 책한권 내고 저자가 되었답니다.
누가 작가라고 하면 손발이 오글거려
오늘 처음 말해 본답니다.ㅎㅎㅎ

mini74 2022-08-22 20:11   좋아요 1 | URL
축하드립니디 *^^*

박균호 2022-08-22 20:33   좋아요 2 | URL
우와...축하합니다. 제목을 알려주소서 !!!

바람돌이 2022-08-22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3권의 책을 썼는데 당연히 작가님 맞으시죠. 아유 저렇게 모른거 보면 뿌듯하셨겠어요.
그래도 서재 한켠에 작가님 책 코너 하나쯤 꼭 만드시길....^^

박균호 2022-08-22 20:34   좋아요 3 | URL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자보다 훌륭한 바람돌이님 같은 독자분들이 많이 계셔서 부끄럽습니다.

그냥 2022-08-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제목은 빅토리 노트입니다. 김하나의 육아일기와 저의 에세이 몇 편을 엮어 냈어요.
이곳은 너무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입밖에 소리 내어 말하기가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75세에 첫 책을 내는 사람도 있다는 말은 하고 싶네요. 운이 좋아서 3쇄에 들어 갔답니다.

박균호 2022-08-23 13:16   좋아요 0 | URL
네이버에 김하나 작가 어머니...라고 검색하니까 딱 뜨서 이미 주문했습니다. 감사히 잘 읽어볼께요. 3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