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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ㅣ 현대사상의 모험 25
레이먼드 월리엄스 지음, 김성기.유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쪽의 공부를 많이 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부를 많이 할수록 자신이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 예민해지는 경험에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쓰는 수많은 단어들이 정확한 맥락에서 제대로 쓰이고 있는 건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머릿속 의미를 정확히 표현해주고 있는 것인지 고민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그런 '단어'에 대한 고민은 비단 단어 하나의 사전적 의미에 대한 고민은 아닐 것입니다. 그 단어가 담고 있는 상황과 맥락, 단어의 역사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윌리암스가 보여주는 방대한 연구과정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의 발전이자, 그러한 연구를 통해서 현대 사회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해보자는 큰 목표를 바탕으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어 몇 십개의 '역사'를 추적한다고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큰 틀이 얼마나 잘 그려질 지 회의적일수도 있겠지만(필자 또한 그런 의구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저자의 선별과정을 거쳐서 나온 단어들을 실로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근대 이후의 지성사는 물론 역사와 문화, 사회와 예술의 흐름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다양한 학문분야와 사회이론들의 핵심 쟁점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한 번 정독한다고 끝날 책이 아니고, 자신이 각자 목표한 분야의 공부를 계속하면서 수시로 참고해가면서 읽을 수 있는, 진정으로 '사전'으로 여길만 한 책입니다.
특히 '고전'들을 읽을 때 오늘날과 해당 단어의 뜻이 다르게 사용되어서 내용 이해가 난감했던 경험이 있었던 필자로서는 그런 의문들 중 여러 개를 이번 독서를 통해 해결하게 되어서 반갑고도 신기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내용을 '현대인의 시각'으로 원래 의도와 벗어나게 이해하지 않고 좀 더 저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독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윌리엄스가 단순한 학습용 사전을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은 아니기에, 독자로서 윌리엄스가 단어 해설 중간에 남긴 방대한 지식들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들어보고,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객관적이고 순수한' 사전을 만들었다고 포장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런 것은 관념 속에서만 존재한다며 자신의 저작의 '정치성'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 점에 유의하면서 이 책을 읽어본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