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곳 오늘 여기 - 아시아 이웃 도시 근대 문학 기행
김남일 지음 / 학고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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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법인이지만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출판사의 인격은 발간하는 책의 면모로 형성된다. 이 출판사라면 주제나 난이도를 떠나서 책을 펼쳐 보지 않아도 좋은 책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곳이 몇 군대 있는데 ‘학고재’는 그 앞자리에 있다. 학고재 책은 언제나 점잖고 고매한 학자의 인격을 풍긴다. 굳이 다 읽지 않아도 곁에 두는 것 만 으로도 풍경 좋고 한적한 정자에서 책을 읽는 학자가 된 기분이 든다. 나로 말하자면 책을 팔겠다는 욕심은 없고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피땀만 가득한 책들은 믿고 구매한다. 학고재는 이런 내 기호에 잘 부합하는 곳이기도 하다.


김남일 선생이 쓴 <어제 그곳 오늘 여기>는 내가 생각하는 학고재 출판사의 인격에 걸맞은 책이다. 요상한 제목과 눈에 띄는 표지로 독자의 시선을 끌겠다는 욕심도 없이 그저 문학적이고 단아한 모습이다. ‘아시아 이웃 도시 근대 문학 기행’이라는 부제만으로 이 책의 성격과 내용을 짐작 할 수 있다. 문학기행이라는 장르는 국내나 서양에 주로 편중되어 있는데 이 책은 아시아 지역을 다룬다니 역시 책의 확장성보다는 저자가 정한 콘셉트와 독창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고재의 인격이 느껴진다.


사이공, 교토, 상하이, 도쿄, 타이베이, 하노이, 오키나와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문학기행은 문학뿐만 아니라 역사, 정치, 사회 문제를 섭렵한다. <어제 그곳 오늘 여기>로 우리는 프랑스 식민 정부가 동양의 진주로 만들려고 했던 사이공 카티나 거리에서 베트남 근.현대 문학을 둘러보고, 교토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시라가와에서 110년 전 나쓰메 소세끼가 쓴 교토를 노래한 시를 감상하며, 조선에서 온 청년 윤동주가 시와 사랑과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걸었던 가모가와 강가를 걷는다. 


문학기행을 읽는데 문학작품을 읽는 듯 한 수려한 문장 또한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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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13: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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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