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 고등 수학 (상) 684제 (2020년용) - 2015 개정 교육과정 고등 일품 수학 (2020년)
좋은책신사고 편집부 엮음 / 좋은책신사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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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고등학교 때 "일품" 시리즈를 푼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사고의 "SSEN" 시리즈와 "일품"시리즈는 많은 인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학생을 가르칠 때 자기가 폴어봤던 문제집을 풀린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보수적이고 과거지향적인 일이 될 수도 있겟지만 수록된 문제의 질이 좋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하면서 추천할 수 있습니다 개념을 충실하게 이해한다면 대부분의 문제는 쉽게 풀 수 있고, 학생들이 스스로 풀기 어려울 수 있는 문제들의 해설도 친절한 편이어서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문제집 가격은 학생의 시선에서는 언제나 좀 더 저렴하면 좋겠지만 다른 문제집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 있는 문제만 다 풀면 수학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 문제를 풀어보지 않고 어떤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풀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일 또한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을 잘 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당분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적자면, 이 문제집으로 개념을 처음 익힐 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할 때 차라리 개념 설명은 문제 없이 설명으로만 두고 고난이도의 문제, 혹은 어느 정도의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 혹은 서술형 문제를 일정한 포맷을 가지고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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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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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으로 접어드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스웨덴 사회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까칠한 주인공에게 점점 몰입하게 되어 잔잔한 감동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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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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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장애'라는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도대체 우리 세대는 누구인가'라는 답하기 힘든 질문만 나에게 남겨놓고 훌쩍 떠나버린 책이다. 자기 전에 몇 페이지만 읽어보려고 책을 집어들었다가 밤 늦도록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나간 시간이 너무도 짪아서, 정신 없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영화관에서 보고 나온 것만 같았다. 주제는 대략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 같은가' 정도로 정하면 될 것 같다.

 

번역자의 재치 넘치는 의역 때문인지, 저자가 처한 상황과 한국의 상황이 정말로 '통하는 것'이 있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한국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속한 독일 청년사회 이야기라는 것을 자꾸 망각하고, 내 옆에서 벌어지는 일인마냥 몰입하며 읽게 되었다. 그러다가 저자가 그리는 '암울한 독일의 미래상'이 한국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음을 깨닫고는 씁쓸함을 남긴 채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단순 노동을 하는데도 대학교 졸업장이 필요한 세상, 아니 좀 더 정확한 선후관계를 말하자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 진학을 당연시 여겨서 대학교 졸업장이 있더라도 취업 전선에서 그다지 '특별해'보이지 않는 현실이 바로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내가 저자한테 말할 기회가 있다면 독일 대학 진학률이 한국처럼 80%를 넘어서면 이미 브레이크는 고장나 버린 상태라고 외치고 싶다. 저자는 현재 독일의 대학진학률 수준도 충분히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아마도 세대(generation maybe)'라는 이름으로 묶인 우리들은 저자가 맨 마지막에 정체성을 극단으로(혹은 궁극의 형태로) 밀고 나갈 여유도, 그럴 의지도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나만의 타입을 확실하게 가진다면 애초에 '결정 장애'라는 것이 생길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지적처럼 전 세대와는 다른 배경 속에서 보고 배울 롤 모델도 없고 다양한 문제에 대한 나만의 입장과 가치관을 가질 기회는 희미해지고 있으며, 남의 눈치를 보는 데(SNS 속에 푹 빠져 산다는 것은 어찌 되었던 남의 눈치를 보며 산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필자도 마찬가지다) 익숙해진 우리들은 어떻게든 '모난 대로' 각을 세우며 살기 힘들다. 그래서 수 많은 선택 앞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처럼 우리의 존재 자체가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 지 갈팡질팡하다가 시간만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뭔가 당당하지 못하고 자꾸 헤멘다는 생각이 든다면, 하루 하루는 어찌 어찌 흘러가는 것 같은데 앞날이 잘 보이지 않는 답답한 느낌이라면, 최소한 그러고 있는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이라도 받을 겸 읽어 볼만한 책이다. 물론 저자가 이런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기에, 언제나 그렇듯이 답을 찾는 것은 다시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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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우울한 현대인에게 보내는 감동과 희열의 메시지
게랄트 휘터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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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결국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더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행복한 삶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한다면, 생물학은 어떨까? 생물학이 다루는 범위는 넓지만, 생물학을 통해 인간은 한층 더 나은 자기 이해를 추구하고 있으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오늘도 많은 학자들이 고군분투하는 것 같다. 하지만 20세기를 풍미한 유전자결정론(그 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리고 뇌과학의 성과가 대중화되면서 나타난 '우리는 우리 뇌가 만들어진대로 살아간다'는 생각들이 과연 인간들을 행복하게 해 주었을까? 사실 뇌과학이나 유전자에 관한 책들을 읽었을 때 필자는 행복감이나 지적 성취감보다는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졌다. 내 몸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주체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기존의 뇌과학분야 책과는 다르다. 저자가 아동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마땅히 인간의 '다듬어지지 않은 영역'을 찾아내야 한다. 바로 거기서부터 잠재력을 발휘할 근거가 나오기 떄문이다. 물론 이것을 저자가 '당근과 채찍' 모델이라고 명명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쥐어 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유행에 지난 방법이다. 저자는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롤모델을 제시하면서 아이들에게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강한 결정론이나 인간이 뇌에 '프로그램된 대로' 살아간다는 뇌과학의 흐름에 동의한다면 이런 후천적 과정으로서의 교육을 강조할 수 없을 것이다.

