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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것
한국인도사회연구학회 지음 / 한스컨텐츠(Hantz)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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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분명히 큰 나라입니다. 앞으로는 중국을 초월해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중국 경제가 뉴 노멀(신창타이) 상태에 들어가면서 7% 이하의 성장률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7%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여주면서 잠재력이 충분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피상적인 숫자와, 인도에 관한 단편적인 이미지를 넘어서 오늘날 인도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였고,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지, 그리고 인도의 정치적 상황과 사회, 문화적 배경은 어떠한 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는 것이 적어서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이런 인도 '초심자'들에게 이 책은 인도의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큰 그림을 그려주는 책입니다. 현대 인도의 성립 과정과 정치제도, 인도의 독특한 사회 구조와 문화, 인도의 산업 전반에 대한 부분을 여러 명의 인도 전문가들이 나누어 설명하였고, 대부분이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써졌습니다.

 

물론 각자의 필요에 따라 책에 나온 이야기가 "꼭 알아야 할 만큼"보다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알고 시작한다면, 그 후에 어떤 정보를 접하더라도 남들보다 든든할 것 같다는 기분은 드네요.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알아가면서 처음부터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집중력 있게 읽으면 한나절에 다 읽을 정도로 분량도 압축적이고 잘 읽힙니다. 인도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오후 한 때를 투자하기에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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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역사 - 거래, 스파이, 거짓말, 그리고 진실
존 루이스 개디스 지음. 강규형 외 옮김 / 에코리브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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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을 살아 있는 역사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과거 세대가 남길 수 있는 잘 정리된 역사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번역에서 아쉬움이 나와 별 다섯 개를 주기는 힘듭니다. 어딘가 어색하고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이 군데군데에서 몰입을 방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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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 - 잃어버린 20세기에 대한 성찰
토니 주트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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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한 번도 체계적으로 세계사 공부를 해보지 않은 필자와 같은, 역사에 대한 지극히 평범한 정도의 열정과 게으름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지난 한 세기의 일들을 재평가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재평가는 평가를 전제조건으로 삼기 마련인데 우리들은 아직 많은 것들을 평가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일어난 일이 가장 생생하게 다가오고 100년 전에 일어난 일은 그 시간적 거리만큼 모호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말은 너무 순진한 시간관념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어제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뉴스 헤드라인에서 나오는 상투적인 표현이나,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블랙박스에서 방정식의 해를 구하듯이 찍어낸 답이 아닌 꽤 긴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 답을 구하는 과정은 약 한 세기 전의 사건인 1차 세계대전의 종전에 러시아 혁명이 기여한 바를 논하는 것보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솔직한 심정으로, 책에서 재평가하려고 했던 많은 것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나의 고백 때문이다. 아서 케스틀러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는 전혀 없었고, 이스라엘의 6일 전쟁에 대해서도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아는 바가 없었으며, 토니 블레어의 집권 과정에 대해서도, 그 많은 문헌에서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이 어떻게 사회민주주의를 배신했는지에 대해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지만, 저자가 보여준 것만큼 명쾌한 답을 듣지 못했었다. 때문에 저자의 재평가가, 순전히 나의 잘못으로 인해, 단지 그 문제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만이 아닌, 유일한 준거점을 필자에게 제공해 준 대목들이 많은 것 같다. 이것들을 올바르게 재평가의 영역으로 돌려놓으려면 필자가 세계사 공부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는 부담감과 함께.

 

때문에 나의 책에 대한 평가도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주제들 한나 아렌트나 에릭 홉스봄, 알베르 카뮈에 대한 평가, 쿠바 미사일 위기나 유러피언 드림에 대한 설명, 키신저의 디플로매시 diplomacy가 메테르니히를 어떤 인물로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등에 국한되는 것 같다. 그 제한된 범위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책이 그 두께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소설책처럼 항상 다음 페이지와 다음 문장을 읽고 싶어지게만드는 책이었으며, 저자가 절대로 쉬운 주제만을 다루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접근하려는 마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어려워 보이는 퍼즐도 명료한 문체와 풍부한 지식 하에 과감히 풀어내려는 저자의 글은 너무 식상하거나 너무 비겁한 글쓰기로 작은 분노만을 자아낸 채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하는 흔한 신문 사설들과 너무 달라서 독자로서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중학교 때,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신문 사설을 참고해서 보라는 국어 교사의 말을 듣고 열심히 사설을 읽었으나 몇 가지 기본적인 논조와 주제 위에 다양한 사건들이 단지 접목된다는 사실에 좌절했던 청소년기의 필자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서 생생하다). 사실 명료함에 대한 감동은 필자의 글쓰기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분명히 더 확실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만큼의 지명도도 전혀 확보하지 않았으면서 온갖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글을 애매모호하게 흐렸던 수많은 순간들에 대한 반성이었고, 그런 글이 습관이 되어서 문제를 꿰뚫는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른 상황에 대한 반성이었다. 나에게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부분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알튀세르와 그 조수들은 알튀세르의 작업을 마르크스의 징후 읽기라고 불렀다. 다시 말해서 이들이 마르크스에게서 필요한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무시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마르크스가 말하거나 뜻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르크스의 저작에서 발견하지 못하면 침묵을 해석했고 그로써 자신들이 상상한 것에 실체를 부여했다. 알튀세르와 그 수하들이 이를 과학이라고 불렀다. 이 과학은 격자처럼 모든 사회 현상에 적용될 수 있다. (p.164)

