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할 수 없을 만큼 책을 쌓아두면 장점이 있긴 하다. 우선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한정 된 이야기이겠지만 서재를 둘러보면 글을 쓸 만한 소재가 되거나 참고자료가 되는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뒷짐을 지고 어슬렁거리다보면 생각지 못한 책을 발견하고 그 발견 자체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될 수 도 있다.


겹겹으로 쌓여있어서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책이 많다면 ‘책 놀이’를 하기엔 금상첨화다. 가끔씩 앞 쪽에 있는 책을 치우고 감춰져 있던 책이 드러나면 저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고향친구를 수십 년 만에 타향에서 만난 기분과 비슷할 것이다. 수십 년 전에 대학 입학을 앞두고 예비소집에 갔다가 구내 서점에서 산 책 그리고 그 책 속에 붙어 있는 서점 영수증조차도 추억으로 다가온다.

이삼년 전에 책을 선물 받으면서 함께 받은 엽서 편지도 다시 보면 감회가 새롭다. 몇 십 년이 흐른 뒤에 어느 날 우연히 이 엽서 편지를 다시 보게 된다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안부인사와 근황을 적은 몇 줄이 적혀있을 뿐인데 말이다. 2040년쯤 되면 2017년이라는 년도만 보아도 눈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