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봉사직이라 온종일 등하교 지도와 학교 주변 순찰을 하는 수고를 하면서도 교육청이 정한 사례비가 70만 원인 것으로 안다. 전직 경찰관답게 단단한 체구에 활달한 성품을 갖춘 분이다. 어찌나 촘촘하게 순찰하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내가 하루의 대부분을 머무는 상담실 바로 옆에 그분의 쉼터가 있는데 우리는 자주 커피도 함께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말하자면 이웃사촌인 셈이다.
사례비가 너무 적어서 지난 수년 동안 우리 학교는 배움터 지킴이 구인난에 시달렸는데 이분이야말로 구세주나 다름없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자전거로 순찰을 하는데 마치 적토마를 탄 여포와 같은 모습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오래 보이지 않는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웬 대나무를 회초리처럼 반듯하게 한 단을 베어왔다. 하도 가지런하고 반듯하게 대나무를 신줏단지처럼 사무실 앞에 두었길래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다. 내 질문이 채 마치기도 전에 한숨을 푹 내쉰다. “아니, 우리 집사람이 꽃나무를 그렇게 좋아한다니까요. 하, 힘들어 죽겠습니다. 제가 물도 주고 이렇게 지주대도 만들어야 하니까요”
마치 딸아이를 뒷바라지하는 아빠와 같은 모습이었다. 꽃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꽃나무를 심고 물을 주며 대나무를 정성껏 다듬어서 지주대까지 만드는 남편이라니. 내 마음마저 저절로 따뜻해졌다. 내 딸아이가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딱 이만큼만 아내를 사랑해주는 남편을 만났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리고 딱 이분만큼만 자기 일을 사랑하고 성실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