 

학습 과정 중에서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이 개인(그리고 개인의 뇌가 발전하는 데)끼치는 영향을 저자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반복과 훈련'을 통한 학습이 아닌 몰입 혹은 열광함을 통해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가 재조직되는 과정 속에서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며 배우고, 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에 주목한다. 후자의 내용은 한때 유행했던 '몰입'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확실히 푹 빠져들 수 있는 것만큼 잘 배우고, 잘 해낼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저자의 설명도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결국 뇌과학의 여러 지식들도 우리가 좀 더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 편이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성과물을 보고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좀 더 기쁜 소식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자신 있게 이 책이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가슴 따뜻해지는 뇌과학 도서'라고 추천할 수 있다.

부디 이제까지 내가 설명하고자 시도했던 여러 내용들 가운데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가는 데 어쩌면 의미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느낄 수 있기를 말이다 (중략) 당신도 하루하루를 특별한 날로 만들기를 바란다! 마지못해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원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러분이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똑같은 식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적어도 여러분 뇌의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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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케임브리지 동지들 (반양장) - KGB 공작관의 회고록
유리 모딘 지음, 조성우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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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를 다룬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 영감을 주었다는 '케임브리지 5인방' 사건에 대해 직접 케쉽임브리지 5인방과의 접촉을 담당하고, 그들이 발각된 후에 탈출을 도왔던 전직 KGB 요원이 쓴 책이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마치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자신의 젊었을 때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쉽게 읽히지만 덤덤한 어조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가식이나 허황됨 없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저자의 시각에서 충실하게 풀어나갔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사실 이 사건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당시 상황에 대한 시시콜콜한 묘사라든지, 글쓴이가 KGB에 들어가기 전에 소련에서 겪었던 우여곡절들, 케임브리지 5인방의 출신 배경과 파란만장한 삶에 대한 이야기들도 지루한 역사책에 실린 일화 이상으로는 다가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세계 2차 세계 대전에서, 서로의 종말을 앞당기는 군사들이 격돌하던 자리 이면에 그 만큼 치열한 정보 전쟁이 펼쳐지는 장면은 평소 이 분야에 관심있는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한 글쓴이가 어느 정도 자신의 '관찰자'들을 미화시켰다고 볼 여지도 있겠지만, 케임브리지 5인방이 돈이나 권력, 안락한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상과 신념을 위해 자신의 조국을 배반할지도 모르는 선택을 했다는 점,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점과, 말년에도 남들이 볼 때는 바보처럼 순진하고 어리숙하다고 할 만큼이나 자신의 신념에 확고했으며, 의리와 동지애를보여주었다는 점 또한 인상깊다. 저자가 마지막에 쓴 대로 이들은 그 어떤 이상과 꿈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환상'인 정치 -세계 혁명과 유토피아의 실현, 그리고 파시즘을 막아내는 휴머니즘의 승리-를 꿈꿨다고 표현하는 것이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읽은 다음에 다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보고 싶다. 처음 봤을 때는 배우들의 명연기는 즐길 수 있었지만 솔직히 스토리 자체에는 몰입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다시 본다면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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