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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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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노년으로 접어드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스웨덴 사회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까칠한 주인공에게 점점 몰입하게 되어 잔잔한 감동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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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김승욱 옮김 / 에코리브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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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는 인생이 10km/h의 속도로 간다고 비유한다면, 20대에는 시속 20km, 30대에는 30km로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식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어떤 수업시간에 이 말을 들었던 것 같다. 20대는 황금 같은 시간이라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하지만, 그 동안 겪었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가버릴 것이므로 시간을 아껴 쓰라는 의미에서 해 주신 덕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삶이 시속 19km 언저리로 갔던 그때는 이 말이 잘 와닿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한 학기가, 한 계절이, 1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내가 내 삶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기 전까지는.

 

자주 찾아가는 중고서점에서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라는 제목의 이 책을 만났을 때, ‘정말 이 책이구나!’ 싶었다.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달려가는 나의 삶은 정말로 꾸준하게 가속 페달을 밟는 것처럼 조금씩 더 빠르게 흘러가고, 요즘 나는 내가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한 주를 보내는지 모를 만큼 무의미하게 시간을 허비한다는(막상 들여다보면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만은 아니겠지만) 기분으로 내내 저기압이었다. 항상 나를 따라다니던 물음에 대한 답과 절실하게 필요했던 반전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여 얼른 책을 손에 집었다. ‘책은 겉표지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격언은 잠시 잊은 채로.

 

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전적 기억(autobiographical memory)’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인간의 기억과 시간 인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절대적인 기억을 소유한 사람들의 이야기, 일반인들의 회상과 망각에 대한 이야기, 데자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침내 책 후반부에 나오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느낌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런 주제들은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이지만,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풍성하게 이런 이야기로 책 한권을 쓰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심리학사를 연구했던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고, 잠시 책을 손에 놓고 멍해질 정도로 인상적인 설명도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에 대한 설명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현상을 명쾌하게 규명하는 이론이 하나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삶의 인상적인 순간혹은 회상 과정의 지표가 될 만한 사건이 일상에서 나타나는 빈도수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어든다는 점을 근거로 한 저자의 설명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시각적인 비유를 들자면, 아무런 표지판이나 물체도 없이 무한하게 뻗어 있는 고속도로와 시선을 사로잡는 다양한 이정표들이 있는 도로를 볼 때, 두 길이 실제로 같은 거리일지라도, 후자의 길이 더 먼 거리로 인식되는 효과이다. 삶의 긴장감과 관련한 설명도 꽤 와 닿는다. 시험이나 중요한 면접 전의 1분은 마치 한 시간과 같이 더디게 흐르는 경험을 누구나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매우 알차게 보낸 시기보다 오히려 무료하고 권태롭게 보낸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는 경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를 우리의 삶에 비유해보자면, 새롭게 시작하고, 작은 일에도 나름대로 큰 의미 부여를 해 적절한 긴장 속에서 사는 어린 시절보다, 모든 게 익숙하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인생의 후반기가 권태로운 일상과 같이 흘러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에 이르자, 필자는 아직 세울 이정표가 많고 적당히 긴장하면서 살 수 있는’ 20대가 절반가량 남아 있음에 행복해 해야 할지, 어느 정도는 눈에 선한 앞으로 점점 단조로워지다가 스러질 남은 인생에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깊은 곳에서 슬픔이 몰려왔다. 어떤 곳으로 향하는지 모르고 일단 무작정 걸어온 길의 끝이 삶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이라니. 사실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지에 대해 저자에게 그럴듯한 말로 설득당한 다음부터는 책의 나머지 부분에 담긴 다른 이야기들이 모두 어딘가 모르게 슬픈 이야기로 다가왔다. 가까운 주위를 둘러 본 나의 의식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젊음의 대부분을 보낸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자식은 다 자라서 자기 갈 길을 가고자 하루하루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두 분의 젊음이 밀도 높게 녹아들어간 필자가 빠져나간다면 그분들의 삶은 가끔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주변의 친구들은 어떠한가? 과연 나는 나중에 내 기억의 사진첩에서 내 젊은 시간을 꺼내어 볼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스스로에게 필요하다고 설득하면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은 나중에 기억 속에 남아 있지도 못할 정도로 덧없는 것들은 아니었을까?(그 반대로 홀로인 시간들이 기억의 사진첩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년도 생각해보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쯤에서 이 복잡한 슬픔과 공허함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이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as vanitum, et omnia vanitas)!”

