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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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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경제위기는 순전히 금융시스템때문이었고 그 핵심에는 실체를 파악하기 불가능할 정도록 복잡해진 금융상품들이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나 부실한지, 그 규모는 어느정도이며 어디까지 연관이 있는지 파악이 안되니 결국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지고 만 것이다. 

이 책 덕에 처음 알았는데, 바로 그런 복잡한 금융상품들을 고안해 내고 운영했던 주체들을 '퀀트'라고 하는 모양이다.  전자적으로 이뤄지는 빠른 거래때문에 아마 양자(quantum)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는듯.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논픽션이라고 하는데 전반적인 구조는 그렇지만 읽어보면 팩션이 아닐까싶은 생각도 든다. 실존 인물과 회사,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수십년에 걸쳐 개인적인 대화나 심리상태 등까지 전지적 관점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존인물을 다루다 보니 아는 이름도 나온다.  '블랙 스완'의 탈레브가 그이다.  탈레브의 역할은 퀀트들과는 정반대였으니 그닥 비중있게 나오지는 않지만 블랙스완의 반대쪽 시선으로 탈레브를 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하품이 자주 났다. 사건,사고의 치밀한 분석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완전한 소설로써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십 여 명의 인물들을 번갈아가며 오락가락 등장하고 있어서 당췌 몰입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일기장을 뒤죽박죽 섞어 놓은듯한 느낌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같은 반에 있으니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은 서로 교차되나 서로의 이야기가 어떤 연결성도 없고 명확한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편집 또는 번역상의 오류도 자주 눈에 띄어서 (경영경제서적은 이런 책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정성을 들인 책은 아닌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LTCM은 복잡한 헤징전략과 파생상품이라는 엄청난 크기의 모구(毛球), 가능한 한 최대한의 금액까지 차입을 허용해 주는 VAR와 같은 위험관리수단들에 의존했다. ...(중략)  면도날처럼 얇은 쿠션만 있는 LTCM의 자산들은 희박한 공기 속으로 모두 증발해 버렸다.  p.168 

모구? 첨 듣는 말이어서 사전을 찾아본다. '털망울'의 옛말이라 하고 영어로는 둥글게 부푼 모양을 나타낼때도 사용하는 모양이다.  자동번역기로 돌린듯한 번역 같다. '면도날처럼 얇은'이란 표현도 의미는 통하나 어색하다.

일부 부채담보부증권들은 다른 부채담보부증권들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마치 프랑켄슈타인과도 같이 변형된 존재인(부채담보부증권 squared;... 생략... - 옮김 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부채담보부증권들의 부채담보부증권들의 부채담보부증권 즉 도 생겨났다 p. 306 

괄호내용을 빼면 '변형된 존재인가 되었다'가 된다. 마지막 부분 '부채담보부증권 즉 도' 도 그렇고 꼼꼼하지 않는 교정이 많다.  쉼표 쓸 자리에 마침표가 있질 않나  명사와 접속사를 붙여쓰기를 하지 않나.... 

506 페이지부터 주석이 정리되어 있는데  문체가 제각각이다 어떤 장에 대한 주석은 '~~이었음.  ~~했음.' 이렇게 정리되어 있고 어떤 장은 '~~이었다.  ~~했다.'라고 되어 있다. 두 사람이 말하는 듯한 느낌인데 중요한 것은 아닐수 있지만 이 책을 대강 만들었다는 확신은 가질 수 있게 한다.



편집이나 번역을 떠나서 내용상 뉴요커 말고, 특히 한국 사람 중에 이 책 읽을 필요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싶다. 혹 직업상 알고 있으면 좋을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그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아예 이 책을 번역할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니 원서로 보면 그만일 터, 실제 이 책을 원하는 독자층은 매우 좁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을 옮겨본다.
당사자에겐 심각했겠지만.. 

