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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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변호사가 쓴 책이라는 사전 정보만 있다면 '확신의 함정'이라는 책의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사람도 세상도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훈련된 법조인들도 스스로 자기 확신의 함정에 빠지거나 때로는 애초부터 확신할수 없는 사건을 다루게 되는게 현실이며, 있을지 모르는 잘못된 확신에서 오는 오판과 싸워야하는 고충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단순히 경험담을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각 장마다 범죄사례나 법적으로 또는 무엇이 정의인지 논란이 있을 만한 사례가 담긴 책들을 소개하면서 이야기 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힌다.  각 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책만 20여권이 넘고 중간중간 언급하는 책들이 또 수십권이니 좋은 책들을 알아가는 덤도 얻을 수 있다.

여기 나온 항목중 가장 관심이 가고 핫(hot)한 것을 하나 들어보자면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재발 방지대책'에 관한 것이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마침 리뷰쓰기 직전에도 신문기사로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시행'에 대한 기사를 보았는데 기사의 관심은 주로 '인권 침해' 에 모아져 있는듯 하다.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화학적 거세'는 문제가 많은 방법이므로 다른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인데,  사실 피해자나 또는 불안해 하는 잠재적 피해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몰매 맞거나 무시되기 쉬운 주장이기도 하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처럼 제어할수 없는 위험에 대해서 사람들은 확률과 위험의 크기와는 별개로 무한한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인권'이 다수의 편의를 위해 무시될 수 있는 사회라면 결국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사회도 옳은 것이고 박정희의 비상계엄도 타당성이 있는 것이고 나아가 빅브라더가 통제하는 사회도 타당한 이유를 만들수 있다.  좀 더 나아간다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살짝 간만 보았던 '발생하지 않은 범죄에 대한 예방 처벌'에 관한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문제는 당장 현실이 급한 상황인데 최선의 방법이란 항상 내일에나 나오는 법이므로 사람들은 당장 가장 쉬워보이는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당장 그러한 세태가 변하거나 최선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역사를 볼때 결국 더 나은 대안을 찾으려는 목소리가 반영되어 왔으니 저자의 주장은 응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살을 수백번 저미고 산채로 내장을 꺼내고 사지를 절단하는 형벌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물론 아직 간통한 여자를 돌로 쳐죽이는 곳도 남아있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인간, 그 알수 없는 존재 
성범죄자에 대한 태도도 그렇지만 저자는 '인간이란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러한 질문이 저자의 사유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여러 범죄자들을 다루면서 경험한 것이기에 더욱 진실성 있게 다가온다.  
  알수 없는 존재, 잘 알지도 못하는 존재에 대해 그냥 우리(정상인? 비범죄인?)식으로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이 과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방법이겠는가 하는 것이 저자가 걱정하는 점이며 독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조금씩은 미쳐있는(진짜로!)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히 동의가 된다.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서로 감수성의 차이가 크고 사고방식이 달라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태연히 아무런 느낌도 없는 사람들이야 더 일러 무엇하랴. 

 

확신의 함정
 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 하나가 생각할 꺼리를 주는 이야기들이다. 특정한 사안(예를 드면 성매매특별법이라던가  사형제, 테러범에 대한 재판, 체벌, 자살에 대한 법적판단 등등)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해내고,  특히 사람이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 아무리 확신이 드는 일이라도  왜 쉽게 단죄해서는 안되는지를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설혹 확신에 변함이 생기지 않더라도 그 확신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도록 이끈다.   그것은 잘못된 확신때문에 범죄자와 희생자의 운명이 엇갈리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자의 당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막연한 주장을 조리있게 설명할 수 있는 잘 정리된 논리를 얻었다는 수확이 있고 여기서 언급된 수십권의 책들이 웅변하듯,  역시 독서를 통한 다양한 경험이야 말로 인간을 이해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볍게 읽고 오래 생각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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