 

에릭 홉스봄은 단연코 규율의 인간으로 그 자신의 표현대로 하자면 토리 공산주의자였다. 공산주의자 지식인들은 결코 문화적 반대자들이 아니었다. 포스트를 갖다 붙인post-anything 온갖 방종한 좌파사상에 대한 홉스봄의 경멸은 레닌주의의 오랜 전통 속에 있다. 그러나 홉스봄의 경우 다른 전통도 발견된다. 홉스봄은 대처리즘을 하층 중간계급의 아나키즘이라고 멸시하면서 두 가지 저주를 적절히 결합했다. 하나는 통제 없는 무질서한 방종을 혐오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오래된 성향이며, 다른 하나는 교양 없고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거나 경제적으로는 열의가 강한 사무원과 판매원의 서비스 계층을 멸시하는 영국 행정 엘리트의 한층 더 오래된 성향이다. 요컨대 에릭 홉스봄은 자기 계급의 확신과 편견을 모조리 갖춘 보수적인 거물 공산주의자다. (p.181)

 

오늘날 현대 사회에는 굳은 합의가 있다. 널리 인정된 도덕적 나침반이 없을 뿐 아니라 공통의 선악 관념이 효력을 발할 수 있는 공적 공간에 대한 전망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공동의 운명공동체가 없기 때문에 너무나 자주 출신 공동체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느낀다. 이는 민족주의와 다문화주의가 똑같이 범하기 쉬운 잘못이다. 그러나 교황(요한 바오로 2)은 그답게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태생과 걸어온 길을 보면 교황은 민주주의 체제를 사실상 경험하지 못했으며, ‘영혼 없는 자본주의이기적인 자유주의와 융합하는 데 탐닉했는데 그러면서 보여 준 방식은 교황이 개방된 사회의 복잡성과 비용에 무감했음을 암시한다. (p. 219)

 

우리는 기억해야만 하는 대상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나 그 대상의 복제품을 공식적으로 세우면서 추가적인 망각의 위험을 무릅쓴다. 상징이나 유물로 전체를 대표하게 해놓고 안심하고 환상에 빠지는 것이다. 제임스 영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기억에 기념비적인 형태를 부여한 뒤로는 기억해야 할 의무를 어느 정도 벗어던졌다. ……우리의 기념 건축물이 언제나 그곳에 있어서 우리를 일깨우리라는 환상에 빠져 그것들에 작별을 고하고 편리할 때에만 찾아오는 것이다. (P.267)

 

그래서 오늘날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행동을 정당화할 변명을 모조리 빼앗긴 채 가장 오래된 주장에 점차 푸념하듯 의지한다. 이스라엘은 유대인 국가이며, 그래서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비판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암암리에 반유대주의적이라는 이 고발은 이스라엘과 미국에서는 이스라엘이 낼 수 있는 최상의 패로 여겨진다. 최근 몇 년간 이 방법이 좀 더 집요하고 공격적으로 사용되었다면 그것이 유일하게 남은 패이기 때문이다. (p.374)

 

토니 주트가 되돌아보려는 지식인들의 행보, 역사적 사건들과 특정 국가의 행동들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것들을 제대로 곱씹어보는 것은 단순히 역사적 지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정확히 인식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저자가 굳이 재평가를 강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가 20세기를 잊힌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은 20세기에 대한 상이 전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상이 파편적으로만 존재해서 아전인수격 해석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거나, 정말 중요한 파편들의 실종이 방관될 위험에 놓였기 때문일 것이다. 종합적 이해(그것을 내러티브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를 가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그것이 불필요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역사 인식에서 너무 많은 틈을 당연시할 경우 그 틈새로는 해로운 것들이 슬며시 들어오기 쉽다. 제일 가까운 곳에서 예시를 찾아보자.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각자에게 유리한 역사적 해석을 만들어놓고 진실 공방을 하자는 동북아시아의 역사 전쟁에서 한국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고려할 때 물론 무조건 한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함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고대사를 둘러싼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왜곡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20세기의 침략전쟁사에서 방기하는 빈 틈들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한국의 입장에서 잠시나마 생각해본다면, 역사 인식의 현재적 중요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틈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빈틈에 해로운 것들이 들어오는 것도 틈을 채워나가는 방법이다), 저자는 그것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사르트르와 대비해서 뿌리 없는 세계주의자에드워드 사이드를 칭찬하는 이유는 그가 보여준 평화주의적·비폭력주의적 성향 때문이고, 그가 19세기와 20세기를 풍미한 여러 사상들과 사회 개혁들, 정치적 시도들에 주목하는 것은 오늘날 다시 불거지고 있는 사회 문제들의 해답과 문제들에 대한 잘못된 교정법을 교정할 근거를 찾기 위함이다. 때문에 각자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찾아 채워야 할 틈에 맞는 파편은 서로 다를지라도, 그것들이 단순한 퍼즐 맞추기이상의 함의가 있음이 분명해진다.