"거래를 하라는 신호가 나올 때마다, 그저 Y만 눌러주게"
하지만 그는 동시에 엔터키도 눌러야 된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 건의 거래도 체결되지 않았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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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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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 학교의 연간 수업일수가 평균 180일인 반면 아시아에서는 수업일수가 200일이 넘는다. 한국 어린이는 학교에서 30일 이상을 더 보낸다 p.161


이 책은 서구가 어떻게 기득권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예상되는 미래는 무엇인지(파국), 무엇이 파국적인 미래를 막을 수 있는 방향인지 설득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다.  특히 부러움에 찬듯한 저자의 위와같은 목소리는 이 책이 어떤 방향으로 서술된 내용인지 잘 드러내준다.


저자가 지적하는 서구의 실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1. 잘못된 자원배분 - 의료, 농업 등이 아닌 증권거래등 비생산적인  곳에 투입. 
2. 특허 및 기술의 개방 - 기술을 공짜로 넘겨주거나 힘들게 개발한 의약품 헐값 판매
3. 교육 부실  
4. 국가가 비용을 지불하고 소수 민간기업이 파생된 이득을 독점하는 경제 구조.
등등 이다. 

서구 기업들은 낮은 생산비에 현혹돼 신흥국에 떼지어 몰려가 공장을 차렸다. 그러나 서구가 실제로 맞바꾼 것은 자신이 암묵적으로 용인한 지적재산권의 불법이전이었다.  p.190  

.. 이런 기술이 주식중개업자들에게 돈을 더 많이, 그리고 빨리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을 빼고는 도대체 무슨 기여를 했단 말인가?  

(원자력은) 상대적인 기준에서 여전히 가장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 p.207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논조와 생각이 나와 맞지 않은 탓이 우선 크지만 공평하지 못한 내용전개도 한 몫을 했다.  


지적재산권을 예로 들어보자.
장하준 교수의 책 [국가의 역할]을 보면 서구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변화를 잘 알 수 있다. 그 책에 의하면 서구 선진국들이 처음부터 지적재산권을 보호했던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히려 남들의 기술을 빼오는데 열심이었다. 그리하여 남과 대등해지거나 넘어서게되면 그때부터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게 된것이다. 영국, 미국이 그 대표적인 국가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들의 순수한 창조물을 비서구세계에서 불법으로 빼앗아가고 있는것 처럼 말한다.  그들의 과거를 비추어봐도 그렇거니와 생산시설을 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전되는 기술마저 '불법'꼬리를 붙이니 매우 불공평한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의약품은 어떠한가? 십 년 이상 고생해서 만든 약을 50년 밖에 독점생산하지 못하고 또 개도국 등 소득이 낮은 나라에서는 저렴하게 팔수 밖에 없어 제약회사들이 망할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제약회사들이 알부자라는 사실은 들어봤어도 약을 싸게 팔아서 망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실증할만한 사례를 들 수 있을까?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시선은 에너지에 대한 것이다.
고갈되어가는 에너지원으로 인한 서구의 외세 종속에 대해 우려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고 있는데  원자력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세상에 원자력보다 더 위험한 것도 있었나? 그것만이 아니다.  집집마다 여러대의 자동차를 보유하는 등 에너지 과소비형인 미국인들의 습관은 고치기 어려우니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를 제기하는 태도에 이르러서 나는 혀를 내두를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여러 사안에 대해서 의문이 들뿐 아니라 나같은 일반인조차도 다양한 반론, 다양한 반대 사례를 들 수 있다.(일일이 쓰지는 않겠다)  이런 적반하장식(비서구세계에 서구국가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편견으로 책을 채웠다면 뭔가 사연이 있지 싶었다.  그래서 혹시 저자와 제약회사나 에너지 기업과의 관련성이나 다른 단서를 찾을수 있지 않을까 싶어 책 날개에 있는 저자의 이력을 다시금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 중에 번득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었다.  

'니얼 퍼거슨의 제자다.'

