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 (반양장)
문재인 지음 / 가교(가교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의식한듯 그의 운명을 지켰던 문재인 이사장의 책 제목에는 '운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나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들을때마다 엉뚱하게도 터미네이터2가 생각난다. T-1000의 추격을 피해 무기를 숨겨둔 친구집에 숨어 지낼때 사라가 홀로 앉아 칼로 새기고 다시 칼을 꽂아 죽여버린 단어 'Fate'   결국  No Fate.  그 뒤로 무기를 챙겨서 터미네이터 개발을 주도했던 연구자를 죽이러 갔던걸로 기억한다.  문재인의 운명이 fate인지 destiny인지, 둘 다인지, 그리고 그 둘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렇다. 

 

책을 읽고난 전체적인 느낌은, (물론 울컥하게되는 부분도 있지만) 잔잔하고 따뜻하면서도 굴곡이 있었던 삶이 가깝게 느껴지는, 잘 만든 드라마나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다.  슈퍼맨이나 천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성공담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지루할 틈이 없다.(대통령 비서실장이면 대단한 성공담이긴 한데...)  문재인의 운명이 씨줄이 되고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운명이 날줄이 되어 탄탄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개인사가 차지하는 부분도 많지만 적지 않은 부분이 참여정부의 내부 사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할애되고 있으며 저자가 개인적으로 억울하다고 여기는 몇가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들에 대한 해명도 포함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부분이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여긴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무한하고 자유로운 여러 비판과 비난에 대해 살아남은 사람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그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 실망했고 그들의 타협을 받아들일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시시한 핑계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치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적정선에서의 타협이며 그 타협의 배경과 기준을 모르고서는 진정한 비판과 합리적 대안 제시는 불가능할 것이니 미래 국가 운영을 위해서라도 충분히 참고 할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책 자체로서는 아주 무난한 편이다. 그러나 문재인 이사장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뜨거워지는 시점이기에 이 책이 더욱 화제다. 저자는 시종일관 정치활동과 관련된 외부의 기대를 정치가 자신과 맞지 않을 것같다는 변명으로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그것은 인권변호사로 시작해 정치인으로 살다가 비극적으로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정도는 이해가 간다.
 

김어준 딴지 총수의 말을 빌리자면 정치영역에서의 '문재인'의 파괴력과 중요성을 문재인 본인만 모르고 있는 형국인데, 아무튼 세상은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기 시작했고 아마도 내년까지 그 기대치는 커져만 갈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외면하고 싶은 저자의 의지와는 달리 '문재인의 운명'으로 인해 그는 한 발 더 대중 속으로 들어와버린 셈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운명은 우리의 운명과 얽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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