 

내가 앞으로 내 삶을 얼마나 더 긴장감 있게 유지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이정표들을 세워 나가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덧없는 것인 줄 알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의 사진첩에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그리고 요즘 계속 나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질문. 금방 지나가버리는 순간들은 한없이 부질없어 보이는데, 그 순간들이 모인 한 번뿐인 인생은 왜 이토록 소중한 것일까?

 

이 책은 나에게 명쾌한 해답보다는 걱정과 물음만 잔뜩 안겨주고 유유히 내 손을 떠나가 버렸다. 아마 내 독서 이력에서 오래 도록 눈에 띌 이정표 하나만을 남긴 채. 나머지 내 몫이란, 결국 헛된 삶이라도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전에 말한 기회가 있든지 없든지 일단 열심히 살고 봐야 한다.”는 친한 형의 이야기는 이런 고민을 이미 겪은 사람의 조언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초입에 서 있는 사람은 강물보다 빠른 속도로 강둑을 달릴 수 있다. 중년에 이르면 속도가 조금 느려지기는 하지만, 아직 강물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몸이 지쳐버리면 강물의 속도보다 뒤처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제자리에 서서 강둑에 드러누워 버리지만, 강물은 한결같은 속도로 계속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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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국가 - 우리가 목도한 국가 없는 시대를 말하다
지그문트 바우만 외 지음, 안규남 옮김 / 동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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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위기의 국가'라고 정의했지만, 두 명의 저자가 논하는 것은 포스트 베스트팔렌 체제라고 부르는 근대국민국가 모델의 붕괴이자 '국가 없는 국가주의'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이는 국가가 가지고 있던 포괄적인 정치적 권한(집행의 권한) 축소와 국제적 자본의 권력 확대(하지만 이윤 추구의 논리와 부합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는 권력) 상황에서 20세기에 이룩했던 복지 사회 모델이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 20세기 동안 전반적인 사회 구성원들의 복리를 증진시키면서도 가장 '오래 살아남았던' 모델은 복지국가 모델이었고, 그것이 자본주의의 변혁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20세기 중반까지는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신자유주의가 도래하면서 복지 국가 합의는 빠르게 붕괴되었고, 국가는 다시 간섭과 비효율의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기업들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국가의 기능 축소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노동 시장을 경직시키거나,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 반하는 규제(환경, 공중 보건 관련된 규제들이 결국 다 이런 것 아니겠는가)에 대해서는 철폐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국가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저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마누엘 카스텔의 '흐름들의 공간'이라는 말처럼, 국제적 자본은 더 이상 국가에 종속되지 않고 단지 '필요한 경우'에 국경을 지키는 행위자가 된 이상, 더 이상 국가는 그들과의 협상에서 '갑'의 위치에 있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물론 저자들이 이러한 위기를 경제적 측면에서 더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지는 않고, 이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의 근원에 경제 논리가 있음은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으므로, 관심 있는 독자라면 자세한 내용을 더 찾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나아가 '근대'라는 것 자체에 대해 우리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한 좀 더 추상적인 논의도 펼친다. 그것을 클레의 작품에 나오는 천사처럼 외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근대가 약속했던(혹은 보장하기로 조건지었던) 것들의 회복을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하는지, 두 저자의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논의들이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의 관점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현대 사회의 위기 담론들에 대해 긴박함을 느끼면서도 피로감을 함께 느끼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서 논의들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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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굴의 시대 - 침몰하는 대한민국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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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무거운 이야기들을 담담하지만 때로는 비장한 어조로 풀어나갔고, 앞으로 계속 이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으로써 가슴 한 구석에 무거움과 불편함을 덜어낼 수 없었다. 그것은 불편하게 느껴질지언정, 이 책에 담긴 날카로운 이야기들이 진실의 조각을 담고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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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펙트 - 행복한 뇌를 만드는 게임의 문화심리학 이매진 컨텍스트 51
이동연 지음 / 이매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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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 제목만 보고서는 좀 더 뇌과학적인 내용을 기대했었다. 디지털 비관론 중에서 필자가 신뢰하는 내용들은 대부분 SNS나 과도한 인터넷 이용, 혹은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이(대부분의 어느 정도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비관론은 인터넷 게임과 같은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고 특정 장르의 게임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이용자의 뇌나 정서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론도 비슷한 방식으로 제기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게임을 함으로써 스트레스 지수에 뚜렷한 감소를 가져온다든지,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데 게임이 구체적으로 기여하는 사례 등을 읽고 싶었다. 물론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저자는 한국의 고질적인 규제와 표현의 자유 침해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각종 청소년 사회문제의 악의 축으로 매도하려는 보수 언론과 정권, 정신의학계와 문화 보수주의적 담론의 결합을 지적하고, 이러한 규제가 타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는다. 물론 이런 관점이 팽배한 우리 사회는 분명 게임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관점만 논의된사회이다. 얼마 전부터 학교 폭력 문제가 터져도, 청소년 자살이나 우울증 문제, 그 밖의 다양한 범죄 문제가 터져도 항상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와 게임의 긴밀한 연관성은 빠지지 않고 보도되었던 기억을 되새겨 볼 때, 이에 대한 타당한 문제제기는 진즉 이루어졌어야 옳다(물론 제목과 내용이 따로 논다는 지점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그대로 남지만).