니얼 퍼거슨이라면 근래 나온 '시빌라이제이션'의 저자고, 마침 그 책에 대한 김기협의 서평에서 퍼거슨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한 내용을 읽었던 적이 있다. 거기에는 퍼거슨에 대해 이렇게 씌여 있다.(원문바로가기)

(중략)  퍼거슨이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인지는 내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세계 최고의 역사학자는 결코 아니다. 내가 역사학자들을 좀 아니까, 나를 믿어주기 바란다. 그가 낸 책 중 <The House of Rothschild> 두 책(1998, 1999년)이 뛰어난 평판을 누렸고, <증오의 세기(War of the World)>(이현주 옮김, 민음사 펴냄)가 상당한 평판을 받은 외에는 아마존에서 제공되는 리뷰 중에 역사 연구서로 높이 평가한 것을 보지 못했다. (중략)  퍼거슨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역사학자"라면 나부터 역사학도 아닌 척하고 싶다. (으~ 쪽팔려!)   - 서평자  역사학자 김기협

동료 학자들은 퍼거슨의 학문에 대한 자세에 의문을 표해 왔다. <The Washington Monthly> 편집자 벤저민 월리스-웰스는 이렇게 말했다. "<The House of Rothschild>가 아직까지 퍼거슨이 상을 타고 다른 역사학자들의 평가를 널리 얻은 유일한 책으로 남아 있다. 연구자는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주장을 하기 힘들다. <The House of Rothschild>는 퍼거슨이 독자적 문헌 조사를 행한 마지막 책이고, 그 책에서는 주제에 대한 세밀한 이해 때문에 거창한 주장을 내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저명한 냉전 시대 연구자 존 루이스 개디스는 퍼거슨이 독보적인 "폭과 생산력과 시야"를 가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그의 업적에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또한 "퍼거슨의 주장 중에는 서로 모순되는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 김기협의 서평에서 인용된 위키피디아의 내용



선생과 제자가 똑같다는 보장은 없지만 누구 밑에서 배웠는지 드러내는 경우는 대개 연구방법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공유하는 경우다.  이제야 의아했던 내용들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그리고 중요한건 이 책에 의하면 한국(은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은 최소한 미국보다는 잘 하고 있다는 것.  이 책에 동의하든 안하든 우리가 보고 배울 점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미 2008년 위기로 한계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이 책에서조차 비판하고 있는 미국식 경제를 적극 추종하는 인물이 이 책의 추천사(뒷표지)를 덧붙인 것에 대해서는 ... 기가 막혀서 아무말 더 하지 않겠다. 

 

덧. 저자 담비사 모요는 미국판 공병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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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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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1년 8월 8일, 한국 주식시장의 폭락사태가 벌어지자 정부가 개입했다. 연기금을 투입하여 주가를 방어한 것이다.  명백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다.  나쁘게 말하면 야바위꾼이 손님인양 동업자를 동원해 마치 장사가 잘 되는 것처럼 속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특히나 짜증스러웠던 점은 주식 부자들의 손실 보전 또는 손실 방어를 위해 서민들의 노후대비 자금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연기금이 주식투자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번의 조치는 연기금의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주가 방어만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긍적적으로 볼 여지가 없다. 

심리적 공황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무언가 정부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점에는 일부 동의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돈이 없으면 굶어 죽는게 당연하다고 할 정도로 극단적 자유시장을 주장하고, 정부를 포함한 다른 세력의 시장개입에 적극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후안무치한 언행이다.  자신의 작은 상처에는 악을 쓰고 남의 죽음에는 차가운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 하이에나들의 괴성이 들린다.

 

서두를 책 이야기가 아닌 시사 문제로 시작한 것은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경제학의 배신'이 최소한 한국에서는 이미 일상화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주장하는 내용의 상당부분에서 공감을 느꼈지만 그만큼 놀라움도 줄어버린 셈이 되었다.  이 땅의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보고 느껴왔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경제는 정치다.

