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신랑은 즐겨봐도 난 즐겨보지 않는 나.가.수
그날은 유난히 신랑이 보고 있는 나가수에 시선이 머물렀다.
강렬한 포스에 흘러내리는 듯한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인순이 언니가 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아~ 휴 근데 그날 보는 게 아니었다........
인순이의 <아버지>의 노래 내레이션에 그만 뻥~하고 눈물이 쏟아졌기때문이다.
한번~ 눈물을 쏟은 노래는 다시 듣을때마다 눈물이 나기때문에....다시는 이 노래를 듣지 못할듯.....
|
|
|
|
어릴 적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산이었습니다.
지금 제 앞에 계신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새 야트막한 둔덕이 되었습니다.
부다 사랑한다는 말을 과거형으로 하지 마십시오.
|
|
|
|
|
아빠 품에서 닭살 돋는 애정을 뿜어댔던 때는 아마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 였던 것 같다.
고명딸로 태어나...아빠의 절대적 애정을 받았던 나!
그러나 점점 커가면서 아빠를 어려워 하기 시작했고,,결혼해서 아이낳고 아이가 아홉살이 될때까지 살면서.
엄마에게는 시시콜콜 다 이야기하면서 아빠에게는 그러질 못하는 건 사실이다.
세월이 흘러 강인하던 아빠가 큰 수술을 받아야 하시는 병에 걸리셨고,,
정말 아빠의 뒷모습이 큰산에서 야트막한 둔덕이 되는 경험을 했다.
언제까지나 큰 산으로 나의 뒤에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많이 늙으셨구나?
로보트 태권브이 같던 아빠도 세월은 못이기시는 구나!
편찮으셔도 끝까지 약한 내색 하는 거 싫어하시고, 신세지고, 자식들 귀찮게 하는 걸 질색하시는 아빠!
덕분에 좀 자식들이 나서서하면 편할 것을 그 몫을 엄마 혼자 떠안고 계셔야 하니 얼마나 힘드실까?
그러나, 그래야 두 분 맘이 편하시다니....난 그저 그 앞에서 웃어 드릴 수 밖에.............
사랑한다는 말을 부디 과거형으로 하지 않기 위해서 부모님께 맘을 열어보여드리고 살아야 할텐데....
가끔 조카나 울 아들이 이야기 한다.
" 고모, 나 잘때 꼭 물 한컵 마시고, 오이 좋아하는 건 꼭 고모 닮았대"
"누가 그래? ㅋㅋ"
"할아버지가! "
"엄마, 나 잘때 이불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자는 거 꼭 엄마 닮았대"
"누가 그래? ㅋㅋ "
"외할아버지가! "
아빠는 아직도 내가 아빠 호적(?)에 있을때 하던 습관을 기억하고 가끔 떠올리시는 모양이다....^^
아빠들의 딸들 사랑은 영원한 짝사랑 ? 아님 영원한 불멸의 사랑.,,,,??
사실, 미안하면서 위로하고 싶은 사람이 곁에 있다.
22살때 아버지를 하늘 나라로 먼저 보내드린 울 신랑!
직장인으로 살면서, 또 아들들 키우는 아빠로 살면서 울 신랑이 가장 많이 생각나는 분은 아마 아버지일 것이다.
내 아버지도 나를 이런맘으로 키우셨을테지....
내 아버지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내 아버지가 며느리와 손자들을 볼때까지 사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가올 추석 아이들을 양 옆에 세우고 쓸쓸하고 그리운 얼굴을 하고 차례를 올릴 신랑의 모습이 맘에 그려져
맘이 짠하다!
요즘 이 시집을 읽고 있다.
절대 진도가 나가질 못하는 시집이다.
읽을 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시들이 전부인지라 뒷장이 바로 바로 넘겨지지 않고
한 편 읽고, 좀 있다 다시 펼쳐볼 정도롤 난 지금 마음 고생 중.......
그냥 뭐든 따지고 싶지 않은 박형준 시집.
내겐 그런 마음 닿는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