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가는 경기 북부 행 기차 안, 옆자리의 호전적인 할아버지가 건너의 아가씨에게 말을 건넨다. 아가씨,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다가 정말, ‘이번에 내려요’ 같은 말을 하고 기차에서 내린다. 기다렸다는 듯 할아버지는 내게 아가씨 어디 사나? 나는 읽다만 책을 덮고 할아버지를 마주 본다. 아가씨는 예쁘니까 교회 다녀. 예쁜 사람은 교회에 다녀 야 돼! 나는 하하 웃고, 할아버지는 그러는 내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긴다. 나는 그 때 마침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읽고 있었는데, 33 쪽, 고독 때문에 몸집이 준 포주의 이야기를 읽다가 소설 속의 <나> 가 옆자리의 할아버지 같을 거라고 단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런 생각은 소설을 읽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아서 일주일째 같은 책만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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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5-05-1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예쁘시군요.

rainer 2005-05-1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게.. 그렇지 않아요. ^_^;