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의 사회학 - 페이스북에서 위키피디아까지 디지털 민주주의 깊이 읽기
이항우 지음 / 이매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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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위키피디아'까지 논하는 책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사실 그래서 '깊이 읽기'라는 소개 문구에 주목하지 못한 채 이 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저자가 또 하나의 '멋진 신세계' 담론을 풀어놓기 위해 논문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 아니라 좀 더 진지하고 성찰적인 관점에서 디지털시대의 다양한 소통 행위(소통이 배태된 여러 가지 층위의 상호작용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에 대해 논하는 책이며, 독자들이 일상에서 '깊숙히' 참여하고 있는 각종 문화에 대해 조금은 낯설게 보고, 때로는 크게 공감하면서 읽을 여지가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학술적인 글들이 최신의 경향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보다는 싸이월드나 위키피디아에 대한 논의가 더 자세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SNS인지, 어떤 플랫폼인지를 떠나서 그것들을 관통하고 있는 소통 양식과 상호작용 방식에 대한 이해를 주기에는 책 내용이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실 페이스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싸이월드에서 이루어진 '비공식적인 공적 공간에서의 소통 방식'에 대한 저자의 논의가 큰 도움이 되며, 집단 지성에 대한 여러 가지 변주곡이 흐를 때마다 위키피디아에 대한 논의(그것이 왜 '예외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가장 크게 주목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가 길라잡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할 지점인 '마녀사냥'식 신상털기라든지, 인터넷 실명제 논의(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파장도 있죠), 양심적 병역 거부와 같은 민감한 사항에서의 정치적 논의, 사이버 공간에서의 낙인찍기 식 플레이밍('일베' 논란이 대표적일 것입니다)등에 대한 이야기는 당장 오늘 읽더라도 신선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에릭 슈미트가 쓴 '새로운 디지털 세계'라는 책을 읽고 서로 다른 분야의, 다른 관점에서 보는 저자들의 이야기를 비교해가면서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책이 좀 더 얻을 것이 많았다고 생각하지만, 슈미트가 IT 산업의 최전선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위치에서 그에 걸맞는 통찰력(이러한 통찰력은 개인의 능력과는 관계 없이 그 자리가 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하튼 그러한 통찰이 책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겠죠)으로 쓴 그 책도 한 번 읽어볼 만합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 책은 '사회학'이라는 포장을 입었지만 필독서의 수준으로 권장될만하다는 이야기도 남깁니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학계에서 주목받는 이론과 학자들이 이론이 등장하기도 하고, 인터넷 공간에서의 다양한 상호작용에 대한 고찰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보통 이런 연구에 대한 글은 외국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로 접했던 것 같은데 여러가지 반가운 논의들이 등장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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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발전의 이론
폴 M. 스위지 지음, 이주명 옮김 / 필맥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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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왠지 모르게 꺼려진다'는 반공주의 이념의 영향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내용이 결코 '읽으면서 바로 바로 이해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자본론』의 내용이 매우 방대할 뿐만 아니라, 1권을 뺀 나머지는 마르크스 사후 엥겔스가 유고를 편집한 것이라서 내용이 허술하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마르크스가 애초에 기획했던 것을 다 연구하지 못하고 사망한 까닭에 그 자체로는 미완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후대의 수 많은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한 저작들을 모두 찾아서 읽고 이해하는 것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때문에 이 책이 입문서로서 가지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자본론에 포함된 내용은 물론 그 이후의 분석 -제국주의나 세계경제, 파시즘 등-까지 포함하여 책 내용을 단계적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처음 내용을 접하는 독자라도 찬찬히 읽어본다면 내용들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이 명료하며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또한 이전에 마르크스경제학을 접해 본 사람이 가질만한 여러 의문점들에 대해 생각을 다듬고 정리할 수 있는 내용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 경제학'의 논의에 충실한 누구라도 쉽게 와 닿지 않는 노동가치론의 함의에 대해서, '가치의 질적 측면'에 대한 논의에 집중함으로써 노동가치론이 가지는 함의를 좀 더 제대로 설명한 부분이라든지, 자본주의의 이윤율 하락 경향과 공황에 대한 설명 -마르크스가 예언자처럼 자본주의의 멸망을 예고했다는 통념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답변-도 흥미롭게 읽어볼만한 부분입니다.

 

