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행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알게 된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은 적도 몇 번 있다

마침내 책을 빌렸다

다 읽고난 후의 지금 심정은 후회.. '왜 이제야 읽은거야..'

솔직히 왠지 모르게 표지가 꺼려졌던 것 같기도 하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노란색에 한자 제목, 한자의 '상', '중', '하'까지..(물론 결코! 어려운 한자는 아니지만..;;)

그런데 '중'권까지 읽고 나자 표지가 정말 사무치게 예뻐보였다

너무 일찍 세상을 알고 걷게 된 어둠 속에서 서로에게 빛이 되어준 주인공 남녀의 잃어버린 어린시절이

표지인 이 빛바랜듯한 마을 사진 안에 다 담겨져 있는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구입하기 위해 알라딘에 들어왔을 때는 표지가 바뀌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상'권을 읽고는 등장인물이 너무도 많은데다 일본이름이기에 인물들 사이에 연결 그림이라도 그려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지만

살짝 스치는 인물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그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것은 주인공 남녀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1인칭 관찰자시점과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의 합의점' 정도??

그 덕분인지 수많은 복선들이 깔려있어서 범인을 예상하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았다

(읽는 도중 누군지 눈치채고 나름 뿌듯했는데 리뷰 보고 당연한 것임을 알았을 때의 그 심정이란..;;;)

다 읽고 난 후 은근히 원했던 결말이 아니기에 (기리하라 료지가 무척 좋았습니다..;;)

속도 상하고 가슴 한 구석이 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것은 정말 원했던 결말이 아니라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었다

'딕슨카' 라는 분이 리뷰에서 쓰신 것처럼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를 외면해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서로의 빛이 되어준 그들.. 서로(라고는 했기만 약간은 일방적인)를 위해 희생했지만 결말은 그렇게 끝나버리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P.S. 다른 분들의 리뷰처럼 나 역시 이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똑같은 질문에 대한 기리하라의 대답은, 한낮에 걷고 싶어, 라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같아, 라며 히로에는 기리하라의 대답에 웃었다.
"기리하라 씨, 그렇게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요?"
"내 인생은 백야(白夜) 속을 걷는 것 같으니까" -- '중'권 141쪽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건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태양만큼 밝지는 않지만 내게는 충분했지. 나는 그 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생각하고 살 수 있었어. 알겠어? 내게는 처음부터 태양 같은 건 없었어. 그러니까 잃을 공포도 없지" -- '하'권 251쪽

하지만 추리소설로서 볼 때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이 것이었다

그때 열쇠고리에 달려 있던 작은 종이 딸랑, 하고 울렸다

이는 그 전까지 추측과 의심에 불과했던 범인을 한순간에 확신으로 만들어주는 문장이었다 (그 외에도 몇 개 더 있긴 하지만..)

P.S. 시간의 흐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장점투성이의 이 소설에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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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0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확실히 - 제목만 봤을 때는 저 역시 끌리지 않는 취향이군요.
하지만 '푸른신기루'님의 리뷰를 보고나서는 읽고 싶어졌습니다. 게다가 저 문학적이고
상당히 주관적인 대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웃음)

푸른신기루 2007-03-2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주신 걸 이제야 읽었네요;; 쓴지 너무 오래된 리뷰라 거의 외면하고 지낸 듯..;; 댓글 고맙습니다ㅎㅎ '작은 종' 문장 말하신 거죠?? 심하게 주관적이긴 하죠ㅋ 전 그냥 기억에 남았길래 쓴 것이라 문학적..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