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대전도 오늘 작정한듯 두세시간가량 함박눈을 뿌려 세상을 모두 하얗게 덮어놓았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의 얼굴과 손이 추위에 빨갛게 익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기쁨에 상기되어있었다.
눈은 언제 봐도 좋아서 추워서 머리까지 얼얼하지만 기분만은 최고란다.
벌써 오는길에 그 사이를 못참고 두녀석들이 눈싸움을 하며 눈밭을 이리뛰고 저리뛰고 온듯 옷은 젖어 엉망이었지만...
마음맘은 후련해보여....나도 모르게 아이들 마음에 흡수되어
아이들의 그 해맑은 표정을 바라보며 ' 잘했어~~그렇게 좋았어?..그래서 재미있었어?'라며 쿨하게 웃어주었다.
나 또한 이렇게 눈오는 날..을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출근하는 신랑, 학교가는 아이들 걱정에
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러나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이렇게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내 마음이 왠지 창피해서 이런 마음을 얼릉 접고
한참 동안 눈내리는 걸 바라보며,,,'고마워 ~ 눈아! 잊지않고 올해도 왔구나...'라고 말해주며 반겨주었다..
고된 하루를 보낸 신랑과 아이들이 곤히 자는 이 시간..창밖을 내다보니 쓸쓸하기도 하고 너무 고요해 무섭기도 하다.
미친척하고 놀아달라며..깨워볼까? 를 잠깐 생각해봤지만..역시 무리다..
이 마음 달래보려 라디오를 켜봤지만...내가 원한 심야라디오의 분위기는 아니다.
차분하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DJ와 게스트사이의 요란한 대화가 15분째 이어지고, 음악 한 곡 흐르지 않는다.
어쩌다 흐르는 곡들은 이 밤과 안 어울려도 너무 안어울린다.
이 밤과 안 어울리는 곡이 끝나면 유치한 광고가 터져나온다.
에잇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잖아....
그냥 이어폰을 껴고, 내가 좋아하는곡만 골라 다운받은 MP3의 음악을 듣는다.......포기 한번 기가 막히게 빠르다..
며칠전 12월에 읽을 책을 몇권구입해놓고, 아직 손도 못 댄 책 더미에서
음악을 들으며 읽을 곁들이 책을 주섬주섬 골라본다.
뭐가 좋을까....어떤 책이 좋을까................?
크게 고민 안하고 <눈물편지>를 집어든다..
왠지 이 밤에 잘 어울릴것같아~~
한 번 격하게 쓸쓸하고 진한 감정에 푹 빠져버리는것도 괜찮다 싶다.
그렇게 하고 나면 휘몰아치듯 큰소리로 엉엉 울고 난 후의 후련함같은게 생긴다.
은근 중독성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