  물론 저자가 나름대로의 사상적, 정치적 지향이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그래도 너무 마르크스와 그의 이론을 긍정적으로 혹은 '높게' 평가하는 것은 아닌 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도 분명 그러한 부분들이 존재합니다만, 이는 책이 전체적으로 담고 있는 내용의 유용함에 비하면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거부감이 느껴진다고 가정할 때). 정리하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한 번 읽기를 도전하시는 분이라든지, 기존에 보고 들은 것들 때문에 오히려 혼란스러움만 커졌다는 분들에게는 자신 있게 권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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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신화다 - 기독교의 신은 이교도의 신인가
티모시 프리크 & 피터 갠디 지음, 승영조 옮김 / 미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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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 지 생각해 볼 때, 예수에 대한 '다른 해석' 정도를 넘어서 기독교 인들이 믿는 성경의 내용 자체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처럼 하나의 신화로 이해되는 것이 더욱 적절하며 심지어 이 '신화'가 독창적인 발명품도 아니고 '오시리스-디오니소스' 미스테리아(미스테리아는 비밀스러운 교리 혹은 가르침 정도로 의역되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의 유대인 버전에 불과하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저자들의 입장이 무엇이든간에 상당한 용기 없이는 내세우기 힘든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자들이 이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잘 풀어나갈 지 처음에는 다소 회의적이기도 했지만 책의 내용을 읽어볼수록 많은 문헌들을 참고하고 비약이나 억측보다는 꽤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서 전개되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자들의 의견에 100%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고 저자들도 단순한 유사성만으로 'A가 B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것이 바로 증명되는 식의 논리는 신빙성이 없다는 비판부터 독실한 기독교인들의 '이 모든 것이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예상하면서 책을 썼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절판된 후 다시 출간된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자들이 밝힌 '오시리스-디오니소스 미스테리아'와 기독교 교리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즉, '종교'와 '과학(적 탐구)'의 대립에 대한 문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기에 이러한 문제제기가 단순히 기독교를 옹호하거나 부정하는 차원을 넘어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들의 주장대로 신화적인 내용을 역사적으로, 교조적으로 해석하려다보니 사실과 역사에 근거한 탐구들이 교리의 내용을 반박할 때 그것들에 등을 돌려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과학을 부정하는 종교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저자들이 찾아낸 '오시리스-디오니소스' 미스테리아는 맹목적 믿음보다는 앎을 추구하기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아는 것과 서로 모순되지 않은 신앙생활이 이루어졌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여러 쟁점에서 서로 타협의 여지는 전혀 없을 것 같이 대립하는 두 쌍에게 고대 종교가 추구하였던 방향은 분명히 참고할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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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현대사상의 모험 25
레이먼드 월리엄스 지음, 김성기.유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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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쪽의 공부를 많이 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부를 많이 할수록 자신이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 예민해지는 경험에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쓰는 수많은 단어들이 정확한 맥락에서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건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머릿속 의미를 정확히 표현해주고 있는 것인지 고민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그런 '단어'에 대한 고민은 비단 단어 하나의 사전적 의미에 대한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그 단어가 담고 있는 상황과 맥락, 단어의 역사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윌리암스가 보여주는 방대한 연구과정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의 발전이자, 그러한 연구를 통해서 현대 사회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해보자는 큰 목표를 바탕으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어 몇 십개의 '역사'를 추적한다고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큰 틀이 얼마나 잘 그려질 지 회의적일수도 있겠지만(필자 또한 그런 의구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저자의 선별과정을 거쳐서 나온 단어들을 실로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근대 이후의 지성사는 물론 역사와 문화, 사회와 예술의 흐름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다양한 학문분야와 사회이론들의 핵심 쟁점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한 번 정독한다고 끝날 책이 아니고, 자신이 각자 목표한 분야의 공부를 계속하면서 수시로 참고해가면서 읽을 수 있는, 진정으로 '사전'으로 여길만 한 책입니다.

 

 특히 '고전'들을 읽을 때 오늘날과 해당 단어의 뜻이 다르게 사용되어서 내용 이해가 난감했던 경험이 있었던 필자로서는 그런 의문들 중 여러 개를 이번 독서를 통해 해결하게 되어서 반갑고도 신기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내용을 '현대인의 시각'으로 원래 의도와 벗어나게 이해하지 않고 좀 더 저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독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윌리엄스가 단순한 학습용 사전을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은 아니기에, 독자로서 윌리엄스가 단어 해설 중간에 남긴 방대한 지식들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들어보고,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객관적이고 순수한' 사전을 만들었다고 포장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런 것은 관념 속에서만 존재한다며 자신의 저작의 '정치성'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 점에 유의하면서 이 책을 읽어본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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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노스코리아 -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 개마고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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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북한에 대해서 '제 3자'의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그것이 쉽고 어려움을 떠나서 어쩌면 불가능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북한의 현 상태와 남북관계의 미래 방향에 대해서 '올바른'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들은 그것들의 의도와 관계 없이 정치적인 색깔 논쟁에 묻혀서 매도당하기 쉬운 것도 현실입니다. 물론 저자도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족주의'의 굴레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바라보기에, 책의 제목이 '리얼 노스 코리아'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저자의 현실주의적 입장이란 다름이 아니라 도덕적인 이상이나 정치적 수사 등으로 가리워진 본질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자신이 이해 당사자로서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국제관계에서 이득이 될 지를 냉정하게 계산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남한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북한 정권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무엇을 같이 도모하며 어떤 것들을 하지 못하도록 설득해냄으로써 안보 위기를 최소화하면서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할 수 있을 지 고민해보는 것을 의미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저자가 지적한대로 '북한 정부가 비이성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광신도들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라는 이미지 속에 갇혀 있는 채로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북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책을 썼다고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서 반공주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단편적 내용 이외에 정보가 별로 없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많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이기에 특히 민감하게 생각할' 부분에서도 저자가 동일한 수준의 분석 혹은 설명만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다소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만족스러운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내다보는 북한 정권의 미래와 그에 대한 대응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특정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서 사실관계를 왜곡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믿는다면, 스스로의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내용들은 많이 얻어갈 수 있습니다.

 

  많은 서술들이 매우 냉정한 어조로 서술되고 있고, 그 내용이 '비인간적'으로 들릴 만큼 차가워서 불편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예를 들면 북한과의 통일을 바라는 남한의 시각이 식민주의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저자가 추구하는 바가 바로 이러한 냉철한 현실 인식 위에서만 가능하기에 일견 타당한 의견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경청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독자들이 따분해하지 않도록 적당히 유머 섞인 부분들이 있다는 것은 덤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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