 우리 스스로 사고할 수 있다는 생각과 정치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되찾아야만, 민주주의와 경제를 모두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를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버리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p.193   

 

보이지 않는 손은 자원을 정부보다 잘 분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정부가 사라지자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p.195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은 협박행위를 그만두었고, 때로는 약탈자에 맞서 판자촌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판자촌 주민들이 고민하고 항의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존엄성을 깨달은 것 같았다.  p.221 

 

 "우리끼리 얘기네만, 오염산업을 저개발국으로 더 많이 이전하도록 세계은행이 장려해야 하는 건 아닌가?"  - 래리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회의 의장)   p. 226 

 

시장이 세계를 무가치하게 여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문가가 꾸려나가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전문성과 자원의 민주화'이다.  p.263 


책 속에서 몇몇 문장을 옮겨보았다.  발췌한 범위가 후반부로 조금 몰려있기는 하지만 책 전체의 관심사항을 드러내는데 부족하지 않다.  발췌한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한 경제논리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줄곧 시민의 정치참여와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가 다녔던 대학도 그랬는데,  경제학의 본산인 영국은 정치와 경제를 하나의 뿌리를 가진 학문으로 보고있어 경영대학이 아니라 정경대학으로 부른다. 애초부터 정치와 경제가 한 몸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는 경제고 정치는 정치라고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정치적인 식견과 통찰 없이 재테크 실력만으로 대통령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것이다. (재테크지 경제 실력이 아니다. 그가 운영한 회사는 부도가 났거나(현대건설), 망했거나, 좋게봐줘도 젊은이에게 사기를 당했을 뿐이다(BBK). 이젠 물가폭등과 주가폭락을 추가해야 할 지경 )
 영국에 있는 장하준 교수도 여러 책에서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를 민주주의나 정치와 굳이 결부시키는 성향은 아니지만, 최소한 '시장'자체로 모든게 충분하다는 것은 허구라고 말한다. 

 이렇듯 시장은 불완전한 제도이며 당연히 정부와 시민이 개입할수 있는 정치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만 불완전하나마 운영될수 있다. 문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특히 힘있는 사람들이) 경제는 알아서 잘 돌게 되어있다고 주장하고, 또  자신들이 유리한 부문에서 정치를 배제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배신의 극복
그러한 시장만능주의의 결과로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이 책의 전반부는 이러한 문제들로 훼손되어가는 환경과 사회를 덤덤하게 기술해 나간다. 그러나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 만능에 대한 대항운동의 전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 그러한 대항운동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남아공, 인도, 멕시코, 브라질, 중국, 심지어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권리를 찾는 운동이 펼쳐졌고 그런 운동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성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이룰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아쉬운 점이라면, 책이 조금 더 늦게 씌여졌다면 아마도 한국의 사례도 분명 포함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창의성과 연대, 민주주의가 한데 얽힌 사례에 분명 한국의  '희망 버스'를 언급했을 것이다.


아무튼 세계의 민중은 이렇게 희망과 연대로 시장의 배신을 극복해 가고 있다.




함께 행복해지기
한 해,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확실해 지는 깨달음이 하나 있다.
 '홀로 행복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진다'는 점이다.
내것부터 챙겨서 조용히 숨어있으면 그러저럭 불행하지는 않게 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결국 세상은 다 연결되어있고, 그러한 연결된 세상에서 나 혼자 행복해 질수는 없다는 사실을 점점 더 절실하게 깨달아 간다. 저자가 남기는 마지막 문장에 그와 같은 정신이 녹아 있는데 마지막 페이지는 그 한 장으로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농축해서 보여주는듯하여 매우 인상적이다. 

매일같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 세상에 대해 즉효를 발휘하는 만병통치약같은 처방은 아니지만 진정 오래오래 곁에 두고 곱씹고 체화해야할 그러한 삶의 방식에 대한 통찰이 느껴지는 책이다.  
(여담인데, 이 책 옆에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함께 놓으면 아주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 아닌가 싶다.)

이 리뷰의 마무리는 다른 말 필요 없고, 위에서 언급했던 그 마지막 페이지 하나로 대신하면 될 것 같아 여기 그 내용을 옮겨 놓는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함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이 사회에 충만해지길 빈다.