 

평소에 역사 서술과 역사 교육 등에 관해 꾸준한 관심을 작품에서 표현한 포르투갈 문학인 사라마구는 역사 교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도플갱어에서 역사를 앞에서 뒤로가르칠지, ‘뒤에서 앞으로가르칠지, 즉 과거로부터 현재로 오는 일반적인 흐름을 따를지, 최근의 일부터 짚어나가는 역발상을 택할지에 대한 논의를 보여준 적이 있다. 책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 논의는 아니지만, 역사를 거꾸로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역발상이 아니라 바로 직전 세기의 기억을 다양한 이유로 가장 흐릿하게 소유한 21세기 현대인들을 위해서라면 저자 토니 주트도 동의할 교습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이도 직전 세기에 관해 역시 자신이 없어 부끄러움을 느끼는 필자는 이제 더 이상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기는 늦었지만 스스로에게 조금씩 역사를 가르칠 때만큼은 이 점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다. 자꾸 시작점에서부터 긁어 올라오려고만 하지 말고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서 정작 놓치고 있었던 것은 없는지 훑어보는 노력 말이다. 이 책이 그런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음은 두말 할 필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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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노스코리아 -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 개마고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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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북한에 대해서 '제 3자'의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그것이 쉽고 어려움을 떠나서 어쩌면 불가능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북한의 현 상태와 남북관계의 미래 방향에 대해서 '올바른'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들은 그것들의 의도와 관계 없이 정치적인 색깔 논쟁에 묻혀서 매도당하기 쉬운 것도 현실입니다. 물론 저자도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족주의'의 굴레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바라보기에, 책의 제목이 '리얼 노스 코리아'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저자의 현실주의적 입장이란 다름이 아니라 도덕적인 이상이나 정치적 수사 등으로 가리워진 본질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자신이 이해 당사자로서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국제관계에서 이득이 될 지를 냉정하게 계산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남한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북한 정권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무엇을 같이 도모하며 어떤 것들을 하지 못하도록 설득해냄으로써 안보 위기를 최소화하면서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할 수 있을 지 고민해보는 것을 의미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저자가 지적한대로 '북한 정부가 비이성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광신도들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라는 이미지 속에 갇혀 있는 채로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북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책을 썼다고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서 반공주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단편적 내용 이외에 정보가 별로 없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많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이기에 특히 민감하게 생각할' 부분에서도 저자가 동일한 수준의 분석 혹은 설명만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다소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만족스러운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내다보는 북한 정권의 미래와 그에 대한 대응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특정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서 사실관계를 왜곡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믿는다면, 스스로의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내용들은 많이 얻어갈 수 있습니다.

 

  많은 서술들이 매우 냉정한 어조로 서술되고 있고, 그 내용이 '비인간적'으로 들릴 만큼 차가워서 불편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예를 들면 북한과의 통일을 바라는 남한의 시각이 식민주의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저자가 추구하는 바가 바로 이러한 냉철한 현실 인식 위에서만 가능하기에 일견 타당한 의견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경청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독자들이 따분해하지 않도록 적당히 유머 섞인 부분들이 있다는 것은 덤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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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 - 임노동자기금논쟁과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신정완 지음 / 사회평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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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밝힌 대로 <<임노동자 기금 논쟁과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라는 책의 개정판으로서 사회 평론에서 다시 나온 책입니다. 저도 구판을 구하려고 했으나 헌책방에서도 쉽게 구하기가 어려워서 좌절했었는데, 뒤늦게 이 책이 개정판으로 나온 것을 알게 되고 사서 읽게 되었습니다. 임노동자기금논쟁이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하고, 스웨덴에서 벌어진 정치적, 경제적 논쟁이 왜 한국 독자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큼 중요한 지 궁금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매우 지루한 내용이 계속되지는 않을 지 조금 걱정하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신정완 교수는 임노동자기금논쟁이 흔히 우리가 복지국가의 유토피아로 생각하는 '스웨덴 모델'의 딜레마와 그 딜레마를 극복하는 과정, 그리고 딜레마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스웨덴 모델이 후퇴하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환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독자들이 '스웨덴'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며 좀 더 현실적인 접근, 심도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스웨덴의 복지모델을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왜 스웨덴 모델 하나를 두고 여러 담론진영에서 다른 해석을 내 놓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하나의 모델을 강력하게 추천하거나, 그 모델만이 정답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스웨덴 모델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통해, 그리고 임노동자기금 논쟁이 전개되는 과정을 성찰함으로써 이와 비슷한 종류의 다른 정치적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통해 독자로서 한 걸음 더 성숙할 수 잇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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