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노스코리아 - 좌와 우의 눈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보다
안드레이 란코프 지음, 김수빈 옮김 / 개마고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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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북한에 대해서 '제 3자'의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그것이 쉽고 어려움을 떠나서 어쩌면 불가능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북한의 현 상태와 남북관계의 미래 방향에 대해서 '올바른'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들은 그것들의 의도와 관계 없이 정치적인 색깔 논쟁에 묻혀서 매도당하기 쉬운 것도 현실입니다. 물론 저자도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족주의'의 굴레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바라보기에, 책의 제목이 '리얼 노스 코리아'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저자의 현실주의적 입장이란 다름이 아니라 도덕적인 이상이나 정치적 수사 등으로 가리워진 본질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자신이 이해 당사자로서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국제관계에서 이득이 될 지를 냉정하게 계산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남한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북한 정권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무엇을 같이 도모하며 어떤 것들을 하지 못하도록 설득해냄으로써 안보 위기를 최소화하면서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할 수 있을 지 고민해보는 것을 의미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저자가 지적한대로 '북한 정부가 비이성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광신도들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라는 이미지 속에 갇혀 있는 채로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북한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책을 썼다고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서 반공주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단편적 내용 이외에 정보가 별로 없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많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이기에 특히 민감하게 생각할' 부분에서도 저자가 동일한 수준의 분석 혹은 설명만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다소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만족스러운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내다보는 북한 정권의 미래와 그에 대한 대응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특정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서 사실관계를 왜곡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믿는다면, 스스로의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내용들은 많이 얻어갈 수 있습니다.

 

  많은 서술들이 매우 냉정한 어조로 서술되고 있고, 그 내용이 '비인간적'으로 들릴 만큼 차가워서 불편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예를 들면 북한과의 통일을 바라는 남한의 시각이 식민주의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저자가 추구하는 바가 바로 이러한 냉철한 현실 인식 위에서만 가능하기에 일견 타당한 의견들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경청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독자들이 따분해하지 않도록 적당히 유머 섞인 부분들이 있다는 것은 덤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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