 

사회 비판적인 내용의 영화를 찍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당시 미국의 보수적 언론들과 시민단체들은 총기 규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또는 총기 규제 이슈에 쏠린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효과도 기대하면서) 폭력적 컴퓨터 게임인 이나 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곡과 퍼포먼스로 유명한 록 그룹 마릴린 맨슨 등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주목하였다. 콜럼바인 총기사건 용의자들이 즐겨했던 게임과 좋아하던 음악을 둔 사회적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게임에 대한 법적 규제와 사회적 매장의 시도는 10년 전 마이클 무어가 영화에서 조롱했던 엉뚱한 마녀사냥과 딱히 다를 것이 없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순수한 아이들이 폭력적 성향을 띠고 각종 범죄에 연루되는 문제나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휩싸이는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의 병폐가 복합적으로 터져 나오는 일이지만, 이를 건드리기에는 너무 골치아프기에청소년 문제의 속죄양으로서 게임 때리기에 매진하는 꼴이다. 사실 게임이 청소년에게 그다지 유익하지 않더라도 이런 식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실제로 유용하게 활용할 방법이 많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함의이지만 사실 이 부분이 책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는 않았다. 관련 분야 연구가 국내에서는 거의 없고, 해외에서도 아직 충분히 누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식의 사회적 시선에는 딴지를 걸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잘 지적했듯이,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적 도구로서 사상적, 이념적 측면에서는 국가보안법이, 정치 사상과 이념보다는 다양한 가치관이나 좀 더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청소년 보호법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큰 그림을 보려는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게임을 둘러싼 이 모든 문화 전쟁도 좀 더 뚜렷하게 인식되는 것 같다. 게임 규제는 영화, 만화, 음악, 뮤직비디오 규제 등의 연장선상에서 더해진, 개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시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런 규제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이루어지는 현상은 사실 저자가 지적한 것 이상으로 좀 더 관심을 가질만하다. 만약 이것이 사회 구성원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해당 콘텐츠로 이윤을 창출해야 할 자본측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도 지적했듯이 청소년보호법과 그에 연관된 셧다운제와 같은 제도의 적용을 받는 청소년 게임 이용자 집단이 워낙 소수인데다가, 그들의 구매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자 및 유통자들도 이러한 규제에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자신들은 청소년들의 미래를 생각하여 건전한 이용을 선도한다는 고도의 PR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이런 규제를 역이용할 수 있다(물론 이러한 건전한 이용 선도는 자율규제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법적 규제의 정도가 너무 강하다면 이에 대해서는 공식적 소통로를 통해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늘어놓았지만, 책에서 지적한 게임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논란이 이처럼 여러 논점이 맞물려 있다. 필자가 게임 산업계의 논리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루는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통해서 책 내용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줬다면 이 분야의 논점을 정리하는 최고의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250여 페이지에 담은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더불어 앞으로는 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정리된 문헌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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