정치를 되찾으려면 더 많은 상상력과 창조성,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승리가 투표함에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상황에서 나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평등, 책임, 정치의 가능성이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 우리가 그린스펀의 괴물이 된다면, 대다수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훈련받은 그 역할에 충실해 소비문화의 세례를 받아 죽을 때까지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그런 괴물이 된다면, 우리의 집단적·개인적 행복은 상처 입을 뿐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시장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이 시장에서 끌어낼 수 있는 동기와 열정, 자원으로 인해 사회의 다른 부분과 지구가 계속해서 망가지지 않도록 시장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세계를 좀 더 민주적인 방식으로 바라보며 가치를 매기고 꾸려나가야 한다. 또한 재산권과 정부를 그간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순응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은 결국 공동이 함께하는 모험이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오늘날의 시장사회보다 말할 수 없이 큰 보람을 줄 것이 틀림없다.

 우리의 행복은 행복 자체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오히려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정치를 외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구현해나감으로써 얻게 될 자유가 더 큰 행복을 선물할 것이다. 이 자유야말로 우리 공동의 미래가 어떤 가치를 지닐지를 평가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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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2011-08-1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제학의 배신 밑줄쳐가며 읽고 있습니다만.. 정말 훌륭한 서평이네요. 덕분에 책 내용 다시 한번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8-11 18:23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제 리뷰야 뭐 인상 깊었던 것 위주의 발췌 정리에 불과하죠.
암튼 고맙습니다.
 
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의식한듯 그의 운명을 지켰던 문재인 이사장의 책 제목에는 '운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나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들을때마다 엉뚱하게도 터미네이터2가 생각난다. T-1000의 추격을 피해 무기를 숨겨둔 친구집에 숨어 지낼때 사라가 홀로 앉아 칼로 새기고 다시 칼을 꽂아 죽여버린 단어 'Fate'   결국  No Fate.  그 뒤로 무기를 챙겨서 터미네이터 개발을 주도했던 연구자를 죽이러 갔던걸로 기억한다.  문재인의 운명이 fate인지 destiny인지, 둘 다인지, 그리고 그 둘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다. 

 

책을 읽고난 전체적인 느낌은, (물론 울컥하게되는 부분도 있지만) 잔잔하고 따뜻하면서도 굴곡이 있었던 삶이 가깝게 느껴지는, 잘 만든 드라마나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다.  슈퍼맨이나 천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성공담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지루할 틈이 없다.(대통령 비서실장이면 대단한 성공담이긴 한데...)  문재인의 운명이 씨줄이 되고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운명이 날줄이 되어 탄탄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개인사가 차지하는 부분도 많지만 적지 않은 부분이 참여정부의 내부 사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할애되고 있으며 저자가 개인적으로 억울하다고 여기는 몇가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들에 대한 해명도 포함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부분이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여긴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무한하고 자유로운 여러 비판과 비난에 대해 살아남은 사람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그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 실망했고 그들의 타협을 받아들일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시시한 핑계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치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적정선에서의 타협이며 그 타협의 배경과 기준을 모르고서는 진정한 비판과 합리적 대안 제시는 불가능할 것이니 미래 국가 운영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참고 할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책 자체로서는 아주 무난한 편이다. 그러나 문재인 이사장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뜨거워지는 시점이기에 이 책이 더욱 화제다. 저자는 시종일관 정치활동과 관련된 외부의 기대를 정치가 자신과 맞지 않을 것같다는 변명으로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그것은 인권변호사로 시작해 정치인으로 살다가 비극적으로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정도는 이해가 간다.
 

