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 지금은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시간
이화자 지음 / 책구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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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어디 나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면 월요일 아침까지 대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특별히 불편하지 않다. 당연히 여행이라면 질색인데 해외여행은 공짜로 가라고 해도 내키지 않는다. 리무진을 타고 공항에 가서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고 고행이다. 짐 꾸리는 것도 귀찮고 새벽에 비행기를 타는 여정은 군대 훈련소만큼이나 싫다. 


티브이에서 외국 순례기를 걷는 사람을 보면 ‘왜 고생을 사서 하지?’라는 생각만 든다.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면서 내 취향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여행을 아무리 싫어한들 여행지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특히 딸아이는 수년전에 찍은 여행지 사진을 고스란히 휴대폰에 저장해둔다.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다. 


많이 걷고 먼 여행은 싫어하지만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국내 여행지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걷고 맛 집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좋다. 문제는 장소다. 식구라고 해봐야 단 3명인데 모두의 취향을 저격하는 여행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말 여행지를 고르다가 아내와 딸에게 제안을 할 때는 마치 내가 대기업에서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를 보고하는 기분이 든다.


이화자 작가가 쓴 <언택트 시대 여행 처방전>을 펼치자마자 ‘유레카’를 외쳤다.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이런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어딘가 다녀오고 싶지만 사람 많은 곳은 꺼려진다.

국내 여행은 해외여행보다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국내 여행은 그리 많이 해보진 못했다. 

사람 많은 거 차 밀리는 거 딱 질색이다.

걷기를 좋아하지만 내내 걷는 건 싫다.

중간에 멋진 카페나 박물관, 미술관 한두 개를 들르는 걸 좋아한다.

파도 멍, 불 멍, 커피 멍을 좋아한다.


어쩌면 이토록 내 취향을 저격한 여행 책이란 말인가. 섬, 자작나무숲, 미술관, 카페, 벽화마을, 고택으로 모자라 아날로그 동네 책방에 이르기까지 코르나 시대에 걸맞은 조용하고 격조 높은 여행지를 모두 모았다. 사람 많고 복잡하며 오래 걷기를 싫어하지만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보물섬이나 다름없는 책이다. 당분간 이 책으로 훌륭한 가장 노릇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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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loud 2020-10-12 0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박균호 선생님, 리뷰 감사합니다~ 지치고 힘겨운 언택트 시대에 좋은 여행 친구이자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균호 2020-10-13 10:32   좋아요 0 | URL
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