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서점 MD가 이런 말을 했다. “한 해에 책을 3권 이상 내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한 해에 책을 여러 권 내는 작가의 책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내가 그 사기꾼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나는 세 권 이상의 책을 냈다. 인터넷 서점에서 팔지 않고 오프라인에서만 파는 아동용 인문학 전집 24권 중에서 8권을 집필했고, 십 대를 위한 고전 읽기 책, 그리고 책에 관한 책.

 

문제는 내년에도 3권을 내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2권은 이미 탈고를 했으니 늦어도 내년 봄에는 판매가 될 것이고 나머지 한 권은 이제 집필을 시작했다. 일단 시작했으니 내년 상반기 중에는 탈고를 할 것이고 내년 연말이면 출간이 될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말이다.

 

좋은 책을 쓰진 못하지만 여하튼 책을 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가 되겠다고 자위해본다. 내가 심지어 청소년을 위한 철학을 주제로 지난주에 탈고했지만, 도저히 못 쓸 것 같은 주제는 글쓰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한테 특별한 글재주가 없고 비결도 없기 때문이다. 명색이 글쓰기책인데 글을 못 쓰면 그것만큼 웃기는 일도 없겠다 싶기도 하고.

 

다만 딱 한 가지 내가 확신하는 글쓰기 비법은 일단 쓰라라는 것이다. 키보드로 쓰는 글도 중요하지만 나는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글쓰기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일단 쓰기 시작하면 탈고는 눈앞에 있었다. 계약된 3권 중에서 마지막 책의 첫 단락을 쓴 기념으로 아내와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아내와 산책을 하는 그것만큼이나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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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21-12-18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짜 사기꾼이네요. 언제나 아내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스스로 아내 포비아라고 또 경처가라고 자처하시면서 아내와의 산책이 위로와 즐거움이라니요 ㅎㅎ

박균호 2021-12-19 05:0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오랜만이에요 ^^ 잘 계시죠? 가끔 오시면 참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