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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11년 8월 8일, 한국 주식시장의 폭락사태가 벌어지자 정부가 개입했다. 연기금을 투입하여 주가를 방어한 것이다.  명백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다.  나쁘게 말하면 야바위꾼이 손님인양 동업자를 동원해 마치 장사가 잘 되는 것처럼 속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특히나 짜증스러웠던 점은 주식 부자들의 손실 보전 또는 손실 방어를 위해 서민들의 노후대비 자금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연기금이 주식투자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번의 조치는 연기금의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주가 방어만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긍적적으로 볼 여지가 없다. 

심리적 공황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무언가 정부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점에는 일부 동의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평소에는 돈이 없으면 굶어 죽는게 당연하다고 할 정도로 극단적 자유시장을 주장하고, 정부를 포함한 다른 세력의 시장개입에 적극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후안무치한 언행이다.  자신의 작은 상처에는 악을 쓰고 남의 죽음에는 차가운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 하이에나들의 괴성이 들린다.

 

서두를 책 이야기가 아닌 시사 문제로 시작한 것은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경제학의 배신'이 최소한 한국에서는 이미 일상화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주장하는 내용의 상당부분에서 공감을 느꼈지만 그만큼 놀라움도 줄어버린 셈이 되었다.  이 땅의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보고 느껴왔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경제는 정치다.

 우리 스스로 사고할 수 있다는 생각과 정치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되찾아야만, 민주주의와 경제를 모두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를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버리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p.193   

 

보이지 않는 손은 자원을 정부보다 잘 분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정부가 사라지자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p.195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은 협박행위를 그만두었고, 때로는 약탈자에 맞서 판자촌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판자촌 주민들이 고민하고 항의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존엄성을 깨달은 것 같았다.  p.221 

 

 "우리끼리 얘기네만, 오염산업을 저개발국으로 더 많이 이전하도록 세계은행이 장려해야 하는 건 아닌가?"  - 래리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회의 의장)   p. 226 

 

시장이 세계를 무가치하게 여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문가가 꾸려나가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전문성과 자원의 민주화'이다.  p.263 


책 속에서 몇몇 문장을 옮겨보았다.  발췌한 범위가 후반부로 조금 몰려있기는 하지만 책 전체의 관심사항을 드러내는데 부족하지 않다.  발췌한 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한 경제논리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줄곧 시민의 정치참여와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가 다녔던 대학도 그랬는데,  경제학의 본산인 영국은 정치와 경제를 하나의 뿌리를 가진 학문으로 보고있어 경영대학이 아니라 정경대학으로 부른다. 애초부터 정치와 경제가 한 몸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는 경제고 정치는 정치라고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정치적인 식견과 통찰 없이 재테크 실력만으로 대통령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것이다. (재테크지 경제 실력이 아니다. 그가 운영한 회사는 부도가 났거나(현대건설), 망했거나, 좋게봐줘도 젊은이에게 사기를 당했을 뿐이다(BBK). 이젠 물가폭등과 주가폭락을 추가해야 할 지경 )
 영국에 있는 장하준 교수도 여러 책에서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제를 민주주의나 정치와 굳이 결부시키는 성향은 아니지만, 최소한 '시장'자체로 모든게 충분하다는 것은 허구라고 말한다. 

 이렇듯 시장은 불완전한 제도이며 당연히 정부와 시민이 개입할수 있는 정치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만 불완전하나마 운영될수 있다. 문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특히 힘있는 사람들이) 경제는 알아서 잘 돌게 되어있다고 주장하고, 또  자신들이 유리한 부문에서 정치를 배제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배신의 극복
그러한 시장만능주의의 결과로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이 책의 전반부는 이러한 문제들로 훼손되어가는 환경과 사회를 덤덤하게 기술해 나간다. 그러나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 만능에 대한 대항운동의 전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 그러한 대항운동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남아공, 인도, 멕시코, 브라질, 중국, 심지어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권리를 찾는 운동이 펼쳐졌고 그런 운동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성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이룰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아쉬운 점이라면, 책이 조금 더 늦게 씌여졌다면 아마도 한국의 사례도 분명 포함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창의성과 연대, 민주주의가 한데 얽힌 사례에 분명 한국의  '희망 버스'를 언급했을 것이다.


아무튼 세계의 민중은 이렇게 희망과 연대로 시장의 배신을 극복해 가고 있다.




함께 행복해지기
한 해,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확실해 지는 깨달음이 하나 있다.
 '홀로 행복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진다'는 점이다.
내것부터 챙겨서 조용히 숨어있으면 그러저럭 불행하지는 않게 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결국 세상은 다 연결되어있고, 그러한 연결된 세상에서 나 혼자 행복해 질수는 없다는 사실을 점점 더 절실하게 깨달아 간다. 저자가 남기는 마지막 문장에 그와 같은 정신이 녹아 있는데 마지막 페이지는 그 한 장으로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농축해서 보여주는듯하여 매우 인상적이다. 

매일같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 세상에 대해 즉효를 발휘하는 만병통치약같은 처방은 아니지만 진정 오래오래 곁에 두고 곱씹고 체화해야할 그러한 삶의 방식에 대한 통찰이 느껴지는 책이다.  
(여담인데, 이 책 옆에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함께 놓으면 아주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 아닌가 싶다.)

이 리뷰의 마무리는 다른 말 필요 없고, 위에서 언급했던 그 마지막 페이지 하나로 대신하면 될 것 같아 여기 그 내용을 옮겨 놓는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함께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정신이 사회에 충만해지길 빈다.

정치를 되찾으려면 더 많은 상상력과 창조성,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승리가 투표함에서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상황에서 나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평등, 책임, 정치의 가능성이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 우리가 그린스펀의 괴물이 된다면, 대다수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훈련받은 그 역할에 충실해 소비문화의 세례를 받아 죽을 때까지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힌 그런 괴물이 된다면, 우리의 집단적·개인적 행복은 상처 입을 뿐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시장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이 시장에서 끌어낼 수 있는 동기와 열정, 자원으로 인해 사회의 다른 부분과 지구가 계속해서 망가지지 않도록 시장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세계를 좀 더 민주적인 방식으로 바라보며 가치를 매기고 꾸려나가야 한다. 또한 재산권과 정부를 그간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순응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은 결국 공동이 함께하는 모험이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오늘날의 시장사회보다 말할 수 없이 큰 보람을 줄 것이 틀림없다.

 우리의 행복은 행복 자체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오히려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정치를 외면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구현해나감으로써 얻게 될 자유가 더 큰 행복을 선물할 것이다. 이 자유야말로 우리 공동의 미래가 어떤 가치를 지닐지를 평가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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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2011-08-1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제학의 배신 밑줄쳐가며 읽고 있습니다만.. 정말 훌륭한 서평이네요. 덕분에 책 내용 다시 한번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8-11 18:23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제 리뷰야 뭐 인상 깊었던 것 위주의 발췌 정리에 불과하죠.
암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