김어준 딴지 총수의 말을 빌리자면 정치영역에서의 '문재인'의 파괴력과 중요성을 문재인 본인만 모르고 있는 형국인데, 아무튼 세상은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기 시작했고 아마도 내년까지 그 기대치는 커져만 갈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외면하고 싶은 저자의 의지와는 달리 '문재인의 운명'으로 인해 그는 한 발 더 대중 속으로 들어와버린 셈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운명은 우리의 운명과 얽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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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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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변호사가 쓴 책이라는 사전 정보만 있다면 '확신의 함정'이라는 책의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사람도 세상도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훈련된 법조인들도 스스로 자기 확신의 함정에 빠지거나 때로는 애초부터 확신할수 없는 사건을 다루게 되는게 현실이며, 있을지 모르는 잘못된 확신에서 오는 오판과 싸워야하는 고충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단순히 경험담을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각 장마다 범죄사례나 법적으로 또는 무엇이 정의인지 논란이 있을 만한 사례가 담긴 책들을 소개하면서 이야기 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힌다.  각 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책만 20여권이 넘고 중간중간 언급하는 책들이 또 수십권이니 좋은 책들을 알아가는 덤도 얻을 수 있다.

여기 나온 항목중 가장 관심이 가고 핫(hot)한 것을 하나 들어보자면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재발 방지대책'에 관한 것이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마침 리뷰쓰기 직전에도 신문기사로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시행'에 대한 기사를 보았는데 기사의 관심은 주로 '인권 침해' 에 모아져 있는듯 하다.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화학적 거세'는 문제가 많은 방법이므로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인데,  사실 피해자나 또는 불안해 하는 잠재적 피해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몰매 맞거나 무시되기 쉬운 주장이기도 하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처럼 제어할수 없는 위험에 대해서 사람들은 확률과 위험의 크기와는 별개로 무한한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인권'이 다수의 편의를 위해 무시될 수 있는 사회라면 결국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사회도 옳은 것이고 박정희의 비상계엄도 타당성이 있는 것이고 나아가 빅브라더가 통제하는 사회도 타당한 이유를 만들수 있다.  좀 더 나아간다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살짝 간만 보았던 '발생하지 않은 범죄에 대한 예방 처벌'에 관한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문제는 당장 현실이 급한 상황인데 최선의 방법이란 항상 내일에나 나오는 법이므로 사람들은 당장 가장 쉬워보이는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당장 그러한 세태가 변하거나 최선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역사를 볼때 결국 더 나은 대안을 찾으려는 목소리가 반영되어 왔으니 저자의 주장은 응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살을 수백번 저미고 산채로 내장을 꺼내고 사지를 절단하는 형벌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물론 아직 간통한 여자를 돌로 쳐죽이는 곳도 남아있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인간, 그 알수 없는 존재 
성범죄자에 대한 태도도 그렇지만 저자는 '인간이란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러한 질문이 저자의 사유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여러 범죄자들을 다루면서 경험한 것이기에 더욱 진실성 있게 다가온다.  
  알수 없는 존재, 잘 알지도 못하는 존재에 대해 그냥 우리(정상인? 비범죄인?)식으로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이 과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방법이겠는가 하는 것이 저자가 걱정하는 점이며 독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조금씩은 미쳐있는(진짜로!)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히 동의가 된다.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서로 감수성의 차이가 크고 사고방식이 달라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태연히 아무런 느낌도 없는 사람들이야 더 일러 무엇하랴. 

 

확신의 함정
 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 하나가 생각할 꺼리를 주는 이야기들이다. 특정한 사안(예를 드면 성매매특별법이라던가  사형제, 테러범에 대한 재판, 체벌, 자살에 대한 법적판단 등등)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해내고,  특히 사람이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 아무리 확신이 드는 일이라도  왜 쉽게 단죄해서는 안되는지를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설혹 확신에 변함이 생기지 않더라도 그 확신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도록 이끈다.   그것은 잘못된 확신때문에 범죄자와 희생자의 운명이 엇갈리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자의 당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막연한 주장을 조리있게 설명할 수 있는 잘 정리된 논리를 얻었다는 수확이 있고 여기서 언급된 수십권의 책들이 웅변하듯,  역시 독서를 통한 다양한 경험이야 말로 인간을 이해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볍게 읽고 오래 생각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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